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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의 서재입니다.

주문하신 먼치킨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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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새
작품등록일 :
2021.11.01 16:40
최근연재일 :
2024.07.15 09:00
연재수 :
217 회
조회수 :
33,362
추천수 :
276
글자수 :
1,196,715

작성
23.10.27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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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검은 꼬리 잡기(1)

DUMMY

“그럼 다들 조심히 다녀오세요.”


지상엔 스산한 분위기가 흘렀다.

로운이 입구에 서서 굳은 얼굴로 말했다.


“어? 같이 가는 거 아니었어?”

“멍청아. 상황이 이런데 전력을 한 곳에 쏟아 부으면 되겠냐.”


이제는 옆에서 미혜가 빈정거리든 화를 내든 익숙해진 제천은 자신이 할 말만을 했다.


“그래도 밖은 위험한데...”

“안도 아직 위험하죠. 누군가는 남아 있어야 해요. 다른 사람들도 여러분들이 계신다면 안심할 거예요.”


그의 물음에 대답한 것은 제천이 아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얇지만 조금은 허스키한 목소리에 살랑거리는 머리카락을 짧게 자른 여인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대신 저도 합류할게요.”

“뭐어~?”


상의도 없이 합류하겠다는 서우의 소리에 미혜가 질색을 했다.

하지만 사적인 감정으로는 의견을 낼 수 없다는 듯이 슬그머니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


녀석에게 심경의 변화가 생겼다.

아마도 벙커에 남아있게 된다면 어젯밤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생각으로 고통스러우리라.


“이번에는 정말 사고 안칠게요. 제 실력은 인정하시잖아요. ‘우리’의 목표를 이룰 때까지는 하라는 대로만 할 게요.”


고서우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말했다.

그 모습이 거북한지 잠시나마 고서우를 향했던 미혜의 고개가 다시 나에게로 돌아왔다.


눈빛만 봐서는 당연히 거절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다.


“...얌전히 있어야 해.”

“아저씨!!”

“한 명이라도 더 있으면 더 좋잖아. 안 그래?”

“아니...”


미혜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잠시 주변의 눈치를 보더니 나에게 고개를 숙여보라고 손짓했다.


내가 고개를 숙이자 귓가에 대고 말하는 미혜.


“평소답지 않게 왜 그래요!”


조금은 삐진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한 표정에는 아주 희미한 걱정도 포함되어 있다고 믿는다.


나는 지금 평소답지 않다. 그건 나도 알고, 미혜도 알며.

하물며 제천도 알 것이다.


객관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금은 안정을 취하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게 맞는 것이겠지만.


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그건 고서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말썽 부리면 제가 두들겨 패도 된다고만 말해주세요.”

“그래.”

“에? 그걸 왜 선배가 결정해요!”


이번에는 고서우가 따져 물었지만 가볍게 무시하고는 로운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럼 저희도 남을게요.”


나래 씨와 석 씨가 로운의 곁에 섰다.


“어? 누나랑 형까지 남으면 우리는 어떡해.”

“첸과 화란 씨도 함께니까 괜찮을 겁니다.”


거의 울상인 제천도 가볍게 무시했다.


“잘 부탁해요.”

“네.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시꺼먼 하늘 아래 남은 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다.


+++


“이건 먹구름을 넘었네.”


보통 먹구름은 아무리 어두워도 구름의 느낌은 남아 있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봤던 이상한 현상들도 대체로는 심해도 먹구름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이 사라진 지상의 모습은 암흑 그 자체였다.


“그렇군. 그래서 블랙인가.”


누구인지 몰라도 그 이름을 지은 사람의 작명센스에 감탄스럽네.

어쩌면 그냥 검은색 옷이 그들의 표시였기 때문에 그랬을지 모르지만 절묘했다.


벙커에서 걸어 나온 지 30분 정도가 흘렀지만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가끔씩 나 혼자 혼잣말을 하는 것 외에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뭐가요?”


아니, 가끔씩 미혜가 물어오고는 했지만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제천도 입을 열었다.


“그런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형?”

“그러게.”


심드렁하게 대답했지만 나조차도 어디로 갈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사방에서 검은빛의 기둥이 쏟아지듯 생겨났다.


최대한 몬스터의 소리에 집중하고, 다른 마력이 보이지 않는 곳에 신경 쓰며 다닌 덕에 30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마리도 만나지 않았지만...


언제까지고 만나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무턱대고 나오기는 했지만 블랙에 대한 단서를 어디서 얻지?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려지면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기에 신경이 예민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지쳐있기도 했다.


어쩌면 몬스터를 마주해야 단서를 얻을 수 있는 게 아닐까?


대한민국 내에서 같은 수로 구성된 어느 파티가 오더라도 이길 수 있을 전력이라고 생각되지만...

그건 인간을 상대로 했을 때 이야기다.


동물원에서 만났던 수인 같은 몬스터들이 몇이나 더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싸우는 건 위험해.


“뭔가 망설이고 있습니까?”


바로 옆에서 첸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걷고 있었는데 언제 여기까지 온 거지?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지 고민 중입니다.”

“당신은 마력의 흐름이 보인다고 했죠.”

“뭐...”


불확실하게 대답했지만 첸 씨는 방긋방긋 웃을 뿐이다.

아니, 방긋방긋 같은 무해한 표현이 맞을까.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그의 미소는 부드러운 한 편 어딘가 위험한 구석이 있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됩니까?”


단 몇 주 만에 꽤나 명확해진 한국어 발음이었다.


“당신의 눈에는 지금의 모습이... 어떻게 보입니까.”

“...”


만약에 자신이 능력을 받지 않았더라면 지금 어떤 풍경을 보고 있을지 상상했다.


그랬다면 아마 아직까지 살아있지도 못했겠지.

이미 죽었거나 오래 살았다고 해도 어젯밤 몬스터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 아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검은 기운이 가득했다.


나는 이전과 다르다.


“까맣습니다.”

“얼마나?”

“... 어둠보다 더 어두울지도 모르겠네요.”

“...”


미소 짓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첸 씨.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나.


“하늘은 검은색 아크릴 물감으로 여러 겹 발라 놓은 것처럼 빛줄기 하나 없어요. 별도 달도 누군가 지워버린 것 같아요. 그리고 지상에서는 그런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검은색의 빛줄기가 보여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그래요. 그 빛줄기는 다른 하늘보다 훨씬 까맣지만 빛나고 있어요. 그리고 그 아래에서는 몬스터들의 소리가 들려요. 하나, 둘? 아니 수십, 수백.


우리가 지금 걷는 길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소리가 들려요. 소리의 틈새로, 어둠의 틈새로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어요.


...


그냥. 그래요.“


나도 모르게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


어쩌면 지금까지 누군가 그런 질문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떠오른 말들이 입을 통해 떨어져 나가는 것을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첸 씨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듣고 있는 건지 아닌 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건. 꽤 쓸쓸한 일이죠.”

“...”


의외의 대답에 놀라 첸 씨를 바라봤다.

감았던 눈이 얇게 떠지며 힘없이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드럽게 말려 올라가 있던 입 꼬리도 내려왔다.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들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것이 첸 씨 일 것이라고는 더더욱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웃음기를 놓은 그의 표정이 그가 진지하게 대화에 임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죠...”

“피하기만 해서는 가야하는 길을 찾을 수 없어요.”


원래의 주제로 돌아온 그가 답했다.


“저희가 있잖아요.”


그랬다. 첸과 화란은 비밀스럽게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

어찌 보면 불법체류자일까.

그들의 배경에 인애단이라는 조직이 없었더라면 문제가 생겨도 진작 생겼을 입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관리소의 지시를 따를 필요가 없었고 여전히 지상에서 생활했다.


마주쳐도 수없이 마주쳤을 텐데 그들은 살아남았다.

그것이 이 둘의 강함을 증명하는 것이다.


“지금의 지상은 위험하지 않습니까.”

“뭐... 때론 몬스터보다 인간이 더... 잔인하니까.”


웃고 있었지만 첸 씨의 시선이 먼 곳을 향했다.

어쩌면 현재가 아닌 과거의 어딘가나 미래의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곳의 생활은 어떤가요?”

“똑같아요. 똑같아. 어느 시대든 사람은 살아가니까요.”

“...”


이사람 오늘 사람을 여러 번 놀라게 한다.

평소 말도 별로 없고, 감정도 드러내지 않더니 이런 말도 할 줄 알았구나.


“저 녀석한테 블랙에 대한 이야기는 들으셨죠?”

“아. 화란 씨요?”


첸 씨의 고개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딱히 화란이란 이름을 입에 담고 싶지도 않은 듯 했다.

이전에도 그렇고 사이가 안 좋아 보이는데 용케도 아직까지 같이 움직이고 있다.


“우리는 블랙을 쫓고 있었어요. 그게 한국으로 좁혀졌고, 서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어요.”

“...”

“아마도 저 녀석은 당신이 그곳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확실히 몬스터가 나타나지 않는 지역이나 먹구름이 나타나지 않는 위치 등을 찾는다면 몇 군데 정도를 특정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건 마력을 볼 수 있는 사람에 한해서 가능한 일이다.


“조개를 찾을 수 없다면 바닥을 엎을 수밖에 없죠.”

“알겠습니다.”


돌려가며 말하고 있지만 어서 뭐라도 해보라는 소리였고, 구체적으로 몬스터랑 마주하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을까.

우리가 대화를 하는 사이 우리는 검게 빛나는 빛 기둥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올 때부터 웅얼거리듯 들리던 몬스터의 소리가 이제는 첸 씨 목소리를 집어 삼킬 만큼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곧 올 겁니다.”


말이 끝나기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바닥이 흔들렸다.


“지진인가?”


뒤에서 놀란 제천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에요! 바닥이에요!”


서우가 다급하게 외치며 뛰어올라 제천을 향해 달려들어 그의 허리를 잡고 바닥을 굴렀다.


방금 제천이 서 있던 자리 위로 무언가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솟아올라 꿈틀거렸다.


“미혜야.”

“네?”

“저건 문어일까. 오징어일까?”

“네? 흠... 색으로 봐서는 문어?”

“그럼 다행이네.”


솟아오르면서 피어올랐던 흙먼지가 가시면서 형체만 보였던 존재가 선명하게 보였다.

미끈거리는 보라색 피부에 커다란 가시가 돋아 있는 빨판.


그 끝이 촉수마냥 기분 나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앞으로 7번만 더 피하면 된다는 소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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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 야경이 보이는 곳(2) 23.11.20 27 0 12쪽
119 야경이 보이는 곳(1) 23.11.17 3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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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레드 드래곤(3) 23.11.13 24 0 12쪽
116 레드 드래곤(2) 23.11.10 2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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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검은 꼬리 잡기(3) 23.11.01 21 0 12쪽
111 검은 꼬리 잡기(2) 23.10.30 23 0 11쪽
» 검은 꼬리 잡기(1) 23.10.27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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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빼앗긴 지상(4) 23.10.23 2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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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빼앗긴 지상(1) 23.10.16 31 0 12쪽
104 에스프레소(3) 23.10.13 37 1 13쪽
103 에스프레소(2) 23.10.11 29 0 12쪽
102 에스프레소(1) 23.10.09 3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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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검은 옷의 사람들(4) 23.10.02 37 0 11쪽
98 검은 옷의 사람들(3) 23.09.29 3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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