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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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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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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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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레드 드래곤(3)

DUMMY

레드 드래곤의 단단한 피부에 지혁의 칼에 이어 제천의 칼과 미혜의 건틀렛까지 모두 부서졌을 때.

세 사람은 동시에 같은 감정을 느꼈다.


절망.


바라볼 수도 없는 커다란 강자에게는 당해야만 한다는 무력감.


“아저씨! 갑자기 왜 그래 진짜!”


답답함을 넘어 두려움에서 나온 초조함이 담긴 미혜의 성질을 지혁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의 그의 관심사는 레드 드래곤만이 아니었다.


그의 눈에는 검은 마력을 뿜어내고 있던 서우의 잔상만이 남아 있었다.


검은 마력.

신들의 힘이라고 불리는 그 마력이 왜 고서우한테서 나왔을까?


고서우에게 능력을 준 신이 녀석에게 도움을 준 것일까?

보통의 신들이 그저 인간에 불과한 능력자들에게 그렇게 까지 해줄까?


아니...

고서우는 자신의 신과 소통하는 녀석이었나?


자신을 포함해서 신을 눈물을 받았다는 진 쉬에나 백 환,

신과 소통한다는 캐롤라인 세일리 마저도 저런 색의 마력을 쓰지는 않았다.


하늘의 색과 동화되며 모습을 숨기는 흑빛의 마력은 어떻게 생각해봐도 평범하지 않았다.


“아저씨! 그러다 진짜 죽어!!”


방금 전의 브레스를 막기 위해 꽤 많은 마력을 소모한 미혜가 이제는 안 되겠다는 듯이 날아오는 꼬리를 피해 지혁을 향해 몸을 던졌다.


지혁의 몸이 미혜의 몸과 뒤섞여 엉망진창이 된 아스팔트 바닥을 뒹굴었다.


“아흐... 진짜. 왜 이러실까.”


미혜가 곧장 일어나서 상대를 바라봤다.

자신들이 파리를 잡을 때 같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만약 드래곤에게도 인간과 같은 맥락의 표정이 있다면 말이다.


“쟤도 슬슬 흥미를 잃은 것 같은데.”


미혜는 목이 막힌다는 듯이 몇 번 헛기침을 하더니 바닥에 침을 뱉었다.

바닥에 검붉은 자국이 남았다.


“으아.”


마력은 인간의 몸 안에 있는 에너지의 형상화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마력이 떨어지다 못해 긁어모으고 있는 미혜의 몸은 이미 한계였다.


“아 저 녀석은 언제 끝... 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기 위해 몸을 반쯤 돌린 미혜의 시선에 거대한 무언가가 보였다.

어둠이 내려앉기는 했지만 달도 보이고, 별도 보였던 맑은 하늘이었다.


그런데 어느 새 커다란 먹구름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밤이어서 먹구름으로 어두워 진 줄도 몰랐다.


애초에 앞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는 레드 드래곤이 있었으니 어둠이 먹구름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저거 설마...”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미혜의 머리 위로 무언가 쏟아졌다.

미혜 뿐만이 아니었다.

바닥에 누워있는 지혁에게도, 부러진 칼에 기대어 서있는 제천에게도 난처한 얼굴로 무릎위에 서우의 머리를 눕힌 화란에게도 빗방울이 거칠게 쏟아졌다.


한 두 방울 씩 내리는 비가 아니었다.

쏟아내는 것이 목적이라는 듯이 공격적으로 내리는 비였다.


“불을 끄겠다더니...”


불을 끄겠다고 정말 비구름을 만들 줄은 몰랐다.

참 웃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한 편으로는 그저 이런 비로 저 비정상적인 생명체의 불이 꺼질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반쯤 돌렸던 상체를 되돌린 미혜의 눈에 작아지는 불길이 보였다.


다시 한 번 레드 드래곤에게 인간과 같은 맥락의 표정이 있다면 지금 녀석이 짓는 표정의 의미는 ‘난처함’이리라.


드래곤의 눈이 천천히 감겼다가 떠졌다.


[재미있는 녀석이군. 겨우 이걸 위해.]


머릿속에서 울리는 레드 드래곤의 목소리는 정말 흥미로운 것을 발견한 듯했다.


[그래. 이 또한 그의 뜻이라는 건가. 이번 한 번은 뜻대로 해주지만 나를 또 불러내게 된다면 네가 아끼는 그 그릇도 이 세계도.]


말을 잠시 멈춘 레드 드래곤의 시선이 잠실을 향했다.

정확히는 하늘을 향해 이어진 탑을 향했다.


[저 탑도 무사할 순 없을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레드 드래곤의 몸을 뒤덮고 있던 화염이 모두 꺼지며 짙은 수증기를 뿜어냈다.


수증기가 사라져 앞을 분간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레드 드래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가 있던 자리에 검은 색의 구 하나만 남았다.


모든 능력자들이 가진 구와 같은 크기의 것이었다.


+++


서우는 꽤 깊은 잠을 잤다고 생각했다.

꿈도 꾸지 않고 그저 우주를 유행하는 것처럼 흐름에 따라 몸을 맡겼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만에 눈을 떴을 때는 형광등 불빛에 눈이 아플 지경이었다.


새하얀 천장과 여유 공간 없이 타이트하게 쳐져 있는 하얀 커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주변에서 코고는 소리와 앓는 소리, 떠드는 소리가 한 번에 밀려들었다.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감각이 한 번에 많은 정보를 받아드리려고 하니 과함을 넘어 통증으로 다가왔다.


“으...”


혼자만 들릴 정도로 작게 내뱉은 소리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서우 일어났나보다.”


정말 귀가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서우였다.


곧이어 커튼이 쳐지고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본 모습은 상처투성이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상처하나 없이 멀쩡했다.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못 본 사이 많은 늙은 것 같다고 생각하는 서우다.


혹시 자신이 몇 년 동안 잠들어 있던 것일까?

그랬다면 지나간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잠든 동안 신체 나이는 어떻게 될까.

이왕이면 그대로였으면 좋겠는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스스로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저 오래 잤나요?”

“응. 꽤 잤지”

“그렇군요...”


시선을 내린 채 생각에 잠긴 서우을 지혁은 말없이 바라봤다.


“저... 혹시 오늘 날짜가 어떻게 되나요?”


다시 고개를 들고 묻는 서우에게 지혁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답했다.


“너 37시간 정도 잤어. 애들한테 고마워 해. 그렇지 않으면 더 오래 잤을 테니까.”

“네?”


체감 상 느낀 시간은 최소한 37시간 보다는 길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다른 애들한테 고마워하라니?


“그래도 네 마나 그릇이 나처럼 작은 것도 아니고... 여기로 돌아와서 승우가 네 마나를 모아줬으니까.”


지혁은 이전에 자신이 오랫동안 잠들었던 일이 생각났다.

승우를 만나기 위해 왔다던 캐롤라인이 서우를 봐주며 말했다.


“마나 고갈이야. 안에 든 게 없으니까 최소한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하기 전까지는 못 일어나.”


그 말을 듣자마자 옆에서 듣고 있던 승주가 벙커 내의 마나가 많다는 능력자들에게 양해를 구해 조금씩 모아 서우에게 주었다.


그 뒤로도 한동안 일어나지 않아서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물었지만 캐롤라인은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뭐... 일어나고 싶지 않나 보지.”


일이 끝난 승우를 데리고 사라진 캐롤라인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과거 자신이 그렇게까지 오래 잠들어 있던 이유는 캐롤라인의 말대로 자신의 마나가 정말 남들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작았기 때문일까.


“그랬군요... 감사인사 전하러... 가야겠네요.”


서우는 눈을 뜨기는 했지만 자신이 여전히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었다.

머릿속은 솜으로 가득 찬 듯이 무미건조하게 뿌연 느낌이었고, 움직여보는 손가락은 자신의 몸이 아닌 듯 했다.


“그 전에 나랑 할 얘기가 좀 있는데.”


멍한 표정으로 올려다본 지혁의 얼굴에서 서우는 어떤 대화를 하고 싶은 건지 짐작할 수 없었다.


불안한 것도 같으면서 경계하는 것도 같은 표정이 지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이다.


+++


아직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아서 지혁의 부축을 받으며 벙커의 복도를 걷던 서우는 어딘가 벙커 내의 분위기가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눈빛으로 지혁을 바라봤지만 그는 앞만 보며 걸었다.


“이런 곳에서 더 이상 갇혀 지낼 순 없어! 저 사람들이 언제 또 몬스터로 변할지 알아?”


한 남자가 침상에 누워있는 붕대로 둘러싸인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환자로 보이는 그는 무언가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쉽사리 의견을 내기에는 몸이 따라주지 않는 듯 했다.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지금 여기 분위기가 얼마나 흉흉한지 알아요?”


남자의 맞은편에서 또 다른 남자가 언성을 높였다.

금방이라도 싸울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관리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지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는 않았다.


잠깐이라도 방심했다가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분위기가 벙커 내에 흐르고 있었다.


병실을 나오면서 봤던 남자들뿐만이 아니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서로에게 시비를 걸기 바빴다.


몇 주간 이루어진 밀폐된 공간에서의 생활과 갇혀 지내면서도 몬스터의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사람들은 점점 예민해져가고 있었다.


“여기야.”


지혁은 복도를 따라 똑같은 모양의 문중에서 하나의 앞에 서서 문을 열었다.

단출하기는 했지만 서우가 지내는 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의 방이었다.


“커피 마실래?”

“아. 아뇨 괜찮아요.”


주변을 둘러보며 들어온 서우는 조심스럽게 구석에 앉았다.

서우는 이곳에 마련된 방들이 작은 관 같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커피 머신 앞에 서서 가만히 있는 지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혁은 눈을 감고 생각했다.

서우에게서 다른 기척을 느낀 적은 없었다.

완전히 평범한 능력자라고 생각했었다.


“우리한테 숨기는 거 있어?”

“숨기는 거요?”


뭐라고 말을 시작하는 게 좋을까.

지혁은 스스로도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불안한지 알 길이 없었다.


혹시라도 서우가 블랙의 일원이라고 자신도 모르게 의심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서 소원처럼 다른 사람들도 데려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일까.


지혁은 여전히 서우가 미덥지는 않았다.

여러 감정이 오가면서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그런 모습을 봤더니 자신의 생각이 이번에도 틀렸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아니. 나는 마력을 볼 수 있어.”

“예?”


뒤돌아서 입을 연 지혁의 말에 서우가 화들짝 놀랐다.


그 모습이 진심인지 연기인지 조차 모르겠다.


“그런데 너한테서 보이면 안 되는 것들이 보였어.”

“저기... 그 마력이 보인다는 것부터 설명해 주시면... 아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말까지 더듬기 시작했다.

지혁의 생각과 달리 지금 서우로서는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갑자기 불려 와서는 자신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도 없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답을 말하라고 한다. 문제를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답을 말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주관식 답을.


0이나 1로 대충 쓸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후... 너에 대해서 알려줘.”

“예...?”


서우는 떠올렸다.

지금 이런 상황과는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고등학생 시절 자신에게 고백하던 남학생의 모습이 지혁과 겹쳐졌다.


자신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고 말하던 남학생은 눈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하며 머뭇거렸다.


같은 말인데.

그때의 조금은 경직되었지만 편안한 분위기를 여기서 찾을 수 없었다.


굳은 결심으로 가득 찬 지혁의 표정에 서우는 입을 다물었다.


“저는...”


나는... 누구인가?


“고서우...고요.”


서우는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

나에 대해서 말하라니 그런 애매한 질문이 어딨는가.


“저에 대해 무엇이 알고 싶은 거예요?”


억울하다.

자신이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저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보는가.


서우의 질문에 지혁은 눈을 감고 위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맞네. 질문이 이상했네. 너에게 능력을 준 자에 대해서 알고 있지?”


“그야... 알고 있죠?”


“그 자에 대해서 알려주었으면 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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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여제(1) 23.11.24 29 0 11쪽
121 야경이 보이는 곳(3) 23.11.22 23 0 11쪽
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30 0 12쪽
118 레드 드래곤(4) 23.11.15 30 0 13쪽
» 레드 드래곤(3) 23.11.13 24 0 12쪽
116 레드 드래곤(2) 23.11.10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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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검은 꼬리 잡기(5) 23.11.06 25 0 12쪽
113 검은 꼬리 잡기(4) 23.11.03 20 0 13쪽
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1 0 12쪽
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110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2 0 11쪽
109 빼앗긴 지상(5) 23.10.25 23 0 13쪽
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6 0 13쪽
107 빼앗긴 지상(3) 23.10.20 25 0 15쪽
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7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1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7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29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101 검은 옷의 사람들(6) 23.10.06 29 0 13쪽
100 검은 옷의 사람들(5) 23.10.04 34 0 11쪽
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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