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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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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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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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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감독님은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일본에 GONZO Anime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있다.

게임 및 애니메이션 제작사 GAINAS 출신들이 독립해 1992년 설립한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이다.

<청의 6호>를 시작으로 <전투요정 유키카제>, <풀 메탈 패닉 1기>, <사무라이 7>, <암굴왕>, <폭렬천사>, <바질리스크 코우가인법첩>, <위치블레이드>, <아프로 사무라이> 등.

류지호가 좋아했던 다수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프로덕션이다.

특히 그들이 제작한 <간츠>와 <최종병기 그녀>의 실사화에도 흥미가 많았다.


‘좋은 원작을 제대로 망쳐놓은 일본 영화계....! 해도 해도 너무 했지.’


9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 중급 프로덕션으로 제법 잘 나가던 GONZO Anime였다.

그런데 90년 중반 미국의 다국적 컨설팅 회사 출신 기업사냥꾼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GONZO Anime 멤버들은 순진한 오타쿠들이었다.

지저분한 비즈니스 세계를 전혀 몰랐다.

이 순진한 오타쿠들이 동경대-MBA 출신으로 다국적 기업의 펀드 매니저였던 신이치로에게 흔쾌히 회사를 넘기고 말았다.

전도유망한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기업 사냥꾼 수중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기업사냥꾼 신이치로는 엄청난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켰다.

그런 한편 GONZO Anime의 오타쿠들은 자신들이 만들고 싶었던 작품들을 원 없이 만들어냈다.


‘물량의 곤조라고 했던가....?’


마침내 2004년을 맞이했다.

GONZO Anime가 도쿄 증권거래소에 무려 33만 2천 엔 공모가로 상장했다.

여세를 몰아서 신이치로는 제작비 10억 엔짜리 초대작 애니메이션 <브레이브 스토리>의 제작을 발표했다.

중급 규모의 GONZO Anime가 스튜디오 지브리도 엄두를 낼 수 없는 규모의 작품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신이치로의 야심찬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기라성 같은 일본 내 제작자, 베스트셀러 원작, 유명 성우진을 구성한 후, LOG Company에게 세계배급을 의뢰했다.

그런데 LOG Company는 그 같은 제안을 단박에 거절했다.

트라이-스텔라 일본법인에도 제안이 왔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결국 워너-타임이 세계배급을 하겠다고 나섰다.

제작이 구체화되기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GONZO Anime의 주가가 폭등했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GONZO Anime 몰락의 시작이었다.

작전 세력들이 <브레이브 스토리> 개봉도 전에 주식을 모두 처분해 버렸던 것.

반면에 회사는 어마어마한 부채를 떠안았다.

작전이 성공한 후 세력들이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GONZO Anime의 주가는 폭락을 이어가며 부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경영상태 역시 악화되었다.

알려진 부채만 무려 50억 엔(약 550억 원).

온갖 악재 속에서 올해 전망도 썩 밝지 않다.


‘곤조 아니메가 망한다!’


업계에 파다하게 퍼진 설이었다.

한때 135만 엔을 찍었던 주가는 2006년 60만 엔까지 떨어졌다.


“감독님께서 일본의 아니메 스튜디오를 가지고 싶어 한다는 걸 생각해 내곤 지난해부터 GONZO Anime 주식을 사들였습니다. 최근 2만 엔까지 떨어진 주식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었죠.”


물건 하나 사더라도 꼼꼼하게 따지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GONZO Anime의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일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사들이는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니고 류지호다.

그것이 알려지면 상황이 반전될 수도 있다.


“WaW재팬이나 씨네콰논을 동원하진 않았습니다.”

“왜요?”

“미스터 할리우드가 GONZO Anime를 원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곤두박질치고 있는 주가가 반등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개연성 있는 이야기다.


“일부 극우 매체에서 미스터 할리우드가 일본 영화계를 잠식해 나가고 있다며 조선인에게 안방을 내줄 수 없느니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느니, 선동하고 있습니다.”

“빨리 미국 시민이 되든지 해야지 원...”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회로 한 몫 크게 잡기 위해 일본에서도 많은 사전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저 대단한 메이저 스튜디오나 투자은행, 다국적 기업도 고전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한국인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일본이다.

반면에 미스터 할리우드로는 어지간히 성가신 일도 해결이 가능하다.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요?”

“재일동포를 동원하고 있습니다.”

“....?”

“여러 사람이 조금씩 나눠서 사들이고 있습니다. 추후 WaW재팬이 적대적 인수합병을 하게 될 때 공개매입으로 모두 사들이면 됩니다.”


최저가에 매입했으니, 재일동포들도 제법 쏠쏠한 수입을 올릴 수 있을 터.


“GONZO Anime, 올해 라인업이 꽤 괜찮을 걸요?”


류지호의 기억에 따르면 여름부터 방영되는 <스트라이크 위치스>가 대박을 치고, 내년 마작 애니 <사키>가 그럭저럭 성공을 거두게 된다.

그럼에도 악화된 상황을 뒤집기는 역부족일 테지만.


“<드루아가의 탑 ~the Aegis of URUK~>는 방영을 시작했던가요?”

“작품명은 모르지만 새 아니메가 방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ONZO Anime를 파산으로 몰고 가게 될 작품 중에 하나다.


“업계에서 돌고 있는 대략적인 부채 규모는 들은 것 없어요?”

“최소 250억 엔에 달할 것이란 소문이 지배적입니다.”


거의 근접한 추정이었다.

이전 삶에서 2009년 7월 30일, 엄청난 채무로 인해 상장 폐지되었다.

그때 알려진 누적 부채가 무려 272억 엔.

상장폐지 직전 주가는 704엔이었다.


“내년 상반기 안에 상장폐지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음.”

“이 사장이 생각하는 인수가는 어느 정도 수준이에요?”

“대략 34억 엔 수준이면 적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류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많은 금액이다.


“한국 쪽 애니메이션 파트너는 아이콘스가 되는 거겠지요?”

“글쎄요.”

“....예?”


이봉호 사장은 GONZO Anime가 가온그룹 산하로 편입되면 당연히 계열사 아이콘스 스튜디오와 합작을 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헌데 류지호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 부분은 내가 결정할 것이 아니라. Timely가 하지 않을까 싶네요.”

“아, 그렇군요.”


WaW 재팬은 2009년 말, 상장 폐지된 GONZO Anime를 주식공개 매입 방식으로 약 62억 엔에 인수합병하게 된다.

그를 통해 40편이 넘는 재팬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프로덕션을 계열사로 편입시킬 수 있게 된다.

JHO Company Group은 일본의 피규어 전문 업체 Good Smile Company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피규어 부문에서 협력을 도모할 수가 있다.

Timely Comics의 일본 아니메 스타일 작품을 기획해 볼 수도 있고.

여담으로 류지호가 일본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이전 삶처럼 매드하우스가 Timely 일본판 애니 제작이 이뤄질 수 없게 됐다.

앞으로 <아이언맨>, <울버린>, <엑스맨>, <블레이드>, <블랙 위도우vs퍼니셔>, <마블 퓨처 어벤저스> 등 애니메이션들이 한·미·일 합작영화로 탄생하게 된다.


“<최종병기 그녀>는 쇼각샤(小学社)에서 여전히 안 준다고 해요?”

“아닙니다. 전하영 부사장이 올 해 안에 판권을 취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오호! 잘 됐네요.”


몇 년 전 <최종병기 그녀>는 한국의 모 영화감독이 <마지막 사랑 노래>라는 워킹 타이틀로 영화화를 시도했었다.

그러나 판권을 확보하지 못해 불발된 일이 있었다.

이후로 도쿄에이가에서 실사화해 원작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WaW가 얼마나 영화를 잘 만드는지, 일본 관객에게 똑똑히 알려줍시다. 하하.”


WaW 엔터테인먼트가 투자·제작·배급하고, 한국 감독이 연출하고,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한국판 <최종병기 그녀>.

영화가 제작되면 당연히 일본 도쿄에이가판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내정 된 감독은요?”

“조세민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길 것 같습니다.”

“세민이라면... 괜찮겠네요.”


조세민은 류지호의 UCLA 영화과 후배다.

<이중간첩>으로 한국영화 데뷔를 했고, 이후로 <민중의 적> 프랜차이즈 시리즈 하나를 포함해 두 편을 더 연출했다.


“<간츠> 스케줄은 나왔어요?”

“2009년 상반기 크랭크인할 계획입니다.”


유벤샤(雄弁社)의 주간 영점프에 연재되어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던 망가 <GANTZ>를 도쿄다카라, 푸지TV, WaW재팬이 주축이 된 제작위원회에서 실사화할 예정이다.

이전 삶에서는 니혼TV가 영화권리를 차지했었다.

<GANTZ> 영화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할리우드 메이저, 일본의 TV방송사들, 홍콩 메이저, 유럽의 스튜디오까지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다.

결국 WaW재팬이 영화화 권리를 얻었다.

그 동안 일본에서 실사화 영화들을 연달아 히트시킨 실적이 주요했다.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메이저들과 좋은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했고.


“<간츠> 실사화 총괄 프로듀서를 감독님께서 맡아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있는데, 가능하시겠습니까?”

“어떻게든 해 봐야죠.”

“내년 상반기에 영화를 찍으실 예정이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나를 대신해서 이 사장이 많은 일을 해줘야 합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할리우드, 충무로, 일본 더 나아가 홍콩의 GH오락집단유한공사와의 합작 프로젝트까지 관여한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류지호가 총괄 프로듀서가 되어야 일본 제작위원회와 GH오락집단유한공사의 텃세를 배제하고 영화팀 자율적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류지호가 보기에 일본과 홍콩의 경우 제작 방식부터 뜯어고쳐야했다.

세계 어떤 영화판에서나 IP를 가진 기업과 그곳에 속한 담당자가 무조건 ‘갑’이다.

또 돈 대는 자의 발언권이 가장 세다.

류지호가 경험한 일본의 영화 제작위원회 멤버들은 겉만 전문가다.

그들이 제작하는 영화가 망하든 말든.

사실 돈 버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구조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다.

때문에 배가 산으로 가든 바다로 가든 영화 기획을 제 멋대로 한다.

영화 완성도도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만화 원작 실사화에서 저조한 흥행성적을 거둔 곳을 들여다보면 원흉은 대부분 제작위원회다.

위원회 구성원만 10여 곳이 넘을 경우가 많다.

10곳에서 파견 나온 담당자가 한 가지 안건에서 한 마디씩이 하면 10개 이상의 말이 나온다.

정상적인 토론과 합의가 이루어질 리가 없다.

일본에서 실사화 연출하는 감독들은 실권이나 자율권이 없다.

오로지 원작과의 ‘싱크로율’ 하나만 고려하고 영화를 찍는다.

연출료를 너무 박하게 받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책임감도 별로 없다.

영화가 망해도 인맥을 통해 광고, 뮤직비디오, TV드라마 연출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까.


‘사실 남 걱정하고 욕한 건 아니지....’


류지호가 과거로 돌아오기 전의 충무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중들은 한국의 영화 권력자들이 할리우드의 선진 시스템을 적극 받아들였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자신들에게 불리는 요소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본의 못된 행태는 잘만 받아들이면서.

대기업 투자배급사들이 충무로에 투명한 회계를 만들었다고 자화자찬이다.

사실 투명하지 않다.

회계 부정 혹은 꼼수는 어디에나 있는 법이다.


“푸지TV와는 앞으로 계속 갈 수 있답니까?”

“예. WaW가 제작한 영화나 다솜방송의 오리지널 드라마의 일본 리메이크도 논의할 수 있답니다.”

“다솜방송의 드라마라....?”

“정확하게는 DCN 드라마라고 해야 하겠죠.”


현재 일본에서 한국영화는 끝났다는 분위기다.

단 WaW재팬이 수입·배급하는 한국영화를 제외하고.

드라마 한류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사실 꺼지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일본 방송국이 한국 드라마를 리메이크하기 시작했다.

2001년 방영 당시 한국에서 평균 시청률 30%에 육박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호텔리어>가 작년에 한국 드라마 최초로 도쿄아사히TV에서 리메이크 되었다.

올해는 <마왕>이 TBS에서 리메이크 되어 방영될 예정이다.

<마왕>은 한국 방영 당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는 못했다.

탄탄한 줄거리와 미스터리한 장르적 특성이 짙은 덕분에 호평을 받아 일본 방송사에서 관심을 끌 수 있었다.

다솜미디어는 지상파에서는 다루지 못하는 독특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드라마로 제작하고 있다.

가령 조선시대 남사당패라든가, 이태원에 자리 잡은 박수무당 이야기라든가, 대기업에서 정리해고 된 가장의 좌충우돌 포장마차 영업이라든가.


“제작비가 싸게 먹힐 것 같은 콘텐츠 위주로 판권을 가져다 리메이크 하겠죠?”

“도쿄아사히TV에서 방영한 메디컬 드라마 <25 아워스>는 일본에서 꽤 시청률이 잘 나옵니다.”

“얼마나 나오는데요?”

“11%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

“아, 일본은 한국과 시청률 산정방식이 다릅니다. 1%를 대략 100만 명 정도로 봅니다. <25 아워스>가 평균 1,100만 명의 시청자를 TV 앞에 붙잡아 두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119 화이어 스테이션>은 더욱 놀랍습니다. 평균 20%를 넘나듭니다. 한국과 일본의 소방서 번호가 119로 똑같은 점이나, 일본에서는 여태 볼 수 없는 소방관 드라마란 점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참고로 일본에서 본격 소방대 드라마는 2015년에 가서야 제작된다.

당시까지 나온 드라마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망한다.

암튼 일본 방송국들은 상당히 이중적이다.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는 혐한을 버젓이 선동한다.

그런데 한류 드라마를 수입해서 좋은 시간대에 방송한다.

푸지TV는 보수우익 성향 혐한 논조의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공공연하게 내보는 방송국이다.

그럼에도 이전 삶부터 한국 콘텐츠를 많이 방영했다.

한국 드라마의 리메이크도 꽤나 적극적이었던 방송사다.

일본에서 영화나 애니메이션 프로덕션을 운영하려면 무조건 방송국을 끼고 해야 한다.

일본 메이저들은 1년 전에 배급 스케줄을 짜는데, 그 이너서클에 들어가 있어야 극장을 잡을 수가 있다.

또한 어떤 작품이든 극장 개봉 6개월 전부터 홍보가 시작된다.

6개월 전부터 제작위원회에 참여한 방송국들이 전폭적으로 홍보를 해준다.

인기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드라마 IP를 대부분 방송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때문에 방송사와 협업은 필수다.

일본의 주요 방송사가 자민당과 한통속이라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

돈이 된다면 일본을 비판하는 콘텐츠도 다 방영한다.


“푸지TV와 협력하는 다음 프로젝트들은 뭐가 있어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감독님께서 강조하신 <바람의 검심>, <원피스>, <바쿠만>, <블리치>, <강철의 연금술사>, <나루토>.....”


한마디로 일본에서 인기 있는 어지간한 망가는 대부분 도쿄다카라와 푸지TV와 함께 제작하게 됐다는 소리다.


“됐어요. 알겠어요.”


참고로 <아키라>, <카우보이 비밥>은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가 10년짜리 영화권리를 확보해 놓고 있다.

<공각기동대>는 <매트릭스>를 제작할 때, <기생수>는 <터미네이터Ⅱ>를 개봉하기 전 급하게 20년짜리 권리를 구입해 두었다.

대략 2012부터 영화화 소식이 들리지 않게 되면, 트라이-스텔라의 영화권리가 소멸하게 된다.

WaW재팬은 이미 도쿄다카라, 푸지TV, 에이치샤(英智社) 등과 제작위원회를 구성해 <춤추는 대수사선>, <데스노트>, <크로우즈 제로> 시리즈를 성공시킨 바 있다.

그 외에 <이니셜 D>, <군계>, <노다메 칸타빌레>는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하고 해외 수출 실적까지 올렸다.


“당장은 저쪽에 숙여주자고요. 자존심은 잠시 접어두고.”

“비즈니스에 자존심이 어디 있겠습니까.”

“Yaaho Japan도 제작위원회에 넣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손 회장과 교감이 있으셨습니까?”

“어느 정도는.”

“어뮤즈에 조니&어소시에이츠까지 끌어들일 수 있으면 도쿄다카라에 아쉬운 소리 할 일이 없겠습니다.”

“줄타기를 잘 해야겠죠. 삐끗하면..... JHO보다 훨씬 일찍 일본에 들어 온 UPI와 워너-타임도 고전하는 시장이 일본인 걸, 어쩌겠어요.”

“그들과 감독님의 차이가 뭔 줄 아십니까?”

“미국인이 아니라는 거?”

“아닙니다. 감독님은 일본 엔터 업계 사람들의 관행과 룰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맞추고 적응하려고 했고, 미국 사람들은 자기 식대로 일본 시장을 끌고 가려고 했습니다.”

“한때 한국영화판.... 중국영화판에 비하면 일본은 양반이에요.”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류지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감독님은 아주 잘하고 계십니다. 이 동네 사람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일본인들과 참 다릅니다. 나중에 뒤통수쳤다고 후회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비즈니스맨들의 기본이 뭐겠어요? 진출해야 할 지역의 습성과 문화를 알고 들어가는 거죠.”

“그게 쉽습니까?”

“내 주위의 잘 나가는 인간들은 다 그래요. 몇 명 빼고.”


조바심을 낼 필요는 없다.

일본의 메이저는 자사 영화를 밀어주게 되어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얻는 이익보다 직접 투자·제작·배급한 영화의 흥행으로 얻는 이익이 몇 배나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일본의 영화판을 바꾸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할리우드 메이저들은 일본시장을 자신들 입맛대로 바꾸려고 했다.

무참히 실패했다.

이제 와서는 일본 직배를 포기하는 추세다.

심지어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도 일본 직배가 힘에 부쳐 WaW재팬을 통해 우회적으로 영화를 일본에 풀고 있다.

일부 대작 영화는 도쿄다카라에 배급을 맡기고 있고.


“수고가 많았어요. 일본은 이 사장만 믿어요.”

“주어진 소임대로 열심히 할 뿐입니다.”


이봉호 사장은 점차 일본영화계에서 거물이 되어가고 있다.

미스터 할리우드를 대리하는 인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이난으로 언제 출발하십니까?”

“내일 오전에요. 소프트인프라의 손 회장과 저녁 먹기로 했는데, 바빠요?”

“비즈니스 미팅 아닙니까?”

“꼭 그런 건 아니에요. 저녁에 선약 없으면 같이 가요.”

“알겠습니다.”


류지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함께 하는 이들의 인맥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봉호 사장도 소프트인프라 손 회장과 안면이 있지만, 비즈니스를 터놓고 이야기 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핑계 김에 저녁식사 자리에 데리고 갔다.


✻ ✻ ✻


소프트인프라 손 회장과 저녁식사 자리의 주요 화제는 미국발 금융위기였다.

식사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류지호가 손 회장에게 한 가지 제의를 했다.


“소프트인프라의 데이터센터는 주로 도쿄에 몰려 있죠?”

“대부분의 데이터센터가 도쿄에 모여 있지요.”

“가온과 합작으로 한국에 데이터센터 건설할 생각 없어요?”

“....한국에?”

“일본과 가까운 부산 지역이면 좋겠죠.”


손 회장은 허투루 듣지 않았다.

아무 생각 없이 던졌을 리가 없기에.


“굳이 일본의 지진 문제를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소프트인프라 백업 데이터센터가 필요하진 않을까요? 가온그룹은 일본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데이터를 백업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어요. 경남이 될 수도 있고 새만금이 될 수도 있죠.”

“굳이 외국 데이터센터에 백업을 해야 할까요? 보안 문제도 있는데?”

“도쿄아사히TV였는지 TBS인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2005년인가에 다큐에서 후쿠오카 현 서부 해역 지진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문가들이 의견을 펼친 적이 있어요. 그때 동경대 지질학 교수인가? 암튼 근 10년 안에 도호쿠 지역에 지진이 발생할 확률이 70% 이상, 30년 안에는 99%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반드시 지진이 올 테니 대비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일본의 지진 대비는 믿어도 됩니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안전문제는 걱정 할 필요가 없어요.”

“만약 일본 동쪽 바다에서 지진이 발행해 거대한 쓰나미가 도호쿠 지역을 덮치면요? 원전이 가동을 멈춰서 전기 공급이 일주일 동안 차질이 생긴다면?”

“아시다시피 외국에 국내 고객들의 데이터를 보관한다고 하면 고객들이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특히 일본인이라면.”


이 당시까지만 해도 데이터센터를 외국에 두기가 힘들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자국 고객의 민감한 정보를 외국에 있는 별도 서버에 둔다는 것을 받아들일 고객이 있을 리가 없을 테니까.


“나아가 보안 문제가 터졌을 때 책임 소재를 놓고 기업 혹은 국가끼리 적잖은 갈등을 빚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류지호는 소프트인프라에 데이터센터 합작을 제안했다.

단순한 제휴가 아닌 합작회사 설립을 포함한 전략적인 파트너 관계다.

류지호는 변산반도를 글로벌 데이터센터 허브로 발전시킬 계획을 궁리 중이다.

이전 삶에서는 소프트인프라 손 회장이 일본 대지진 이후로 한국텔레콤에 직접 전화를 걸어 합작을 제안했다.

소프트인프라 데이터 백업을 한국텔레콤 합작 데이터센터에 했다.


“두 회사의 데이터센터 연결은 철저하게 전용 폐쇄망으로 운영하고 2중3중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할 겁니다. 데이터센터의 건설기술과 운영에 대한 의심은 거두셔도 됩니다. 한국의 넘버원을 노리고 있는 건설사가 계열사에 있고 나는 미국의 넘버 쓰리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를 소유하고 있어요. 알다시피 이미 캘리포니아와 미동부에 각각 데이터센터를 수년째 운영하고 있고. 가온그룹 역시 위치를 특정해 줄 순 없지만 두 개를 이미 운영 중이에요.”

“...음.”


손 회장은 즉답을 내놓지는 않았다.

대신 다른 문제로 화제를 전환했다.


“Aliba의 홍콩 증권거래소 상장과 향후 전망에 대해 어떤 고견을 가지고 있습니까?”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Aliba가 지난해 홍콩증시에 상장했다.


“이미 기정사실화 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금융위기로 이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주가가 하락할 겁니다. 내가 보기에.... 몇 년 안에 상장 폐지해야 할 수도...”


손 회장의 눈이 부릅떠질 정도로 충격적인 예언이었다.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상장폐지 후에 재정비해서 다시 도전하지만 불발되었다.

Aliba 측에서 제출한 차등의결권 조항이 홍콩거래소 규정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걱정 할 필요 없습니다.”

“......?”

“뉴욕증권거래소에 도전하면 되니까.”


이전 삶에서 Aliba는 2014년 뉴욕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 도전을 했다.

250억 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미국 증시 사상 최고 자금조달 기록을 세웠다.

“가능하리라고 봅니까?”

“PAIDOU도 했잖아요. 회장님도 꽤 이익을 보게 될 겁니다.”


류지호의 단언에 손 회장은 더는 묻지 않았다.

지금까지 류지호의 예측이 빗나간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여담으로 Aliba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으로 두 사람은 엄청난 주식 평가액을 손에 쥐게 된다.

류지호가 소유하고 있는 벤처캐피탈들이 중국의 주요 IT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OICQ는 2004년 홍콩증시에, PAIDOU는 2005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유망한 기업으로는 중웨이, 카오미, 상해모터스컴퍼니 정도가 남았다.

그 외에는 딱히 눈길도 주지 않았다.

다만 매튜 그레이엄이 이끄는 금융그룹은 중국 기업에 대해 폭넓게 투자하고 있다.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밥 한 번 먹은 걸 가지고 뭘요.”


데이터센터 합작은 진척을 보지 못했다.

딱히 아쉽지는 않았다.

조금은 쉽게 가려고 제의를 했을 뿐.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때가 되면 Big Daddy와 가온 합작법인으로 일본에 진출해도 된다.

암튼 손 회장은 6월에 일본에서 첫 선을 보이는 아이폰에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관련해서 WaW재팬의 이봉호 사장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PPL 논의를 본격적으로 하기로 했다.

참고로 작년 한때 류지호는 Aliba의 홍콩 증시 상장으로 인해 투자 대비 500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22% 지분의 평가액이 한때 한화로 7조 원이 넘은 적도 있다.

작년 5월 손 회장의 재산은 대략 7,000억 엔까지 치솟았다.

2006~2007년 두 해 동안 손 회장은 포브스 선정 일본 최대 갑부가 됐다.


다음날 아침.


짧은 일본에서의 일정을 소화한 류지호가 일본을 떠나 중국의 최남단 섬 하이난으로 향했다.


작가의말

평안한 주말 보내십시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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