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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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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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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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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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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새로운 길을 찾아내 개척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강남의 가온파이낸스빌딩 대강당에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운집했다.

오랜만에 가온그룹 회장 래리 킴이 직접 기자들 앞에 섰다.


“우리는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의 헨리 모터 컴퍼니와 재규어-랜드로버스 브랜드 M&A에 대해 긴밀하게 논의를 이어왔습니다. 마침내 지난 주 수요일에 30억 달러 상당의 금액으로 인수하는 계약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제조업과는 거리가 먼 기업이 난데없이 영국의 부실덩어리 기업을 인수했다니.

만우절도 아닌데 웬 장난을.


“재규어-랜드로버스가 가온그룹 사업 부문에 새롭게 합류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하며, 우리는 그들의 전통과 경쟁력뿐만 아니라 정체성도 지켜나갈 것임을 약속합니다.”


오늘 특별기자회견은 래리 킴 회장이 영국 자동차 브랜드 인수가 마무리됐음을 기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주는 자리였다.

다소 뜬금없는 발표에 이어진 질의응답시간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많은 분들이 의아해하시죠. 웬 자동차 회사냐.”


그런데다 국내 자동차 회사에 대한 M&A도 여전히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재규어-랜드로버스를 인수하고자 했던 배경에는 국내 자동차 브랜드 인수 실패에 대비하기 위한 목적도 물론 있었습니다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국내 자동차 회사는 SUV를 주력으로 하고 있죠. 우리는 국내 업체와 SUV 원조 격인 ROVERS를 소유한다면 시너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SUV만 가지고는 라인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유수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최고급 승용차 브랜드를 가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기 힘들다고 판단했습니다.”

- 가온그룹은 자동차 사업을 해본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혹시 오너가 대주주로 있는 미국의 TESLAS와 협업을 고려하고 있습니까?

“서구권 회사들은 다른 기업을 인수하면 무작정 실적, 경영 효율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과감히 구조조정을 하거나 직원을 마치 종 부리듯 하는 경우가 많지요. 하지만 저희 가온그룹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회사 경영이 아무리 어려워도 절대 직원들에게 등을 돌리지 않을 거라 자신합니다. 지금까지 그런 기조를 유지해 왔지요.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 그룹의 창업자는 소위 ‘상생 자본주의’ 신념이 있습니다. 우리는 스테판 잡스가 휴대폰에 컴퓨터를 집어넣는 혁신을 선보인 것과 같이 모빌리티에서 그에 버금가는 혁신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을 뛰어넘는 미래 비전을 두 회사를 통해 실현해보이고자 합니다.”

- 한국의 그룹 본사에서 직접 자동차 사업 부문을 컨트롤하게 됩니까?

“재규어-랜드로버스 브랜드에 대해 굉장한 존경심을 갖고 있습니다. 두 브랜드 명성과 경쟁력, 정체성이 손상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경영진과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경험과 기술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자율을 허용하는 정책을 취할 것입니다.”


질의응답이 20여 분간 이어졌다.

한국의 (주)신진지프 모터스 M&A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그와 관련해 래리 킴 회장은 자세한 이야기는 삼갔다.

그 역시 인도기업과 경쟁하는 것이라서 구체적인 상황변화가 있을 때 관련 정보를 풀기로 했다.

암튼 가온그룹이 럭셔리 자동차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Swallow Motors의 재규어 브랜드와 SUV의 명가 ROVERS의 랜드로버스를 품게 됐다.


‘영국 왕실이 인정한 명차’ ‘사막의 Royce-Rolls’ ‘럭셔리 SUV 브랜드의 대명사’.


재규어-랜드로버스 브랜드에 붙는 다양한 수식어들이다.

수십 년 간 영국이 자랑하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로 세계 시장에서 이름을 날렸다.

억대를 넘나드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고급차의 대명사로 자동차 애호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최근 몇 년 간의 실적이 처참했다.

이전 삶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부도 직전까지 갈 정도였다.

그로인해 영국인들의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혔다.

1980년대 이후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수차례 주인이 바뀌었는데, 미국의 헨리 모터 컴퍼니 품에 안겼음에도 분위기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쟁쟁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와 비교해 성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소비자에게 철저히 외면당했다.

빈번한 차량 고장.

잔고장이 많아 유지비 부담이 상당하다는 악평들.

몇 년 째 실적이 최악의 최악을 거듭하면서 헨리 모터스 경영진은 브랜드 매각을 고민했다.

그렇게 퇴물 브랜드 취급을 받으며 인수자를 찾게 되었는데, 가장 군침을 많이 흘린 회사가 인도의 최고 기업이었다.

매각 초기만 해도 인도 기업이 재규어-랜드로버스 브랜드를 인수하게 될 줄 알았다.

미스터 할리우드의 가온그룹이 M&A에 뛰어들기 전에는.


- 지나치게 싼 가격에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탐내는 것 아닌가?


가온그룹은 ‘헐값’ 이슈를 띄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헨리 모터 컴퍼니는 앞서 1989년 재규어의 Swallow Motors를 25억 달러에, 2000년 ROVERS를 27억 달러에 인수했다.

게다가 헨리 모터 컴퍼니가 두 회사에 투입한 손실보전액만 50억 달러에 달했다.

이 비용만 합쳐도 100억 달러를 넘는다.

이를 감안하면 인도 기업이 제시한 인수금액(23억 달러)이 지나치게 저렴하다는 논리가 일견 납득이 갔다.

영국이 자랑하던 ‘명차 브랜드’가 피식민지 국가였던 인도에 넘어가게 되는 것에도 말들이 많았다.

후진국 인도에게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영국 고급 브랜드를 넘길 수 없다는 주장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선진 기술만 빼먹고 튀어버려서 고급 브랜드 위상을 잃게 될 것이다.”

“먹튀로 인해 곧 두 브랜드는 인도산 저가 브랜드로 전락할 것이다.”


인도 내부에서도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시달리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사실 인수를 노리는 인도의 기업은 부채비율이 낮고 현금 유동성도 풍부한 우량기업으로 유명했다.

그럼에도 온갖 악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영국과 인도 두 나라에서 여론이 좋지 못했다.

심지어 방관하던 인도의 기업 주주들이 들고 일어나는 일까지 있었다.

실적이 최악인 부실기업을 뭐 하러 사냐는 논리다.

영국에서는 ‘헐값‘ 논란으로 뜨거운데, 인도 기업의 주주들은 23억 달러조차 많다며 경영진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2000년 이전 실적을 회복하려면 헨리 모터 컴퍼니가 쏟아 부었던 것 이상의 회생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 틈을 가온그룹이 잘 파고들었다.

29억 6천만 달러라는 파격적인(?) 인수금액을 제시했다.

인도기업이 제시한 금액보다 5억 달러가 더 많았다.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법적 절차가 마무리 되는 순간 곧장 회생에 착수할 것이다!”


그 같은 일성으로 류지호가 M&A를 지원했다.

두 브랜드를 인수합병한 후 약속대로 회생에 팔을 걷어붙였다.

가온그룹 오너인 류지호가 직접 미국의 영업소 딜러들을 만났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직접 찾아왔다는 소식에 딜러들은 처음에 어리둥절해 했다.

차츰 오너가 두 브랜드 회생에 전력을 쏟는 모습에 감명 받았다.

류지호는 불패의 투자자이자 미다스의 손으로 이미 정평이 나 있기도 하고.

게다가 평소에도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만나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도 곧잘 나누는 것으로 유명했기에 딜러들과도 잘 어울렸다.

결국 두 브랜드 딜러들이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다.


“영국이나 미국 혹은 세계 어떤 영업점에도 가온그룹 본사 인력파견을 최소화 할 것을 약속합니다. 가온그룹은 프리미엄 상용차 경영 경험이 풍부한 현지 전문경영인들에게 최대한 권한을 위임할 것입니다.”


본래가 류지호 소유 기업들에는 본사 간섭을 최대한 줄이는 일종의 ‘핸드오프폴리시(Hand-Off Policy)’ 문화가 있다.

그에 따라서 재규어-랜드로버스 역시 영국 본사가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하기로 했다.

물론 경영성과에 대해 책임도 함께 저야 한다.

Swallow Motors와 ROVERS는 자동차 업계에서도 강성노조로 유명했다.

가온그룹이 강성노조의 매운 맛을 톡톡히 볼 것이라 예상한 이들이 많았다.

실상은 완전히 달랐다.

인수를 마무리한 후 모그룹 가온이 강성노조를 곧바로 만났다.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타협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약속을 했다.

점령군 행세를 일절 하지 않았다.

가온그룹만의 사원복지 정책에 대한 설명도 꼼꼼히 했다.

강성노조가 갑자기 순한 양처럼 돌변했다.

현지 직원, 경영진 존중 정책 덕분에 직원 생산성이 높아질 기미까지 보였다.


“가온은 새로운 도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가온그룹의 품에 들어온 두 브랜드들은 그 동안 힘겨운 경영환경 때문에 하지 못했던 시도와 도전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내 개척해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가온그룹이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인수합병하게 됨으로써 한국의 (주)신진지프 모터스 협상에서 다소 기운이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혀 아니었다.

기세를 탄 김에 (주)신진지프 모터스까지 집어삼킬 태세다.

경쟁하고 있는 인도의 MNM그룹도 덩달아 긴장하는 모양새다.

게다가 정부에서도 직간접적으로 가온그룹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외국기업에 매각했다가 큰 곤욕을 치룬 경험이 있었기에.


❉ ❉ ❉


부우웅.


벨에어 단지를 고급 세단과 SUV가 빠져나왔다.

류지호가 타고 있는 차량행렬이다.

며칠 전부터 벨에어 입구에서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이 사라졌다.

낯익은 전담 파파라치만 몇 명이 진을 치고 있을 뿐이다.

여지없이 파파라치들이 MSM 본사로 향하는 차량행렬을 뒤쫓았다.

류지호가 타고 있는 차량이 VIP 통로로 사라지지 않고 일부러 건물 현관 앞에 멈췄다.

차에서 내린 류지호는 곧바로 건물로 들어가지 않았다.

짧게 현관 앞에서 주춤했다.

좋게 지내는 파파라치가 몇 커트라고 사진을 건지도록 했다.

몇 달 동안 잠행을 함으로써 파파라치들이 사진을 건지지 못했다.

그것에 대한 일종의 배려였다.

류지호는 자신의 집무실이 아닌 MSM의 CEO방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조슈아 윌슨과 티타임을 가졌다.


“1년에 10편 투자·제작·배급으로 포트폴리오를 제한하기로 했다면서요?”

“네. 보스.”

“괜찮겠어요? JHO Pictures 영화를 배급해도 되는데?”

“3~5년 간 <007> 프랜차이즈와 <트와일라잇>을 텐트폴로 해서 중저예산 영화 위주로 투자·배급할 계획입니다.”

“AF는 제작 라인업이 충분해요?”


Artist Federation Corp은 1981년에 MSM의 편입된 찰리 채플린과 데이비드 그리피스라는 전설적인 영화인들이 설립에 참여한 유서 깊은 영화사다.

현재는 MSM 산하에서 제작 전문 스튜디오로 자리매김한 상태다.


“연간 2~3편 가량 제작할 계획입니다.”

“Scott Brothers Production과 제휴는 잘 됐고요?”

“일단 2011년까지 네 편의 영화를 투자배급하기로 합의했습니다.”


Scott Brothers Production은 리드 스콧과 앤서니 스콧 형제가 설립한 영국의 TV·영화 제작사다.

본사는 영국에 있지만, LA에 사무소가 있어서 주로 할리우드 영화와 TV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다.


“프로젝트가 뭐가 있어요?”

“<팰햄123>, <언스토퍼블>, <더 그레이>. <로빈 후드>가 있습니다.”

“앞의 세 편은 앤서니가 연출하겠고. <로빈 후드>는 리드가 준비하겠네요?”

“예.”


모두 류지호의 기억 속에 있는 영화들이다.

다만 흥행 성적까지는 알지 못했다.


‘상관없겠지. MSM이 회귀 전의 MSM이 아니니까.’


JHO Company 산하에 빅7 스튜디오 하나, 준 메이저 스튜디오 둘이나 있기에 내부적으로도 배급 관련해서 스크린 확보 경쟁이 제법 치열한 편이다.

기존에는 트라이-스텔라와 ParaMax가 공략하는 시장이 겹치지 않아 문제가 되지 않았다.

MSM이 편입되면서 두 배급사와 시장이 겹치는 문제가 발생했다.

MSM을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에 완전히 합병시키면 방법이 생길 것도 같은데.


“12%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들은 뭐래요?”

“상장폐지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팔지도 않겠답니까?”

“네. 그들 때문에 일부러 실적을 망칠 수도 없지 않겠습니까?”

“남은 지분을 모두 사들일 자금은 있어요?”

“현재 주가로는 매입 가능합니다.”

“좋아요. 그 자금은 다른 곳에 사용하지 말고 올 하반기까지 유보금으로 가지고 있어봐요.”

“....?”

“어쩌면 하반기에 기회가 올지 몰라요.”


하반기에 Rehman Bros가 파산보호 신청서를 내면 미국 주식시장이 초토화될 터.

당연히 미래가 불확실한 MSM 주가도 폭락할 것이다.

12% 지분을 쥐고 놓지 않고 있던 주주들이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때 사들여서 자발적인 상장폐지를 하면 된다.


“텔레비전 부문의 그린버그씨는 잘하고 있습니까?”

“이르면 올 여름에 M-Pix를 통해 첫 오리지널 TV시리즈가 방송될 것 같습니다.”

“천천히 하자구요.”

“....네?”

“MSM이 잘 나가면 시장에 풀리는 주식을 사들이지 못할 수도 있잖아요. 작년에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았는데도 주식을 쥐고 팔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좀 더 힘든 척 해주세요.”


조슈아 윌슨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알면 알수록 참 특이한 사람이 류지호다.

남들은 어떻게든 증권거래소에 상장을 하려고 한다.

기업에게도 개인에게도 모두 좋은 일이니까.

그런데 자신의 보스는 기를 쓰고 상장폐지하려고 한다.

물론 비상장이기에 놀라운 성장을 이어가는 면도 없진 않지만.

주주의 간섭이 없으니 CEO들의 성향에 따라 뚝심을 발휘할 수가 있긴 한데.

오너가 공격적인 경영을 지지해 주고 있기도 하고.

복잡한 이사회 의결을 거칠 필요도 없고, 기업 내부 변동사항 공시를 할 필요가 없기에 의사결정이 매우 신속하다.

기업 M&A나 대규모 투자에서 보안 유지도 용이하고.

일각에서 JHO Company Group의 ‘비밀주의’를 비난하기도 한다.

그들이 비난하는 ‘비밀주의’로 인해 전설적인 기업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부분은 외면한 채.


“새로운 TV시리즈 라인업은 어때요?”


조슈아 윌슨이 얼른 정신을 수습하고 대답했다.


“<REMO> 프리퀄과 <사라코너 연대기>가 제작대기 중입니다.”

“<덱스터>는 첫 시즌 방영분은 모두 나와 있어요?”

“작가조합파업으로 인해 에피소드 절반만 촬영이 진행되다가 멈춰있었습니다.”

“다행이네요. M-Pix 런칭을 서둘렀으면 큰 낭패를 볼 뻔 했어요.”

“그렇습니다.”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핀오프 격인 TV시리즈 <사라코너 연대기>는 올 1월 방영을 목표로 준비되었다.

<덱스터>는 2월 말 방영을 목표로 했었다.

그런데 이들 TV시리즈의 크랭크 인을 류지호가 자꾸 늦춰왔다.

미국작가조합 총파업으로 인해 할리우드가 멈추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예상해서다.

처음 계획대로 진행되었다면 자칫 큰 낭패를 볼 뻔했다.


“플랫폼은 몇 군데와 논의 중입니까?”

“Veritas, 또 Tox와 HD 패키지를 논의 중입니다.”

“위성방송은 JHO/DirecTV에서?”

“아닙니다.”

“....응?”

“현재 JHO/DirecTV는 프리미엄 채널에 인기작이 너무 많습니다. 그곳에서 TST와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다는 판단입니다.”


경쟁 위성방송 EchoSat으로 간다는 말이다.


"패키지 전부를 EchoSat과?“

“4개 채널을 전부 옮기는 문제를 논의 중입니다.”


EchoSat에도 프리미엄 유료 채널이 서비스되고 있다.

다만 트라이-스텔라TV 채널이 없을 뿐이다.

그 자리를 MSM의 M-pix가 대체할 계획이다.


“온라인 스트리밍은?”

“StreamFlicks와 협상 중입니다.”

“MacIntosh가 아니라?”

“예.”

“그것도 좋겠네요. 앞으로 MacIntosh는 StreamFlicks에 상대가 안 될 겁니다.”


어련할까.

무려 미스터 할리우드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비즈니스다.


“<로보캅>은 TV시리즈가 아니라 리부트를 하고 싶다고요?”

“아무래도 TV시리즈로 가기에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저지 드레드> 역시 리부트를 한다던데?”

“예.”


대화를 멈춘 류지호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이전 삶에서 두 영화의 리부트가 망했는지 성공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성공하지 못한 듯 싶다.

이전 삶에서 <로보캅> 권리를 보유하고 있던 오라이언이 부도가 나면서 캐나다의 한 제작사가 권리를 구입해 TV판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로보캅> 프랜차이즈가 캐비닛 속에서 잠들어 있다.

오라이언 픽처스는 류지호가 할리우드에서 세 번째로 인수한 영화사였기에.


“좋아요. 해봅시다. 리부트.”


류지호가 언뜻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디트로이트 세계관은 낡았어요. 시의성 있게 실리콘밸리로 배경을 옮겨 봅시다. 악당들도 군산복합체를 암시는 노회한 노인들이 아니라, 내 친구들 같이 젊고 스마트하며 야심만만한 인물로 그려봅시다. 혁신이란 시대 화두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며 그것이 불러올 악영향 따위는 무시하는 실리콘밸리 세태에 대한 풍자가 들어가는 방향을 궁리해봅시다.”


류지호는 로봇청소기부터 산업현장의 로봇, 하수구 청소로봇, 지뢰제거 및 소방 로봇, 인공지능 전투로봇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는 근 미래를 배경으로 로봇(AI로 움직이는)에 의지하는 인류가 어떤 위험에 놓이게 되는지를 경고하는 영화를 떠올렸다.


“로봇 혹은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시민들이 연일 시위를 벌여요. 한쪽에서는 외롭고 고독한 시민들이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로봇친구에게 의지하다가 선과 악 혹은 참과 거짓이 혼란스러운 세태 속에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는 거죠. 생성형 AI라는 것이 있어요. 그것이 인간친구를 그루밍해요. 배경을 실리콘밸리라고 한다면 도시 당국자들이 똑똑한 AI에게 의사결정을 의지해요. 그로 인해 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도시의 한 구역에 폐쇄명령이 내려져요. 명백히 인권침해지만. 인공지능의 판단은 철저히 일방적이지요. 우리의 로보캅은 그곳에서 외로운 투쟁을 벌여야 할 수도 있어요. AI가 제시한 의사결정을 따른 것에 대해 시 당국자들은 책임감을 느끼지 않아요. 끔찍하죠. 결국 디스토피아가 문제가 아니라 인간을 고민해야 하는 겁니다. 로봇 혹은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에게 과연 친구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질문. 인간의 뇌가 탑재된 존재의 존재론적 고민도 그 철학적....”

“보스!”


조슈아 윌슨의 부름에 <로보캅> 세계관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류지호가 현실로 돌아왔다.


“아, 미안합니다.”

“<로보캅> 리부트는 보스가 직접 프로듀싱하는 것으로 하시죠.”

“....음.”


류지호가 검지로 볼을 긁적거렸다.

<생명의 항해> 준비도 해야 하고, 한국에서 벌여놓은 프로젝트도 있다.

또 Snowstorm 게임의 실사화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일단 관람 등급은 R등급.”

“PG-13이 아니고... 말입니까?”

“중저예산으로 화끈하게 가는 걸 해봐요.”


전형적인 액션 장르영화로 기획해서 적게 들여 적게 벌겠다는 의미다.


“작가는 고용하지 말아 봐요. 내가 전체적인 틀을 잡아 볼 테니까.”

“편할 대로 하십시오.”


주로 영화 이야기만 했다.

MSM Entertainment의 재무적인 부분은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그 부분은 모그룹에서 알아서 할 일이기 때문이다.


“따로 내게 건의할 것은 없어요?”

“한국에 짓고 있는 테마파크에 호텔을 입점 시킨다면 어떨 것 같은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새만금에요?”

“개장 때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나쁘지 않죠. 다만 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얼마나 장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1,200만 명을 넘어설 때까지?”

“.....?”

“테마파크 개장과 함께 오픈하는 호텔&리조트들의 객실 점유율이 안정화 되어가는 것을 보고 판단합시다.”

“알겠습니다.”


길었던 조슈아 윌슨과의 티타임을 마치고 류지호가 자신의 집무실로 향했다.

책상에 앉아서 점심 식사 전까지 조슈아 윌슨과 대화하다 떠오른 <로보캅> 리부트 기획안을 썼다.

오후에는 일찍 퇴근해 남부 캘리포니아로 향했다.

본래 망했어야 할 <도쿄 드리프트>를 청춘스타 배런 렌프로가 살려냈다.

윌리 워커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공동 프로듀서 노엘 모리츠가 공식적으로 그 같은 루머를 부인했다.

암튼 서킷 위주 F1이나 공도 레이싱에 익숙한 미국인들에게 일본의 드리프트 공도 레이싱과 일본 차량의 JDM 튜닝 문화를 널리 퍼뜨리는 계기가 됐다.

박은상 감독의 <이니셜D>가 미국 주문형비디오 시장에서 역주행하기도 했다.

미국의 레이스 문화에서 마이너에 속하던 드리프트를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올렸고, 할리우드 카체이스에서도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다.

<도쿄 드리프트>가 흥행에 성공하자, 두 주인공이 류지호를 찾아와 본래 세계관 복귀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당연히 환영할 요구였다.

따라서 공동프로듀서 노엘 모리츠는 <도쿄 드리프트>의 감독 더스틴 린과 함께 외전에 가깝던 <도쿄 드리프트>의 주요 캐릭터 한을 도망자 시절의 도미닉의 친구로 등장시켜 시리즈의 세계관 통합과 함께 새로운 스토리 라인을 짰다.

배런 렌프로가 연기했던 숀 보스웰은 혹시 몰라 따로 빼놓았다.


‘회귀 전과 같은 불행이 반복된다면 윌리 워커의 대타로 배런 렌프로를 투입할 수도 있고.’


두 배우가 다시 합류하게 됨으로써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는 단순히 레이싱과 속도감 위주로 액션을 하던 전작들과 달리 폭발과 총격전이 난무하면서 점점 하이스트 장르 블록버스터의 색이 묻어나오기 시작하는 영화로 변모하게 된다.

<분노의 질주 : 더 오리지널>을 누구도 리부트로 규정하진 않았다.

이전 시리즈와 연속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으로 새로운 프랜차이즈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부터 시리즈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되는 걸 류지호만 알고 있다.

암튼 윌리 워커가 A-List 배우로 올라서면서 예산도 1억 달러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손익분기점은 대략 2.5억 달러 수준.


“Hey. Jay!"

“다들 오랜만이야.”


캘리포니아 남부 San Fernando Valley에서 한창 촬영 중인 <분노의 질주> 촬영장에 류지호가 푸드트럭 행렬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자신의 트레일러에서 대기하고 있던 윌리 워커가 대뜸 물었다.


“레오나가 임신했다며?”

“응.”

“축하해.”

“고마워.”


1편을 찍을 때만 해도 출연료가 100만 달러였던 두 배우였다.

이제는 1,000만 달러 이상을 받는 배우가 되어 있다.

이전 삶에서 빈스 싱클레어는 <분노의 질주> 프로듀서에도 이름을 올렸었다.

이번에는 그럴 수 없게 됐다.

영화 권리를 온전하게 JHO Pictures가 가지고 있고, 두 배우의 몸값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궁색하지도 않기에.

<분노의 질주> 촬영현장을 시작으로 류지호는 프로듀서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갈 예정인 영화들을 두루 둘러봤다.

그 사이에 짬을 내서 죠 트래볼타, 틸만 슈라이버와 함께 일본에 다녀왔다.

일본은 영어권 국가들보다 6개월 정도 늦게 <Frank Castle>을 개봉하게 됐다.

때문에 프로모션을 따로 해야 했다.

중국이나 일본이나 영화 비즈니스 하기 참으로 성가신 국가다.


'하여간 유난스럽다니까...!'


작가의말

개인적으로 눈알 두 개 있던 재X어 XJ 디자인을 좋아합니다.

스포츠카 디자인들도 대체로 멋지고.

재X어 랜X로버 두 차에 대한 악명이 매우 높다고 알고 있습니다.

세상에 고장 없는 완벽한 차가 존재하진 않겠지만, 해도해도 너무하긴 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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