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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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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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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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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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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제이크 마와 늦은 시간까지 무협소설 이야기로 항저우에서의 첫날을 보냈다.

둘째 날은 항저우 남부의 하이테크산업개발구에서 일정을 소화했다.

산업단지에서 강남대로라고 불리는 단지 중심에 오성반도체 연구소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 PS를 비롯해 많은 IT기업들이 모여 있다.

인도 회사들도 많이 모여 있다.

벤처기업창업지원센터는 중화권 유학생들이나 화교 자제들을 이곳으로 끌어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대만의 유명 기업들도 첨단공장을 건설해 가동하고 있다.

그런 하이테크산업단지 안쪽에 자리 잡은 LED 생산 공장.

바로 가온그룹 산하의 한양반도체 중국법인 광명반도체의 공장이다.

류지호가 중국을 방문하는 것에 맞춰 한국에서 이상훈 사장이 날아왔다.


“최근 생산시설을 확충했다면서요?”


대답하는 이상훈 사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LED 패키징 생산 능력을 연내에 3배 가까이 확대, 10억 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10억 개 규모라는 것이 류지호로서는 잘 가늠되지 않았다.

신중한 성격의 이상훈 사장이 드물게 자신감을 드러냈다.


“조명용 LED 기업 가운데 자체 브랜드로 월 10억 개 이상의 LED 패키지를 제조하는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한두 개 회사에 불과합니다.”


올해 상반기에 안산지역에 준공된 제 2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다.

중국에 설립된 자회사 광명반도체의 생산 능력도 증설했다.

하반기부터 추가 생산시설을 가동할 예정이다.


“기존 한양반도체의 생산능력은 어땠기에....?”

“3억 8천개에 불과했습니다. 안산 1,2 공장 생산 규모가 대략 5억 개가 늘어나고, 항저우 공장은 2억 개로 늘어나 연간 생산능력은 12억 개에 달하게 됩니다.”

“이번 증설분의 대부분을 조명용 LED 생산에 할당할 계획입니까?”

“예. LED 패키징 생산 능력으로는 세계 톱3에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규모의 경제에 근접함으로써 세계 유수의 LED기업과의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양반도체는 다른 분야로 한눈팔지 않고 있다.

오로지 조명용 LED 분야에만 집중 투자하고 있다.

그에 따라 LED 분야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즉 칩-패키지-모듈로 이어지는 전 공정을 갖춘 것이다.

전 공정을 갖춘 국내 기업으로 오성LED와 금성이노테크 같은 대기업 계열사 뿐이다.

그 회사를 제외하고 한양반도체가 유일했다.


“칩 생산은 자회사 한양옵토디바이스(HOD)가 전담하고 있지요, 아마?”

“매 분기 자체 실적을 갱신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서 2010년 매출 1조 5천억 달성이라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영업이익율도 13%로 우수한 편이다.

연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하는 기조 또한 여전히 지켜지고 있고.


“니치화학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 진행하고 있다면서요?”

“아주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하.”


이상훈 사장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렸다.

한양반도체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특허소송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소송에서 완벽에 가까운 승소를 했다.

일부 손해배상까지 받았다.

한국의 만만한 중소기업이 아니라, 세계 LED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소송과정에서 입증했다.


“빠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 세계 특허전의 승소를 통해 메이저 LED 기업들이 한양반도체와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상당한 특허기술을 보유한 한양반도체와 소송을 벌일 것이 아니라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이다.


“먼저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한 기업이 아마 오스프람이었던가요?”

“고휘도 LED 분야에서 강자인 오스프람과 먼저 특허공유 계약을 맺었습니다.”


한양반도체는 오스프람과 백색 및 가시광 LED 분야 관련 특허를 서로 제공하는 내용의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2006년에 체결한 바 있다.


“작년에는 미국과 오스트리아 기업들과도 백색 LED 관련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올해 안에 LED 시장 부동의 1위 업체인 일본 니치화학과 LED 및 레이저 다이오드 기술을 총망라하는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지요.”


이로써 한양반도체와 그들 기업들 간 진행되고 있던 특허소송 및 다른 모든 법적인 분쟁이 종식되었다.


“한양반도체가 LED 빅5 중 4개 업체와 특허를 공유했거나 할 예정이라는 거죠?”

“그렇습니다.”


메이저 업체들이 중소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한양반도체와 크로스 라이선스를 체결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는 이유가 있다.

한양반도체는 고객사의 영역인 LED 조명용 전구 같이 완제품 시장에는 진출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 원칙을 깰 생각이 없다.


"저희는 캡티브 마켓(계열사 간 내부시장)이 없고 LED조명 완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약 150조 규모로 성장할 시장에서 글로벌 LED조명 제조회사 모두가 저희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아, 네....”

“2015년까지 세계 1위 LED 기업으로 성장해 대한민국 벤처 및 중소기업도 세계 1위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심어주고 싶습니다.”

“아, 네....”


오늘따라 이상훈 사장이 과잉되어 보였다.

한편으로 이해가 갔다.

류지호를 취재하기 위해 중국의 방송사에서 따라왔기 때문이다.

이상훈 사장은 카메라가 자신에게 향할 때마다 한양반도체를 어필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혹시 뉴스로는 안 나갑니까?”


피식 웃은 류지호가 이상훈의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였다.


“이건 비밀입니다만... 나도 무슨 프로그램인지 모릅니다.”

“....예?”


하하.


뉴스나 경제 관련 프로그램이 아니다.

지역 최대 방송사가 방영하고 있는 연예계정보 프로그램이었다.

촬영팀은 류지호의 일거수일투족을 기계적으로 카메라에 담을 뿐.

광명반도체 공장에서 촬영한 영상이 TV전파를 탈 것 같진 않았다.


“중국에는 연구시설을 절대 두지 마세요. 패키징 생산만 주로 하고 핵심기술과 첨단 공정은 모두 한국에서 두는 것으로 하길 바랍니다.”

“....?”

“일본의 산업로봇 제조회사 한국후지기계제어가 그렇게 한다면서요?”

“기술유출은 걱정 마십시오.”

“한국이 미국과 일본기술을 어깨너머로 훔쳐 배운 것처럼. 남의 나라도 똑같이 할 수 있는 겁니다.”

“기술보안에 좀 더 신경을 쓰겠습니다.”


여담으로 한양반도체는 2010년대 전 세계에 4개의 현지법인을 포함한 미주, 유럽, 중국, 베트남 등 5대 생산거점, 45개 해외영업소, 그리고 200개의 대리점 망을 갖추게 된다.

류지호가 하이테크산업개발구의 광명반도체를 돌아보고 있는 그 시각.

항저우 중심가의 All-Season Hotel에서는 PISA 코리아와 중국의 스포츠웨어 업체 판타(奮踏) 스포츠와의 합작법인 설립 계약식이 막 시작됐다.

이 시기 중국의 스포츠 브랜드 Top4로는 1위 린닝, 2위 365°(三六五度), FANTA와 S-tep이 3~4위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PISA 코리아의 파트너 FANTA 스포츠는 짝퉁의 성지 푸젠성에서 설립되었다. 본사와 생산 공장 모두 그곳에 두고 있다.

두 회사의 합작법인 설립 계약은 류지호의 방중에 맞춰 이루어졌다.

미스터 할리우드의 명성을 활용해 대대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펼치기 위함이다.

PISA China의 중국법인명은 풀 프로스펙(Full Prospec)으로 FANTA와 PISA가 각각 51%와 49% 지분율로 나눠져 있다.

이전 삶에서는 85:15였다.

이번 계약 전에 PISA는 직접 중국 시장에 나가지 않았다.

라이선스를 Belle Sports란 곳에 주었다.

그런데 2006년에 Belle Sports가 니케와 아디다슬러의 중국 유통계약을 체결했다.

PISA 코리아는 중국 법인의 지분을 모두 사들인 후에 중국 내 3위권 스포츠웨어 회사 FANTA와 합작회사를 설립하기에 이르렀다.

앞으로 합작법인 풀 프로스펙(Full Prospec)이 중국 맞춤형 디자인을 개발하고 생산 및 판매까지 책임지게 된다.

덤으로 한국 브랜드 프로스펙스도 함께 유통하기로 했다.

PISA와 FANTA의 조인트회사 설립 계약식이 마무리 될 즈음 류지호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들의 카메라가 일제히 류지호에게 향했다.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행사장으로 들어선 류지호가 두 회사 사장이 서 있는 단상으로 걸어갔다.


“恭喜恭喜!”

“谢谢!”

“恭祝您的事业蒸蒸日上.”

(당신의 사업이 날로 발전하시길 기원합니다)

“谢谢!”

(감사합니다)

미리 연습해 둔 중국어로 덕담을 나눈 류지호가 두 회사 사장들과 함께 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했다.


찰칵찰칵!


류지호의 출현으로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PISA의 새로운 중국 파트너에 대한 뉴스는 뒷전이 되어버렸다.

스포트라이트가 온통 미스터 할리우드라고 불리는 샐럽에게 집중되었다.


“기자회견에도 참여하시겠습니까?”


FANTA의 창업자가 이왕에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김에 언론인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럽시다!”


광명반도체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류지호의 의상과 분위기는 노타이 와이셔츠에 한양반도체 회사 유니폼 차림이었다.

계약식장에 나타난 모습은 세미 캐주얼 정장 차림이다.

제니퍼 허드슨이 지휘하는 비서실 P.I팀이 준비한 콘셉트다.

P.I는 President Identity의 약자로 국가나 기업 또는 조직의 오너나 리더의 총체적인 정체성을 의미한다.

메시지, 행보, 이미지 등 대중에 의해 기억되는 모습뿐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통치나 경영의 행위까지 포함한다.

사실 이미지 메이킹 용어로는 Personal Identity라고 하는 것이 맞다.

점차 CEO President Identity를 가리킬 때가 많다.

한국의 재벌 홍보실 역할은 오너가 매스컴에 되도록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앞으로는 아니다.

3세 경영권 세습이 완료되면 백팔십도 달라진다.

경쟁기업보다 더 많이 최고경영자의 얼굴을 팔아야 할 시대가 된다.

CEO 자리는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과도 같다.

따라서 CEO의 말과 행동이 그대로 기업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주가등락이 경영실적 보다는 기업의 이미지 등 분위기적 평가 요소에 많이 좌우되는 시대일수록 CI, PR 못지않게 CEO P.I의 역할이 막중해 진다.

JHO Company Group 오너 비서실과 회장 비서실에는 전문 P.I팀이 90년대 이미 만들어졌다.

그들은 오너와 최고경영자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JHO 혹은 가온 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일치시키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의상 스타일링은 기본 중에 기본일 뿐.

분 단위로 일정을 소화할 때 류지호는 하루에도 옷을 여러 번 갈아입을 때도 있다.

P.I.팀이 가장 많이 하는 업무가 취재관련 준비다.

류지호의 취재 일정이 결정되면, P.I팀에서 해당 기자의 인물정보와 그가 기고한 기사들을 입수해 확인 작업을 거친다.

그런 후 인터뷰 전략을 수립한다.

매체의 특성과 지면 성격에 걸맞은 인터뷰 워딩을 짠다.

TV 매체일 경우에는 인상적인 제스처와 표정, 자세까지 꼼꼼하게 제시한다.

호소력 있고, 참신한 캐치프라이즈, 매력적인 수사법, 적절한 비유 등을 사전에 준비해 류지호에게 주지시킨다.

류지호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사하도록 할지를 세밀하게 연구·검토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인터뷰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P.I팀의 임무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류지호가 한 말들 대부분은 그들과 의논해서 만든 워딩들이다.

영화나 경제 분야 잡지사가 기획한 인터뷰에 응할 때는 또 다르다.

대담자가 유명한 평론가라면 그가 즐겨 쓰는 논리전개의 구조를 미리 파악하기 위해 과거의 관련기사 등 문헌정보를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그를 통해 류지호에게 적절한 대화법이나 매너를 제시해 준다.

기자회견의 경우에는 더욱 세심한 준비를 해둔다.

기자들은 질문에 대해 명쾌한 대답을 듣기를 원한다.

반면에 회견자는 곤란한 질문에 대해서는 회피하려고 하고.

적당히 얼버무리거나 애매모호한 대답으로 넘어갈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가치관이 다른 상대에게 어떻게 하면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이해시킬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는 것도 P.I 담당자의 업무 중에 하나다.

이번 방중기간 제니퍼 허드슨은 류지호의 언론 인터뷰를 최대한 통제했다.

중국 언론들이 인터뷰어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왜곡해 보도하는 경향이 심하기 때문이다.

전략적 준비 없이 진행된 인터뷰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에 애초에 류지호를 중국 언론 앞에 노출시키는 것을 최소화했다.

미국의 많은 유명인사들이 SNS를 즐겨 활용하고 있다.

정작 미국의 주요 SNS 서비스 회사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류지호는 전혀 활용을 하지 않고 있다.

비서들이 류지호의 계정을 대신 운영하지도 않고.

P.I팀과 참모들도 강력하게 SNS 활용을 권하지 않고 있다.

NeTube 채널에 간혹 짧은 동영상을 올려둘 뿐.


“소셜 미디어의 특성상 준비되고 걸러지지 않은 채 보스의 사생활과 개인적인 판단, 선호가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권하지 않습니다. 전략적인 큰 그림을 바탕으로 한 신중한 소통이 아니라 순간적이고 감성적인 소통에만 치중하다 보면 예기치 않은 구설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P.I팀장 에바 산타나(Eva Santana)가 한 말이었다.


“도대체 일은 언제 하는 거야?”


일부 실리콘밸리 창업자들이 SNS 상에서 듣는 소리다.

하루 종일 SNS만 붙잡고 있는 것처럼 많은 글이 올라오는 이들을 저격하는 말이고.


“대중과의 소통량을 늘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PI 관점에서 젊은 스타트업 스타들에게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조언하자면 우선 목표 이미지에 대한 명확한 정립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미스터 할리우드라는 닉네임은 처음 긍정보다 부정적 이미지가 컸지만 현재는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렸습니다. 보스의 친구인 일론 리브스는 괴짜 엔지니어라는 이미지를 얻었지만 이 역시 대중의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론 리브스는 <아이언맨>이 개봉하고 나면 토니 스타크의 모델이란 이미지가 덧칠해진다.

심지어 <아이언맨Ⅱ>에 카메오로 출연까지 한다.


[일론, 멀린 엔진 끝내주더군.](스페이스X의 실제 로켓 엔진)

[전기 제트기를 구상하고 있어.](이때는 그저 농담)

[그래? 그럼 같이 만들자구.](미래에 류지호가 하는 제안)


일론 리브스는 Flitter를 PI에 적극 이용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심지어 수백 만 명의 팔로워를 통해서 TESLAS 마케팅에도 쏠쏠하게 써먹는다.

그가 날리는 단문 하나하나가 뉴스의 초점이 된다.

그래서 종종 TESLAS 주가를 출렁이게 만드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


[내가 볼 때 TESLAS의 주가는 지나치게 높다.]


이 한마디로 인해 이전 삶에서 다음날 주가 10%가 빠진 일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 것까지 모두 고도로 계산해서 일거수일투족을 행한 것이라면, 일론 리브스는 천부적인 PI 전문가이자 전략가라고 할 수 있다.


‘내 생각에는 전혀 아니올시다지만....’


CEO의 이미지는 그가 회사에 몸담고 있는 동안에는 그 개인의 이미지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해당 기업과 조직에 대한 사회적 평판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스테픈 잡스나 일론 리브스의 사례처럼 CEO의 대외적 이미지가 사회적 평판과 신뢰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주가로 표현되는 기업 가치에 반영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다.

기업 내부적으로도 P.I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구성원이 자기 조직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하고 충성심을 견인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사례가 바로 류지호다.

미스터 할리우드.

미다스의 손.

리틀 버펫이라 불리는 투자의 귀재.

동반성장, 윤리경영, 성공신화... 기타 등등.

그 같은 수식어로 표현되는 류지호의 이미지는 그룹의 임직원들에게 자부심과 함께 안정감을 선사한다.

그런 대단한 인물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에서 로열티가 절로 생겨난다.

관객(고객)의 만족과 행복을 위해 정열을 바치는 젊고 패기에 찬 오너.

마약, 섹스, 파티를 즐기지 않는 모범적인 슈퍼리치.

서핑과 오프로드 드라이브를 즐기는 활동적인 성향.

최연소 기부왕 등.

언론에 노출되는 류지호의 표정에는 무뚝뚝하거나 뚱한 표정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항상 웃고 있거나 밝은 표정들이다.

서핑, 태권도, 오프로드 라이딩 같은 이미지가 함께 따라다닌다.

밝고 건강한 이미지는 JHO와 가온그룹 전체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로 덧입혀진다.

소비자들의 뇌리에 그 같은 이미지가 강하게 심어진다.

당연히 중국에서도 류지호의 이미지는 매우 긍정적으로 퍼져 있다.

한류 이미지까지 버무려져 있다.


- 풀 프로스펙은 FANTA 스포츠의 유통능력과 자본력을 발판 삼아 공격적인 영업활동을 벌일 예정입니다.

- PISA 코리아는 FANTA 스포츠의 중국에서의 고성장이 매우 반갑고 기대감이 큽니다.


두 회사 사장들과 류지호가 나란히 앉아 기자회견에 임했다.


- PISA 코리아가 디자인 서비스비 명목으로 매년 수십억 달러의 로열티를 받게 됩니까?

“수십억 달러가 될지 알 순 없습니다. 그 말은 풀 프로스펙이 엄청난 매출을 기록한다는 말이 됩니다. 부디 그런 날이 빨리 오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암튼 풀 프로스펙은 도매매출의 일정 퍼센트를 로열티로 지불하게 됩니다.”


이전 삶에서는 3%를 받았다.

이번에는 5%다.

류지호의 가온그룹이라는 프리미엄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인해 새롭게 체결된 상표권 계약상 앞으로 별도 계약이 없이도 자동 갱신이 된다는 겁니다. 양사 모두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갈 수 있는 매우 만족스러운 계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PISA 코리아는 중국의 로열티 수익뿐 아니라, 지분법 이익 효과도 보게 된다.

지분 49%(나중에 줄어듬)에 해당하는 지분법 이익이 PISA 홀딩스 회계에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전 삶에서는 연간 최대 500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지분 변동에 따라서 지분법 이익이 그 두 배가 될 수 있다.

기자간담회는 무리 없이 진행됐다.

그런데 회견 말미에 다소 황당한 질문이 나왔다.


- 미스터 할리우드에게 묻습니다. 중국이 과연 민주화 없이 초강대국이 될 수 있다고 봅니까?

“노코멘트 하겠습니다.”


중국 기자가 류지호를 도발했다.


- 불편한 질문입니까?


류지호는 당황하지도 난처해하지도 않았다.


“저력 있는 신흥국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겁니다.”


물론 주어는 없다.


- 한국과 같은 중견국도 세계전략, 대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까? 그렇다면 그 대전략이란 것이 뭐라고 봅니까?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중국과 더욱 친하게 지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디 매체인지 알 수 없는 중국 기자가 계속해서 류지호를 자극했다.


“나는 외교 분야의 전문가가 아닙니다. 굳이 짧은 식견을 풀어내야 한다면... 폴 케네디의 <강대국의 흥망>을 인용하겠습니다. 그 책에서는 17~18세기 영국의 부상을 이야기 하면서 민주주의를 주요 변수로 거론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UCLA의 어떤 교수는 민주주의보다는 정치적인 안정이 더 중요하다고 보기도 했습니다. 영국이 명실상부한 민주국가가 된 것은 1928년. 미국도 여성과 흑인에게 참정권을 부여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영·미식 민주주의가 중국에 도입되면 지역 갈등 등 불안정을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봅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부를 창출하기 위해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훌륭한 거버넌스, 전쟁의 부재, 예측 가능한 세금 부과. 내가 배운 바로는 민주주의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전쟁과 관련해 미국은 예외입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대공황에서 벗어났고 강대국 위치를 확립했습니다. 미국 사례는 아마 애덤 스미스를 매우 놀라게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런 방식으로 새롭게 강대국이 되는 국가는 나올 것 같지 않습니다.”


무슨 개소리냐?

질문한 기자의 표정이 그렇게 묻는 것 같았다.

류지호는 부연설명을 해주지 않고 마이크에서 멀어졌다.


“......”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기자 몇 명이 류지호가 방금 한 말을 되짚어 보았다.

폴 케네디의 베스트셀러 <강대국의 흥망>을 읽어본 몇몇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강 눈치를 챈 모양이다.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 말해도 문제가 된다.

되지 않을 것이라 말해도 문제가 되고.

그걸 류지호가 모를 리가 없다.

때문에 뜬구름 잡는 식으로 답을 내놓았다.

결론은 이런 것이다.

폴 케네디는 <강대국의 흥망>에서 일본이 미국을 제치고 초강대국이 된다고 전망했다.

그가 책을 집필할 때는 정말 그렇게 될 것처럼 일본의 기세가 대단했다.

그러나 책이 출간된 후 얼마 안 가 일본에게 잃어버린 10년이 찾아왔다.

결국에 강대국이긴 하지만 초강대국(G2)에서 점점 밀려나 한국 같은 신흥국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일본처럼 되지 않는다면, 미국을 뛰어넘는 초강대국이 될 수 있고.

그 반대로 일본처럼 무너져 초강대국이 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대충 그런 말이다.

전형적인 알맹이 없는 대답이다.

왜곡된 해석에 대해 해명하기도 쉽다.


“나는 그저 <강대국의 흥망>이란 책을 예로 들었을 뿐이다. 그 어디에도 신문 기사가 이야기하는 말을 한 적이 없다. 내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왜곡 기사를 썼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메이저 언론사 기자들은 인터뷰 기사를 내기 전 문제가 될 만한 워딩에 대해서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당사자에게 최종 확인을 하고 기사화한다.

중국 언론에게 기대할 수 없는 부분이다.

황당한 질문과 유도실문을 대놓고 하는 것이 중국 기자들이다.

말려들면 한없이 피곤해진다.

대답 안 하면 비겁하다고 하고, 직설하면 비난의 화살을 퍼붓는다.

게다가 류지호 정도 되는 거물은 단순히 입조심 가지고는 안 된다.

원하는 방향으로 여론을 움직일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입을 열어야 한다.

여담으로 류지호가 언급한 <강대국의 흥망>이 중국에서 잠시 베스트셀러가 된다.


“연회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가시죠.,”


기자회견을 마친 류지호는 관계자들과 함께 조촐한 파티에 참석했다.

중국에서 어떻게 점유율을 높일지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2010년대에 접어들게 되면 한류스타를 마케팅에 활용한 PISA와 프로스펙스 매출에 힘입어 FANTA 스포츠가 부동의 1위 업체 린닝을 따돌리고 시장점유율 1위에 등극하게 된다.

이후로 단 한 번도 중국내 점유율 1위를 빼앗기지 않는다.

2016년에 가서는 일본과 한국의 스포츠 의류 전문 기업과도 합작회사를 설립해 중국 내 생산 및 판매를 맡게 된다.

FANTA 스포츠는 중국의 빅4들과 격차를 꾸준히 벌리며 중국 부동의 1위, 매출만 놓고 보면 글로벌 3위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그를 통해 PISA 브랜드는 중국에서 고급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되면서 가격이 비싸진다.

그럼에도 꾸준히 매출이 상승한다.

중국의 관광객과 보따리 상인들이 한국을 방문해 중국보다 저렴하게 판매되는 한국 PISA 매장을 싹쓸이 해가는 진풍경을 자주 보게 된다.

풀 프로스펙은 2009년부터 중국 ‘올림픽위원회 공식 스폰서’를 담당하며 중국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유니폼과 제품들을 협찬하기 시작한다.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공식 스폰서까지 13년 간 중국 국가대표 스폰서 기업을 차지하게 된다.

PISA 코리아는 직접 중국 시장에 나가지 않는다.

다만 중국의 대표 스포츠의류 기업인 FANTA 스포츠를 통해 중국 공략에 나서면서 안정적인 시장 안착에 성공하게 된다.

중국 기업을 앞세운 덕분에 한한령을 비롯한 외교마찰도 피해간다.

반쯤 중국 제품이란 인식을 심어주면서 프리미엄 전략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즐거운 불금 보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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