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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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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384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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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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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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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검은 옷의 사람들(4)

DUMMY

완벽한 수인의 모습을 한 몬스터는 흔치 않다. 대체로 고위 마법진이나 탑에서만 발견되는 종이었다. 그것도 많아야 한두 마리 정도.


‘저렇게 우르르 몰려나올 만한 급은 아니라는 거지.’


이전에 홍대에서 겪었던 일을 계기로 로운에게 받은 칼을 늘 들고 다니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는데.


사실 비능력자가 이런 위협이 될 수 있는 무기를 들고 다니는 것은 법에 위배되는 행위고, 나는 아직 정식으로 능력을 등록하지 않은 서류상 비능력자여서 문제지.


아직까지 누구도 이를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냥 들고 다니고 있다.


“승주야. 우리가 할 수 있을까?”


동물원에 배치되어있는 능력자나 관리자들의 수는 일반인들을 대피시키기에도 벅찼다.


벅차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정도 수의 수인이라면 인간 쪽이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곧 지원이 오긴 하겠다만. 그때까지라도 버텨야 한다.”

“노력해 볼게요.”


이미 연락은 갔을 테지만 비상사태에 지원 오는 능력자들은 오 분 대기조가 아니다.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능력자들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지원 오는 시간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밖에 없다.


“승주야 이거 마셔.”

“이거... 비싼 거 아니에요? 제가 마셔도 돼요?”

“직원 할인이라 하자.”


가방에서 음료가 담긴 캔을 꺼내 건네자 승주가 놀라서 물었다. 본인이 수없이 많이 팔았던 그것들이었지만 직접 마셔본 적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승주가 사 마시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기는 하다. 물론 원한다고 했다면 얼마든지 줬겠지만 그런 소리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성격은 못 될 아이들이었다.


“그거...”


음료에 대해 설명하기도 전에 승주는 이미 비어 버린 캔을 던져버렸다.


“설명 같은 건 필요 없는 거야?”

“대표님이 주셨는데 설마 못 먹을 걸 주셨겠어요?”


나를 믿어주는 것은 고맙지만 혹여 어디 가서 뒤통수를 맞고 사기를 당하는 것은 아닐지 심히 걱정이 된다.


물론 설명을 듣지 않아도 곧이어 안내창이 효과에 대해 이야기 해주겠지만. 나 또한 음료를 마시자 머지 않아 안내창이 나타났다.


[60분 간 마나 회복률이 80만큼 상승합니다.]

[50분간 이동속도가 50만큼 상승합니다.]


“그런데 대표님.”


음료의 효과 덕분인지 아니면 원체 가벼운 몸때문인지 승주가 자신을 향해 수인이 던진 창을 피하며 좋지 않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두 개 동시에 마셨더니 배불러요. 이거 토하면 어떻게 돼요?”

“...”

“효과도 토해지려나?”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지만 그것들을 뱉어내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승주야...


“양을 줄이면 효과도 줄까요? 이거 너무 양이 많아서 상품성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손으로 입을 막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 진심인 듯 했다.


“고려해 볼게.”


커피 한 잔에 355ml. 확실히 두 개의 효과를 동시에 얻기 위해서 두 개를 마신다면 거의 700ml를 마시는 격이다.


다중 효과를 줄 수 있는 커피를 만들던가. 적은 양으로도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물론 여기서 살아남으면 말이야.”


붉은 눈을 한 하얀색 토끼 수인 한 마리가 나를 향해 손을 뻗어오고 있었다.


칼을 휘둘러 뻗어온 팔을 자르자 잘린 팔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빛의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잘린 부분에서 새로운 팔이 자라났다.


“무슨 연구를 하고 있다더니 몬스터 개조도 하고 있던 건가?”


아까 화란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몬스터 연구라고 했던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를 하는 지에 대해선 듣지 못했다.


물었다고 해서 답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었겠지만.


“대표님. 얘들 재생해요!”

“응. 나도 알고 있어.”


승주가 몬스터 사이를 빠른 속도로 뛰어다니며 전력을 방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흡사 유명 만화의 무엇과 닮았다고 생각했으나 죽어도 입밖으로는 내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승주가 지나간 자리로 몸의 일부를 잃은 몬스터들이 꿈틀거리며 재생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주머니에서 음료 하나를 꺼내 마셨다.


[40분간 근력이 30만큼 상승합니다.

40분간 민첩이 35만큼 상승합니다.

50분간 행운이 40만큼 상승합니다.

60분간 마법의 효과를 받습니다.]


빈 캔이 바닥에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함께 오랜만에 보는 노란색 선이 상대를 두르고 있었다.


몬스터의 중심부부터 꽃이 피듯이 사방으로 퍼져있는 선.


“뭐 어쩌라는 거지.”


어디서부터 시작하고 어디서 끝나라는 것도 없었다.


“설마...”


헐렁하게 잡고 있던 칼을 짧게 바로 잡았다. 설마 원하는 것이 그건가 싶었지만 확실한 건 선을 따라 칼을 휘둘러보면 알 수 있겠지.


“내 근력이 버텨주려나.”


능력이 생긴 이후로 꽤 좋아진 몸이었지만 전투형 능력이 아닌 만큼 확신은 할 수 없었다.


“우리의 주인을 위해!”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지만 상대는 그런 것을 기다려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방금 전 다시 재생된 팔이 위협적으로 뻗어왔다.


“그래 너희의 주인을 위해.”


몸을 숙이고 심호흡을 했다. 단시간 안에 근육을 혹사시켜야 했다.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칼을 휘둘렀다.


민들레처럼 촘촘하게 그어져 있는 선과 달리 실제로 휘두른 칼은 중간 중간 빈 공간이 있었지만 첫 시도 치고는 괜찮았다.



“그아악...”


쓰러진 토끼 수인이 걸걸한 울음소리를 내며 빛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하아...하...”


음료의 효과를 빌렸다고는 하지만 몬스터가 재생되기 전에 재생할 수 없도록 베는 것은 근육에 무리를 줬다.


멀지 않은 미래에 근육들이 내지를 비명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것 같다.


순간 사라져가는 몬스터의 이상한 점이 시선을 끌었다. 일부는 황금빛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가 하면, 몇 개는 검은색 빛을 띠며 사라졌다.


“무슨 차이지.”


조금 더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지만 이런 난전 속에서 여유롭게 고민할 여유는 없었다.


동료의 죽음에 화가 난 다른 토끼 수인과 다른 종류의 수인들이 고개를 돌려 강렬하게 공격의사를 내비치고 있었다.


“좀!”


최대한 잘게, 더 이상 재생할 수 없을 정도로 잘게 베면 되는 듯 했다.


“승주야! 산산조각을 내!”

“알겠습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고릴라 같기도 하고 인간 같기도 한 무언가를 상대가 하고 있던 승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상체를 숙여 뛰어오던 몬스터의 아래로 들어갔다.


그와 동시에 몬스터의 복부라고 생각되는 곳에 양손바닥을 모아 외쳤다.


“피어나라!”


외침과 함께 승주의 손끝으로 모여든 노란색의 빛이 전기의 형태를 띠면서 몬스터의 복부부터 가시가 되어 퍼져나갔다.


“처음 보는 기술인데.”


그 동안 쌍둥이들의 성장을 눈여겨보지 못했는데 승주는 못 본 사이에 새로운 스킬이 열린 듯 했다.


자신의 능력을 응용한 거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기에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몬스터가 저렇게 산산조각이 날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아니... 혹시...


몬스터의 공략을 깨달은 승주가 다른 몬스터에게 다가가 같은 방식으로 공격을 가했다.


승주에게 준 음료는 나와 같은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마나 회복력이 상승하는 아메리카노였다.


커피의 효과도 있겠지만 워낙 가벼웠던 탓에 더욱 잽싸게 움직이며 몬스터의 안쪽으로 파고 들 수 있었다.


거기에 평소보다 빠른 마나 회복력 효과까지 있으니 스킬을 난사할 수 있으리라.


“단순히... 그렇다고 하기에는 물론...”


음료의 효과도 있었겠지만 왜인지 몬스터 사이를 뛰어다니며 전력을 방출하고 있는 승주의 표정이 몬스터가 하나 씩 사라져갈 때마다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았다.


“잘 싸우네.”


마법형 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은 주로 후방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몸을 쓰는 일이 쉽지 않다. 그만큼 능력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섬세한 경향을 보였다.


승주가 후방뿐만 아니라 암살이나 근거리 공격까지도 할 수 있게 된다면 팀의 전력이 한층 오를 것이다.


물론 능력 특성상 조용하게 암살은 어렵겠지만...



민들레가 만발한 들판 같았다. 피어나는 전기와 빛이 되어 사라져 가는 몬스터들.


만약 이곳이 실전이 아니고, 싸움터가 아니었다면 빛의 축제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화려한 모습이었다.


“대표님! 모두 대피시켰습니다!”


멀리서 승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니 이미 손쓰기는 늦은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광장을 벗어난 것 같았다.


쏟아내듯 몬스터를 내보내던 소환도 멈춘 듯 했다.


“화란씨는?”

“그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을 돌본다고 대표님 지원가라고 하셨습니다.”


이전에 봤던 화란의 능력이 떠올랐다. 지금까지 봤던 어떤 치유 능력자보다도 폭발적인 마력을 보여주던 그녀였다.


“위험하니까 다가오지는 마.”


깡!


말을 하는 와중에도 아가리를 벌리고 뛰어드는 악어 수인의 이빨이 목덜미를 노리며 다가왔다.


겨우 칼을 들어 막았다. 이빨과 칼이 부딪치며 나는 날카로운 소리가 매서웠다.


눈으로 훑어보니 대략 60마리정도 남은 듯 했다. 승주에게 준 버프의 효과도 고작해야 몇 십분 뒤엔 끝날 터.


지원이 더 늦는다면 결국은 나랑 승주도 여기 있는 다른 시체들과 나란히 눕게 되겠지.


‘뭔가 다른 방법이 필요해.’


까앙!


방금 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부딪쳐오는 몬스터에 칼을 들고 있는 손이 저렸다. 하마터면 칼을 놓칠 뻔 했다.


손뿐만 아니라 시야도, 몸도 흔들렸다.


‘힘이 엄청나네.’


몬스터의 신체적 능력치는 인간을 크게 웃돈다. 그렇기에 인간은 무기를 가지고, 능력을 가지고, 동료와 함께 처리해 나갈 수밖에 없다.


왜 이런 걸...


[... 내 도움이 필요해?]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이질적인 무언가가 보였다. 온기를 잃은 인간들과 포악하게 날뛰는 몬스터 사이에서 흐릿하게 서 있는 한 형태.


[나는 너의 신. 네가 원한다면 힘을 빌려 줄 수 있어.]


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렸다. 소리마저 흔들리는 기분에 메스꺼움이 밀려왔다.


거대한 이빨을 밀어낸 뒤 칼을 휘둘렀다. 몬스터는 베인 상처부터 빛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손 저림이 사라지자 흔들리던 시야도 멈췄다. 이질적으로 서 있던 소년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나랑 장난하자는 건가.’


물론 어이없어 할 시간도, 화를 낼 시간도 없다. 악어에 이어 이번에는 곰이었다.


악어 수인보다 덩치가 큰 녀석이었기에 방금 전처럼 맞받아 쳤다가는 칼이 부러지든 팔이 부러지든 할 것 같아서 공격을 흘려 넘겼다.


흘려냈음에도 처음 받았던 공격의 진동이 손을 타고 어깨까지 전해졌다.


[이 아이들은 가짜야. 가짜들의 우두머리를 찾아.]


시야가 흔들리고, 정신이 흔들릴 때마다 소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짜들의 우두머리라니. 애초에 몬스터에 진짜와 가짜가 있다고?


잠깐...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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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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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에스프레소(2) 23.10.11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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