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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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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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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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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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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이전 삶에서 StreamFlicks는 아프리카 대륙에 뒤늦게 진출했다.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에서 꽤나 고전했다. 현지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전 세계가 스트리밍 속도가 빨라질 때, 아프리카 대륙은 그리 빨라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프리카 사람들은 데이터 사용료가 비싼 걸 꺼려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실시간 시청보다 동영상을 다운로드 받아 보는 걸 더 선호했다.

게다가 아프리카는 모바일 머니를 주로 사용했다.

특히 사파리폰이 모바일 뱅킹의 일종인 M-Pasa 서비스를 전개하면서 그 분위기가 각국으로 확장하고 있다.

블록체인 관련 실험의 일환으로 시작되었지만, 향후 아프리카 대륙 최대 먹거리 사업이 된다.

류지호는 일찍부터 지역별, 국가별 시장 특성을 면밀히 연구하라고 주문했다.

그에 따라서 StreamFlicks는 아프리카 대륙에 맞는 다운로드 옵션을 추가한 서비스를 시작한다.

아프리카판 <전원일기>에 자극을 받아 맞춤형 지역 콘텐츠도 준비한다.

가령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사는 아프리칸 디아스포라(diaspora)의 이야기를 다룬 TV시리즈 혹은 영화, 케냐 나이로비의 슬럼가를 배경으로 한 주부 코미디물이라든가, 아프리카 특정 국가의 상류사회 문화를 보여주는 드라마 같은 것들이다.

특히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흑인 공동체 집단(디아스포라)의 인생과 생활을 담은 콘텐츠를 기획하도록 MSM의 자회사 빅피쉬 엔터테인먼트에 따로 프로젝트팀을 구성했다.

그 팀은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 장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맞춤형 아프리칸 디아스포라(diaspora) 특화 콘텐츠를 집중 개발할 계획이다.

예산이 크게 필요한 콘텐츠들이 아니다.

현지 인력을 키워 콘텐츠 생산을 맡길 것이기에.

류지호는 프로듀서를 파견하고 제작비만 대주면 끝이다.

그렇게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다 보면 아프리카 대륙에서도 한국의 <킹덤>처럼 마사이(Maasai)족 세계관의 좀비 드라마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을 테니까.


‘놀리우드는 어찌 해야 하려나...?‘


놀리우드(Nollywood).

나이지리아 영화 산업을 할리우드에 빗대어 부르는 말이다.

나이지리아 항구도시 라고스에서는 일주일에 평균 50편의 영화가 비디오 형태로 제작된다.

연간 2,500편의 영화가 제작되는 셈이다.

참고로 할리우드는 연간 1,000여 편의 TV·영화가 제작·공개되고 있다.

제작 편수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는 단연 인도 영화계다.

발리우드는 그 다음으로 큰 규모다.

척박한 작업 환경 때문에 완성도 높은 영화를 기대하긴 힘들지만.

영화 제작·편집 기술도 부족하고, 평균 영화 제작 기간도 7~10일에 불과하고, 한국의 영화과 졸업 작품 수준에도 못 미치는 영화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놀리우드 영화는 아프리카에서 특별했다.

놀리우드 영화 속 흑인들의 삶이 아프리카 현실 그 자체였으니까.

밖의 세상에서는 알 수 없는 아프리카 사회의 모든 계층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담겨있기에.

멜로·액션 영화가 가장 많다.

부정부패와 아프리카 부족 문제까지 등장한다.

심지어 정부의 언론 통제 때문에 보도되지 못했던 정치적인 문제들도 다뤄진다.

의사·변호사 등 사회에서 정의로운 역할을 구현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그야말로 놀리우드 영화는 아프리카의 목소리 그 자체다.

다만 놀리우드는 류지호에게는 레드오션이다.

수백 개의 나이지리아 프로덕션이 라고스에서 활동 중이기에.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산업이 미성숙한 탄자니아와 케냐에서 작은 싹을 틔우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케냐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에 비해 언론자유도가 높은 편이기에.


‘아프리카 방문 때 나이지리아도 한 번 들러 볼걸.’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지만, 놀리우드가 조금 궁금하긴 했다.

차후 아프리카 대륙을 방문하게 되면 나이지리아 라고스를 방문해 보기로 했다.


❉ ❉ ❉


황매산(黃梅山).

경남 합천군과 산청군에 걸쳐 있는 산이다.

합천호에 산자락을 담그고 있는 형상이 마치 호수에 떠 있는 매화 같다고 해서 ‘설중매’로도 불린다.

가야산과 함께 합천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해발 850미터에 위치한 주차장.

그곳에 SUV와 대형 MPV 차량(미니밴) 여러 대가 도착했다.

한국인과 외국인들이 섞인 무리가 차량에서 빠져나왔다.

DP 데온 비베, 프로덕션 디자이너 마이크 리바, 프롭 마스터 앤드류 팩커드, 익그제큐티브 프로듀서 게리 캠프, 세트 디자이너(Draughtsmen) 틸 로바어 등.

<생명의 항해> 헤드 스태프들이다.

로케이션 헌팅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평일이지만 날씨가 좋아와 그런지 많은 등산객들이 황매산 정상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생명의 항해> 팀도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황매산 정상을 향했다.

류지호가 <태극기 휘날리며>의 두밀령 전투와 낙동강 전투 장면이 촬영된 바 있는 황매산 정상 부근 평원을 가리키며 설명했다.


“저쪽 철죽 군락지에서 한국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와 <내 머릿속 지우개>가 로케이션을 했어요.”


한국을 방문하기 전에 <생명의 항해> 헤드 스태프들은 류지호가 참고하라는 한국영화들을 보고 왔다.

따라서 합천 황매산, 합천호, 영상테마파크가 그리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한국 로케이션 슈퍼바이저로 참여하게 된 김재욱이 일행을 밀양 사자평 일대와 창녕군 화왕산 일대, 진해 해군기지로 안내했다.


“.....!“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를 둘러볼 때는 영화촬영지 안내판과 기념비 등을 보고 류지호가 잠시 감회에 젖기도 했다.

이전 삶에서 그 영화에 정식 스태프로 참여하진 않았다.

다만 제작부로 일하던 후배 덕분에 제작 B팀 아르바이트를 몇 회 했었다.

나름 일당이 짭짤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단기 아르바이트는 무척 고생스러웠다.

그럼에도 꽤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는 영화 아바르바이트였다.

마지막 일정은 한창 토지매립공사를 하고 있는 드넓은 새만금 평야였다.


“조성공사를 마친 생태·레저 지구는 사업비 1,900억 원을 투자해 2년 8개월 만에 매립공사를 완료해 6개월 간의 조성공사 후 본격적으로 테마파크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아리울의 첫 번째 수변도시와 국제업무지구 역시 차질 없이 매립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매립공사로 인한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4중 오탁방지막과 수질 오염 모니터링을 8개소에 설치해 수질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새만금 내부와 방조제 바깥 바다와의 물 색깔을 비교해 봤다.

대유가온건설 관계자의 말처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았다.


“안전, 친수, 스마트 기술, 친환경을 감안해 설계했고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구간을 분할해 단계별 병행시공 방식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방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홍수 때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 단지 계획고를 200년 빈도 설계 홍수위보다 2배 정도 높게 반영했습니다.”

“매립토는 어떻게 조달하고 있습니까?”

“전량 새만금 내부에서 채취해서 준설과 매립 두 토끼를 다 잡고 있습니다.”


새만금은 매립이 진행 중인 곳과 완료된 곳들의 모습이 제각각이었다.

염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묘목이나 식물을 심은 곳도 있고, 잡초가 자란 곳도 있으며, 마치 사막 같은 곳도 있다.

<생명의 항해> 제작진은 다양한 모습의 매립지들을 휘젓고 다니며 야외 세트를 만들 장소를 물색했다.

새만금을 돌아보던 중 류지호가 김재욱에게 물었다.


“양 감독은 미국에 있어?”

“아니. 한국 들어와 있어.”

“뭐 하고 있대?”

“전쟁영화 책 쓰고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1만 2천Km, 진실>?”

“제목은 몰라. 300억 짜리래.”


워킹타이틀 <1만 2천Km, 진실>은 <마이 웨이>라는 전쟁영화다.


“BS에서 투자·배급하는 거지?”

“응.”


WaW 엔터테인먼트는 2012년까지 텐트폴 라인업이 모두 결정된 상태다.

수백억 원 예산 영화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

<마이 웨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 휩쓸린 한국과 일본 두 젊은이의 기구한 운명과 꿈을 찾아가는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로 두 나라의 대표적인 꽃미남 배우들이 출연하게 된다.

무려 300억 원이 투입되고 완벽하게 망한 영화로 기록되었던 영화다.


“WaW에 도와달라고는 안 해?”

“양 감독의 자신감이 장난 아니야. 전쟁영화 한 편 찍어봤다고 아주 그냥....!”


류지호가 보기에는 이번에도 <마이 웨이>가 잘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영화사에서는 나름 의미가 있는 도전이다.

전쟁영화는 쉽게 찍지 못하는 장르다.

게다가 돈을 많이 들인다고 명작이 탄생하지도 않는다.

반공이념과 그에 진저리를 치는 정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국에서는 아무리 잘 찍어봐야 돈 많이 들인 국방부 홍보영화라는 박한 평가를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마이 웨이>는 나름 고민이 참 많아 보이는 영화였는데....’


비록 몇몇 장면에서 할리우드 영화를 흉내 내는 것에 그쳤다고 할지라도

충무로가 기술적으로 무엇을 얼마만큼 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영화기술 분야의 자신감을 얻는 것에 300억 원을 날린 것이 과해보이긴 하지만.

<마이 웨이> 이후로 한국영화의 대규모 군중 시퀀스가 한 단계 도약했다는 것은 분명 평가받아야 할 일이다.

류지호가 <마이 웨이>가 미칠 한국영화계의 영향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경남영상위윈회는 언제 접촉할까?”

“10월 쯤.”

“그렇게 늦게?”

“Construction Manager가 네게 메일을 보낼 거야. 그 사람하고 상의해서 경남영상위윈회와 논의 해 봐.”


Construction Manager는 야외와 스튜디오 세트 모두의 관리감독자다.

설계도면을 분석해 건축자재를 주문하고, 목수를 포함한 작업자를 예약하고, 실제 세트 시공을 감독 및 관리하는 사람이다.

건축분야에서 현장소장과 비슷한 포지션이다.


“혹시 보안 때문에?”

“응. 아직은 영상위원회와 논의할 단계가 아니야.”

“영어로 메일을 보내겠지?”

“미국인이 영어로 메일을 보내지 일본어로 보내겠냐?”

“아휴, 그 놈에 영어....”

“분발 좀 하지. 혹시 영어 울렁증 있냐?”

“그런 건 아닌데... 내 발음이 구린지, 상대방이 잘 알아듣는지... 무지 신경 쓰여서 말도 꼬이고 그래”

“그게 울렁증이야. 영어가 우리나라 말도 아닌데 뭘 복잡하게 생각해? 그냥 네 스타일대로 뻔뻔하게 막 씨부려.”

“참, 힘이 되는 말이다...”


이전 삶에서 장진호 전투가 직간접으로 언급된 한국영화는 두 편.

<태극기 휘날리며>와 <국제시장>이었다.

둘 다 한국영화 역대 흥행 순위표 상단을 장식하는 영화들이었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는 인천 상륙작전 이후 승승장구하며 북진을 하던 주인공 형제가 속한 부대가 개마고원을 연상케 하는 숲속에서 중공군의 포위로 큰 피해를 보는 모습이 그려진다.

<국제시장>에서 피란민들이 흥남 부두에 정박한 미국 군함에 타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물론 한국인이 쉽게 떠올리고 또 오해하는 모습이 그런 거다.

아비규환의 필사적 탈출 작전이었을 것이라는.

그런데, 류지호가 확인한 다큐멘터리 필름에서는 전혀 달랐다.

생존자들의 증언도 크게 다르지 않았고.

촌각을 다툴 정도로 바쁘지도 혼란스럽지도 않았단다.

김이 샐 정도로 침착한 모습들을 확인했다.

됭케르크 철수작전처럼 절박하고 처절한 모습은 아니었다.

넉넉한 미공군 화력의 지원, 수십 척 군함의 해상에서의 포격 지원, 장진호 전투부터 상당한 병력손실이 발생해 흥남부두를 공격할 수 없었던 중공군의 사정 등.

흥남철수 작전은 비교적 질서정연하게 수행되었다고 한다.

물론 피란민들의 절박한 마음은 그것과 별개라고 할 수 있지만.


- Freedom is Not Free!


워싱턴 한국전쟁기념공원 기념비에 새겨진 문구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기념비와 함께 판초우의를 입은 병사들 조형물이 서 있는 모습이 바로 장진호 전투의 미해병들을 형상화 한 것이다.

류지호는 장진호 전투를 통해 미국인들에게 ‘잊힌 전쟁’인 6·25 한국전쟁을 되새기게 하고 싶었다.

장진호 전투가 미국인들에게 중요한 상징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에.


✻ ✻ ✻


올해 두진그룹이 서울 흑석동에 있는 모 종합대학을 인수했다.

출연금액은 대략 1,200억 원.

반면에 다울학원이 여주의 한 전문대학을 인수한 것은 기사화되지 않았다.

지역신문에 단신으로 나왔다 금방 사라졌다.

다울학원이 출연한 금액은 65억 원이었다.

다울학원은 류지호 가족이 소유한 사학재단이다.

가온타운에서 유치원부터 초·중·고등학교를 설립·운영 중이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육에 직접 사용되는 교지(校地)와 교사(校舍)는 매도할 수 없다.

즉, 대학 자체는 사고 팔 수 없다.

따라서 인수자가 내는 출연금은 학교 운영의 의지 표현이다.

매매 대금은 아니다.

대학 인수는 대학의 부채 탕감이나 재정 투자를 조건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사립학교법 어디에도 인수 관련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대학 거래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진다.

대학 거래라는 것이 복잡한 것이 아니다.

대학을 운영하는 법인이 이사를 교체하는 방법으로 법인 운영권을 사고판다.

학교 건물이나 땅을 사고파는 게 아니라서 학교법인의 이사진을 교체해주는 대가로 돈을 주고받는다.

대학을 사고파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인수자가 기존 대학 경영자들에게 재산상의 보상을 해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재산상 보상 선례를 두진그룹이 만들었다.

두진그룹이 대학을 위해 낸 출연금 가운데 1,100억 원 가량을 전임 재단 이사장이 편법적으로 환수해 갔다.

인수자금 관련 법적 규정이 없으니, 두진그룹이 누구에게 얼마를 주던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두진그룹의 대학교 인수 사례는 사학 설립자나 기본재산 출연자가 본인 명의의 장학 재단 등을 설립하고, 그곳으로 인수자금을 빼돌리는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

부정·비리로 정상적 대학운영을 어렵게 한 사학 경영자가 이와 같은 방법으로 대학을 팔아넘겨 버릴 수도 있기에.

참여정부에서 사학법이 일부 개정되었지만, 그 같은 사각지대를 미처 챙기지 못했다.

올해부터 부실 사학 퇴출이 본격화 되는데, 두진그룹 인수 사례를 들어 사학경영자들이 거액의 출연금 환수를 주장할 수도 있다.

대학의 매매를 금지한 것은 사학의 사유화를 막고 교육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 조치였다.

그런데 법망을 회피할 편법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암튼 여주에는 전문대학이 두 개가 있었다.

그 중 한 곳을 다울학원이 인수했다.

대학치고는 아담한 규모의 캠퍼스.

휴일이라서 한산한 캠퍼스를 류지호 부자가 산책하고 있다.

류민상이 입을 열었다.


“전임 이사장의 수년 간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보니 가관도 그런 가관이 없더라.”

“여기도 비리 재단이었어요?”

“누가 썼는지 모르겠지만 트랜스젠더바, 룸살롱, 마사지업소까지 온갖 곳을 드나들며 법인카드를 사용했어. 부친 묘소와 선산 관리에도 학교 교비가 사용되었고.”


참여정부에서 개정된 사립학교법에서는 재단회계와 대학회계를 완전 분리하도록 했다.

따라서 재단 관계자는 교비를 한 푼도 사용해선 안 된다.

그런데 전임 이사장 가족은 하다못해 기저귀까지 학교법인 카드로 구입했다.


“듣기로는 해외대학 연수 프로그램도 있다면서요?”

“말도 마라. 몇 개 학과의 필수 학기제로 해외 연수가 있는데, 뉴질랜드의 대학에 두 달 간 연수를 가야 하는 모양이야. 근데 그 학교가 이 학교 교수가 세운 학교야. 그 교수가 화성의 어떤 고등학교 재단 이사장이기도 한데, 학생들이 연수에 내는 돈의 일부가 그 교수와 그 사람 재단 관계자 개인계좌로 송금되고 있지 뭐냐. 거기서도 비리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지. 전문대 주제에 연극영화과 등록금이 거의 천만 원이나 받고 있어. 교육자가 아니라 장사꾼이지 뭐겠어?”

“지방 대학이 다 그렇죠 뭐....”


이전 학교법인은 수차례나 사학비리 혐의로 문제가 되었다.

그를 빌미로 전임 재단 이사장을 어르고 달랠 수 있었다.

사실 류지호는 65억 원씩이나 그들에게 쥐어주고 싶지 않았다.

부모님이 이전 학교법인과 오래 엮이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수 없이 타협했다.

겉으로는 그렇다.

이미 나래안전에서 조사한 사학 비리가 YNTV 탐사보도팀에 전달되었다.

후속취재 후에 보도되어 법의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

당장 65억 원을 챙겨서 희희낙락하고 있겠지만, 늦어도 1년 후에는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교명은 왜 바꾸셨어요?”

“비리 재단이 쓰던 이름을 쓰기 싫더구나. 그래서 새로 태어난다는 의미에서 이 지역의 옛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여주는 삼한시대에는 마한의 영역이었다.

삼국이 성립되면서 처음에는 백제 땅, 나중에는 고구려가 세를 확장하면서 고구려의 영역이 되었다.

당시의 고을 이름은 골내근현(骨乃斤縣)으로 불렸다.

이후 신라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황효(黃驍)라고 고쳤다가, 1257년에 지명을 영의(永義)라고 고쳤고, 1305년 고려 충렬왕 때 여흥(驪興)으로 바뀌었다.

지금의 지명인 여주(驪州)는 1469년 조선 예종 때 고쳐진 명칭이다.


“학교 이사회 구성은요?”

“여섯 명을 새로 선임해 교육부의 승인까지 받았고, 남은 두 자리는 여주 지역 유지 중에서 선임하려고 한다.”


여흥전문대학교 이사회는 총 8명으로 구성됐다.

외삼촌 심재우, 박건호 미추홀전통문화재단 이사장, 황봉호 등 류지호와 관계가 깊은 인물들이다.

남은 두 자리는 지역 사회에서 명망 높은 인사를 앉힐 계획인데, 어차피 그들도 류민상과 인연이 깊은 인물들일 수밖에 없다.


“혹시 강 건너 종교단체 쪽에서 이사회 한 자리 달라고 안 해요?”

“감히 그럴 수가 있겠냐. 내 아들이 누군지 모를 리가 없는데.”


그때 고우찬이 끼어들었다.

그의 손에는 테이크아웃 커피가 들려있다.


“저쪽 벤치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시죠.”


고우찬이 부자를 운동장 한편의 벤치로 안내했다.


“고맙다. 우찬아.”


부자가 벤치에 나란히 앉아 호로록 커피를 마셨다.


“학장은요?”

“임명제였던 모양인데, 이번 참에 직선제로 바꿀 생각이다. 그것이 옳은 방식이고.”

“잘 생각하셨어요.”

“교수협의회에서 3명을 추천하면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그 중 한 명을 학장으로 임명하는 방향으로 갈 것 같구나. 한 번만 연임이 가능한 것으로 정관을 바꾸기로 했다.”

“교수들 수준은 어떻대요?”

“일부 학과는 전문대치고 제법 전국적인 수준이라고 하더구나. 그 외에는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았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연구자를 데려오려면 고액연봉만 가지고는 안 될 거예요. 전용 연구시설, 기본 연구비용 등 많은 걸 제공해야 할 텐데, 학교법인 전입금 가지고는 턱없이 부족할 거예요.”


국내 대학에서 신임 교수에게 제시할 수 있는 연봉은 1억 원을 넘지 못한다.

반면에 대기업들은 우수 인재에게 그 2~3배의 연봉을 준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대학 교수가 인기 있는 직업이었다.

이젠 아니다.

대기업들이 R&D 역량 강화 등에 투자를 많이 함에 따라 인재들이 대학보다 대기업 연구실로 가는 것이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명문사립대의 경우 적립금이 엄청나게 많다.

돈이 있어야 우수한 교수를 초빙해 대학의 질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생수 감소에도 대비할 수 있다.


“대학 자체적인 수익사업을 열심히 궁리하고 있다. 여주가 농업 중심 지역이기도 하고, 가온그룹 계열사에 종자, 비료, 농약 회사가 있지 않니. 그룹 전략기획실장에게 듣기로 여주에 엄청 큰 수도권 물류센터도 짓는다고 하고, 농·생명 같은 첨단농업사업단도 설립하고. 학교 자체적으로 여러 시설을 구축하며 어떨까 싶다. 지역 사회를 위해선 테니스, 농구, 축구, 야구 같은 스포츠 지원 프로그램도 만들어야 할 것도 같고.”

“마침 호텔관광학과가 있던데. 자체적으로 호텔을 지어 영업을 하든, 의대 허가를 얻어서 병원을 짓든 학교 운영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업을 찾아보세요.”


사립학교법에 따라 교육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학 재정을 충당하기 위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

사실 사립대학들은 대체로 기업이 학교법인을 운영하는 것을 반긴다.

정부의 지원만으로 대학을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많이 다르다.

기업은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경제적 지원만 할 뿐이다.

대학 자체의 재산을 늘려 주지는 않는다.

대학의 적립금이 많고 유망한 사업을 해야 그 돈이 학교교육에 재투자가 되는 것이거늘.


“4년제 종합대학을 설립하시라니까.”

“재정이 아빠가 그러더구나. 여흥전문대가 나름 경쟁력도 있다고. 가온그룹 계열사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전략적으로 키울 수도 있다고 충고했다.”


실기위주로 커리큘럼이 짜인 전문대학 성적우수자들은 졸업 후에 곧바로 산업현장에서 활용할 수가 있긴 하다.


“다른 종합대학을 인수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어.”

“......?”

“남원에 남서대학이라고 있는데, 그 학교 재단 이사장이 아주 고약한 인사야.”


사학비리가 있는 학교가 한 두 개일까.


“그 왜... 제물포에 있던 재단 알지?”

“알죠. 거기 대학이 시립으로 바뀌지 않았어요?”

“남서대 이사장이 제물포의 그 백씨 못지않게 악명이 자자하다고 하는구나.”

“백씨 집안의 악명과 비교될 정도라면 더 말씀하지 않으셔도 어떤 사람인지 알겠네요.”


대한민국의 사학비리 4대 천왕이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남서대학 재단 이사장도 그들과 견줄 만 하다고 설명했다.

원조 비리사학인들의 나쁜 학교 경영 방식을 배워 그것을 더 발전시켰단다.

막장 사학경영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인물이 바로 남서대학 재단이사장이다.

전라북도를 전국 교육 최약체로 만든 일등 공신이다.


“지방 대학에 돈이 어디 있다고 409억 원의 교비를 횡령하느냔 말이다.”


없어도 기어코 만들어서 꿀꺽하는 자들이 족벌사학들이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 작성자
    Lv.87 lo******
    작성일
    24.02.20 10:31
    No. 1

    군 시절 많이 본 문구네요ㆍㆍFreedom is not Free...ㅜㅜ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4.02.20 10:37
    No. 2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용갈장군
    작성일
    24.02.20 14:31
    No. 3

    인천의 그 백씨가 만든 대학...
    유명했죠.
    제가 흑석동 C 대학 79학번인데 공교롭게도 첫 직장이 당시 O* 맥주를 주력으로 하는 D그룹이었습니다.
    나중에 D그룹이 C 대학을 인수하길래 무언가 큰 기대와 자부심을 가졌었는데 투자보다는 상속을 위한 인수였고 초기 무언가 기대를 줄 정도의 투자가 진행되는 듯 하다가 용두사미로 끝나서 후배들 보기 민망했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4.02.21 06:02
    No. 4

    사학재단 말로 표현 하기 불가능 할정도로
    대다수가 썩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purple7
    작성일
    24.04.01 22:17
    No. 5

    올해부터 주실 사학 퇴출 >> 부실 사학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트뤼포
    작성일
    24.04.06 11:53
    No. 6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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