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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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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27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0.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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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검은 옷의 사람들(5)

DUMMY

옛날부터 신이라는 존재가 하는 말은 언제나 불확실했다.


인간의 삶에 관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그들의 언어라는 이유로,

뜻을 전하기 위함이라는 이유로.


그렇기에 인간은 언제나 짐작할 수밖에 없다.

예상하고, 시도하고 방법을 알아간다.


“승주야! 마력 얼마나 남았어?”

“좀 남았는데... 여기 있는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하기엔 부족해요.”


당연한 이야기겠지.

이미 처리한 수보다 남은 수가 더 많았다.


“승우한테 마나를 받아도?”

“...”


승주의 시선이 아주 잠깐 승우한테 갔다가 돌아왔다.

가늠해 보는 눈짓이었다.


“못해요.”

“그래?”


몬스터 사이를 오가며 스킬을 쓰고 있기에 힘든 표정이기는 했지만 그 외의 변화는 없었다.

최소한 엄살을 부리거나 동생을 생각해 거짓말을 하고 있는 느낌은 아니었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럼 승주야. 팔 하나씩만 잘라봐.”

“네? 네! 대표님이 시키신다면야!”


승주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몬스터 사이를 빠져나와 거리를 넓혔다.


“그건 좀 쉽죠. 조심하세요. 대표님”


말하지 않아도 조금씩 물러나고 있었다.

말이 끝나자마자 승주의 주변으로 넘실거리는 노란색 빛.

무언가 큰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


“중복되는 몬스터 없이 자르면 되는 거죠? 그럼 우선 한 발!”


승주의 외침과 손끝에서 전력이 터지듯이 뻗어 나와 지그재그를 그리며 몬스터를 휘감았다.

그리고 곧 강한 빛과 함께 스킬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예리하게 잘려나갔다.


‘역시나...’


지금까지 수많은 몬스터를 봐왔고, 사람들의 스킬을 봐 왔다.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속에서 피어나는 검은 빛.

소년이 말한 가짜는 아마도 이것이리라.


‘여기서 더 구분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검은 빛을 뿜어내며 재생하고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수는 줄일 수 있겠지!’


검은색 빛을 내는 몬스터의 수는 전체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남은 수를 모두 상대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효율적이었다.


쾅-!!


물론 3분의 2의 공격을 피해가며 싸워야 했지만 말이다.


‘더 자세한 구분은 할 수 없지만 있다고 한다면 이 중에 있다. 가짜 몬스터가.’


“대표님 다음 공격 하겠습니다!”


몬스터의 재생이 끝나자 승주가 다음 스킬을 사용했다.

첫 번째 공격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금 더 예리한 전력이 몬스터 사이를 헤집었다.


‘이것도 아니야. 이것도!’


칼을 휘두르며 몬스터를 살폈다.

무엇이 가짜라는 것일까.

어디까지가 가짜라는 것일까.


인간에게 몬스터는 모두 가짜였다.

가짜였었다.


그렇기에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하나하나 해나가며 그 뜻을 헤아릴 수밖에.


“승주야 다음!”


몇 번 반복해 보니 요령이 손에 잡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소리를 외치자 또 다시 밝고 예리한 빛이 몬스터 사이를 스쳐지나갔다.


‘이렇게 난리통 속에서도 똑같은 몬스터는 한 번을 치질 않네.’


승주는 영리했다.

영리하려고 애쓰는 아이이기도 했다.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상황에 자신의 뜻을 한 번에 눈치 채고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승주에게 고마울 뿐이다.

앞으로 성장이 기대가 된다.


“후우...”


슬슬 팔이 아픈데...


몬스터의 상처가 재생이 되는 것보다 빠르게 공격해야 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근육에 무리가 왔다.


그걸 연달아 하고 있었으니 팔이 안 아플 수가 있나.


하지만 멈출 수는 없다.

아프다고 미루면 여기 있는 모두가 공동 장례식을 치룰 지도 모른다.


“다음!”


다시 한 번 외치자 노란빛이 보였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앞서 몇 번 봤던 것보다 가까이에 있다는 거?


시야가 새하얗게 변한 뒤에야 알 수 있었다.

내가 너무 몬스터들과 가까이에 있었다는 걸.


공격이 직접적으로 닿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너무 밝은 빛에 시야가 좁아졌다.


눈이 가늘게 찌푸려졌다.


“...지혁아... 우리 아들...”


가늘어진 새하얀 세상에 누군가 서 있었다.

젊은 남녀가 누군가를 향해 손짓하며 모습이.


하지만 빛이 사라지자 남녀의 모습도 사라졌다.

아까는 소년의 모습이 보이더니 이번에는 젊은 부부의 모습까지.


아무래도 너무 피곤한 나머지 내가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몬스터를 향해 휘두르던 칼이 어느 순간 멈췄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멈춘 게 아니다.


크르릉...


아무리 지쳤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잘 하던 공격이 실패했을 리는 없었다.

고개를 조금 더 들자 몬스터의 눈이 보였다.

몬스터가 손을 들어 칼날을 잡고 있었다.


“...!”


그 순간 보았다.


보통 몬스터들의 동공은 인간과 다르게 생겼다.

이를 연구하는 과학자들도 많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알려지지 않았는데 보통의 몬스터들은 끝이 뾰족한 타원형의 모양을 하고 있다.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오늘 상대한 수인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지금 자신의 칼날을 잡고 있는 몬스터의 동공은 없었다.


동공은 받아들이는 빛의 양에 따라 변한다고 하지만 지금 이 녀석의 눈에는 동공의 흔적조차 없다.


작아진 게 아니야.

처음부터 없던 거지. 이 녀석다.


하지만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발에 닿던 땅의 감각이 사라지면서 몸이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


칼을 잡았던 몬스터가 그대로 들어 칼을 던져버렸다.

손에 힘을 풀어 따로 날아갔어야 했지만 근육이 떨려 굳어버린 손가락은 끝내 펴지지 않았다.


[따라가.]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따라가면 여기는.”


지금 저 녀석을 따라가야 한다는 건 동의하지만...

소년의 말에 따라 가짜를 찾아냈다고 해서 이곳의 몬스터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을 해치지 않게 얌전해지는 건 더더욱 아니고.


마나가 떨어진 승주와 치유 능력을 가진 승우가 이 많은 수의 몬스터를, 그것도 최상급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까?


[걱정 마.]


소년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다정했다.

왜인지 그 한 마디에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차분해졌다.


[나를 믿어. 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으...”


고민했다.


만약 여기서 저 녀석을 따라갔다가 애들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죽을 때까지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지금 녀석을 놓친다면 이곳에서 있던 일들이 또다시 반복될 것이었다.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 전까지 계속.


퍼억!


뒤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박끼리 부딪혀 깨지는 것 같은 소리.


뒤를 돌아보니 시야 끝에 길게 땋은 머리카락이 보였다.

짙은 남색 빛이 물결처럼 흐르고 있었다.


“정신 차리세요.”


차분한 것 같으면서도 감정이 담겨있지 않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웃는 모습이 어지간한 호러 영화보다도 섬뜩한 남자가 가벼운 걸음으로 바닥에 내려왔다.


그의 옆에서 쓰러진 몬스터가 날아간 머리를 재생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었다.


“첸 씨!”

“...?”


첸이 말없이 무슨 일이냐는 듯 바라봤다.


“부탁해요!”

“...???”


사람은 믿을 수 없지만 실력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왔다.

대답을 채 듣기도 전에 앞서 뛰어나간 동공 없는 녀석을 뒤쫓았다.


“...”


뒤통수에서 첸 씨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 했다.

잔잔한 미소를 띠고 말없이 바라보고 있을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편으로는 갑작스러운 부탁에 미안한 기분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다.

도망 녀석을 찾아야 했다.


빛 속에 휩싸여 순간적으로 봤던 몬스터는 곰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새하얀 털을 가지고 있는.

탄산 음료 광고를 하면 잘 할 것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 사이 어디 간 거야!”


인파도 모두 빠지고, 광장에서도 조금 떨어진 곳이라 주변에 있다면 안 보일 리가 없는데...


“여기로 온 게 아닌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는데.”


조금 늦게 따라오기는 했지만 아주 잠깐이었고,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다른 곳으로 갈만한 길도 없었다.


“당신이 우지혁이군요.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스타일은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된 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검은색 옷을 입고 있다.


“하?”


낯설지가 않다. 아니 낯설기 이전에 특이하다고 생각조차 못했다.


처음 동물원에 들어왔을 봤던 사람들이었다.

정작을 입은 경호원이라고 생각했던 남자.

호랑이를 스케치하고 있던 검은 원피스의 여자.

직장인 커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까지.



그렇게 그저 보고 지나쳤던 인상에 남지도 않는 사람 여섯이 서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있는 하얀 털을 가진 수인.


이 사람들이 블랙이구나.


뉴스에서 몇 번 들은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애초에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블랙이라는 조직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란 건 직접 보지 않고는 생각하기 힘들지.


“여제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말... 할 수 있는 건가.”


여전히 짐승의 울음소리가 함께 들리는 듯 했지만 분명히 인간의 언어였다.


“...”


하지만 되묻는 물음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특별한 것을 볼 수 있다고. 신의 눈물을 가진 자라고 하더니 진짜였군. 진 쉬에도 그렇고. 다들 참 운이 좋아.”


검은 옷을 입은 무리 중에서 회사원으로 보였던 남자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진 쉬에... 어디 있는지 알아?”

“알지. 모두 여제님의 뜻으로, 우리가 모시는 신의 뜻대로.”

“신이라니...”


새로운 세계에 새로운 주인이 나타났다는 소리를 하는 무리라는 이야기를 뉴스에서 본 적이 있다.

이 사람들이 모신다는 신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모시는 신과는 다른 건가?


“죽었다는 거야. 살았다는 거야?”


칼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그저 대화가 오가는 것 같았지만 상대 주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 마력이 금방이라도 상대를 삼키겠다는 듯 넘실거렸다.


“그대는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는가.”


물음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듯이 남자는 자신이 할 말만을 계속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신의 뜻에 반하는가.”

“...”

“그대는 어찌하여 신의 선택을 받고도 신의 수족이 되지 않는가.”

“무슨 소릴 하는 지 하나도 모르겠네.”


귀가 간지럽네.

앞의 사람들이 하는 소리도,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도.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졌다.


“신의 눈물을 받았다는 것은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 그대는 특별하다. 보통의 인간들과는 다르다. 우리와 함께 간다면 그대의 힘을 마음껏 발휘하고 무지한 인간들을 발밑에 둘 수 있다.”


말을 하면서 흥분한 것인지 남자의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마침내 양손을 하늘을 향해 치켜든 남자의 얼굴은 황홀감에 젖어 있었다.


‘저게 그렇게 감동적인 말인가.’


귀가 너무 간지러운데.

당장이라도 시원하게 후비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러니까 너희는 선택 받지 못했고, 너희가 내 발밑에 있을 무지한 인간들이라는 거지?”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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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6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29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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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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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1 0 12쪽
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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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7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1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7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29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101 검은 옷의 사람들(6) 23.10.06 29 0 13쪽
» 검은 옷의 사람들(5) 23.10.04 34 0 11쪽
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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