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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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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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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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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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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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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야경이 보이는 곳(2)

DUMMY

“후퇴...?”


가장 긴급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상황에서 쏘기로 했던 신호가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나래 씨의 목소리에 깃든 불안감이 주변으로 옮아가며 분위기를 굳혔다.


“있겠죠... 있긴 한데... 무슨 일이...”


이미 인간보다 몬스터가 많아진 지상이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몬스터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


“역시 제가 가봐야겠습니다. 누구 하나는 있어야죠.”

“로운씨...”

“여기는 지혁 씨도, 다른 분들도 계시니까요. 역시 걱정이 됩니다.”


차분하게 말하는 목소리가 살며시 떨리고 있는 걸 느낀 건 아마도 나뿐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주변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마력이 그답지 않게 격렬하게 요동치고 있으니까.


“그럼 저도 같이 가요!”

“나래 씨는 여기서 유일하게 원거리 지원이 가능한 분이세요. 제가 불안해서 그래요. 상황만 빨리 파악하고 돌아올게요.”


아무래도 이전의 드래곤을 마주했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던 걸까.


“아닙니다. 돌아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로 벙커로 돌아가 주세요.”

“...”

“그럼 우리가 불리해질 텐데요?”


나의 말에 로운의 고개가 가볍게 위아래로 흔들렸지만 옆에 서있던 고서우는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이 녀석의 인간성에는 어딘가 크게 빈 곳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꼭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

상황에서 감정을 배제하고 생각할 수 있는 건 어쩌면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경험을 쌓고, 동료를 아끼는 마음을 조금만 더... 갖는다면 좋은 리더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우리 팀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이제 와서 두고 갈 수도 없겠지만.


“위험하니까요.”


대신 대답한 목소리는 불안감을 억지로 억누르며 진정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나래 씨였다.


“우리는요?”

“우리도 애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위험한 상황이 되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도망칠 거예요. 그렇죠. 지혁 씨?”

“...네.”


고서우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그럼 녀석들을 놓칠 수도 있는데요?”

“살아있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거니까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고서우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하긴 우리는 목숨은 한 개죠!”


이전의 대화에서 어떠한 충격이라도 받은 것일까.

원래 생각하는 방식이 특이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유난히 이상한 것 같다.


아니... 이건...


빙긋 웃어 보이는 고서우의 얼굴 위로 어딘가 익숙한 여자 아이의 얼굴이 비쳤다가 사라졌다.


‘스모어’


문득 떠오른 이름에 꼬리를 물 듯 익숙한 목소리와 마력의 기운이 느껴졌다.

이건 아마도...


중국에서 의식을 잃었을 때 나에게 속삭이던 목소리다.


그때의 존재와 지금의 존재는 같다.


그러나 저 얼굴은... 그때 본 얼굴이 아니다...


아니... 나는 녀석의 얼굴을 본 적이 있던가?


“지혁 씨?”

“아. 네.”

“일단은 제가 갈게요. 여기는 지혁 씨한테 맡길게요.”


말을 마친 로운이 왔던 길을 되돌아 뛰었다.

있는 힘껏 달리는 건지 머지않아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빠르네...”


고서우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꿈꾸듯 몽롱했다.

이상하다. 평소의 녀석 같으면서도 아닌 것 같은...


그리고 이 코를 찌르는 달짝지근한 냄새는 대체...


“우리도 가볼까요?”


고서우는 감탄을 끝내고는 우리를 향해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대체 녀석은 누구지?

우리도 모르게 우리 모두를 날려버릴 수 있는 폭탄을 떠안고 있는 건 아닐까.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스멀거리는 불안감이 흘러나왔다.


“이미 데려온 이상 너무 신경 쓰지 마라.”


그런 내 불안감을 눈치 챈 석 씨가 나에게만 들릴 목소리로 말했다.


“네...”


남에게 들킬 만큼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었나.

손으로 세수를 하듯 얼굴을 한 번 훑고는 양 뺨을 가볍게 쳤다.


어차피 블랙을 찾기 위해서는 고서우가 필요하다.

이 이상 고민을 해봤자 의미가 없다.


“알겠습니다.”


옆에서 작게 고개를 끄덕이는 움직임이 보이는가 싶더니 다시 직선의 빛이 보였다.

아까 신호 이후의 다른 신호는 없었다.


후퇴하겠다는 신호가 날아온 지 불과 몇 분조차 되지 않았는데...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지?


“선배! 저기서 빛이 끝나요.”


고서우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끝에는 자동문이 하나 있었다.

몬스터로 지상을 뺏긴 이후로 전기도 끊겼을 텐데 자동문은 초록색 빛을 내며 켜져 있었다.


자동문 뿐 만이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 고서우가 알려주기 전까지는 그 자리에 있었는지 몰랐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을 정도로 환하게 빛나는 빌딩이 있었다.


“이걸 못 보고 걸어온 건가?”


석 씨 또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미간을 좁혔다.

그러한 상황은 나래 씨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뭐. 이런 세상에서 이런 것쯤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니잖아요? 드래곤도 나타나는 세상인데.”


그도 맞는 말이다.

이제는 어떤 일이 일어나도 놀라는 게 놀라운 세상이 되었다.


불과 몇 년 만의 일이었다.


“그럼 들어가 볼까요?”


그런 내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고서우가 힘차게 자동문을 향해 걸어갔다.

센서가 사람을 인식하고 문을 열어주는 거리까지 한 걸음 남긴 시점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 안 가는 게 좋아요.”


익숙한 목소리였지만 말투는 낯설었다.


말투뿐만이 아니다.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는 시선도,

며칠 모래 속을 구른 듯 흙먼지가 잔뜩 묻은 얼굴도,

군데군데 찢어져서 이전의 단정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도.


단편적인 모습만 보더라도 상대가 그간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알 수 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강민서...”


어둠에 묻혀 보이지 않던 것들이 강민서가 우리에게 다가올수록 점점 선명해졌다.


옆에서 고서우가 칼 손잡이를 잡는 소리가 들리고, 나래 씨의 주변으로 마력이 흘러나오며 내는 빛이 보였다.


“이 ‘사람’들은 공격하지 않을 거예요. 이제는 괜찮아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강민서가 희미하게 웃었다.

자신보다 큰 늑대의 갈기를 긁어주는 그녀의 손길과 눈빛에서는 애정이 느껴졌다.


“여기는 사람들을 몬스터로 만드는 곳이에요. 더 이상 다가가는 것은 위험해요. 몬스터가 되면 인간이었을 때 자아는 거의 남지 않는다고 해요. 아니...”


말을 하면서 강민서의 애정 섞여 있던 눈빛이 조금 슬픈 듯이 처졌다.


“새로 만들어진 자아에 의해서 갇히고 만대요. 자신이 자신의 가족을 죽여도 그걸 막을 힘조차 없는...”


끝을 흐리며 마친 말에 누군가 놀라는 기척이 느껴졌다.


나래 씨가 가볍게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이전에 동물원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해준 적은 있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다른 문제겠지.


“누군가는 막아야 하는 일이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의문이 든다.

나는 정말로 그런 거창한 이유가 있어서 여기에 온 것일까?


“굳이... 죽음을 향해 갈 필요는 없어요.”


강민서의 눈빛은 못 본 사이에 많이 변했다.

이전의 따뜻한 기운과 배려, 망설임으로 가득 차있던 눈은 이제는 텅 비어있었다.


빈자리를 대신해서 차있는 것은 마치... 의무감.


“그... 몬스터들은 이제 괜찮다는 건 무슨 소리에요?”

“...”


나래 씨의 질문에 강민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상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주변으로 마력이 넘실거렸다.


이전과 달리 안정적인 흐름의 마력으로 보아 밖에서 생활하는 사이에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배운 듯하다.


“스킬을... 배웠구나.”


상대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선배는 마인드 리더도 아닌데 상대에 대해서 잘 아시네요.”

“뭐...”


속마음을 읽히고 싶지 않아서 시선을 가볍게 다른 곳으로 돌렸다.

상대는 이제 남의 마음을 읽는데 거부감이 있던 예전의 강민서가 아니었다.


그런 강민서의 주변으로 이전에 보지 못했던 글자들이 떠올랐다.


이종족 교감 Lv. 11


강민서는 그간 세 번째 스킬을 알게 되었고, 단기간에 레벨을 저렇게까지 올려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동안에 부쩍 성장한 것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현재 지상은 몬스터가 점령한 상태...

능력자였지만 비능력자의 삶을 살고 있던 강민서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이런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그분께서는 이곳...”


강민서의 시선이 빌딩의 옥상을 향해 천천히 올라갔다가 빠르게 내려왔다.


“블랙에서 하는 일을 막고 싶어 하세요. 그 일에 제 능력이 필요하다고 하셨어요.”


잠시 방심하는 사이 읽힌 것인지 강민서가 웃으며 답했다.


“다른 사람이 알기를 바라시지 않으셔서 알려드릴 순 없어요.”

“그래...”


아쉬움의 입맛을 다시고 있자니 강민서는 방금 전의 대화중에서 가장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선배도 제 도움이 필요하다면 저도 같이 들어갈게요.”


강민서의 말에 그녀의 곁에 서 있던 몬스터들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그녀의 말대로 그들은 인간의 인격을 유지하고 있는 중인 듯 했다.


모습은... 인간의 영역을 벗어났지만.


“괜찮아요. 제가 위험해진다면 그분께서 도와주실 테니까요.”


말하는 폼이 흡사 신을 믿는 인간의 모습과도 같다는 기분이 들었지만 이 말은 하지 않고 삼키기로 했다.


“그리고 저 이제 제 몸 하나 정도는 챙길 수 있으니까. 짐이 될 거라거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요. 저는 그저 선배에게 빚을 갚고 싶을 뿐이니까요.”

“빚?”

“그런 게 있어요.”


싱긋 웃더니 이내 비어있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뭐 그럼 아무 문제없겠네요.”


여러 복잡한 기분이 한 번에 몰려온 탓에 입을 다물고 있자니 고서우가 나서서 답을 내렸다.


그에 대한 신뢰가 없는 다른 사람들도 이번만큼은 알겠다는 듯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걱정한 적 없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고서우가 자동문 앞으로 다가갔다.

어둠이 내려앉은 세계의 유일한 빛이 된 건물의 문이 열렸다.


+++


“허억... ”


로운은 힘들었다.

꽤나 먼 거리를 정말 빨리 뛰어왔다.

능력까지 써가며 뛰어온 덕분에 빨리 오기는 했지만 폐가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았다.


뛰던 도중에 다시금 빛이 이어진 덕분에 애들은 무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자신들이 쫓고 있는 자들은 드래곤을 소환할 수 있는 힘을 가졌다.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

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신이라고 하는 자들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말도 안 되는 밸런스를 그저 두고 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알고 있는 신과는 다른 무언가가 이 세계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혁이 무언가를 알고 있는 것 같지만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것이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인지 자신들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알면 알수록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알았다라고 생각한 순간에는 또 다시 자신의 내부로 기어들어갔다가 모르겠다 싶으면 다시금은 손을 내민다.


로운은 자신의 마음속에 불안감과 불신의 싹이 아주 조금 돋아났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대표님!!”


구슬이 있던 자리 근처로 오자 세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그 중 하나는 의식을 잃은 듯 누워있었고 나머지 둘은 누워있는 사람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었다.


“미혜는...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입으로는 그간의 사정을 물으면서 눈으로는 미혜의 상태를 살폈다.

자잘한 상처가 있는 것 같았지만 위급해 보이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저 곤히 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게...”


승주와 승우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거의 동시에 로운이 왔던 방향과 다른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균열이 있었다.

공간을 가른 검은색 균열에서 검은 연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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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여제(1) 23.11.24 28 0 11쪽
121 야경이 보이는 곳(3) 23.11.22 23 0 11쪽
»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29 0 12쪽
118 레드 드래곤(4) 23.11.15 30 0 13쪽
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3 0 12쪽
116 레드 드래곤(2) 23.11.10 22 0 11쪽
115 레드 드래곤(1) 23.11.08 25 0 12쪽
114 검은 꼬리 잡기(5) 23.11.06 25 0 12쪽
113 검은 꼬리 잡기(4) 23.11.03 20 0 13쪽
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1 0 12쪽
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110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2 0 11쪽
109 빼앗긴 지상(5) 23.10.25 23 0 13쪽
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6 0 13쪽
107 빼앗긴 지상(3) 23.10.20 25 0 15쪽
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7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1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7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29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101 검은 옷의 사람들(6) 23.10.06 29 0 13쪽
100 검은 옷의 사람들(5) 23.10.04 34 0 11쪽
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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