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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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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0,270
추천수 :
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2.12.19 23:10
조회
610
추천
10
글자
12쪽

제 1편

DUMMY

제 1편









“시. 신령님이 노하셨다!!!”


“제발 자비를!!!”



천지가 진동하고 마을의 수호신인 버드나무가 뿌리채 뽑혀나갔다.


말 그대로 세상이 뒤집혀질 싸움이 영적세계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파가 현실 세계까지 미치고 있었다.




“이런 씨······”


-까아앙.


들고있던 신칼을 떨어트리는 것도 모자라, 다른 손에 쥐고 있던 부채마저 떨어트렸다.



“아이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당신 뭐하는 거야?!! 돈을 받았으면 빨리 뭐라도 좀 해봐!!!”


달아나거나 엎드려서 싹싹빌기 시작하는 마을사람들.

그중에는 무당인 나를 탓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었다.



“······”


시발 저걸 나보고 어쩌라고.


꽤나 값나가는 병굿을 해달라는 요청에 부리나케 달려와서 굿판을 벌였더니······


돌연 마을의 수호목이 갑자기 흔들리면서

웬 대악귀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제껏 본명도 알려주지 않던 내 몸주. 이름없는 장군신.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몰라도, 항상 거만스럽게 행동하던 장군신이 돌연 큰칼을 빼어들며 대악귀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대악귀와 장군신의 싸움.

신장과 대요괴의 싸움이 저러했을까?


세상을 뒤집어 썰어버리는 듯한 과격한 싸움이 어느 외딴 시골 마을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그 싸움의 여파가 내가 멍하니 서있던 곳까지 날아들었다.





“어,어??”


눈앞을 가득 메우는 빛.

순간 나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












“크음···”


온몸이 부서질것 같은 통증 속에서 눈을 떴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새하얀 천장.

알싸한 약냄새가 나는 것으로 보아 근처 병원으로 이송된 모양이었다.


불편했지만 조금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예상치 못했던 소란이 발생했다.






“깨···깨어나셨다!!!!”


병실 한쪽에 서 있던 누군가가 혀꼬인 말을 내뱉더니, 문 밖으로 황급히 달려나갔다.

마치 부서질듯 흔들리는 새하얀 철문.

병실의 문 치고는 조금 이상했지만, 워낙 외진 시골이니 그러려니 했다.


그렇게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자마자 천정에 거꾸로 서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기묘했지만 내게는 익숙한 광경.

그리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아, 왜 나서서 그 사단을 만들고 그러십니까?!! 그게 얼마짜리 굿인데?”


[······]


“아니, 평소에는 불러도 대답도 잘 안하시던 양반이, 대체 왜 한달 굶은 멧돼지마냥 악귀한테 달려든 건데요?”


[······ 너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거냐?]


“뭘요? 지금 눈치고 뭐고 장사 말아먹게 생겼는데 다른게 눈에 들어오겠······”




너무 열받아서 그런지, 일그러진 장군신의 표정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마치 세상을 다 잃은 듯한 얼굴.



‘···뭐지?’


신령이 떠나가면 허주잡귀나 꼬이는게 신력빠진 무당 신세였기에, 조금씩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뭔데요?”


조금 잦아든 목소리로 물어보니 돌아온 말이 가관이었다.

마치 갱년기라도 심하게 겪고 있는 듯, 폭삭 늙은 장군신의 얼굴.


거꾸로 매달린 장군신의 한 쪽 입꼬리가 비틀렸다.





[우린 이제 망했다.]











*****










얼마나 지났을까?

나와 장군신 사이의 긴 침묵을 깨트리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와,왕자님!! 이것이 대체 어찌된 일입니까?”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들이닥친 불청객.

심각하게 살이 쪄서 그런지, 눈이 단추구멍만큼 작은 남자가 눈앞에서 연신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연신 흘러내리는 식은땀.

아니, 그냥 뚱뚱해서 흘리는 땀을 닦으며 입을 여는 뚱보.


옛 중세시대 영화에서나 보던 귀족의 불편한 예복을 입은 뚱보. 그는 심지어 다른 나라 말을 하고있었다.



“······”


환자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자, 더욱 더 걱정어린 표정으로 질문을 내뱉는 뚱보.



“루크 왕자님?”


“괜찮으신 겁니까? 혹시 제가 누군지 알아 보시겠습니까?? 접니다 도우텃 백작. 매번 도넛이라고 놀려대지 않으셨습니까?”


“어서! 누구든 어서 가서 신관이나 치료사를 불러라. 당장!!!”


대답없는 환자가 어지간히 답답했던지, 주변에 호통을 쳐대는 뚱보.

놈은 신관이나 치료사를 찾고 있었다.



말 그대로 내게는 생소한 표현.

영혼없는 표정으로 뚱보를 마주보던 환자가 슬픈 눈빛으로 병실의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여전히 넋나간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는 장군신.

상황을 이해하고 올려다보는 인간의 슬픈눈, 그리고 다른 세계로 끌려온 귀신의 공허한 눈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래··· 그랬던 거였어.’


서서히 고개를 떨어트린 환자.

나는 두 손으로 얼굴 양쪽을 강하게 꼬집었다.



양쪽 볼에서 퍼져나가는 강렬한 아픔.

역시나 꿈이 아니었다.


‘이건 빙의인가···? 그것도······ 우리나라가 아냐.’


마음이 차분해졌다.


일반인보다 조금은 더 침착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

내가 매일같이 기괴한 사연들과, 이 귀신, 저 귀신, 잡귀신을 마주하고 살던 박수무당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디보자······’


마음을 가라앉히고나니, 이 몸의 주인이었던 놈의 기억이 조금씩 스며들어오기 시작했다.


약소국의 왕자.

그리고 왕가의 치부.

볼모로 붙잡혀온 왕자 주제에, 모국에서의 평가도 최악인 인간이었다.



‘······이거 실화냐.’


다시금 흔들리기 시작하는 평정심.

팔자에도 없던 왕자소리를 듣는것도 모자라 망나니라니, PTSD가 생길것만 같았다.


일단 냉수라도 한잔해야 정신이 멀쩡해질 것 같았기에 입을 열었다.

이쪽 대륙의 공용어가 내 입에서 마치 당연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냉수 한잔 부탁하죠.”


“무,물론입니다···왕자님!”


감격스러운 어조로 대답하는 뚱보.

아니, 도우텃 백작.


도넛처럼 둥근몸을 가진 그가 뒤뚱뒤뚱 찬물을 힘겹게 가져왔다.

고작 그 거리 움직였다고 땀을 흘리는 건가? 라고 비웃으며 컵을 받아든 순간.



-투욱. 쨍그랑!!


‘···어??’



뼈다귀의 팔이라면 이럴까?

말 그대로 피골이 상접한 내 팔이 컵의 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잔을 떨어뜨렸다.



“······시발?!”


“루.루크 왕자님?!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깨어진 잔의 파편이 혹시라도 나를 다치게하지 않았나, 노심초사하며 다가오는 도넛맨.



“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겁니까?”


“그···그것이. 제가 듣기로는 질로트 공자와 대련중에 큰 부상을 입으신 것으로 들었습니다.”


“부상이요?”



그럴리가.

이건 부상이 아니었다.


심각하게도 얇은 팔뚝.

힘이라고는 젓가락질만 겨우 가능한 정도의 힘만 남은 신체.


이건 누가보아도 영양실조였다.



“제가 얼마나 누워있었던 거죠?”


“아···그것이······”


내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한 듯, 무언가를 감추려고 하는 도넛맨.

하지만 내 추궁하는 시선을 피하지 못한 그가 육수를 뿜으면서 내뱉은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한 1년 정도 누워계셨습니다···”


“시발?!!”


그럼 그렇지.


내가 차지한 몸의 원래 주인.

루크라는 놈의 기억에 의하면 이 정도 쓰레기 몸은 아니었다.


왕자놈의 마지막 기억에 의하면, 그나마 기사의 종자는 될 정도의 체력은 갖추고 있어야 정상이었다.




“괜찮으십니까? 필요하시면 당장 치료사를 불러오겠습니다.”


나를 걱정어린 얼굴로 쳐다보는 뚱보.

도우텃 백작의 반응또한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제국에 볼모로 잡혀간 왕자가 1년동안 의식불명이라니.

제국과 관련된 외교를 전담하는 그가, 중간에서 곤란한 상황에 있었음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계속해서 내 눈치를 살피는 도넛맨.


점점 더 머리가 아파진 나는 놈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생각보다 더욱 더 심각한 현실에, 기껏 이루어낸 평정심이 정말로 깨져가고 있었기 때문.



“······하, 시발.”


마치 재입대라도 한 듯한 이 기분은 제대로 설명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도넛 백작이 눈치를 보다가 사라지고 텅빈 병실안.

천정을 올려다보니 아직도 멘탈이 터진듯한 장군신이 내가 빙의한 몸의 비쩍꼴은 팔을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런 겁니까? 우린 왜 여기 있는 겁니까? 빙의는 대체 또 뭡니까?”



그나마 다행인 점은 무언가를 물어볼 수 있는 격 높은 장군신이 내 몸주라는 점.

현명하고 끗발또한 있는 것이 장군신이라는 존재였기에, 나는 그가 내 궁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 거라고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었다.




[그···글쎄?]


“······예?”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어이없어하는 내 반응에 다시금 위엄을 되찾으려는 장군신의 노력이 뒤따랐다.




[크흠. 그것이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는 다른 세상에 떠밀려온 것 같구나.]


“······대체 왜요?”


왠지 알것도 같았지만 일단 물어나보았다.



[그 흉악한 악귀놈이랑 싸우던 와중에··· 놈이 이상한 힘을 사용했다. 그리고 나는 그 힘을 양단했고···]


“양단했고?”


[그리고 나서 후폭풍이 일어났고······]


“일어났고?”


[눈을 떠 보니 여기였다.]


“······뭐 인마?”



이 새끼 아는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껏 근엄한 척, 본명한번 알려준 적 업는 놈의 헛소리를 듣고 있자니 열불이 치밀어 올랐다.


이제 이판사판이었다.



“야!!! 솔직히 말해. 너 잡귀지?? 결국 니가 쌈박질해서 이 사단이 벌어졌다는 것 아냐? 앙?!”


[······?!]


“대체 어떤 장군신이 자기 본명도 못밝히고 어? 아는것도 하나도 없어?! 빨리 말해, 너 잡귀지? 엉?!!!”


[이···이놈이?!]



발끈하면서 나를 내려다보는 장군신.

신병이라도 주려는 것인지, 약해빠진 몸뚱아리에 압박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저히 화를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지지않고 소리쳤다.


“물러가라 이 잡귀야!! 내가 평생 니놈 뒤치닥꺼리한다고 신단(神壇)도 만들고, 치성도 빠지지않고 올렸건만, 대체 나한테 해준게 뭐냐?!! 당장 꺼져!!!”


[감히 내.내가 누군지 알고!!]


“니가 최영 장군이든, 임경업 장군이든 이젠 다 필요 없으니까 그냥 꺼져! 꺼져라!! 내가 너 때문에 여자도 제대로 한 번 못 만나봤다!!”


[후.후회할 거다!!!]


분을 토해대던 장군신의 모습이 서서히 희미해져가기 시작했다.

정말로 몸주로있던 무당을 떠나려는 듯한 모습.




[나, 척준경이 뭐가 아쉽다고 네놈 따위를······]


벽 너머에서 들려온 마지막 말을 잘 듣지 못했지만, 그리 아쉽다고 느껴지지가 않았다.


생각해보면 군대를 제대하자마자 신병을 앓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하다가 결국 이십 대 중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신내림을 받았었다.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 나날이 어언 10년이었다.


그동안 정체도 제대로 밝히지 않아, 나를 고생시킨 장군신 놈을 이곳 세상에 와서까지도 떠받들면서 함께하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들어보니 이곳으로 나를 끌고 온 원흉이 저 놈이 아니었던가?

그냥 자기 발로 떠나주면 다행이었다.


그렇게 조금은 후련한 마음으로 앞날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누구지? 들어오세요!”


도넛맨이 돌아왔다고 생각한 내 대답에 누군가가 병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일어나셨군 왕자.”


처음보는 중년인이 기분나쁜 말투를 내뱉으며 다가왔다.



“누구······?”






그런데···


이 인간의 어깨위에는 보기에도 섬뜩한 원귀가 셋이나 붙어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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