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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활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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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KA
작품등록일 :
2019.07.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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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6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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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242화

DUMMY

주이한 선생이 제보한 시간인 오전 10시가 30분이나 지났을 때, 이미 와카마쓰 경부는 제보가 잘못된 것이었다고 직감하고 이를 악물었었다. 그 망할 선생놈에게 놀아났다는 예감에 미쳐 버릴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복귀하면 바로 그 선생을 잡아 오라고 해서 직접 취조실에서 주물러주고파서 몸에 피가 끓어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주 선생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고 단정짓기에는 망설여지는 면이 있었다. 제보가 정말 거짓이었다면, 어떻게 그리 눈 앞에서 본 것처럼 구체적일 수 있었단 말인가? 경험상 그 정도로 자세한 증언이라면 십중팔구는 신뢰할 수 있는 증언이었다. 또한 경성부를 벗어난 폐공장에 저들이 은신처를 마련했을 가능성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었다. 걸인이나 부랑자로 변장하여 은신하면 누구도 신경쓰지 않을 것이니.


게다가 이 자리에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거짓 제보를 철썩같이 믿고 다른 과 형사들도 동원에 쳐들어갔다가 허탕만 쳤다고 알려지면, 그는 한 순간에 비웃음거리로 전락할 게 분명했다. 그의 부서만 출동했으면 모를까, 다른 부서 형사들도 끌고 왔다. 종로서 경찰력 전체를 끌고오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래서 그는 반드시 뭔가를 찾아내야 했다. 아니 찾지 못하더라도, 뭔가를 꾸며서라도 성과를 만들어내야 했다. 그래야만 복귀해서 뭐라도 변명할 게 생길 것이니.


경부는 오오이시 순사에게 다른 과 형사들에게 공장건물 근처의 노동자 숙사나 창고 같으 곳을 뒤지고 탐문수사를 실시하라고 전하라며 보내고 다른 형사들과 문을 열었다.


쩌걱 하고 녹슨 공장 문이 열리자, 햇빛이 안으로 들어오며 인기척 하나 없이 녹슬고 먼지쌓인 기계장치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살풍경한 풍경을 비췄다. 와카마쓰 경부는 권총집에서 마우저를 꺼내 지향사격자세를 취하고 조심스래 들어갔다. 흡사 예전에 조선공산당 세포조직의 비밀 아지트를 급습했을 때와 같은 자세였다. 노무라 순사부장과 이하 순사들은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눈치였지만, 하는 수 없이 권총을 빼어들고 사격자세를 취하며 돌입했다.


폐공장의 작업장은 채광창 하나 제대로 나 있지 않던 곳이라 계속 안에 머물러 있던 싸늘한 냉기가 끼쳐왔다. 이때 윤 순사가 화색이 돌아서 손가락질을 한다.


“저기 보십시오! 발자국입니다!”


그 말대로였다. 공장 바닥에는 발자국이 이곳저곳 나와 있었다. 사람이 오고간 흔적이었다. 그렇다면 여기가 불령선인들의 아지트란 뜻인가? 그러나 노무라 순사부장이 코웃음을 친다.


“멍청한 놈. 잘 생각해 봐라. 여긴 문단속도 제대로 안되는 곳이다. 불령선인이 아니더라도 어디 유리걸식하는 놈이 멋대로 들어와 돌아다녔던 것도 당연하지 않냐?”


“아···... . 그······. 그렇군요.”


노무라의 면박에 윤 순사의 얼굴이 바로 무안해진다.


형사들이 발걸음을 더 옴겨 들어간 공장건물에서 처음 느낀 것은 지린내였다. 걸인들과 불량소년들이 거처로 쓰며 오물을 배출하고 한 번도 청소하지 않은 결과였다. 바닥 곳곳에 오물이 말라붙은 자국이나 음식물 쓰레기가 흩어져 있었다. 빛바랜 붉은 벽돌 벽에는 어디서 분필로 쓰거나 못으로 긁어 쓴 상스러운 낙서들이 그려져 있었다. 얼핏 봐도 대단히 불결한 공간이었다.


“불령선인들이 정말 이런 곳에서 기거하긴 했을까요?”


마쓰우라 순사가 손부채질을 해 악취를 날려보내려며 애쓴다.


“이런 데서 살다가는 병걸려서 나자빠져 죽기 십상일 텐데요? 그리고 백작 행세 하고 다닐 놈이 이런 데서 자다가는 몸에 냄새 베이지 않겠습니까?”


와카마쓰 경부는 부하가 은근히 제기한 불만에 속에서 나오려는 성을 참는다.


“놈은 다른 데서 머물수도 있지. 오히려 이런 곳이기에 놈들이 숨어 지내기에 최적이었을 걸세.”


순사들은 놈들이 여기 숨어 있었을 거라고 결론을 내려놓고 다른 걸 끼워맞추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목구멍 끝까지 나왔지만, 그래도 상관이라고 참는다.


형사들은 작업장 내부를 계속 돌아보았다.


널찍한 공장 건물은 작업장과 그 외의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널찍한 작업장 저편에 문이 달려 있는 게 보였다. 아마도 공장장을 비롯한 관리와 사무 인력들이 쓰는 공간인 것 같았다. 냄새가 좋지 않은 작업장을 뒤로 한채,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돌입했다.


들어가자마자 어두컴컴한 복도가 펼쳐져 있었다. 전기가 끊긴 지 오래된 곳이라 스위치를 올려도 전구불이 들어오는 건 기대할 수 없었다. 그나마 복도 양 옆으로 펼쳐진 방들에는 채광이 되는지 복도 오른쪽으로 연결된 문들의 열린 틈으로 빛이 들어왔다. 작은 줄기의 빛이었지만 덕택에 주위를 분간할 수 있었다.


놈들이 여기 있을 리 없다고 생각한 순사들도, 이 공간에 들어서자 은근히 긴장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빛 한줄기에만 의존하는 어두컴컴한 공간, 양 옆으로 늘어선 방문, 그리고 그 뒤에 누군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자연스레 신경이 곤두서게 되었다. 그래서 오오이시 순사가 지시를 전하고 뒤에서 합류했을 때 다들 깜짝깜짝 놀랐다.


하나, 둘 셋!


와카마쓰 경부가 그 말이 끝나마자 가장 가까이 있는 방문부터 차고 들어갔다. 쾅 하는 소리, 경첩이 찌걱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어젖히고, 눈에 빛이 확 끼쳐왔다. 그러고 형사들은 일제히 재채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오래 쌓인 먼지가 문이 확 열리며 풀풀 날린 것이었다.


원래 사무실이었을 이 곳은 그저 주인 없는 책상과 녹슨 캐비넷, 싯누렇게 변색된 몇년 전의 서류들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각 자리에 있었을 타자기와 전화는 다 사라지고 없었다. 필경 누군가 다 훔쳐다가 고물상이나 전당포에 팔아넘겼을 것이리라.


형사들은 서류들을 뒤적여 봤으나, 나오는 건 없었다. 하나같이 상품생산 진척이나 상품발주, 원가계산 등만 담은 서류들이었다. 사상에 관련된 내용의 서류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곳은 어디까지나 사무실이었네.”


와카마쓰 경부가 말했다.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놈들이 은신하기에는 좋지 않은 곳이었을 걸세. 다음 방으로 가 보세나.”


부하 형사들은 한번 먼지 냄새나 실컷 맡고 나자 긴장이 바로 풀어져서는 분명 아무것도 없을 게 분명한데 또 먼지나 뒤집어 쓰게 생겼다고 속으로 툴툴대었다.


그리고 이들은 연거푸 허탕을 쳤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 사무실 하나와 작은 사무자재 창고 하나를 추가로 뒤졌지만 나오는 건 아무 의미없는 서류들과 먼지 뿐이었다. 와카마쓰 경부의 먼지를 뒤집어쓴 얼굴은 시간이 갈 수록 당혹감에 일그러져만 갔다. 아직 수색할 방이 몇개 더 남았긴 했지만, 초장부터 이렇게 건지는 게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불안감이 밀려왔다. 부하 형사들의 눈초리에 서린 의구심도 가면 갈수록 강해지고 있었다.


“다음 방으로 가세.”


경부가 이를 악물고 복도로 나왔다. 바로 앞의 문을 경부가 거칠게 걷어차며 열어젖혔다. 그럼에도 지향사격자세를 취하지 않는 것을 보아 경부조차도 어느 새인가 이곳에서 단서를 찾거나 불령선인들을 조우할 가능성이 떨어졌음을 인정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이번에 들어간 곳은 감독관이나 사무직원들의 숙직실로 보이는 곳이었다. 철제로 만들어 바깥의 기계와 마찬가지로 녹이 슨 침대 6대 정도가 나란히 놓여 있었다. 이때 와카마쓰는 눈썰미 좋게도 이 방은 다른 방들과 다름을 알았다.


우선 문을 박차고 들어갔을 때 먼지가 풀풀 날리지 않았다. 바닥에 쌓인 먼지가 많이 없던 까닭이었다. 분명 누군가가 비로 쓸고 청소한 흔적이 보였다. 게다가 순간 풀어진 긴장감을 다시 불어넣게 하는 흔적이 있었다.


“이것 좀 보게!”


와카마쓰 경부는 침대 위 매트리스를 주목했다. 매트리스가 우묵하게 안으로 파여 있었다. 모든 매트리스에 다. 마치 사람이 얼마 전까지 누워있던 것처럼!


“이 방을 얼마 전까지 누군가가 사용했음이 틀림 없네!”


“그건 그래 보입니다만······.”


노무라 순사부장이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먼지만 뒤집어쓰는 건 나은 결과긴 했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유의미한 단서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게 불령선인들이라는 보장은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뒤져 보자는 걸세! 놈들이 사용했다면 뭔가 나오겠지!”


경부의 말에 짜증이 실렸다. 부하들에게 더 토를 달지 말라는 신호였다. 순사들은 속으로 툴툴대면서도 매트리스를 뒤집어 본다, 침대 아래를 쳐다본다 등 이곳저곳을 수색한다.


그때였다.


“차······ 찾았습니다!”


윤 순사의 놀란 목소리가 방에 울려퍼졌다.


“뭐? 뭘 찾아?”


놀란 형사들이 윤 순사에게 몰려들었다. 윤 순사는 침대 아래에서 굴러다니는 걸 발견했다며 종이 하나를 건내준다. 이 종이에는 타자기로 쓴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형사들은 종이쪽을 같이 보며 숨을 멈추었다.


-남건 군에게.


신암이 나 모르게 비밀리에 전문을 보냈다고 들었네. 재정 상황이 최악이니 하루 속히 자금을 보내달라고 전했다고 말일세. 이 일로 신암에게 왜 괜한 말을 전했냐고 질책하였으나, 생각해 보면 문제를 감춰서 해결될 것이 아니기도 하네.


솔직히 인정하겠네. 올해 초에 들어오며 재정상황이 정말 녹록치 않게 되었다네. 대공황이 상해에도 번지면서 직업이 있던 우리 교포들 중 일자리를 잃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네. 교포들이 한푼 두푼 모은 성금도 이번 달에는 기대할 수 없다네. 간혹 들어오는 항일 단체들의 기부금도 이번에는 끊길 예정이라네. 의경대 청년들에게 지급할 급료도 마련하기 힘들어서 모두 인력거라도 끌어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네.


나는 재무국장으로서 정부청사 임대료도 내기 힘들어지는 상황을 방치하고만 둘 수 없다네. 내가 소임을 맡게 된 이상, 정말 하면 안되는 아편거래 중개 같은 걸 제외한다면 다시금 모든 수단을 다 강구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생각하네.


남건 군이 그 부일 부호들에 대한 징세 작업 계획을 제의했을 때, 나는 그대들의 목표는 정보수집이지 자금마련은 아니라 하여 들킬 위험부담이 큰 일은 자제하라고 하였었네. 하지만 내 그대들에게 감히 무릎 끓고 부탁하건데, 그 작업을 실행하더라도 자금을 마련해 송금하여 주길 바라네.


그대들의 소속은 금일부로 경무국에서 재무국으로 변경되었네. 조직 명칭도 경무국 국내조사반에서 재무국 특별징세반으로 변경되었네.


슬프게도 적지가 되어버린 우리 강토에서 적에게 붙들릴 위험을 지게 하는 나의 불민함을 용서해 주게. 그대들이 만약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 죄는 내가 다 짊어질 걸세.-


“역시! 역시 이곳이 놈들의 은거지였던 거야!”


와카마쓰 경부가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놈들이 결정적 증거를 남겼다! 이 조선말로 쓰인 편지는 분명 상하이 가정부와 이곳에서 암약하는 탈쓴 연쇄강도들의 연결고리를 알려주는 증거였다. 장백대호 천남건이 기존의 수사대로 이 강도들의 두목임이 완전히 드러났다. 올해 초 대공황이 상하이를 덮쳤다는 문구로 볼때 이 편지가 쇼와 5년(1930년) 초에 발송된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편지를 천남건에게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는 편지만 봐서는 파악하기 힘드나, ‘신암’이라는 이름은 상하이 가정부의 요인 중 하나이자 이토 히로부미 공작을 하얼빈역에서 살해한 불령선인 안중근의 친척인 안공근의 호였다. 상하이 총영사관의 정보공유에 의하면 안공근은 올해 대역사건의 주범 이봉창의 배후 김구의 측근이라 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김구가 보낸 편지가 분명하였다.


“그럼 우리가 헛발질한게 아니잖습니까!”


의미없는 수사라고 생각해 입을 삐죽 내밀고 있던 마쓰우라 순사가 바로 환호한다. 이런 지저분한 곳 뒤져 봤자 아무것도 나올 리가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증거자료 하나가 뜨니 기분이 들뜨는 것이 당연하였다.


노무라 순사부장은 언제 의심했냐는 듯 “과장님이 역시 옳으셨습니다!”라고 아부의 말을 섞는다. 오오이시 순사도 “더 뒤져보면 다른 증거들이 나올 것 같습니다!”라고 맞장구를 친다.


와카마쓰 경부는 이 문서를 찾아낸 윤 순사의 등을 크게 두드리고는 “자! 힘내서 뒤져 보세!”라며 몸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들은 다시금 방을 뒤지며 편지 몇 개를 더 찾아내었다. 김구로 추정되는 자가 부족한 자금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나 더 필요한지 보낸 명세서와 보낸 자금을 잘 받았다는 편지가 추가로 발견되었다.


“멍청한 놈들! 이런 것들은 다 처리했었어야지!”



마쓰우라 순사가 새로 확보한 증거를 봉투 속에 넣으며 낄낄거렸다.


“그 철두철미한 놈들이 나사가 빠져버린 모양인데?”


오오이시 순사도 희희낙낙하며 자신이 확보한 증거품을 다시 확인한다. 그런데 이때 노무라 순사부장이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둔다.


“그렇다면, 놈들이 이미 이곳을 빠져나가 새로운 은신처를 마련했다는 것이 아닙니까?”


그 말에 와카마쓰도 얼굴을 굳힌다.


“음. 그럴 수도 있네. 놈들이 뭔가 우리가 온다는 제보라도 받고 부랴부랴 몸을 피하다가 증거를 흘린 것일수도 있어. 또 아무래도 2년 전에 보낸 편지다 보니 구태여 유출되어도 상관 없어서 부주의하게 취급한 것일수도 있지.”


그러나 경부는 기껏 체면을 세우게 되어 들뜬 기분을 여기서 해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돌아가서 보고할 건 생기지 않았는가! 그리고 어차피 이제 놈들은 독안에 든 쥐일세. 이런 은신처를 나와서 더 좋은 은신처를 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걸세. 놈들이 도피한다 해도 얼마나 도피했겠는가? 더 수색한 뒤에 이 일대를 일시적으로 출입을 봉쇄하고 전면적 수색에 들어가는 걸세 그리고 또 낙관적으로 보자면, 놈들이 도피했다기 보다는 그저 방심한 상태에서 자리를 비운 것일수도 있네. 그렇다면 돌아오기까지 기다렸다가 잡아 버리면 되는 걸세!”


“아하! 그러면 되겠군요!”


형사들은 드디어 놈들을 잡을 기회가 왔다고 느끼며 희희낙락했다. 이 망할 자식들! 우릴 두 달간 머리아프게 만들고 우리 과 실적에 큰 공헌을 한 오재두 경부보님을 끝장냈겠다? 죽여달라고 말 밑에서 기어다니게 해 주마!


순사들은 기운이 넘치게 되어 다른 방들도 박차고 들어가 이곳저곳을 털고 뒤지고, 손으로 쓸어 본다. 그러던 와중에 이제 마지막 방에 도달했다. 아마 공장장실로 쓰인 듯한 이 방은 유일하게 문이 닫혀있는 방이었다.


발로 한번 슬쩍 차 보니, 텅 하고 꿈쩍도 하지 않는다. 손잡이를 잡고 밀어 보니 덜컹 소리만 나고 열리지 않는다. 문이 안에서 걸쇠로 잠겨 있는 것 같았다.


“이 방만 잠겨 있다? 확실히 수상한 곳이다!”


“이놈들이 이렇게 잠궈 놨다면, 뭔가 결정적인 게 안에 숨겨져 있는 게 틀림 없습니다!”


“아니면 누군가 숨어 있거나요!”


형사들이 신나서 떠든다.


와카마쓰 경부는 직접 나무 문에 귀를 대 보았다. 혹시 안에 인기척이라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안에 아무도 없거나, 아니면 인기척을 철저히 숨기는 것 같다. 설령 그래도 뭔가 건질 게 있는 건 분명하겠지!”


형사들은 긴장한 채, 권총을 손에 쥐고 돌입할 태세를 갖추었다. 윤 순사가 경부님이 계속 수고하셨으니 이번에는 자기가 차고 들어가겠다고 한다. 경부는 기특하게 여겨 윤 순사에게 먼저 돌입할 영광을 주었다.


“하나, 둘, 셋!”


윤 순사가 나무 문을 있는 힘껏 걷어찼다. 우지끈 하고 걸쇠가 뚝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활짝 열렸다. 형사들이 그 안으로 총을 겨눈 그때였다.


“어? 어?”


형사들은 순간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섰다. 전혀 예상 못한 일이 발생했다. 눈 앞에서 뭔가 아래로 우르르 쓰러져 내려앉고 있었다. 우당탕 하고 바닥에 물체가 떨어져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윤 순사가 문을 박차 연 그 순간, 문이 활짝 열리는 동선상에 쌓여있던 뭔가 문에 부딪혀 무너진 것이었다. 바로 나무 의자들이었다. 나무 의자들이 천장까지 탑처럼 층층이 쌓여 있었다. 문이 확 열린 순간 부빚친 충격에 죄다 균형을 잃고 무너지게 된 것이었다.


형사들은 의자의 탑이 갑자기 무너지는 사태에 당황하여 들어가질 못했다. 대체 누가 이렇게 의자들을 올려 쌓아놨단 말인가? 왜 잠긴 문 뒤의 방에 이런 원시적인 장치를 해 놓았단 말인가?


그 의문은 바로 풀렸다.


의자들과 함께 떨어지며 먼저 바닥에 널브러진 의자에 툭 하고 부딪히고는 딱딱한 지면에 충돌한 것이 있었다. 한 손에 들어갈 만큼 시꺼멓고 동그란 물체였다. 그것이 바닥에 부딪치는 소리가 텅하고 울렸다.


와카마쓰 경부는 그게 무엇인지 알아본 순간 입에서 욕지기를 내뱉었다.


“이런 젠······.”


그러나 그는 할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쾅 하고 고막을 찢는 폭음과 함께 주변으로 확 번진 화염과 먼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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