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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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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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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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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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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예?”

“진우, 넌 콩글리쉬를 구사해야 돼.”

“콩글리쉬...요?”

“따로 영어 발음이나 대사를 연습해선 안 된다는 말이야.”


카투사가 되기 전에 영어를 한 마디로 못 했던 인물을 연기해야 한다.

그러니 다이얼로그 코디네이터와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다.


“아, 그렇겠네요. 알겠습니다!”

“대신 나중에 LA로 와서 건액션 코디네이터에게 총기 다루는 훈련은 받아야 할 거야.”

“시나리오에는 액션 장면이 딱히 없었던 것 같던데.....”

“두 사람 다 군대에 안 다녀왔잖아. 총기를 다루는 것이 낯설 거야.”

“알겠습니다. 감독님.”


중요한 한국인 캐릭터 두 명이 확정되었다.

수잔 베일리가 캐스팅 확정 상황을 류지호에게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흥남이란 부두에서 철수작전 때 피란민 10만여 명을 미군 LST에 실어 남하시키기 위해 미 제10군단장 알몬드를 설득한 닥터 현이란 캐릭터도 한국에서 불러올 계획이세요?”

“존 주 알죠?”

“혹시 <해놀드와 쿠마>의 그....?”

“맞아요.”


얼마 전 더럽고 야한 전형적인 화장실 성인 유머가 넘쳐나는 미국식 코미디 영화 <헤롤드와 쿠마Ⅱ>가 개봉했는데, 그 영화에 존 주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블록버스터 <스타트렉 더 비기닝>에도 캐스팅된 상황이다.

<생명의 항해>에서 몇 장면 등장하지 않는 닥터 현은 영화에서 꽤 중요한 인물이다.

미국 관객에게 익숙하고 잘 알려진 아시아 배우가 출연하는 것이 좋았다.

따라서 한국계 배우이자 친구인 존 주를 우정출연시키기로 했다.

장진호 전투 당시 닥터 현은 미군 10군단 민사부 고문으로 주로 미군 수뇌부들과 행동했다.

때문에 영화 속에서 한국어를 구사하는 에피소드가 없다.

한국어가 서툰 존 주가 닥터 현을 연기하는 것에 무리가 없다.

참고로 <생명의 항해>는 <스타트렉 더 비기닝>보다 늦게 개봉한다.

<스타트렉 더 비기닝>이 흥행에 성공하면 그 후광을 조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


“다음은 중공군 캐스팅 확정이네요?”

“마오룬즈에는 Kandall Duk Kim, 중공군 제9병 사령관에는 Richard Young, 장진호 중공군 수색대장에는 홍콩출신의 Ric Tzi Ma, UN 중국 대사에서 순탁 오.”

“단 한 씬 뿐인데 순탁 오가 출연하겠대요?”

“우정출연이라고 할 수 있겠죠.”


캔달 덕 김은 한국계 배우다.

<매트릭스: 리로디드>에서 키메이커를, <쿵푸팬더>에서 우그웨이 대사부 목소리를 연기했다.

<생명의 항해>에서는 단 하루만 나와서 촬영하면 된다.

다만 편집에 따라 최소 세 번 정도 영화에서 등장하게 된다.

말레시아 화교 출신의 영국배우 리차드 영은 <트랜스포터>에서 여주인공의 아빠 역할로 익숙한 배우다.

그가 연기하게 될 중공군 제9병 사령관은 장진호에서 미해병대를 포위 섬멸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운 장본인이다.

실제 인물은 얌전하게 생겼다.

영화적으로 불같고 난폭한 성격을 강조하기 위해서 중국계 악당 역할을 많이 한 리차드 영을 캐스팅했다.

영화 <생명의 항해>에서 리차드 영은 미해병대에 몹시 집착한다.

너무 지나쳐서 나머지 유엔군이 장진호를 무사히 빠져나가는 것을 막지 못한 우를 범하게 된다.

미해병대의 하갈우리 퇴각 때 길목에 매복하고 있던 중공군 대장에는 홍콩 출신 미국배우 리 지 마를 캐스팅했다.

트라이-스텔라TV의 인기시리즈 <24>의 청즈 요원으로 출연하고 있다.

영화로는 <러시 아워> 시리즈로 낯이 익은 배우다.

그가 연기한 중공군 수색대장은 한국전쟁 당시 40대 초반이었다.

다른 중공군 장교들과는 달리 황푸 군관학교에서 제대로 군사학을 전공한 인물이었다.

또한 홍군 초기부터 마오룬즈의 부대에 가담하여 대장정에도 참여했다.

그 이후 20년간 국민당군과 일본군을 상대로 계속해서 전투를 치룬 경험이 있었다.

이론과 실전을 모두 겸비한 역전의 용사였다.

전투에 잔뼈가 굵은 유능한 게릴라전 지휘자였다.

리차드 영이 연기하는 수색대장은 영화 중반까지는 마치 유능한 책사이자 장수처럼 묘사된다.

미해병대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행동과 판단으로 말미암아 종국에는 유엔군의 철수작전에 기여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악당 포지션이지만, 영화 속에서 미군측 미해병대 1사단장 스미스 장군과 지략대결을 펼치는 것으로 묘사된다.

결과는 미해병대 1사단장 스미스 소장의 완승...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장진호 전투에서 해병1사단은 총 4,418명의 전·사상자를 냈다.

전사 604명, 부상 후 사망 144명, 실종 192명을 기록했다.

7,313명은 동상을 입었다.

동상자는 나중에 회복되어 대부분이 부대에 복귀했다.

미해병 1사단 생존 장병과 장비는 모두 흥남 앞바다에서 기다리던 해군 선단에 승선해 부산으로 후퇴했다.

도착한 후 재편성되어서 또 다른 전투에 투입되었다.

한편 중공군은 장진호 전투에서만 미군의 10배에 가까운 3만 7,500명의 전·사상자를 냈다.

이 중 2만 2,500명은 해병대와의 전투에서, 1만 5천명은 항공기 공격에 의해 전사했다.

또 장진호에 배치된 10만 중공군의 1/3은 동상으로 부상을 입었다.

이후 벌어진 전투에 동상자들은 참가하지 못했다.

결국 장진호에서 미군을 몰아냈지만, 중공군 9병단은 사실상 소멸되었다.

그로 인해서 한국전쟁 전반적인 전황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중공군 주력이 미해병 1사단에 투입되는 바람에 함경남북도 전역에 흩어져 있던 미 10군단 전원이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해병 1사단을 포함한 10군단 병력 10만 명과 피란민 9만 8천명은 흥남철수작전을 통해 성공적으로 후방으로 빠져나왔다.

부산으로 철수했던 10군단 병력은 다음 전투에 곧바로 투입됐다.

만약 청천강 전투에서 미8군이 궤멸된 것처럼 흥남지역 10군단마저 와해됐다면, 한국전쟁의 운명은 달라졌을지도 몰랐다.

올리버 스미스 소장은 장진호 전투의 영웅 중에 한 명이다.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의 결정이라면 무조건 맹신하는 에드워드 알몬드 장군과 사사건건 대립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영화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할 올리버 스미스 소장은 세 명으로 압축되었어요.”


토머스 제프리 행스, 마빈 코트너, 제라드 깁슨 세 명을 놓고 고심 중이다.


“세 사람 모두 군인 역할이 썩 잘 어울리는 배우들이죠. 한 번 이상 인상적인 군인상을 영화에서 선보인바가 있고.”

“....음.”

“클립이 제라드 깁슨을 원해요.”


<생명의 항해>에서 투톱 주인공으로 캐스팅 된 클리프 레저가 제라드 깁슨의 출연을 원한다고 알려왔다.


“그 녀석이 존 니컬슨도 적극적으로 추천하더군요.”


에드워드 군단장 역할에 존 니컬슨을 강력추천하고 있다.

그래서 류지호가 직접 전화를 걸어봤다.


- 한국 여자와 섹스하는 장면이 있나?

“없습니다. 비극적인 전쟁을 다루는 영화에 무슨 섹스씬입니까!

- 얘기는 잘 들었다. 행운을 빈다.

“이 망할 노인네가!”


류지호가 무례하게 굴어도 존 니컬슨은 귓등으로 들었다.


- Jay. 시끄럽다!

“......!”

- 축구 따위 집어치우고, LA 레이커스 경기나 보자.


존 니컬슨은 누구나가 알듯이 매우 까칠한 성격이다.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제 멋대로 성격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류지호의 캐스팅 제안을 일거에 걷어찼다.

단지 베드씬이 없다는 이유로.

이유가 황당하지만, 그로써는 진심이었다.

돌려서 거절하는 것이 아니다.

노령에 불구하고 세계 최강의 호색한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존 니컬슨은 출연하는 영화마다 베드씬을 넣을 것을 요구하곤 한다.

심지어 가장 최근작인 <버킷리스트 :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에서도 고집을 부렸다.


“깁슨씨가 좋겠어요. 앨런과 함께 계약을 논의해 봐요.”


올리버 스미스 소령에 제라드 깁슨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본래라면 이승에 없었어야 할 클리프 레저가 멀쩡하게 살아있다.

졸피뎀(수면제 일종) 복용을 끊으라는 존 니컬슨의 충고 때문에?

조커의 배역투사 후유증에서 탈피해서?

아니다.

전적으로 류지호의 공이다.

류지호는 클리프 레저가 준비하는 체스 영화에 투자하기로 했다.

조건을 몇 개 걸었다.

류지호가 지정하는 병원(UCLA 메디컬센터)의 전문의와 상의해서 현재 복용 중인 여러 약물들을 증상과 처방에 맞게 깔끔하게 정리할 것.

클리프 레저는 수면제부터 우울증 치료제까지 여섯 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었고, 그때그때 약을 추가했다.

그런 약들을 한꺼번에 때려 먹다보니 탈이 날 수밖에.

심지어 여자 친구가 대리 처방전을 받아 건네주고 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연예매체에 알려지게 될까봐서다.

류지호가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두 사람은 대리처방 같은 불법을 마다하지 않고 있었다.

복용하고 있는 약물을 정리한 후로 류지호가 요가와 명상을 소개했다.

불교의 참선도 추천했다.

클리프 레저는 전부인과 결별 후 딸의 양육권 분쟁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정신적으로 매우 피폐해져 있었다.

심리적 안정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었다.

또 한 가지 조건은 무슨 일이 있어도 <파르나서스> 촬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몹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책임감을 부여한 것이다.

마지막 조건으로 <파르나서스> 촬영을 마친 후 여자 친구와 함께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1,000장의 근사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 올 것을 제시했다.

클리프 레저의 연출 감각을 확인해보고자 내준 숙제였다.

류지호가 하도 들들 볶아대니, 클리프 레저가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도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데!”

“다 너 잘되라고 하는 거야.”

“내 영화에 투자를 바란 거지 내 사생활까지 간섭하도록 허락 한 적 없단 말이야!”

“까불지 말고. 내가 제시한 조건이나 잘 완수하도록 해.”


클리프 레저는 이전 삶과 완전히 상황이 달라졌다.

전 부인과 결별한 후 방황하지 않았고, 새로운 여자 친구를 만나 잘 지내고 있다.

딸에 대한 양육권을 전 부인에게 넘겨줘야 했지만, 딸과 정기적으로 만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문의의 정확한 처방 없이 여러 약을 섞어 복용하는 일도 없어졌다.

따라서 잘못 된 약 복용 습관으로 인한 급성중독의 위험을 차단했다.

여자 친구에게도 경고했다.


“클립에게 대리처방전을 전달하거나 약을 전달한다면, 올슨 양은 법의 무서움을 알게 될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더 이상 녀석을 망치지 마세요.”


당연히 클리프 레저가 순순히 류지호의 조건을 따른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미스터 할리우드라는 이름이 가진 권력과 영향력을 행사했다.

일단 클리프 레저가 감독 준비 중인 영화 <퀸즈 갬빗>에 대해 누구도 투자와 배급을 하지 못하도록 업계에 손을 썼다.

무조건 류지호에게 찾아올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퀸즈 갬빗>은 마약에 중독된 젊은 체스 선수가 재기에 성공한다는 내용의 영화다.

클리프 레저는 수년 동안 이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다.

일생일대의 프로젝트였다.

영화를 연출·제작하기 위해서는 류지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클리프 레저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존경을 바치는 존 니컬슨 같은 대배우들까지 끌어들였다.

류지호의 요청으로 제라드 깁슨이 팔을 걷어붙이기도 했다.

그는 클리프 레저가 연기스승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기는 호주계 선배 배우다.

<생명의 항해>에서도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제라드 깁슨을 캐스팅했다.

영화 속에서 클리프 레저와 함께 움직이는 해병대 전우들의 대부분을 호주 출신 배우들로 채웠다.

클리프 레저가 외로움을 느끼지도 우울해 하지 않도록.


‘이렇게까지 했는데, 엉뚱한 짓해봐. 내가 가만 안 둬....!‘


UN 통합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미 육군 원수에는 영국의 대배우 빈센트 허트 경(sir)을 캐스팅했다.

이전 삶에서 영화 <설국열차> 꼬리 칸 지도자 길리엄 역할을 했던 그 양반이다.

실제 인물과의 싱크로율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맥아더에 대한 평가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해리포터> 프랜차이즈로 인연을 맺은 후로 언젠가 자신의 영화에 출연을 꼭 시키고 싶었던 차에 <생명의 항해>에서 함께 하게 됐다.

암튼 한국전쟁 개전 초기부터 주한 미 제8군 사령부가 UN지상군사령부 기능했다.

이와 별도로 인천상륙작전에 대비해 일본에 주둔하던 제10군단은 육해공 통합군 사령부인 UN사령부 직할부대였다.

일본에서 한국의 인천으로 상륙을 한 이후에는 10군단이 8군 예하로 편입될 예정이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맥아더는 10군단의 지휘권을 놓지 않고 계속 UN사령부 직할에 두고 직접 지휘했다.


“아마 해병대를 포함한 상륙전 부대인 10군단이 전쟁의 주력공격부대이니까 공명심을 가지고 대중의 주목을 받기 위해 그러지 않았을까 추측해요.”


류지호가 빈센트 허트 경에게 들려준 이야기였다.

많은 미국의 전문가들도 그런 분석을 내놓기도 했고.


“여러 증언에 의하면 맥아더는 말투나 행동이 마치 중세시대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고 해요. 그 부분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어요.”


말이 좋아 중세시대 사람이다.

실상은 귀족처럼 거들먹거리고 허세가 심했다는 뜻이다.

빈센트 허트 어르신은 누구와 달리 품위가 있는 진짜 신사였고.

시종일관 차분하고 침착한 어조로 류지호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배우다.


“올드먼씨를 캐스팅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수잔 베일리 말대로 <생명의 항해>에서 한 영화에 모을 수 있을까 싶은 배우들을 다수 불러들이고 있다.

류지호는 한국전쟁 동안 미 10군단을 지휘했던 에드워드 알몬드 역할에 영국계 다작배우 게랄트 올드먼(Gerald Oldman)을 염두에 두고 원안을 작성했다.

전형적인 예스맨이자 2차 세계대전부터 맥아더의 수하로서 온갖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닌 인물이 에드워드 알몬드다.

그럼에도 맥아더에 온갖 총애를 받아 참모로 진급한 케이스.

장진호 전투에서 맥아더의 명령에 따라 무턱대고 무리한 진격 명령을 내렸는데, 좋지 않은 전황을 최악의 사태로 몰고 가는데 일조했다.

스미스 소장의 직속상관은 아니었지만, 장진호에서 두 사람은 사사건건 충돌했다.

오죽하면 스미스 소장이 알몬드를 빼놓고 맥아더 사령관에게 직보하는 명령불복종까지 가려고 했을까.

영화상에서 스미스 소장은 무능한 알몬드와 고집쟁이 맥아더 사이에서 영리하게 줄타기를 시전하며 철수작전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사실 알몬드가 못되기만 한 인물은 아니었다.

흥남철수작전에서 민간인을 함께 철수시켜달라는 닥터 현 등 한국군 지휘관의 간청을 받아들여 민간인이 해상으로 철수할 수 있도록 허락한 인물이기도 했다.

맥아더의 명령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쓴다고 해도 따를 위인이었다.

실제 그렇게 장진호에서 무리한 작전을 펼치다가 큰 낭패를 볼 뻔 했고.

결국엔 흥남철수작전을 멋지게 성공시키면서 기적의 퇴각작전을 이루긴 했지만.

그런 캐릭터를 게랄트 올드먼에게 맡기고 싶었다.


“다작배우도 그런 경우는 없을 거예요.”


캐스팅 디렉터로 잔뼈가 굵은 수잔 베일리조차 질릴 정도의 작업량이었다.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무려 다섯 편의 영화가 계약되어 있었다.


“스케줄 조정에 엄청 애를 먹을 것 같아요.”

“하하. 앨런이 교체하자고 하도 징징거려서 요새 피해 다니는 중이죠.”


류지호는 게랄트 올드먼을 영화에 출연시키기 위해 몇 달 동안 온갖 노력을 다 했다.

나이가 들어가고 또 다작으로 이미지 소모가 심해지며 배우로써 폼이 떨어지기 전에 꼭 한 번 함께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이번이 아니면 함께 할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알몬드 장군은 야전에서도 쓸데없이 안락함을 추구해서 부하들은 물론이고 동료 장교들에게도 상당한 위화감을 샀다고 하더라고요. 심지어 야전에조차 은식기에 아마포로 된 테이블보를 깔고 마치 고급 레스토랑 수준의 상차림과 서비스를 받았다고 하네요.”

“나도 어떤 책에서 읽은 것 같네. 전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사치를 부렸다고.”


영화에서 알몬드와 식사를 함께한 부하들이 나누는 대사가 있다.


[차라리 지프 조수석에 앉아 식어빠진 전투식량을 먹는 게 마음이 편할 지경이야.]

[알몬드 장군을 믿을 수 있을까?]

[어떻게든 살아서 퇴각할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영화 <생명의 항해>에서 알몬드는 악당 캐릭터는 아니다.

그저 계급과 가진 지위에 걸맞지 않는 수준의 지휘관이었을 뿐.

그것으로 인해 실제 역사적 사실과 영화 내러티브에서 문제가 발생했지만.

사나운 적의 기세보다 무능한 아군 지휘관이 더 심각한 위협이라고 하지 않나.

어쨌든 한국군 지휘관이 제아무리 피란민을 해군 수송선에 태워달라고 애원해도 무시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알몬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10여 망 명의 피란민을 철수작전에 동원된 배에 모두 태우도록 했다.

그 전까지는 영화 속에서 중요한 순간마다 등장해서 주인공들을 힘들게 한다.

영화에서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클라이맥스에서는 피란민을 배에 태우는 명령을 내리는 반전을 선사하기도 한다.

게랄트 올드먼은 그 반전 서사에 흥미가 생겨 출연을 결정했다.


“배우들 개런티만으로 예산을 모두 채우겠군요?”


흥남철수작전에서 무려 15,400여 명의 피란민을 태워 기네스북에 등재된 상선 매러디스 빅토리아호.

기적의 배로 불린 빅토리아호의 선장 레너드 라루 역할에 존 맥클레인 형님으로 유명한 월트 윌리스(Walt Willis)를 캐스팅했다.

이기적인 데다가 간섭하기 좋아 하는 꼰대.

월트 윌리스에 대한 할리우드 업계에서의 평판이다.

실제로 그는 괴팍한 성격으로 매우 유명했다.

툭하면 감독의 연출 영역까지 관여해서 함께 일했던 감독들이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일도 자주 벌어졌다.

수잔 베일리와 앨런 포스터는 그 점을 우려해 캐스팅을 만류하기도 했다.

오죽하면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까지 우려를 드러냈을까.


“욕심 많고 게으른 배우와 일을 한 번 해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지금까지 나는 좋은 사람들과만 일을 했어요.”

“월트도 나쁜 사람은 아니야. 다만 오만해서 문제지.”

“온순한 배우들과만 일했잖아요. 까다로운 배우들과 일하면서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보죠.”

“헛소리 하지 말고! 다른 배우를 찾아보자. Jay."

"딱히 그를 대체할 만한 배우가 안 떠올라요.“

“친절한 토머스 행스가 있잖아. 너하고도 죽이 잘 맞는 편이고.”


류지호를 아끼는 많은 이들이 만류했다.

그럴 때마다 농담으로 응수하곤 했다.


“이번에 월트와 일하면서 영혼이 분쇄 당하는 기분을 느껴볼 거야.”


연기 욕심이 지나치고 자기주장이 강한 배우들이 업계에 널리고 널렸다.

신인 시절 에드워드 서튼은 류지호에게 사소한 것까지 들춰내며 괴롭혔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욱 심해졌다.

영화 대본을 너무 심층적으로 분석하려 들어서 상업영화 감독들이 기피하는 배우로 찍혀버렸다.

월트 윌리스만 연출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스타 배우들이 직간접적으로 감독의 영역을 침범한다.

그렇다고 영화감독이 배우를 가려 쓴다면 매번 영화가 그 틀에만 갇히게 된다.

거장들에게는 페르소나와 같은 배우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차라리 그런 배우들이 더 편하다.

전적으로 감독을 신뢰하니까.

물론 할리우드에서 소문이 좋지 않게 난 배우들 중에 쓰레기 같은 인성도 분명 있다.

적어도 월트 윌리스는 그런 인성까지는 아니다.

그저 감독을 짜증나게 만드는 스타일일 뿐이다.

감독이 더 많이 준비하고, 더 명확한 확신을 가진다면, 충분히 설득하고 잘 이끌고 갈 수 있다.


“요새는 태런티노하고 어울리지도 않잖아. 왜 고집을 부리고 그러는데!”


쿠엔 태런티노는 배우와 의견충돌이 있을 때, 주먹다짐 일보직전까지 갈 정도로 살벌하게 싸운다.

재밌는 점은 결국에 배우들이 설득을 당한다는 사실이다.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나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애초에 출연을 하면 안 되지. 출연하기로 결정했다면, 감독과 잘 소통하는 것이 배우의 올바른 자세고.”

“그건 성경에나 있을 법한 좋은 말이고. 현실은 안 그렇잖아.”


배우가 보기에도 감독이 무능하고 자격이 없어 보인다면.... 류지호로서도 편을 들어줄 수 없겠지만.

자격 없고 무능한 감독의 영화에는 스타배우가 출연하는 일이 좀처럼 없다.


“그만 쫑알대. 월트의 파트너는 노아 서덜랜드로 확정할 거야.”


무명배우 노아 서덜랜드(Noah Sutherland)는 주로 독립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류지호가 직접 오디션을 봤는데 전반적으로 느낌이 매우 좋았다.

비토리아호의 일등 항해사 로버트 러니를 연기할 예정이다.

실존인물 로버트 러니는 현재 미국 뉴욕주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데, 류지호 부부와도 뉴욕에서 몇 번 식사를 할 정도로 친분이 있다.

한국과는 2006년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대한민국재향군인회로부터 '향군대휘장'을 받은 인연이 있다.

정의국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한 바 있었고.


“철수 당시의 진정한 영웅은 나와 같은 선원이라기보다 죽음의 극한 공포 속에서 굳건한 용기와 신념을 보여준 피난민이었다네.”


류지호가 빅토리아호 선원들이 영웅이라고 추켜세우자 로버트 러니가 한 말이었다.

빅토리아호의 선장 레너드 루너는 2001년 87세로 생을 마감해 류지호의 영화를 보지 못하게 됐다.

사실 1954년 이후 행적이 밝혀지지 않았다.

사망하고 나서야 비로소 행적이 알려지게 되었다.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그가 뉴저지주 뉴턴시에 있는 베네딕토회의 성 바오로 수도원에서 '마리너스'(Marinus)라는 이름의 수사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렇게 수소문해도 류지호가 만날 수가 없었던 이유였다.

류지호는 레너드 루너 선장의 모습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장례식으로 만날 수 있었다.


“드디어 Jay가 찍는 영화에 불러주는 거야?”

“드디어는 자식이....”

“난 아무 배역이나 안 해.”

“그럼 하지 마.”

“이미 무르긴 늦었다구.”


또 한 명의 배우를 <생명의 항해>에 불러들였다.

바로 의동생이라고 할 수 있는 배우 배런 랜프로다.

녀석을 <생명의 항해> 투톱 주인공의 다른 한 축인 미 7군단 병사 역할로 캐스팅했다.

공교롭게도 이전 삶에서 요절했던 두 배우가 만났다.

바로 클리프 레저와 배런 렌프로다.

본래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두 녀석이 전쟁영화에서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배런 렌프로는 스크립트도 제대로 읽지 않고 덥석 출연을 통보했다.

또 다른 주인공인 클리프 레저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사실 글리프 레저에게 체스 영화 제작과 연출은 핑계일수도 있었다.

그에게는 대작이 필요했다.

딸의 양육권 다툼으로 피폐해진 정신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클립을 사정없이 굴려 줘.”


이번에도 스턴트 코디네이터로 참여하게 된 빅키 햄휴즈에게 류지호가 신신당부했다.

딴 생각이 들지 못하도록 혹독하게 트레이닝을 시켜달라고.

배런 렌프로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녀석은 이제야 때가 왔다고 여겼다.

그가 형님으로 모시고 있고 스승이라 여기는 류지호와 함께 영화를 찍을 때가.

따라서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생명의 항해>에서 남녀 사이의 로맨스는커녕 브로맨스 따위는 없다.

사람이 죽고 사는 판에 무슨 로맨스란 말인가.

그래서 투톱 주인공들은 각자 따로 영화 속에서 행동한다.

부대가 다르기 때문이다.

영화는 두 사람을 중심으로 시점이 옮겨 다닌다.

그를 통해 장진호 전투와 흥남철수를 좀 더 입체적으로 그리게 된다.

두 부대의 처절한 사투 서사가 결국에 흥남부두에서 모이는 구조다.

영화의 톤 앤 매너에서도 그 어떤 비장함이나 전쟁터의 공포 같은 정서도 배제했다.

전투장면도 그리 많지 많다.

주로 중공군의 포위매복을 뚫고 집결지를 향하는 모습과 혹독한 추위와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 강조될 예정이다.


“전쟁영화 역사상 가장 장대한 행군영화가 될 거야.”


장진호 전투 시퀀스를 빼고 보면 후퇴가 아니라 마치 적들의 매복을 뚫고 전진하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것 같았다.

그렇게 연출할 계획이다.

영화 내내 행군 모습이 지루하게 이어질 것이다.

한국의 어떤 네티즌의 말처럼.

극현실(사실)주의 영화가 기본 콘셉트였으니까.

류지호는 일부러 드라마를 쥐어짜지 않을 생각이다.

당시의 험난했던 퇴각작전을 사실 그대로 재현만 잘 해도 꽤나 감동적인 지점이 많을 터.

전쟁영화는 폭력을 자비 없이 잔인하게 묘사할수록 역설적이게도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다.

<생명의 항해>는 피란민을 구출하는 영화도.

적과 아군으로 편을 나눠 피터지게 싸우는 전쟁의 참혹함을 전시하는 영화도.

모두 아니다.

인간들끼리의 피의 쟁투가 자연 앞에서 얼마나 초라한지 보여주는 영화에 가깝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PS. 니름님, 사비에르님 후원감사드립니다. 후유증 없이 일상으로 잘 복귀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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