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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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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96,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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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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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빼앗긴 지상(5)

DUMMY

“사람이 몬스터가 되다니... 그게 말이 되나.”


상황을 직접보지 못한 사람들은 현재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벙커에서 일어난 사고는 빠르게 대응해준 능력자들과 관리자들 덕분에 날이 바뀌기 전에 정리가 되었다.


몬스터의 공격을 받은 사람들이 몬스터화 된다고 판단한 관리소는 공격당한 사람들을 격리했다.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자 무너진 시설을 수습하기 위해 염동 계열과 괴력 계열의 능력자가 소집되었다.


나래 씨도 석 씨도, 미혜도 내부 복구에 힘을 보탰다.


어젯밤 석 씨와 함께 멀리까지 순찰을 다녀온 나래 씨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잔해를 치우며 말했다.


“그러게.”


석 씨는 평소와 같은 얼굴로 꽤 큼직한 잔해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미혜가 두 사람에게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손짓과 발짓 그리고 각종 수식어를 더해 열렬히 설명했지만 여전히 믿기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벙커 내라서 차단은 빨랐지.”


좁은 벙커의 구조상 몬스터화 된 사람들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고 아이러니하게도 희생자가 적었다.


“만약 여기가 지상이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다쳤을지...”


나래 씨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이 어깨를 떨었다.


이변이 일어난 세계에 꽤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때마다 마음 한 면이 구겨진 것 마냥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가장 슬픈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마냥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유가족들은 어때요?”


석 씨와 함께 큰 잔해들을 위주로 치우고 있던 미혜가 물기 어린 목소리로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이런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도 억울할 텐데 눈앞에서 가족들이 몬스터가 되어 다른 사람들 손에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대체 어떤 기분일까.


상상 조차 할 수 없겠지.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 밖에는...”


나래 씨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모여 있는 사람의 수에 비해 희생자가 적다는 것뿐이지 없지 않았다.

관리소에서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했으니 머지않아 그 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너무 타이밍이 좋지 않아요?”

“뭐가?”

“아닌가... 그냥 기분 탓일 수도 있는데요. 마치 이런 상황이 일어날 거라는 걸 알았다는 듯이 준비된 벙커에, 벙커로의 이주. 이상하지 않아요?”

“그런가?”

“글쎄...”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무심히 대답한 석 씨지만 석연찮은 표정이었다.


상황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도 의문을 가질 정도로 상황이 맞아 떨어졌다.


“기분 탓 아니야.”


듣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순간적으로 바로 옆에 있던 미혜와 석 씨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목소리에 미혜의 시선이 내 뒤를 향했다.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로운의 목소리였다.


“어? 대표님!”

“뭐... 저도 돕고는 있는데 크게 도움은 안 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저씨는 맨손으로 돕는 거니까.”

“그 혹시 제천 씨 어디 갔는지 알아?”

“아, 그 바보는 아까 승주랑 같이 의무실로 불려갔어요.”

“제천 씨가?”

“나름 불 속성이잖아요. 찜질용이래요.”

“...”


벙커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낼 수 있는 것은 관리소의 오랜 준비도 있었지만 그들이 능력자를 활용하는 능력도 한몫했다.


“전기 찜질이랑 뭐... 부황이라도 뜨는 건가...”


처음에는 몹시 낯설었지만 관리소는 살아남기 위해서 능력자들이 지닌 능력을 편견 없이 대했다.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곳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이로울 정도였다.


“승우도 거기 있겠네요.”


흐르는 땀을 닦으며 말하자 미혜가 그거까지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 기분 탓이 아니란 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던 석 씨가 들고 있던 돌을 치우고 돌아와 입을 열었다.

아까 잠시 꺼냈던 말이 다시금 대화의 주제로 돌아왔다.


“아. 지금 일어나고 있던 일들이 모두 예정되었던 거고, 이 일을 일으킨 범인을 알고 있다면 다들 어떻게 할래?”


말만 두고 본다며 사이비 혹은 15살 무렵에 걸린다는 그 병에 걸린 사람의 말 같을 수 있다.

그걸 증명하듯 미혜의 표정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내 표정을 한 번 확인하고는 장난기 혹은 그 외의 감정을 읽지 못했는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거울이 없어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지금 남들이 보는 내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감정은 적의일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말 그대로에요. 이런 상황이 일어날 것이란 걸 알고 있던 사람이 있고 그 상황에 맞춰서 준비를 했다는 거죠.”


갑작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뚱딴지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아직 백 소장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왠지 그 이름을 아직은 입에 올리면 안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아. 예지 능력자들이라면 알았을 수도 있겠네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던 나래 씨가 애써 이해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것보다. 범인을 안다니.”

“그것도 말 그대로에요. 이 일을 저지른 범인을 알 것 같아요.”

“알 것... 같다라.”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 안에 있는 것을 움켜쥐었다.

돌고래 모양의 키링이 피부를 파고들었다.

그럴수록 더 세게 쥐었다.


지금으로부터 10시간 전, 이제 막 상황이 진압되고 관리자들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들어가 안정을 취하라고 했지만 쉽게 잠들 것 같지 않았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는지 꽤 많은 사람들이 잠들지 못하고 복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중에는 나와 같이 상황을 살피기 위한 사람들도 있었을 테고 그저 정신이 나가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는 듯 보였다.


구역질이 올라올 정도로 끔찍한 풍경이 결코 산책하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블랙. 어째서 자신은 어제 급하게 백 소장에 불려갔던가.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어제 그런 참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걸.


“이햐... 엄청나네요.”

“여기는 넓은 것 같으면서 좁단 말이지. 당신을 만날 줄은 몰랐네.”

“선배님은 분위기가 조금 바뀌신 것 같습니다?”


옆에 선 고서우는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히죽거렸다.

아무리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모습을 보고 평범한 인간이 웃을 수 있는 건가?


“제 능력이 풍운이잖아요. 피 냄새 난다고 환기 좀 시켜 달래요. 뭐 능력자들은 다 만능인 줄 아나. 이게 다 고민에 고민으로 해내는 건데. 한 번 해주니까 다 되는 줄 안다니까...”


고서우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면서도 능력을 쓰고 있는 것인지 그의 주변으로 황금색 빛이 흘러나왔다.

빛과 함께 코를 찌르던 역한 피비린내가 연해졌다.


“그래도 착실하게 하네.”

“시키면 해야죠. 이런 상황에서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방금 전의 웃음기는 어디 갔다 버린 것인지 어느새 진지한 얼굴을 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내가 아니라 너라고 말하고 싶지만 애써 눌러 삼켰다.


“그래서 선배님은 왜 여기 계세요?”

“... 그냥 상황을 파악해 보려고요.”

“선배도 능력잔데 어디 안 불려가요?”

“저는 등록을 안 해서 말이죠. 했다고 해도...”


커피 능력자가 대체 이런 긴급 상황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을 위해 심신 안정에 좋은 음료를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

뭐, 나쁘지 않은 생각이기는 하네.


일단은 지금 일을 끝내고 몇 명을 모아서 해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피해로. 저희 어머니도 돌아가셨어요.”

“...그런 얘기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하면 오히려 이쪽이 당황스러운데 말이죠.”


방금 전에 보였던 미소가 즐거움이 미소가 아니라 실성의 미소였나.


“아버지는 중상이세요.”

“... 그렇군요...”

“그런데. 저는 능력자잖아요. 지금은 비상사태고.”

“책임감이 강하네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선배님도 아는 사람들이 괜찮은지 확인해 보셔야 하는 거 아녜요?”

“나야...”


내가 여기서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확인해 볼 틈도 없었다. 여기에 온 지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저... 어머니를 제 손으로 죽였어요.”

“...”

“눈앞에서 쓰러져 계셨는데 몬스터가 되셔서 저를 구분하지도 못하셨어요.”


담담하게 말하고 있었지만 한 발짝 떨어져 있는 거리에서도 고서우의 동요가 느껴졌다.


“어쩔 수 없었어요... 저 같은 나쁜 자식은 또 없을 거예요... 제 손으로 어머니를 죽이다니. 근데 거기서 제가 나서지 않았으면 더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거예요.”


비극이었다. 이 상황들을 비극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어떨 때 비극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까.

이곳에 고서우와 같은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아무튼 선배님도 찾아봐요. 저는 환기 시키러 이만...”


묘하게 바뀐 분위기에는 그런 사정이 있던 건가.


안 그래도 작은데 오늘 따라 작아 보이는 고서우의 뒷모습을 보며 걷고 있자니 발길에 무언가 걸렸다.


“...?”


발끝에 부딪친 그것은 튕겨나가 부서진 잔해 사이로 굴러갔다. 돌고래 모양의 키홀더였다.


어디서 많이 본...


“...”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 키홀더가.

준영의. 키홀더가.


“지혁씨! 여기 계셨군요!!”


키홀더를 주워들자 뒤에서 로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불안감이 밀려왔다.


로운의 설명을 듣고 도착한 곳에는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부모님이 온기 없이 누워있었다.


+++


“블랙이라는 조직에 대해 조사할 예정입니다. 아니... 다 없애버릴 생각입니다.”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튀어나가고 싶었지만 애써 분노를 억눌렀다.

하나 뿐인 친구도, 대학 시절의 은인도, 부모님도 그들로 인해 이제 곁에 없다.


머리가 뜨거웠다. 감정이 이성을 짓누르려 하고 있었다.

옆에서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로운이 보였다.


“상황이 수습되는 대로 블랙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같이 가시겠어요?”


최대한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싶었지만 얼굴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아저씨가 간다면 저는 당연히 따라가죠.”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미혜였다. 뒤이어 나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팀이니까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얼마든지요!”

“...”


상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음에도 따라와 주겠다는 이 사람들을 더 이상 잃을 수 없었다.


“일단 쉬는 건 어때.”


석 씨의 말에 이제야 미혜와 나래 씨 그리고 로운 씨의 걱정스러운 표정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니에요. 이런 상황에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어요. 자 빨리 끝내고 계획은 생각해 봐요.”


누가 보면 정신이 나간 줄 알 것이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던 사람이 밝은 표정으로 일을 하러 간다면.


나라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이러지 않는다면 그대로 무너져 버릴 것만 같았다.


이후 몇 시간 내로 사고의 영향이 닿았던 모든 구간은 정리가 되었다.

하지만 벽이 상당부분 무너진 탓에 위험하다는 이유로 통행이 금지되었다.


+++


그날 밤, 9시.


“여기는 내려올 때는 모르겠는데 올라갈 때면 정말 깊은 것 같아.”


제천의 신난 목소리가 계단의 벽을 타고 울렸다.

미혜에게 듣기로는 첫 순찰 때 사고를 치는 바람에 이후에 순찰을 돌지 못해서 이번이 며칠만의 첫 외출이라고 했다.


대체 이런 상황이 돼서까지 무슨 사고를 치며 외출금지를 당하냐...


“어후... 힘들어.”


입구에 다다르자 실루엣들이 보였다. 먼저 나와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었다.


말이 안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인과 웃고 있지만 어딘가 서늘한 분위기의 남자도 함께였다.


“오늘도 꼴찌네!”

“쪼끄만 게 까불어!”

“덩치만 크면 뭐하냐! 어른스럽지도 않은 게!”


이전보다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얼굴만 보면 싸우는 제천과 미혜였다.


“조용히 해. 이제 문 열거니까.”


모든 인원이 도착한 것을 확인한 관리자가 문을 열었다.


“부디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점차 몬스터의 수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문을 지키고 있던 중년의 관리자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말을 끝내자 문이 열렸다.


아우우우우-!


열린 문틈 사이로 달빛이 새어 들어오며 늑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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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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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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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에스프레소(2) 23.10.11 30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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