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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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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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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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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왕관을 쓴 자, 그 무게를 견뎌라!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매튜 그레이엄이 홍콩과 현실을 넘나드는 사이, 류지호는 항저우 서호(西湖)에 배를 띄워놓고 Aliba 그룹의 제이크 마와 둘만의 서호논검(西湖論劍)을 벌였다.

제이크 마(Jake Ma)는 항저우 출신이다.

자신의 고향을 한껏 자랑했다.


“연중 물을 머금고 있는 서호로 인해 항저우는 피부미녀들이 많기로도 유명하죠. 하하.”


한때 제이크 마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통역과 관광가이드를 했었다.

영어가 제법 유창했다.


“겨울철 눈으로 뒤덮인 서호를 호숫가 옆 뇌봉탑에서 내려다보는 풍광은 정말 일품입니다.”


관광가이드를 해서 그런지, 설명이 제법 잘 정돈되어 있다.

항저우(杭州)시는 도시 규모에 비해서 관광자원이 제법 풍부했다.

송나라 시절부터 '하늘에는 천당이 있고, 땅에는 쑤저우와 항저우가 있다(上有天堂 下有苏杭)'란 말이 있을 정도로 항저우의 경치는 중국 어느 곳보다 뛰어남을 자랑한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호(西湖)다.

중국의 미녀 서기(西施)만큼 아름답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호수 둘레가 18km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와 더불어 수평선이 펼쳐져 있는 서호 주변으로는 십경(西湖十景)으로 불리는 필수 관광 포인트가 있다.


“......”


류지호와 제이크 마 두 사람은 뱃사공이 노를 젓는 배위에 앉아있다.


“서호는 웨딩사진 촬영지로 인기가 높습니다. 미스터 류가 소유한 한국의 기업이 들어와서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지요.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많은 예비부부가 선호한다고 들었습니다.”


160Cm가 될까 싶은 왜소한 체격에 울퉁불퉁한 광대뼈가 돋보이는 촌스런 외모.

각진 얼굴의 제이크 마를 보며 류지호는 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십여 년 전, 웨스트우드 사무실에서 봤을 때에 비해 상당히 늙어보였기 때문이다.

원래가 노안인지, 아니면 고생을 몹시 해서인지는 모르지만.

그의 변함없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반갑기도 했다.


“주식평가 가치가 상당히 올랐을 텐데, 올 하반기에 경제위기가 오게 되면 얼마나 주가가 떨어질지 모르겠네요.”


작년에 Aliba는 홍콩 증시에 상장했다.

그를 통해 17억 달러 규모 공모에 성공했다.

2004년 Googol의 나스닥 상장 이후 인터넷 기업의 기업공개(IPO) 중 최대 기록이다.

지금 시기에는 홍콩 증시에서 40달러(홍콩) 수준에서 주가가 형성되어 있다.


“내게는 관객이 첫째, 직원이 둘째, 주주가 셋째입니다. 내가 투자한 기업들도 그러한 비전을 가졌으면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옳습니다. 고객이 언제나 첫 번째 입니다! 하하하!”


체구가 작은 사람이 호걸인양 대소를 터트리는 모습이 어딘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

밉게 보이지는 않는다.

대화를 나눌 때는 잠시 노 젓는 것을 멈췄던 뱃사공이 다시 노를 젓기 시작했다.


삐걱.


배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


유명인의 이름을 빌리는 마케팅은 모든 마케팅의 기본이다.

평범한 제품도 유명인의 이름을 빌리면 명품으로 탈바꿈 한다.

대중은 유명인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다.

따라서 유명한 사람이 추천하는 상품을 쉽게 받아들이게 된다.

한국에서는 대통령 부부가 영화관을 찾았다고 홍보를 하게 되면, 영화가 크게 흥행하는 일이 있다.

대중에게 인지도와 이미지가 좋은데, 상업광고를 거의 찍는 않는 것으로 유명한 류지호.

전 세계적으로 몸값이 매우 높은 광고모델이다.

류지호가 PISA 브랜드 옷을 입은 모습이 파파라치 컷에 찍힌 후에 매출이 출렁거린 일화는 제법 유명하다.

미국의 CEO들은 매스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제이크 마 역시 Aliba를 알리기 위해 유명인을 매우 잘 이용하고 있다.

그 스스로도 스타가 되기 위해 다양한 쇼맨십도 마다하지 않는 편이고.

따라서 Aliba그룹은 중국에서 마케팅에 강한 기업으로 통한다.

대표적인 것이 창업 이듬해부터 개최한 서호논검(西湖論剑)이란 포럼이다.

신필(神筆)이라 불리는 진용의 무협소설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에 나온 천하제일을 결정하기 위한 무림 대회 화산논검(華山論劍)에서 차용한 말이다.

검을 논하는 대신 중국 IT의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포럼이다.

제이크 마는 Aliba가 어떻게 하면 빨리 알려질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무협을 모티브로 인터넷 포럼을 구상하고, 그 중심에 당대 최고의 무협 소설가인 진용을 내세웠다.

2000년 9월 9일, 5명의 중국 인터넷 기업 거물 CEO들과 무협작가 김용이 서호에서 인터넷 시대에 대한 토론을 벌였다.

별 볼일 없던 Aliba가 단숨에 중국의 5대 인터넷 기업 반열에 올라서게 된 것에 이 포럼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2년부터 OICQ의 마즈한을 비롯한 인터넷 시장의 신흥 강자들도 참석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대중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2003년에는 소프트인프라의 손 회장의 참여로 큰 이슈를 끌어 모았다.

진작 류지호도 초대를 받았지만, 대신해서 매튜 그레이엄이 참여한 바 있다.

포럼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그 때문에 각종 억측이 난무하기도 한다.

5회 포럼에는 미국의 전 대통령과 Yaaho! 창업자가 참석해 전 세계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에는 서호논검이 개최되지 않았다.


“사실 당시 잘나가는 소후닷컴이나 시나닷컴의 거물들을 초청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저희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였죠.”

“진용 선생을 사회자로 섭외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봅니다.”


당시에 진용이 항저우에 나타나자 100여 개의 크고 작은 중화권 신문·방송에서 취재 경쟁을 펼쳤다.

매스컴은 진용을 취재하러 왔다가 Aliba와 제이크 마도 덩달아 취재했다.

그로인해 대대적으로 매스컴을 탔다.

진용의 유명세에서 편승해 Aliba 브랜드가 전 세계에 널리 알리게 되었다.

제이크 마는 진용의 광팬이다.

자신의 우상을 끌어들여 마케팅에 제대로 성공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첫 번째 서호논검에서 진용이 제이크 마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어느 한 사람이 강가에서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의 낚싯대를 자세히 보니 바늘을 달지 않고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 사람은 하염없이 물고기가 잡히길 기대했지만, 바늘 없는 낚싯줄에는 물고기가 걸리지 않았다. 나는 인터넷을 잘 모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지금의 인터넷 산업은 내공이 부족한 것 같다. 사람을 낚을 수 있는 내공, 지금 인터넷 산업에는 규모의 경제학 보다 진정한 내공이 필요하다.]


수익을 내고 있지 못하는 당시 인터넷시장을 두고 진용이 한 말이었다.


[강과 바다에 나가서 열심히 낚시도 하고 그물도 던졌는데 고기가 잡히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진용의 질문에 인터넷 기업 총수들이 당황해서 대답을 못했다.


[그럼 양식을 하면 될 것이 아닌가?]


진용의 이 말에서 깨달음을 얻은 제이크 마는 기존 주력 사업인 전자상거래 외에도 다양한 비즈니스를 전개하게 된다.

결국 중국을 넘어 세계 IT기업 투자의 큰 손이 된다.

서호논검은 첫 회부터 파란을 일으켰다.


“정말이지 나를 우습게 봤던 이들의 뒤통수를 내리치는 메가톤급 신의 한 수가 아닐 수 없었죠. 하하.”

“빌 블라이드 전 대통령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죠?”

“친구가 되었죠.”


이전 삶에서 45대 미국 대통령이 당선 후 처음 만난 중국 기업인이 제이크 마일 정도였다.

다보스포럼을 비롯해 주요 국제포럼 유명연사였다.

유독 해외 정상과 교류가 많아 ‘걸어 다니는 마케팅’이라고 불렸다.

공개강연을 즐기고 유명인사와의 교류를 과시하는 제이크 마와 달리 OICQ의 마즈한은 조용하고 온화한 리더십으로 유명해진다.

마즈한은 창업 10년째인 올해 처음 직접 대중 앞에서 회사 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창업 초기 명함에 ‘엔지니어’라고 표기하고 영업 현장을 직접 뛰어다녔다.

그의 성실한 업무 스타일은 부하직원 입장에서는 악몽이다.

한 직원이 새벽 2시에 파워포인트 보고서를 마즈한에게 보내놓고 잠을 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20분도 안 돼 마즈한으로부터 수정 지시 답신 메일이 도착했다는 알람을 들었다는 일화는 중국에서는 꽤 유명한 일화다.

OICQ는 Aliba와 달리 마케팅에 주력하지 않는다.

두 사람의 정반대의 리더십이 중국 내에서 화제가 되곤 한다.


“많은 중국인들이 미스터 류가 어떻게 중국을 공략할 것인지 궁금해 합니다. 또 관련 질문을 많이 합니다. 뭐라고 대답을 하십니까?”

“난 많은 사람을 지원하고 지켜보며 성공과 실패를 봅니다. 성공은 꼭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성공한 기업가는 사람을 위해 가치를 창조하고, 자기 직원을 잘 돌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을 돕는 데 관심을 쏟다 보니 좋은 일들이 따라오는 게 성공인 것 같고. 성공과 이윤은 고객과 직원에게 관심을 기울인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고로 중국이라고 다를 것이 없습니다. 난 언제나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지 않습니다. 가치를 만들기 위해 사람에게 투자합니다.”


비즈니스맨의 혓바닥 놀림이 아니었다.

영화감독의 혓바닥에 가까웠다.

그런데 제이크 마 같은 이에게는 이런 것이 통한다.

소프트인프라의 손 회장이 글로벌 비즈니스맨의 안목과 감각에 대해 충고했다면, 진용은 발상의 전환을 일깨웠다.

류지호는 꿈꾸는 제이크 마에게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롤모델이자 증거가 되어주었다.


“제이크가 보기에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외국 기업들은 중국 진출 초기에 어느 정도 시장을 선도하다 그들이 들여온 새로운 가치를 금방 잃어버립니다. 더 이상 새로움을 주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방식을 자꾸 쓰려 하면서 중국 고객의 소리는 듣지 않죠. 현지 시장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중국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미스터 류도 아시다시피 아시아인들은 학습능력이 뛰어납니다.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가 다 자기 시장인 줄 아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약간의 허세도 섞여 있었고.

2003년 출범한 온라인 쇼핑몰 바오타오는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A-Web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접전 끝에 결국 A-Web을 눌렀다.

결국 A-Web이 중국 시장 철수에 이르게 되자 세계 언론은 ‘골리앗을 무찌른 다윗’에 제이크 마를 비유했다.

키 160Cm가 안 되는 단신인 제이크와 신생기업 Aliba를 다윗에 빗댄 것이다.


“미스터 류의 주주 레터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 소중한 정보를 저에게까지 알려주셔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 년의 두 번 비공개 서한이 ‘주주 레터’란 이름으로 중국에 투자한 기업 창업자들에게 보내지고 있다.

그를 통해 Aliba그룹은 올해 2월 세계 경제 위기를 경고하는 내부 보고서를 작성했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Aliba는 상품을 문의하고 상담한 뒤 실제로 주문을 넣는 데까지 대략 3~6개월의 시간 차이가 있다.

따라서 Aliba는 3~6개월 앞서 무역량을 예측할 수가 있다.


“자체 통계에서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는 data mining을 통해 변화를 감지했던 것이죠.”

“곧 닥칠 위기에 대응하는 전략과 그에 관한 결정을 내렸습니까?”

“수수료 정책을 파격적으로 조정할 계획입니다.”


제이크 마는 시간을 할애해서 글로벌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Aliba의 대응 전략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Aliba그룹과 중국 기업들에게 기회였다.

이전 삶에서 중국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분기점 중에 하나였다.

여담으로 Aliba그룹이 7월경에 내부 보고서를 공개한다.

그로부터 2개월 뒤 실제 미국 발 금융위기가 터진다.

그 예측을 계기로 분기별로 중국 정부에 중국 수출 동향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미국에서 시작될 금융위기는 기존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게 될 겁니다. 때문에 새로운 금융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테고, 세계적으로 핀테크(Fintech) 사업 투자가 활발해 질 겁니다.”

“중국은 쉽게 규제를 풀어주지 않습니다.”

“쉽지가 않은 것이지... 안 할 거라고 속단하지 마세요. 자연스럽게 핀테크 산업에 자금이 몰리게 된다면 중국 정부라고 해서 구경만 하지 않을 겁니다.”

“....음.”

“중국은 낙후된 금융 인프라로 인해 신용 사회로의 전환이 더딥니다. 신용 카드가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금보다 편리하게 쓸 수 있는 모바일 결제가 중국 금융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적응될 겁니다. 모바일 결제는 핀테크 발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겁니다.”

“GMG가 케냐에서 전개하는 M-PESA 서비스같은... 그런 방식입니까?”

“그 이상이겠죠.”


무균 상자 안에 사는 아이.

중국 정부의 보호로 단기간에 성장한 중국의 유니콘 기업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보호 정책과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성장한 중국의 유니콘들은 중국 당국의 노선에 출실한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다.


“이사회에 들어오는 것은 여전... 한 것이신지?”

“계약서에 해당 조항을 넣었잖습니까. 약속은 지킵니다.”


Aliba의 최대 주주는 크게 넷이다.

일본의 소프트인프라가 27%를 보유하고 있고, 미국의 GARAM Ventures가 22%를, 미국의 Yaaho!가 19%를 보유하고 있으며, 창업자와 경영자들이 12%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Aliba의 위기 시마다 소프트인프라와 GARAM Ventures가 자금을 조달해 주었다.

2004년 류지호와 손 회장이 각각 1억 달러와 6,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당시에 류지호는 증자할 시 GARAM Ventures와 반드시 합의해야 하는 조항을 넣고 대신 이사회 의결권을 포기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즉 Aliba가 신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류지호와 최우선적으로 협의를 하도록 했다.

2005년에는 손 회장이 Yaaho!를 소개했다.

Yaaho!는 중국 자산 전부와 현금 5억 달러를 Aliba에 투자하고 19%의 지분을 취득했다.

이때 투자약정에 따르면, Yaaho!가 19% 지분을 보유하지만, 2010년 10월까지는 4%의 의결권을 제이크 마 및 경영진에게 위임해 15% 의결권만 보유하기로 했다.

대신 2010년 10월이 되면 Yaaho!가 이사 한 명을 추가 선임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했다.

이 시기 Aliba 이사회는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프트인프라, Yaaho!, Aliba의 회장과 부회장이다.

투자약정 대로 Yaaho!가 2010년에 이사 한 명을 추가 선임할 경우 제이크 마는 경영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

외국 주주들이 이사회 5석 중 3석을 점하며 과반수를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분비율에서도 외국 주주들이 거의 2/3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고.

이전 삶에서 제이크 마는 2011년 초 Yaaho!에 15% 지분을 35억 달러에 환매하겠다고 제안했지만, Yaaho! 측에서 단칼에 거절했다.

게다가 홍콩 증시 상장폐지 과정에서 제이크 마는 주요 주주들과 극심한 갈등 국면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류지호와 아무런 상관없는 분쟁이다.

Aliba의 경영과 의결권에 전혀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외국자본유치를 할 때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가 외국인투자적격심사(QFII)를 통해 투자 쿼터를 승인한다.

중국정부는 QFII를 통해 20억 달러 미만의 투자 쿼터를 허가해 왔다.

최근 GARAM Invest는 6,000만 달러 투자쿼터를 승인받은 바 있고, GARAM Venteures는 GFI에 투자하기 위해 500만 달러 투자 쿼터를 승인 받았다.


QFII제도는 외국계 펀드가 본국으로 이익이나 자산을 송금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즉 중국에서 얻은 이익을 자신의 나라로 가져가기 힘들단 의미다.

중국 멀티플렉스 진출을 본사가 한국에 있는 G.O.M International이 아닌 GH 오락집단유한공사 자회사를 통해서 하는 이유다.

수익이나 배당금을 본사로 송금하기가 너무 힘들기에.

류지호는 중국 시장에서의 실적을 토대로 홍콩 증시의 주가 상승을 도모하고, 나중에 뉴욕이나 런던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잭팟을 터트려 투자수익을 한방에 회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이크 마에게 투자한 것은 중국 진출 교두보 역할이었다.

중국 유력자들을 포섭하는 다리를 놓는 역할이라고 할까.

떠오르는 해인 시밍핑 세대에 대해 미리부터 작업을 해두려는 의도였다.


“후우.”


별안간 한숨을 내쉬는 제이크 마 보며 류지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실적은 매분기마다 최소 40%이상 성장하고 있지만 고위 관리들의 압박 또한 점점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제이크 마는 Aliba를 중국 B2B업계의 1인자로 안착시켜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IT업계의 큰손이 되었다.

절반이 넘는 지분을 외국인이 갖고 있지만, 어차피 중국은 외국 경영자에 대해서 그리 호의적인 환경은 아닌데다가 류지호는 투자 기업에 대해 경영권 행사를 전혀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고 실제 그것은 완벽하게 지켜지고 있다.

한때는 제이크 마가 류지호를 대리해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그로인해 외국 자본의 하수인이라고 중국 내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게다가 회사규모가 커지면서 지분을 노리고 접근해오는 당 간부들로 인해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특히 본사가 있는 중국 항저우의 지방관리들 뿐만 아니라, 베이징에 끈을 대고 있는 이들의 성화가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얼마나 요구합니까?”


드넓은 호수 중앙에서 나누는 대화라 거리낄 것이 없다.

뱃사공 또한 제이크 마의 사람이고.

CIA가 활용하는 초강력 도청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한 오늘의 대화가 외부로 알려질 일은 없다.


“1~2%도 아니고 5%에서 심지어 보호를 빌미로 10%까지 요구하는 이들이 있어서... 달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하고 있습니다.”

“내가 베이징으로 떠나기 전까지 가장 골치 아픈 사람을 알려주세요.”

“....?”

“다른 쪽으로 선물을 좀 안겨줄 거니까. 제이크는 제이크의 일을 하면 됩니다.”


중국 관리들의 부패 규모는 말도 못한다.

외국계 금융회사들과 짜고 해외로 빼돌리는 자산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는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회사가 파산하거나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그 혼란함을 틈나 중국 관리들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줄 수 있다.

Aliba의 지분을 쥐어주지 않아도 다양한 방식으로 뇌물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중국이 엄청나게 투자하고 있는 아프리카로 재산을 옮겨줘도 되겠지....’


매튜 그레이엄에게 이야기하면 쉽게 문제를 해결해 줄 터.


“서호논검은 이제 안 하기로 한 겁니까?”

“잠정적으로는... 나중에 서호논검을 재개하게 되면 꼭 참석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죠.”


배를 타고 유유자적 서호를 돌며 두 사람은 많은 대화를 나눴다.

항저우를 찾는 중국인들은 서호 옆에 있는 악비(岳飛)의 무덤 ‘악왕묘’에서 ‘진충보국(盡忠報國)’이란 말을 되새긴다.

충성을 함으로써 국가에 보답한다는 말이다.


“등에 ‘진충보국’이란 문신을 새긴 채 전장에 나섰다는 악비는 중국의 이순신에 비견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악비가 뛰어난 장수는 맞다.

아시아에 한정된 명장(名將)이다.

이순신 장군은 영국과 유럽은 물론 적장으로 맞섰던 일본에서조차 인정하는 세계사적으로도 가장 뛰어난 해군제독 톱3에 이름을 올린 장수다.


‘어디서 감히 이순신 장군에 악비를 견줘.....’


어쨌든 악비는 80년대부터 의미가 조금씩 퇴색한 감이 없지 않다.

중국 정부가 동북공정을 행하며 여진(만주족)을 포함한 소수민족을 끌어안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면서 악비에 대한 찬양이 과거와 같지 않았다.

한편에선 악비를 ‘한족의 영웅’에서 ‘중국의 영웅’으로 표현을 바꾸는 추세다.

악비의 무덤 앞에는 쇠창살에 갇힌 채 무릎을 꿇고 결박당한 간신 진회의 동상이 놓여있다.

동상에 침을 뱉지 말라는 팻말도 걸려 있다.

그런데 중국인 관광객들은 팻말 따위는 무시하고 진회의 동상에 가래침을 뱉고 지나갔다.

간신 진희의 모함으로 한족의 영웅 악비가 죽었기 때문이란다.

제이크 마는 마치 관광가이드처럼 류지호를 이곳저곳으로 안내했다.


“항저우에는 유명한 음식이 많습니다.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하하.”


음식점들이 밀집한 서호천지(西湖天地)라는 곳으로 류지호를 안내했다.

거리는 인산인해가 따로 없을 정도로 사람이 넘쳐났다.


“많이들 먹는 음식이 동파육과 거지닭, 시후추위(西湖醋魚) 같은 것들입니다. 서호에서 잡아 올린 초어(草魚)를 새콤달콤하게 쪄낸 시후추위와 연꽃잎에 진흙을 발라 구워낸 닭인 거지닭은 항저우를 대표하는 요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협지 마니아라면 접했을 법한 항저우 음식들이다.


“인사해요. 캐시. 이분이 유명한 미스터 할리우드. 류지호씨에요.”

“만나서 영광이에요. 미스터 할리우드.”

“편하게 Jay라고 하면 됩니다.”


류지호가 제이크 마의 아내와 인사를 나눴다.


“아내와 함께 왔으면 좋았을 걸. 임신 중이라 혼자 서호를 구경하고 이렇게 푸짐한 저녁식사를 대접받아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나중에 다시 오세요. 그때는 제이크가 아나리 제가 두 분을 안내할 게요.”

“고마워요. 캐시.”


예전 윌리엄과 대니얼 두 노인이 류지호에게 부자는 무엇보다 안사람에 누굴 들이느냐고 중요하다고 강조한 적이 있었다.

류지호가 보기에도 슈퍼리치로 성공한 남자의 곁에는 항상 헌신적인 아내가 있었다.

두 사람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다.

제이크 마는 뛰어난 아이디어와 언변으로 항저우 10대 인기 영어 강사로 나름 성공해 번역회사를 차렸지만, 결국 처참하게 실패하고 만다.

제이크 마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닥치는 대로 일하던 힘든 시절, 부인이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아르바이트하며 남편을 뒷바라지했다.

Aliba를 창업한 후로도 친척들을 찾아다니며 긴급 자금을 빌려오고, 집이자 사무실이며 기숙사이기도 한 곳에서 파출부 역할을 자임하고 매일 밤 창업자들을 위해 야식을 준비했다.

아내의 내조가 없었다면 제이크 마의 성공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입에 맞으십니까?”

“아주 좋아요. 이거 미국까지 싸가지고 가서 아내에게 맛보게 하고 싶을 정도로.”


항저우의 대표요리인 동파육은 중국 북송 때의 정치가이자 문인인 소식(蘇軾)이 만들어낸 요리다.

항저우 지방관으로 좌천된 소식이 바둑을 두다 찜통 위에 올려둔 돼지고기를 그만 깜박했는데, 그것이 도리어 오랜 시간 쪄낸 돼지고기 특유의 묵직하고 달달한 맛이 일품이었다.

동파육이란 말도 소식의 호인 동파(東坡)에서 비롯됐다.


“진용 선생의 작품들을 실사영화로 다시 재해석해 보려고 하는데, 영화권리 금액을 너무 높게 부르는 바람에 쉽지가 않네요.”


류지호도 진용 소설가 작품을 매우 좋아한다.

제이크 마가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진용의 <소요강호>에 대해 열변을 토해냈다.

류지호가 말을 거들면서 진용의 작품세계를 화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토론이 이어졌다.

서호를 벗어난 이후로는 류지호는 어떠한 비즈니스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중국 무술에 대해 이야기하고, 태권도가 담고 있는 철학을 제이크 마에게 들려주었다.

그에 보답하듯 제이크 마는 지극정성으로 류지호를 대접했다.


“재개될 서호논검을 기대하겠습니다. 미스터 할리우드.”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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