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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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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79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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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야경이 보이는 곳(3)

DUMMY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그게... 저희도 잘 모르겠어요.”

“미혜 누나는 괜찮아요. 지금은 지쳐 잠든 거예요.”


쌍둥이는 마치 한 사람이라도 되듯 이어 말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대표님은 저희가 보낸 신호를 보고 오신 거죠?”


로운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은 미혜를 포함해서 누구도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후퇴를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한 신호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요점부터 말하자면 저희는 미혜 언니 때문에 신호를 보낸 거였어요.”

“미혜가?”

“네. 저 균열에서... 검은 나비가 쏟아져 나오더니 미혜 언니를 덮쳤어요. 그렇지?”


승주의 말에 승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보였지만 승주가 자신을 대신하여 말할 것이라는 듯이 작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나비는 금방 사라졌지만... 그 뒤로 미혜 언니가 조금 이상해졌어요.”


이해할 수 없다는 로운의 표정에 승주는 잠시 고민하듯 입을 다물더니 천천히 다시 열었다.


“굳이 말하면... 그때부터 잠든 것 같았어요. 뭐랄까...”


고민하고 있는 승주를 대신하여 승우가 입을 열었다.


“잠꼬대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악몽을 꾸는 사람이 잠꼬대 하는 느낌으로요.”

“맞아!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러더니 그 뒤로...”


승주의 시선이 다시금 이동하여 균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향했다.


이전에는 사람이 살았던 곳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모양이었는데 지금은 지저분해지기 까지 했다.

건물의 잔해로 보이는 돌들이 정신없이 흩어져 있었다.


바닥은 곳곳이 깨져있었고, 충격을 버티다 못해 솟아오른 곳도 더러 있었다.


“근데... 미혜 언니가 소원님을 찾았어요.”

“소원 ... 씨를?”

“거의 혼잣말에 가까운 중얼거림이라서 잘 들리지는 않았는데... 저희가 말릴 수 있는 힘이 아니었어요.”

“그렇겠죠...”


단순히 힘만으로 괴력 능력자인 미혜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석 뿐이었다.

그런 미혜를 이 두 아이가 막았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말릴 수는 없는데... 위험해서...”


승주는 자신들이 겪은 일을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순식간에 일어난 일들을 한 마디로 정리할 수가 없었다.


살면서 분노에 차서 주먹을 휘두르는 사람이야 자주 봤지만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휘두르는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앉아 있기 까지 했다.

미혜의 주먹이 승주를 향하지 않았더라면 더 오랫동안 그러고 있었으리라.


상대는 눈을 뜨고 있었지만 고개는 무엇도 보고 있지 않다는 듯 허공을 향하고 있었다.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듯 했다.


“언니... 미안해... 내가... 아니야! 아니라고!!”


혼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이내 짐승의 것 같은 비명을 지르며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은 때때로 두 사람을 향하기도 했고 맨 바닥을 향하기도 했으며 허공을 향하기도 했다.


이제 19살 밖에 되지 않은 승주에게는 일생에 몇 번 없었던 생명의 위협이었다.

침착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하기도 전에 이미 손이 먼저 하늘을 찾았다.


여기서 도망치지 않으면 동료였던 이의 손에 죽고 만다.

그것이 의도가 있었든 그렇지 않든.


그렇게 신호를 쏘아올리고 도망치려고 하는 승주를 잡은 것은 승우였다.


“누나...”


자신의 손과 똑같은 크기의 똑같은 색을 띠고 있는 손이 작게 떨렸다.


승우는 언제나 그랬다.

두려움이 밀려오면 멈춰버리곤 했다.

누군가는 이 모습을 보고 겁이 없다고 했지만 승주는 알 수 있었다.


인간은 감당할 수 없는 공포를 마주할 때 오히려 멈춰버리고 마는 구나.


승우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막내라며 자신들을 챙겨주던 미혜가 이성을 잃고 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에.


평소와 너무나 다른 모습에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런 그녀를 혼자 두고는 도망갈 수 없다는 듯 승주의 손을 강하게 잡았다.


“방법이... 있어?”

“...”


승우는 답하지 않았다.

불안한 듯이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는 눈빛에는 망설임이 있었다.


“있구나.”

“몰라...”


동생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한 승주였지만 최근 몇 주 간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그건 캐롤라인 세일리라는 여자 때문이었다.


처음 보는 그 여자는 승우를 데리고 갔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언제까지고 같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알았지만 매일매일 그녀를 따라가는 승우를 볼수록 동생과 자신의 사이가 멀어지는 것만 같았다.


“스승님은...”


승우는 그녀를 스승이라고 불렀다.


“이런 상황이 올 거라고... 했어.”


예언 능력을 가진 캐롤라인 세일리가 미래를 봤다 하더라도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그리고 이런 상황을 대비하여 승우를 데려갔다고 하더라도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다만 자신이 모르는 동생의 성장은 속상했다.


“괜찮아. 누나.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누나야.”


살며시 미소 진 승우는 승주의 손을 놓았다.

승주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승우가 자신의 마력을 최소한만을 남겨두고 모두 가져갔다는 사실을 주저앉은 다음에야 알 수 있었다.


“잠깐만 빌려줘.”


그렇게 말한 승우는 평소와 같은 발걸음으로 미혜의 곁으로 다가갔다.

부서진 바닥에서 파편이 튀어 승우의 하얀 볼에 붉은 선을 남겼고, 날아오는 돌멩이가 머리를 맞고 튕겨나갔다.


피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그의 몸놀림보다 날아오는 속도가 빨랐다.


미혜가 있는 곳 까지 다섯 발자국도 남지 않았을 거리에 도착하자 승우의 주변으로 둥근 원이 생겨났다.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이를 증명하듯 방금 전까지 승우의 뺨을 스쳐지나가던 파편들이 그에게 도달하기도 전에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승우가 무사히 미혜의 곁에 도착하자 최면이라도 걸린 듯 미혜의 움직임이 멈췄다.


“괜찮아요.”


승주는 조용히 말하며 양손을 뻗어 울고 있는 미혜의 눈을 감쌌고 자신도 눈을 감았다.


힘이 들어가지 않는 다리에 힘을 주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승주는 일어날 수 없었다.

그저 주저앉아서 상황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멍하니 멀리서 두 사람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혜도 자리에 주저앉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던 온기가 사라지자 승우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누나. 다들 걱정하겠어.”


+++


“그 뒤로는 아무 일도 없었어요.”


거의 횡설수설에 가까운 이야기였지만 두 아이의 이야기를 번갈아 들으니 상황 자체에 대한 설명은 정리가 되었다.


“저 균열에서...”


몬스터의 직접적인 공격은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무언가가 나타난 것도 아니었다.

균열이 생기고 나비가 나타나 감싼 것만으로 미혜가 폭주했다.


“흠...”


검은 색은 신의 색상.

저 균열도 그와 같은 선상에 있는 현상이 아닐까?


그러나. 왜?


“아! 시간 됐다!”


앉아서 쉬던 승주는 깜빡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구슬로 향했다.


하얀 손이 구슬을 덮자 밝은 빛이 나와 정면을 향해 뻗어나갔다.

잠깐 손을 대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는 듯이 승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꺄앗!”


승주의 비명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누나!”


놀란 승우가 일어나 승주의 곁으로 다가갔다.


“괜찮아. 그냥 놀래서... 근데 이거 깨져서 어떡해요?”


승주가 자신의 발밑에 흩어진 깨진 구슬 조각들을 바라봤다.

구슬은 몬스터의 사체처럼 가루가 되어 서서히 사라졌다.


“일단은... 여기서 기다려보도록 하죠.”


더 이상 길을 찾을 수 없다면 사람들은 지하로 돌아갈 것이다.

반대로 자신들이 그들을 찾아가는 것은 어려울 일이니.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이곳에서 쉬면서 기다리다가 벙커로 돌아가는 것 뿐이었다.


+++


“생각보다 밝고 조용하네요.”


고서우가 신기하다는 듯이 주변을 둘러보며 앞장서서 걸었다.

때때로 기습하는 적이라도 있다는 듯이 칼을 빼내는 척을 하는가 하면 놀라는 척도 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공격해오는 이는 없었다.

새하얀 벽이 빛을 받아 환하게 빛났다.


“심심하냐.”

“솔직히 말하면요. 네.”


방금까지의 행동들이 장난이었다고 말하듯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굳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진심인 듯 했다.


고서우와 나란히 서기 싫은 듯 떨어져서 걷는 강민서를 바라봤다.

딱히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지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여기 오면 재밌는 일이 있을 줄 알았거든요.”

“제정신이야?”


내 질문에 고서우는 걸음을 멈추고는 뒤를 돌아 나를 바라봤다.


“능력이 생긴 그날부터. 저에게 뭔가 특별한 일이 생길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그게 제 솔직한 마음입니다.”

“특별한 일이라.”


특별한 일은 일어났다.

그러나 그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재앙이었고, 누군가는 이 이변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었다.


그 또한 그럴 텐데.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저런 소리를 한다.


“물론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고요. 나도 일단은 사람이라고요. 가끔 그렇게 괴물 보듯이 보는데.”


고서우는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천천히 말했다.

그 말에 내심 놀랬다.

내가 그를 그렇게 보고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녀석이 그런 걸 신경쓰고 있었단 점이 제일 놀라웠다.


“나도 가족을 잃으면 슬퍼요. 복수할 거예요. 그런데... 그럼에도 이게...”


고서우는 가슴에 손을 올렸다.


“채워지지 않아요. 갈증이 해소되지 않아요. 가슴이 뛸 일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게 설렘이든 공포든. 분노는 가슴이 뛰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금 빙글 돌아 앞장서서 걸어갔다.


“저 분은... 정말 괜찮은 거예요?”


뒤에서 나래 씨가 물어왔다.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 있었다.


누군가의 답을 원하는 것은 아닌듯했지만 나와 석 씨는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열었다.


“글쎄.”


이상한 녀석이었고, 그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이었지만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게다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녀석의 안에 있는 무언가는 이곳에 대해서 알고 있다.

블랙이라는 집단과 여제라고 불리는 누군가...


“으악! 사람이다!”


앞장서던 고서우는 어느 새 꽤나 멀리 떨어져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우리가 누군지 안다는 듯이 눈빛을 교환하더니 몸을 웅크렸다.


검은 마력이 그들의 주변으로 일렁이며 터져 나왔다.

등에서는 날개가 돋아났고, 머리에서는 두 개의 뿔이 솟았다.

손에서는 갈고리 같은 굵은 손톱이 자라났고, 발에서 자라난 발톱이 신발을 뚫고 나왔다.


그 모습이 흡사 악마의 그것과 닮았다.


“신의 뜻을 배반하는 자들을 처단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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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여제(1) 23.11.24 29 0 11쪽
» 야경이 보이는 곳(3) 23.11.22 24 0 11쪽
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30 0 12쪽
118 레드 드래곤(4) 23.11.15 31 0 13쪽
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4 0 12쪽
116 레드 드래곤(2) 23.11.10 22 0 11쪽
115 레드 드래곤(1) 23.11.08 26 0 12쪽
114 검은 꼬리 잡기(5) 23.11.06 25 0 12쪽
113 검은 꼬리 잡기(4) 23.11.03 21 0 13쪽
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2 0 12쪽
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110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3 0 11쪽
109 빼앗긴 지상(5) 23.10.25 23 0 13쪽
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7 0 13쪽
107 빼앗긴 지상(3) 23.10.20 25 0 15쪽
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8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2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8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30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101 검은 옷의 사람들(6) 23.10.06 30 0 13쪽
100 검은 옷의 사람들(5) 23.10.04 34 0 11쪽
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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