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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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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78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2.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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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의심(1)

DUMMY

우리 사이의 정리라...


[생각이 많아 보여?]


로운이 왜 우리를 불렀을까.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혜가 나간 이후로 따로 들어온 사람은 없었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군지는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어디 있다가 이제야 왔어.”


[그러게.]


걸터앉아 있는 침대의 오른쪽이 살짝 기울었다.


[문제가 좀 있었어.]


[그래도 그간 형을 지켜보고 있었어. 많은 걸... 봤지?]


시선이 느껴졌다.

나에게 답을 요구하는 모양이었지만 아쉽게도 아직 의문뿐이었다.


[우리 좀 걸을까?]


나는 대답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옆에 앉아 있었던 기척도 사라졌다.


방을 나서서 복도를 따라 걸었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처음 벙커에 왔을 때와 비교하자면 많이 변했지만...


마치 인간을 수납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줄지어진 방 곳곳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있었다.

그 안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피해가 크네...]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나에게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혼자 걷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

최대한 눈에 띄고 싶지 않다.


긴 복도를 지나 8번 게이트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이 벙커에는 여러 출구가 있지만 실제로 쓰는 것은 1번 게이트뿐이었다.


보통 관리자가 출입을 통제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그러는 날은 많지 않겠지.


길고 긴 계단 끝에 마침내 그리운 빛이 보였다.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닌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 빛.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겠지만 나에게는 꽤나 오랜만인 기분이었다.

블랙의 기지에 다녀온 이후로 잠깐 보기는 했지만 온전히 맑은 하늘을 보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이었다.


“날이 좋네...”


혼잣말을 하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누군가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그쵸? 근처의 몬스터가 모두 사라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 위험할 순 있으니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나는 상대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게이트를 지키고 있던 관리자로 보였다.

지금은 지킨다기 보다는 안내를 맡고 있는 것 같지만.


가야할 곳도, 가고 싶은 곳도 없이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최대한 벙커에서 멀어지고 싶었다.


“그래서 왜 왔어.”


[형이 궁금한 게 많을 것 같아서.]


모습도 보이지 않고, 기척도 느껴지지 않지만 녀석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궁금한 거라...”


어디서부터 물어야 할까.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많았지만 정리가 되지 않은 탓에 어디서부터 물어야할지 알 수 없었다.


“너도... 관련이 있는 일이야?”


탑을 관리하는 신.

몬스터들이 시작된 곳.

고민의 고민 끝에 떠올린 유일한 질문이었다.


[아니. 나와 관련은 있지만 나와는 관련이 없어.]


돌아오는 것은 이도저도 아닌 답변이었다.


“쓸모가 없는 답변이네.”


[미안.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그건 나이지만 동시에 내가 아니기도 하니까.]


“그거야 말로 무슨 소리야?”


[세상에는 균형이라는 게 존재해. 흔히들 말하잖아. 빛이 있기에 어둠이 있는 거고, 시작이 있기에 끝이 있는 것이라고.]


“네 그림자가 한 일이라도 된다는 거야?”


[...]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대답을 들은 기분이다.


“네가 직접 한 것만 아니면 되지... 그래.”


간만에 맑은 날씨와 평화로운 분위기에 간간히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몬스터가 나타나면 바로 희생양이 될 사람들을 위해 주변에는 그들보다 많은 수의 관리자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유난히 많은 관리자들이 배치되어 있는 지역.

그게 벙커에서 살아가는 비능력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범위라는 뜻이겠지.


“한참 뛰어놀 나인데... 쟤들도 답답하고, 그런 애들을 밖에 내보내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도 참담하겠지...”


뛰어노는 모습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관리자들을 지나쳤다.

그중 몇 명이 나에게 다가오려 했지만 동료들에 의해 제지되었다.


속닥이는 소리가 들렸지만 듣지 않기로 했다.

작은 소리마저 크게 들리게 된 이후로 듣고 싶지 않은 건 흘려넘기는 버릇이 생겼다.


“너는 신이니까 모든 걸 알고 있어?”


[꼭 그렇지만은 않아... 특히 너희 인간세계에 대해서는.]


“신이라면서... 싱겁네.”


[... 그저 조금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을 뿐이야. 전지전능하다면 그렇게 많은 신들이 존재하지 않겠지...]


녀석의 말 사이로 작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왜 그래?”


[우리에게는 주어진 힘만큼이나 발설하면 안 되는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방금 그게 그런 거라는 거야?”


[...]


또 다시 대답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언제나 애매하게 말하는 것도 최대한 저런 제한을 벗어나서 뜻을 전하기 위함이었나.


“그럼 나에 대해서는?”


[형에... 대해서?]


“응. 나에게는 부모님이 계셨어.”


[알고 있어. 부모가 없는 인간은 없어.]


“응... 근데 나는 왠지 항상 부모님이 나를 친아들로 보는 것 같지 않았어. 친아들로 봤다면 그렇게 기계적으로 공부만 시켰을까?”


상대는 대답이 없었다.


“연필을 쥘 수 있게 된 무렵부터... 공부를 했던 것 같아. 많으면 하루에 10시간... 씩 인가... 너무 어릴 때라 기억은 나지 않네.


커서는 집에서 방밖으로 나올 수 있는 시간은 화장실을 갈 때와 학교에 갈 때 뿐이었어.

밥도 방문 앞에 가져다 주셨거든.


그게 사랑이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세상이 이 모양 이 꼴이 난 이후의 일이지.

어릴 때는 정말 싫었어.

차라리 감옥에 보내달라고.

방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정말 안 좋은 생각까지 했는데.


하루는 학교에서 야자를 마치고 잠시 편의점에 들려 삼각 김밥을 사먹었어...

정말 아무 맛도 안 나더라.

아마도 맛을 못 느낀 게 아니라 정말 배를 채우기 위해서 그랬을 지도 몰라.

그날따라 유난히 배가 고팠거든.


근데 그날... 집에 가서 정말 많이 혼났어. 밥은 집에 와서 먹으면 되지 않냐고... 나에게 낭비할 시간이 어디 있냐면서...


항상 궁금했거든 나는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공부해야 했던 걸까...

근데 한 번도 묻지 않았어.

이게 기억이 생길 무렵부터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그 행동에 대해서 반항을 할 수 없게 되나봐.


그러다가 그날 몇 대 맞아서 정신이 나갔던 건지... 물어봤지.

무엇을 위해 공부 하냐고. 내가 좋은 대학에 가는 게 당신들에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냐고.

그때 아버지가 그러시더라.


‘너희 부모처럼 살면 안 된다고.’ 그 말을 한 아버지는 좀 놀라보였어.

그리고는 말을 바꿨어.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소리야.’


왜 그 때 일을 지금까지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어.

아버지와 어머니 시체를 마주하니까 알겠더라.

내 친부모가 아니었구나.


그럼에도 몇 년이고 길러줬구나.

그렇게 구박하면서, 사실 몇 대 맞지도 않았어.

그냥 조용히 공부만 시켰지. 남의 아들인데.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인간들에게 그건 꽤나 대단한 일이야. 그저 먹여주고 재워주는 거... 쉽지 않거든.”


[...]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막상 말하려고 하니까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내가 묻는 건 다 답해주는 거지?”


[그래. 내가 알고 있는 것이라면.]


“...우리... 부모님은 살아있어?”


[아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단호한 녀석의 대답에 괜히 다리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랬구나... 그럼... 부모님은 나를 버린 거야?”


[그것도 아니야.]


방금 전과 똑같이 빠른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답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럼 아버지와 내 친아버지는 무슨 사이길래 나를 맡아준 거야?”


첫 질문이 어려웠을 뿐 그 뒤는 쉬웠다.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질문들이 술술 나왔다.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들이리라.


[아마도... 친구...?]


“아마도 친구는 뭐야.”


[인간 사이의 관계는 나에겐 조금 어려우니까... 알고 지냈지만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어.]


“어디서 알게 된 사람인데?”


[유한기기]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의 이름이었다.

작은 회사에서 평생을 엔지니어로 일하셨다고 들었으니 맞을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의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우리는 같은 집에서 살아갈 뿐 그렇게 가족스럽지는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직장동료였다는 거네. 직장동료의 아들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장성할 때까지 키운 거야? 공부만 시키면서?”


말이 공부만 시켰다는 것이지 성인에 가까운 아이를 먹이며 공부까지 시켰다면 꽤나 큰 책임감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그게 끝이었던 것 같지만.


우리는 한 동안 말없이 걸었다.

황폐한 시멘트 벌판 끝에서 벙커의 입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멀리까지.

더 이상 살아있는 생명체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너는 왜 나에게 능력을 준 거야?”


[말했던 것 같은데. 형은 조금 달랐으니까.]


“그게 진짜 이유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잠깐의 침묵이었다.

이건 녀석이 말하는 제약 때문이라는 걸까 아니면 그저 말하기 껄끄러운 부분이 있어서 인가.


[형은... 그 힘에 욕심내지 않을 것 같았거든.]


“나는 꽤나 욕심이 많은 인간인데?”


그도 그럴 것이 능력을 처음 받았을 때는 능력으로 돈 벌 생각뿐이었다.

그게 생각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지...


이후에는 몬스터가 범람하면서 의미조차 없게 되었을 뿐이다.


[형이 욕심 낸 것은 돈이었지 그 능력자체가 아니야.]


양심이 뜨끔하는 느낌과 함께 조금은 창피해졌다.

진짜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건가.

저렇게 말하니 큰 포부를 가지지 못하고 좀스러워 보인다고 할까.


[난 그게 좋았어. 형에게 맡길 수 있을 것 같았거든.]


“또 뭘 맡겨?”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왠지 조용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더니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나.


그래서 그동안 안 보이다가 이제야 나타난 건가.


[형...]


“그렇게 애절하게 부르지 마.!”


[탑을... 구해줘. 그 녀석을 말려줘.]


이건 또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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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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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검은 꼬리 잡기(4) 23.11.03 21 0 13쪽
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2 0 12쪽
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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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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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8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2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8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30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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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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