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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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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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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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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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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에스프레소(1)

DUMMY

“이것도 아니야!”


방안을 채우는 짙은 커피 냄새는 향기로움을 넘어 방에 들어서는 사람에게 두통을 선사했다.


드라마 속에서 나오는 장인마냥 테이블 위에 있는 컵을 내리쳐 치워버렸다.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커피 주변으로 떠다니던 글자들도 흩어져 사라졌다.


“이걸로는 안돼.”


이제 몬스터는 이전처럼 일정한 규칙 속에서 나타나지 않는다.

이전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들이 그를 증명했다.


지금보다 더 강한 적이 어디서...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


게다가 자아를 가지고 있는 몬스터라니...


“그러니... 제대로 준비해야 해.”


그날 이후로 며칠 밤낮을 쓰러질 때까지 커피를 내리고, 눈을 뜨면 다시 커피를 내렸다.


하지만 뭔가가 잘못됐다.

아무리 커피를 내려도 원하던 레시피는 만들지 못했고, 어딘가에는 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레시피만을 수없이 만들어 냈다.


“뭐가 문제일까.”


소리 내어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조금 더 생각하면 답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수록 이상한 생각만 떠올랐다.


아니... 어쩌면 나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능력자들이 스킬을 사용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누군가는 자신이 사용하는 스킬을 떠올리고, 누군가는 스킬을 사용해서 이룰 수 있는 효과에 대해서 생각한다.


각자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스킬을 사용하는 시전자가 원하는 무언가가 뚜렷해야 했다.


그러니 ...

정확히 뭘 원하는지 모르는 내가.

애매하고 모호하게 떠올리는 무언가가 제대로 나올 리가 없었다.


“뭘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뒤에서 앳된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넌...”

“안녕?”


자신을 신이라고 소개했던 소년.

소년이 침대 모서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늘은 어쩐 일로 직접 나타났...어?”


평소라면 머릿속에서 울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던 소년이 지금은 평범한 아이마냥 눈앞에 앉아 있었다.


들려오는 목소리도 보통 사람의 것이었다.


“상황이 그렇게 됐어. 이 편이 형한테도 편하지 않겠어?”

“그게 무슨 소리야. 상황이 그렇게 됐다는 게.”

“이제 알 때도 되지 않았어? 나는 형에게 내가 말하는 거 이상은 말해줄 수 없어.”

“...”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 소년을 바라봤지만 소년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향을 만끽하며 커피를 마셨다.


“아무 이유 없이 왔을 것 같지는 않은데.”


눈을 가늘게 뜨고 소년을 바라봤다.


몇날 며칠을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도움이 될 만한 레시피를 만들기 위해 스킬을 사용했다.


누가 와서 조금만 건드려도 터져버릴 것처럼 피곤했다.

유사 시한 폭탄이랄까.


지금 상태라면 아무리 상대가 신이라고 하더라도 한껏 짜증을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맞아. 역시 형은 눈치가 빨라.”


소년은 기쁘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형을 나의 주방으로 초대하고 싶어.”

“너의 주방...?”

“한 번 왔던 적 있으니까 올 수 있지?”

“잠깐만!”


붙잡아 무슨 소리냐고 묻기도 전에 소년은 머그잔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해맑은 미소와 함께 사라졌다.


+++


“아저씨. 오랜만이네요?”

“지혁씨 무슨 일 있어요? 안색이 정말...”


식당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미혜와 나래가 물었다.

나래는 말을 더 잇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듯이 말끝을 흐렸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저씨 그럴 때일수록 잘 먹어야 해.”


얼마나 걱정이 되었는지 미혜는 자신이 가져온 고기반찬을 내 식판 위에 올려주었다.


“저... 혹시 석 씨나 로운 씨는 같이 안 계세요?”


혼자있는 내 모습에 의아하다는 듯이 나래 씨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게요. 저도 요새 통 보질 못했네요.”


솔직히 당장이라고 자고 싶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먹지 않으면 쓰러져서 못 일어날 것 같아서 잠시 내려왔을 뿐이었다.


레시피 연구에 집중하고 싶어서 방에 준비해두었던 식량을 다 먹어 버렸으니까 말이다.


“정확히는 아저씨가 방에 박혀서 안 나온 거니까요. 말은 안 해도 다들 걱정하고 있어요.”

“뭐... 안 좋은 일로 쳐 박혀 있는 건 아니니까. 다들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줘.”


물론 지금 하는 말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신빙성 없게 비치는 지는 안다.


방금 전 내려오기 전에 화장실에서 확인한 얼굴은 확실히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상태였다.


하지만 정말로 걱정할 일은 없다.


정확히는 걱정할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막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 거지.


“진짜 뭔 일 있는 거 아니죠?”


역시나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미혜가 되물었고, 그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식판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밤을 먹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자두는 게 좋을 것 같다.


+++


그날 밤, 홀로 잠실 운동장에 들어섰다.

탑에 오르기 위해 모여드는 사람들이 바글거리던 낮의 모습과는 상반되는 으스스한 분위기였다.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분위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려웠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여기서 몬스터를 제외하면 가장 위험한 사람은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웃음밖에 나지 않았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너무 많은 것이 변했다.


침을 삼키자 마른 침이 넘어가며 고요한 새벽을 울렸다.


허리춤에 찬 검이 잘 있는지 손을 가져다 댔다.

단단하고 차가운 칼집과 손잡이가 느껴졌다.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담아둔 커피와 각종 회복제가 배낭 안에 잘 있는지도 확인했다.


지금 가려고 하는 곳은 고작 2층이었다.


“고작 2층인데, 막상 혼자가려니까 두렵네.”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지만 홀로 탑에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탑의 2층은 추억 아닌 추억의 장소였다.

여기서 조호환을 비롯한 다수의 사람들이 사라졌고, 자신은 혼수상태가 되었으며 평범하지 않은 것들을 얻게 되었다.


그다지 좋은 추억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입구 쪽으로 다가가자 졸고 있던 관리자 하나가 자다 깬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상당히 어려 보이는 외모의 사람이었다.


“혼자... 신가요?”


관리자는 눈을 비비며 물었다.

하긴 이 시간에 그것도 혼자서 탑을 찾아오는 사람은 흔하지 않을 테니까.


“그... 위험하실 텐데...”


나름 관리자들 사이에서 유명한 로운컴퍼니였다.

물론 그들을 알아도 걱정을 할 순 있겠지만 이 어린 관리자가 내 얼굴을 알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괜찮습니다.”

“정말 위험합니다. 죽을 수도 있습니다.”

“괜찮습니다.”

“혹시 안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여기 오신 거라면...”


탑은 시간이 지나면 소멸한다. 같

은 층이라 하더라도 똑같은 내부라는 법은 없었다.


그 점이 유명해지면서 그런 의도로 탑을 찾는 사람들이 꽤 된다고 했다.

파티 인척 단체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 이후 관리소에서는 혼자서 탑을 오르거나, 수상한 낌새를 보이는 사람들을 보이면 막아서고는 했다.


물론 마음을 백 번 이해하지만 나는 정말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


“아닙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아니에요. 혹시 파티를 구하시지 못하신 거라면 제가 찾아드리겠습니다.”


며칠간 쌓인 피로 탓인지 과하게 걱정이 많은 이 젊은 관리자가 귀찮게 느껴졌다.


이건 마친 15살 무렵쯤에 많이 걸린다는 “그 병”에 걸린 것만 같은 기분인데.


사춘기가 없이 살아왔는데 십년이 훌쩍 넘는 시간을 건너서 지금 와 버린 건가.


“파티를 구하고 싶었다면 낮에 왔겠죠. 2층으로 연결 부탁드립니다.”


그렇다고 기분을 그대로 표현할 수는 없다.

나는 사회를 배웠고, 사람과 살아가는 방법을 어느 정도 배운 성인이었으니까.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에게 원치 않는 호의를 보인다고 해서 대뜸 화를 낼 수는 없다.


깊은 심호흡과 함께 또박또박 말하는 나에게 젊은 관리자는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입구의 장치를 조작했다.


“조금 멀미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부디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랍...”


젊은 관리자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열린 포탈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


이제는 가볍게 느껴지는 멀미감과 함께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여전히 춥네.”


당연한 소리였다. 지혁은 배낭에서 저지를 꺼내 입고 어깨를 움직여봤다.


아무리 춥다고 하더라도 움직임을 방해할 만하다면 안 입는 것만 못했다.


짐을 챙길 때 한 번씩 확인해 보기는 했지만 혹시 몰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정도면 괜찮겠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그저 수많은 탑꾼 중 하나였는데.


앞서 떠난 능력자 파티가 몬스터를 소탕하고 남기고 간 아이템만 봤었는데...


이제는 살아있는 몬스터의 거친 숨소리가 피부에 와 닿았다.


통로를 지나 첫 번째 구간에 발을 디디는 순간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몬스터들의 시선이 동시에 나를 향했다.


가방에서 미리 꺼내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30분 간 이동속도가 40만큼 상승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커피를 마셨다.


‘불타는 지옥’이라는 이름의 커피를 마시자 온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아났다.


그간의 ‘실패한 레시피’ 중 하나였는데 나름 상황에 따라서는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20분간 화염을 제어할 수 있게 됩니다.]


불 속성의 능력을 조금이지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간의 개발에서 성공적인 결과는 없었지만 단 하나 건진 것이 있다면 보고 겪어 본 적 있는 능력에 한해서 레시피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제천 뿐만이나 아니라, 나래, 로운, 민서 등 직관적으로 능력을 알아챌 수 있는 능력들과 관련된 레시피를 몇 개 만들 수 있었다.


다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정도로 강력한 효과가 있냐고 한다면 그렇지도 않았다.


못해도 다른 능력과 혼용해서 사용해야하거나 보조하는 정도인 것 같으니까.


하지만 전투 계열 쪽으로는 무능력에 가까운 나에게는 이런 작은 힘이라도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못난이가 이렇게 했었지.”


과거 제천과 검을 겨루며 훈련을 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제천은 검에 자신의 능력을 담아 불길이 솟아오르는 검기를 만들어내고는 했다.


머릿속에서 이미지를 그리자 제천만큼은 아니어도 불길이라는 느낌이 드는 에너지가 검을 휘감았다.


“얼음에는 역시 불이지.”


검 손잡이가 조금 뜨겁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참을 만 했다.

지금은 그런 감각 보다는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매머드 모습의 몬스터들이 더 중요했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피해 높게 뛰어 올랐다.


며칠간 제대로 쉬지 못했던 것에 비해선 몸이 가볍다.

그건 아마도 카페인의 효과겠지만.


거대한 매머드의 등위로 칼을 휘두르자 작았던 불길이 강렬해지면서 몬스터가 한 방에 빛이 되어 사라졌다.


어느 정도 성장했다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눈으로 보기는 처음이었다.


이전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거대한 몬스터가 자신이 검을 한 번 휘두를 때마다 하나 씩 사라졌다.


[쾌속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첫 번째 구간의 몬스터를 소탕하고 잠시 쉬고 있자니 안내창이 나타났다.


혼자서 한 구간을 처리하는 데 단 30분도 걸리지 않았다는 소리였다.


불길을 잃고 차갑게 식어버린 칼은 전투가 있었냐는 듯이 멀쩡했다.


“뭐 그런 게 중요한 건 아니지.”


잠시의 뿌듯함을 만끽했다.

그리고 곧 정신을 차렸다. 오늘 이곳, 굳이 탑의 2층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뿐이었다.


소년의 초대.


소년은 자신의 부엌으로 오라고 했다.

내 추측이 맞다면 그가 말하는 부엌이란 처음 소년을 만난 날 들어가게 된 그곳을 말하는 것이리라.


“분명 두 번째 구간으로 향하는 통로에 있었지.”


이번으로 몇 번째 방문인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입구를 찾을 수 있었다.


이제는 제법 능숙하게 뛰어올라 천장에 난 구멍을 따라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서자 차가운 공기가 가시고 포근한 느낌의 열기가 피부에 닿았다.


“역시나 기다리고 있었구나.”

“...”


올라오자마자 조리대로 보이는 곳에 앉아 있던 소년이 싱긋 웃었다.


“그럼. 나는 이 탑의 주인. 이 탑에 들어오려는 자들은 모두 알고 있지.”

“탑의 주인?”


“그런가. 정식으로 소개할게. 나는 이 탑을 수호하는 신. 에스프레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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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야경이 보이는 곳(3) 23.11.22 24 0 11쪽
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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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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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검은 꼬리 잡기(4) 23.11.03 21 0 13쪽
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2 0 12쪽
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110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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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7 0 13쪽
107 빼앗긴 지상(3) 23.10.20 26 0 15쪽
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8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2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8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30 0 12쪽
» 에스프레소(1) 23.10.09 3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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