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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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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36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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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의심(2)

DUMMY

[탑을... 구해줘. 그 녀석을 말려줘.]


머릿속에서 울리던 목소리가 귀를 통해 전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소년이 힘없이 서있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질문에도 소년은 입을 굳게 다물고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간절하면서도 반쯤은 포기한 것 같은 눈빛.

저런 눈을 하고 있으면 거절할 수도 없잖아.


아니 그보다... 저런 표정을 짓는 사람이 있었는데


[형은 알고 있어.]


누구였더라...


[듣고 있는 거야?]


조금 다르기는 해도 비슷한 느낌을 지닌 자가 있다.

누구였지?

아... 조금만 더 생각하면 알 것도 같은데...


[형!!]


“아... 깜짝이야.”


조금만 더 생각하면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에스프레소의 목소리에 놀라 정신이 들었다.


[내 말 듣고 있냐고.]


“아... 아니...?”


소년의 깊은 한숨소리가 귀가 아닌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힘없이 고개를 젓는 소년의 형체가 희미해지더니 이내 사라졌다.


[형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아. 형은 나를... 아니 우리를 돕게 될 거야.]


그 뒤로 소년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저러고 사라진다고? 마치...”


순간적으로 머릿속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간 그에게서 봤던 모습과 그와 함께 있으면서 느껴졌던 감각이 어디서부터 비롯됐는지...


“여태... 모르고 있던 게 이상한 거였네.”


녀석은 소년과 닮았지만 전혀 다른 존재를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동안 느꼈던 이질감도 설명이 된다.


“그래서... 내가 뭘 해줄 수 있는데?”


뒤늦게 하늘을 바라보며 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놀랍도록 맑은 하늘뿐이었고.


살아있는 생명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적막함뿐이었다.


“세상이... 망하긴 했구나.”


처음에는 그저 다른 자연재해와 같이 금방 사라질 줄 알았다.

현실에서 일어나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인 일들이었으니까.


그러다가 다음에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라고 여겼다.

어떤 시대에도 있었던 전염병처럼 금방 사라질 것이라고.

그때까지도 믿을 수 없었다.


최근에 들어서 자각하게 된 것은 이제 이 상황에 나를 포함해서 꽤 다수의 사람들이.

개인적으로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적응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아남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제 이 세계는 완전히 망했다.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는 없다.


[형은 ... 수 있.... 내가 ... 했으니까.]


뒤늦게 들려오는 소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봤지만 끊어지듯 들린 탓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내가 대체 뭘... 할 수 있는데?”


하늘을 바라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맑은 하늘에는 검은 연기도, 마력진이 나타나기 전에 보이는 신호들도 없었다.


탑이 세상에 나타나고 몬스터들이 존재하지 않았을 때 보던 것과 똑 닮은 하늘이 있었다.


+++


세 개의 방의 벽을 부숴서 만든 임시 회의실에 사람들이 서거나 앉아있었다.

가장 끝 방의 문 바로 앞 벽 쪽에 기대선 로운이 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와 같은 방이었던 안쪽 벽에는 석 씨와 나래 씨.

가운데 방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간 부분에는 앉아 있는 고서우와 문과 마주보는 벽 쪽에 나란히 서있는 쌍둥이가 보였다.


로운이 서있는 곳을 기준으로 가장 뒤쪽 문 앞에는 첸과 화란 씨.

그리고 그 옆의 모서리에는 나와 미혜가 섰다.

그 사이에 무거운 표정의 강민서가 서있었다.


말이 세 개의 방을 하나로 만들었다 였을 뿐.

원체 작은 방들이었기 때문에 11명의 인원이 서있기에는 작았다.

혼잣말 정도는 다 들릴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우리를 부른 이유가 뭐에요?”

“그쪽은 안 불렀어요.”


어딘가 조금 예민해 보이는 로운이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대어 말했다.


“그럼 가도 돼요?”


고서우의 질문에 로운은 기분이 좋지 않은지 대답도 하지 않고 일행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평소 다른 이들에게 친절했던 그인데.

무슨 일로 저렇게 날이 서 있는 걸까.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뒤로 갈 곳이 없어요. 블랙이라는 존재도 확인했고.”


로운이 석 씨와 나래 씨를 바라보자 나래 씨의 고개만 살짝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 말은 지금 우리의 눈앞에 평화가 있다고 해도 방심할 수 없다는 말과 같아요.”


이번에는 시선이 미혜를 향했다.

미혜도 조용하지만 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가 가진 정보를 모두 합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는 그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정보?”


고서우가 의아하다는 듯이 말의 끝을 올리며 로운을 바라봤다.


“...”


그런 고서우의 말에 로운은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


“알고 있는 것을... 최대한 모두 알려주신다면... 아니 우리를 같은 팀이라고 생각한다면 모두 알려주세요.”


초조하고, 불안해 보인다.

내가 봐온 로운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같은 팀.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따로 그렇게 말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가 굳이 그 말을 되새기며 말하는 것은 그가 느끼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거겠지.


로운의 질문에 누구도 선뜻 입을 열지 않았다.

그건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그럴만한 정보가 없거나.


자신이 가진 패를 보여주고 싶지 않거나.


그저 작은 한숨소리가 들리더니 로운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무조건 공유해달라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부분적으로 알고 있는 정보를 모아서 하나의 덩어리를 만들자는 거지.”


로운은 이때를 위해 준비했다는 듯이 자신의 뒤쪽에 벽에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검은 크레파스로 [탑]이라는 글자를 적었다.


“우리는 경쟁을 해야 할 사이도, 견제를 해야 할 사이도 아니에요...”


글자를 쓴 상태로 뒤를 돌아있었기 때문에 로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 지 알 수 없었지만 목소리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싶지 않은 간절한 사람의 무언가가 느껴졌다.


“... 만약 공유할 수 없다면 여기서 나가주세요.”


뒤를 돌며 말하는 로운에게 모두의 시선이 모였다.

그리고 머지않아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뒤를 이어 화란이 손을 들어 올려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첸 씨를 따라 방에서 나갔다.

발걸음소리는 멀어지더니 이내 들리지 않는 곳까지 이어졌다.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는지 로운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저래놓고 밖에서 듣고 있으면 어떡해요?”


고서우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녀석의 저런 행동들이 덜 했더라면 일행들이 동료로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그렇진 않아.”


대답을 하자 역시나 그저 장난이었다는 듯이 배시시 웃는다.


“블랙은 인간을 몬스터로 만들고 있어요.”


고개를 가볍게 저은 로운이 다시 뒤를 돌아 벽에 크레파스로 글자를 적기 시작했다.


[블랙] 과 [몬스터]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인간을 몬스터화 하는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우리는 모르고 있었어요.”


로운이 뒤를 돌아봤다.


“왜일까?”


그의 질문에 미혜가 손을 들었다.


“누가 가려주고 있던 거 아닐까요?”

“나도 그 생각에 동의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니 그 중에는 꽤 큰 집단조차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게 할 수 있는 능력도 있었겠지.”


다시금 뒤를 돌아 벽을 바라보는 로운은 생각에 잠긴 듯 크레파스로 가볍게 벽을 두드렸다.

검은 크레파스의 자국이 점점이 벽에 남았다.


점이 길어질수록 로운의 생각이 길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서 검은 나비들을 봤다고 했죠? 우리도 검은 나비들을 봤어요.”

“네. 나비들이 미혜 언니를 폭주... 시켰어요.”


로운의 말에 대답하면서도 승주의 시선은 미혜를 향했다.

자신이 하는 말에 자신이 없어 보였다.


“다들 그렇게 봐도... 사실 기억나는 건 없는데... 악몽을 꿨어요. 소원...”


미혜는 이런 말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고는 마저 입을 열었다.


“가끔 꾸거든요. 소원언니가 그 탑으로 빨려 들어가던 날의 꿈이. 거기서 소원언니가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 기어 나와 나한테 다가와요.”

“그래서... 소원 님을 찾았구나.”


꿈의 내용은 처음 듣는지 승우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혼잣말을 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때 어떻게 막은 거야?”

“어?”


승주의 질문에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조금 움츠러든 승우가 승주의 뒤에 숨으며 입을 열었다.


“그... 스승님이 알려주신 건데...”

“스승님?”

“아. 승우는 캐롤라인 사제님을 스승님이라고 불러요.”

“한 동안 같이 다니더니 뭔가를 알려주신 거야?”

“저는 마력을 다루는 능력이 좋다고 했어요.”


승우는 자신의 말에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빠르게 말을 고쳤다.


“그 스킬을 잘 쓰거나 그런 게 아니라. 자신을 포함한 마력이 있는 모든 존재들이 가진 마력의 흐름을 다루는 능력이요. 그니까...”


승우가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바닥만 바라보고 있자 승주가 입을 열었다.


“승우의 마력 전이와 관련된 이야기 인 것 같아요.”


누나의 간략한 설명에 승우의 작은 머리가 힘차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근데... 스승님은 미리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멀지 않은 순간에 필요할 것이라며 훈련을 시키셨어요. 그래서 그날도 미혜 누나의 마력을 모두 흡수한 거예요.”

“폭주를 막을 수 없으니까 소진해서 쓰러지게 한 거구나.”


나래 씨가 작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


“왠지 그날 일어나니까 배가 엄청 고프더라고.”

“덕분에 벙커에 있는 식량이 바닥날 뻔했어. 문이 안 열렸으면 큰일 날 뻔 했지.”


장난스러운 목소리였지만 때마침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더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다.


“제가 검은 나비 이야기를 꺼낸 건. 블랙의 본거지에서도 검은 구슬이 있던 거기에서도 검은 나비가 나타났어요. 그래서 그 구슬과 블랙은 관련이 있을 거예요.”


[몬스터]라고 적혀 있는 글자 옆으로 [검은 구슬]이라는 글자가 적혔다.


“애초에 거기 구슬이 나타났던 과정에도 진 쉬에가 관련이 있으니 블랙과 관련이 있는 게 맞지.”


내 말에 로운이 고개를 돌려 작게 끄덕였다.


“맞아요. 그런데 검은 구슬은 블랙의 본거지로 향했어요. 그렇단 건 블랙은 스스로 자신들이 있는 곳을 알리려고 했다는 거죠. 왜 그랬을까요?”


로운의 의문에 다른 이들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봤다.

유일하게 강민서만이 의문에 찬 표정이 아닌 거의 노려보는 것에 가까운 표정으로 로운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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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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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3 0 12쪽
116 레드 드래곤(2) 23.11.10 22 0 11쪽
115 레드 드래곤(1) 23.11.08 25 0 12쪽
114 검은 꼬리 잡기(5) 23.11.06 25 0 12쪽
113 검은 꼬리 잡기(4) 23.11.03 20 0 13쪽
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1 0 12쪽
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110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2 0 11쪽
109 빼앗긴 지상(5) 23.10.25 23 0 13쪽
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6 0 13쪽
107 빼앗긴 지상(3) 23.10.20 25 0 15쪽
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7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1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7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29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101 검은 옷의 사람들(6) 23.10.06 29 0 13쪽
100 검은 옷의 사람들(5) 23.10.04 34 0 11쪽
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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