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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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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55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2.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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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여제(4)

DUMMY

“이렇게 해서 저거 다 잡았다가는 우리 몸이 먼저 부서지겠는데요?”


나래 씨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녀를 따라하듯 미간을 좁혔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몬스터의 등장 후 이 방은 검은 마력으로 가득 찼다.

검은 마력과 황금빛의 마력이 섞이지 못한 채 소용돌이를 치며 밀도를 높여갔다.


“다음!”


좀 전의 공격을 성공하며 감을 잡았는지 석 씨가 자신감에 찬 얼굴로 외쳤다.

그의 주변으로 방금 전보다 더욱 많은 마력이 넘실거렸다.


순도 높은 마력이 뿜어져 나와 그를 감쌌다.


“그럼 쟤가 맡고 있는 거 하나 가져오죠.”


내가 턱 짓으로 가리키자 고서우가 과장되게 속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말아요. 이거 두 마리 다 보고 있는 거 정말 힘들다고요?”


장난스럽게 말하고 있는 녀석이었지만 그는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두 몬스터의 공격을 잽싸게 피했다.


그건 마치 흐르는 물 같았다.

입을 벌리고 돌진해 오는 몬스터의 축축한 코를 손바닥으로 받아 넘기더니 몸을 숙여 달려드는 다른 몬스터의 배 아래로 피했다.

마치 몬스터가 어디로 올지 알고 있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운 탓에 별로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사자는 힘든 모양이었다.


“아무튼 한 마리만 데리고 다른 곳으로 가봐.”

“말이 쉽지 여기서 도망칠 곳이 어딨어요~ 동선만 안 꼬이게 해볼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서우가 가벼운 몸놀림으로 방금 내가 했던 것 마냥 몬스터의 목에 올라탔다.

체구가 작고 가벼운 그는 조금 많이 흔들리는 가 싶더니 중심을 잡고는 몬스터의 머리를 감싸 안고 눈을 가렸다.


고서우의 주변으로 밝은 빛의 마력이 흘러나왔다.

석 씨의 눈부신 마력을 본 다음이라서 인지 다른 이유가 있어서 인지 유난히 희미한 빛의 마력이었다.


“지혁씨!”

“네.”


나래 씨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눈앞으로 달려오는 몬스터의 콧잔등을 밟고 등에 안착했다.


이전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한 번에 성공할 수 있도록 꼬리 부근의 등에 자리를 잡았다.


아까와 달리 선은 보이지 않았지만 같은 위치를 있는 힘을 다해 내리쳤다.


그러자 귀를 찢는 비명소리와 함께 몸이 떠올랐다.

몇 번을 경험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이었따.


상황을 살피기 위해 뒤를 돌아본 시야가 새하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슨 상황인지 알 수 있었다.

넘쳐흐르다 못해 폭발해버린 석 씨의 마력이 눈앞에서 요란 모습으로 터져버린 것이었다.


뒤늦게 나래 씨의 도움으로 직격 타는 피할 수 있었지만 마력의 범위 내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콰아아앙-!

가까이에서 본 그의 주먹은 위압적이었다.

소용돌이치며 모여드는 마력에 금방이라도 빨려들어갈 것 같았다.


그의 주먹에 직격으로 맞은 몬스터는 날아가다 못해 반대편 벽을 뚫고 나갔다.


“괜찮아요?”


나래 씨가 놀라 달려오며 물었다.

다친 곳은 없었다.

다만 너무 밝은 빛을 본 탓에 시야를 완전히 되찾기까지 시간이 조금 필요했다.


“네... 뭐.”


시야가 한정된 상태에서 전투는 좋지 않지만

지금 상황에서 빠질 수도 없고, 빠질 곳도 없다.


“허억...헉...”


석 씨 쪽을 바라보니 그는 힘겨운 듯이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래도 방금 공격은 그의 의도와는 별개의 것이었던 듯 그 조차도 당황한 표정으로 뚫려 버린 벽을 바라봤다.


주변에 있던 다른 두 마리도 휩쓸려 간 것인지 고서우를 태우고 방황하고 있는 한 마리만 남았다.


“후후...”


그런 모습이 흥미롭다는 듯이 여자는 부채를 들어 올려 얼굴을 깊게 가렸다.


“그 분...”


또 그분이라는 말과 함께 뭐라고 혼잣말을 하는 듯 했지만 잘 들리지 않았다.

오래된 텔레비전의 잡음 소리마냥 여자가 하는 말소리 사이사이가 끊겨 들린 탓이었다.


“아까워라...”


유일하게 들린 그 한 마디에 여자가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깨진 유리관들과 흘러내린 물들.

그리고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신체 일부가 몬스터처럼 변한 무언가가 힘을 잃고 흩어져 있었다.


좀 전의 공격으로 인해 깨진 유리관들이었다.


“우욱...”


내 시선을 따라 시선을 돌린 나래 씨가 헛구역질을 했다.

그럴 만도 하지.


쉽게 말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지 그것은 인간의 시체와 유사했다.

그것도 꽤나 상한...


유리관에 들어 있을 때는 저렇게까지 부패되지 않았는데...

공기 중에 노출되며 어떠한 변화를 겪은 듯 했다.


피부가 부패되는 것 같은 냄새가 빠르게 공간을 채워나갔다.


“알겠습니다.”


여자는 혼자서 허공을 바라보며 말하더니 부채를 접고는 우리를 바라봤다.

부채가 사라지자 휘어질 듯 웃고 있는 눈과 달리 굳게 닫힌 입이 나타났다.


또각또각


우리의 모든 시선을 받으며 여자가 천천히 나를 향해 걸어왔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인간에게서는 느껴질 수 없는 이질적인 서늘함이었다.


“인간도 신도 아닌 존재가 된 당신을... 연구해 보고 싶네요.”


바로 코앞까지 다가온 얼굴이 빙긋하고 웃었다.

여자가 웃자 불과 몇 센티밖에 되지 않는 틈 사이로 검은 나비 떼가 나타나 지나갔다.


놀라서 몸을 빼자 여자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래요. 원래 갓 태어난 생명체는 손이 많이 가는 법이죠. 당신도 기뻐했으면 좋겠군요.”


검은 나비의 수는 하나 둘 늘어나더니 여자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리고 나비로 인해 여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무렵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여자와 함께.


툭 하고 가벼운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지막 나비까지 완전히 사라진 자리에는 손바닥 만한 검은색의 무언가만이 남아 있었다.

60이라는 숫자가 음각으로 새겨진 카드였다.


아니... 60이라고 읽히는 낯선 언어가 적혀 있었다.


쿠르릉...


“음...?”

“왜 그래요?”


방금 무슨 소린가 들리지 않았나?

희미하게 진동도 느껴지고...


“저 하나만 얘기해도 돼요?”


내가 무언가 말하기도 전에 고서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불안함 마음으로 청각과 촉각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데 고서우가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이 건물 곧 무너질 것 같지 않아요? 도망쳐야 할 것 같은데.”


녀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작은 진동이 커지더니 바닥에 기다란 금이 생기기 시작했다.

방금 석 씨의 공격으로 인해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아까 그 여자가 무슨 짓을 하고 간 걸까.


생각하고 있을 틈도 없이 몸이 떠오르더니 익숙한 감각과 함께 뚫린 구멍으로 거의 던져지다시피 날아갔다.


놀이기구가 필요 없는 친환경 놀이기구!


나래 씨는 이런 세상이 끝난다면 그런 문구로 광고를 하며 돈을 벌어도 좋을 것 같다.


발끝에서 시작된 감각이 척추를 통해 뇌까지 도달하며 소름이 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몸은 건물에서 조금 떨어진 바닥에 내려앉았다.


한 번 중심을 잃은 건물은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조각이 되어 떨어진 건물의 잔해들은 바닥에 닿자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졌다.


이곳도 마력으로 만들어진 건물이었던 건가.

가루가 사라진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어쩐지 눈이 부시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라...”

“아니 아까부터 왜 그래요.”


옆에서 나래 씨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눈이 부셔서요...”

“그야 안에 있다가 밖으로 나왔으니까요.”


아니다... 내 눈에는 저길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어둠뿐이었는데...

구름 한 점 없는 연푸른 하늘이 보였다.


“일단 벙커로 돌아가야겠네요.”

“...”


옆에서 석 씨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까지 있었던 곳이 마치 환상이었다는 듯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면 단체로 꿈이라고 꾼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손안에 들려있는 검은 카드를 보자면 그렇지도 않은 듯했다.


+++


“헉! 아저씨!”


벙커로 돌아가자 생고구마를 먹고 있던 미혜가 놀라서 뛰쳐나왔다.

이런 상황에 고구마는 어디서 구한 걸까.


“지혁 씨... 괜찮아요.?”


미혜의 뒤로 따라온 로운이 나를 자세히 살피며 물었다.

그제야 녹아내린 피부와 골절로 인한 고통이 실감이 났다.


“아...”


그 뒤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중에 미혜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그대로 기절했다고 한다.

정신이 들었을 때는 온 몸이 회복된 상태였다.


“회복 능력자가 없으면 이렇게 되는 거야. 꼭 기억해 승주야. 동생을 소중히 여겨줘.”

“네.”


이번에는 감자칩을 먹으며 말하는 미혜의 옆에서 승주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저씨도 감자칩 드실래요?”

“이런 상황에 감자칩은 어디서 구해온 거야?”

“저 사람들이 줬어요.”


감자칩 조각과 기름으로 맨들거리는 손가락 끝이 방의 구석을 가리켰다.

거기서는 바른 자세로 서 있는 두 남녀가 보였다.


“이제 벙커도 막 들어오고 그러시네...”

“그렇게 말하면 섭해요~ 제가 얼마나 성의껏 치료해 드렸는데~”


눈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화란의 말에 순간적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나 곧 옆에 선 남자의 말에 진정할 수 있었다.


“치유는 너희 아이가 했다.”


아마도 승우를 말하는 듯 했다.

안도감에 얕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쉬운가?”

“그럴 리가.”


무표정한 표정에 한국말까지 하고 있으니 무뚝뚝함이 배가 되었다.

차라리 알아듣지 못했다면 다르게 생각이라도 했을 텐데.


“저...”


첸 씨를 봤다.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표정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들에겐 그들만의 사정이 있었을 테니까.


묻기를 포기하고 미혜를 돌아봤다.


“다른 사람들은?”

“아저씨가 처음으로 일어난 거예요. 선생님은 중환자실로 갔어요.”

“석 씨가?”

“네. 캐롤라인 사제님 말씀으로는 겉은 멀쩡한데 속은 완전히 망가졌다고 하셨어요.”


감자칩을 우물거리느라 바쁜 미혜를 대신하여 승주가 야무지게 말을 이어 답을 주었다.


그나저나 속이 완전히 망가졌다라...

아무래도 그런 위력의 힘을 쓰면 무리가 갈 수 밖에 없지...

아니면, 그건 역시 석 씨의 의도와는 달랐던 걸까.

확실히 조금 과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저씨도 일어났으니 다른 사람들 확인하러 가봐야겠네.”


말없이 바라보자 미혜가 말을 이었다.


“대표님이 다들 일어나면 모여서 이야기 하자고 하셨어요. 우리 사이에 정리가 좀 필요한 것 같다고 하던가... 뭐. 하여튼.”


미혜는 그렇게 말하고는 과자 봉투를 딱지 모양으로 곱게 접어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방을 나갔다.


우리 사이의 정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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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여제(1) 23.11.24 29 0 11쪽
121 야경이 보이는 곳(3) 23.11.22 23 0 11쪽
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30 0 12쪽
118 레드 드래곤(4) 23.11.15 30 0 13쪽
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4 0 12쪽
116 레드 드래곤(2) 23.11.10 22 0 11쪽
115 레드 드래곤(1) 23.11.08 26 0 12쪽
114 검은 꼬리 잡기(5) 23.11.06 25 0 12쪽
113 검은 꼬리 잡기(4) 23.11.03 20 0 13쪽
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1 0 12쪽
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110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2 0 11쪽
109 빼앗긴 지상(5) 23.10.25 23 0 13쪽
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7 0 13쪽
107 빼앗긴 지상(3) 23.10.20 25 0 15쪽
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7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1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7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29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101 검은 옷의 사람들(6) 23.10.06 29 0 13쪽
100 검은 옷의 사람들(5) 23.10.04 34 0 11쪽
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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