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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56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09.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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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검은 옷의 사람들(3)

DUMMY

“저희가 블랙을 쫓던 중에 알게 된 사실 중 하나가 그들이 몬스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게...”


“그게 가능해요?!”


더듬거리며 할 말을 찾고 있자 누군가 나서서 먼저 자신의 말을 대신 했다.


“아...”


화란이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던 걸까 싶을 정도로 당황한 표정이었다.


“듣고 있었어?”

“아. 네. 우연찮게.”


나와 화란이 돌아본 곳에서는 승우가 머리를 긁적이며 머쓱하게 서있었다. 아무래도 대화를 엿들어서 우리가 자신을 탓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승주는?”

“아. 누나는 잠시 화장실 간다고 했어요.”


대답하는 승우의 목소리 위로 그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높은 목소리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 승우가 뛰쳐나갔다.


+++


“놓으라고!!”


화장실 안에서 승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말릴 틈도 없이 여자 화장실로 들어간 승우의 뒷모습을 보며 고민하는 사이 화란도 두 사람을 따라 화장실 앞에 도착했다.


“왜 안 들어가요?”

“그래도 좀...”


이런 상황에서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도 갑갑하게 느껴졌지만 한 평생을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한 공간이었다.


“하긴. 그럼 여기서 기다려요.”


화란은 그렇게 말하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가 반으로 갈리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와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함께 났다.


“저...저기요? 괜찮은 거예요?”


비명소리를 듣고 몰려든 인파가 화장실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승주야! 승우야!! 괜찮은 거야?”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화장실의 유리문을 두드렸지만 안에서는 여전히 무언가 둔탁한 소리만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소리가 멈추는 듯 하더니 문이 열린 틈으로 승우가 던져지듯 튀어나왔다.


“으악!”

“승우야?”

“대표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모습을 보니 안에서 무언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은 확실했다.


“무슨 일이야...”

“흐흑...”

“왜 그래. 승주랑 화란 씨한테 무슨 일 있어?”

“아뇨... 흑...”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나의 재촉에 결국은 울음을 터트리는 승우였다.


“왜 울어.”

“흑... 분해서요. 분해서 그래요.”


왜 우냐는 질문에 그제야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승우가 소매로 눈가를 닦아 냈다. 얼마나 거칠었으면 하얀 얼굴에 벌겋게 흉이 질 것만 같았다.


“분해?”

“네... 흑... 저딴 녀석들. 누나 힘이 얼마든지 혼내줄 수 있는데...”

“안에서 무슨 일이 있던 거야? 두 사람은 괜찮은 거야?”

“아... 네. 두 사람은 괜찮아요. 화란 님이...”


승우는 울던 것을 가다듬고는 말을 이었다.


“화란 님이 다 ... 처리 하고 계세요.”

“무슨 일이 있던 거야?”


승우에게 물었던 말에 화장실의 문이 열리면서 다른 사람이 답했다.


“할 짓이 없어서 어린 애를 손을 대~ 저런 놈들은 다 마법진에 가둬두고 못 나오게 해야 하는데.”


손을 털며 나오는 화란의 뒤에는 승우와 같이 화가 난 승주의 모습이 보였다.


“네?”

“아직도 치한 같은 게 있더라고요. 뭐... 그래도 고객의 니즈에 맞춰서 해드렸습니다. 그렇죠?”


화란이 승주를 돌아보며 싱긋 웃자 승주는 그제야 기분이 조금 풀린 듯 힘없이 웃어 보였다.


사건이라고 할 것은 없지만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혼자 화장실에 들어간 승주를 따라 한 남자가 들어와 해하려고 했고, 당장이라도 남자에게 능력을 쓸까 고민했지만 쓰지 않았다고 한다.


상대는 승주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던 모습을 긍정의 표현으로 알아들은 것인지 더욱 강압적으로 나왔고 화가 난 승주가 큰 소리를 냈다는 것이었다.


“많이 놀랐겠다...”

“괜찮아요. 어차피 능력도 없는 일반인 따위 마음만 먹으면 찍소리도 못하게 할 수 있어요.”


말을 짓이기듯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하는 승주의 목소리에 깃든 분노가 하루 이틀 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러게. 화란 씨는 괜찮으세요?”

“뭐가요?”

“그... ”


잠시 고민했다. 그녀를 외국인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할까. 조직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괜찮은 거냐고 물어야 할까.


“여기서는 비능력자한테 능력을 쓰면 처벌받거든요.”

“치유 계열도요?”

“아뇨. 치유 계열은 예외에요.”

“그럼 됐어요.”


산뜻한 그녀의 미소에 나도 모르게 떡이 되도록 맞은 상대에게 시선이 향했다.


“그 화란 언니는 그냥 두드려 팼어요.”

“패다니~ 혼내준 거지~”


능청을 부리며 대답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었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잘 해결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신 혼낸 사람이랑 본인이 덮치려고 하는 사람의 얼굴은 조금... 아주 조금 지웠을 뿐이야.”

“얼굴을요?”

“제 능력은 상대의 기억을 조절할 수 있어요. 가끔은 망각이 최고의 치유가 되기도 하니까요.”


그러니까 증인과 증거만 없다면 완벽 범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소리를 저렇게 상큼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는 거지?


“에휴... 뭐. 무사했으면 됐...지...”


더 말해봐야 내 입과 머리만 아플 것 같아서 말을 끊으려던 찰나 시야에 검은 연기가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떡이 된 남자에게서 흘러나온 검은 연기는 화장실에서 나와 하늘로 올라갔다. 평범한 연기라면 밖으로 나오면 흩어져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이 검은 연기는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마냥 먹구름까지 올라가 사라졌다.


“왜 그래요?”


화란의 질문에 이전에 검은 연기가 되어 사라졌던 사람들이 떠올랐다. 서둘러 고개를 돌려 화장실 안을 바라보니 방금 전까지 누워있던 남자는 사라져 있었다.


“저 사람... 블랙인가 뭔가 하는 사람들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나 살펴봐요!”

“알았어요.”


고개를 끄덕인 화란은 화장실이 있는 건물의 위로 올라가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건물들에 비해 낮은 탓에 멀리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당장 주변을 둘러보기에는 충분했다.


“저 사람들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좀 수상하게 흩어지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있어요.”


하지만 그들이 정말 블랙과 관련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단순히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일 수도 있었다.


“지혁 씨. 그것 말고 다른 건 안 보이나요?”


주변을 확인한 화란이 아래를 내려 보는 것과 동시에 외쳤다.


“곧 몬스터가 소환될 거예요! 마력이 모이고 있어요!”


방금 남자가 사라진 것이 신호탄이라도 된다는 듯이 먹구름 주변으로 빛 같기도 하고 실 같기도 한 검은 색의 무언가가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고 먹구름이 반으로 갈라지며 검은 벼락이 바닥을 내리쳤다.


콰아앙-!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굉음과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또... 또. 알면서도...”


화란도 말했고, 하루 종일 본 것도 있었으면서도 몬스터가 나타나기 까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피신이라도 시킬 수 있었을 텐데.


아무도 믿지 않을 것 같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슨 소리에요.”


화장실에서 내려온 화란이 옆에 와서 물었다.


“몇 번이나 같은 실수를 해요. 알면서도 아무에게 알려주지 않아서 같은 피해를...”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정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럼 남들한텐 안 보이는 게 보인다고 위험하다고 말해요?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잘도 그 말을 믿어주겠네요.”


화란이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강한 불신의 감정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사람들은 본인들이 보고 들은 게 아니면 믿지 않아요. 그런 동물이에요. 그런 사람을 한 둘도 아니고 수 백, 수 천 명한테 가서 하나씩 설명할 생각이에요?”

“그렇긴 한데...”

“작은 희생이에요. 어차피 모두를 살릴 순 없으니까요. 블랙을 잡아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막을 순 있겠죠.


우린 신이 아니고 인간이니까. 그러니 인간이 하는 일 정도는 막을 수 있겠죠.”


인간에 대한 강한 불신과 함께 그러면서도 그 인간을 사랑한다는 느낌이 전해졌다.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그게 아마 그녀가 인애단에 있는 이유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맞아요!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죠? 동물들도요!”


승우가 내 소매를 잡고 말했다. 옆에서 승주는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돈이 되는 일은 아니지만 대표님이 시킨다면 해야죠.”


승주의 주변으로 방금 봤던 어두운 빛과는 다르게 찬란하게 빛나는 노란 빛이 흘러나왔다. 말과는 다르게 의욕은 넘치는 듯 했다.


‘저 빛이 저렇게 예뻤던 거구나.’


방금 봤던 어두운 빛이 너무나 강렬했던 탓에 평소에 보던 마력이 유난히 화사하게 보였다.


“어떻게 할까요? 대표님.”

“근원지부터 정리하자.”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일은요?”


첫 비명소리 이후로 소란스러움은 점차 넓어지더니 이제는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은 우리뿐이었다.


모두가 앞 다투어 출구를 향해 뛰어가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동물원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흐름을 역행하여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의 관리자들이 사람들의 대피를 도울 거야.”

“동물원 입장에서는 인명 구조가 먼저일 테니까.”

“그럼 동물들은요!”


나와 화란이 한 마디 씩 설명을 하자 승우가 말했다.


“동물들은 우리에 갇혀 있잖아요. 어떡해요?”

“아... 몬스터들은 동물은 공격하지 않아.”


불안하게 동물원을 둘러보며 말하는 승우에게 화란이 양쪽 무릎을 꿇고 앉아 시선을 맞추고 답했다. 첸과 나를 대하던 사람은 화란이 아니라는 듯이 다정한 손길로 승우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몬스터들은 인간들만 공격해.”

“진짜요?”


여전히 불안한 듯 물어보는 승우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왜인지 몬스터들은 동물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마치 처음부터 인간들만을 공격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듯이.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리는 대표님이 하라는 대로 할까?”

“네!”


한결 밝아진 얼굴을 보니 조금은 안심이 됐다.


“지혁 씨. 몬스터들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 수 있을까요?”


소리는 들렸지만 다른 비명소리와 섞여서 정확한 발원지를 찾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청각보다는 시각에 의존해야 했다.


“이쪽이에요! 멀지 않습니다.”


먼저 앞장서서 뛰었다. 덩치를 불려 크게 모여든 연기들이 느리지만 천천히 어딘가를 향해 흘러가고 있었다.


“일단 가면 몬스터가 소환된 근처에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두 사람은 그 사람들부터 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알았어요~”


“그리고 승주는 나랑 몬스터를 처리하자.”


눈을 감고 소리에 집중했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에 섞여서 몬스터들의 우는 소리가 들렸다. 가지각색의 울음소리가 뒤섞여 있었다.


“수는... 꽤 많은 것 같아. 승우는 화란 씨를 보조하면서 승주를 체크해줘.”

“네!”


3분도 채 달리지 않자 동물원 중앙에 광장과 거대한 벚나무가 나타났다. 벚나무는 번개를 맞은 듯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사방으로 탄내를 풍기고 있었다.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코를 틀어막는 승주의 모습을 보니 번개 맞은 벚나무는 현실인 듯 했다.


‘현실? 그럼... 다른 건 현실이 아닌 걸까? 탑도, 우리가 처한 이 상황들도.’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잠시 딴 생각에 빠지려는 찰나 등에서 느껴지는 날카롭고 찌릿한 감각에 정신이 돌아왔다.


“손이 참 매우시네요.”

“가끔 정신 못 차리는 분들에게 쓰려고 단련했어요.”


저 말이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덕분에 다행이다.


광장의 쪼개진 벚나무 사이로 무장을 한 동물의 현상을 한 인간형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밑으로 쓰러져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일부는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조심해. 수인이야.”


동물형 몬스터의 강인한 육체와 인간형 몬스터의 지능이 합쳐진 상위 등급의 몬스터.


수인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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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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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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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110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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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7 0 13쪽
107 빼앗긴 지상(3) 23.10.20 25 0 15쪽
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7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1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7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29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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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검은 옷의 사람들(5) 23.10.04 34 0 11쪽
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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