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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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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68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1.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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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여제(3)

DUMMY

“신의 대리인 같은 거창한 이름은 모르는데요?”

“당신은 그자체로 의미가 있으니까요. 신의 선택을... 받았잖아요.”

“...”


여자의 말에 고서우는 고개를 숙이고 낮게 으르렁거릴 뿐이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상대의 말에 긍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신의 뜻은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에게는 그분의 뜻만이 중요하고. 그분은... 당신이 자신의 힘을 이해하길 바라십니다.”


부채를 펼쳐 얼굴의 반을 가려 유일하게 보이는 눈이 둥글게 휘었다.


불길한 웃음과 함께 여자를 중심으로 검은 마력이 쏟아지듯 흘러나왔다.


검은 마력을 쓰는 인간을 몇 번인가 봐왔지만 여자의 마력은 그들과는 달랐다.

흘러넘치는 마력은 어느 때보다 짙은 색을 띠었다.


석 씨와 나래 씨의 주춤하는 기색이 느껴졌다.


탁-


홀리듯 여자를 바라보고 있는데 귓가에서 무언가 닫는 소리가 들렸다.


이 상황과 어울리지 않는 간결하지만 경쾌한 소리.


눈을 가늘게 뜨고 여자를 바라보니 방금 전까지 활짝 펴져 있던 부채가 접혔다.

부채를 접는 소리였나.


그 소리를 신호로 삼은 듯 여자의 좌우에 있던 유리관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깨졌다.


크르릉...


방금 전에 고서우가 내던 소리가 들짐승 같다고 했다면 이들의 소리는 밤 짐승들의 것과 비슷했다.

잠시라도 한 눈을 판다면 뒷목이 물려 뜯길 것 같은 위압감이 느껴졌다.


울음소리와 함께 깨진 유리관과 쏟아져 나오는 마력 사이에서 소리의 주인들이 나타났다.


“그분의 뜻대로 우리 새로운 인류가 세상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다시 펼쳐진 부채 뒤로 여자의 눈꼬리가 둥글게 휘었다.


유리관에서 튀어나온 이들은. 인간일까. 몬스터일까.


개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유난히 발달한 뒷다리에

흉악한 이빨 사이를 지나 흘러내린 침은 연기를 내며 바닥을 녹였다.


“저 몬스터들의 속마음도 읽혀지나요?”


만약 사람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이성을 잃은 사람이지 않을까?


“...”


옆을 보니 강민서가 노려보는 눈빛으로 들개들을 바라봤지만 말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마땅히 읽히는 것은 없는 듯 했다.


“그럼 저건 인간으로 치지 않아도 되는 거죠?”

“...”


돌아오지 않는 답에 칼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뒤따라 석 씨와 나래 씨가 싸울 준비를 하겠다는 듯이 각자의 무기를 쥐었다.


수는 다섯.

여기 있는 유리관의 수를 생각했을 때는 적은 수다.

그렇다면 저 여자는 진심을 다하고 있지 않는 거다.

무언의 목적을 위해서.


“한 사람 당 한 마리 씩 맡으면 되겠네.”


칼을 꺼내기 전 밀크티 한 잔을 꺼내 마셨다.

원래는 한 병을 다 마셔야 했지만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작은 병에 소분해서 가져온 밀크티였다.


[해당 커피의 효과가 5분간 지속됩니다.]


높은 등급으로 나온 음료도 적게 마시면 효과가 줄어든다.

누가 정한 규칙인지는 모르겠지만 치사하기 그지없다.


크르릉...


물론 이런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감지덕지지만.


생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가장 앞에 있던 몬스터를 선두로 들개들이 동시에 우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캉!


몬스터 중 한 마리가 주둥이를 크게 벌리며 달려왔다.

달려오는 들개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다문 상태에서도 흐르던 침은 넘쳐흘러 선을 그리며 떨어졌고.

그냥 봐도 위협적이었던 송곳니는 팔뚝보다 컸다.


“선배!”


고서우의 외침과 함께 몸이 가볍게 떠올랐다.

팔이 얼얼한 것은 둘째 치고 흘러나온 침이 스치기만 했는데도 칼의 일부와 소매가 녹아내렸다.

녹은 소매 안쪽으로 녹아내린 피부가 보였다.


뒤늦게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다.


“욱...”


캉!


아파하기도 전에 다시 덤벼드는 몬스터가 무언가에 맞고 날아갔다.


“내가 칼이 없어서 더는 못 해줘요.”


고서우가 싱긋 웃으며 칼 손잡이를 바닥에 내던졌다.

아까전의 전투로 인해 부러진 탓에 손잡이만 남은 칼로 나를 향해 뛰어드는 들개의 관자놀이를 내린 친 모양이다.


생물의 피부에 부딪쳤다고 생각되지 않는 소리로 보아 녀석들의 피부는 어지간한 금속보다도 단단한 듯 했다.

그리고 이를 뚫지 못한 충격은 고스란히 고서우의 팔을 타고 전해졌을 것이다.


그러니 충격을 이기지 못해 칼 손잡이를 놓쳤을 테니까.

그런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점은 놀라울 뿐이다.


나는 쥐고 있던 칼을 고서우의 발밑으로 던졌다.


“선배는 뭐 쓰게?”


고서우는 놀랐는지 비명 같은 소리로 물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다 들린다. 이 녀석아.


“그래도 칼 쓰는 놈이 칼 쓰는 게 낫지 않겠냐.”


딱히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녀석보다는 나에게 더 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는다.


석 씨도 있고 미혜도 있었으니까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외투 가장 안쪽에 넣어둔 작은 병을 하나 꺼냈다.


[괴력의 카라멜 마키야토]


거의 써 본적도 없고, 나를 위해 만든 적도 없는 음료였기에 그런 상황이 된 것에 대해 가벼운 애도를 한 번 표고는 뚜껑을 열어 단숨에 들이켰다.


[해당 음료의 효과가 10분간 지속됩니다.]


온 몸에서 힘이 솟아나는 것이 느껴졌다.

음료를 꺼내 이제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외투를 찢었다.


평소라면 절대 할 수 없을 짓이었지만 음료의 효과 덕분인지 종이를 찢듯이 쉽게 찢어졌다.


최대한 얇고 길게 찢은 천을 손에 감았다.

아까의 소리를 봐서는 이렇게 하더라도 뼈가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았지만 이마저도 하지 않는다면 손을 아예 못 쓸 지도 모른다.


“지혁 씨! 더는 어려워요!”


손에 천을 감고 있던 나를 위해 달려오고 있는 몬스터들을 막고 있던 나래 씨가 버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래 씨의 염력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식한 괴력을 지닌 적이 나를 향해 뛰어왔다.


“됐습니다!”


말과 함께 몬스터가 몸의 자유를 찾았다는 듯이 날뛰며 뛰어왔다.

눈을 가늘게 뜨고 상대를 관찰했다.

밀크티의 효과가 남아있어 가느다란 선이 몬스터의 위로 나타났다.


“앞다리의 무릎을 공격하세요!”


말하면서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은 몬스터의 앞다리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곳은 단단한 무언가로 감겨 있었다.


후후...


여자의 웃음소리가 소음 사이에서 작게 들려왔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 혼자서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흥미롭다는 듯이 웃고 있는 여자의 눈은 흰자까지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지금 이게 웃기냐?


당장이라도 가서 따지고 싶었지만 우리는 그런 사이도 아니었거니와.

당장이라도 우리를 뜯어 먹겠다는 듯이 으르렁 거리고 있는 몬스터를 두고 갈 수는 없다.


“내가 깨보겠다.”


석 씨가 몸을 숙이고 주먹을 뒤로 뺐다.

그러자 황금색의 환한 빛이 석 씨의 몸을 둘렀고, 안 그래도 큰 근육들이 꿈틀거리며 부피를 늘려갔다.


“연달아 다섯 번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대요!”


앞만 노려보고 있던 석 씨는 눈짓으로 강민서를 보더니 이내 강민서가 그의 말을 전했다.

안 그래도 말수가 없는 남자인데...


“그럼 제가 최대한 움직임을 막아보겠습니다!”


나래 씨의 주변으로 환한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마력이 뻗어나가 몬스터의 주변을 두르자 적의 움직임이 멈췄다.

하지만 마력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오래 견딜 수 없을 것 같다.

그마저도 두 마리 뿐이다.


나머지 세 마리는 우리의 몫이었다.


“칼을 주셨으니 두 마리는 제가 맡죠.”


고서우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양손으로 칼을 쥐었다.

그의 주변으로 황금색의 빛이 뿜어 나오더니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나래 님과는 달리 제 능력으로는 완전한 견제는 어렵지만 그래도 선배에게 달려가는 것 정도는 막을 수 있어요.”


고맙다는 말을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이런 순간에도 왠지 녀석에게는 그런 말을 할 수 없어 잠깐 벌어진 입을 다시 닫았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나를 향해 뛰어오는 몬스터 때문에 다물 수밖에 없었다.

절대 내가 못마땅해서 다문 것이 아니다.


뛰어드는 몬스터의 머리를 잡고 녀석의 목 위에 탔다.


이럴 줄 알았다면 쾌속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많이 챙겨오는 건데.


자신의 목에 앉아 터무니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은지 몬스터가 몸을 격렬하게 흔들었다.

한 쪽 손으로는 떨어지지 않게 녀석의 목을 잡고 정수리를 있는 힘을 다해 내리 쳤다.


깡-!


힘은 대상을 뚫지 못하면 그대로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한다.

방금 전 있는 힘을 다해 내리쳤던 충격이 주먹에서 팔을 타고 어깨까지 전해졌다.


“큭...”


뼈에 금이라도 갔는지 천으로 감싼 손이 욱신거렸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이번에 주먹이 깨지며 느껴지는 고통으로 인해 녹아내린 팔의 고통은 옅어졌다.


아무렇지 않은 척 비명소리를 참으려고 깨문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가만히 좀 있어라! 안 아프다! 아주 잠깐 따끔이야.”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은 무리인가.

그렇다면 최대한 몬스터의 목을 잡아서 움직임을 막아야 했다.

양팔로도 다 잡히지 않을 정도의 두께였지만.


“어떡하지.. 개들이 싫어하는 거... 싫어하는...”


시선이 몬스터의 뒤를 향했다.

날뛰고 있는 탓에 곁눈질로 밖에 볼 수 없었지만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녀석의 꼬리가 이어지는 부분에 선명하게 나타난 노란색 선.



[검술의 밀크티 효과가 사라집니다.]


선을 확인함과 동시에 음료의 효과가 사라졌다는 안내창이 나타났다.


위치는 확실하게 봤지만 그것이 베라는 의미인지 찌르라는 의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엉덩이 맞으면 가만히 있겠지!”


짝!


붙잡고 있던 목을 놓고 등을 타고 등뼈와 꼬리를 잇는 부분까지 미끄러져 내려갔다.

주먹을 쥐는 것도 힘들어 그대로 내리쳤더니 찰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몬스터가 고개를 들어 긴 비명소리를 냈다.


커어엉!


“지금이에요!”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이미 석 씨의 몸이 몬스터의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불어온 부드러운 바람이 나를 감싸더니 그대로 허공으로 떠올랐다.


발밑에서 앞다리 무릎에 꽂힌 석 씨의 주먹과 주먹에서부터 드릴처럼 소용돌이 치는 황금빛의 마력이 보였다.


크아아아악!


이어지는 몬스터의 비명소리는 짐승의 그것과도 같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짐승의 비명소리를 따라 하는 인간의 비명소리 같기도 했다.


무릎을 보호하던 금속이 깨지면서 밀려난 몬스터를 향해 틈을 노리고 있던 고서우가 자리를 박차고 날아가 칼을 휘둘렀다.


깔끔한 칼선을 그리며 고서우가 바닥에 내려앉자 비명을 지르던 몬스터가 가루가 되어 흩어져 사라졌다.


“이렇게 해야... 한 마리라는 거죠?”


고서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그의 뒤로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다른 개들이 우리를 향해 침을 흘리며 으르렁 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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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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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1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8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29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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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검은 옷의 사람들(5) 23.10.04 34 0 11쪽
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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