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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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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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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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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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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아무나 대기업 총수로 살아갈 순 없는 법이지.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해남파(海南派).

중국 최남단 해남도(海南島) 여모봉에 자리 잡은 문파의 이름이다.

무협소설 세계관에서.

한국의 무협지에서는 보통은 구대문파에 들지는 않는 편이다.

검으로 유명한 문파로 나오는데 왜구들과 자주 충돌을 벌인다.

반면에 대만이나 중국의 무협지에선 많이 다르다.

당당히 구파일방이나 육대문파에 들기도 하는 명문으로 묘사되곤 한다.

해남파는 특정 문파를 지칭 하는 것은 아니다.

해남도에 존재하는 모든 무술 문파들을 총칭한다고 볼 수 있다.

주로 좌수검(左手劍)으로 유명하다.

일반 검학과 상리가 완전히 어긋한 검법을 펼치는 것으로 묘사되곤 한다.

한국의 신무협 소설 가운데 <남해삼십육검>이란 작품이 해남파를 전면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류지호는 영화·TV 권리를 진작 확보해 두었다.

한국에서 제작할지 GH 오락집단유한공사에서 하게 될지 미지수다.

암튼 류지호는 단 한 번도 해남도에 와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무협소설을 통해 꽤나 친숙했다.

해남파의 고장 중국 하이난(海南)성.

그곳에 류지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충하이(瓊海)시 보아오(博鰲)에서 2박 3일 간 열리는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이라 불리는 보아오포럼 제7차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보아오포럼은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을 벤치마킹해서 출범했다.

2000년까지만 해도 인구 3만여 명이 거주하는 보아오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다. 그라나 보아오포럼이 개최되기 시작하면서 개발이 본격화 되었다.

지금은 상전벽해라고 할 정도로 변해 있다.

지금까지 세 차례나 초청을 받았던 류지호다.

JHO의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과 매튜 그레이엄 모두 보아오포럼에는 관심이 없었다.

다만 올해는 참석할 만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보아오를 찾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는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최고 수장으로 참석했다.

올해부터 행사의 격을 높일 속셈인 모양이다.

주석이 직접 방문하는 것을 보니.

주석이 행차하니 외교부장, 상무부장, 국무위원 등 장관급 주요인사 여럿이 수행하기로 했다.

한국의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방문한 중국 공산당 국무위원이 친히 류지호에게 초대를 전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하는 행사만 아니었다면 류지호로서는 올 이유가 없었다.

그 밖에도 호주 총리, 스웨덴 총리, 파키스탄 대통령 등 11개 국 정상들과 세계 각국의 전직 지도자들 상당수가 참석한다기에 귀찮음을 무릅쓰고 중국 최남단 촌구석가지 왔다.

매튜 그레이엄이 창밖으로 물끄러미 시선을 던지고 있는 류지호에게 말을 걸었다.


“동생아~ 인상 좀 펴.”

“....!”

“글로벌 기업 CEO들도 천여 명이나 참석하잖아.”


그래봤자.

진짜 거물이라 할 수 있는 다국적 기업 오너나 최고 경영자들은 몇 명 되지 않았다.

질보다 양이라고 해야 할까.

한국의 선경그룹이 2년 연속 협찬사로 나선 것을 비롯해 스웨덴 자동차 기업, 메릴린치와 Siren 같은 미국기업들도 스폰서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Siren은 지난 제6차 때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모든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Complimentary Coffee‘를 선언한 바 있다.

행사 기간 내내 무료 커피를 무제한 제공해 화제를 뿌렸다.

헨리 게이츠도 작년에 참석해 PS의 위력을 확실히 각인시킨 바 있었다.

올해는 세계 49개국의 정·관·재계 및 언론계 인사 등 2천여 명이 모여 총 70여회의 공식 토론과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혹시 시밍핑은 안 온대?”

“상하이시 당위원회 서기?”

“응.”

“안 올 걸?”


시밍핑은 상하이시 서기에 이어 복건 성 당위원회 서기를 거쳤다.

복건성과 절강성 당위원회 서기 재직 시 경제발전에 공을 많이 세우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상당히 강화했다.

국가 부주석으로 얼마 안 있어 전국구로 올라서게 된다.


“만나보고 싶어?”

“기회가 되면....”

“한번 알아볼까?”

“현재 어디에 있는지만 알아봐. 포럼이 끝나고 본토로 들어갔을 때 잠시 인사를 할 수 있으면 좋고.”

“그러자.”

“형은 어때?”

“시밍핑 하고?”

“응.”

“상해시 당서기 할 때 몇 번 만났지. 우리가 그가 재직하던 성에 투자를 좀 했잖아.”


JHO Company는 시밍핑의 정치적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산시성의 시안에 5억 달러 상당의 투자를 했다.

향후 상황을 봐서 투자를 늘려갈 계획을 가지고 있다.


“형이 보기에는 어때?”

“쿨한 스타일은 아니야.”

“그렇다고 질척대지도 않을 걸?”

“일본의 정치인들이 닌자같다면, 중국 정치인들은 겉모습은 영락없는 곰이야. 근데 곰은 포악한 짐승이기도 하지.”


중국에서 최고 지도부로 올라가는 코스로는 동부 해안지대 즉 산둥성, 저장성, 장쑤성, 광둥성, 푸젠성 같이 인구가 많고 경제력이 높은 지자체의 성장이나 당서기가 꼽힌다.

그곳 출신들이 차기 대권주자로 평가받는다.

시밍핑 역시 저장성과 푸젠성을 거쳤다


“다음 주석으로 유력한 것은 보라시오와 리웬챠우 둘 중 하나라던데?”

“아니야.”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크호스가 있어?”

“청화대 출신들, 저장, 푸젠, 상하이 출신들과 두루두루 꽌시를 맺어야 돼. 시밍핑과는 반드시 끈을 만들어 놓고.”

“대중적인 인기는 보라시오가 많아.”

“독단적이고 오만해서 서로 잘 섞이지 못한다고 하더라.”

“현 주석 입장에서 보라시오가 부담스럽긴 할 거야. 장 전 주석이 현 주석이 추천하는 인물을 다음 대 주석으로 인정할지도 모르겠고.”


이 시기 시밍핀은 부주석이 되면서 중앙 무대에 갓 진입한 애송이다.

다만 대인 관계와 처세술이 원만해서 여러 파벌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보라시오 파벌은 적당히 친분만 유지하고 시밍핑 본인과 측근들과 꽌시를 맺어두어야 돼.”

“난 중국술은 별로 야.”

“맛있는 술도 많아. 독주만 마시니까 그렇지.”


류지호 일행이 보아오포럼 측이 마련해둔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말이 좋아 비정부·비영리 지역경제포럼이다.

보아오포럼은 중국 정부의 야심찬 설계가 내포되어 있는 음흉한 행사다.

올해 7회째를 맞이하고 있는데, 한국과 중국, 일본, 호주, 인도, 싱가포르, 대만, 이란 등 아시아 26개국이 창립 회원국으로 참가했다.

그런 이들을 묶어내고 리드하는 국가가 바로 중국이다.

보아오포럼이 성황리에 열리면 열릴수록 중국의 위상을 그만큼 올라간단 뜻이다.

그 안에서 어떻게 해서든 실리를 얻어내는 것이 참여 국가들의 과제다.


<녹색 아시아 : 변화를 통한 윈윈으로 가기>.


이번 포럼의 주제다.

포럼 참석자들은 이번 회의에서 에너지 효율화 운동과 재생 에너지원을 통한 아시아의 미래, 민간 기업이 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 등을 활발하게 논의했다.

개막식 연설을 한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의 개혁개방 30주년을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개방은 알겠는데, 과연 개혁이라고 할 것이 뭐가 있지....?’


사회주의 탈을 쓴 내 입맛대로 정치치제.

중국은 여전히 전제주의 아니던가.

류지호는 다국적기업 오너다.

비즈니스와 외교가 뒤섞인 행사에 참석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꼬박꼬박 참가하는 편은 아니지만, 중요 행사는 가능한 참석하는 편이다.


‘매번 느끼지만 영화 관련 행사와 달리 재미가 없어.’


아시아의 평화와 발전 그리고 미래를 진단한다고 하는데.

류지호가 보기에는 순 탁상공론들뿐이다.

다만 토론회 이면에서 각국 지도자들의 정상외교가 활발하게 진행되는가 하면 국제적으로 유수한 기업가들이 세계화를 부르짖으며 협력이라 쓰고 담합이라 읽는 일들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한눈에 봐도 아프리카계임을 알 수 있는 50대 후반 남자에게 류지호가 아는 체를 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오! 미스터 류. 하하.”


탄자니아 대통령이 껄껄 웃으며 류지호와 악수를 나눴다.

유난스럽게 류지호를 반가워하는 투가 상당히 가식적이다.

그조차도 너무 자연스러워 정치인이 천성인가 싶다.

JHO Security Sevice의 호텔&리조트 사업부가 탄자니아 정부와 총액 1.6억 달러 상당의 관광산업활성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올해부터 실질적인 투자와 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탄자니아 대통령으로써는 류지호를 상대함에 있어 소홀할 수가 없다.


“요즘은 어디에서 지내고 있습니까. 미국? 한국?”

“미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시민권을 얻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축하합니다.”

“딱히 축하받을 일은 아니지만, 감사합니다.”


탄자니아 대통령은 유난히 류지호에게 살갑게 대했다.

비록 국가 규모의 투자나 공적개발원조(ODA)는 아니지만, 류지호가 소유하고 있는 두 글로벌 기업들은 탄자니아 관광산업에서 아주 중요한 파트너들이기에.

자선활동에도 큰손이어서 병원과 학교도 무상으로 지어주고 있고.

게다가 현 탄자니아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한국정부에 탄자니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잔지바르(350ha규모) 관개시설 개보수사업과 농업현대화사업, 식수용 지하수개발사업 등 농업 인프라 건설 사업에 진출해 주길 요청한 바 있다.

이에 한국농촌공사가 탄자니아에 대한 ODA사업을 검토 중에 있다.


“미스터 류가 에티오피아와 짐바브웨 농업기업에 투자했다고 들었습니다.”

“아직은 현지 사정을 파악하는 단계입니다.”

“탄자니아 역시 낙후된 농촌지역의 고용창출과 농민소득 증대를 국가의 최우선과제중 하나로 선정해 추진하고 있어요. 미스터 류가 탄자니아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희망합니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해 보겠습니다.”


탄자니아 대통령을 시작으로 세계 각지에서 온 16개 국가 지도자들과도 짧게나마 인사하고 담소를 나눴다.

대부분이 일면식도 없던 이들이었다.

스웨덴, 호주 총리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가들을 저개발국가 대통령이거나 총리였기 때문에 재계 참석자 중에서 가장 거물인 류지호를 가만 내버려둘 수 없었다.

그들 입장에서 떠오르는 중국과 친분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투자 거물과 친분이라도 맺을 수 있다면 보아오포럼 참석의 본전은 뽑고도 남았다.

류지호는 각 국가 정상들과 미팅을 갖는 것 외에는 ‘녹색 아시아의 꿈‘이라는 주제에 맞는 여러 토론에 참여해 에너지 효율화 운동과 재생 에너지원을 통한 아시아의 미래 구원, 민간기업들의 환경개선 기여 방안 등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인도네시아 측에 가온 인터내셔널이 추진하고 있는 팜유 농장 확보에 관해서도 넌지시 말을 건네기도 했다.

둘째 날에는 '친환경 에너지', '통신의 지속적인 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 '금융개혁과 혁신', '녹색 아시아,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과 투자' 등 포럼이 이어졌다.

매튜 그레이엄이 포럼에 참석해 화려한 언변을 구사했다.

마지막 날엔 '기후변화'를 주제로 전체대회가 열렸다.

'중국 개혁개방 30년 회고와 전망'이라는 원탁회의도 개최되었다.


“원래 필리핀 전 대통령이 제안해서 탄생한 포럼이라며?”

“그랬지.”


보아오포럼이 개최된 계기는 필리핀의 피델 대통령의 제안 때문이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협력을 모색하자고 만들어진 포럼이었는데.


“하이난섬의 작은 어촌마을인 보아오가 영구 개최지로 정해지면서 중국 부상을 알리는 장으로 바뀌어가고 있지.”


주요 행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의 주석과 총리가 번갈아가며 무대 중심에 서고, 각국 정상들이 힘을 더해주는 식이다.

올해엔 16개국 정상들이 참석했다.

일본, 한국 등 주요 국가 정상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해서 연차회의의 격이 떨어진 느낌도 별로 없었다,


“......”


마치 들러리가 된 느낌을 받는 류지호다.

어떤 행사에 가도 주최국이 주인공 행세를 노골적으로 하는 곳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보아오포럼은 무딘 성격의 사람도 알 정도로 ‘아시아 맹주’ 중국이란 이미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보아오포럼의 영문 공식 명칭은 ‘Boao Forum for Asia'이다.

직접 포럼에 와 보니 For China로 바꿔야 할 듯 싶었다.


‘쯧. 아시아 국가들을 순회하면 그나마 나을 텐데....’


이미 영구 개최지로 보아오를 못 박아버렸다.

포럼이 존속하는 한 영원히 중국의 독무대일 수밖에 없다.

매튜 그레이엄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던 모양이다.


“어째, 차이나의 위세를 보여줄 들러리가 된 것 같다. 안 그러냐, 동생아?”

“충분히 예상하지 않았어?”

“가끔 토를 하고 싶을 정도로 역겨워.”

“워워. 진정해, 형.... 그러다 미운털 박히면 JHO는 중국의 모든 사업 접어야 돼.”


두 사람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각종 회의장 어디에서도 중국의 신경을 건드릴 티베트 사태 문제는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지난 3월 10일 티베트 독립운동 49주년을 맞이해 티베트 승려(수도승) 등 600여 명이 중앙정부를 향한 항의 시위를 시작했다.

티베트 반정부 시위대가 중국 공안과 충돌하면서 유혈사태로 번졌다.

천안문 사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시위로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중국 중앙정부가 계엄령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뿐이지, 사실상 계엄 상태나 마찬가지 상황이다.

그런 인권유린에 관해서 어떤 서구권 인사도 유감을 표명하는 이가 없었다.

호주 총리가 유창한 중국어로 연설을 했다.

온통 중국인으로 채워진 회의장에서 열렬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중국의 발전을 기대한다.

올림픽 성공을 확신한다.

많은 국가 정상들의 연설에도 중국어가 곁들여졌다.

중국 정부의 허술한 저작권 보호, 지나치게 엄격한 투자 규제 등을 지적하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13억의 거대한 시장에 대한 참석자들의 욕심, 높아진 중국의 국제 영향력 등을 고려해 중국의 환심을 사려는 각국의 의도가 포럼 곳곳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분대로 처신할 수도 없고.


“형, 아무나 대기업 총수로 살아갈 수 없나봐.”

“그럼. 당연하지. 기분 내키로 행동하다가 회사 말아먹을 일 있어?”


중국 주석의 말에서 G2 초강대국으로의 포부가 여실히 묻어나왔다.


- 세계의 다극화 추세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입니다. 이제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다극 체제로 전화해야 합니다.


한술 더 떠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판 유엔’ 창설의 포부도 밝혔다.

온통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중국의 연차회의였다.

티베트 사태로 궁지에 몰린 중국으로서도 오랜만에 긍정적인 분위기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다.

포럼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안 드는 것이고.

류지호는 평소 친분관계가 전혀 없던 이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갔다.

매튜 그레이엄 또한 중국 측 인사들과 꽌시를 더욱 돈독히 했다.


“꽌씨(关系)'를 나쁘게만 보는 서구권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게 단순한 Relationship이 아닙니다. ‘Art of Relationship’이라고 봐야 합니다.”


관계를 만들어 가는 기술이란 의미다.

미국에서 유학을 했던 중국 관료 한 명이 그 같은 논리를 매튜 그레이엄에게 전파했다.


“나와 Jay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용’이라고 접근하고 있습니다. 중국인을 포용하려면 말(중국어)도 배워야 하고, 문화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하겠지요.”


가령 이렇다.

매튜 그레이엄은 건배를 할 때 중국 측 고위 관료의 잔보다 자신의 잔이 낮게 위치하도록 신경을 썼다.

사실 한국인에게도 별로 낯설지 않은 행동이다.

하지만 백인이며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가문의 자재인 매튜 그레이엄에게는 쉽지 않은 행동이다.

매튜 그레이엄은 중국 고위급인사와 건배를 할 때마다 그렇게 했다.

그 행동을 통해 권력자들의 호감을 사게 됐다.

사소한 행동이 중국 문화를 존중하는 것으로 보였던 모양이다.

중국 언론 역시 매튜 그레이엄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중국 같이 자신들만의 가치관에 매몰되어 살아가는 문화권에서는 이런 식의 기술이 필요하긴 하다.

인도 역시 비슷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사꾼은 간이고 쓸개고 다 빼고 장사하는 법이니까.’


좋게 포장하면 백인인 매튜 그레이엄이 보인 행동은 일종의 타 문화에 대한 포용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존중’이라고 표현했지만.

매튜 그레이엄은 금융인답게 중국인민은행장, 은행감독 위원회 주석, 증권감독위원회 주석 등 금융관련 고위 당국자들과 관계를 쌓아갔다.

류지호도 놀지 않았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부주임, 상무부 부부장 등 중국의 경제 분야 고위관리들과 안면을 익혔다.


❉ ❉ ❉


세계의 유수한 기업 CEO들이 모인 국제회의에서 세계경제 현안에 관한 토의를 주재하고 결론까지 도출할 수 있는 리더십과 전문지식, 경영자로서의 연륜, 기업의 배경, 어학능력까지 갖춘 한국의 재계 총수를 고른다면 누가 있을까.

몇 명 되지 않는다.

이 시기 가장 많이 거론될 인물은 단연 류지호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복합미디어 그룹 오너이자 한국의 재계 5~6위 권 그룹의 총수이며 20대부터 리틀 버펫이라 불릴 정도로 탁월한 투자 성과를 쌓아왔으며 손대는 것마다 성공신화를 써가고 있는 인물이 바로 류지호니까.

또래 중에 한 명을 더 꼽자면, 선경그룹의 최재환 회장을 들 수 있다.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회사를 물려받아 한국 재계 3위권 그룹의 총수를 썩 잘 수행하고 있다.

젊은 총수답게 UN 글로벌 콤팩트, 세계경제포럼(WEF), 보아오포럼 등 국제 기업인 모임에서도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1960년 생으로 재벌 총수치고는 상당히 젊은 편이다.

1998년 처음 그룹 총수에 올라선 후, 현재까지 큰 무리 없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짝짝짝!


남몰래 류지호가 박수를 칠 정도로 최 회장은 무역, 투자, 금융, 시장 환경 등 4대 의제별로 12개의 소주제별 토론이 벌어지는 곳들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했다.


‘대기업 총수가 괜히 총수가 아니네.’


재벌 2세들이 불미스런 일로 종종 언론에 오르내린다.

모두를 능력이 없는데 부모 잘 만나 대기업 총수가 된 것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딴에는 가문에서 경영수업을 충실히 시킨다.

중소기업을 책임지는 사장도 할 일이 많고, 또 최선을 다해야 망하지 않는다.

수백 조 가치의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총수는 잘못된 판단 하나로 기업의 흥망성쇠까지 만들 수가 있다.

능력도 의심할 필요가 없다.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전폭적으로 키워주기에.

능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경영은 내 숙명‘ 같은 헛소리를 늘어놓는 관심종자 재벌 후계자도 있지만.


“그럼 2년은 어떻습니까? 따로 하실 일은 없습니다.”


보아오포럼 측에서 류지호에게 3년 임기의 이사를 제의했다.

당연히 귀찮고 성가신 감투다.


“미안합니다. 내가 하는 일이 너무 많습니다. 제안은 고마우나, 포럼에서 중요한 일을 맡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 투자 의제의 소규모 토론회를 주재해 달라는 요청도 받았다.

정중히 사양했다.

류지호는 JHO의 밤이든 한국의 밤이든 성대한 파티를 열어 글로벌 기업가들의 사교의 장을 만들었을 것이다.

중국 땅에서 열린 중국을 위한 행사라는 인상만 받지 않았더라면.

류지호는 행사 내내 참석의 의의를 두는 행보를 이어갔다.

의형인 매튜 그레이엄이 대신해서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올해 금융 부문 국제회의는 오는 6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보아오포럼 아시아 금융 토론이 런던 회의의 전초전 성격을 띠게 됐다.

그래서 매튜 그레이엄이 금융 관련 토론회의 기조연설과 토론을 주재했다.

그로써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관련해서 동종업계 사람들의 상황인식과 대비에 대해 파악해 둘 필요가 있었다.

류지호는 중국의 저작권 관련 몰상식과 중앙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불만을 드러내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참을 수밖에 없었다.

참모와 비서들이 간곡하게 말렸기 때문이다.

포럼 참석 후 본토로 이동할 예정이다.

Aliba를 비롯해 투자한 현지 기업들을 돌아보고, 영화계 인사들과도 미팅이 잡혀 있다.

방중 내내 쓸데없이 구설에 휘말릴 언사를 자초할 필요는 없었다.

나중에 미국으로 돌아가 관련 언급을 한다면 몰라도.


“중국 경제의 몇 가지 취약 요소 중에 저는 지방정부 채무 문제를 집중하고 싶습니다. 최근 중국 정부가 공개한 리포트에서 중국 지방정부의 채무가 정부 공식 집계의 두 배인 20조 위안(약 3600조 원)을 넘을 것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의 채무는 약 7조 위안이라고 보았을 때, 정부가 지방정부의 채무관리에 좀 더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지방정부의 채무가 불투명해서 확실히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하는 지적도 있습니다. 투자를 유치하는데 걸림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류지호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중국의 불투명하고 파악이 어려운 경제구조였다.

중국발 인플레이션이 한몫 크게 거들게 될 글로벌 식량가격 폭등도 따져보고 싶었지만.

두루뭉술한 이야기로 자신의 토론을 채웠다.

함께 토론에 참여한 국부펀드 중국투자공사(CIC) 글로벌 투자총책임자,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투자 회사 중국 법인 대표이사, 싱가포르 투자회사 넵툰 파트너스 투자 총괄 등 패널들과 안면을 익힌 것으로 만족했다.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을 노리는 ‘보아오포럼’이 39개국의 정치·경제 지도자 2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다.

중국에서는 2002년 출범 이후로 최대 규모라고 선전했다.


“성황리에 마무리 된 것 맞지?”


매튜 그레이엄이 찜찜한 표정으로 류지호에게 물었다.


“주최측에 물어야지 왜 내게 물어?”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 사태로 국제적으로 시끄럽잖아. 빛이 좀 바래지 않았을까 싶어서....”


매튜 그레이엄의 말대로 외신들의 반응은 비교적 싸늘한 편이었다.

여러 대륙을 도는 대대적 성화 봉송과 더불어, 이번 포럼을 통해 경제대국의 힘을 과시하고 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잔치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기대는 한풀 꺾였다.

하이난섬의 관문인 하이커우의 메이란 국제공항으로부터 포럼이 열리는 보아오에 이르는 도로 주변에 펼쳐진 삼엄한 경비를 보면 중국 정부의 편치 못한 처지를 잘 보여주었다.


“이런 포럼에는 Moe와 형이 주로 다니도록 해.”


류지호는 앞으로는 다보스포럼 혹은 UN글로벌콤팩트, 세계경제포럼(WEF) 정도 국제행사만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특정 국가의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행사에서 들러리 서고 싶지 않았다.


“그렇긴 해. 너는 이런 포럼이 아니라 영화제에 있는 게 맞아.”

“얼씨구? 영화감독보다 기업가가 어울린다면서 난리친 건 다 까먹었나 봐?”

“내가 그럴 리가. 언제나 내 동생의 예술세계를 존중해 왔거든!”

“퍽이나.”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제의는 왜 거절하는데?”

“나는 대중들에게 평가받는 감독의 자리가 더 좋아.”


때론 대중들의 얼토당토하지 않은 평가 때문에 상처도 받지만.


“암튼 와보길 잘한 것 같아.”

“네트워크 많이 만들어서?”

“내가 놀 자리가 아니란 걸 알게 됐거든.”

“근데 왜 대만은 일정에서 뺏어?”

“월드 프로모션 투어도 아니고. 중국만 얼른 방문하고 LA로 돌아가야지. 레오나 혼자 얼마나 힘들고 외롭겠어. 배도 불러오는데....”

“유난 떤다. 아직 일주일도 안 지났어, 이 자식아!”

“내겐 한 달 같은 시간이야.”

“딸? 아들?”

“형, 그거 알아?”

“뭘?”

“자궁속의 태아는 초음파 사진을 한 장 찍을 때마다 50개의 뇌세포가 감소한대.”

“무슨 헛소리야.”

“나도 모른다는 말이야.”


매튜 그레이엄은 어느새 오십 줄에 들어섰다.

간간이 여성을 만나고 있지만 결혼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당연히 동성애자는 아니다.

가정을 꾸리는 것 자체를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는 헛소리가.


“Jay, 네 가족이 내 가족이다!”

“당연히 가족인데. 어느 날 불쑥 어린 여자애가 더 어린 아이를 안고 나타나 자기가 내 숙모라고 말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게 해줘.”


전용기 여기저기에서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킥킥.


수행원들의 웃음소리다.

모두가 십년 가까이 된 사람들이다.

두 사람의 이런 식의 대화는 수행원들에게 일상이었다.


작가의말

요즘 감기가 꽤 고약하다고 합니다.

건강 유의하십시오.

활기차고 즐거운 한 주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PS. 샤이님 후원감사드립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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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86 도뮤
    작성일
    24.01.29 09:41
    No. 1

    오늘도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티렌
    작성일
    24.01.29 09:46
    No. 2

    숙모가 아니라 형수 아닌가요...?

    찬성: 0 | 반대: 1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4.01.31 19:51
    No. 3

    결혼전에 의형제로 지냈기에 평소에는 'bro'라고 칭해서 그렇지. 실제 가계도 상으로 아내의 외삼촌입니다. 따라서 매튜의 부인에 대해서는 'aunt'라고 호칭하는 것이 맞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4.01.29 11:07
    No. 4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lo******
    작성일
    24.01.29 11:46
    No. 5

    coffee free는 공짜 커피가 아니라 커피 제외라는 뜻이 아닐까요? 카페인 프리 나 알콜 프리 처럼?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4.01.31 19:48
    No. 6

    Complimentary Coffee로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5 zyxw
    작성일
    24.01.29 18:48
    No. 7

    설봉작가의 무협소설인데 신무협 스타일 입니다.

    그것보다는 고 서효원작가의 천왕문이라는 정통 기정무협 소설이 있는데
    이걸 각색해서 드라마나 영화화 하면 정말 좋겟습니다.

    세계관이 일반 무협과 달리 중원-토번-테벳-일본 등의 인물들이 나오는데...
    잃어버린 황제위를 찾기 위한 내용입니다...아주 오래전 소설이라서 이시는 분들이 계실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4.01.30 12:06
    No. 8

    선x 은 마누라 잘만나 큰거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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