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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활극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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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KA
작품등록일 :
2019.07.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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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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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236화

DUMMY

소련 총영사관 정문을 지키는 소련군 제복 차림의 경비원들은 관용차가 들어오는 걸 보고 경례를 붙이며 바로 통과시켜주었다. 정우가 주리와 클린턴의 부축을 받으며 차에서 내렸을 때 먼저 본 사람은 피에 젖은 정우를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한 미하일 가레예프였다. 가레예프는 괜찮냐고 물어볼 새도 없이 빨리 정우를 총영사관 건물의 의무실로 안내해 주었다.


정우에게는 매우 다행스럽게도, 소련 총영사관에는 마침 영사관 직원들을 진료하는 의사가 있었다. 총영사관 부지 바깥으로의 출입을 최대한 삼가는 사람들인 만큼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으리라.


러시아인 의사가 정우를 의무실에 눕히고 피에 젖은 상의를 의료용 가위로 잘라내 상반신을 드러낸 뒤 환부를 알코올로 소독하고 닦아낸 뒤 한땀한땀 꼬맬 동안, 주리는 정우의 손을 꽉 붙잡고 있었다. 마치 정우가 어디론가 가버리지 못하게 할 것 처럼. 시뻘겋게 드러난 길게 베인 상처를 보니 꼭 자신이 다친 것만 같아서 아파왔다.


환부에 알코올이 들어가자 정우는 얼굴을 찌푸렸지만, 주리의 걱정 가득한 얼굴에 미소를 지어 안심시켜줄 여유는 충분히 있었다.


러시아인 의사는 주리가 알아들을 수 없는 러시아말로 뭐라고 말하고 링거 주사를 놓고는 그 안에 약 몇개를 주입했다. 의사가 뭐라고 말하는지 궁금해하는 정우가 주리에게 바늘이 살갗을 찌르는 따가움 속에서 답해 준다.


“조금만 더 깊었으면 큰일날 뻔했다네. 진통제하고 파상풍이나 여타 세균감염을 대비한 약품을 처방해 주고, 피 많이 흘렸으니 하루는 푹 쉬래. 실밥은 며칠 후에 끊자네.”


주리는 정우가 심한 상태가 아님에 크게 안도하고 얼굴에 웃음을 띄웠다. 그러나 바로 표정에 그늘이 진다.


“하지만 일정대로 도주한다면 실밥 끊을 시간도 없잖아요.”


“괜찮아. 인천에도 의사는 있으니까.”


“그게 아니라요.”


주리가 입을 삐죽인다.


“인천으로 가던 도중에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까봐 걱정이라 그렇죠.”


이는 정우도 내심 신경쓰이는 바였다. 그들이 상정한 탈출 경로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모두 경성역으로 가서 인천행 급행을 타고 가는 것이었다. 가장 빠르고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다. 그러나 오재두가 추적해 오고 관동군 장교들이 그를 알며 헌병이 혼마치에 깔렸던 상황을 미루어 보면, 이 선택은 절대 불가능한 것이었다.


둘째는 다 같이 트럭을 타고 탈출하는 것이었다. 이미 그들은 작업에 썼던 트럭을 왕 채주를 통해 옥룡회에서 대여한 바 있다. 전날 쓴 트럭은 작업 종료 후 통해 사전에 약속한 장소에 주차시켜 놓은 다음 기차편으로 경성에 돌아왔기에 쓸 수 없었다. 그래서 트럭 한대를 더 대여하여 도주용으로 삼았는데, 그들이 우선 소련 총영사관으로 피신하는 통해 당장 타고갈 수는 없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며 덜컹거리는 트럭 짐칸이 자상을 입어 상처를 실밥으로 꿰멘 환자에게 좋을 리가 없었다. 만약 적이 추적해 전투라도 벌어진다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우는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별 걱정을 다하는구나. 이미 하늘이 도와서 이렇게 살아 있잖니? 괜한 걱정은 몸에 해로워. 인천 가기 전에 너도 좀 쉬어야지.”


주리는 이럴 때 정우가 더 솔직해지면 좋겠다고 느꼈지만,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이러는 것이 너무나도 그다웠다. 이럴 때 불안해하면 정우의 뜻을 몰라주는 거라고 생각한 주리는, “오빠 옆에 있는 게 쉬는 거예요.”라며 정우의 뺨에 살짝 입을 맞춘다. 그리고 계속 정우가 눈 앞에 있다는 걸 계속 확인하고 싶은 듯, 정우의 얼굴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의사가 안정을 취하라고 나간 그때, 바깥에서 떠들썩한 목소리가 들린다.


“얼마나, 어떻게 다친 겁니까?”


“누구에게 당한 거예요?”


“걔 괜찮은 거 맞아요?”


“들어가 확인해야겠습니다!”


형제들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오재두 경부보를 처형한 뒤 대백루를 출발해 정우와 주리가 무사히 소련 총영사관에 도착했는지 걱정하고 있는 터였다. 그런데 영사관에 와 보니 정우가 다쳐서 의무실에 누워있다고 가레예프에게 전해듣자 다들 가슴이 내려앉았던 것이었다.


“자. 자. 진정들 하고, 환자는 안정을 취해야 하니 한명만 들어가는 게 좋겠네.”


가레예프가 흥분한 형제들을 말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들어가지.”라는 천 지부장 특유의 굵고 낮은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의무실 문이 열렸다. 얼굴이 바위처럼 굳어진 천 지부장의 뒤로 형제들이 고개를 쑥 내민다.


“야! 너 괜찮냐?”


“어떤 놈이 그랬어?”


“얼마나 다친거야?”


형제들이 우르르 떠드는 소리에 의무실이 울린다. 정우는 “아, 형제들. 난 괜찮아.”하고 별일 아니라는 듯 손을 쳐들었다.


천 지부장은 걱정이 가득하여 떠드는 제자들에게 “그건 의사에게 듣거라.”라고 하고는 문을 닫았다.


지부장의 안면은 항상 그랬듯 어떠한 긴급사태에도 아무 일 아니며 다 해결할수 있다는 듯의 무심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정우는 지부장의 눈에 흔들림이 있음을보았다. 자기도 모르는 새에 제자를 잃을 뻔했다는 충격이 눈빛에 아로새겨져 있었다.


정우는 천 지부장이 걱정할까봐 먼저 입을 연다.


“별 일 아닙니다. 하루 쉬면 괜찮아진다고 의사가 말했고······.”


“그렇게 칼에 베이고도 하루만에 낫겠느냐?”


지부장은 내뱉듯이 말했지만,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떨림이 있었다. 정우는 그때 살아서 영사관에 왔다는 기쁨보다는, 아버지와 같은 지부장을 걱정시켰다는 죄책감이, 그리고 자기 때문에 계획이 틀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먼저 일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더 뛰어났다면······.”


그런데 두 목소리가 동시에 끼어들었다.


“오빠가 왜 사과해요!”


“네가 왜 사과하느냐?”


주리와 천 지부장이 동시에 같은 말을 한 것이었다. 주리는 그 말을 하자마자 헉하고 놀라 지부장을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정우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후지무라 중위가 나쁜 건데, 정우가 자기가 폐를 끼쳤다고 말하는 것에 순간 답답함이 일었을 뿐인데, 천 지부장과 똑같은 생각을 동시에 입에 담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천 지부장 또한 주리와 동시에 같은 의미의 말을 입에 담을 줄 생각하지 못했던지라, 눈빛에서 일순간이나마 당황함이 스쳐 지나갔다. 둘의 마음이 통했다는 이례적인 일에 잠깐 침묵이 흘렀다. 이미 천 지부장에 대한 마음의 거리감이 좁혀진 주리는 평소라면 이거 가지고 감히 웃음을 터트리고 지부장을 놀리려는 과감한 시도를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몇초 후, 천 지부장은 험험 하고 헛기침으로 침묵을 깨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줄 수 있겠느냐?”


정우는 그 말에 주리와 뒷골목으로 탈출하면서부터 있었던 일을 모두 들려주었다. 말 한마디가 끝나면 부연설명으로 종알종알 추임새를 넣는 주리와 함께. 둘은 말하면서 계속 서로를 칭찬했다. 주리는 관동군 장교 넷을 상대한 정우의 뛰어난 무공을 잔뜩 들떠서 높이고, 정우는 주리의 도움 덕에 여러 차례 지대한 도움을 받았다고 연인을 높였다.


조용히 듣고 있던 천 지부장은, 정우의 얘기가 다 끝나자 입을 열었다.


“혹시 몰라서 미샤에게 차좀 보내달라 했는데 큰일 날 뻔한 것을 막았구나. 너희들 정말로 수고 많았다. 적 네 명을 무력화시키고 무사히 탈출하는 건 대단한 일이었다. 그것도 어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얘를 인력거로 데리고 온 뒤에 그런 싸움을 벌였으니. 네 무공의 증진을 참으로 잘 확인하였구나.”


정우는 사부의 칭찬에 감개무량하여 얼굴이 밝아진다. 천 지부장은 주리에게 눈길을 돌린다.


“너 또한 훌륭하였다. 싸움 경험이 없는 아이가 입으로 상대를 멈춰세우고, 정우가 위급할 때마다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네가 아니었다면 정우는 하마터면 2대 1에서 3대 1, 최악의 경우 4대 1의 불리한 싸움 끝에 사로잡히거나 목숨을 잃었을 게다. 네 공이 참으로 컸다.”


주리는 가슴이 뿌듯해지고 방방 뛰고 싶은 감정이 마구 올라와 얼굴에 방긋방긋 웃음을 짓는다. 지부장에게 다시금 칭찬받고 인정받으니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불현듯 생각 하나가 올라오며 침울해졌다.


“죄송합니다. 제가 무공만 할 줄 알았으면, 정우 오빠가 다치지 않았을 텐데······”


계속해서 정우에게 도움을 주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도움에 불과했고 또 정우가 싸우는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가슴을 졸이기만 했던 기억이 떠오르고 말았다. 무공실력이 있었다면 후지무라 토비자루를 동시에 상대해 제압할 수 있었을 거라는 가정에 가슴이 무거워지고 말았다.


“그렇게 생각할 것 없다. 정부 사람들 중에 무공을 못하는 사람이 절대 다수다. 몸으로 싸울 수 있는 사람만 독립운동을 하는게 아니니라.”


천 지부장은 개의치 않다는 투였다.


“오히려 너는 무공을 못하더라도, 못하면 못하는 대로 그 긴박한 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길을 찾았으니 이는 대단한 일이다. 더 기뻐하고, 더 자부심을 가져도 되는 일인 게다.”


그 말이 주리의 마음을 어루만졌지만, 아쉬운 생각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지부장이 이리 칭찬하였으니 시무룩하게만 있을 수는 없었다. 활짝 웃으며 “정말 감사합니다!”하는 밝은 목소리에, 정우는 미소지으며 그녀를 지긋이 바라본다. 정말인지 대견하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그 감정도 잠시, 천 지부장의 표정이 다시 엄격해진다.


“하지만 곤란한 사항이 있다. 헌병이 그렇게 빨리 깔린 건 그 장교들이 헌병과 같이 움직였음을 뜻한다. 그리고 영사관 관용차를 타고 온 이상, 놈들이 너희가 이곳에 왔다는 것을

눈치챌 자가 있을 것이다.”


“예? 그럴까요?”


주리가 놀라서 묻는다.


“영사관 차 타고 왔으니까 다 된거 아닌가요?”


“헌병은 바보가 아니다.”


천 지부장이 딱 자른다.


“백주대낮에 유흥가에 외교공관 관용차가 돌아다니는 것은 적잖이 수상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낮시간에 영업하지 않는 곳에 관용차가 왔다는 것은 아무래도 눈에 뜨일 수 밖에 없는 일이지. 분명 헌병에서 그 사안을 이상하다고 보고 영사관을 의심할 자가 나타난다는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럼 어떻게 되는 거여요?”


“빠르면 오늘 안에 헌병 병력이 정동 일대에 깔릴게다. 이와 동시에 총독부 외무국이 총영사관에 항의서한이나 그런 걸로 압박하겠지. 자국의 범죄자들을 총영사관이 보호하는 것을 아니 당장 내놓으라고 말이다. 저번에 키릴롭스키에게서 들었겠지만, 소련은 현재 취한 외교노선 하에서 일본과 갈등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 우리가 계속 여기 있다고 하면 매우 곤란해지지. 이트킨 총영사는 허가해도 외무인민위원회에서는 골치아픈 우리를 적에게 넘겨주는 걸로 이 문제를 일단락짓고 싶어할 가능성이 높다.”


“예? 말도 안 되어요!”


주리가 천 지부장의 말에 분개하였다.


“우리가 거기 중요한 사람들 암살을 막는데 공헌했잖아요!”


그러나 천 지부장은 냉정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는 크렘린의 눈으로 보면 지극히 사소한 존재에 불과하다. 아무리 피압박민족의 해방을 위해 싸운다고 선전하기는 해도, 결국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소비에트 연방의 안전이지 우리의 안전이 아니다. 저들은 스탈린이 집권하기 전에도 연해주의 우리 독립군들을 일본과 충돌요소를 없애기 위해 해산시켰다. 괜한 기대는 걸지 말거라.”


그래도 주리는 억울한 마음을 누를 수 없었다. 오게페우의 키릴롭스키는 투하쳅스키와 블류헤르의 암살음모 제보를 해준 그들을 크게 칭찬하며 아부에 가까운 말까지 하였다. 자신들에게 위험이 되면 버릴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야속하였다.


“기대가 크면 상처받는다. 괜한 생각을 하지 말거라.”


이것은 천 지부장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었다.


“그런 이상 아무래도 네가 충분히 회복할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다. 24시간 정도는 시간을 버는데 무리는 없겠지만, 그 이후에는 힘든 상황을 감당해야 할 게다. 괜찮겠느냐?”


정우는 사부의 경고에 빙긋이 웃는다.


“이보다 더 심한 일도 여러번 겪지 않았습니까?”


주리는 그 말에 새삼 정우의 탄탄한 상반신에 베이고 꿰매고 총탄에 관통당한 자국이 한두개가 아님을 다시 보았다. 처음 보았을 때의 안타까움이 다시 밀려온다.


“그래도 참고만 있지 말거라. 그러다가 덧난다.”


천 지부장의 얼굴에, 정우가 또 혼자 아픈 걸 참다가 탈이 날까봐 지극히 걱정스럽다는 빛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렇다면 내일 작업은 어찌됩니까?”


정우가 물었다. 천 지부장은 별 큰일은 없다는 것처럼 말한다.


“계획대로 진행한다. 어차피 우리가 직접 나가서 처리할 문제도 아니니. 어차피 그건 오재두 놈이 제대로 처리되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했는데, 그놈은 여기 오기 전에 목을 메달아 버렸다. 아마 시체는 지금 처리하기 좋게 해체되고 있겠지. 정 알고 싶으면 왕 채주에게 부탁해 잘 진행되었는지 확인하면 그만이다. ”


“그렇습니까?”


주리는 천 지부장의 이 말로 오 경부보가 정말 죽었음을 알았다. 시체를 처리하기 좋게 해체하느니 뭐니 하는 섬짓한 말이 나왔지만, 어떠한 동정심도 느끼지 못했다.


“언제 인천으로 출발할지 결정되면 알려주마. 그 전까지는 쉬고 있거라. 너희들 짐도 챙겨서 가져왔으니 애들 시켜서 가져다 주라고 하마.”


천 지부장은 그렇게 일러두고 몇 마디 덧붙인다.


“출발 전까지 영사관에 눈치껏 시키고 싶은 건 다 하거라. 점심은 먹어야 하니. 여기 커피를 추천하마. 태황제도 이 건물에 있을때 여러 차례 즐겼지. 여기 총영사하고 같이 마셨는데, 썩 괜찮아.”


고종황제가 친일개화파 대신과 일본의 눈을 피해 이 하얀 건물로 피신했을 때는 아직 제정이 존재할 때였고 그때 커피를 타준 급사는 없지만, 그 맛이 딱히 달라지진 않은 것 같았다. 지부장은 그 말을 하고 방을 나갔다.


그가 나가자마자, 영사관의 급사가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점심이 준비되었는데 먹겠냐는 것이었다. 고소한 음식 냄새에, 주리의 뱃속에서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허기가 강하게 찾아왔다.


“오빠. 드실거죠?”


주리가 물었다. 정우는 그다지 입맛이 없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빨리 회복하려면 무엇인가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그리고 안 먹으면 주리가 걱정할 게 뻔하였다.


나온 음식은 메밀을 볶고 쑤어 만든 러시아식 죽인 까샤였다. 병상에 누운 정우에게 필요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정우가 스푼을 잡으려던 찰나, 주리가 먼저 정우의 스푼을 잡고는 한 숟가락 먼저 뜨더니 후후 분다.


“자, 오빠. 아 하세요.”


정우는 순간 부끄러워져서, “나 팔은 멀쩡한데?”라고 말하였다. 돌아오는 대답은 “그래도 오빤 환자에요. 지금은 아.”하며 자기 입을 같이 벌린다. 그래도 정우는 사지 멀쩡한 남자가 여자아이한테 음식을 받게 되는 것이 얼굴에 열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괜찮데도. 그러다가 네 먹을 거 다 식겠다.”라고 사양의 뜻을 밝힌다.


그러나 주리는 단호하였다.


“오빠가 목숨 걸고 나 구해줬는데, 이 정도도 못하나요?”


그러며 다시 “아.”하고 입을 벌리며 까샤가 담긴 스푼을 들이민다. 정우는 계속 자기가 먹겠다 하면 주리가 분명 배고픈데도 자기 그릇에 손도 안댈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린다. 게다가 애정 가득한 눈을 한 채 스푼을 들이미는 것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적잖이 부끄럽긴 했지만, 동시에 기분이 편안하였다.


그런데 정우는 입 안에서 까샤를 우물거리다가 하마터면 풉 하고 웃을 뻔했다. 주리가 야릇한 웃음을 지으며 “솔직히 오빠가 안 다쳤다면 딴 걸로 보상해주고 싶지만······.”이라며 정우의 하반신에 살짝 눈길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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