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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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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7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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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작성
23.10.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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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빼앗긴 지상(2)

DUMMY

백 환.


올해로 54라는 나이에 그의 한 마디면 대한민국의 경제를 뒤흔들 수 있다는 천재 사업가.


그가 신문의 경제면에 처음 나타난 것은 20년 전이었다.

가난하지도 부유하지도 않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남들보다 조금 빨리 세상을 보는 눈을 가졌다.


16살에 그간 모은 용돈으로 처음 주식을 시작했고, 20살이 되어서는 꽤 큰돈을 벌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시작하는 사업들은 혜안이라고 가지고 있듯이 성공했고 전문가들도 무리라고 했던 건들에 대해서 과감한 수를 두며 승승장구 했다.


그렇게 20년.

그가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한지 20년.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기업의 회장이 된 그였다.


“안녕하세요. 우 지혁이라고 합니다.”


이변이 일어나기 직전, 그가 갑자기 이름부터, 하는 일까지도 난해한 관리소를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가 드디어 이상핸 진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했었다.

그러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관리소의 창립과 동시에 탑이 나타났다.


모든 건 시간이 제법 지난 뒤 사람들에 의해 알려진 것이었지만, 백 환의 그런 준비 덕분에 초기의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빨리 새로운 세상에 적응할 수 있었다.


의문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무리 그라도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일을 일으킬 순 없었기에 그저 우연이라 하며 의문을 거두었다.


“그래요. 그동안 보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이제야 보게 되네요.”


좁은 방이었지만 여유로움과 확신에 차있는 그의 모습은 좁은 공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편안하게 계세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주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변 풍경에지지 않을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무슨 일이신가요.”

“천천히 하세. 차라도 마시겠는가?”


보던 서류를 내려둔 환이 일어나 옆에 있는 서랍장에서 티백과 보온병을 꺼내어 차를 우렸다.


“전기가 넉넉하지 않아서 능력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옆에서 로운이 작게 속삭였다.


새삼 인간이 이렇게 된 세상에서 어떻게 적응해가는 지 실감이 났다.


그러나 지금 내가 신경 쓰이는 건 사람들이 직접 끓인 물같은 게 아니었다.

그의 눈에서 보이는 노란색의 빛.


옆에 로운이 있는 상황에서 그것에 대해서 말을 꺼내기는 조금 조심스럽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표정이구만. 녹차. 좋아하나?”

“아...네.”

“지금 상황에서 구할 수 있는 게 녹차밖에 없어서 그렇다네. 별로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손이라도 녹인다는 생각으로 들고 있게나. 로운... 너도 필요하니?”


백 소장의 시선이 옆에 서 있던 로운에게 향했다.

로운이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어쩐지 불편한 기색이 가득했지만 그 이유는 알 수 없었다.


“그래... 그간 탑에는 무슨 일로 다녀왔나? 이번에 관리자들에게 잡혀왔다고 들었네만.”

“아... 어쩌다보니. 찾을 것이 있어서 갔습니다.”

“그래... 탑에서 찾을 것이 있다라...”


말을 끄는 그의 의중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탑이 생긴 지 몇 년이지만, 아직 인간에게는 미지의 공간이었다.


그럼에도 그곳에 무언가를 찾으러 갔다?

무언가를 두고 왔다 하더라도 매번 새롭게 만들어지는 층에 남아있을 리 없었다.


방금 말에서 그가 나와 탑 사이에 무언가가 있다고 의심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내 추측이 맞다는 듯이 백 소장의 오른쪽 눈이 노란 안광을 빛냈다.


“나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겠지. 일단 내가 초대한 손님이니 질문에 대해서 답해주겠네.”

“...”


내 시선이 로운을 향하자 백 소장이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괜찮네. 그 아이가 무엇을 들어도 우리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을 걸세. 그는 내 아들이니까 말이야.”


놀라 로운을 바라봤다.

그는 할 말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고는 발끝으로 콘크리트 바닥을 비볐다.


지금 보니 조금 닮은 것도 같다.

하지만.... 로운은 관리소와 소장을 싫어하는 거 아니었나?


“아직 말하지 않았나. 뭐. 그럴 수 있지.”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모습에서 자신의 아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잘 안다는 자신감이 보였다.


“소장님도... 눈을 받은 겁니까.”


내 물음에 그가 씨익- 웃어보였다.

당연히 물어볼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그 모습이 로운과 닮은 것 같으면서도 확연히 다른 결이 느껴졌다.


“그래요 나 또한 신의 눈물을 받은 자. 하지만 나는 자네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만 하고 있었는데... 그렇군. 자네의 능력은 다른 사람의 능력을 알아보는 것이겠구먼.”

“...”


등줄기를 타고 서늘한 기운이 흘러내려갔다.

나는 백 소장을 처음 보는데... 그는 나에 대해서 꽤나 많은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로운에게 들어서 자네가 조심스러운 성격이라는 것은 알고 있네. 나에 대해서 먼저 말하지 않는 한 다음 말을 해주지 않겠지.”

“...”


이미 대답은 안 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백 소장이 잘 우러나온 차가 담긴 잔을 들고 앞으로 다가왔다.

한 발짝 정도의 거리를 두고 나와 그의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은 앞에 선 사람을 꿰뚫어 보겠다는 듯이 빛났다.


“내가 받은 눈은 미래를 볼 수 있다네.”

“...!”


조금 놀랐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오히려 옆에 서 있던 로운의 기척이 그런 것에 대해 하나도 몰랐다는 듯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로운도 모르고 있던 거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 이런 허황된 이야기를 누구에게 할 수 있겠나. 똑같은 상황의 사람이 아닌 이상 말이야.”


기분 나쁜 친근감이 느껴졌다.

내가 느끼는 것이 아닌, 상대가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이 피부로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최근에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고 거의 보지 않았는데 지금 이 순간만큼 알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 소장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자 그의 주변으로 노란빛을 내는 글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전히 문자 자체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문자가 단어가 되고 단어가 문장이 되면서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름 : 백 환

나이 : 54 세

특성 : 초감각

특성 레벨 : Lv. 44

스탯

- 체력 Lv.35

- 근력 Lv.38

- 방어 Lv.29

- 민첩 Lv.40

- 마력 Lv.45

- 행운 Lv.39


특수 스킬

- 감각 강화 Lv.43

- 무감각 Lv.28

- 제 6의 감각 Lv.30

- 감각 전이 Lv.20 ]


초감각...? 그게 뭔데 대체.


일일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능력이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는 지나쳐 가는 수많은 사람들의 능력치가 보였었다.


난해한 능력도, 의미를 알 수 없는 스킬들도 많았다.

그런 걸 떠올려 보더라도 백 소장의 능력은 흔하지 않을뿐더러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사업만 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능력치.


“소장님은...”

“묻고 싶은 게 많은 얼굴이구만. 그래 좋아. 얼마든지 답해줄 수 있네. 무엇이 궁금한가?”

“초감각이라는 건...”

“호오...”


대답을 미루고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는 백 소장의 모습은 여유로워 보였지만 찻잔 너머로 보이는 시선은 그렇지 않았다.


대상을 탐색하겠다는 듯이 시선은 집요하게 이어졌다.


“말 그대로네. 신체 능력을 강화하는 능력이지. 이것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네...”


백 소장의 시선이 나를 지나 내 뒤로 향했다.

그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가까운 사람에게 말한 적이 없는 듯 했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예민한 감각을 가지게 되는 걸세. 능숙해진다면 다른 사람의 감각도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을 것이고. 또 어느 정도 나아간다면 흔히들 말하는 육감의 경지에도 갈 수 있는 것이지.”


“...그렇다는 건 설마 지금.”

“걱정 말게. 나도 내... 아들에게 언제까지고 숨길 수는 없으니까.”


로운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평소와 달리 냉소적으로 느껴졌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그의 평소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들과 있을 때와는 다른 모습.


“능력치가...생각보다 높으시네요.”

“오. 자네. 다른 사람의 능력치도 알 수 있는 것인가?”

“...”


방금 전에 그는 능력을 보는 능력이 있는 것이냐고 물었었다.


그가 말한 능력이 이게 아닌 걸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모두 알고 있으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걸까,


하나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말을 하면 할수록 그의 페이스에 말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네. 우리는 결국 한 편이 아닌가. 국가 간의 경쟁이든 신과 인간의 경쟁이든 말이야. 나는 자네에게 협력을 제한하고 있는 걸세. 나도 자네가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지원할 수 있고. 꽤 오래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


하긴... 그가 직접적으로 나타난 적은 없었지만 로운을 통해서 의사를 전해오고는 했었다.

때때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것들을 보내주곤 했었는데 그 또한 그가 가진 눈의 능력이었던 건가.


그것이 그가 말하는 지원이라면 협력을 약속한 뒤에 더 큰 지원도 기대할 수 있으리라.


“그것보다.”

“...?”

“능력치가 높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 해주세요.”


이번에는 예상한 답변이 아니었는지 아주 잠깐이지만 그의 움직임이 멈췄다.


능력치는 단순히 그 사람의 능력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쌍둥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어느 정도는 상대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하고.


사람에 따라서는 능력자로서 얼마나 게으르게 살아가는 지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 백 소장의 능력은 어떤가.

이전까지 본 적 없는 높은 수치를 가지고 있다.

물론 다른 사람들도 시간이 더 있다면 도달할 수 있는 영역이기는 하다.


그러나 그는 한 사업체를 이루고 있고, 관리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탑에 직접 나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매일같이 탑이나 마법진에서 활동하거나 따로 수련하는 사람도 아닌 그가 이 수준까지 올랐다는 것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뜻이겠지.


“무엇이 궁금한 건가?”


백 소장은 진심인 듯 지금까지 보인 적 없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건 진심일까.


“저는 소장님이 탑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아. 그런 이야기였나.”


그는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이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쉽게 믿음이 가지 않았다.


이전에 로운에게 들었던 것들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나의 감이 단순히 좋은 사람으로 믿지는 말라는 듯이 반응했다.


“음... 글쎄... 이것까지 말하는 건 내가 너무 손해인 것 같은데?”

“...?”


“아직 지혁 씨는 나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지 않았나. 나도 뭔가 얻는 게 있어야지. 물론 정보나 교환하자고 자네를 부른 것은 아니네만.”


후루룩 소리가 나게 차를 마시는 모습이 지금 이 상황을 불만스럽게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군요. 저에 대해서 조사는 이미 끝나셨을 거고. 무엇 때문에 부르셨는지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말뜻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서 다행이네.”


백 소장이 슬쩍 웃으며 자신이 기대어 있던 책상에 찻잔을 내려두었다.

내 앞에 있는 차는 손도 대지 않은 채 식어가고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블랙에 대해 조사해 주었으면 좋겠어서 말이야. 자네 말처럼 나는 다른 것을 조사할 시간이 없거든.”

“블랙이요...?”

“그래.”


상대는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듯이 잠시 허공을 바라봤다.

그 모습에서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겹쳐졌다.


“탑이 생긴 초기부터 활동을 하던 집단이라네. 자세한 정보를 얻지 못해서 대처를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제법 형체가 보이고 있어서 말일세.”


“저 말고 조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많을 텐데요. 아니. 오히려 더 유능할 텐데요.”

“뭐... 능력으로만 보면 그럴 테지. 자네는 아직도 능력자 등록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 말이야.”


“의무가 아니라면 앞으로도 딱히 하고 싶지 않네요.”

“그래. 그건 마음대로 하게. 아무튼 블랙이라는 조직은 일반 조직들과는 다르거든. 일반 능력자들에게 부탁하기는 어렵지. 그렇지 않은가. 저렇게 유능한 능력자가 있는데...”


남자의 시선이 나의 뒤로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블랙이라는 조직은 인간의 영역을 넘었네.”

“그게 무슨...”

“그래... 그건 신의 영역에 도달하지 못한 인간도 아닌 몬스터도 아닌 어중간한 조직이라네.”


처음으로 백 소장의 감정이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이건 적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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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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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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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110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3 0 11쪽
109 빼앗긴 지상(5) 23.10.25 23 0 13쪽
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7 0 13쪽
107 빼앗긴 지상(3) 23.10.20 25 0 15쪽
» 빼앗긴 지상(2) 23.10.18 28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2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8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30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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