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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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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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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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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화

DUMMY

오재두 경부보는 머리 끝까지 끓어오르는 피를 참지 못하고 한동안 옥상을 돌아다녔었다. 망할 계집년! 내 앞길을 이렇게 망치려 들어? 어떻게 올라온 자리인데! 부모까지 팔아넘겼다고 손가락질 받으며 올라온 자리인데! 이 썩을 년을 진작 처리했어야 했어! 조짐이 보일 때 싹을 잘랐어야 했는데!


한편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않는 오 경부보는, 후지무라 중위 등 장교들이 그의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 이들은 명예회복과 자금회수를 위해서라도 주리의 신병을 먼저 확보하려 들 것이 분명했다. 이들은 사령부의 참모장교거나 경비중대 지휘관으로 체포나 수사 권한이 없는 자들이니, 분명 헌병에서 수사를 담당할 것이다. 이미 사상범 수사 관할을 두고 그는 기타무라 헤이스케 소좌를 비롯한 헌병 장교들과 여러 차례 충돌을 일으킨 전적이 있었다. 기타무라 소좌 같이 원한이 있는 자가 주리를 손아귀에 넣는다면, 이를 빌미로 그에게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


하지만 아직 시간이 있다. 저 장교들은 지금 주리가 어느 여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마 외숙부나 외숙부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며 그 여학교를 찾아가거나, 아니면 집에서 기다리려고 할 것이다. 저들도 상황이 급한 만큼 전자를 택할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 여유가 있는 셈이다. 당장 가서 그년을 붙들어야 한다. 학교가 어디인지 알고 있으니. 알고 있는 모든 수법을 다 동원에서 다 털어놓게 만든 다음, 영원히 입을 닥치게 만들어주고 말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오 경부보는 당장 경찰서를 나갈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어딜 갔다 이제 오나? 지금 급한 판인데!”


사무실로 돌아오자마자 와카마쓰 경부가 역정을 내었다. 그런데 사무실 분위기가 이상했다. 와카마쓰 경부는 호통을 치지 않았다. 역정을 내도 낮고 조용한 목소리를 조용조용히 내었다. 부하 형사들은 모두 한 곳에 집중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고 있는 윤 순사의 자리였다.


윤 순사는 이면지에다가 뭔가를 급하게 복기하고 있었다. 왼쪽 어깨에 수화기를 낀 채. 형사들은 그가 복기하고 있는 내용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어디라고? 어디? 확실한 거 맞는 거요? 젠장, 거기였다고? 그 말 확실한 거지? 정말 제대로 들은거 맞소?”


뭔가를 다그치듯 물어보던 윤 순사는, “알았수다. 일단 보고는 하겠소. 내일 다시 찾아와서 추가정보 있으면 또 보고하시오. 알겠소.”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


“무슨 일입니까?”


오 경부보의 물음에 경부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자네 자리 비운 동안 그 선생에게 전화 걸려왔어.”


그 선생이면 밀정으로 삼은 주이한 선생을 말하는 것이리라. 오 경부보는 눈살을 찌푸렸다. 오궁섭 교수를 자처한 카라스마 준이치로 백작의 얼굴을 알고 있는 자라 쓸만한 정보원이 될 거라 생각했었지만, 경무국장의 조카인 나카하라 히로요시 사무관이 그자와 함께 있었다는 별 말도 안되는 제보를 해서 진지하게 다시 잡아넣을까 말까를 고민했었다. 그런데 그자의 제보에 다들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이다.


“이번에 또 쓸데없는 정보나 가지고 온 거 아닙니까?


그런데 와카마쓰 경부가 고개를 내젓는다.


“아닐세, 아니야. 이번에는 제보가 상당히 구체적이야.”


의외라 생각하여 눈썹을 까닥인 경부보에게 경부가 걸려온 전화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전화는 윤 순사가 먼저 받았었다. 윤 순사는 전화건 사람이 주이한 선생이라는 것을 알고 또 헛소리 하면 그땐 진짜 유치장에 쳐넣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었다.


그런데 짜증으로 가득했던 윤 순사의 얼굴이 놀라울 정도로 진지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긴장한 얼굴로 그 제보가 정말인지 여러 차례 되묻는 소리가 들렸다. 윤 순사는 잠시 수화기를 내려놓고 보고했었다.


“그 선생 놈이 놈들 은신처를 발견했답니다!”


“뭐?”


물론 경부는 주 선생이 가진 밀정으로서의 능력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기에 매우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놈 말을 어떻게 믿나?”


그렇게 넘기려던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번에는 진짜인 것 같습니다. 그 선생이 백작 놈을 보고 뒤를 밟았다는데요.”


“뭐라고?”


윤 순사가 전한 말은 이리하였다. 오늘 아침 출근 중, 거리에서 오궁섭 교수라는 카라스마 준이치로 백작을 먼발치에서 발견했다. 카라스마 백작은 검은 차 한대를 타고 어디론가 향했는데, 주 선생은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백작이 탄 차를 따라가 달라고 하였다.


“통화 계속해 봐! 뭐라고 제보하는지 똑똑히 기록해!”


경부의 지시에 윤 순사는 수화기를 어깨에 끼고 주 선생의 말을 복기했다.


주 선생이 쫓는 차는 계속 달려서 종로를 지나더니 정동을 거쳐 서남쪽으로 계속 향하였다. 경성부를 넘어 한강다리까지 건너 강 남쪽으로 향한 차는, 영등포에 있는 한 공장에 멈춰섰다. 들키지 않도록 멀리서 정차를 부탁한 주 선생은 차에서 내려 조심조심 공장으로 들어갔다.


오랫동안 쓰지 않아 보인 공장 건물에서 주 선생은 수상해 보이는 사람들 여럿을 발견했다. 보이지 않게 숨어서 그들 대화를 엿들어보니, 그리고 허리춤에 차고 있는 탈바가지를 보니 이들이야말로 몇년 간 장안을 떠들썩하게 만든 그 탈쓴 연쇄 강도들이 분명했다. 이들은 이제까지의 범행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그것을 통해 얼마나 벌었는지 결산하는 듯 하였다.


이때 그들 중 한 명이 말하길, 내일 중으로 상하이 가정부에서 온 사람이 모아놓은 활동자금을 가지러 이 아지트로 온다고 하였다. 이들은 내일까지 조심하며 지내기로 하고 해산하였다. 주 선생은 해산하자는 말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들키지 않고 자리를 빠져나왔으며, 지금 공중전화로 제보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공장의 위치도 주변 공장에 명시된 주소지를 보고 알아내었다. 정확한 주소가 윤 순사의 손에 적혀 나왔다.


“정말 여기가 놈들 아지트인지는 아직은 불확실하긴 하지만······.”


와카마쓰 경부는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윤 순사가 복기한 내용을 보는 그의 눈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증언의 구체성을 미루어 보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제보다. 여기에 놈들이 거기서 가정부에서 온 밀사와 접촉을 한다니, 이건 큰 기회가 될 수 있음이야!”


사무실은 흥분으로 가득찼다. 사법계에서 수년 동안 풀지 못했던 이 강도사건을 그들이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단서가 잡힌 것이었다. 게다가 가정부에서 온 밀사까지 같이 잡을 수 있다. 이들이 모두 그들 손에 들어온다면, 그들은 유례없는 업적을 이루고 크나큰 포상과 훌륭한 인사고과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장 그 공장으로 다 데리고 쳐들어갈까요?”


마쓰우라 순사가 흥분해 나섰다.


“아니. 그럴 수는 없다. 거기는 시흥경찰서 관할이니. 최소한의 업무협조 절차는 필요하지. 게다가 지금 나서면 가정부의 밀사를 놓칠 위험이 있다. 다들 안달이 났겠지만, 지금은 우선 인내심 있게 기다려야 한다. 놈들이 한꺼번에 모였을 때, 죄다 일망타진해야 한다!”


경부가 자신 있게 선언한다. 그의 입에서 순식간에 짜인 체포작전 구상이 줄줄이 나온다.


“공장 일대를 죄다 우리 쪽 경력하고 시흥서 경력하고 기타 곳곳에 지원 요청해서 물샐틈 없이 포위한 뒤 체포조가 돌입하는 거다. 우선 포위해 놓은 다음에 수색조를 보내 정황을 파악한 뒤 포위되었다고 경고한 뒤 항복을 종용한다. 항복하지 않는다면 돌입해 죄다 일망타진한다. 저항하면 사살하되 역시 최대한 생포하는 쪽으로······.”


그런데 과장이 계획에 심취한 이때 갑자기 끼어드는 목소리가 있다. 오재두 경부보의 차가운 목소리였다.


“과장님.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그 계획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엥? 뭐가?”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갑자기 딴 소리가 나왔다. 경부의 얼굴이 순간 구겨지지 않을 수 없었다. 오 경부보가 논지를 전개한다.


“놈들도 바보는 아닙니다. 아지트 주변에서 경찰이나 헌병이 접근하는지 확인할 조치들을 취해놓았을 겁니다. 갑자기 사방에서 대량의 경찰력이 몰려온다면, 자칫 잘못하다 놈들에게 도주할 기회를 주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차! 그걸 생각 못했군! 와카마쓰 경부의 얼굴이 언짢음에서 당혹스러움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비록 주 선생의 증언이 구체적이긴 하지만, 정말 그 증언이 맞는지는 확인이 더 필요합니다. 몇개 서의 경력을 그곳에 한꺼번에 동원했는데 놈들이 거기 없었다면, 우리는 허탕을 친 정도가 아니라 엄청난 견책을 받게 될 겁니다. 타서 경찰력은 물론이고 우리 서의 타부서 경력 동원도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자네 말이 일리가 있군.”


와카마쓰 경부가 고개를 끄덕인다. 자칫 상대를 설건드렸다가 다 빠져나갔는데 불러온 경찰력이 많으면 많을 수록 그들이 받는 망신의 강도도 높아질 것이 뻔하였다.


“그렇다면, 경부보님 계획은 무엇입니까?”


노무라 순사부장의 질문이었다. 이때 오 경부보의 대답은 그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하였다.


“우리끼리만 가서 은밀히 정탐한 뒤에 지원을 부르는 것이다.”


“예에?”


오오이시 순사가 의문을 제기한다.


“놈들은 최소 7명입니다. 잘못하다가 충돌이 발생하면 숫적으로 압도당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제2과와 3과 소속도 불러서 예비로 배치한다. 한꺼번에 몰려가다가는 들킬 수 있으니, 한명 한명 씩 차례대로 가서 정탐한 뒤 지원을 부르면 되는 거다.”


그 말에 와카마쓰 경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계획이 더 나은 것 같군. 우리 여섯명이 우선 가서 공장 일대를 정탐하고, 놈들이 파악되는 대로 연락을 취하세. 우선 거기 빠르게 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확인해야겠군. 그래도 지금은 일단 계장님께 보고해 두겠네. 협조요청은 빠를수록 좋지.”


오 경부보는 이때 사무실의 누구도 그의 계획을 눈치채지 못했음을 알았다. 저들을 확실히 제압하고 체포하려면, 와카마쓰 경부가 앞서 말한 대로 그 일대를 물샐틈 없이 포위한 뒤 돌입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러나 그 방법은 오 경부보에게는 위험한 방법이었다.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카라스마 준이치로를 체포할 가능성이 생기니까.


궁지에 몰린 그자가 무슨 짓을 할지 몰랐다. 만약 체포된 직후 최후의 발악이라도 할 작정으로 자신의 사촌여동생이 공범이라고 주장한다면, 누군가 그가 절대로 비밀로 유지해야 할 일을 알기라도 하게 된다면, 그의 인생은 심각한 내리막길을 걷게 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가슴을 휘감고 있었다.


그렇다면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 그들이 자기 외의 누군가에게 체포될 가능성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카라스마 준이치로를, 그리고 미쓰이 사토시와 천남건을 비롯해 그의 공모자들을 전부 입을 막아버리게 하는 장면을 볼 사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놈들의 아지트를 들이칠 인력은 최소한만 투입되어야 한다.


그의 급한 마음은 벌써부터 카라스마 준이치로를 권총으로 쏘아 죽이는 장면을 수십 번이나 그리고 있었다. 그 망할 년이 연관된 놈들은 죄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놈들이 설사 체포에 응하더라도, 쏴버린 다음에 놈들이 먼저 응전했다고 보고서를 꾸미면 그만이다.


그는 부모 이외에 또다른 오점을 가지고 싶지 않았다. 이미 손에 피는 잔뜩 묻혔다. 더 묻은들 달라지겠는가?


이제 필요한 것은 정당하게 경찰서를 떠날 핑계였다.


“제가 보기에 영등포 쪽이면 경성방직의 공장이 있는 곳입니다. 사장인 김성수 씨가 여러 차례 수상한 행적이 관측되었던 관계로, 혹시 저들이 경성방직과 모종의 연관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음. 그럴 수 있겠군. 혹시 그 공장이 경성방직과 관련 있는지는 조금 더 알아봐야 하겠지만, 그걸 배제할 수는 없긴 할 걸세.”


“그렇다면 제가 다시 김성수 씨를 찾아가 조사를 해 보겠습니다. 관련 여부를 알아보고 보고 드리겠습니다.”


“좋네. 다녀와 보게. 우리 쪽에서도 확인을 해 볼 터이니.”


오 경부보는 허락을 받자마자 경례를 붙이고 튀어나가듯이 경찰서를 나왔다. 경성방직 사장이자 동아일보 사주인 김성수는 만날 것이다. 그년을 처리한 후에. 수사 협조 문제라고 그 년을 교실에서 끌어내 하숙방으로 끌고갈 것이다. 이 망할 것은 반항하겠지만, 자신의 완력을 이기지 못할 것이다. 시끄럽게 굴어 어디 파출소 순사가 제지하러 온다 해도 고등계 형사인 자신을 막으려 들 수 있겠는가?


오 경부보는 더욱 발걸음을 빨리 한다. 급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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