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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KA
작품등록일 :
2019.07.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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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5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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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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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쪽

229화

DUMMY

후지무라 중위의 굳어진 표정은 싸늘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의 세 동료들이 분노를 맹렬히 타오르는 불과 같이 표출했다면, 그의 분노는 혹한기에 몰아닥치는 눈폭풍처럼 맹렬하면서도 극도로 차가웠다.


그의 칼집에서 군도가 스르릉 뽑혀나온다. 후지무라 토비자루는 그가 특기로 하는 자세를 잡는다. 오른다리를 뒤로 빼서 굽히고, 왼손 검지와 엄치를 펼쳐 그 사이에 도신을 올려놓는다. 소총의 가늠자처럼 직각으로 선 칼끝이 겨누는 곳은 바로 정우였다.


“오늘이 아니면 우리가 겨뤄볼 날이 없소. 내 초식을 얼마나 받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오.”


정우는 후지무라 중위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고, 심장이 긴장감으로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어제 있었던 작업에서 빠르게 제압된 다른 장교들과 달리 후지무라 중위는 단원들에게 무공을 보여준 사람이었다. 혜월 스님과 명수, 종팔까지 합쳐 세 명을 한동안 동시에 상대할 정도로 놀라운 실력의 소유자였다.


“후지무라 중위와 맞붙을 일이 있다면 조심하거라.”


그를 직접 상대해 본 혜월 스님의 말이었다.


“그자의 검초는 날카롭고 기세는 어느 고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방심했다가는 큰 일이 날 것이야.”


게다가 그 경계감과 더불어, 후지무라 중위를 선뜻 공격하고 나서기에는 망설여지는 면이 있었다. 옆에 있는 주리가 정탐을 다녀온 후 한 말 때문이었다.


“그 사람이 적만 아니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그만큼 정신이 올바른 사람도 일본에 얼마 없을 텐데.”


주리가 후지무라의 부인 세츠코와 맺은 인연에 대해 재잘재잘 떠들다가 갑자기 한숨을 쉬며 한 말이었다. 세츠코가 극도로 천대받는 부라쿠민이란 것에 편견도, 선입견도 하나도 가지지 않고 그대로 그녀를 봐주고 사랑에 빠진 사람이었다. 그것에서 비롯되는 불이익도 모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감수하던 사람이었다. 그런 자를 공격하는 것은 마음에 심각한 거리낌을 일으킨다.


“중위! 난 당신을 의인으로 알고 있소!”


정우가 입을 열었다.


“당신들의 앞길에 심각한 지장을 일으킨 건 정말로 미안하게 생각하오. 그러기에 그대를 이 자리에서 다치게 하고 싶지 않소! 물러나 주시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닥치시오!” 한 마디였다.


“당신네 두 간부는 테츠를 가지고 놀았소! 내 형제와도 같은 친구의 명예와 미래를 다 망쳐 놓았단 말이오! 겉으로는 정숙한 숙녀인 척, 품행 방정한 신사적인 척 하면서 뒤로는 수작질을 하고! 테츠는 당신네들에게 기만당하고 농락당하여 모든 걸 다 잃게 되었단 말이오!”


후지무라 중위의 눈이 매섭게 빛난다. 빛을 발하는 그의 군도처럼.


“테츠는 주리 양을 진심으로 아꼈소. 그런데 당신네들은 테츠의 그런 마음을 이용하였지! 당신네들의 독립이니 뭐니 하는 대의를 위해서 말이오! 지금 테츠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 아직도 한주리 양을 믿고 있을 거요! 그런데 당신은! 난 당신네들 대의 따위는 신경쓰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소. 내가 지금 당장 칼을 휘두르고 싶어 못견디는 건, 당신네들이 테츠를 그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거요!”


후지무라 중위의 타오르는 눈빛이 주리에게 옮겨간다. 주리는 그 눈빛에 가슴이 떨려온다.


“이 죄를 어떻게 책임지시겠소? 어떻게 사죄하겠소? 한주리 양이 답해보겠소이까? 물론 답해야 할 것이오! 내가 당신의 뒷조사를 한 것을 사과했던 게 후회되지 않을 만큼, 그리고 당신을 친구로 여긴 세츠코가 수치스러워하지 않을 만큼의 답을 내놓아 보시오!”


후지무라 중위의 추궁은 방금 전에 생긴 죄책감을 더욱 자극하였다. 아오야기 테츠오 중위가 비록 세계최종전쟁이란 미몽에 빠져 잘못된 길을 걸었다고는 하지만, 그리고 치명적일 정도로 눈치가 없다고는 하지만, 자신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진심임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아오야기 중위를 야멸차게 배신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자조하던 차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죄인이라고 물러날 수는 없었다.


“제가 중위님께 묻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보고 가만히 있어야 했단 말인가요? 그 잘나신 이시와라 간지 씨가 떠들어대는 세계최종전쟁을 위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희생되고, 우리 정부 사람들이 비명에 가는 걸 두고 봐야 했단 말씀인가요?”


“뭐라? 참으로 뻔뻔스럽군!”


후지무라 중위가 격노해 내뱉은 말에, 주리는 가슴이 찔려 오면서도 당당하게 소리친다.


“제가 뻔뻔해 져서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어요! 나쁜 년이라고, 요사한 년이라고 해도 난 만족할 것이여요! 아오야기 중위님에게는 정말로, 진심으로 미안해요! 용서하지 않으셔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렇다고 해도······. 내겐 할 일이 있어요! 당신네 제국의 지배 때문에 하루하루 힘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할 일이 있어요! 그 사람들을 위해 지옥에 갈 죄를 저지른다 해도, 난 그 형벌을 기쁘게 받을 거예요!”


주리가 당당하게 펼친 반박에, 후지무라 중위의 침착했던 얼굴이 무섭게 일그러진다.


“남의 마음을 가지고 미래를 송두리째 망쳐놓은 게 해야 할 일이라! 그게 더 많은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이라고? 참으로 재미있군! 자신이 성녀라도 된 줄 아시오? 당신네 독립운동을 한다는 사람들에게는 그게 칭찬받아 마땅할 일로 들리겠지만, 유감스럽게도 난 그런 사람이 아니오! 내게는 그저 내 친구를 농락한, 그리고 내 부인에게 진실된 친구인 양 접근한 요사스럽고 간사하며 음탕한 탕녀만 보일 뿐이오!”


후지무라가 주리에게 더욱 모독적인 말을 퍼부으려 하자, 정우가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중위! 누가 옳고 그른지 따지기에는 우리 둘다 시간이 부족하지 않소?”


정우의 몸에서 봉법을 전개할 자세가 갖춰진다.


“사내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치지. 그대도 그렇고 나도 그렇소. 그대가 우리 앞을 가로막는다면, 목숨걸고 쓰러트려 넘어갈 수 밖에 없소.”


정우는 그 말을 하며, 눈짓으로 주리에게 피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 도전에, 후지무라 중위가 짤막하게 응수한다.


“그래야 할 거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정우가 눈을 잠깐 깜빡인 그 때, 그리고 주리가 싸움에 방해되지 않으려고 뒷걸음질 친 그때였다.


“아니!”


정우가 놀라서 입을 벌린다. 후지무라 중위가 눈 앞에 있었다! 바로 몇 미터 앞에 있던 그가. 번개같은 속도로 돌진해온 것이다.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처럼. 격발된 총탄이 발사된 것처럼. 이 정도로 빠를 줄이야!


휙 하고 공기를 가로지르는 소리와 함께, 후지무라 중위의 수평 평찌르기가 무자비하게 찌르고 들어왔다. 정우가 그 평찌르기를 피하고, 이와 더불어 주리를 밀치면서라도 칼을 피하게 한 것은 실로 기적이라 할 수 있었다.


“꺄악!”하고 비명을 지르며 넘어진 주리는, 후지무라 중위의 다음 동작이 전개되는 것을 보았다. 찌르기가 빗나간 바로, 그의 군도가 정우가 피한 방향을 향해 횡으로 베어진다. 정우가 그 공격을 몸을 맞춰 피하자마자, 양손으로 잡힌 군도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쳐진다.


째앵!


금속과 금속이 맞부딪히는 파열음이 울려퍼졌다. 지팡이를 들어 공격을 막아낸 정우는 손이 떨림을 느꼈다. 후지무라 중위의 공격은 극도로 날카롭고, 신속하기 이를 데 없었으며, 검에 들어간 완력도 보통 이상이었다. 절대로 쉽지 않은 상대가 될 터였다. 쿠스노기 중위처럼 꾀를 써서 빈틈을 유도할 수도 없었고, 미나모토 중위처럼 실력차를 통해 제압할 수도 없었다.


이런 상대는 실로 오랜만이었다. 정우의 마음에 서둘러 저 자를 쓰러트려야 한다는 다급함과 함께, 이런 고수와 맞서본다는 흥분감, 그리고 이 후지무라 토비자루를 이긴다면 얼마나 유쾌할지 기대하는 호승심이 동시에 떠올랐다.


후지무라 중위는 다시 군도를 쳐들어 재차 내리친다. 정우의 두 손에 충격을 가해 저리게 만든 후 빈틈이 생길 때 놓치지 않고 찔러버릴 작정이었다. 그러나 정우는 그 의도에 넘어가지 않는다. 정우는 내려쳐진 군도를 막지 않고 몸을 빙글 돌려 넘긴다. 군도가 흐르듯이 지팡이를 스쳐 지나갈 때, 정우는 순식간에 후지무라 중위의 뒤통수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


다시 쨍!


정우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후지무라 중위가 정우의 일격을 신속하게 받아쳤다. 바로 그 직후, 일시적으로 자세가 흐트러진 틈을 타 다시 수평 평찌르기가 날아왔다. 정우는 그 평찌르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새파란 도신이 코 앞을 바로 스쳐지나갔다.


평찌르기 다음에 들어오는 가로베기를 받아친 정우는, 수세에 몰린 상황을 역전하기 위해 초식을 전개했다. 후지무라 중위도 질세라 선공으로 얻은 주도권을 유지하려 정우의 공격을 여러 번 받아치고는 뒤로 연거푸 물러난 직후 강력한 평찌르기와 함께 돌격한다. 평찌르기와 그 직후의 가로베기, 그리고 수직베기가 연달아 전개된다. 정우는 찌르기와 가로베기는 피하고 수직베기는 막아낸다. 서로 빈틈을 노리고 끌어내기 위한 초식들을 현란하게 전개한다.


주리는 후다닥 일어나 옷을 털고 이 대결을 가슴 졸이며 지켜본다. 둘의 실력은 너무나도 막상막하였다. 어느 한 쪽이 빈틈을 보이는 즉시 끝장난다. 그래도 주리는 정우가 걱정되어 쿵쾅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이미 정우는 두 번이나 대결을 치렀다. 반면 후지무라 중위는 멀쩡한 상태다. 균형추가 어느 정도 기울어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우위에 서지 않는 대결이 계속된다면, 정우가 체력적으로 불리할 터였다.


어떻게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끙끙거리던 그때, 주리는 경악에 가득찬 비명을 질렀다.


“아아, 오빠!”


쩌억 하는 소리와 함께, 후지무라의 검격을 받아낸 지팡이가 반으로 갈라져버린 것이다. 잘려나간 부분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정우는 이를 악물었다. 세 중위의 몸을 두들겼으며, 쏟아진 강철 군도들을 받아낸 지팡이었건만, 근본적으로 납으로 된 지팡이었다. 계속되는 충격을 이길 수 없던 것이었다. 도주하는데만 신경 써서 더 강한 걸 챙겨오지 못한 후회감이 밀려왔다.


“이걸 어쩌나. 무기가 그 꼴이 되어서 내 초식을 받아낼 수는 있겠소?”


후지무라 중위가 얼굴에 비웃음을 띄우고 빈정거렸다. 그는 다시 펼친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 도신을 올려놓고 수평 평찌르기 자세를 취한다.


“기회를 주지. 지금 내 칼에 명을 달리하시겠소, 아니면 조용히 헌병대에 압송되어 조사를 받으시겠소? 헌병대에서도 그쪽이 수사에 잘 협조만 하면 험하게 다루진 않을 것이오. 오히려 괜찮은 제안을 받을 수도 있겠지. 당신 불륜상대를 다시 보고 싶으면 후자를 택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오.”


정우는 인생에서 여러 차례 위기가 있었지만, 지금 만큼의 최악은 별로 없었다고 기억한다. 있었다면 배신자의 함정에 빠져 적 경찰에 붙잡혀 고문당할 때였을까? 무기는 부러지고 연거푸 거친 결전으로 몸이 지침을 느끼는 반면 상대의 초식은 여전히 날카롭다. 목숨이 경각에 달렸다는 적신호가 머릿속에서 불을 밝힌다.


그러나 정우는 물러날 생각이 없다. 주리가 뒤에서 보고 있다. 분명 지팡이가 부러진 것을 보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을 것이다. 천 지부장의 가르침이 메아리쳤다.


“이 장백대호의 제자를 자처하고 싶으면, 항상 꼴사납지 않아야 하느니라. 목에 칼 수십개가 들이닥치더라도, 죽음이 눈 앞에 다가왔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정말 두려워서 오줌을 싸고 싶어 질 지라도, 무섭다는 기색을 얼굴에 내비치지 말아라. 그러면 위기를 벗어날 방책도, 적의 초식을 극복할 파해법도 생각나지 않는다. 프랑스의 혁명가 당통의 표현을 빌리자면, 대담하게! 대담하게! 더, 더 대담하게!”


정우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떠올렸다.


“중위! 제안을 두 개나 해주니 고맙소! 귀가 솔깃해질 제안이외다.”


그리고 만면에 살짝 웃음을 지었다.

.

“허나 거절하겠소”


“뭐요?”


후지무라 중위의 얼굴에 어이없음이 스쳐지나갔다.


“난 지팡이가 없으면 적수공권으로, 두 팔이 잘리면 이빨로도 싸울 준비가 되어 있소이다.”


정우가 취한 대범한 태도에, 후지무라 중위는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하하! 그렇게 대담하니 남의 약혼녀를 채가지! 진실로 감탄스럽소이다!”


후지무라 중위의 말은 기본적으로 비웃음의 의미가 강했지만, 나름의 감탄과 경의도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말은 똑바로 해야겠소. 그대는 내 제안 두개를 거절한 게 아니오. 첫번째 제안을 선택한 거지!”


그 말이 나오기 무섭게, 다시 수평 평찌르기가 날카롭게 치고들어온다. 정우는 중봉 크기의 지팡이었지만 이제 단봉이 된 그것을 잡아들고 다시 연거푸 공격을 피하고 세 번째 참격을 흘려보낸다. 그리고 지팡이를 잡지 않은 왼손 검지를 세워, 후지무라 중위의 눈을 노리고 찌르고 들어간다. 중위는 황급히 고개를 뒤로 틀어 피하고 검을 내리친다. 정우는 무기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도 어떻게 싸우는지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보고 있는 주리는 그저 전신이 덜덜 떨릴 뿐이었다. 정우가 극히 불리한 상황이 틀림없었다. 비록 정우가 자신만만하게 싸움을 택한 것을 보긴 했지만, 가슴이 콩알만해진 주리에게는 전혀 안심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또 발만 동동 구를 수 없었다. 일어나려던 우에스기 중위를 다시 기절시키고 미나모토 중위의 앞을 막아섰던 것처럼, 반드시 도움이 되야 한다.


생각해내라! 생각해내라! 생각해내, 한주리!


그때 주리는, 지금 기절해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관동군 장교들의 군도들이 그대로 남아있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주리는 와들와들 떨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어 뒤돌아 줄달음질쳤다.


“허! 아니나다를까! 저 여자가 죽음이 두려워 도망치는군! 한번 배신했으니 두 번은 못할까?”


후지무라 중위가 대놓고 비웃지만, 정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응수한다.


“착각 마시오! 당신 부인이 저렇게 행동해도 그리 말하겠소?”


“감히 세츠코를 가져다 붙이지 마라!”


그 말에 후지무라 중위가 고함을 지르며 찌르고 들어왔다.


주리는 허둥지둥 달려 정우가 싸움을 벌인 그 골목으로 들어왔다. 천만다행히도 주변에 사람은 없고 그저 기절해 있는 세 관동군 장교만 있을 뿐이었다. 주리는 누구의 칼인지도 신경쓰지 않은 채 군도 한 자루를 부여잡고 달렸다. 주리의 가는 팔에는 제법 무서웠지만, 그걸 신경쓸 겨를도 없었다.


숨을 헉헉대며 돌아온 그 때, 주리는 절규하고 말았다.


“꺄아악! 오빠! 안돼! 안돼에에에!”


주리가 도착한 바로 그 순간, 정우의 남은 지팡이가 다시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후지무라 중위의 공격을 막아낸 그때, 그리고 지팡이를 갈라버린 군도가, 정우의 왼쪽 어깨죽지를 베어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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