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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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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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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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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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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내가 오너인 걸 고마워해라...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던 권영진이 다시 젓가락을 놀렸다.

류지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을 이었다.


“중국이나 모로코 애들은 그 몇 배를 아프리카에서 임대 받아 농사짓고 있대. 걔들에 비하면 소소해.”


권영진이 생각해 보니 제주도 3/2 크기의 개인목장을 소유한 슈퍼리치가 자신 앞에서 막걸리 사발을 들이키고 있는 인물이다.

그에게 80만 평이 소소한 것이 맞았다.


“가온에서 커피 농장도 운영하는 것으로 들었는데....?”

“계열사는 아니야. 독립법인이지. 아네모네 창업자가 현지에서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어.”

“저희 풍년비료가 아프리카 농장에 비료를 공급해주길 바라십니까?”

“응.”

“의장님.. 아니, 형님 회사에 대농비료가 있지 않습니까.....?”

“에티오피아에 현지 비료공장을 세우려고.”

“혹시 대농비료와 저희 풍년비료의 합작회사 형식으로 진출하길 바라십니까?”

“응.”

“대농비료가 저희 회사보다 훨씬 큽니다, 형님.”

“알아.”


권영진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류지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대농에 파커필드 지분이 있어.“

“......?”

“곡물 메이저들 간에는 그들만의 어떤 암묵적인 룰 같은 것이 있나봐.”

“....예.”

“아프리카 대륙에 미국은 물고기를 줘.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줄 생각이 없나 봐.”

“......?”

“1954년에 트루먼이 상설 식량 원조프로그램을 도입했거든.”

“PL480·Public Law 480 말씀이시죠?”

“응. 그거.”

“우리나라도 80년인가 81년인가까지 그 혜택을 많이 본 것으로 압니다.”

“당시에는 미국의 잉여 농산물을 수출해 미국 내 곡물 가격을 안정시키고, 식량을 필요로 하는 나라의 기근도 막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취지였지. 그를 통해 미국이 세계 최대 원조 제공 국가가 됐고.”


끄덕.


“미국 정부는 해외 원조 식량을 미국의 곡물업자로부터 구입하고, 미국 회사를 통해 포장하며, 미국 해운사를 통해 원조 대상 국가가 있는, 예를 들어 아프리카까지 배달 해. 미국 언론에서는 ‘철의 삼각형’이라고도 부르기도 하는 것 같은데. 암튼... 미국의 해외 원조에는 미국의 농업기업, 해운회사 그리고 아프리카 자선재단 이 세 개의 이익이 걸려 있어. 그들의 이익이 침해되는 물고기를 잡는 법을 파커필드가 아프리카에 알려주는 것을 탐탐치 않게 여길 수도 있는 거지.”


미국은 원조까지도 자국 기업의 이익까지 설계에 포함시킨다.

어떤 면에서는 지독했다.


“중국은 일찍부터 아프리카에 진출해 농업을 크게 일구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걔들은 양아치잖아. 아니 농업에 있어서는 양아치가 아니라 협객인가....? 미국 곡물 메이저의 파워를 무시하는 유일한 작자들이니까.”


세계 곡물시장을 쥐락펴락하는 4대 곡물 메이저.

카질(Carzill), DAM(Daniels Archer Midland), Dreyfas Company, GB(Gottlieb Bunge) 이 네 개 메이저 기업이 전 세계 곡물시장 75%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Dreyfas나 GB 대신 그 자리에 류지호의 처가인 파커(Parker's Fields)가 들어가기도 한다.

이들은 종자 개발과 공급은 물론, 거대 저장시설 운영과 곡물 유통·운송을 위한 항만과 선박 사업까지 한다.

여기에 유전자 변형 농산물 사업과 비료 개발과 생산, 식품 가공은 물론, 각종 중개 금융 및 투자 사업, 바이오에너지 생산까지 곡물과 농업 부문에서 상상해 낼 수 있는 거의 모든 사업을 하고 있다.

이들이 전 세계 곡물 교역량의 약 80%, 전 세계 곡물 저장시설의 75%를 점유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생산된 곡물을 운송할 수 있는 선적 능력 역시 47%에 이른다.

이들을 통하지 않고서는 곡물의 국제 거래, 저장, 운송이 쉽지 않다.

그 만큼 세계 곡물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풍년에서 판매하는 살충제와 농약이 15종이라고 했나?”

“예.”

“비료는 특수비료에 주력하고 있다고?”

“예.

“매출이 한 100억 정도고. R&D 예산은?”

“매출 대비 10%를 무조건 R&D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종합화학회사가 없지, 아마?”

“안타깝지만 그렇습니다.”


다국적 농업기업들이 화학과 제약, 농업을 결합한 종합화학을 지향하는데 반해, 국내는 화학과 제약, 농약이 서로 분리되어 독립된 형태로 발전해 왔다.

다국적 농업기업들이 종합화학을 추진하며 각 분야의 핵심기술을 융·복합하며 또 다른 신물질을 개발해 왔지만, 한국은 각각 독립된 사업영역에서 제한된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에티오피아, 탄자니아에서 타당성 조사를 통해 토양에 따른 비료 유형을 결정해야 할 것이고, 프로젝트팀도 구성해서 합작 비료사업 계획을 수립해야 할 테니까. 자금이 필요하겠네.”

“.....”

“풍년비료 연구개발비가 대략 연간 10억 정도란 말이지?”

“예.....”


파커필드의 종합화학 사업에서는 신물질과 비료 분야에만 연간 9억 달러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다.

세계적인 농업기업들은 매출의 12~15%를 연구개발에 쏟아 붓고 있다.

메이저들의 연간 R&D 예산이 11억 달러 이상이다.

한국의 농약회사들은 그들과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다.

국내 회사들의 잘못이 아니다.

국내 산업 여건이 그렇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농약시장 규모는 얼마나 돼?”

“1조 5천억 정도 됩니다. 국내 기업들도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비에 투자합니다. 농약 업계에서만 대략 1,300억 원 정도가 연구개발비에 들어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농팜과 경농이 그나마 100억 정도 투자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대농비료도 연구개발비가 연간 50억 정도라고 들은 것 같긴 해.”

“상당한 겁니다. 그 정도는.”

“샤인 머스캣 알지? 씨 없는 포도.”

“들어보긴 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아보카도와 샤인 머스캣을 재배해 볼까 해.”

“.....?”

“물론 이 두 작물은 유럽 수출용으로 재배할 것이고. 주력 작물은 에티오피아에서는 테프, 탄자니아에서는 밀. 그리고 옥수수, 콩이 될 거야.”

“아보카도는 물이 부족한 아프리카에서 재배가 불가능할 텐데요.....”

“그래?”

“일반적으로 알려진 상식이 그렇습니다. 제가 알기로 그와 관련해서 충분히 연구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샤론 머스캣은 제가 잘 알지 못합니다.”

“포도는 포도인데, 과육이 단단해서 산도에 비해 당도가 높고 식감이 좋아서 껍질 채 먹을 수 있어. 일본에서 만들어진 품종인데, 몇 년 만 지나면 로열티를 내지 않아도 되는 고급 품종이라고 할 수 있지.”


샤인 머스캣은 1988년도 일본에서 다른 포도 종자를 인공 교배하여 만들어진 포도다.

2006년, 일본에서 정식으로 품종 등록이 되었다.

다른 국가에서 품종 로열티를 받기 위해서는 품종 등록 후 6년 이내에 해외에도 품종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은 그 기간을 놓쳐버린다.

해외 로열티를 받을 권리가 없어지게 된다.

이전 삶에서 그랬고, 이번에도 다를 것 같지 않았다.

샤인 머스캣은 손이 많이 가서 인건비가 그대로 가격에 부담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때문에 일본은 자신들이 품종을 개발해 놓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전 삶에서 한국에서 2010년대 중반 이 품종을 들여와 로열티 한 푼 일본에 내지 않고 중국에 수출하며 농가 소득증대에 기여했다.


“일본에서 샤인 머스캣이 한 송이에 3만원이 넘어. 그래서 귀족포도라고 불리지.”

“키우기가 엄청 어려운가 보군요?”

“씨가 없게 재배하는데 손이 많이 가나봐. 재배과정에서 나무에 꽃이 피고 130일 후에 수확하게 되는데, 그 사이에 씨를 없애는 무핵화 작업인가... 고급재배기술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암튼 손이 많이 가는 과일이래.”

“품종 등록까지 4년 정도 남아 있는 겁니까?”

“뭐 대충.... 그 기간 동안 외국에 안 하면 끝이라대. 에티오피아 농민들에게 시범 재배를 시키면서 숙련도를 올려보려고.”

“종자는 홍농이나 중앙종묘에서 책임질 것이고.... 형님, 혹시 농기계 분야는 어떻게 해결하실 생각이십니까?”

“적당한 농기계 제조회사 있으면 추천 좀 해줘봐.”

“며칠만 시간을 주십시오.”

“급한 건 아니야. 부친과 충분히 의논해 봐. 올해 안에만 대농하고 함께 할 건지 결정하면 돼.”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매제가 될지도 모르잖아.”

“......”

“매제의 집안이 안정이 되어야 아라가 고생을 덜하겠지. 그리고 매제가 무척 바빠야 딴 데 한 눈을 안 팔 거고.”

“....?”

“배부르고 등 따숩고 지갑에 카드나 현찰 빵빵하면... 접대 핑계대고 언니들이 술 따라주는 술집 가서 고가의 양주 빨고 싶고 어린 여자도 안고 싶고. 그러다 바람도 나고. 딴 살림도 차리고....”

“형님, 절대! 절대 저는 한 눈 같은 거 안 팝니다!

“그래라. 아라 이뻐라 하는 오빠들 얼마나 많은데. 아라한테 잘해야 돼.”

“제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

“이왕 데려갈 거, 빨리 데려가 주면 좋고.”

“넵!”


장인이 할 법한 말을 태연하게 던진 류지호가 남은 술을 비우고 일어났다.

식사를 마치고 여주 집으로 돌아온 권영진은 류아라와 함께 여주 신륵사로 데이트를 나갔다.

오후에는 대유가온건설 사장이 여주로 찾아왔다.


“축하해요. 김 사장.”

“감사합니다.”


최근 대유가온건설 사장이 교체됐다.

가온그룹은 기본적으로 내부 승진을 선호는 편이다.

대유가온건설 노조 역시 외부 낙하산 CEO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모그룹에서는 옛 대유그룹 계열 출신의 친정복귀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그런 기조 속에서 대유가온건설 본부장급 부사장 3명, 전무 9명 등 총 12명을 놓고 숙소한 끝에 김응인 부사장이 최고경영자로 낙점됐다.

건설업체 특성상 사장 자리는 기획 같은 사무관리직보다는 토목·건축등 엔지니어 출신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김응인 신임사장은 대유건설에서만 32년째 근무하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해외사업담당 임원, 해외사업본부장을 거쳐 부사장에 올랐다가 사장까지 하게 됐다.

엔지니어 출신에다 대인관계도 원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카리스마가 약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그 부족한 부문은 재무통인 수석부사장이 채워주기로 했다.

수석부사장은 시민CB은행 부행장 출신으로 대유건설이 가온그룹에 인수되면서 재무부문 정리와 리스크 관리 업무에 큰 성과를 낸 인물이다.

암튼 류지호는 신임 대유가온건설 사장에게 아프리카 사업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탄자니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지에서 기업형 농사를 짓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것이 관개시설이다.

우기 때 내리는 빗물을 저장할 저수지,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펌프 시설, 농지까지 물을 이동시킬 관개수로, 축사, 농작물 보관시설, 창고 및 농부들의 거주지 등.

한국 신도시 면적보다 넓은 허허벌판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만 평 십만 평, 농사를 짓는 것은 경쟁력이 없다.

그런데 100만 평 이상 하면 다르다.

일반 농가에서 사용하는 농기계와 기계식 농업에 사용하는 대형 농기계 역시 차원이 다르다.

중장비들이 필요하다.

작물 농사만 할 필요는 없다.

양돈 단지도 만들고, 퇴비장도 만들어 땅을 쉬게 하면서 번갈아 농사를 지면 생산성이 높아지고 병충해도 덜 걸릴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농업은 돈이 되는 산업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지원과 투자로 움직이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농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


김응인 사장과 함께 온 농어촌공사 고위급 인사가 한 말이었다.

농업전문가들이 보기에 류지호가 구상하고 있는 아프리카 농업진출은 부자의 허세일 뿐이었다.

외국기업을 위해 부족한 예산을 지원해 줄 정부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최빈민국가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지금까지 해외농장을 개발하는 케이스는 몇 번 있었다.

성공을 거둔 사례는 없었다.

농업 여건이 성숙하지 않은 지역에서 정부의 지원 없이 기업의 투자만으로 수익을 낸다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어쩌면 돈만 수십 수백 억 집어넣고 무일푼으로 철수 할 수도 있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난 아프리카에서 돈을 벌기 위해 농장을 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재수 없게 들릴 수 있는 발언이다.

어쩌랴 사실인 것을.


“지금까지 매년 아프리카에 1,000만 달러 이상 꾸준히 지원을 해왔어요. 내가 설립한 미국의 재단들도 그 이상 지원하고 있고. 매해 많은 돈을 지원하지만 뭔가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죠.”


솔직히 아프리카에 기부하는 돈이 아까울 때도 있다.

차라리 미국의 빈민가와 한국에 집중해야 하나 고민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물론 병원과 학교를 지어주는 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당장 성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긴 했다.


“아프리카의 각 가정마다 닭을 키울 수 있게 지원하려고 했지만, 나라마다 법이 다르고 통관절차도 다르고 반응도 제각각이었지요.”

“그래서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그 사업은 깔끔하게 단념했죠.”

“.....?”

“차라리 직접 농장을 운영해서 그곳에서 생산된 곡물을 아프리카에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래서 주력 재배 곡물로 선정한 것이 에티오피아 주식인 테프(Teff)와 밀, 옥수수다.

외국 기업들이 재배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래서 돈이 안 되는 식량 위주로 농사를 짓기로 하신 거군요?”

“아프리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중국을 비롯해서 몇몇 기업들은 주로 화훼, 채소를 재배하죠. 유럽이나 자신들 나라로 수출할 고부가가치 작물을 재배하는 겁니다.”


아프리카의 노동력만 빨아먹고, 정작 농장을 조성한 국가의 농민에게 남는 것이 거의 없다.


“아보카도와 샤인 머스캣에 관해서 말씀하셨다는데....?”

“가칭 메하리 팜에 입주하게 되는 현지 농가 주민들의 소득 증대를 위해 궁리해본 겁니다.”

“죄송한 말씀이지만, 작물 선정이 그리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류지호는 계속해보라는 듯 입을 다물고 가만히 농어촌공사 고위임원을 쳐다봤다.


“중국이 괜히 화훼를 아프리카에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장님.”

“꽃은 금방 시들지 않습니까?”

“절화.. 그러니까 꽃대나 가지를 잘라 꽃다발용으로 다듬어진 꽃은 최소 보름은 살아 있습니다. 무게와 부피도 그리 큰 편이 아니라서 항공편으로 수출입을 하게 되죠. 중국 젊은층에서 서구식 기념일을 즐기는 풍토가 일반화되면서 각종 꽃 수요도 폭증하고 있죠.”

“.....음.”

“전 세계 꽃 수출 시장의 절반가량을 네덜란드가 차지하지만, 남미의 적도 부근에 위치한 나라들에서 꽃 재배와 수출이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남미에서 재배되는 꽃들은 유럽에서 절반 이상이 이어서 북미와 일본에서 소비됩니다. 중국시장도 날로 커지고 있고요.”


확실히 전문가의 말을 들을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이집트 같은 국가가 괜히 케냐와 에티오피아에서 꽃재배를 대규모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좋은 조언이었습니다. 화훼와 관련해서도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죠.”

“주제넘었다면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유익한 대화였어요.”


지난 번 아프리카 순방 때 케냐에서도 농지를 내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굳이 모든 농장에서 식량만 생산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아프리카에서는 농촌 계몽과 농업 기술 전수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희도 새마을운동 관련 단체들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죠.”

“혹시 케냐, 탄자니아에서 아프리카판 <田園日記>가 방영되는 거 알고 있습니까?”

“양촌리가 배경인 그 전원일기 말씀이십니까?”

“시청률이 꽤 잘 나온답니다. 하하.”


한국의 다솜미디어, 케냐와 탄자니아 현지 방송국과 합작으로 MBS의 <전원일기> 리메이크권리를 구매해서 현지 드라마를 제작했다.

<대장금>, <야인시대> 같은 한류드라마와 비교해 시청률이 폭발적이진 않지만, 꾸준히 시청률이 나오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자국 배우가 자국 언어로 연기하는 드라마는 제작도 잘 안 되지만, 막상 만들어도 시청률이 형편없다.

그런 면에서 아프리카판 <전원일기>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한국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무척 심심한 스토리이다.

대가족을 중심으로 가족 간의 화목과 형제들 간 우애, 그리고 효의 가치.

착한 이야기에 계몽적인 내용이다.

게다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노골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탄자니아에서 첫 방송이 나간 후, 주변 국가에서도 이 드라마를 수입해 갔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보기에 아프리카 판 <전원일기>에는 한국의 두레, 품앗이 같은 공동체적 협동 모델과 근면, 자립, 효도, 애국 등 메시지가 깔려 있는 매우 좋은 계몽 드라마였다.

일단 정치색이 전혀 없다.

매 편마다 보편적이고 교훈적인 메시지가 있다.

수많은 부족들의 연합체인 아프리카 국가에서 이웃과의 협동은 매우 중요한 메시지다.

제작진들은 민주주의 가치를 드라마에 녹여내고 싶어 했다.

권력자들의 눈치를 봐야 했기에 자체 검열을 했다.


“그런 드라마를 통해 하면 된다는 자신감 고취, 근면성실하면 가난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 농사기술이든 글자든 무엇이든 배워야 똑똑해 진다는 교훈. 그것들과 함께 실제 자신들이 일구는 황무지에서 식량이 생산되는 걸 보게 되면 그 보다 더한 계몽도 없겠죠.”


한국인이면 그 같은 드라마 절대 안 본다.

세계화시대에 탄자니아, 케냐 국민들도 안 볼 줄 알았다.

그런데 인기가 제법 있다.

휴먼코미디라고 느낄 정도로 드라마 톤이 매우 밝아서 그렇다는 분석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하루하루 삶이 팍팍해서 그렇지, 흥이 많은 민족이더군요.”


그래서 아프리카 판 <전원일기>는 인도영화처럼 매회 노래를 하거나 축제를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예를 들어 주인공 가족과 동네 주민들이 홍수로 망가진 마을 진입로를 함께 정비하다가 누군가 불쑥 노래를 하면 일순 합창으로 변하면서 인도영화처럼 군무를 추는 식이다.

판타지도 있다.

한국식으로 치면 무당 같은 존재가 마을에서 현자처럼 행동한다.

행정에 관해 조언도 하고 의료행위도 한다.

가끔 마을을 위해 판타지 같은 기적을 행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프리카의 토속신앙과 결부되어 여러 부족들의 전설이나 신화를 스토리에 담은 것이다.

아프리카 판 <전원일기>는 그 대륙 사람 외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면이 많다.

오글거리고 난감하고 엉뚱하고 한숨 나오고.

류지호 눈높이에는 한참 모자란 완성도다.

그런데 현지에서는 수준 높은 완성도라며 찬사가 쏟아진단다.

도저히 아프리카 수준이 아니라면서.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RED 카메라가 큰 위력을 발휘했다.

또한 작년에 출시한 EOS 5D Mark II(오디막투)도 크게 기여했고.

다솜미디어에서는 조명, 편집장비와 함께 기술 지원을 주로 했다.

자원봉사자를 파견해 프로덕션 전 과정을 지원도 하고 있고.

주로 대학의 영화과나 방송연예과 졸업생들이 봉사활동으로 <전원일기>에 참여했다.

공짜 호의는 없는 법이다.

드라마 제작팀에 가온그룹 홍보전문가가 개입하고 있다.

아프리카판 <전원일기>에 PPL이 많이 들어가 있다.

당연히 JHO와 가온그룹 브랜드들이다.

농촌드라마 특성상 농사관련 제품이 종종 등장한다.

대농비료 상표가 은근슬쩍 자주 노출된다.

자동차는 랜드로버스 1~2세대 중고 차량이 메인이다.

실제 아프리카에는 일본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전원일기>에서는 무조건 랜드로버스만 등장한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삽이나 농기구 손잡이에는 ‘Made In Korea'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실제 아프리카에서 ‘Made In Korea' 제품은 수도와 대도시에서나 볼 수 있지만.

암튼 PISA 브랜드는 물론이고 대유가온건설 같은 회사 로고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현지 방송국은 드라마 제작비를 얻고, 류지호의 회사들은 드라마를 통해 그룹 이미지 광고를 하고.


“20년 정도 보고 있어요.”

“....예?”

“아프리카 거점 국가에서 비료, 농약, 종자, 농사를 펼치는 한편, 농기계 조립생산 회사에서다가 차츰 중장비 회사로, 10년 후에는 자동차 회사까지 진출시킬 생각도 있습니다.”

“아, 예.”


신임 대유가온건설 사장과 농어촌공사 고위임원은 그러려니 하는 눈치다.

누가 봐도 류지호의 아프리카 비즈니스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이상주의자의 헛된 짓거리처럼 보이는 면이 없지 않았다.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여주까지 오라가라 해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언제든지 불러만 주십시오.”


농어촌공사 고위임원은 가온그룹 산하 농업기업에 스카우트하기로 내정된 인물이다.

오늘 찾아온 것도 오너에게 눈도장을 찍기 위해서다.

손님들을 배웅하고 돌아오자 류민상이 다가왔다.


“저쪽 마당에 집무실 겸 영빈관을 따로 하나 만들까?”

“....예?”

“왜... 오성그룹 회장님도 승지원에서 현안을 보고 받고 사장단과 미팅을 한다고 하지 않냐. 우리 의장님도 그런 장소가 필요할 것 같아서.”

“새만금에 가온그룹 계열사들이 옮겨가게 되면 그곳에 따로 영빈관을 만들겠죠 아마도.”

“그러냐?”


대부분의 재벌 및 대기업과 정부 산하 기관들이 영빈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래저래 비밀스럽게 논의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가온그룹은 서울의 밀레니엄 힐턴 가온호텔 펜트하우스가 영빈관 역할을 하고 있다.


“외출하세요?”

“마실 한 바퀴 돌고 오려고. 같이 갈까?”

“다녀오세요.”


류민상이 동네 산책을 나서고, 류지호는 넓은 마당을 천천히 걸었다.


‘StreamFlicks, 니들은 내가 오너인 걸 고마워해라...‘


작가의말

기온이 널뛰기 하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건강 유의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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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1 돈을 번다는 건 분명 좋다! (1) +3 24.02.26 1,608 83 25쪽
780 이 사업은 무조건 된다! +11 24.02.24 1,690 80 27쪽
779 고마워요. 내게 다시 일할 기회를 줘서. +7 24.02.23 1,671 83 23쪽
778 놀면 뭐해...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해야지 (2) +4 24.02.22 1,614 79 23쪽
777 놀면 뭐해...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해야지 (1) +2 24.02.21 1,660 74 20쪽
776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6 24.02.20 1,676 74 23쪽
» 내가 오너인 걸 고마워해라... +5 24.02.19 1,662 83 23쪽
774 오빠, 화이팅! (3) +5 24.02.17 1,678 83 23쪽
773 오빠, 화이팅! (2) +6 24.02.16 1,594 84 22쪽
772 오빠, 화이팅! (1) +5 24.02.15 1,668 77 27쪽
771 복댕이! +9 24.02.14 1,675 90 25쪽
770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3) +7 24.02.13 1,597 88 25쪽
769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2) +3 24.02.12 1,661 84 27쪽
768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1) +8 24.02.10 1,677 89 22쪽
767 진작 이런 시나리오 가져오지 그랬어....! +4 24.02.09 1,662 80 26쪽
766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7) +7 24.02.08 1,657 84 29쪽
765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6) +4 24.02.07 1,641 81 25쪽
764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5) +8 24.02.06 1,645 78 26쪽
763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4) +6 24.02.05 1,639 78 25쪽
762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3) +3 24.02.03 1,686 82 24쪽
761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 +2 24.02.02 1,725 78 25쪽
760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1) +5 24.02.01 1,737 77 24쪽
759 슈퍼스타 납셨어, 아주~ +6 24.01.31 1,763 78 27쪽
758 어차피 돈 벌자고 하는 짓인데. +6 24.01.30 1,797 80 23쪽
757 아무나 대기업 총수로 살아갈 순 없는 법이지. +8 24.01.29 1,730 88 25쪽
756 감독님은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3 24.01.27 1,768 86 25쪽
755 일본이여, 이것이 히어로 영화다! +6 24.01.26 1,741 85 27쪽
754 새로운 길을 찾아내 개척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3 24.01.25 1,740 88 24쪽
753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2) +9 24.01.24 1,719 8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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