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3 09:05
연재수 :
899 회
조회수 :
3,827,292
추천수 :
118,663
글자수 :
9,955,036

작성
24.02.14 09:05
조회
1,675
추천
90
글자
25쪽

복댕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생명의 항해> 준비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이민국으로 편지가 왔다.

시민권 선서 안내서였다.

장소는 시민권 인터뷰를 했던 곳이었다.

2005년 개정된 국적법으로는 직계존속이 외국에서 영주할 목적 없이 체류한 원정출산이나 병역 기피자에 대해서 병역을 필하거나 면제를 받지 않으면 국적이탈을 금지시켰다.

일명 홍은표 국적법 개정은 미주 교포들에게 악법 중에 악법이었다.

반면에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 취지를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선천적 복수국적제도로의 개정으로 인해서 해외동포 특히 미주교포 2세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개정된 법에 의하면 미주 한인 2세 청년들이 18세가 되는 해 3월말까지 국적이탈을 하지 않으면, 38세가 될 때까지 무려 20년간이나 국적이탈도 하지 못한다.

이중국적자로 애매한 신분이 됨으로써 한국에서는 군대에 입대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병역기피자로 처벌 받거나.

헌데 미국에서도 사관학교 입학이나 국무부, 국방부, 백악관, CIA, FBI 등 연방정부 공직진출이 막히는 피해를 입게 됐다.

그 같은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한인 2세가 미국의 사관학교에 입학했다가 퇴소조치 당하는 일도 있었다.

미주 교포사회에서 한국에 헌법소원을 냈다.

미국을 방문한 유력 정치인들에게 간곡한 청원을 넣고 있다.

한국에서 교포들의 청을 받아들여줄 리가 없다.

교포 2~3세대들이 그 같은 불이익을 받는 것에 내심 쾌재를 부르지 않으면 다행이다.

류지호의 계획은 자녀들에게 이중국적을 주는 것이었다.

최대한 한국 국적을 유지하다가 국적이탈 신고 만료 기간(6개월)까지 버티다가 한국 국적을 포기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첫째 아이는 복수국적자가 되는 시나리오였다.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류지호가 레오나의 불룩해진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복댕아, 엄마한테 그냥 집에 있자고 해 봐.”


지난 달 태아가 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본가나 처가나 모두 첫째가 딸이라는 것을 크게 반겼다.

아네모네 프랜차이즈 창립멤버 이모 중에서 ‘첫딸은 살림밑천’이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 큰 애가 첫째 딸 팔아서 집안 일으킨다는 거예요, 뭐예요!”


어머니 심영숙에게 엄청나게 혼나는 일도 있었다.

불과 4~5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첫째 딸을 조금 잘사는 집에 어린 나이에 시집보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는 일이 있었다.

첫째 딸은 부모를 대신해 육아, 살림, 농사일까지 도왔다.

만능 가사도우미였던 시대가 있었다.

심영숙 세대는 지독한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해 대부분의 가정에서 딸들은 교육기회도 얻지 못했다.

심할 경우 시집가기 전까지 돈을 벌어 집안 살림의 한 축을 담당하는 위치였다.

제아무리 농담이고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이라고 해도 심영숙이 발끈할 수밖에.


“복댕아~ 복댕아~”


레오나의 뱃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기의 태명이다.

사랑이, 행보기, 튼튼이, 힘찬이, 축보기 등.

수많은 태명이 후보로 거론되었다.

류지호에게 첫째 딸은 행운이자 복덩이다.

그런 의미에서 ‘복댕이’로 불렀다.

뉴욕의 장인장모와 파커 가족들은 포춘(fortune)이란 태명으로 불렀다.

딸의 이름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윌리엄 파커가 정했고, 류민상이 한자를 골랐다.

한국이름 류시아(柳始雅).

타고난 심성이 맑고 바른 아이란 의미다.

윌리엄은 증손녀의 이름으로 빛(light)을 뜻하는 라틴어 루키우스(Lucius)의 여성형 루시아(Lucia)를 붙였다.

그래서 Cia P(arker). Ryu라는 영문 이름이 만들어졌다.

한국에서 자라게 된다면 한국 최초의 사이버 여가수 류시아와 비교되며 놀림을 받을 수도 있다.

미국에서는 시아라고 불리거나 애칭으로 루시(Lucy)라고 불릴 수도 있다.


탁!


레오나가 자신의 배를 쓰다듬고 있는 류지호의 손을 쳐냈다.


“복댕이도 외출하고 싶대. 봐, 발로 막 차면서 외출하자고 보채잖아.”


아직 발로 차고 그런 정도는 아니다.


“단순한 외출이 아니잖아. 가까운 곳도 아니고 무려 모스크바야.”

“닥터가 괜찮다고 한 말 달링이랑 같이 들었거든. 나 아주 건강해. 걱정 마.”

“복댕이가 힘들까봐 그렇지.”

“세상에서 가장 안락하고 안전한 엄마 뱃속에 있는데 뭐가 힘들어?”


레오나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에서 설을 쇠고 벨에어로 돌아왔다.

산부인과 진료 외에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있으니 갑갑할 만도 했다.

그런 차에 류지호가 모스크바 출장을 다녀오기로 한 것.

이때다 싶어 레오나가 남편의 출장길에 동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비즈니스 출장이 아니었다.

5월 22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07~2008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참관하기 위한 출장이다.


“올드 래드포드 결승전 관람이면 만류 안했어. 모스크바 날씨가 장난 아니란 말이야.”

“5월의 모스크바 날씨는 한국의 초봄과 비슷하다던데?”

“대신 한국과 달리 하루 동안 날씨가 변덕스럽기 그지없대. 날씨는 포근한데 바람이 차다든가. 낮에는 기온이 20도까지 올라갔다가 오후가 되면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진다든가.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감기라도 걸리면....”

“경기만 관람하고 나머지 시간은 호텔에만 있을 게.”


3박 4일 일정이다.

호텔에만 있을 것이면 뭐 하러 모스크바에 가는지.


“닥터도 별 문제 없을 거라고 말했잖아.”


결국 류지호는 레오나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혹시 몰라 의료진도 함께 전용기를 타고 모스크바로 날아가기로 했다.

류지호는 안심이 되지 않았다.

의전담당 비서들을 미리 모스크바로 보내놓았다.

그곳에서 혹시나 모를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토록 했다.


“으이구. 이 팔불출!”

“제니퍼가 안심하고 날아오래. 가자 레오나!”


✻ ✻ ✻


EPL 2007~2008시즌은 1998-1999시즌과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사상 최고의 전성기 중 하나로 꼽히는 시즌이다.

퍼거슨 부임 이후 2번째로 빅이어(Big ear)를 들어 올린 시즌이다.

메이저 대회 3관왕을 뜻하는 트레블을 거둔 98-99 시즌과 달리 FA컵 우승에 실패하며 더블에 만족해야했지만, 챔피언스 리그에서 무패로 우승했다.

트레블 시즌보다도 더 강력한 팀이라고 평가받았다.

류지호가 보기에도 맨유와 팬들에게는 환상적인 시즌이었다.

유일한 한국인 선수를 빼고.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맹활약한 강지승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뛰는 걸 기대하는 한국인과 아시아 축구팬이 많았다.

하지만 퍼거슨 경은 그런 이들의 염원에 부응하지 않았다.


“너무 힘든 결정이었다. 강지승은 올 시즌 팀을 위해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난 팀을 위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결승전에서 뛸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승리를 원한다.”


2007~2008 UEFA 챔피언스리그 첼시와의 결승전 직전 퍼거슨 경이 강지승을 엔트리에서 제외한 이유를 그렇게 설명했다.

팀을 위해, 승리를 위해.

강지승의 출전을 애타게 염원했던 축구팬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오죽하면 원망의 화살을 공동구단주인 류지호에게 향했을까.

류지호가 겪어 본 퍼거슨 경에게 인정이나 의리를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이기기 위해서 결승전 엔트리를 짰다는데 뭐라 할 수도 없고.

퍼거슨 경은 언론 인터뷰에서 강지승이 거론될 때마다 칭찬으로 일관했다.

헌신적인 선수라거나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말해왔다.

보통은 챔피언스 리그 8강전부터 4강까지 4경기 풀타임으로 맹활약한 선수를 결승전에서 빼기는 어렵다.

그러나 퍼거슨 경은 우승에 목말랐다.

팀 우승을 위한 냉정한 선택을 했다.


- 강지승 선수가 단 1분이라도 뛰면 아시아선수 최초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로 기록될 수 있었습니다. 알고 있었습니까?


영국 언론이 퍼거슨에게 한 질문 중 하나였다.

루즈니키 스타디움 VIP 관중석에서 류지호는 아내 레오나, 공동구단주 매튜 그레이엄과 함께 결승전을 직관했다.

2007~2008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맨유는 첼시를 상대하여 승부차기까지 가는 명승부를 펼친 끝에 1999년 트레블 이후 9년 만에 챔피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번 우승으로 퍼거슨 경은 명감독의 입지를 더욱 굳히게 됐다.

그의 선수기용이나 전술이 또다시 최고였다고 평가 받을 것이다.

그에 반해 한국 축구팬들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며 간혹 생중계 화면에서 보이는 유니폼이 아닌 양복을 입고, 그것도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했던 강지승의 모습에 동정을 보냈을지도 몰랐다.


“이제 다저스만 우승하면 돼!”


맨유 우승 현장에서 메이저리그 팀을 응원하는 매튜 그레이엄이었다.


“49ers도 있거든!”


강지승 선수는 이번 챔피언스 리그 우승 메달을 목에 걸 수 없었다.

단지 모조 우승트로피만 전달받았을 뿐.

때문에 아시아 선수 홀대 논란이 일게 된다.

류지호는 자신의 우승메달을 강지승에게 양보하기로 했다.

맨유를 매각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우승메달을 받을 기회는 많았으니까.

UEFA 규정에서 우승팀에 전달하는 30개의 메달 대상자는 따로 못 박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30개의 메달 중 18개는 결승전 엔트리에 든 선수들에게 돌아간다.

남은 메달은 12개.

감독, 구단 사장 같은 이들이 다음 순번이다.

구단주에게도 주어진다.

그것을 강지승에게 양보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단 규모는 매우 크다.

12개의 메달은 결코 넉넉한 숫자가 아니다.

우승메달이 누구에게 주어졌는지 뒷말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고.

우승 뒤풀이는 선수단이 그래이터 맨체스터로 돌아와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다.

류지호는 선수단을 따라가지 않고 LA로 돌아갔다.

레오나가 괜히 자신 때문에 류지호가 맨유 우승 파티를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함을 표했다.


“영국에 다녀와도 되는데....”

“아니야. 영화 준비하기도 바빠.”


여담으로 결승전 파티 다음 날.

회복 훈련을 하기 위해 맨유 선수들이 캐링턴 훈련장에 출근하고 맞이한 것은 주차장에 그림같이 주차되어 있는 18대의 스포츠카였다.


“구단주가 선물한 전기차래.”


류지호는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빅이어를 들어 올린 맨유 선수들에게 TESLAS의 전기차 로드스터를 선물했다.


“와우! 우리 구단주 통이 크네!”

“큭. 이적을 못하게 하려고 당근을 물리는 건가....?”


3월에 정식 출시된 차량이지만 예약이 밀려서 사방에서 아우성인 상황이다.

류지호는 작년 이맘때 일찌감치 20대의 로드스터를 사전 주문해 두었다.

18대를 결승전 엔트리 선수들에게 선물하고 남은 2대는 동생들에게 선물했다.

류아라에게 선물한 로드스터는 <생명의 항해> 소품과 20th 센추리 소품들을 옮길 화물선에 함께 실려서 한국으로 갔다.

류지호에게는 6월에 공개될 예정인 프리미엄급 세단 ‘모델S'가 인도될 예정이다.

이 시기 전기차 인프라가 그마나 괜찮은 곳이 바로 캘리포니아다.

캘리포니아주는 90년부터 친환경 전기차를 장려하는 법이 정비되어 있다.

150여 곳에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도 갖추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전기차 스타트업이 많은 이유가 다 있었다.

사실 자동차 역사를 통틀어 처음 등장한 대량생산 전기차는 DM의 EV-1이다.

때마침 캘리포니아 주에서 무공해 자동차 판매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따르면 회사별로 판매량에 따라 무공해 자동차를 일정 비율 이상 판매하도록 규정하고, 미달 시 과징금을 부과하게 된다.

당시 미국 자동차 업계를 이끌어가고 있던 DM은 이 법안에 따라서 ‘EV-1’을 내놓았다.

1996~1999년까지 1,117대가 생산될 정도로 판매량도 준수했다.

당시 신기술이 집약된 혁신 제품임을 감안했을 때, 3만 달러 대의 가격은 그 다지 터무니 없지도 않았다.

소비자의 부담도 덜했다.

판매 방식을 3년간 차값을 나눠서 내는 리스 형식이었기에.

전기차 초창기치고 150개의 충전소 인프라도 나쁘지 않고.

그렇게 전기차 시대가 열릴 줄 알았지만.

2002년에 EV-1이 2대만 남기고 전량 폐기되었다.

결과적으로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전기차가 되어버렸다.

그 즈음부터 위기를 느낀 정유회사들이 엄청난 로비를 벌였다.

기존 내연기관 주력 자동차 회사들이 또한 ‘무공해 자동차 판매 의무화 법안’에 소송을 걸었다.

소송에서 자동차 회사들이 승소했다.

새롭게 개발비가 소요될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나 천연가스차량 판매로 절충안을 이끌어냈다.

자의반 타의반 전기차에 선도적으로 뛰어든 DM으로써도 적자를 봐가면서까지 EV-1을 끌고 갈 이유가 사라졌다.

그렇게 EV-1 프로젝트는 종료됐다.

그런 상황에서 TESLAS와 괴짜 일론 리브스가 등장했다.

프리몬트의 DM, DOYODA 합작 생산공장 NUMMI의 영국 경량 스포츠카 엘리스(ELISE) 플랫폼을 빌려 이 당시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전기 스포츠카를 생산해냈다.

엘리스(ELISE)의 플랫폼은 많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활용하고 있었는데, 일론 리브스 역시 TESLAS 첫 전기차를 만들어내는데 사용했다.

로드스터는 리튬이온전지만으로 300km 가까이 운행이 가능한, 실리콘밸리의 최첨단 기술을 가득 실은, 2인승 스포츠카다.

다만 10만 달러가 훌쩍 넘는 가격, 제한된 생산 수준, 그리고 완전 충전에 48시간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친환경을 선호하는 캘리포니아 부자들의 장난감일 뿐이야.”


세간의 평가였다.

로드스터는 장거리 주행이 가능한 최초의 전기차다.

하지만 대중적인 자동차는 결코 아니다.

주로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과 억만장자들이 로드스터를 주문할 정도로 매니악했다.


- 업계 밖의 다양한 기술을 조합한 콘셉트카.


자동차 업계가 바라보는 로드스터였다.

자동차 업계는 TESLAS의 무모한(?) 시도를 무시하는 척 하면서 한편으로는 관심을 완전히 놓치는 않았다.

이 당시만 해도 업계를 위협할 존재가 아니었다.

결국 2012년에 로드스터의 단종을 결정하게 된다.

모두가 실패의 역사로 기록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때 TESLAS 내부적으로 시행착오와 실물 자동차 생산 노하우를 빠르게 습득하게 된다.


“그걸 로는 부족해. 더 확실한 노하우와 자동차 생산 분야 전문가가 필요해.”


류지호는 TESLAS가 기존 완성차 업체를 인수합병하길 바랐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생산 플랫폼이 아주 중요하다.

심지어 플랫폼에 따라 자동차의 기본 성능과 상품성이 결정되기까지 한다.

따라서 플랫폼을 어떻게 개발하고 운영하는지를 보면 그 제조사의 기본 실력을 알 수 있다.

기본 플랫폼을 개발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면, 그렇게 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훨씬 더 완성도 높은 차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메이저 자동차 업체들은 자사 플랫폼을 타사에 통째로 임대 혹은 판매하기도 한다.

그 때문에 TESLAS가 엘리지 플랫폼에서 로드스터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고.

플랫폼 개발은 차종 공유뿐만 아니라, 표준화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수만 개의 부품으로 구성되는 자동차를 각 차종마다 다른 부품으로 개발하면, 부품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따라서 표준화 개념을 바탕으로 플랫폼 또는 부품을 개발한다.

결국에 플랫폼 공유와 표준화는 품질의 안정화를 이루게 해준다.

물론 부품 공용화는 한 개의 부품에 문제가 생기면 여러 차종에 동시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 역시 부품 종류가 줄어들게 되면 선택과 집중으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선택과 집중이 이뤄지면 빠른 제품 출시, 규모의 경제, 제품별 기본 성능 강화 등의 장점이 있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더 좋은 차를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탈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 셈이다.

그런 면에서 TESLAS는 아직 일어서지도 못하는 처지다.

자체 플랫폼도 없고, 플랫폼을 개발할 능력도 없다.

류지호가 도와주겠다는데도 다른 완성차 M&A에도 시큰둥하다.


‘아마 내 지분율이 계속해서 상승해서 회사를 빼앗길까봐서겠지.’


이미 류지호가 소유한 한국의 기업에서 영국의 자동차 회사를 인수한 바 있다.

일론 리브스와 TESLAS 입장에서는 대주주인 류지호가 자신의 회사를 욕심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쨌든 전기차는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서 생산 공정과 플랫폼이 훨씬 단순하다.

이전 삶에는 자본 제휴 방식으로 TESLAS와 DOYIDA 및 Daimler와 업무제휴를 체결해 플랫폼 구축, 생산라인 표준화, 품질관리 등의 도움을 받았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꽤 높았다.

류지호가 전기차 비즈니스에 끼어들지 않는다면.


❉ ❉ ❉


캘리포니아주는 영주권 신청도, 시민권 신청도 많은 대표적인 주다.

시민권 선서식에 가장 많은 이들이 몰릴 때는 1,000명 이상이 모여서 선서를 하기도 한다.

작년 한 해에만 1만 7천여 명의 한국인이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2008년에는 2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이민전문변호사들이 전망하고 있다.

사실 시민권 없이 영주권만 있어도 미국 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

다만 혹시 모를 미래의 걱정들.

가령 미국 사회 분위기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추방이나 권익 제한 등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직업 관련해 더 큰 기회가 왔을 때 국적 문제가 발목을 잡지 않을까 하는,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문제까지, 최근들어 시민권을 취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영주권으로 미국에서 많은 걸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시민과 똑같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가 투표다.

사실 류지호 본인은 미국의 투표권이 있으나 없으나 상관이 없다. 미국의 정치인들이 안달이다.

미국은 로비를 비롯해서 선거에서 후보지지, 정치자금 등에서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무척 많다.

류지호 정도 되는 거물이 대통령 선거에서 몇 억 달러를 동원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그것도 합법적으로.

게다가 류지호의 인맥과 처갓집의 권력은 미국 내에서 누구도 무시하지 못한다.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외국인이라는 점이 한계이자 약점이 되기도 한다.

할리우드에서도 그렇고.

월가에서 투자자로 활동하는 경우에 특히 애로사항이 조금 있다.

월가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유대자본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골드만대거스는 민주·공화당을 막론하고 매 정부에 자사 출신 임원을 백악관에 최소 다섯 명을 집어넣을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

골드만대거스와 사이가 좋지 않을 것 같은 민주당 정권에도 경제분야 관료에 골드만대거스 출신들이 심심찮게 임명된다.

미국 대통령의 키친 캐비닛은 말할 것도 없다.

전미작가조합 파업에서 중재자 역할을 나름 성공적으로 완수한 바 있는 류지호지만, 수백 억 달러를 운용하는 금융사 오너로서 미국 연준이나 월가에는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간혹 미국의 상류사회 파티에서 백인들이 묻곤 한다.

충성서약은 언제 할 거냐고.

영주권자가 미국을 향해 충성서약(Oath of Allegiance)을 할 일은 없다.

그들이 충성서약을 들먹이는 것은 자신들 커뮤니티에 들어오려면 미국 시민권자가 되라는 충고다.

정치권에서는 충고를 넘어 약간의 압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JHO Company Group이 The Wall Street Journal을 품에 안고 나서는 그런 압박이 좀 더 노골화 되고 있다.

어느 나라나 지상파 방송이나 신문을 소유하는 것에 엄격한 기준을 둔다.

특히 TV뉴스채널은 미국에서도 외국인에 대해 지분 소유 제한을 두거나 여러 제약을 두고 있다.

류지호는 귀찮음을 겪지 않기 위해 TV뉴스채널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있다.

한국의 보수언론이 TV뉴스채널을 가지거나 미국의 유대계 자본이 여론을 제 입맛대로 다루기 위해 주요 TV뉴스채널을 장악하듯, 류지호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매스컴을 통해 시청자를 외눈박이 바보로 만들어봐야 류지호가 얻을 것이 전혀 없기 때문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 뿐.

암튼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미전역에서 시민권 선서식이 열렸다.

캘리포니아나 뉴욕같이 시민권 신청자가 많은 지역에선 연중 몇 번씩 선거식이 열린다.

출신 국가도 수십 개국이다.

류지호는 레오나와 함께 선서식에 참석했다.

100명 미만의 선서식에서는 성조기를 주고 한다는데, 캘리포니아는 참석자가 너무 많아서 그런지 앉을 자리에 손바닥 크기만 한 성조기 깃발이 놓여있을 뿐이다.

시민권 선서식의 하이라이트는 '충성서약(Oath of Allegiance)'이다.


"나는 지금까지 속했던 국가와 단절하고 이 순간부터 미합중국 헌법과 법률을 준수하며 미국 시민으로서 법이 정한 모든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오직 미국에만 충성할 것을 서약합니다."


대충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미국 국기에 대한 맹세(Pledge of Allegiance)도 한다.

미국에 대한 충성 맹세는 학교에서나 웬만한 행사장에서 빠짐없이 행해지는 중요 맹세다.

충성서약의 순간은 제법 진지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원래 조국의 국적을 포기하고, 이 순간부터 미국만을 조국으로 섬기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하기 때문이다.

시민권 취득을 영어로 'naturalization'라고 한다.

한국말로 번역하면 ‘귀화’다.

연세가 좀 있는 한국 어르신들은 귀화라는 말을 무척 싫어한다.

일제강점기 일본에 귀화를 강요당했던 일종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과거에는 한국계 노인 중에는 이런 충성 서약에 갈등하며 시민권 취득을 망설이는 이가 적지 않다.

이젠 아니지만.

시대가 바뀌고 국적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나이 든 한인들도 별 거리낌 없이 시민권을 신청하고 미국 시민이 되고 있다.

정치력 신장이나 권익 수호를 위해 한인 시민권자가 늘어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시민권 취득을 독려하는 분위기다.

류지호 같이 미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시민권자가 되어 한인들의 권리보호와 정치력 신장에 나서주길 기대하는 목소리도 컸다.

적어도 LA와 캘리포니아 주에서 시장 및 주지사 그리고 정치인들이 한인을 홀대 못 한다.

류지호가 둥지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혹시나 주요 사업체를 다른 주로 옮기기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LA폭동 사건 이후로 주정부나 시청에서 근무하는 교포도 대거 늘어났다.


“아무도 눈가를 훔치는 사람이 없네?”


류지호가 주변을 슥 둘러보고 한 말에 레오나가 반응했다.


“응? 왜 울어? 좋은 날에....”

“태어나고 자란 나라의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이 되는 순간이잖아.”

“어머나, 달링~ 요즘 같은 시대에 그 무슨 구태의연한 말이야.”

“뭐 그렇다고.....”


국가까지 부르고 약간의 축하말이 오간 후 선서식이 끝났다.


와아아아!

짝짝짝!


선서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열심히 성조기를 흔들었다.

언제 심각했냐는 듯 시민권 선서식장이 축제 분위기로 돌변했다.

더 이상 국적이 자신들을 규정하는 척도가 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 같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시민이 된 것에 한없는 안도감을 느끼거나.

류지호는 이제 미국 시민으로서 투표를 할 수 있다.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미국을 위해 총을 들고 싸워야 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대한민국 대사관이 아닌 미국 대사관에 연락을 취해야 할 것이며 입출국시엔 독수리여권을 제출해야 한다.


“뭐가 되었든 이제 이민국은 안녕이다.....!”


유권자 등록과 여권 신청은 따로 하기로 했다.

이날의 시민권 선서식이 지역 뉴스를 넘어 미국 전역으로 보도되었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드디어 미국 시민이 되는 날이기에.

한국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류지호를 배신자라고 마구 욕하는 사람.

다 이해한다고 잘 살라고 응원하는 사람.

냉소적으로 비아냥대는 사람.

인재를 외국으로 쫒아내는 한국 사회 자체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사람.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까지.

한국인들의 반응은 다 달랐다.

6월이 막 시작되던 날.

류지호가 처음으로 독수리여권을 쓸 일이 생겼다.

그것도 전자칩이 내장된 E-passport를.


“이 놈에 기집애가 오냐오냐 키웠더니 친일 꼰대 무서운 걸 모르고....!”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4.02.14 10:26
    No. 1

    매해 교포사회에서는 자녀들 국적신고후 포기 시키는 것이 화두가 되죠. 부모가 국작이탈을 하지 않았을 때 낳은 자녀는 한국에 아무 기록이 없어도 복수국적자로 잡히는 경우가 있어서. 제일 짜증나는 것은 대사관이나 영사관 직원들이 국적법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거의 모든 절차를 직접 방문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영사관이 없는 주에 살면 이동시간과 경비로도 돈 좀 깨지고요.

    여하튼 뭐. 2세들과 부모만 고생 ㅋ 재외교포들 투표권 준다고 난리치는 것보다 청소년들이 불이익을 받지 않게끔 해야 할텐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여산
    작성일
    24.02.14 12:14
    No. 2

    대장생산->대량생산 수정해야 할듯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4.02.14 20:00
    No. 3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lo******
    작성일
    24.02.14 15:08
    No. 4

    잘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4.02.15 00:15
    No. 5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4.02.15 18:10
    No. 6

    어떤 꼰대인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 n5******..
    작성일
    24.02.21 14:06
    No. 7

    개인적으로는 이해가 안가네요.
    장르소설에서 국적을 버릴거면 굳이 이렇게까지 고구마를 멕일이유가 있을까싶어요. 원작을 안봐서 전개를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신경 끄겠다고할거면 소설상에서 대체왜 바꿀려고 그 난리를 핀건지 이해가 안갑니다.
    현실에 좌절하는 비공식 세계 1위의 부자?
    이런 미친 먼치킨도 답답해서 버리는 헬조선??
    이럴거면 친구는 왜 좌천시키고 그동안 한국현실을 왜 바로잡을려고 했나요?? 포기할거면서
    작가님께서 대체 뭘 원하시고 이 소설을 쓰고계시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해가 안가요. 독자들에게 ㅈ한민국국민으로써 패배감과열등감을 느끼게 하는게 소설의 목표인가요??

    찬성: 0 | 반대: 1

  • 작성자
    Lv.99 범패
    작성일
    24.02.29 14:17
    No. 8

    모바일 13쪽 쯤 DM의 GM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4.03.02 14:13
    No. 9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82 돈을 번다는 건 분명 좋다! (2) +2 24.02.27 1,575 82 23쪽
781 돈을 번다는 건 분명 좋다! (1) +3 24.02.26 1,608 83 25쪽
780 이 사업은 무조건 된다! +11 24.02.24 1,691 80 27쪽
779 고마워요. 내게 다시 일할 기회를 줘서. +7 24.02.23 1,672 83 23쪽
778 놀면 뭐해...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해야지 (2) +4 24.02.22 1,615 79 23쪽
777 놀면 뭐해... 일할 수 있을 때 바짝 해야지 (1) +2 24.02.21 1,661 74 20쪽
776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6 24.02.20 1,677 74 23쪽
775 내가 오너인 걸 고마워해라... +5 24.02.19 1,662 83 23쪽
774 오빠, 화이팅! (3) +5 24.02.17 1,679 83 23쪽
773 오빠, 화이팅! (2) +6 24.02.16 1,595 84 22쪽
772 오빠, 화이팅! (1) +5 24.02.15 1,669 77 27쪽
» 복댕이! +9 24.02.14 1,676 90 25쪽
770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3) +7 24.02.13 1,598 88 25쪽
769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2) +3 24.02.12 1,662 84 27쪽
768 할 수 있는 건 다해봐야겠지! (1) +8 24.02.10 1,678 89 22쪽
767 진작 이런 시나리오 가져오지 그랬어....! +4 24.02.09 1,663 80 26쪽
766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7) +7 24.02.08 1,658 84 29쪽
765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6) +4 24.02.07 1,642 81 25쪽
764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5) +8 24.02.06 1,646 78 26쪽
763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4) +6 24.02.05 1,640 78 25쪽
762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3) +3 24.02.03 1,687 82 24쪽
761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2) +2 24.02.02 1,726 78 25쪽
760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1) +5 24.02.01 1,738 77 24쪽
759 슈퍼스타 납셨어, 아주~ +6 24.01.31 1,764 78 27쪽
758 어차피 돈 벌자고 하는 짓인데. +6 24.01.30 1,798 80 23쪽
757 아무나 대기업 총수로 살아갈 순 없는 법이지. +8 24.01.29 1,731 88 25쪽
756 감독님은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3 24.01.27 1,769 86 25쪽
755 일본이여, 이것이 히어로 영화다! +6 24.01.26 1,742 85 27쪽
754 새로운 길을 찾아내 개척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3 24.01.25 1,741 88 24쪽
753 전적으로 그들의 손에 달렸습니다. (2) +9 24.01.24 1,720 87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