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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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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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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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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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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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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나라가 평온하면 우리가 돈을 못 번다.”


언론은 늘 논란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논란을 부추기기까지 한다.

정작 대중들은 큰 관심이 없는데도.


- 영화로 재조명되는 흥남철수.

- 할리우드판 반공영화?

- 미중 신경전 속에서 장진호 전투 영화화하는 류지호.

- 맥아더의 오판, 장진호 전투의 이면.

- <생명의 항해> 할리우드+충무로 초특급 스타 총출동?

- [할리우드통신] 반공영화와 용공영화 논쟁 속에서 기획되고 있는 6.25영화.


캐스팅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편을 갈라 벌써부터 논쟁 중이다.

진보와 보수 성향 언론의 논조가 갈리며 뜬금없이 반공이니 용공이 용어 논쟁까지 벌어졌다.

한 사안을 놓고 논점이 갈리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왜 하필 미국의 시선으로 우리의 전쟁을 다루는가. 미국 시민이 된다고 해서 한국인의 정체성이 없어지기라도 하던가. 미국의 시선으로 묘사된 한국전쟁이 할리우드의 영웅놀이로 전락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 경양일보, 칼럼.


[미군이 한반도의 비극적 전쟁에서 구원자처럼 비춰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 겨레일보, 칼럼.


보수 언론에서는 할리우드에서 50여년 만에 제작되는 한국전쟁 소재 영화라는 점을 부각했다.

실제로는 30여 년만이다.

1981년의 제작된 망작 <Inchon>을 지워버린다면 1970년 작 <MASH> 이후 본격적으로 다루는 한국전쟁영화가 된다.


[6·25전쟁은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사이에 일어나 미국의 젊은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전쟁이다.]


오랜만에 제일신문에서 맞는 말을 했다.

보수신문들은 모처럼 류지호가 의미 있는 영화를 제작한다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신흥보수 계열 언론에서는 때 아닌 ‘625동란’'625사변‘같은 구시대적 표현들을 끄집어내며 진보적인 시민사회를 자극했다.


[한국전쟁이라는 표현은 남한의 북침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변이나 난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다.]


진보와 신흥우파 언론에서 한국전쟁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였다.

한편 대중들은 류지호의 차기작이 전쟁영화라는 것에 큰 관심을 보였다.


- 류지호가 6.25 소재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영화 만들어 낼까?

└ 성향상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신파는 없을 거임.

└ 좌파 감독이라 북한을 좋게 표현할지도 모름.

└ 님아 장진호 전투 모름? 흥남철수 안 배웠음.

└ 무식한 넘. 류지호가 찍을 영화는 중공군이 나쁜 넘이다. 빨갱이가 아니라.

└ 네가 더 무식하다. 625를 누가 일으켰는지 모르냐?

└ 둘 다 나쁜 넘. 싸우지 마라.


- 제발 군사독재 시절의 국군홍보 영화끼를 못벗은 지금까지의 한국전쟁영화와는 차원이 다른 영화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

└ 미국 전쟁홍보영화일 확률 백 퍼.

└ 설마 배달의 기수처럼 나오진 않겠지?

└ 배달의 기수 욕하지 마세요 엄청 교훈잇는 영화인데.

└ 최소한 배달의 기수는 넘어설 거임. 제작비가 천억이 넘는다고 함.

└ 오! 인천이라고 배달의 기수급 할리우드 영화도 있음.

└ 세계평화연합교 교주가 제작한 영화 아님요.

└ 한국 망신 다 시킨 영화로 알고 있네요.

└ <생명의 항해> 감독이 류지호다. 다들 걱정 마라.


- 교훈만 있음 재미는 없음. 제발! 레모처럼만 찍어주길.

┖ 안돼!!! 치운이 탱크랑 맞짱 뜨는 것처럼 3840 유격대가 수류탄으로 탱크 뚜껑 따는 거 안 보고 싶어요 ㅠ ㅠ

┖ 오~ 3840 유격대를 아시네?

┖ 국민학교 때 재밌게 봤네요


- 류지호가 영화 가지고 잘난척을 쫌 많이 해서 그렇지 다큐멘터리처럼은 안 찍음. 기대해 볼만함.

└ 눈물샘 자극하는 영화는 쌍팔년도 반공영화 필~ 류지호는 좀 더 영화다운 걸 보여주지 않을까.

└ 웬지 블랙호크다운 같은 극현실주의 영화가 나올 거 같기도 하고....

└ 극현실주의는 모냐 극사실주의면 몰라도.


- 돌아오지 않는 해병 같은 영화 나오는 건가?

└ 돌아오지 않는 해병이 어때서? 영화는 봤냐?

└ 옛날 영화 꼭 봐야되냐?

┖ <돌아오지 않는 해병> 무시하지 마세요 한국영화사에서 매우 중요한 전쟁영화입니다.

┖ 반공영화 아닙니까?

┖ 많은 사람들이 6.25 내내 북한군과만 싸운 것으로 아는데, 실제로 인천상륙작전 다음부터는 북진하면서 북한군은 사실상 괴멸상태나 마찬가지였음. 1951년 10월부터는 주로 중공군과 연합군이 싸웠음. <돌아오지 않는 해병>은 1952년 3월부터 이어진 사천강 전투를 다루고 있는데 그때 적이 중공군이었음. 이 영화가 대단한게 뭐냐면 당시에는 북한이 등장하면 무조건 빨갱이 때려잡는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었는데 말도 통하지 않고 묘사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중공군을 적으로 내세워서 반공적인 메시지나 민족주의 용공 주제를 강조할 수 없게 판을 짠 거임. 권선징악적인 빨갱이 때려잡는 주제에서 벗어나서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나 일반 사람들이 편을 갈라 갈등하는 거나 전우애 같은 것들이 좀 더 부각될 수 있었고. 양공주나 인민재판 같은 당시 사회상도 건드리면서 반공영화와는 다르게 작품성이 나름 있는 영화가 된 거임.

┖ 맞음. 해병대 영웅담 같으면서도 은근히 여운이 남는 영화지요.

┖ 덪붙이자면... 영화에서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너희 둘만은 꼭 살아 돌아가서 전쟁의 증인이 돼라. 수많은 사람이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죽었다고... 인간은 반드시 전쟁이 필요한지 물어봐라.

┖ 전쟁영웅 영화가 아니라 반전영화였네요 ㅠ ㅠ


- 이번 류지호 영화는 감동을 강요하지 않았음 좋겠다. 그냥 시원시원한 블록버스터영화이길.

└ 제발 고증 좀 잘 해라.

└ 한국인이 제작, 감독하는데 설마 대충하려고?

└ 류지호는 미국인!


- 칸에서 상 타면 그랜드슬램인데... 제발 잘 되었으면 좋겠다.

└ 너무 기대하지 마세요. 류지호가 미국에서 찍는 영화는 진지한 영화 없었어요.

└ 맞다. 류지호 영화들은 오락영화 그 이하 이상도 아니다.

└ 님, 전설의 <킬링로드> 모름.

┖ 캬아 <군계>도 빼놓을 수 없죠.


한국의 영화팬들은 대체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비의 10배가 소요되는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일단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예상 제작비가 대략 1,400억 원이다.

적어도 전투씬을 포함해 볼거리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류지호가 <Band of Brothers>를 기획했다는 것을 모르는 영화팬은 없다.

류지호의 할리우드 인맥이 대단하다는 것도 잘 안다.

따라서 초호화 캐스팅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한국전쟁이 배경이다 보니 한국 배우들도 많이 출연할 것으로 예상됐다.

누가 캐스팅 물망에 올랐는지 예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충무로 영화인들을 좌절시킨 뉴스도 전해졌다.

차기작에서 류지호가 계약한 내용이 미국 연예매체 Variety를 통해 흘러나왔다.

원안과 연출료 포함 무려 1,000만 달러 개런티를 보장받았다고 보도했다.

흥행 수익에서 12% 분배 계약을 맺었고.

이 정도만 해도 할리우드 최상위 감독 계약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많이 달랐다.

류지호는 총액 2,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프로듀서 개런티까지 포함해서다.

이 시기 환율로 대략 200억 원이다.

이때는 원달러 환율이 1,000~1,050원 사이를 오가고 있다.

그런데 Lehman Bros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되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나들기 시작하게 된다.

또한 류지호는 흥행 수익의 20%를 보장받았다.

영화 <킹콩>에서 로비 잭슨이 2,000만 달러에 계약한 이후로 가장 큰 규모의 감독 계약이다.

계약내용에 대한 것은 철저히 비밀로 붙여졌다.

<생명의 항해>가 <반지의 제왕>급의 흥행 대성공을 거두지 않는 한은 이번 계약 금액이 외부에 알려질 일은 없다.

어쨌든 1년여 동안 차기작 소식이 없던 류지호다.

작품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며 전 세계 영화팬들의 기대감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미스터 할리우드로 잘 알려진 류지호가 이르면 올 연말 새로운 영화의 촬영을 시작할 전망이다. JHO Pictures의 앨런 포스터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한 현재 각본을 수정 중에 있으며, 올해 안에 크랭크 인 할 것이다. 그러나 일정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Jay가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속단할 순 없지만, 현재 프로덕션 디자인팀과 프롭 마스터가 사전 준비를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현재 워킹타이틀 <생명의 항해>의 각본은 <포레스트 검프>로 오스카 각색상을 수상한 앨튼 로스가 집필하고 있다. 관건은 류지호가 원하는 배우들을 모두 불러 모을 수가 있을 것인가. 현재 주요 배역에 에드워드 하디와 윌리 워커가 거론 되는 가운데 절친으로 알려진 매트 데이만과 밴틀리 애플릭, 배런 랜프로 등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비벌리힐즈의 모처에서 제라드 깁슨과 미팅을 가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참고로 작년 개봉한 류지호의 <Frank Castle>은 전 세계에서 3억 6천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지금까지 류지호 최고 흥행성적은 <Remo : The Destroyer Ⅲ>의 6억 2천만 달러였다.]

- The Hollywood Reporter.


❉ ❉ ❉


Battle of Chosin Reservoir.

장진호(長津湖) 전투를 미국에선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Chosin'은 '장진(長津)'의 일본어식 발음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가진 작전 지도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작성한 것을 영어로 옮긴 것에 불과했기 때문에 장진저수지를 미군은 초신(Chosin)이라고 칭했다.


“한국인이라면 한국 고유지명이 일본식으로 알려진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어.”

“참전 당사자들도 Chosin이라 알고 있다면서?”

“미국에서 그렇게 보도가 되어 알려졌기 때문이지. 굳이 고칠 이유도 미국에서 모르고. 그래서 여전히 Battle of Chosin Reservoir로 표기하는 것이고.”


미국에서 장진(Changjin)이라고 하면 모르고, 초신(Chosin)이라고 해야 알아듣는다.

그것도 한국전쟁에 관심이 있는 미국인에 한해서.


“그래서 영화에서 그런 세밀한 것도도 짚어주려고?”

“응.”


류지호는 카투사 주인공이 일본 지도에 Chosin Reservoir로 표기된 지명을 Changjin Reservoir로 바꾸는 에피소드를 넣었다.

영화 속에서 카투사 주인공은 장진호뿐만 아니라, 작전 지역 전체의 지명을 한국식 영어표기로 죄다 바꿔놓는다.

영화적으로 만들어낸 장면이다.

실제 그런 일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


“한국영화에 백날 넣어봐야 미국이든 세계 어디든 알아주지 않으니까. 나름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달링의 영화에서 한다는 거잖아. 달링의 영화는 사소한 것도 뉴스가 되고 이슈가 되니깐.”


물론 류지호가 인터뷰에서 관련 언급을 할 것이고, 보도자료를 통해 고증과 관련해 바로잡을 부분을 짚어줄 테지만.


“한국인들은 왜 그런 달링의 맘을 몰라줄까? 때 되면 맨해튼 스퀘어에 한국관련 광고도 해주고, 공공외교에도 남모르게 많은 일들을 하고 일본의 만행에 대항에 여러 조치들을 하는데....”


류지호의 미국시민권 취득 논쟁으로 알게 모르게 레오나도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남의 욕은 쉽게 하면서 그 속사정을 알아볼 생각을 하지 않는 대중들이 야속했다.

그 행태들로 마음고생을 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며 속상하기도 했고.


으쓱.


류지호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

역사 왜곡 논란을 의식해 일부 역사적 사실을 아예 영화에서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흥남철수 작전에서 민간인 구출에 크게 기여했다고 알려진 모 장군에 관한 내용이다.

그 장군이 일제에 부역했다는 걸 알고 있기에 도저히 영웅처럼 보이도록 묘사할 수가 없었다.

대신 한국의 쉰들러라 불리는 ‘닥터 현’이란 인물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를 구성했다.


[장군님, 도와주십시오. 우리 국민을 도와주십시오. 제발... 우리가 이대로 떠나면 저기 남은 피란민들은 다 죽습니다. 중공군의 공격에 몰살당할 겁니다. 제발 저들을 살려주십시오.]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닥터 현이지만, 시선만큼은 미군 위주다.


[선장! 이 배에 몇 명까지 태울 수 있지?]


연합군이라면 몰라 한국 피란민의 눈물겨운 탈출 모습은 서양인들에게 그렇게까진 감동적이지 않다.


‘대신 위기에 처한 한국인에게 선행을 베푼, 수십 톤의 전쟁물자까지 포기하고 그 자리에 피란민을 태운 미국인에게 감동하겠지.’


같은 영화를 두고도 누구의 시선으로 보는가에 따라 영화가 달라질 수 있다.

류지호는 미국방부로부터 관련 자료를 엄청나게 제공받았다.

The Wall Street Journal을 통해 당시 종군기자가 찍은 사진 1,000여 점도 구했다.

UCLA를 비롯해 미국 내 모든 아카이브를 뒤져서 한국전쟁으로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모조리 구해서 관람했다.

할리우드에서 한국전쟁 배경 영화가 영 없는 것은 아니다.

1951~1962년대 사이에 십여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긴 했다.

심지어 장진호 전투와 관련된 영화도 있다.

1951년 제작된 <Fixed Bayonets>다.

이 영화가 장진호 전투를 모티브로 해서 만든 본격적인 한국전쟁 배경 할리우드 영화였다.


“제임스 딘이 등장할 줄은 몰랐네.”


영화를 보던 중 류지호는 깜짝놀랐다.

제임스 딘이 영화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비록 영화 마지막에 잠깐 등장하는 것이었지만.

이후 좀 더 직접적으로 장진호 전투를 다룬 영화는 1952년에 제작된 <Retreat, Hell!>란 영화였다.

미해병대 한 중대를 지휘하게 된 대위가 장진호 근처에서 중공군을 만나 부대가 전멸할 위기에서 침착하게 철수작전을 전개한다는 내용이다.

같은 해 제작된 <One Minute to Zero>도 한국전쟁 배경 영화다.

아직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만들어진 영화들이다.

휴전이 된 후에는 소설 ‘The Bridges at Toko-Ri’를 영화화한 <원한의 도고리 다리>가 제작됐다.

1954년에 개봉한 이 영화에는 모나코 대공비로 유명한 그레이스 켈리가 출연했다.

배트맨의 집사로 유명한 마이클 미클화이트경이 출연한 영국영화도 있다.

1956년에 개봉한 <Hell In Korea>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에 영국군 수색대가 중공군과 사투를 벌이는 내용의 영화다.


“미국판 <고지전>인가?”


이전 삶에서 한국전쟁영화 부문에서 꽤 수작으로 꼽히는 <고지전>은 베트남전쟁 중 937 고개 점령작전을 모티브로 한 <Hamburger Hill>의 열화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열화판을 베낀 중국영화도 있었으니....’


암튼 1950년 많은 미군이 사망한 낙동강 전선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미24보병사단의 한 사단이 462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목숨을 건 전투를 벌인다는 영화가 1957년 제작된 <Men in War>란 영화다.

한국에서 <낙동강 전투 최후의 고지전>이란 타이틀로 소개됐다.

1959년에 개봉한 그레고리 펙 주연의 <포크 촙 힐>이란 영화도 있다.

언급한 영화중에서 걸작전쟁영화라고 할 만한 영화는 단 한편도 없다.

대체로 완성도들도 떨어지는 편이다.

1960년대로 넘어오면서 그나마 주목할 영화가 나타났다.

바로 찰스 레드포드 주니어의 할리우드 데뷔작 <War Hunt)>다.

1962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오로지 전투밖에 모르던 한 병사가 한국의 고아 소년을 돌보게 되면서 인간의 존엄성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이 영화에 토미 스커릿(Tommy Skerritt)이라는 배우가 나오는데, 류지호의 UCLA 동문 선배다.

<생명의 항해>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트루먼 대통령 역할이라 출연 분량은 그리 많지 않지만.

영화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 두 곳에서 출간된 책들도 모두 구해 읽었다.

장진호 전투와 관련해 미국에서 몇 권의 책이 출간되기도 했는데, 대표적으로 참전 해병대원이 1957년 낸 <어느 해병대원의 전쟁일지>와 2004년 출간된 <브레이크 아웃>이다.

류지호가 후원하는 한국전참전용사 중에도 생존자들이 꽤 많이 남아 있기도 하다.

미국 재향군인회에는 장진호 전투 생존자 모임이 여러 개 있을 정도다.

특히 장진호 해병대 모임이 따로 있다.

90년대부터 그들 모임의 최대 후원자가 류지호다.

류지호가 유별나게 집요하게 고증을 챙기는 것이 아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는 마음만 먹으면 못 구할 자료가 없다.

전쟁영화의 경우 자문그룹이 여러 명이 참여하기에 고증이 허술할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할리우드 영화가 아시아 배경에 대한 고증이 허술한 것은 오만에서 비롯된다.

명백히 직무유기이다.

미국의 역사가 아니라면 적당히 무시되어도 상관없다는 의식이 있다.

미국인들이 역사의식이 없기에 굳이 섬세하게 고증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마인드도 있고.

게다가 아시아 역사와 문화를 다룰 때 아시아계 프로듀서와 스태프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시아계 미국인이 고증을 책임진다는 것이 어불성설이고.

류지호는 <Frank Castle>에서 단 한 장면 나오는 아프가니스탄 장면을 위해 여러 명의 전문가를 고용해 당시 작전을 매우 현실적으로 묘사한 바 있다.

판타지 액션 장르였던 <REMO> 시리즈에서조차 보스니아 전쟁 공부를 꽤나 열심히 했었다.

류지호와 일하는 스태프들은 프리프로덕션에서 고생을 정말 많이 한다.

<생명의 항해>에서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 소위 ‘똥개 훈련’을 시키고 있다.


“뽀대기? What?"

"포대기. 한국 전통 스타일의 아기 운반용 도구로 긴 끈이 연결된 천을 이용해 엄마가 아기를 업을 수 있는 육아용품입니다.“


류지호가 의상 담당 책임자에게 한국의 포대기를 설명했다.

이전 삶에서 뉴욕의 중산층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한국의 포대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일이 있었다.

2010년대 초반에는 미국에서 ‘애착육아 운동’ 열풍이 불었다.

한국의 아기 포대기가 엄마와 아기를 이어주는 놀라운 물건이라는 찬사와 함께 뉴욕의 중산층과 고학력 엄마들 사이에서 열풍이 불었던 것.

애착육아란 말이 거창하게 들리지만, 쉽게 말해 엄마가 아이와 밀착된 육아를 말한다.

포대기로 아이를 업고 집안일을 하거나 외출을 하는 것처럼 엄마와 아기가 분리되지 않고 꼭 밀착되어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아기도 안정되고 육아도 편해진다는 이론이다.

양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아이가 온 몸으로 소통하며 함께 지낼 수 있는 포대기는 애착육아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지만, 정작 포대기의 원조인 한국의 젊은 엄마들은 백만 원이 넘는 외제 최고급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우아하게 밀고 다니는 것을 선호한다.

심지어 2020년대 히트 상품으로 반려견유모차 즉 ‘개모차’가 자리를 잡게 되었고.

2023년에는 ‘개모차‘ 판매량이 유모차를 뛰어넘기까지 했다.

어쨌든 흥남철수 당시 거의 모든 엄마들이 아기를 포대기에 칭칭 싸맸다.

그런 장면을 한국인이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특히 남정네들의 털모자와 아낙들이 머리를 둘둘 말아서 가린 디테일을 신경 쓰세요.”


류지호는 자료사진을 일일이 손가락으로 짚어대며 작은 디테일조차 놓치지 않았다.

사실은 감독이 일일이 의상담당 실무자와 일일이 대화할 일은 거의 없다.

대부분 프로덕션 디자이너와 아트 디렉터와 회의를 많이 한다.

소품 파트에서도 소품 책임자(Property master)가 제시한 것만 확인하면 끝이다.

할리우드 영화 미술 파트에만 10여개의 부서가 있다.

소품 파트에만 구매, 제작, 특수소품(총, 검 등), 장식 등으로 나눠져 있다.

류지호가 할리우드에 자기 사단이 있다고 해서 매번 실무자들까지 똑같지는 않다.

워낙에 분업화가 전문화가 잘 되어 있어서 영화 끝까지 인사도 못 나누는 실무자들도 많다.

때문에 류지호가 수십 개의 각 파트의 실무책임자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충무로는 판이 작아서 어지간한 스태프는 몇 작품하면 다 알게 된다.

그래서 감독이 스태프 이름 기억하고 불러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할리우드 프로덕션 현장은 전혀 다르다.

예를 들어 스윙 갱(swing gang)이라고 불리는 스태프가 있다.

세트 촬영시 가구, 양탄자, 커튼, 램프, 장식, 문손잡이 등 세트의 모든 물품을 즉석에서 손보고 조정하는 것만 전담하는 스태프다.

할리우드 촬영현장에서는 한국처럼 연출부나 촬영팀이 세트의 장식을 마음대로 만질 수도 만져서도 안 된다.

그런 스태프가 가슴에 이름표를 붙이지 않는 이상 감독이 이름을 알 리가 없다.

할리우드 웬만한 영화 한 편에 기본적으로 백여 명이 달라붙어 작업을 한다.

블록버스터는 그 몇 배가 참여한다.

류지호는 <The Killing Road> 제작 때부터 지금까지 주요 스태프의 이름을 웬만하면 다 외워서 불러주고 있다.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에게 인사도 먼저하고, 말도 먼저 거는 편이다.

미국인들이 나이와 관계없이 반말로 대화를 하고 격이 없이 지낸다고 해도.

영화 현장에서 감독은 최고 권위이자 권력자다.


“내가 충무로에서 배운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인사하기가 아닐까 싶네.“


할리우드 최고 정점에 서있는 감독이 말단 스태프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준다면.

그를 위해 뭔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 아닐까.

개인주의 미국이라고 해도 친절에는 친절로 보답하는 것이 당연한 법이다.


“디렉터, 다 왔습니다!”


작가의말

즐거운 설입니다.

어깨에 올려진 걱정, 근심 모두 내려놓으시고

설날의 여유로움을 즐기시길 바래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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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7 놀면 뭐해...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해야지 (1) +2 24.02.21 1,661 74 20쪽
776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6 24.02.20 1,677 74 23쪽
775 내가 오너인 걸 고마워해라... +5 24.02.19 1,662 83 23쪽
774 오빠, 화이팅! (3) +5 24.02.17 1,679 83 23쪽
773 오빠, 화이팅! (2) +6 24.02.16 1,595 84 22쪽
772 오빠, 화이팅! (1) +5 24.02.15 1,669 77 27쪽
771 복댕이! +9 24.02.14 1,675 90 25쪽
770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3) +7 24.02.13 1,598 88 25쪽
769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2) +3 24.02.12 1,662 84 27쪽
»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1) +8 24.02.10 1,678 89 22쪽
767 진작 이런 시나리오 가져오지 그랬어....! +4 24.02.09 1,663 80 26쪽
766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7) +7 24.02.08 1,658 84 29쪽
765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6) +4 24.02.07 1,642 81 25쪽
764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5) +8 24.02.06 1,646 78 26쪽
763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4) +6 24.02.05 1,640 78 25쪽
762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3) +3 24.02.03 1,687 82 24쪽
761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 +2 24.02.02 1,726 78 25쪽
760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1) +5 24.02.01 1,738 77 24쪽
759 슈퍼스타 납셨어, 아주~ +6 24.01.31 1,764 78 27쪽
758 어차피 돈 벌자고 하는 짓인데. +6 24.01.30 1,798 80 23쪽
757 아무나 대기업 총수로 살아갈 순 없는 법이지. +8 24.01.29 1,731 88 25쪽
756 감독님은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3 24.01.27 1,768 86 25쪽
755 일본이여, 이것이 히어로 영화다! +6 24.01.26 1,742 85 27쪽
754 새로운 길을 찾아내 개척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3 24.01.25 1,741 88 24쪽
753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2) +9 24.01.24 1,720 8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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