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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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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29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0.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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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검은 꼬리 잡기(2)

DUMMY

“앞으로 7번만 더 피하면 된다는 소리네.”


나를 향하고 있는 부담스러운 시선들을 애써 외면했다.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지 않아요?”


이후 첫 번째 촉수가 바닥을 내리치는 소리에 묻혀 비명소리 같은 미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형은 이런 게 있을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


제천이 물었지만 미혜를 향해 꿈틀거리는 촉수를 향해 칼을 휘두르기 바빠 답을 들을 정신은 없어 보였다.


“지금이에요!”


내리친 바닥이 파일 정도로 위협적인 촉수의 공격을 피한 미혜가 촉수의 중간부분을 잡았다.

미혜의 주변으로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황금빛이 터져 나왔다.


뒤이어 아래에선 제천이 위에선 고서우가 황금빛을 머금은 칼을 촉수를 향해 휘둘렀다.

두 사람의 마력이 별 하나 없는 밤하늘의 샛별처럼 환했다.


샛별은 저렇게 많지 않지만.


칼에 베인 촉수가 고통스럽게 꿈틀거렸지만 촉수의 표면에서 흘러나온 검은빛이 상처 위를 덮었다.


“와! 재생속도가 미쳤잖아!”

“그런 소리 할 때가 아닙니다.”


생각보다 촉수의 강도가 강했는지 제천도 서우도 칼을 쥐고 있던 손을 털었다.


어설프게 칼을 쥐었다가는 오히려 다칠 수 있다.


쿠르르릉-


무언가가 지층을 뚫고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소리를 증명하듯 지면이 희미하게 진동했다.


“다음 다리가 오는 것 같아요.”

“뭐?”

“이쪽인가.”


땅 속에서 들리는 소리라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내 발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맞아. 여기야!”


내 외침과 함께 발밑에서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몸이 저항 없이 허공으로 떠올랐고, 기다렸다는 듯이 내가 서있던 자리를 부수며 또 하나의 촉수가 튀어나왔다.


“고마워.”

“별 말씀을.”


바람의 부드러운 흐름을 따라 고서우의 옆으로 내려왔다.

평소의 장난기나 어수선함이 보이지 않는 녀석은 다른 사람 같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예요?”

“일단 다리가 모두 밖에 나오기 전에 뭐라도 하나씩 줄여나가야겠지?”

“회복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공격이 소용이 없어요.”

“흠...”


멀지 않은 곳에서 두 개의 촉수가 요란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덩치가 커서 방출되는 마력의 양도 상당해.

그만큼 회복속도가 빠른 거겠지.

관건은 마력이 얼마나 있는가... 려나.

아무리 몬스터라고 하더라도 마력이 무제한은 아닐 거다.


“선배?”

“마력을 고갈 시키거나 회복하기 전에 회복을 할 수 없을 정도의 공격을 하거나.”

“그전에 우리 마력이 먼저 다 떨어질 거예요.”

“역시 그렇죠?”


내가 한 말이었지만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블랙을 찾는 일이 얼마나 걸릴지, 지상에서 얼마나 머물지 몰랐다.

그러니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을 아낄 수 있는 있는 한 최대한 아껴야 했다.


“일단 화란 씨가 있으니까. 최대한 스킬에 의존하지 않고 싸워 볼까요.”

“그게 말이 쉽... 그건 뭡니까.”

“저는 버퍼에요.”


건넨 캔을 받아든 고서우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었다.


“일단 마셔요. 날 믿고. 홍제천! 너도!”

“아싸! 마침 목마르던 참인데.”

“아저씨! 내거는?!”

“너는 조금만 참아라.”


멀리서 봐도 미혜의 입술이 확실히 튀어나온 것이 보였다.

내밀 수 있는 최대한까지 내밀며 삐졌다는 것을 티냈다.


“흐음...”


고서우는 믿음이 가지 않는지 캔을 들고 유심히 바라봤다.

사실상 서로에 대해서 알아야 얼마나 알겠나.

나는 보란 듯이 캔을 따서 모두 마셨다.


“뭐. 신뢰는 안 가겠죠. 안 마셔도 좋아요. 그래도 그거 꽤 비싸게 팔리는 겁니다.”


물론 이제 와서 어디 가서 팔수도 없고, 살 수도 없을 테지만.


“뭐. 재밌네요.”


고서우는 피식 웃더니 가벼운 손놀림으로 캔을 따서 마셨다.


옆을 보니 고서우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모습이 흡사 놀란 토끼를 닮았다.


[뛰어난 바리스타가 만든 검술의 밀크티입니다.]

[60분간 마법의 효과를 받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능력치가 소량씩 상승했다는 안내창이 나타났다.

녀석도 나와 같은 안내창을 보고 있으리라.


“이게 무슨...”


그리고 안내창을 모두 닫고 나면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일 것이었다.

꿈틀거리는 촉수의 빨판을 가르는 노란색 선들!


여전히 어리둥절해 보이는 녀석을 바라봤다.


“선긋기 게임이라고 생각하세요.”


촉수를 향해 뛰었다.

그리고 노란색에 맞춰 정확하게 칼을 휘둘렀다.

제천을 바라보니 이전에도 몇 번이나 경험해본 적이 있던 탓에 쉽사리 노란 선을 따라 칼을 휘둘렀다.


“아... 버퍼라더니. 재밌네요.”


고서우는 처음에는 조금 낯설어 하는 거 같더니 이내 자연스럽게 선을 따라 빨판을 베어냈다.


“형! 빨판은 회복을 못하는 것 같아!”

“아니야. 마나가 촉수의 표면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에 빨판은 상대적으로 회복이 느린 것뿐이야.”

“우리가 시간 안에만 다 베어버리면 되는 거죠?”


대답대신 손만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것이 대답이 되었는지 제천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칼잡이가 세 명이라서 다행이네.”


세 사람이 촉수 하나에 붙어서 빨판만 공격하자 촉수의 표면에서부터 흘러나오던 마력이 빨판을 향했다.

그러자 음료의 효과로 보이던 노란색 선이 빨판을 지나 촉수가 튀어나온 지면에 짙게 내리깔렸다.


“지금이야! 미혜야!”

“네!”


미혜가 촉수의 끝을 있는 힘을 다해 잡았다.

꿈틀거리는 힘이 얼마나 센지 미혜의 작은 몸이 촉수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렸다.


“빨리요! 힘들어요!”


비명 같은 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다.

어른 10명이 팔로 둘러도 닿지 않을 정도로 두꺼운 촉수였다.

칼에 마력을 담아서 촉수의 뿌리를 향해 휘둘렀다.


한 번으로는 부족했지만 마력이 빨판으로 쏠린 덕에 이전같은 무식한 회복능력은 보여주지 않았다.


“와! 어릴 때 톱질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한걸!”

“톱질도 했었냐.”


첫 공격에 칼을 타고 전해진 진동이 손에 전해졌다.


“생각보다 단단하네.”


두 번째 공격에서는 자칫 하면 칼을 놓칠 뻔했다.

진동에 손이 저려서 제대로 쥐고 있기도 힘들었다.


“아저씨! 나 오래 못 버텨요!”

“알았어!”


두 번뿐이었지만 세 명이 내리친 촉수는 육안으로 봐도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빨판의 회복을 끝낸 검은 마력이 우리가 공격하고 있는 지점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흘러오고 있었다.


“빨리!”


마지막 공격에 바닥과 분리된 촉수가 육중한 소리와 함께 땅으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아아악-!


그리고 이어지는 비명소리.


이건... 누구의... 사람의...


“윽...”

“형? 왜 그래!”

“소리가...”

“소리가?”

“비명소리가...”


귀를 찢을 것 같은 소리에 귀를 틀어막았다.

손에서 떨어진 칼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지면과 부딪쳤다.


“하아...하... 비명소리가...”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야. 형! 정신차려봐!”


끔찍할 정도 처절한 비명소리에 귀가 아팠다.

머리까지 뒤흔들 정도의 소리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의 불쾌감이 전신을 덮었다.


“에이씨. 촉수가 ... 오는데! 서우 씨! 아까 그거를!”

“안돼요! 그건 상대가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상태여야 해요. 지금 그 상태로는 안돼요!”


끔찍한 비명소리 때문에 시야가 흔들리는 와중에도 나를 향해 날아오는 촉수는 확실히 볼 수 있었다.


뻐억-!


“...”


하지만 곧 누군가의 발길질에 의해 날아오던 촉수가 방향을 틀었다.

방금 전에 세 명이서 겨우 하나를 잘라냈던 커다란 촉수는 남자의 발길질 한 번에 날아갔다.


“지혁씨! 이 사람 왜이래요?”

“당신은...”


화란 씨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이마에서 부드러운 촉감이 느껴지더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방금 전까지 들렸던 끔찍한 소리가 잦아들면서 귀의 통증도, 손의 통증도 가라앉았다.


“당신도 손을 다치신 거죠?”


나를 유심히 바라보던 화란 씨는 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제천의 손을 살폈다.


“저도요!”

“네네~”

“감사합니다.”

“일단 다음 촉수가 나오기 전에 다른 하나도 처리해야 하니까 형을 부탁해요!”


상처가 회복된 제천이 고서우와 함께 두 번째 빨판으로 뛰어갔다.

두 사람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화란 씨가 이내 쭈그리고 앉아 나와 눈을 맞췄다.


“갑자기 왜 그래요?”

“소리가... 비명소리가 들려요.”

“비명소리요?”

“네. 사람의 소리였어요... 사람의 비명소리. 그게...”

“그것도 당신의 능력과 관련된 건가요?”


천천히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평소라면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헤쳐 나가려면 당신의 존재가 중요해요.”

“알아요...”


이곳은 탑처럼 한정적인 공간에서 몬스터를 공략하는 곳이 아니다.

어떤 몬스터가 나타날지도, 그 공략법도 결국은 마력과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생존율은 압도적으로 떨어질 테니까.


“너무 시끄러운 소리를 들어서 그런 것뿐이에요.”


정신 차려야 한다. 아니 참아야 한다.


“저는 괜찮아요.”


그저 미친 듯이 귀가 아파올 뿐이었다.

저 처참한 비명소리를 외면할 수 없을 뿐이었다.


다만 그 뿐이어야 한다.


옆에 떨어져 있는 칼을 집어 들고 일어났다.


“그래요. 기억을 지우는 건 제 특기니까요. 지혁 씨가 원한다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도와줄 수 있어요.”


화란 씨의 손이 칼을 쥐고 있는 손을 덮더니 다른 한 손이 팔을 잡아 당겼다.


힘없이 아래로 향한 상체에 화란 씨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뺨에서 아까 느꼈던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당신은 할 수 있어요.”


입맞춤만큼 따뜻하고 다정한 말이었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처럼.


때때로 보이는 화란 씨의 이런 모습이 그녀의 능력만큼이나 사람을 힘나게 했다.


싱긋 웃는 얼굴이 멀어지자 머지않아 지쳐있던 몸에 기운이 돌아다.



“감사합니다.”


그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더 이상 쑥스럽지 않았다.

쑥스러울 여유는 없었다.


자세를 바로 잡자 칼 손잡이에 달아둔 돌고래 모양의 키홀더가 요란하게 흔들렸다.


준영은 죽었다.


아직 어수선한 관리소에 찾아가 직접 찾아본 결과 그가 이번 사고로 죽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이런 세계를 만난 것 때문에, 이런 일을 일으킨 존재들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이전처럼 긍정적인 감정을 다양하게 느끼지 못하게 되었다.


행복함도, 설렘도, 즐거움도.

제대로 느껴본 게 언제인가 싶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았지만 몸도 마음도 지쳐가고 있었다.

그 사이 그런 감정들은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시들어갔다.



있는 힘을 다해 촉수를 상대 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뛰었다.

앞서 들었던 소리보다 빠르고 거대한 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지치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나서 힘들어야 하는지.

때론 원망스럽고, 때론 믿을 수 없지만.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끝나지 않았다.



“세 번째 다리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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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여제(1) 23.11.24 28 0 11쪽
121 야경이 보이는 곳(3) 23.11.22 23 0 11쪽
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6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29 0 12쪽
118 레드 드래곤(4) 23.11.15 30 0 13쪽
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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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1 0 12쪽
»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110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2 0 11쪽
109 빼앗긴 지상(5) 23.10.25 23 0 13쪽
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6 0 13쪽
107 빼앗긴 지상(3) 23.10.20 25 0 15쪽
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7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1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7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29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101 검은 옷의 사람들(6) 23.10.06 29 0 13쪽
100 검은 옷의 사람들(5) 23.10.04 34 0 11쪽
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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