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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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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38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1.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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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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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여제(1)

DUMMY

신발을 뚫고 나온 발톱이며, 돋아난 뿔.

박쥐의 것과 유사하게 생긴 날개까지.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흡사 악마의 모습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그리고 일제히 고서우를 향해 긴 발톱을 휘둘렀다.


사방에서 뻗어오는 적을 피해 가볍게 뛰어올라 피했지만 녀석도 놀란 것 같다.


“이건 몬스터일까. 사람일까.”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상대를 주시하고 있는 고서우의 눈에서 열기가 느껴졌다.

녀석의 손이 망설임 없이 칼의 손잡이를 잡았다.


녀석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던 남자...

남자였던 것의 목이 강렬하게 검은 피를 뿜으며 바닥에 뒹굴었다.


옆에서 누군가 흠칫 놀라는 기척이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 사람이었던 것의 목이 떨어지더니 이내 검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수많은 몬스터를 상대했던 사람들이라고 할지라도 지금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물론...


“헤...”


조금 정신이 나간 것 같은 저 녀석은 예외겠지만.


고서우는 방금 전의 감각을 기억하겠다는 듯이 칼을 잡고 있던 손바닥을 펼쳐 바라봤다.

희미하게 떠오른 미소가 속을 알 수 없는 녀석의 기분을 알 수 있게 했다.


흥분.

쾌감.

환열.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고 있던 고서우의 머리 위를 다른 형체의 그림자가 덮쳤다.


그러나 검은 형체는 발톱을 휘두르기도 전에 그의 뒤로 이동한 고서우의 칼에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여섯 명 정도였던 검은 옷의 남자들은 이제 한 명만이 남았다.


우리가 뒤에 서 있었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이 자신의 앞에서 기쁘게 웃고 있는 고서우만을 노려봤다.


“신의 뜻을 반하는 자에게는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어? 그럼 너희는 신의 뜻을 반한 거야?”


해맑은 표정으로 웃으며 묻는 목소리에는 즐거움을 제외하고는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고서우의 몸이 상대의 뒤를 향했다.

이전의 다른 형체들과는 달리 마지막 녀석은 칼이 자신을 베기 전에 먼저 고서우의 작은 몸을 날려버렸다.


날아간 몸은 딱 봐도 대리석처럼 생긴 벽에 맞아 튕겨 나갔다.


작은 몸을 중심으로 큰 균열이 벽에 생겼다.


어렴풋이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도 들렸다.


“쿨럭.”


고서우는 튕겨져 나오는 반동과 함께 피를 토하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나 곧 다시 뛰어올라 적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녀석은 엔도르핀이라도 뿜어내고 있는 것인지 보는 사람조차 아플 것 같은 상태로도 웃었다.


이번에는 튕겨내는 대신 칼을 잡아낸 남자가 녀석과는 다르게 진지한 얼굴로 상대를 바라봤다.


“인간이 지배하던 세계는 저물었다. 우리의 신이 이 세계의 새로운 주인이 될 터이니. 미리 준비하면 좋지 않겠는가.”


설득하는 것도 같고 설교하는 것도 같은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목소리 자체는 인간의 것으로 들리지 않았다.

인간에게는 없는 울림이 있었다.


“내가 누구 밑에 들어가는 게 영 취향이 아니라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거 치고는 우리팀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환기시켜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정말 저 검은 남자였던 것에게 그가 죽을 지도 몰랐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에 고서우의 시선이 잠시 우리를 향했다. 뒤

에서 강민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싸움은 자기 혼자만 하냐는대요?”


그렇지. 이런 상황에도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내가 알고 있는 녀석이었다.

그러나 쉽게 손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지금 까지는 모르고 사람을 죽였다고 하나 눈앞에서 사람이 몬스터로 변하는 것을 지켜본 다음 죽인다면...

그건 살인일까?


망설이고 있는 것이 나만은 아닌 듯 했다.

석 씨도, 나래 씨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강민서는 나설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챙그랑-


주저하고 있는 사이에 굵은 발톱 사이에 낀 칼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깨져 바닥에 흩어졌다.

그와 동시에 바닥에 엎어지는 고서우의 위로 거대한 입이 열렸다.


말 그대로 입이었다.

검은 형체의 얼굴이 크게 반으로 갈리며 집어 삼키기 위해 녀석의 작은 머리를 덮었다.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고서우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비명도, 절규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 하나가 반드시 죽어야만 한다면 어느 쪽이 죽게 할 것인가.


만약에 이 질문을 이변이 일어나기 전에.

내가 직접 누군가를 죽이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 들었다면 당연히 아는 사람을 구했을 것이다.


사람을 죽여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되니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만화나 영화 속에서 인간을 죽이는 모습을 보면서 거부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그건 그저 지어낸 이야기였으니까.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누군가의 생명이 눈앞에서 사라지는 모습에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었을까.


콰악-


이어지는 망설임을 끊은 것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굉음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고서우의 옆에 석 씨가 서있었다.

그의 오른 주먹에서 검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마력을 멈추자 피와 함께 작은 자갈들이 후두둑 하고 떨어졌다.


“괜찮아?”

“아... 감사합니다...으악! 아파!”


어리둥절하게 대답하며 석 씨의 손을 잡고 일어나려던 고서우는 뒤늦게 밀려오는 통증에 괴로운 듯 바닥을 굴렀다.


“어차피 누군가는 죽어야 하는 세상이야. 망설이면 둘 다 죽고 말아.”


석 씨는 그렇게 말했지만 우리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지 못했다.

그에게도 그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뜻이리라.


어쩔 수 없는 일.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그 말을 들으니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칼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저들과 우리는 다르다.


그래. 그러니까...

나는 칼을 휘둘렀다.


칼의 끝이 살아있는 무언가를 꿰뚫는 감각이 손끝을 타고 전해졌다.

힘을 주자 당장이라도 손을 놓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지만 그런 생각이 들수록 더 강하게 칼을 쥐었다.


두 사람을 향해 날아오던 검은 형체가 칼끝을 따라 반으로 갈라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검은 피가 내 얼굴 위로 흩뿌려졌다.

금방 빛이 되어 사라졌지만 뜨거운 온기가 희미하게 남았다.


“오. 선배 멋진데?”


몸을 웅크리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와중에도 오른손 엄지를 치켜들며 말하는 녀석.


폭탄이다. 이 녀석은 폭탄임에 틀림이 없다.


당장 치유가 필요한 녀석을 위해 화란 씨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첸 씨도 보이지 않았다.


둘은 기척도 없이 사라졌다.


둘에게도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

애초에 조직의 임무 때문에 한국에 온 사람들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입안이 썼다.


“에휴...”


나는 가방을 뒤져서 음료가 담긴 병을 건넸다.


“마셔.”

“이게 뭔데요?”

“치유 스킬만큼은 아니어도 당장은 꽤 도움이 될 거야.”

“회복의 코코넛 라떼? 나 코코넛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투정을 부리면서도 뚜껑을 따서 마셨다.

폭탄이지만 최소한 우리에 대한 신뢰만큼은 확실했다.

아니... 저 녀석이라면 원체가 저런 성격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크으... 맛없어.”

“약을 맛으로 먹냐?”

“그래도 음료잖아? 맛은 있어야죠. 오. 그래도 효과는 확실하네요.”


방금 전까지 아프다며 앓는 소리를 내며 제자리에 서지도 못했던 고서우가 기우뚱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금처럼 무모하게 싸우지 마. 그거 몇 개 없어.”

“네에~ 네에~ 그래도 꽤나 스릴 있지 않았어요?”

“...”


하고 싶은 말이 많이 떠올랐지만 다 했다가는 오늘 안에 이 빌딩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 같았으므로 입을 다물었다.


“야경이 보이는 곳이면 높은 곳에 있겠지? 그... 여제라는 여자는.”


내 말에 혀를 털어내고 있던 고서우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 위로 가는 길을 찾아봅시다.”


깨끗하고 곧게 이어져 있는 길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위로 향하는 길을 찾기는 어려웠다.


얼핏 보기에는 그저 긴 복도가 쭉 이어진 모습이었다.

밖에서 볼 때는 그렇게 큰 건물이 아니었는데 이정도로 긴 복도가 있을 수 있나?


“가능하다면...”


걷는 소리만 울리는 복도에서 사람의 목소리가 섞여 들었다.

걷는 소리보다 조금 더 큰 목소리에 우리의 시선이 강민서를 향했다.


“찾고 싶은 곳이 있어요.”

“우리는 관광 온 게 아닌데요.”


방금 전의 전투로 어딘가 고장이라도 난 것인지 고서우가 싱긋 웃으며 답했다.

이 둘은 서로가 같은 학교 학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까?


“여러분한테도 중요할 거예요.”

“그렇게 말하면 누가 알아요? 어디가 가고 싶은데요?”


어딘가 맛이 간 것 같은 얼굴로 웃는 고서우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자 강민서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실험실이... 있지 않겠어요? 인간을 몬스터로 만드는 곳인데.”


블랙의 근거지를 찾아 여제라는 사람을 찾겠다는 생각만으로 여기까지 왔다.

그러는 동안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몇 번이나 실험이니 개발이니 같은 소리를 들었던 것도 같은데.


“인간을 몬스터로 만들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하지 않겠어요? 이곳의 사람들은 몬스터로의 변신이 자유로워 보이지만 밖에 있는 사람들은...”


강민서의 시선이 자신의 발끝을 향했다.

아마도 그녀가 이곳에 함께 들어온 가장 큰 이유겠지.


“우리도 뭔가를 알고 온 건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시선이 고서우를 향했다.

녀석이라면 뭔가를 알고 있을 것 같았지만 눈이 마주친 녀석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네 말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가능하다면. 가능하다면 같이 찾아보자.”


내 말에 조금은 화색이 도는 얼굴이 되었다.


“그럼 빨리 가자고요. 흥이 깨지기 전에.”


라며 앞장 서는 고서우의 뒷모습은 놀다가 엄마 손에 끌려와 간식을 먹느라 놀지 못해서 안달이 난 아이의 모습 같았다.


앞장 서는 녀석을 눈으로 쫓고 있자니 하얀 벽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어두운 방안에서 방문의 테두리를 따라 빛이 새어나오는 것처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검은 빛이었다.


“왜요?”


멍하니 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래 씨가 다가와 물었다.


“왠지 이거요...”


직사각형 모양으로 빛나는 검은 빛의 오른쪽 중앙을 향해 손을 뻗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살짝 눌리는가 싶더니 벽이 갈라지며 자동문 마냥 옆으로 사라졌다.


“뭐...에요?”

“글...쎄요?”


가만히 있자니 옆으로 사라졌던 문이 나타나서 다시금 닫혔다.

문이 닫히니 얼추 보기에 벽과 다를 바가 없었다.


“뭔지 모르겠지만 안에 계단 같은 게 있지 않았어요? 올라가는 길 아니야?”


고서우가 다시 눌러보라는 듯이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봤다.

다시 손을 뻗어 만져보니 딸깍하는 감촉과 함께 문으로 보이는 것이 열렸다.


생각보다 과학 기술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는 곳인가 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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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여제(2) 23.11.27 30 0 12쪽
» 여제(1) 23.11.24 29 0 11쪽
121 야경이 보이는 곳(3) 23.11.22 23 0 11쪽
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29 0 12쪽
118 레드 드래곤(4) 23.11.15 30 0 13쪽
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3 0 12쪽
116 레드 드래곤(2) 23.11.10 22 0 11쪽
115 레드 드래곤(1) 23.11.08 25 0 12쪽
114 검은 꼬리 잡기(5) 23.11.06 25 0 12쪽
113 검은 꼬리 잡기(4) 23.11.03 20 0 13쪽
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1 0 12쪽
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110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2 0 11쪽
109 빼앗긴 지상(5) 23.10.25 23 0 13쪽
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6 0 13쪽
107 빼앗긴 지상(3) 23.10.20 25 0 15쪽
106 빼앗긴 지상(2) 23.10.18 27 0 13쪽
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1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7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29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101 검은 옷의 사람들(6) 23.10.06 29 0 13쪽
100 검은 옷의 사람들(5) 23.10.04 34 0 11쪽
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6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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