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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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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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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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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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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납셨어, 아주~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선전(深圳)시는 한국의 서울 못지않은 도시다.

어쩌면 더 거대한 도시일지도 모른다.

중국 당국이 일찍부터 경제특구로 지정되어 집중적으로 개발한 도시다.

이 도시를 방문하기 위해 출입증이 필요하던 시기도 있었다.

헌데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검문 및 출입증을 폐지했다.

이젠 외국인들도 선전시 어디에나 갈 수 있게 완전히 개방됐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도시다.

OICQ를 필두로 한 많은 IT기업들이 한국 기업과 교류를 하고 있기에.

그 때문인지 중국에서 연변을 빼고 조선족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도시다.

류지호(소유 투자회사)는 중국의 인터넷 기업 3대장 PAO(PAIDOU, Aliba, OICQ)의 주요 주주다.

OICQ는 최대 주주, 나머지 두 기업에는 2대와 3대 주주다.

이 시기 PAO의 지분 평가액만 10조 원 이상이다.

이전 삶에서 OICQ 하나만 떼어놓고 봐도 시가총액이 700조 원이었다.

어지간한 전 세계 게임회사와 각국 인터넷 기업들 위에 군림했던 기업이었다.

암튼 류지호가 소유하고 있는 GARAM Ventures가 OICQ의 설립초기 지분 46%를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 바 있다.

이후 회사가 성장하고 2~3차 투자 대거 유입으로 33%까지 비율이 떨어졌다가 현재는 38%까지 지분을 다시 늘려 부동의 최대 주주 지위를 유지 중이다.

남아공 기업 Napspars는 지분이 계속해서 떨어져 21%를 보유 중이다.

류지호와 Napspars 둘을 합하면 창업자들보다 3배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류지호는 대주주 자격으로 IT복합기업 OICQ의 창업자 마즈한(马梓涵)을 만났다.


“나는 OICQ의 경영참여에는 관심이 없어요. 앞으로도 관여할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다시 한 번 회사에 관여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했다.

계약서를 쓸 수 있다고도 했다.

OICQ 측에서는 그렇게 까진 하지 않았다.

이미 류지호는 자신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에 간섭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으니까.

참고로 GARAM Ventures가 이전 삶과 같이 20년 이상 지분을 보유한다면, 약 5000배 투자 수익을 거두게 된다.

다음 행보는 후이저우시를 방문한 것이다.

그곳에 소재한 BWD실업의 자사 첫 번째 전기차 모델의 ‘로드쇼’에 참가했다.

본래 이차전지 회사였던 BWD실업은 2003년 중국의 자동차회사를 인수해 전기차 사업에 진출했다.

본격적으로 전기차 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선전시와 후이저우시의 BWD실업의 시설들을 참관한 류지호는.


“약 2억 주 상당의 주식을 매입할 의사가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들에게 열렬한 환영의 답변을 들었다.

한창 투자금이 필요하던 차였고, 미스터 할리우드가 투자했다는 사실만으로 2,3차 투자금을 쉽게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비슷한 시기 에드워드 버펫의 Berk-Hath INC도 주식을 매입하면서 꾸준히 BWD실업 지분을 늘리게 된다.


✻ ✻ ✻


선전시를 떠나기 전.

류지호는 중요한 투자계약을 한 건 더 처리했다.

2006년 창업한 스타트업 GFI Technology에 대한 투자건이다.

홍콩 과학기술대학교 (HKUST) 출신의 왕민이 창업한 드론 회사다.

할리우드에서 항공촬영은 필수요소다.

게다가 2010년대 드론은 영상 촬영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 중에 하나가 된다.

류지호는 CamPro의 콜린 우드먼을 지원할까도 생각해 봤다.

그의 능력으로 봤을 때, 한우물만 파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완전히 자회사로 편입된 NSS(Nettmann Shooting Systems)도 염두에 둔 적이 있지만, 그곳 역시 자이로를 활용한 특수장비 개발에 매진하는 편이 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후로 프랑스의 Macaw나 캐나다의 3D Robotics에도 투자했다.

그러다 선전시를 방문하고 나서야 이전 삶에서 드론 분야 절대강자 GFI.

일명 ‘따정’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선전에서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양산까지 보통 6개월~1년이 소요되고, 프로토타입 제작까지 드는 비용은 1만 위안으로 원화로 약 170원 정도입니다. 인건비 제외된 액수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또 한국과 일본 등과 비교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까지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케리 델리아란 이름의 GMG Technology의 중국 총괄의 설명이었다.

잠시 둘러 본 것뿐이지만,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하드웨어 스타트업 환경이었다.

이전 삶과 마찬가지로 GFI Technology가 전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 70%을 달성하게 되면, 중국 드론 기업들의 절반 이상이 이곳 남부 해안 도시 선전에 적을 두게 된다.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하드웨어 창업의 중심지가 된다.

물론 이 시기에도 이미 중국 제조업의 메카이긴 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에 부품을 조달할 수 있으며, 가장 신속하게 시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화창베이 전자 시장이 있기에.


“짝퉁의 수준도 상당합니다. 구분법을 알지 못하면 모조품과 진품의 구분이 힘들 정도입니다.”

“중유웨이도 이 도시에 있지 않나....?”

“맞습니다. 선전시 최대 납세자가 중유웨이 그룹입니다. 한 번 둘러보시겠습니까?”

“괜찮아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가보는 걸로 합시다.”

“예. 보스.”


케리 델리아도 의례적으로 한 말일 뿐.

중유웨이(中有為) 그룹에서 예의를 갖춰 초대한 것도 아닌데, 굳이 찾아갈 이유는 없다.


“난산구로 가시죠.“


케리 델리아가 류지호와 매튜 그레이엄을 GFI Technology 사무실로 안내했다.

류지호는 그곳에서 500만 달러짜리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평소 다루는 금액에 비해 적어보이지만, 사실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치곤 상당한 액수다.

서명 후, 즉각적으로 법인 계좌로 500만 달러가 입금됐다.


‘역시... 미스터 할리우드!’


이번 GFI Technology 투자에는 약간의 행운이 따랐다.

중국을 방문하는 시기에 공교롭게 왕민과 GFI Technology의 상황이 그리 좋지 못했다.

지난 2006년에 왕민은 친구 둘과 대학교 기숙사에서 회사를 창립했다.

경진대회 우승 상금과 대학에서 받은 장학금을 창업자금으로 삼았다.

꿈과 희망에 부풀었던 것과 달리 위기가 찾아왔다.

외부적 위기가 아니었다.

내부에서 불거졌다.

잘되는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은 대체로 완벽주의자다.

왕민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개발과정에서 동료들을 들들 볶아댔다.

결국 창업 2년 만에 초창기 멤버들이 모두 회사를 떠났다.

경영 상황도 매우 악화됐다.

그때 GMG Technology의 중국 사무소가 접근했다.

왕민으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마침내 류지호의 중국 방문에 맞춰 투자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 GFI 드론을 뜯어보면 거의 MacIntosh 제품을 뜯는 것 같은 느낌이야.


이전 삶에서 충무로 드론 촬영기사가 한 말이었다.

그만큼 세련되고 디테일이 우수하다는 소리였다.

많은 이들이 독보적인 기술력과 디자인을 칭송했다.


'사실은 초창기에는 거의 카피 제품에 가까웠지.'


어쨌든 단 7~8년 만에 전 세계 드론 시장의 70%를 장악했었다.

창업 11년 만에 기업가치가 무려 100억 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먼저 관련 시장에 뛰어든 업체는 프랭스의 Macaw였다.

그들이 한창 개발할 때는 안 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반면에 왕민이 업계에 뛰어들 때는 소재, 배터리 등 관련 산업에서 신기술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발되었다.

13억 인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국 인재 풀과 시장도 한 몫 했고.


“내가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많은 이들이 돈을 싸들고 너를 찾아올 거야. 그땐 어떻게 할 거야?”


류지호의 물음에 왕민이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충고 하나 해도 될까?”

“듣고 싶습니다.”

“돈은 많을수록 좋지만. 때론 독이 되기도 해. 잘못된 투자계약으로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고 투자약정에 온갖 독소조항이 삽입될 수가 있어. 회사를 마음대로 이끌고 싶다면 오늘의 어려움만 생각하지 말고 먼 훗날에 닥칠 경영권 리스크도 함께 고려하도록 해.”

“명심하겠습니다.”

“난 투자만 할 뿐, 이사회에도 안 들어가. 경영에 전혀 간섭 안 해. 1년에 한 번씩 주주들에게 보내는 주주 레터나 보내주도록 해.”

“예, 예?”

“가능하면 이메일이 아니라, 종이 편지로 보내도록 하고.”


주주 레터.

기업이 주주들에게 보내거나 그 반대로 주주가 기업 최고경영자에게 보내는 서한이다.

Berk-Hath INC의 에드워드 버펫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나 Amazonia.com의 제프리 자이스가 1997년부터 매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은 전 세계인이 주목하는 주주레터다.

A4용지 3~4장에 지난해의 사업현황이 정리돼 있는 것은 기본이고, 올해 경제 상황을 반영한 사업 방향과 한계, 리스크에 대한 대응책까지 가감 없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시 상장 첫해부터 시작된 제프리 자이스의 연례 편지는 회사 신뢰도를 크게 높이며 Amazonia.com의 시가총액을 올리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에드워드 버펫의 공개서한은 압축적인 투자가이드로 여겨지기도 한다.

때론 Berk-Hath에 투자한 초보 투자자들에 대한 교육자료 역할을 하기도 하고.

한국의 대기업 오너들은 사외이사에게도 중요 경영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니 주주를 중요시할 리가....’


반면에 미국은 주주 위주의 친화책을 펼 수밖에 없는 분위기다.

문제가 되는 내용을 숨기다 들통 나면 집단소송을 당하기도 하고,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기 때문이다.

JHO Company Group은 금융 사업 부문은 매튜 그레이엄이, 그룹 차원에서는 류지호가 주주 레터와 비슷한 형태의 편지를 주주와 사장단 및 사외이사들에게 보내고 있다.

물론 비공개 서한이다.

류지호는 주주 레터에서 두 그룹이 지향하는 기업 철학을 담는 동시에 전년도 경영성과를 리뷰하고, 당해 연도 추진 방향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는 편이다.

작년과 올해 주주 레터에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그룹 차원의 대응과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에 대한 전망을 상세하게 풀어놓았다.

오너를 중심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를 대비하고 있다는 것을 주주와 사장단에게 알림과 동시에 2010년대의 비전을 제시하기도 하고.

심지어 미국 제 44대 대통령에 대한 예상까지 곁들여 놓았다.

감염병(신종 플루)에 대한 대비도 당부했다.

언제부터인가 류지호의 주주 레터는 예언서처럼 여겨지고 있다.


“....공개적인 주주 편지를 보내야 하는 겁니까?”

“버펫씨처럼 경영 철학이나 혜안을 주주들에게 설파할 수는 있고?”


사회에서 열 살은 트고 지낼 수 있다고 하지만.

류지호는 세계적인 거물이다.

왕민으로서는 그의 앞에서 절로 겸손해 질 수밖에 없다.


“제게도 언제든지 서한을 보내주십시오. 이메일로 보내주셔도 됩니다. 저만 볼 거니까요.”

“GARAM Ventures의 데이브 보우먼이 주로 연락을 하겠지.”


왕민이 아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툭툭.


류지호가 실망한 왕민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CES에 참석하기 위해 북미를 방문하기 전에 내 비서에게 스케줄을 알려주도록 해.”

“예! 미스터!”


류지호는 GFI Technology의 몇 되지 않는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격려했다.

사인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사인을, 직원들과 기념사진도 찍었다.


❉ ❉ ❉


류지호는 상하이 푸동국제공항에서 곧장 민행구로 이동했다.

민행구는 한국인 주거 밀집지역으로 각광받는 지역이다.

중국어를 못해도 큰 불편 없이 활동이 가능할 정도다.

다수의 한국 기업과 대사관, 영사관 등이 위치하고 있으며, 인근의 4천 세대 아파트 단지의 60~70%가 한국인일 정도로 한국인들의 비즈니스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그곳에 가온호텔도 진출해 있다.

글로벌 브랜드 호텔들과 견줄 정도는 못되지만, 한국에서 출장 온 비즈니스맨들이 애용하는 호텔로 자리매김했다.

지하 2층, 지상 16층의 ‘ㄷ’자 형 건물로 총 310 객실과 최고급 식당 및 원스톱 비즈니스 지원 시설을 갖춘 5성급 호텔이다.

대유개발을 인수합병하며 딸려왔던 연변지역 호텔을 처분한 후 가온그룹이 처음으로 개설한 중국 대륙의 점포라는 상징성이 있다.


“어서 오십시오. 의장님!”


호텔 입구에 정차한 세단에서 류지호가 빠져나오자, 미리 나와 있던 호텔 총지배인과 직원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수고가 많습니다.”


과한 의전을 좋아하지 않는 류지호지만, 중국에서만큼은 허용했다.

약간의 허세가 중국에서는 먹힌다는 판단에서다.

상하이 지점 총지배인 겸 중국 법인 대표이사 양준호는 오성 계열 서라벌호텔 출신이다.

2005년 서라벌호텔 영업본부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했는데, 가온그룹 호텔 사업부에서 삼고초려 끝에 모셔왔다.

호텔리어 25년 경력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중국 대륙에 체인점이 몇 개까지 늘어날지 알 순 없다.

그의 건강이 허락하는 동안 중국 사업을 일임할 생각이다.


“곧바로 객실로 올라가시겠습니까?”

“호텔 좀 둘러보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안 바빠요?”

“괜찮습니다.”


양준호 대표가 직접 호텔 곳곳으로 안내했다.


“마침 작년 10월에 지하철 9호선 전철역이 도보 5분 거리에 개통했습니다. 상하이 국제전시장까지 10분 이내에 이동이 가능하고, 올 하반기에는 근처에 아시아 최대 쇼핑몰이 개장을 하게 됩니다. 상하이 시내까지는 20분, 홍차우공항까지는 10분이 걸립니다. 의장님의 전용기가 내린 푸동국제공항까지는 40여 분이 소요되는 나름 교통 요지에 위치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객실 수도 그렇고 호텔 등급도 그렇고. 기왕이면 최고로 세우지 그랬어요?”


허세의 나라답고 해야 할지.

세계 어디에도 공식 분류로 인정받지 못하는 7성급을 툭하면 언급하는 중국이다.


“중국 최초로 들어선 점포입니다. 현지 사정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도시의 위상을 갖춰가는 상하이가 호텔숙박업 쪽으로 경쟁이 치열하긴 할 겁니다.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상하이에는 청나라 말엽부터 해외 브랜드 호텔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기에 가온호텔은 체급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전액 한국인에 의해 투자되고 운영되는 최초의 호텔 아니겠습니까? 1~2년 동안 마켓쉐어에서 60~70%는 한국인, 20%는 대만, 15% 정도는 일본인을 대상으로 할 생각입니다."

"이미 상하이에는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대형호텔 체인들이 많이 있잖아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비즈니스 고객이 80% 이상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도 하고, 실제로 객실도 비즈니스 고객들을 위한 싱글 룸을 중점적으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우리 그룹 비즈니스맨들이 많이 이용해 줘야겠군요.”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우선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하이는 전 세계 비즈니스맨들이 찾아오는 도시다.

단순 투숙만 생각하고 호텔을 선정하기도 하지만, 비즈니스 지원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면 그 곳으로 몰리게 되어 있다.


“상하이에 있는 한국상공인회를 비롯해 중국과 한국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입소문이 나면 자연스레 한국의 비즈니스맨들이 찾아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저쪽 사무실이 가온누리 여행사 오피스인가 봅니다?”

“예.”


가온웨딩 컴퍼니가 상하이에 진출해 있다.

결혼과 관련해 종합적인 컨설팅을 해주는 것에 신혼여행이 빠질 수 없다.

세계 곳곳에서 영업을 개시하는 가온그룹 계열 호텔 체인에는 여행사 영업소가 입주하는데 투숙객들을 위한 항공권, 골프, 관광 관련 예약 서비스 전반을 제공하고 있다.

특급호텔은 자체적으로 서비스하는 부분이지만, 가온누리 여행사의 전문성을 살려보자는 취지에서 행해지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 호텔의 장문식의 아이디어였다.


“호텔의 정원을 숙박객들을 위한 편의공간뿐만 아니라 상하이 교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민 중입니다.”

“좋은 아이디어에요.”

“교민들이 즐거움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종합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대학 강단에 서려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온에서 어렵게 모신 것으로 알아요. 늦었지만 중국으로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근데 자식들이 제게 그럽니다. 가온에서 불러주면 잔소리 말고 영광으로 알고 당장 가라고. 한국의 취업준비생들뿐만 아니라, 경력직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 하는 기업이 가온이라면서.”

“후학양성을 꼭 학교에서 할 필요는 없잖습니까? 20년이 넘는 호텔리어 경력을 바탕으로 이 호텔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만들었잖아요. 앞으로도 2호, 3호점 계속해서 점포가 늘어날 것이고. 여기서 하는 경험들을 모두 기록해 두세요. 나중에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위한 지침서가 탄생할지도 모르잖습니까?”

"호텔리어가 호텔을 떠나서 무슨 보람을 느끼며 살 수 있겠습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밀려날 나이에 불러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상하이 의료 서비스는 어때요?”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 직원들, 아픈 걸 참고 일하도록 두지 마세요. 양 대표도 마찬가지고.”


해외 생활을 오래 해봐서 누구보다 류지호가 잘 안다.

객지에서 아프면 그때 외로움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른다고.


“예.”


상하이에는 하루 숙박료 1,000만 원이 넘는 스위트들이 여럿 있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자신 소유 그룹의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

스위트룸에서 휴식을 취한 류지호와 매튜 그레이엄이 저녁을 호텔 대연회장에서 먹었다.

상하이에서 근무하고 있는 계열사 직원들을 위무하는 파티를 열었다.

영사관과 교민단체 수장도 일부 초대되었다.

현지 중국인과 조선족 직원들도 참석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국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 아이돌 그룹을 초청해 미니 콘서트를 열었는데, 현지 중국인 직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한국 아이돌을 카피한 중국 그룹도 두 팀을 초대하기도 했다.

상하이 교민들은 한중수교 초기부터 중국진출의 최일선에 서 있었다.

그 같은 자부심이 매우 강했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가장 곤란한 점이 뭡니까?”


류지호가 아네모네 & 컴퍼니 중국PC방 체인 법인장에게 물었다.


“상표권입니다. 중국인 상표 브로커들이 한국 기업의 중국 사업을 방해할 목적으로 무차별 상표등록을 해놓습니다. 상표권으로 인해 로고를 바꾸고 진출한 한국의 모 업체는 중국의 짝퉁 업체가 상표권을 도용당했다고 오히려 가짜가 진짜를 신고해 법적 분쟁도 겪어야 했습니다. 심지어 한국의 오리지널 업체가 중국에서 패소했습니다. 결국 그 업체는 중국 사업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중국은 외국 브랜드라도 누군가 중국 안에서 상표 출원만 먼저 하면 그 사람이 우선권을 받고, 원 주인이 상표권을 되찾기 위한 과정이 매우 힘들다.


“상표권 등록 이전 단계에서는 중국 당국에 상표 이의신청을 하고, 등록 이후 단계에서는 기등록 상표의 효력을 없애는 무효선고를 청구해야 합니다. 과정을 밟으려면 최소 수천만 원이 넘는 비용이 발생하죠. 승소도 장담할 수가 없고 말입니다.”

“......”

“한국의 국내 상표들이 중국에 등록되어서는 안 된다는 법적인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중국 상표법상 규정에 그런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이의 제기를 해도 이기기 힘든 것이 현실입니다.”


류지호가 소유하고 있는 기업은 그 같은 문제에서 한 발 벗어나 있다.

이미 90년대부터 발 빠르게 중국 한자로 상표권을 보유했고, 유사브랜드가 생겨도 고객들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광고와 홍보에 공을 많이 들이기 때문이다.

짝퉁 상표를 피하기 위해 유사 상표도 몇 개 씩 선점해 두었다.

가온은 규모가 있는 대기업이다.

정부나 유관단체가 파악하기도 전에 먼저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반면에 중소업체는 그러기 쉽지 않다.

웬만해서는 파악하기도 힘들고 정부도 뒤늦게 알려주는 상황이 많아서 법률적인 구제는 시간과 비용만 많이 들고 피해는 고스란히 중소 업체가 떠안게 된다.

간부들이 류지호 주변으로 모여들자 양준호 대표가 쫒아냈다.


“자, 의장님도 조금 파티를 즐기실 수 있게 방해하지 맙시다.”


류지호와 잠시라도 대화를 나누기 위해 직원들이 줄까지 섰다.


“내버려 두세요. 이럴 때 대화를 나누지 언제 현장의 이야기를 청취하겠어요.”

“꽤나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셔야 하는 것으로 압니다.”


상하이시 2,000만, 저장성까지 포함해 5,000만에 이르는 인구수답게 결혼 관련 시장도 거대했다.

따라서 결혼관련 계열사가 중국대륙 공략의 첨병으로 삼고 있다.

상하이 필름 스튜디오와의 협업을 위해 영화 사업도 진출해 있다.

특히 생활서비스 기업인 아네모네 & 컴퍼니 자회사들이 많이 진출해 있다.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인 PC방, 노래방도 진출해 있다.

특히 TJ미디어가 현지에 생산공장을 세워 노래방 기계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점이 이채롭다.

CA미디어는 공연기획과 무대음향 분야에서 중국 현지 업체와 합작을 통해 사업을 타진하고 있다.

저장성의 성도인 항저우에는 한양반도체의 자회사 광명반도체의 LED 생산공장이 진출해 있다.

한국 교민도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가온그룹으로써는 소홀히 할 수 없는 도시다.

상하이가 금융·물류·영화 도시이기에 금융 사무소들도 진출해 있고.


“나중에 중국에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되면, 콘퍼런스를 상하이나 선전에서 개최하는 걸 고려해봐야겠어요.”

“전 세계에 퍼져있는 그룹 직원들이 상하이나 항저우에서 휴가를 보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여자 직원 둘이 주변을 맴도는 것이 느껴졌다.


“내게 무슨 할 말 있어요?”

“의장님.... 같이 사진 한 장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

“돼지, 왜 안 되겠어요.”


찰칵!


여자 직원을 시작으로 너도 나도 사진을 찍자고 달려들었다.

가온그룹 직원들에게 류지호는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운 오너다.

글로벌 복합기업의 오너라는 타이틀은 빼고도 할리우드 현역 영화감독이란 점도 자랑거리다.

심지어 칸 국제영화제를 제외한 주요 메이저 국제영화제를 모두 석권한 예술영화감독이기까지 하다.

오너가 기부왕이란 것도 직원들의 자부심이다.

직원복지에 진심인 것도.

선량한 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니까.

작년에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회하며 벌였던 자원봉사가 뒤늦게 알려졌다.

아프리카 각국에 병원을 지어줬다는 것이 널리 알려지면서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금을 벌이는 일까지 있었다.


“슈퍼스타 납셨어, 아주~”


매튜 그레이엄이 놀려대는 것처럼 직원들은 마치 연예인을 만난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라도 인사를 나누고 싶어 하고, 사인도 받고 싶으며, 기념촬영까지 바라는 것이 영락없는 아이돌을 동경하는 소녀팬들 같았다.

특히나 중국 현지 직원들은 아이돌 팬클럽 회원처럼 류지호와 눈만 마주쳐도 ‘꺅꺅‘ 대기 바빴다.


“록스타가 따로 없어.....‘

“무비스타거든!”


류지호는 행사에 참석한 모든 직원과 가족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다음날 아침.


매튜 그레이엄의 컨디션이 썩 좋지 못했다.

감기몸살 기운인가 싶었다.


“아마 시차때문일겁니다.”


스위트룸으로 찾아온 양준호 대표의 말에 짚이는 부분이 있었다.


“아, 깜빡했네요.”


중국은 땅덩어리가 엄청나게 넓은데도 지역마다 시차가 없다.

엄밀히 말하면 시차가 없는 것이 아니라 없도록 정부에서 강제한다.

중국 전 지역이 베이징 시간을 쓰기 때문이다.

넓은 국토 면적에 비해 중국의 인구분포가 대부분 동부 연해지역에 밀집되어 있다.

때문에 인구가 대부분 살고 있고, 경제력이 집중돼 있는 지역의 시간대를 표준으로 삼고 있다.

딴에는 베이징 시간을 표준으로 사용해 효율성을 높인다고 하는데, 서쪽 끝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동부는 4시간의 시차가 있다.

중국 중부지역 쓰촨성에서 동부의 저장성과는 1시간 정도 시차가 있다.

하이난 섬하고도 1시간 반 안팎의 시차가 있다.


“효율 따지다가 지역별 차별을 하는 셈이지.”


대학입시 같은 국가적 행사를 할 때 베이징과 동부지역은 정상적인 시간에 시작하지만, 그 외 실제 시차가 있는 지역은 새벽에 시작해야 한다.

자체적으로 등교와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기까지 한다.


“참... 일당 독재국가니까 가능한 정책이지.”


민주국가였다면 시차로 불편을 겪는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을 터.

암튼 총지배인을 겸하고 있는 양준호 대표가 류지호와 매튜 그레이엄을 살뜰하게 챙겼다.

늦은 아침을 먹은 후, 두 사람 각각 볼일을 보기 위해 따로 움직였다.

가온호텔이 있는 민행구에는 상하이의 명물 중 하나인 통양시장이란 곳이 있다.

필수 관광 코스란다.

류지호는 관광차원이 아니라 민생탐방 일환으로 가볍게 통양시장을 둘러봤다.

상하이가 무섭게 성장하는 시기다.

2020년까지 국제 금융·물류 허브로 육성한다는 계획 하에 막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그로인해 상하이 주변에는 반도체, 컴퓨터, 통신, 디지털가전 같은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이 몰려들고 있다.

쑤저우공업원구에는 1,000여 개의 외국 업체가 입주해 있다.

오성반도체와 노트북 공장도 진출해 있다.

그 외에 자동차로 1시간 거리 내에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와 있다.

JHO와 가온 그룹의 지점이나 연락사무소들도 상하이에 주로 몰려있다.

상하이에서 두 번째 날은 상하이필름 스튜디오 관계자를 포함해 지역 영화계 인사들을 만나고 다녔다.

매튜 그레이엄은 금융사 관계자들과 다양한 미팅자리를 가졌다.

류지호는 중국측 인사들과 주로 골프를 치며 꽌시를 맺었다.

소위 물 좋은 유흥업소로 데려가 신세계를 경험시켜주겠다면 중국측 관계자들이 큰소리를 쳐댔지만, 류지호는 바쁜 일정을 핑계로 건전한(?) 사교활동을 이어갔다.

반면에 매튜 그레이엄은 중극측 인사들이 제안하는 모든 신세계를 다 경험했다.

밤마다 홍콩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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