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81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1.10 09:00
조회
22
추천
0
글자
11쪽

레드 드래곤(2)

DUMMY

드래곤의 피부가 단단하다는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손은 진동이 가시지 않아 저릿했고, 칼을 잡고 있던 손은 제대로 펴지지도 않았다.

오른쪽 손바닥에 터지듯 찢어진 상처에서는 피가 흘렀다.


“아저씨! 괜찮아? 피나는데!”

“괜찮아...”


저린 감각이 사라지면서 타는 것 같은 고통이 손바닥에서부터 밀려왔다.


“아니... 괜찮을까?”


첸 씨의 이야기가 사실일거라는 보장도 없고, 구름으로 불을 끄겠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 없었다.

만약에 이게 아니라면... 여기서 시간을 버리고 있는 거라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미혜와 눈을 마주쳤다.


적어도. 이 아이만은 살려야 하지 않을까?


아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나 혼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아냐... 아무것도...”


+++


한편, 지혁의 생각대로 불안감 속에서 간신히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흔치 않게 불안한 표정으로 일행들을 살피는 화란도

흔치 않게 웃지 않는 첸도

흔치 않게 차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서우도


마찬가지였다. 각자 불안한 상황 속에서 평소의 페이스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그들과 조금 떨어져 앉아 가부좌를 틀고 앉은 서우였다.


차라리 죽음의 고비를 앞둔 다른 사람들은 집중력이라도 좋았다.

부담감과 조금 떨어져 있는 희미한 안도감으로 서우의 머릿속에 잡생각이 피어났다.


지혁의 칼이 부러지는 것은 조금 떨어져 있는 세 사람에게도 확실하게 보였다.

인간의 무기가 통하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생명체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만약에 여기서 자신이 해내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버지는 일어나셨을까?

어머니 장례식... 치러야 할 텐데...


바른 자세로 지혁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서우의 머릿속은 평온한 표정과 달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런 그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뭘 그렇게 고민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 녀석의 목소리였다.


[너에게는 힘이 있어. 더 많은 힘을 원한다면 내가 너의 힘이 되어줄게.]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자신의 양어깨 위에 내려앉았다.

다정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드는 녀석이었지만 어째선지 서우는 녀석에게 마음이 갔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녀석이 서우에게 말을 걸었을 때 무섭다기보다는 반가운 기분이 더 컸다.


[내가 말했잖아.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내가 이루어주겠다고.]


다른 능력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자신에게 능력을 준 신과 직접적으로 대화를 나눈 사람은 없었다.

듣기로는 유명한 치유 능력자 중에서 신과 소통하는 자가 있다고는 했지만 서우로서는 그 소문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거...”


목소리는 점점 다가와 서우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네가 원하는 무엇이든.]


비현실적인 목소리에서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비인간적인 모습에 서우는 안도했던 걸지도 모른다.


“스모어... 나는 지금... 저 사람들만큼은 살려내고 싶어.”


서우의 대답에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어쩐지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어깨 위에서 느껴지던 작은 손길도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스모어...?”


눈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존재가 자신의 앞으로 다가와 서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가끔 이렇게 올려다 볼 수 없을 정도로 큰 존재로 느껴지기도 하는 존재.


[어째서? 네가?]


보이지 않는 상대는 한국말이 어설픈 사람처럼 끊어가며 말했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눴으니까.

그는 이 세상에서 서우를 이해하는 유일한 존재였다.


지금 녀석은 자신이 변했다고 말하고 있었다.


“나 변덕쟁이잖아. 갑자기 그러고 싶어졌네?”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었다.

녀석과 얼굴을, 시선을 마주하는 느낌이 들었다.

인간으로서 위압감이 느껴졌지만 머리를 숙일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앞으로 머리를 숙일 때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세상을 떠나보낸 어머니의 제사상 앞에서만 일 테니까.


[네가. 잘하는 게. 있잖아. 굳이? 그런 길을?]


서우는 말을 삼켰다.

자신의 능력인 풍운.

그건 자기 자신의 형상화라고 녀석은 말했다.

불도저처럼 마음 이끌리는 대로 사는 서우에게 바람은 그가 어디든 갈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자신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바람을 사용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처음부터 제 몸이었던 것 마냥, 언제든지,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름의 힘은 자신의 내면이라 했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해받지 못해도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결과일까.

결국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신이 되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슬픔인지, 분노인지.

칼을 겨누었던 몬스터가 사실은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의 마음속에 있던 것은 슬픔일까 죄책감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운명에 대한 분노였을까.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그 중 무엇하나라도 확실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우는.


‘아. 살고 싶지 않다.’


불현 듯 떠오른 그 생각은 스스로를 놀라게 했다.

그 이후 어떠한 감정의 변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서우 자신은 그렇게 느꼈다.


그런 자신이 빚어낸 구름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제대로 쓸 수는 있을까.

자신에게 내면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언제부턴가 느껴지던 내부의 공허함이 사실은 내면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던 것은 아닐까.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는 능력을 사용할 수 없었다.


바람과 구름의 능력을 가졌지만 한 번도 제대로 구름에 관련된 능력을 사용해 본 적은 없었다.


가끔씩 마음이 초조하고 다급할 때 기분 전환을 위해 근두운을 만들어 타고 다닐 때를 제외하면 말이다.


특히 타인 앞에서는 더더욱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서우는 눈을 떴다.

지금까지 뜨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눈이 꽤 오랫동안 감겨 있었다는 것을 뜨고 나서야 알았다.


멀리서 레드 드래곤의 발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세 사람이 보였다.

싸움에 익숙한 셋은 드래곤의 공격을 당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일격을 가하지도 못했다.


단순히 능력만을 가지고 싸운다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

아까 그 까맣게 타버린 남자는 여기 있는 모두를 죽게 할 생각으로 목숨을 바쳤다.


[나의 소중한 아이야. 너만을 생각해. 이 세상에 너를 이해할 수 있는. 존재는. 나밖에 없고, 너는 너만을 생각해도 돼.]


녀석은 옆에서 계속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안다. 녀석이 말로 자신을 꼬드겨 때때로 이 몸의 주도권을 가지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자신을 이해하는 이 존재를 위해서 서우는 기꺼이 몸을 내주었었다.


서우는 다시 눈을 감았다.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느낀 감정은 없었지만 깨달은 것은 있었다.

가까운 사람을 잃는 건 매우 기분이 나쁘다는 걸.


그 감정에 자신이 어떤 짓을 할지 알 수가 없어서 미쳐버릴 수도 있다는 걸.


“스모어.”


[응. 나 여기 있어.]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타이르고, 때로는 혼내며 녀석은 서우의 곁을 맴돌았다.


스모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번만은 내가 알아서 할게.”


[...]


머릿속에서 울리던 목소리가 침묵이라는 소리를 냈다.

그건 자신의 침묵을 알아달라는 녀석의 소리.


서우의 주변으로 하얀 연기가 피어났다.

마력이 서우의 몸을 지나 하얀 형체를 띠며 피어올라 뭉치기 시작했다.


겨우 축구공 크기도 안 될 정도로 작은 모습이었다.


옆에서 감미로운 여자 목소리가 감탄하는 소리가 났다.


어떤 구름이어야 할까. 자신은 어떤 구름을 만들어내고 싶을까.


“아...”


숨이 막혔다.

숨을 쉬고 있었지만 명치를 세게 맞은 뒤 느껴지는 통증처럼 답답했다.


사람들이 이런 것을 응어리라고 한다지.


서우는 스스로 묻고 대답하며 실소했다.

실소와 함께 겨우 뭉쳐졌던 구름이 흩어져갔다.


옆에서 들려오던 숨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언제부터 자신이 이렇게 소리를 잘 들었던 거지? 머릿속에서 잡생각이 늘어날수록 구름은 허공으로 흩어졌다.


잠시나마 마음을 다잡았던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지고 있었다.


[에휴...]


녀석의 한숨소리가 들려온다.

이곳에 누구도 들을 수 없는 그 소리.


[너는 뭔가? 오해하고. 있는데.]


녀석이 서우를 향해 다가왔다.


[내가 너를. 이용하는 것도? 맞지만.]


다정하지만 매정한 목소리.


[내가 가장. 아끼는 인간이. 너라는 것도 맞아.]


그 말과 함께 서우는 누군가 자신의 품에 안기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묵직한 감각과 함께 자신의 몸을 매개로 마력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보였다.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마력.

스모어의 짙은 흑빛의 마력이 서우의 몸을 지나 밖으로 뻗어나가며 거대한 먹구름을 만들어냈다.


방금 전 새하얗던 구름과 달리 먹구름은 금방이라도 번개를 내리치며 비를 뿌릴 것처럼 짙어졌다.


[네 안에. 네가 원하는 것을? 찾아줄게.]


머릿속에서 전화 연결음 처럼 웅웅- 거리던 소리가 완전히 멎었다.


다시 눈을 뜬 서우의 시야에 놀란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지혁이 있었다.


지혁은 말도 안되다는 얼굴로 굳어 있었다.


자신의 뒤로 브레스를 준비하고 있는 레드 드래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듯 했다.


선배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과 다른 표정을 지었다.

귀찮은 듯이, 무언가 알고 있다는 듯이.

선배라면 나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까.

나를 알아봐 줄 수 있을까?


다시금 눈을 감은 서우의 눈동자에 브레스를 뿜는 레드 드래곤의 모습과 솟아오르는 바위가 마지막으로 보였다.


이대로 사라져버려도 괜찮지... 않을까.


서우는 자신의 몸 안에서 남아있던 모든 마력이 빠져나갔다는 것을 알았다.

녀석의 마력이 몸 구석구석에 있는 서우의 모든 마력을 끌고 나가 구름을 만들어 냈다.


힘없이 옆으로 기울어져 가는 몸이 남의 몸처럼 천천히 느껴졌다.


비어버린 인간. 정말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모습이 아닌가.


서우는 너무나 졸렸다.

졸리고 졸려서.


다시는 눈을 뜨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득한 잠이 밀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7 의심(2) 23.12.06 15 0 11쪽
126 의심(1) 23.12.04 23 0 10쪽
125 여제(4) 23.12.01 21 0 11쪽
124 여제(3) 23.11.29 24 0 11쪽
123 여제(2) 23.11.27 31 0 12쪽
122 여제(1) 23.11.24 29 0 11쪽
121 야경이 보이는 곳(3) 23.11.22 24 0 11쪽
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30 0 12쪽
118 레드 드래곤(4) 23.11.15 31 0 13쪽
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4 0 12쪽
» 레드 드래곤(2) 23.11.10 23 0 11쪽
115 레드 드래곤(1) 23.11.08 26 0 12쪽
114 검은 꼬리 잡기(5) 23.11.06 26 0 12쪽
113 검은 꼬리 잡기(4) 23.11.03 21 0 13쪽
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2 0 12쪽
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110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3 0 11쪽
109 빼앗긴 지상(5) 23.10.25 23 0 13쪽
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7 0 13쪽
107 빼앗긴 지상(3) 23.10.20 25 0 15쪽
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8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2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8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30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101 검은 옷의 사람들(6) 23.10.06 30 0 13쪽
100 검은 옷의 사람들(5) 23.10.04 34 0 11쪽
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7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