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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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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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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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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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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3쪽

나를 따라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기업 경영에 간섭을 하지 않게 되니 시간적 여유는 생겼지만, 흐르는 시간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았다.

때론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은 아닌지 싶기도 하고.

흔히 나이와 시간의 속도는 비례한다고들 이야기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탓에 세월의 흐름에 무뎌지기까지 한다.

아는 것도 많은 의전비서가 그런다.


“나이가 들면 도파민 분비량이 감소해서 신경회로에 가해지는 자극과 기억의 강도가 모두 약해집니다. 그래서 약하고 흐릿한 기억만 나열되다보면 강한 기억이 배열될 때보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게 되는 거죠.”


똑같은 일상이 반복될 때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끼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뇌는 흥미롭거나 충격적인 일은 오래 기억한다.

반면에 익숙한 일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기업 경영에서 손을 뗀 후로 류지호의 일상은 가정과 영화에 주로 치우쳐 있다.

강한 자극을 줄만한 일탈이 없었다.

개인요트인 으뜸호를 타고 세계 최남단 항구도시 우수아이아에 다녀오는 것 정도는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다.

10살까지의 5년은 40살 이후 40년과 같다고 한다.

두 번의 삶을 살아가는 류지호는 나이가 들수록 빨라지는 시간의 흐름에 아쉽고 안타까울 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지금의 행복한 시간이 오래 이어지길 바라게 되면서,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안 가?”

“조금만 더 있다가.”


레오나가 몇 번을 물었는지 모른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쌍둥이들 곁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촬영 전에 가서 확인할 것이 많다면서?”

“응.”

“근데 이러고 있어도 돼?”

“안 될 걸?”

“이럴 거면 차기작을 연기했어야지.”


류지호가 검지로 뺨을 긁적거렸다.


“그러게.”


<Brood War> 에피소드 Ⅱ와 Ⅲ의 촬영을 모두 마친 류지호는 포스트프로덕션을 진행하는 틈틈이 <Siege of Jinju> 프리프로덕션을 하고 있다.

한국의 크루들과 화상통화도 하고 각종 컨펌을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본인이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해야 할 것도 많았다.


“내가 한국에서 영화를 찍고 오면 두 녀석이 부쩍 자라있겠지?”

“으이구. 6개월 동안 크면 얼마나 큰다고.”

“두 녀석의 시간은 느리게 흐리지만 아빠의 시간은 두 배 더 빠르게 흐르고 있건만.”


짝.


류지호의 등짝에 레오나의 매서운 스매시가 작렬했다.


“아야!”

“짐에게 출국 준비하라고 해. 빨리!”


레오나의 호통에 류지호가 마지못해 비서실장 짐 맥라퍼티를 호출했다.

가족의 주치의가 그랬다.

자녀가 많을수록 삶의 질이 높다고.

특히 세 자녀를 둔 가정의 만족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류지호가 두 번을 살며 겪어보니 아이들이 있는 생활과 없는 생활은 정말 차이가 컸다.

이번 삶에서 누릴 것 다 누리고 살고 있지만.

아이들이 없다고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했다.

아이들 덕분에 더 깊이 생각하고 언행도 몸가짐도 조심하게 된다.

아이들이 까르르 웃는 소리만 들려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사회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아이들과 부대끼다보면 어느새 풀려 있다.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적인 삶을 살면서 누가 그만큼의 애정을 쏟아줄까.

아내와 자식뿐.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할 때도 있지만, 아이는 그 수백 배의 기쁨을 채워주는 것 같았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한 생명을 책임져야 하기에 두렵고 신중한 일이다.

그럼에도 부모의 삶도 윤택해진다.


“아빠 한국 갔다 올게.”


예전 같으면 다리에 매달려서 가지 말라고 울먹거렸을 아이들이 이제는 시크하게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


섭섭한 마음도 잠시.

곧바로 입가가 씰룩거렸다.

앞으로는 쌍둥이들이 첫째와 둘째가 했던 것들 똑같이 해줄 테니까.


❉ ❉ ❉


한국에서는 영화감독 류지호에 대해 활발히 논의가 진행 중이다.

곧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기 때문이다.

단 한 해도 한국영화잡지 씨네마21이 선정하는 ‘한국영화 파워랭킹‘ 1위를 놓친 적이 없는 인물이다.

<민중의 적 : 엠바고> 이후로 한국영화를 연출하고 있지 않고, 한국영화계에 크게 관여를 하고 있진 않음에도.

여전히 한국영화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고들 생각한다.

그 정도 류지호의 존재감은 대단하고 또 드리운 그늘도 짙었다.

한편으로 영향력이 큰 만큼 책임져야 할 것도 많았지만.

<Siege of Jinju>의 준비과정을 점검하기 위해 입국한 류지호를 영화계 원로이자 미추홀재단 이사장 박건호와 외삼촌 심재우가 찾아왔다.


국립영화박물관.


영화계 원로와 중진들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영화 100주년 기념사업이다.

류지호는 취지가 좋아서 무려 100억 원을 기탁했다.


“안타깝지만 영화계 내부에서 좌파니 우파니 편 갈라서 싸우면서 사업이 지지부진해졌다네.”

“한국영화 기념사업에 왜 정파적 이해관계가 끼어드는데요?”

“그러게 말일세.”


한국 영화계를 주도하는 이들이 정치병 말기 환자들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딴따라가 괜히 딴따라겠어? 안 바뀌어, 걔들은.”


외삼촌의 말처럼 영화인들은 더럽게 단합이 안 된다.

박건호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돈이 모이는 곳에서는 아귀다툼이 벌어지게 마련이지.”


류지호는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 예전처럼 길게 끌지 않는다.

그냥 저질러 버린다.


“여주종합촬영소 주도로 한국영화기념관을 제대로 설립하도록 하세요. 자금은 전액 내가 대겠습니다.”


국립영화박물관은 한국 영화계의 숙원사업이다.

영화계로서는 매우 의미가 있는 일이고.

국가가 안 해주면 영화인들이 힘을 모아서 하면 된다.

영화인들이 힘을 모으지 못하면?

일개 영화인이라도 하면 된다.

이 일은 오늘을 사는 영화인들을 위한 일이 아니다.

내일의 영화를 하게 될 후배들을 위한 일이다.

영화역사가 100년이나 된 국가에 변변한 영화박물관 하나 없다.

그러면서 ‘코리안 뉴시네마’를 떠든다.

물론 서울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 영상자료원 1층에 한국영화박물관(Korean film museum)이랍시고 2008년에 개관하긴 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그런데 자료와 전시 규모 모두에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일반 대중들은 세금으로 영화박물관을 만드는 것에 불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인들에게 긍지를 심어주고 그를 통해 자랑스러운 전통을 계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한국이 배출한 가장 유명한 영화감독 류지호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감독이 아니다.

유현목, 이만희, 김기영.. 그 외에도 수많은 선배영화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한국영화의 토대와 전통이 없었다면, 류지호라는 영화감독도 없었다.


“충무로 꼰대들이 지지고 볶든 말든. 그냥 가온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으로 하자구요. 미추홀재단과 가온재단이 주도하고, 충무로에 사심 없는 양반들 몇 분 초빙해서 사업회를 꾸려보세요.”


박건호가 말을 받았다.


“영화인들이 부천시와 접촉하는 것 같더구만.”

“아리울에 지어서 시에 기부체납하는 것으로 해요. 해외 유명 건축가에게 의뢰해서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처럼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멋지게 지어봐요.”


외삼촌이 동의했다.


“국립의 취지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시나 도에 기부체납을 한다면 그것대로 나쁘지 않을 것 같아. 가온재단하고 미추홀재단이 출연하고 류 감독이 부족분 채워주면 되겠지?”

“형식적으로라도 영화인과 일반인들에 모금운동도 해 보세요.”

“그 자체로 홍보가 될 수도 있으니까.”

“올해 안에 1차 사업비로 1,200억 원 출연할 게요.”


엄청난 기부금이지만.

두 사람은 그러려니 했다.

1조원짜리 메가요트를 소유하고 있는 초부자가 류지호이기에.


“올해는 그것으로 기부금을 퉁 치면 되겠네.”

“미국에서 기부할 돈은 그것대로 있어요.”

“JHO에서 배당 받기로 한 모양이야?”

“따로 소유하고 있는 고만고만한 회사들 실적이 제법 좋아요.”

“가온재단에서 좀 더 부담하는 것으로 해. 네가 하도 기부를 많이 하니까 이제 사람들이 감동을 안 해. 괜히 좋은 일 하고 칭찬도 못 받고. 그럴 바에는 가온재단 돈을 쓰는 게 났다.”

“구체적인 사업비가 산출되면 그때 얘기해 봐요.”

“그래. 건호 형님하고 같이 영화인들 만나서 새롭게 추진위원회도 세팅하고, 문체부하고도 만나서 이야기 해 보고.”

“외삼촌이 나서시게요?”

“연로하신 건호형님더러 발품 팔라고 할 수 없잖아.”


돈을 벌고, 또 쓰면서 계속해서 효용이 증가한다.

동시에 행복도 증가한다.

그런데 어떤 한계에 도달하게 되면 그 이후부터는 도리어 행복감도 감소하게 된다.

즉 부가 어느 정도 한계치를 넘어가면 돈이란 것이 행복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되는 것 같았다.

5,000원짜리 백반 먹다가 십만 원짜리 오마카세를 먹으면 행복이 두 배 증가한다.

반면에 오마카세를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사람이 한우 등심을 먹는다고 해서 행복을 크게 느끼는 것도 아니다.

류지호는 사치 부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의 씀씀이는 명백히 사치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적절한 사치는 문명의 자극제 역할을 했지만, 과도하고 무분별한 사치는 타락과 낭비를 불러 문명의 쇠퇴를 불렀다.

또한 사치는 혁신과 교류 증대에 기여한다.

사치가 예술이며 산업에 끼친 영향도 막대하다.

특히 예술가에게 사치는 뗄 수 없는 부분이다.

사치의 근원에는 감각과 관능에 대한 욕망이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속성이 희귀한 것을 넘어 유일한 것을 찾는 자이기에.

육체와 본능으로 표출된 욕망이 아닌 정신적인 요구로서의 사치가 졸부와 초부자의 차이다.

즉 돈을 얼마나 썼는가는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풍요로워졌는가가 판단의 기준이다.


“한국에서 재벌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 말 많은 건 알지?”

“한시적으로만 유효한 특별법을 만든다면서요?”

“여야가 합의해서 재벌상속세 관련법을 만들었다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쓸 수도 있다고 그러더라.”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도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다음 세대에게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기업을 물려주진 못할 겁니다.”

“그래서 특별법을 만들어서 징벌적인 취지에 맞게 상속세를 제대로 받아내려고 하는 거지. 일단 법의 취지는 그래.”


각종 경제지가 발표하는 류지호의 재산은 대략 2,000억 달러 안팎이다.

한화로 260조 원이다.

그 많은 돈을 후손들에게 어떻게 물려줄 것인지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류 감독은 패밀리 오피스에서 잘 준비하고 있는 거지?”


류지호와 레오나 부부는 자식들에게 기업경영을 강요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각자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게 할 생각이다.


“굳이 아버지가 이룩한 회사를 물려받아야 할 이유는 없죠. 아무리 돈으로 산을 쌓은들 그것을 누리기는커녕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 사는 게 행복하겠어요? 저는 창업자로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보람과 성취감이라도 있었지. 아이들은 부담과 책임감만 있지 기업을 일구는 즐거움은 못 느낄 걸요?”


괜히 스트레스 때문에 불면증을 겪으며 수면제를 상습 복용하거나 프로포폴을 투약하다가 구설에 휘말리기나 하지.


“미국의 새 대통령이 상속세와 증여세 공제한도를 두 배로 늘린다고 공약했지?”

“임기 내에 1,300만 달러까지 늘릴 것 같다고 하네요.”


미국은 부부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줄 때 상속세나 증여세가 적용되지 않는 면세 범위를 2000년 135만 달러에서 올해나 내년에 1,361만 달러(약 187억 원)까지 늘어나게 된다.

2020년대를 넘어가면 2,600만 달러까지 늘어나서 억만장자 제국의 신탁 기금이 손자나 그 이후 세대로 이전될 수 있다.

이렇게 신탁에 맡겨 진 돈은 금액이 아무리 늘어나도 상속세나 증여세를 추가로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사망 시까지 보유한 자산이 있을 경우 기준가가 시가로 상향 조정되어 실제 자산 매입 시기부터 사망 시점까지 상승한 자산 가치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전혀 부과되지 않는다.


“아닌 말로다가 네 자손들은 JHO와 가온이 없어도 신탁을 통해서 수백 억 원을 상속받게 되니까. 안정된 경제력으로 뭔들 못 할까 싶지만.”


류지호는 미국에서도 수위에 드는 저작권 부자다.

그것만 해도 수천만 달러의 가치다.

뭐가 가업인지 헛갈릴 정도로 소유한 회사도 많고.


“재벌들이 기업 물려줄 때 형제의 난이다 뭐다 말들이 좀 많아야지.”

“큰 애가 이제 초등학생이에요. 애들이 진로를 정하게 될 때 고민해도 늦지 않죠.”

“알았다. 나는 건호형님하고 영화인들 만나서 박물관 건립하는 문제 의논해 보마.”

“자료 수집이 어려우면 개인이든 기존의 소규모 박물관이든 다 매입한다고 하세요.”

“잘 조정해 봐야지.”

“두 분이 나서시면 충무로에서도 군말이 덜 나오겠죠. 믿어요.”


1919년 10월27일.

단성사에서 <의리적 구토>(김도산 감독)가 개봉했다.

이후로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 영화 산업이지만 이러한 시간들을 기록하고 남기는 데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과 투자가 부족했던 것 역시 사실이다.

첫 한국영화가 세상에 나온 이후로 체계적으로 한국의 영화산업을 총망라한 책조차 한 권 없다.

일각에서 국립영화박물관 건립 추진 전에 이미 지역에 있는 박물관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에 대한 검토가 먼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미 구축되어 있는 영화 관련 인프라를 면밀히 검토하여 새로 짓기 보다는 통합을 추진해 국립이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것 역시 활용해 볼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는 구체적 의견도 있다.

이미 국제영화제가 세계적인 위상을 갖고 있고 대학 영화박물관과 영화체험박물관이 있는 곳이자 영화촬영제작소, 영화기록관까지 있는 도시 부산이 박물관과 기록관을 통합하여 경쟁력 있는 규모를 갖춘 후 ‘국립’이라는 명칭을 붙이기에 가장 알맞을 수도 있다.

전국에 이미 900개 가까운 박물관이 있는 한국이다.

박물관을 지역 논리, 분야별 산업 규모만 가지고 지을 수는 없다.

기존의 것들을 활용하거나 때론 통합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류지호라고 해서 왜 모를까.

문제는 논의만 하다가 한 세월, 검토 및 정책 조정에 한 세월, 방안 마련에 한 세월이 걸린다는 사실이다.

또 너무 서두르다가 졸속으로 지어질 위험성도 매우 크고.

문체부가 끼어들고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며 관련 단체에 정치권까지 개입하면 결국 개판 오분 전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

그래서 류지호가 나서서 한 방에 해결을 보려는 것이다.

이런 사업을 믿고 맡길 곳은 문체부도 지자체도 영화인도 정치계도 아니다.

류지호 같은 재벌이다.

돈 빼먹을 사심이 없기에.

그저 사심이 있다면 공헌자로 이름 석자 남기는 것 정도.


❉ ❉ ❉


류지호에 대한 대중들의 평가는 다양했다.

플루토크라시(Plutocracy).

영어로 금권정치를 뜻한다.

그리스 신 플루토(Pluto·영어로는 Hades)와 ‘법, 파워’라는 의미의 그리스어 ‘크라시(Cracy)’로 연결된 조어다.

또한 플로토크랏(Plutocrat)란 말도 있다.

그리스어로 부를 뜻하는 Plutos와 권력을 의미하는 Kratos가 결합, 부와 권력을 다 가진 초부유층을 의미한다.

일각에서 류지호에 대해 오만한 ‘플로토크랏‘이라거나 워싱턴의 숨겨진 로비의 왕이라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위대한 투자자이자 기업가, 무엇보다 향후의 행보가 더욱 기대 되는 자선가(philanthropist)로 평가하기도 한다.

비록 에드워드 버펫과 헨리 게이츠가 주도하는 ‘기빙 플레지‘ 캠페인에는 동참하고 있지 않지만, 자신의 막대한 부를 아낌없이 꾸준히 기부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경영진 사이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시장질서의 파괴자.

류지호에 대해 업계가 정의한 말이다.

위성방송으로 기존 케이블TV 위주의 유료방송 시장에 강력한 대항마가 되었고, 전통시장을 넷플릭스라는 OTT로 파괴시켜버린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한편에서는 누구보다 한 발 앞서서 미래의 콘텐츠 유통 구조를 선점한 선지자라고 추겨 세우지만, 급격한 변화보다 시간을 두고 다음 방식으로 연착륙을 바라는 대규모 사업자들로서는 골칫덩어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부인 못하는 사실은 류지호가 흥행성은 물론이고 작품성 있는 영화도 잘 만드는 명감독이란 점이다.

이제 영화 인생이 20년도 되지 않지만, 그간 많은 주제와 다양한 장르를 다뤘다.

초기 디지털 실험영화들은 지금의 저예산방식 영화들의 원형으로 꼽히고, 메이저 스튜디오의 프랜차이즈를 통해 영화 트렌드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90년대 이미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인물 100인’ 중 한 사람이었던 그의 유명세와 인지도는 여전히 할리우드 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예술가이자 사업가, 흥행사이자 정치적 인물이었던 신상옥 감독에 빗대기도 하고, 해방 전 감독이자 배우, 제작자로 활동했던 나운규 감독과 견줄 수 있는 한국 영화계의 유일무이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해요.”


택시 운전사가 룸미러를 통해 뒷좌석의 류지호를 힐끔 거리며 말했다.

개그우먼 출신으로 10년 장기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다.

조수석에는 연극배우 출신의 보조진행자가 탑승해 있다.

진행자가 택시를 직접 운행하면서 게스트와 이야기를 나누는 포맷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실내 분량이 많아지고 있다.


“충무로 사람들은 말해요. 감독님의 행보가 곧 한국현대영화사이며 한국영화를 세계영화사에 편입시킨 불세출의 영화인이라고.”


보조진행자의 낯뜨거운 찬사에 류지호가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류지호가 대답을 피하자, 본 진행자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감독님이 그렇게 메모를 많이 하신다고... 최소원씨가 그러더라구요.”


본래라면 불행하게 삶을 마무리했어야 할 최소원은 우여곡절은 있지만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

WaW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영화에도 출연하고, MBS 드라마에도 의리로 출연하고 있다.


“최소원배우는 저와 작업을 해 본적이 없는데?”

“송라원씨하고 친해서 감독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저보다는 한국의 배우들이 메모를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가끔은 저 정도로 메모할 내용이 뭐가 있을까 싶다가도 막상 편집을 하고 보면 그 배우가 준비했던 것 하나하나 다 섬세하게 표현되었다는 것에 놀라곤 하죠. 돌아가신 김태평 대통령의 일화가 생각이 나네요.”

- 김태평 대통령님하고도 인연이 있으세요?

“대통령이 되시고 나서 일본의 손 마사요시 회장과 헨리 게이츠씨와 함께 몇 번 청와대로 불러주셔서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었죠. 김태평 대통령은 정말 많은 좌절 끝에 대통령이 되셨잖아요. 사형선고, 가택연금, 테러... 그 외에도 무수히 많은 정치적 탄압을 받았다는 건 다 아실 겁니다. 국회의원 선거 4번 떨어졌지요, 아마? 해운사업인가 해서 부자였는데 정치를 하면서 다 까먹었다고 하더라고요. 드디어 다섯 번째 만에 국회의원에 당선됩니다. 이틀 만에 군부쿠테타가 터져서 국회의원 배지 한 번 못 달아봤지요. 대통령 선거 네 번 도전했습니다, 세 번 떨어지고 네 번째 당선 됐지요. 얼마나 어려운 순간이 많았을까요? 그 어려운 상황마다 했던 일이 있다고 해요. A4 용지를 반을 접어서 한 쪽에는 암울하고 힘들고 부정적인 현실과 좌절을 쭉 썼다고 합니다. 남은 한 쪽에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 희망적인 계획들을 썼답니다. 어느 순간부터 부정적인 현실의 이야기보다 희망적인 계획들이 훨씬 많이 썼다고 하죠. 고등학교 때부터 일기를 써왔던 것 같아요. 지금도 한 줄이라도 일기에 뭔가를 남기려고 노력 중인데. 제 일기에는 그날의 어려웠거나 아쉬웠던 것보다는 주로 미래에 대한 계획과 희망이 많이 적혀 있는 것 같아요.”

-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준비를 해 오신 거군요?

“내 성공의 90%는 다 운이었어요. 10%만 노력이었죠. 그러니 여러분들도 10%만 노력하세요. 괜히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쓸데없이 100% 노력할 필요 없어요. 여러분의 계획이 그대로 흘러가리란 법이 없으니까. 성공한 사람들의 말을 너무 믿지 마세요. 그들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 포장이 됩니다. 사람들은 내가 하루 1~2시간만 자고 일하는 줄 압니다. 아니에요. 최소 4시간은 잡니다. 주말이나 휴일에 늦잠을 좀 자죠.”

- 그것도 평균적인 수면시간보다 적은 것 아니에요?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수면부족 국가에요. 정확히 수치는 기억이 나질 않는데 8시간에 훨씬 못 미칠 겁니다. OECD 국가 평균 8시간 20분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꼴찌인가 그럴 겁니다. 내가 성공한 사람이라고 해서 나를 따라서 수면시간을 줄이려고 하지 마세요. 사람은 기계가 아니라서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어요.”

- 부지런하면 좋은 거 아닌가요? 당장 감독님만 봐도 잠 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일을 하셨고.

“20세기에는 그랬죠. 지금은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라고 생각해요. JHO와 가온의 대부분의 자회사들은 낮잠 시간이 있어요. 많은 직원들이 의사들이 권고하는 수면시간이 부족하니 낮에 식곤증이나 낮잠이 몰려올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졸리면 자라고 합니다. 졸린데 왜 참아요. 물론 아무 때나 막 자는 건 아닙니다. 스스로 낮잠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죠.”

- 와아~ 회사에서 낮잠까지 잘 수 있고. 괜히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 하는 게 아니네요.

“그 대신 빡셉니다. 조직 간의 또 업무적으로 내부경쟁이 치열하거든요. 회사가 직원 한 명 한 명에게 투자를 하고 복지를 제공하는 것만큼 성과를 내야 하니까. 솔직히 가온그룹도 워라벨이 그렇게까지 좋은 직장은 아니에요.”


솔직한 류지호의 발언에 보조진행자가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 그런 말 막 하셔도 되요? 좋게 말씀하셔야지.....


작가의말

소설의 마무리를 위해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그에 따라서 부득이 하게 추석연휴 휴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풍성한 한가위 연휴 보내십시오.

연휴 끝나고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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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출작품 & 소유 기업 정리(2011년 기준) +4 24.06.20 677 0 -
공지 소유 기업 & 연출작품 정리(2000년 기준) +8 23.02.16 3,820 0 -
공지 인사말 & 연재시간 +35 21.12.21 65,587 0 -
» 나를 따라할 생각은 하지 마세요. +8 24.09.14 777 63 23쪽
961 회귀해서 가장 잘 한 일! +11 24.09.13 880 71 25쪽
960 돌연변이. +4 24.09.12 887 72 26쪽
959 아리울... 가온그룹의 영지! +5 24.09.11 916 64 26쪽
958 좋은 기업이란. (3) +4 24.09.10 928 54 25쪽
957 좋은 기업이란. (2) +4 24.09.09 959 62 25쪽
956 좋은 기업이란. (1) +3 24.09.07 1,008 65 24쪽
955 요즘, 유독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9 24.09.06 1,032 73 26쪽
954 Mr. Hollywood! +20 24.09.05 1,045 85 27쪽
953 En Taro Kubrick! +9 24.09.04 1,026 74 24쪽
952 박수칠 때 떠난다! (2) +8 24.09.03 1,028 75 26쪽
951 박수칠 때 떠난다! (1) +9 24.09.02 1,057 66 26쪽
950 Tri-Stellar의 경쟁자는 또 다른 Tri-Stellar다! +9 24.08.31 1,073 69 23쪽
949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3) +10 24.08.30 1,068 70 27쪽
948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2) +8 24.08.29 1,049 72 26쪽
947 믿어 좀! 의심하지 말고. (1) +3 24.08.28 1,082 72 21쪽
946 Brood War. (8) +3 24.08.27 1,026 62 24쪽
945 Brood War. (7) +7 24.08.26 1,020 64 27쪽
944 Brood War. (6) +5 24.08.24 1,049 67 25쪽
943 Brood War. (5) +4 24.08.23 1,077 64 23쪽
942 Brood War. (4) +6 24.08.22 1,049 65 24쪽
941 Brood War. (3) +2 24.08.21 1,095 70 24쪽
940 Brood War. (2) +4 24.08.20 1,114 66 27쪽
939 Brood War. (1) +6 24.08.19 1,181 70 26쪽
938 다스리지 않는 것이 최고의 다스림. +2 24.08.17 1,173 73 25쪽
937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 +3 24.08.16 1,201 79 27쪽
936 자넨... 정말 미스터 할리우드가 맞는 것 같아. +6 24.08.15 1,202 76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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