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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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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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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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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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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진작 이런 시나리오 가져오지 그랬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가 중국을 방문한 사이 할리우드와 방송계가 예년의 활기로 완전히 돌아갔다.

작가파업으로 밀려있던 할리우드 영화들이 촬영 들어갔고, 마무리만 남아 있던 작업들도 속속 완료됐다.

할리우드가 활기를 되찾은 것과 달리 미국 경제에 드리운 먹구름이 더욱 짙어졌다.

미국의 경제가 날로 심상치 않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처해버린 것이다.

미국 5위의 투자은행(IB) 베어스턴스가 직접 운영하는 헤지펀드 2개가 투자한 대규모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월가에서 파다했다.

베어스턴스 파산설이 모락모락 피어났다.

그로인해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그 영향으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수습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게 되자, 월가로 복귀한 매튜 그레이엄은 하루하루가 매우 바빴다.

연일 올라오는 각종 변동·분석·전망 보고서를 확인하고, 대책회의를 하느라 밥 먹을 시간까지 아껴야했다.

한편 JHO 이사회의장 비서실에서는 중국 방문의 성과를 정리해 보고서를 만들어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에게 보냈다.

베이징에서 합동제품설명회를 가졌던 회사들은 주문받은 물량을 제때 납품하기 위해 서두르는 한편 실적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상장사였다면 단숨에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였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이슈로 금방 파묻히고 말았다.


“Eye-MAX MSM 9802로 촬영하겠다고?”

“응.”


류지호의 할리우드사단에 합류한 데온 비베 촬영감독이 고집을 피웠다.

Eye-MAX 6K 디지털 신형 카메라를 거부하고, 부득불 필름 카메라를 쓰겠단다.


“<다크나이트>팀이 카메라 하나를 깨먹어서 현재 MSM 9802가 5대 밖에 없는 건 알지?”

“Eye-MAX DC-016도 두 대밖에 없잖아.”

“그렇긴 한데....”


사용 가능하도록 제작된 카메라가 3대뿐이다.

게다가 한 대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에러로 분해한 상태고.

이 시기 Eye-MAX MSM 9802 시리즈는 단 6대만 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했기에 카메라 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다.


“내가 본사에 물어보니까, <다크나이트>에서 부서진 카메라는 수리가 가능할 거래.”

“비용이 문제지.”


새로 카메라를 제작하는 것과 비슷한 비용이 든다.


“70mm 1.43:1. 그 포맷으로 찍어. 그게 맞는 것 같아.”

“....음.”


류지호는 <복수의 꽃>에서 MSM 9802 카메라보다 더 무식한 카메라로도 촬영을 했다.

당시에 비하면 지금의 Eye-MAX 카메라는 바디 내부 디자인, 필름매거진, 렌즈, 뷰파인더, 전자식 제어 등 모든 것들이 몰라볼 정도로 발전한 상태다.


“일부 핸드헬드나 특수한 촬영은 울트라 파나비전70으로 촬영해도 되고.”

“이종의 카메라를 쓸 거라면 그냥 Eye-MAX DC로 찍고 말지.”


Eye-MAX와 울트라 파나비전70이 똑같이 70mm(실제로는 65mm) 포맷이라고 해서 화면비까지 동일한 것은 아니다.

울트라 파나비전70은 아나모픽 렌즈를 통해 2.76:1의 좌우로 광활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Eye-MAX의 70mm 포맷은 울트라 파나비전70 필름 3개의 프레임을 합친 크기의 프레임에 영상이 그대로 맺힌다.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해 좌우를 압축해서 촬영하지 않아도 70mm 영상을 얻을 수 있다.

특수 렌즈를 이용해 압축해서 촬영하지도 않고, 압축을 풀어서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고, 70mm 필름에 담긴 그대로의 영상을 스크린에 쏘기 때문에 압도적인 크기와 선명함, 밝기 등을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울트라 파나비전70으로 촬영한다고 해도 Eye-MAX DMR 과정을 거치면 1.43:1이 아닌 1.9:1 화면비가 나온다.

결국 울트라 파나비전70으로 촬영해도 관객들은 일반적인 Eye-MAX DMR 영화처럼 오리지널 포맷과 DMR 포맷이 섞인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

필름 시대에서도 잘 쓰이지 않던 70mm 필름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도 문제다.

Eye-MAX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 포맷이 울트라 파나비전70이다.


"또 다시 Eye-MAX라....“


류지호는 친구 태런티노 혹은 놀란 감독처럼 필름 영화에 대한 철학과 고집이 세진 않았다.

그저 활용할 수 있는 도구 중에 하나 일뿐.

필름 포맷 자체가 영화미학에서 핵심이라고 보지도 않고.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맞는 미학을 탐구한다면 혹시 모를까.


“내가 Eye-MAX 필름 카메라로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번 영화로 <라이언 일병구하기>를 뛰어넘어야 하지 않겠어?”


그것이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감이든, Eye-MAX 특유의 관객을 압도하는 무엇이 되었든.

한 참 동안 포맷과 카메라 시스템을 놓고 두 사람이 평행선을 달렸다.

결국 류지호는 데온 비베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메인 카메라는 MSM 9802. 대신... DC 넘버 01, 6를 백업 카메라로 쓸 거야.”

“오케이! 좋았어!”


촬영감독들에게 70mm 포맷은 영원한 로망인 모양이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작업일 텐데도 데온 비베는 신나서 준비를 했다.

당장 <다크나이트> 촬영팀을 만나 그들의 시행착오와 노하우를 청취하는 과정을 가졌다.

한편으로 캐나다 미시소거의 Eye-MAX 본사도 뻔질 나게 드나들었다.


“9802 카메라에는 40mm, 50mm, 80mm, 110mm, 150mm 또 250mm의 프라임 렌즈 세트가 있어.”

“70mm 마운트용?”

“T2.8 중형 포맷 Hasselblatt 스틸 렌즈를 주로 썼지.”

“Eye-MAX가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Hasselblatt 렌즈의 포커스 무빙이 매우 뻣뻣하다는 것만 알아둬.”

“어떻게 해결했지?”

“우리 팀은 파나플렉스에 도움을 청했어.”


데온 비베 촬영팀의 포커스풀러는 Eye-MAX MSM 9802를 다뤄보며 손가락 포커싱의 불편함을 꽤나 토로했다.


“포커스 컨트롤러를 사용하면 그나마 나은데... 매 쇼트마다 또 렌즈마다 다 컨트롤러를 달고 촬영할 수도 없고...”


심도가 낮아 포커스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카메라 매커니즘 특성상 쉽지 않은 일이다.


“파나플렉스의 광학 기술자로부터 도움을 받아도 되겠습니까?”


데온 비베는 Eye-MAX의 기술 총책임자에게 양해를 구했다.


“혹시 파나플렉스의 사사키씨에게 렌즈 개선을 부탁할 겁니까?”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다크나이트>에서 사용했던 사사키씨의 새로운 뷰 파인더는 마음에 듭니다. 대신 50mm와 80mm 렌즈를 손 봐야 할 것 같습니다.”

“Hasselblatt에 의뢰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 로케이션이었다면 ARiCH의 광학 엔지니어에게 부탁했겠죠.”


Eye-MAX Corp.은 영화용 카메라 메이커들에게 견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완전히 다른 영역이기 때문이다.

Eye-MAX는 디지털 카메라 진출에도 크게 욕심이 없다.

Eye-MAX Corp.은 정통 촬영장비 제조사도 아니다.

영화 포맷의 특허를 가진 중소기업일 뿐.

때문에 파나플렉스 소속의 엔지니어가 타사 제품인 Eye-MAX를 위해서 렌즈와 뷰 파인더 및 마운트를 개조하는 것에 부담이 없다.

할리우드 문화는 해당 영화를 위해 필요하다면 순정 카메라를 개조해서 쓰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여긴다.

그렇기에 다양한 필름 포맷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고.

어쨌든 데온 비베는 Panaflex Corp.에 Eye-MAX MSM 9802 기본 렌즈 개조를 의뢰했다.

<다크나이트>에서는 Eye-MAX 특유의 광학 시스템을 버리고 파나플렉스 시스템으로 교체해서 촬영했다.

반면에 데온 비베는 중형 렌즈 몇 개만 새롭게 개량시켜서 온전한 Eye-MAX 시스템을 활용하기로 했다.

데온 비베의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이 차근차근 적용되었다.

그를 통해 많은 부분에서 <다크나이트> 때보다 개선됐다.

Eye-MAX MSM 9802는 커스텀 렌즈와 뷰파인더 등 몇 가지 기계적인 구성요소에서 Panaflex Corp.의 독점기술이 적용되어 성능과 조작성이 개선되었다.

카메라가 정해지자 그립 부문에서도 준비할 것이 많았다.

데온 비베는 JHO Company Group 산하의 NSS(Nettmann Shooting Systems)에 Eye-MAX MSM 9802 모델에 맞는 특수 그립 장비를 발주했다.

그들은 미공군의 F-86 세이버와 소련제 미그15 실물 제트기에 Eye-MAX 카메라를 부착하기 위한 장치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만들어내야 했다.

탱크와 장갑차 등에 카메라를 고정할 장치도 새롭게 제작에 들어가야 했고.

카메라 무게가 40kg에 달하기 때문에 기존 제품들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다크나이트>팀이 썼던 걸 사용할 수도 없고.

그들이 사용했던 그립 장비들은 다른 영화를 위해 또 다시 개조되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고예산 영화들이 대체로 그렇다.

필요에 따라 새롭게 무언가를 꾸준히 만들어 쓴다.

그러니 매번 혁신적인 영화가 탄생할 수밖에.

류지호의 <REMO> 시리즈들에서도 기존 제품을 다양하게 개조하고 또 새롭게 개발되어 사용된 바 있다.

이번 <생명의 항해>에서 촬영 장비뿐만 아니라, 미술·소품·FX·CG 등 다방면에서 새로운 시도와 기술들이 접목될 예정이다.


“여전히 다이얼로그 녹음이 문제네.”


1초에 필름 퍼포레이션(필름 구멍) 360개를 톱니가 긁어서 움직인다.

그 소음을 해결할 방법이 현재로써는 딱히 없었다.

그래서 새롭게 개발 중인 디지털 카메라를 쓰려고 했건만.

물론 Eye-MAX의 디지털 카메라는 불안정했다.

최종 테스트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 단편 영화만 한 편 촬영해 본 것이 다였다.


“데온 너만 믿어.”


촬영감독이 Eye-MAX 운용에 자신 있어 하니 류지호는 믿고 갈 수밖에.


❉ ❉ ❉


류지호의 차기작이 결정되면서 JHO Pictures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공동 프로듀서 앨런 포스터는 미국방부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REMO> 프랜차이즈를 제작할 때는 미국방부의 협조를 전혀 받지 못했다.

일정 부분에서 미운털도 박혀 있었고.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단은 전쟁영화다.

그것도 미국사회에 불만이 많은 미스터 할리우드가 원안을 썼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애국적인 영화다.

실상은 미국방부에게 트집 잡히지 않을 스크립트를 따로 만들어 제출했다.

영화의 최종 완성본에는 미군 만세 부분이 모조리 빠지게 된다.

그것도 모르고 미국방부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진작 이런 시나리오를 가져오지 그랬습니까?”


다만 승패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는 장진호 전투를 부각하는 것은 다소 불만이었다.

그럼에도 스크립트만 보면 미군의 분투(奮鬪)를 그리고 있다.

동시에 흥남철수라는 역사적인 철수작전이 메인이란 점도 높이 사줄만 했다.


“앨튼 어르신이 최종고를 어떻게 정리해서 가져올지 알 수 없지만, 특별히 문제는 없을 것 같아.”


<생명의 항해>에서 등장하는 여러 미군 장성 중에서 특히 맥아더를 앨튼 로스가 어떻게 묘사할지가 최대 관심사였다.

한국전쟁 영웅으로 추앙하는 맥아더는 한국과 달리 미국 내에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리는 인물이다.

정치적 입장이 매우 확고한 앨튼 로스 작가가 과연 어떤 풍자를 영화 속에 풀어놓을지 기대가 됐다.


“중요한 것은 뭘 얼마나 미국방부가 도와주겠다는 것이겠지.....”

“흥남철수 장면 촬영을 위해 해군기지를 내주기로 했어. 만약 그 장면을 한국에서 촬영하게 되면 주한미군의 일부까지 지원해 줄 수도 있대.”

“오, 웬일이래?”

“약간의 물타기?”

“뭐에 대한?”

“네가 지금까지 반전 메시지를 좀 많이 담았어? 공식적으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 반대한다는 발언을 하진 않았지만, 넌 펜타곤에 반전 평화주의자로 찍혔어.”

“언제는 내가 참전용사 지원하는 것 때문에 훈장까지 준다고 해놓고....”

“미해군이나 전쟁박물관에서 보관하고 있는 퇴역 군함들을 일부 지원해주겠대.”

“한국전쟁 당시 모델들이 남아 있나?”


한국전쟁 당시 미군 주력 탱크인 M26 퍼싱 전차와 M60 패튼전차 10대여를 지원하고, 국립전쟁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소련제 T-34/85도 몇 대 내주기로 했다.


“M46 패튼이 아니라 M60....? 구동하는 것들이 아니겠지?”

“뭐 그렇지.”


어차피 파손된 탱크 및 장갑차 잔해는 소품팀에서 제작해야 한다.


“<REMO> 제작하면서 인연을 맺은 미국의 탱크박물관과 개인 소장자들과도 만나서 임대 계약을 체결하도록 해.”

“맡겨 둬. 이미 영국의 보빙턴 박물관의 전차 복원 센터(VCC)의 협조도 이끌어냈어.”

“한국 로케이션은?”

“한국영화에서 사용했던 프롭은 쓸 수 없을 것 같다면서?”

“그런가? 미국에서 모두 실어 날아야 하나?”

“아직 한국의 관계당국으로부터 그 문제에 대해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어.”

“복잡할 거야. 모형 소총 한 자루 수입하는데 온갖 것으로 트집을 잡는 나라가 한국이니까.”

“정 뭐하면 국방부 통해서 주한미군 부대로 보내도 되고.”


여주 WaW종합촬영소 소품실에 구동 가능한 패튼전차 2대가 있다.

그 프롭을 수입했던 방식으로 관계당국에 서류가 접수된 상황이다.

한 달 전에 접수했는데, 아무런 회신이 없는 상황이다.

그 서류에는 한국전 당시 미해병대 군복부터 소총까지 목록에 들어가 있다.

영화용 소품으로 모형총을 수입할 때도 까다로운 절차를 받아야 하는 현실상, 미군 반입물품이란 편법을 써야 할 수도 있다.


“앨런이 좀 더 신경을 써봐.”

“로케이션은 확정했어?”

“메인 촬영은 아이오와 주정부 소유 산악지대로 확정했어.”

“스키장이 아니라? 황무지에?”

“나무가 없어야 하니까.”


자료로 남아있는 사진과 영상자료에는 장진호 일대 고지들이 모두 민둥산이었다.

잦은 폭격과 시야확보를 위해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장진호를 둘러싼 개마고원 산등성이에는 나무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생명의 항해>의 주요 촬영지는 모두 네 곳.

캘리포니아 샌 피드로항의 전함 박물관.

워싱턴주 브레머튼의 키트삽 해군기지.

아이오와 주정부 소유 산악과 평원지대 야외 세트장.

한국의 경상북도 일부 산악지역과 합천 <태극기 휘날리며> 야외 세트.

한국 로케이션 시기에 폭설이라도 내린다면 새만금 간척지에서도 촬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로 했다.


“아이오와주의 파격적인 세금혜택 때문에 제작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 같아.”


아이오와주는 파커가문의 홈그라운드다.

주정부는 물론이고 다양한 곳에서 도음을 받을 수 있다.

겨울도 5~6개월로 상당히 긴 지역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주겠대?”

“현장제작예산에 대한 세금공제 35%가 가장 파격적인 혜택이고. 거기에 7%의 리베이트 인센티브까지 제공하겠대.”

“뉴욕이 제공하기로 한 혜택보다 좋은데?”

“당연하지. <생명의 항해> 프로덕션 유치로 연인원 4,000명 이상 고용효과, 6,000만 달러 상당의 경제파급효과를 얻게 되는데.”


당연하지만 아이오와 주의 영화·방송 인프라는 LA와 뉴욕에 비해 한참 모자랐다.

그런데 옆 동네 시카고는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촬영지다.

아이오와 주에서 부족한 부분은 시카고로부터 조달할 수가 있다.

주도 디모인에서 어지간한 것들은 다 해결 가능하긴 하지만.


“내 영화에 한정된 거야 아니면 앞으로 계속 그렇게 하겠대?”

“할리우드 영화 유치를 위해서 계속 인센티브를 유지하려나봐.”

“파커 형제가 힘 좀 써준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아닌가 보네.....”


그들이 나서기 전에 주정부 차원에서 열렬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럴 정도로 미국의 경기침체가 심각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로 촉발될 금융위기까지 엄습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정부로서는 지역경제를 위해 뭐든지 해야 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와 LA 시장이 계속 넋 놓고 있다가 영화들을 다른 주에 다 빼앗기게 될 거야.”


JHO계열의 트라이-스텔라와 ParaMax 영화들은 밴쿠버에서 로케이션을 많이 하고 있다.

다른 메이저들도 많은 영화를 캘리포니아가 아닌 곳에서 제작하고 있고.


“애틀랜타도 텍사스도 여러 혜택을 제시하고 있어. 이러다가 할리우드 영화는 다른 주에서 제작하고 프리미어만 LA에서 하는 날이 올지도 몰라.”

“아놀드는 뭐래?”

“돈이 없다고 하지, 뭘 뭐래.”


주지사와 LA시장이 자주 류지호에게 전화를 걸어 면담을 제안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는 류지호에게 해법을 물어보기 위해서다.

몇 년째 캘리포니아주의 불경기가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금융위기가 코앞에 닥친 상황이고.

도무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20th 센추리 프랍스가 사업을 정리할지도 모른대.“


할리우드 부동의 소품 대여 1위 업체 20th 센추리 프랍스.

무려 5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할리우드 영화에 소품을 제공했던 역사적인 업체다.


“프랍 하우스(Prop House)의 문을 닫는다고?”

“아마도.”

“왜?”

“많은 영화사들이 LA 지역을 떠나고 있으니까. 업체끼리 경쟁도 치열하고.”

“혹시 캐링씨도 다른 도시로 떠나?”

“Don이 떠나면 스튜디오들이 블록버스터를 어떻게 찍으라고?”


90년대부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소품을 빌려주고 있는 곳이 테크니컬 프랍스(Technical Props)다.

그 업체의 대표가 돈 캐링이고.

LA지역에는 기본 30년 된 프롭 하우스(소품대여소)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30년 역사의 과학-판타지 영화 촬영 전문 소품업체인 ‘모던 프랍스’가 사라지면 리드 스콧이 더 이상 할리우드에서 SF영화를 찍지 못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완전 폐업인지 다른 프랍 하우스에 매각인지 알아봐줄 수 있어?”

“인수 하게?”

“응.”

“그걸 어디에 써?”

“트라이-스텔라 스튜디오 소품창고에 보태주면 좋잖아.”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에 달러가 썩어 난다던데, 네가 뭐 하러 사줘. 배당을 받으면 몰라도.”

“채우고 남은 건 한국으로 보내려고.”

“한국에서 할리우드 영화 찍을 때를 대비해서?”

“겸사겸사.”

“한번 알아봐?”

“내가 인수할 수 있다고는 하지 말고.”

“알겠어.”


몇 달 후, 류지호는 20th 센추리 프랍스를 3,000만 달러에 인수하게 된다.

이전 삶에서는 5,000평에 달하는 창고를 가득 채웠던 소품들을 경매로 처분했었다.

이번에는 업체를 통째로 사들였기에 모든 소품의 소유가 류지호에게 넘어온다.

<생명의 항해> 소품들을 따로 추려서 화물선에 실어 한국에 보내게 된다.

미국에서 류지호가 보낸 소품으로 인해 WaW종합촬영소 소품실이 독립 건물로 이주하게 된다.

기존 양수리 종합촬영소 소품실과 WaW종합촬영소 소품실을 합친 만큼의 소품이 일시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들 소품으로 인해 한국의 광고와 뮤직비디오의 미술이 훨씬 풍부해진다.

일부 시대극 드라마의 미술도 좋아진다.


❉ ❉ ❉


[류지호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준비한다.]


류지호의 차기작이 주요 할리우드 매체를 통해 공개되었다.

그것도 할리우드 영화의 비주류 소재인 한국전쟁 영화라는 점이 부각되어서.

업계 반응은 대체로 시큰둥했다.

2차세대대전이나 베트남 전쟁이라면 모를까.

한국전쟁이라니.

그런데 의외의 나라에서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중국에서 즉각 반응이 튀어나왔다.

한국도 아니고 중국이 예민하게 구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류지호의 차기작은 장전호 전투부터 흥남철수에 이르기까지 과정이 메인 스토리다.

장진호 전투(長津湖戰鬪).

1950년 11월 26일부터 12월 26일까지 함경남도 개마고원 장진 저수지에서 미군과 중공군 사이에서 벌어진 전투다.

미 해병 1만5천명이 12만 명 규모의 중공군에 포위돼 17일간의 혹한 속에서 치열하게 싸워 많은 전사자를 내고 극적으로 철수작전을 펼친 끝에 흥남부두에서 민간인 10만 명과 함께 후퇴작전을 펼친 역사적 사실이다.

이 장진호 전투를 두고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승리를 자처하고 있다.

때문에 류지호가 장진호 전투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제작하겠다고 하자, 중국에서도 똑같은 소재로 영화를 제작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바이(八一)영화제작소 소장이 장진호 전투를 영화화할 계획을 밝힌 것이다.


- 장진호 전투는 중국이 서방 군대를 상대로 첫 승리를 거둔 사건이다. 이 전투에 대한 중국의 독자적인 시각을 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바이 영화제작소 소장이 한 말이었다.

할리우드가 장진호 전투를 왜곡할 수도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 기록으로 보면 해방군은 7일 밤낮 견고하게 진지를 지켜냈다. 전사 시체들 모두가 총을 들고 적이 있는 방향으로 눈을 부라린 채 얼어붙었다. 이 같은 사건이 주는 감동을 영화로 담겠다.


한국인들에게는 <배달의 기수>의 향취를 느끼해 주는 말이었다.

중국의 그 같은 반응에 다시 미국이 반응했다.


- 장진호 전투 당시 적의 7개 사단을 격파하는 대승을 거둬 미 해병대의 위대한 전통을 세웠다.


2004년 조디 워커 대통령이 제1 해병사단 방문 연설에서 장진호 전투 용사들의 공로를 기리며 한 말이었다.

미국 언론은 당시의 대통령 연설을 끄집어냈다.

여러 보수매체에서 장진호 전투의 비사들을 소개했다.

미국은 장진호 전투가 자신의 승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규모가 열 배 가까이 더 많은 중공군을 뚫고 흥남철수작전을 실행해서 기어코 성공시켰기 때문이란다.

사상자도 미군이 수천 명(한국인 포함)선인 데 비해 중공군은 4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중국이 장진호 전투 영화를 찍겠다고 설레발 쳤지만, JHO Pictures는 아무런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류지호 역시 관련 언급을 일체 하지 않았다.

다만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회가 그와 관련해 짤막하게 성명을 냈을 뿐이다.

미국이 차분한 것과 달리 당사자도 아닌 한국의 군 관련 단체들이 까불었다.

자기들끼리 중국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난리도 아니었다.

앨런 포스터 입장에서 영화 제작이 본격화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영화와 관련해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 마뜩치 않았다.


“미리부터 김 빼면 좋지 않은데.....”

“괜찮아. 한국전쟁은 미국에서 크게 주목을 끌지 못하잖아. 중국이 나댈수록 노이즈 마케팅 이 되지 않겠어?”


한국전쟁은 2차 세계대전과 월남전 사이에 끼어 있다.

성공과 실패를 평가할 수 없는 애매한 전쟁인데다가 미국인들에게 시사하는 것도 적다.

따라서 잊힌 전쟁이었다.

미국인들 상당수가 미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사실조차 모른다.

자신의 나라가 주도적으로 전쟁을 이끌었다는 것은 더더욱 알지 못한다.

중등학교 교과서에서도 거의 다루지 않는 편이고.

그나마 한국전 참전용사회 및 장진호 전투 생존모임 등 생존 미군 예비역들이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고, 때마다 기념식을 하는 것이 한국교포 입장에서 위안이랄까.

류지호는 두 번의 군생활 모두 혹한기 훈련을 경험했다.

그 중에서 한·미 해병이 합동으로 한국에서 혹한기 훈련을 하는 것에는 장진호 전투의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한 뜻도 있다.

한국인에게 흥남철수는 교과서에도 실릴 정도로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대사건이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한다.

암튼 장진호 전투는 미국과 중국 모두 승리를 자처하는 전투다.

그런데 정작 승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1950년의 매서운 겨울 한파다.

당시 장진호 일대는 미군과 중공군의 무덤이었다.

아름다운 산하에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가 진동하자 동장군(冬將軍)이 분노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두 진영을 모두 패배하게 만든 것은 북한 지역의 지독한 겨울 혹한이었다.

하필 그 해는 50년 이래 최대의 혹한이 닥쳤다.

영하 30도는 기본이고, 40도에 육박한 적도 있었다.

오죽하면 싸우다 죽은 사람보다 얼어 죽은 사람이 더 많았을까.

영화 <생명의 항해>는 철저하게 미국 입장에서 묘사되는 한국전쟁이다.

한국인들에게 뜻 깊은 흥남철수 작전은 미군의 대규모 작전이었다.

국군은 일개 조연이었다.

심지어 철수작전을 처음 입안할 때 한국의 민간인 철수는 들어있지도 않았다.

만약에 미군이 민간인을 버리고 자기들끼리 철수했다면.

어쩌면 세계 전쟁사에서 최악의 전투로 남았을 지도 모른다.

또 흥남철수는 부끄러운 패퇴로 기록되었을지도 모르고.


“프리프로덕션인데 언론에서 귀찮게도 하네.”


영화 전문 매체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요 언론들도 류지호의 차기작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하필 다루는 것인 잊힌 전쟁이라는 한국전쟁이고, 중국과 승패 논쟁이 치열한 장진호전투를 메인으로 했으며, 연출자가 미국인도 중국인도 아닌 제삼자(?)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장진호전투 승자를 놓고 묘한 신경전이 외교전으로 비화했다.

JHO Pictures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류지호의 차기작이 주목을 끌게 되고 그에 따라 취재요청도 쏟아지고 있었으니까.


“미스터 류의 영화와 관련해서 현재로서는 특별히 알려줄 것이 없습니다.”

- 캐스팅은 끝났습니까?

“오디션 중입니다.”

- 윌리 워커, 에디 하디 등이 출연자 물망에 오른다고 하던데....“

- 출연진과 관련해서는 프로듀서와 감독에게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미군 중심의 한국전쟁 영화라서 한국인 배역은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캐스팅 디렉터 수잔 베일리는 신중하게 배우 리스트를 작성했다.


작가의말

설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하던대로 설날에도 또 월요일에도 연재가 될 예정입니다.

설날 고향 가시는 길 운전 조심히 하시고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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