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60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0.06 09:00
조회
29
추천
0
글자
13쪽

검은 옷의 사람들(6)

DUMMY

[형이 하고 싶은 대로 해.]


귀에서 느껴지는 가려움 사이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대는 어찌하여 여기까지 왔는가.”


[형이 가고 싶은 곳으로 가.]


“그대는 어찌하여 신의 뜻을 반하는가.”


[그것이 나의 뜻.]


“그대는 어찌하여 신의 선택을 받고도 신의 수족이 되지 않는가.”


[그게 내가 형을 선택한 이유.]


목소리가 들려오면 올수록 간지러움이 심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간지러움이 고통이 되었다고 생각할 무렵 청량함이 밀려왔다.


마치 한여름에 무더위 속에서 헤매다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실 때의 상쾌함.


[장인 에스프레소의 효과가 발동됩니다.]


[30분간 신체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신체 능력의 한계가 대폭 상승합니다.]

[즉시 버프 해제가 가능합니다.]

[주의 –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위험합니다. 해당 버프는 사용자의 생명력을 기반으로 발현됩니다.]

...

...

...


수 없이 많은 안내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너무 많이 나타난 탓에 반투명한 안내창때문에 눈 앞의 상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다 사라져!”


안내창을 모두 끄자 귀의 간지러움도, 방금 전 광장에서 했던 전투로 입었던 상처도, 피곤함도 한 번에 사라졌다.


그리고 소년의 목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알아서 하라는 거겠지.’


이 버프 또한 소년의 것이라고 짐작되었다.

그게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들고 있던 칼을 버리고 칼집을 꺼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상대로 칼을... 쓰고 싶지는 않아.


몬스터였다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칼을 들었겠지만 상대는 인간이다.

자신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인간.

그들이 아무리 많은 나쁜 죄를 지었고, 인류에게 해가 될 존재들이라고 할지라도...


그 심판을 내가 할 수는 없다.

그럴 권한 따위 나에게 없다.


“그런 말이 있지. 자신보다 약한 자의 말은 듣지 말라고.”


물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겨봐. 이기면 너희가 해달라는 걸 들어줄게.”


스스로도 이런 자신감있는 발언을 했다는 것에 놀라웠지만 말은 내 의사와 달리 이미 입을 떠났다.


이렇게 도발을 하는 성격이 아닌데. 아닐... 거야?

소년의 버프 덕분인지 몰라도 지금이라면 뭘 해도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피어났다.


아니면 이 또한6 다 읽지 않고 꺼버린 버프의 효과일지도 모르겠다.


몸이 가볍다.


가볍게 뛰어서 다가갔는데 어느 새 경호원이라고 생각했던 덩치가 큰 남자 앞에 도착해 있었다.


상대가 깨닫기도 전에 칼집의 끝으로 남자의 복부를 가격하자, 그렇게 강한 힘이 아니었음에도 남자의 몸은 허공으로 떠 몇 미터를 날아갔다.


그마저도 수인이 등을 받아준 덕분에 더 멀리 날아가진 않은 것이었다.


확실히 저 수인은 평범한 몬스터가 아니다.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의 협동을 할 수 있다.


외모만 아니라면 인간이라고 생각될 수 있을 정도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등 뒤로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기척 또한 평소보다 더욱 예민하게 느껴졌다.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숨소리, 미묘한 공기의 변화.


무엇보다 강하게 뛰는 심장 소리까지.


뒤를 노리고 있던 상대의 뒤로 이동해 회사원으로 보였던 여자의 머리를 잡아 바닥으로 내던졌다.


칼만 들지 않았을 뿐,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면 내 의사와는 별개로 생을 마감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위력이었다.


힘이... 조절되지 않는다.


그저 생각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는 게 최선이었고, 세세한 힘의 조절은 할 수 없었다.


죽여서는 안돼.


죽여서는 블랙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다.

진 쉬에도, 소원의 행방에 대해서 알아낼 수 없다.

그 생각만으로 최대한 치명적이지 않은 공격을 하려고 애썼지만 넘쳐나는 힘은 단순한 공격조차 치명적으로 만들었다.


어느새 정신을 차렸을 때는 수인을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누워있었다.


[주의 –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위험합니다. 해당 버프는 사용자의 생명력을 기반으로 발현됩니다.]

[주의 –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위험합니다. 해당 버프는 사용자의 생명력을 기반으로 발현됩니다.]

[주의 –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위험합니다. 해당 버프는 사용자의 생명력을 기반으로 발현됩니다.]


이제 겨우 고작 5분이 지난 시점이었는데 주의를 주는 안내창이 수시로 나타났다.


대체 뭘 준 거야.


이렇게까지 지속 시간이 짧고 위험부담이 큰 버프가 있었나.

효과는 좋았지만 아무 때나 사용하기에는 리스크가 클 것 같다는 느낌이 수 많은 안내창에서 느껴졌다.


그 순간 혼자 남은 수인이 나를 향해 발톱을 뻗으며 뛰어왔다.

그 모습조차도 실제보다 느리고 선명하게 보였다.


이제 몬스터니까 칼을 꺼낼 만도 한데 왠지 마음이 가지 않았다.

정말... 죽여도 되는 걸까?


인간의 말을 하고, 인간과 협업이 가능한 존재를.

단순히 몬스터라고 할 수 있을까.

쉽게 칼로 베어 죽일 수 있을까.


내가 그래도 될까?


고민하고 있는 사이 발톱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간발의 차로 피하기는 했지만 조금만 늦었다면 그대로 눈을 맞아 앞을 보지 못할 뻔 했다.


상대는 나를 죽이기 위해 공격해오고 있었다.


인간과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해도 수인이라는 것인지 다른 사람들을 상대할 때와는 달랐다.


이 하얀 털을 가진 몬스터는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다가오는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는데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게끔 공격을 퍼부었다.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다.

공격을 피하며 틈을 노리는 수밖에 없어.


수인의 육체 능력은 인간을 능가한다.

버프의 효과가 없었더라면 이 싸움에서 나는 그저 싸늘하게 식어갔을 것이다.


게다가... 이 녀석 지금 다른 녀석들의 마력을 흡수하고 있어.


쓰러져있는 검은 옷의 사람들로부터 흘러나오고 있는 검은 마력이 흰 털의 수인에게 모이고 있었다.


마력을 기반으로 지치지 않고 움직이고 있는 건가.


이 녀석들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방금 전에 말했던 신에 대한 믿음 때문에?


이해할 수 없는 상대에 대한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차에 몬스터의 정수가 눈에 들어왔다.


손을 뻗어 공격하려는 찰나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요. 지혁 씨!”


그 말에 잠시 주춤한 사이 수인의 커다란 손이 얼굴 옆까지 다가왔다.


쿵!


그대로 맞아 주변에 있던 안내소의 건물에 부딪쳤다.

간신히 머리로 부딪치는 것은 피했지만 충격이 전심으로 퍼졌다.


“쿨럭...”


“지혁 씨!”


온몸이 깨질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노란 빛이 온몸을 감싸더니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보니 달려오고 있는 화란과 아이들, 그리고 첸이 보였다.


[경고 – 더 이상의 버프 지속은 위험합니다.]

[경고 – 더 이상의 버프 지속은 위험합니다.]

...

...


같은 안내문이 눈앞에서 깜빡였다.


“버프 해제...”


[버프가 해제되었습니다.]


아직 시간이 남았지만 해제라는 말과 함께 온몸에서 넘치던 힘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대표님 괜찮아요?”


나를 향해 뛰어온 승주와 승우가 보였고, 그 뒤로 수인의 시선을 끄는 첸과 시선이 끌린 수인의 뒤에 서있는 화란이 보였다.


“응. 괜찮아. 다들 괜찮아? 다른 수인들은?”

“관리소에서 지원 와서 맡겨두고 왔어요.”


두 아이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나자 온몸의 끊어질 듯 아팠다.


아마 버프를 해제하며 미처 회복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 듯 했다.


“그렇구나. 그나저나...”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조심해서 싸운다고 싸웠는데 바닥 곳곳은 움푹 패였고, 근처에 있는 나무들은 부러졌다.


“사...사람들은?”


시선을 돌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쓰러져 있던 곳을 찾았다.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저기가 맞는데,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저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지고 있는 검은 빛의 가루만이 보였다.


“죽었나...”


밀려오는 죄책감을 채 깨닫기도 전에 구역질이 밀려왔다.


내가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방금 전까지 나와 대화를 나누었던 사람들을.

살아서 움직였던 사람들을.


“대표님 괜찮아요?”


밀려오는 구역질은 참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고, 이내 속에 있던 것들을 쏟아냈다.

하루 종일 제대로 먹은 것도 없는데 계속해서 쏟아졌다.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시야를 막았다.

정신을 차려보려고 애를 쓰는 와중에 수인을 잡아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알 수 없는 밧줄로 묶고 있는 첸과 화란 씨가 보였다.


그들이 상대하겠다고 말한 집단은 단순히 적이 아니다.

인간이다. 그런 인간을 수없이 죽여 왔을 그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도와 소원을 찾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오늘 같은 일을 몇 번이나 더 반복해야 하는 걸까.


“어머. 지혁 씨는 왜 이래요?”


화란의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손을 털고 있는 그녀와 평소와 다름없어 보이는 첸이 보였다.


싸움도, 소년의 버프도, 구역질도 몸에 무리를 가중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없었다.


“한참 토하다가 쓰러지셨어요.”

“흐음...”


화란이 쭈그리고 앉아 목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는 느낌이 났다.



“기력은 없어 보이지만 몸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네. 첸.”

“...”


눈을 뜰 힘도 없었지만 대화와 목소리 만으로 화란 씨와 첸 사이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모를 수 없었다.


“그럼 나나 아이들이 하리?”

“...”


잠시의 침묵이 있고 첸의 한숨 비슷한 숨을 내뱉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의 힘에 의해 몸이 들어올려지는 느낌이 났다.


얇고 가는 것 같지만 단단한 등이었다.


이후 두 사람의 목소리가 대화를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중국어인 듯 알아들을 수 없었다.


조용하게 그리고 천천히.

어딘가 낯설게 느껴지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잔잔해서 점차 의식이 멀어져갔다.


“저 녀석은 어쩔 거야.”

“뭐... 애들 불러야지.”


첸의 턱이 곤히 자고 있는 수인을 향했다.

이미 왔을 때 다른 블랙의 조직원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자세한 사정은 지혁이 깨어나야 들을 수 있겠지만 이번에도 블랙에 대한 단서는 거의 얻지 못했다.


“어떡할 거야.”

“고문이라도 해서 알아내야지. 몬스터라서 뭘 얻어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는 화란의 얼굴에는 어떤 변화도 없었다.


살벌한 대화가 오갔지만 제 3자의 눈에는 그저 미소 지으며 잔잔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


“지혁씨?!”


결국은 쌍둥이도 데려다 줘야 했던 첸과 화란은 로운의 회사로 왔다.


“몇 시간 만에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로운이 지혁의 상태를 살피며 쌍둥이를 바라봤다.


“몬스터들이 나타났어요. 지난번에 홍대에서 그랬듯이.”

“...”


승주의 답에 로운은 생각에 잠긴 듯 허공을 바라봤다.


“역시... 그랬구나.”

“역시요?”


되묻는 승주의 대답에 로운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럼 이쪽은?”


생각을 마친 듯 로운의 고개가 첸과 화란을 향했다.


“어쩌다보니 우리 일정과 맞물렸을 뿐이야.”


그저 미소 짓고 있는 첸을 대신해서 화란이 대답했지만 로운은 못 믿는 눈치였다.


“우리가 지혁 씨를 이렇게 만들었다면 여기로 데려왔겠어? 치료하고 기억도 싹 지워서 데려왔겠지. 우리도 그의 기억이 필요해.”

“...”


못마땅했지만 화란의 말에 틀린 곳이 없다고 판단한 로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기 좀 해.”

“좋아. 나의 아름다운 로운.”

“...”


마침내 입을 연 첸의 말에 로운은 답을 회피하며 승주와 승우에게 물었다.


“그... 승주랑 승우는 어떻게 할래? 집으로 갈래? 아니면 다른 곳으로 데려다 줄까?”


로운의 질문에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던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첸과 화란을 바라봤다.


“저희 한 동안 같이 지내도 될까요?”

“그래. 우리랑 지내자. 좋지 첸?”

“...”


미소 짓고 있었지만 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다.

네 사람은 즐거운 듯이 짐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사이 석이 로운의 곁에 섰다.


“괜찮아?”

“네. 그들과 함께 있다면 위험하진 않을 거예요. 위험하다면 저 둘이 제일 위험하겠지.”


그게 제일 위험한 거 아닌가? 라고 생각이 드는 석이었다.


“괜찮아요. 얼마 안 남았어요. 우리는 이제 지상에서 살아갈 수 없어요.”


석은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는 멀지 않은 미래에 알 수 있게 되었다.


작가의말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7 의심(2) 23.12.06 15 0 11쪽
126 의심(1) 23.12.04 22 0 10쪽
125 여제(4) 23.12.01 21 0 11쪽
124 여제(3) 23.11.29 23 0 11쪽
123 여제(2) 23.11.27 30 0 12쪽
122 여제(1) 23.11.24 29 0 11쪽
121 야경이 보이는 곳(3) 23.11.22 23 0 11쪽
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30 0 12쪽
118 레드 드래곤(4) 23.11.15 31 0 13쪽
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4 0 12쪽
116 레드 드래곤(2) 23.11.10 22 0 11쪽
115 레드 드래곤(1) 23.11.08 26 0 12쪽
114 검은 꼬리 잡기(5) 23.11.06 25 0 12쪽
113 검은 꼬리 잡기(4) 23.11.03 20 0 13쪽
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1 0 12쪽
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110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2 0 11쪽
109 빼앗긴 지상(5) 23.10.25 23 0 13쪽
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7 0 13쪽
107 빼앗긴 지상(3) 23.10.20 25 0 15쪽
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7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1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7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29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 검은 옷의 사람들(6) 23.10.06 30 0 13쪽
100 검은 옷의 사람들(5) 23.10.04 34 0 11쪽
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7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