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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I

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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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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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9
추천수 :
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3.01.02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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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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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제 17편

DUMMY

제 17편








“끝을 보지 못한건 아쉽네···”


사실 목표로 했던것은 질로트였다.


이 몸뚱아리 주인을 그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것은 델톤과 루드리히 두 놈이었지만, 뒤에서 조종했던 것은 질로트였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이르군.”


하지만 막상 패를 까보니 놈보다 아래인 루드리히라는 놈을 상대하는 것도 벅찬것이 현재 나의 실력이었다.


사실 3개월이라는 시간만에 이룬 결과치고는 나쁘지 않았지만, 석연치는 않았다.



“···과유불급이랬지.”


욕심이 지나치면 하려던 일마저 망칠 수도 있었기에 어쩔수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그것마저도 소정의 목표는 달성했기에 가능했던 일.

이것으로 몸뚱아리 주인이었던 왕자놈에게 조금의 빚은 갚은 느낌이었다.


영혼이 나가고 없는 그릇이라고 하더라도 남의 몸을 차지하고 앉아있었기에 조금씩 쌓여가던 죄책감.

아무렇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이었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감당하지 못할 적을 만들 필요까지는 없겠지. 날이 오늘 하루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내가 당한 일도 일도 아닌데 섣부른 복수를 고집하다가는 밤길을 조심해야 할 것 같았다.

말 그대로, 내가 있는 곳은 적국의 수도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또다른 자리를 마련한다는 말.

백프로 믿을 수는 없는 말이지만, 그래도 기대해볼 만했다.




“와아아아~! 칼츠! 칼츠!!”


“멋진 칼솜씨였다!!”


내 가짜 신분을 연호해대는 군중들.


내가 거둔 소정의 성과에 조금은 뿌듯해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위에 훌쩍 올라탔다.




“키르르륵. 어때 마음에 들어?”


“······ 덕분에 이기기는 했지만, 넌 이제 어떻게 할 거냐?”


“어떻게하기는, 복수해야지 킬킬킬.”


“······그래 한번 잘 해봐. 그러다가 성기사나 사제한테 걸려서 퇴마 당하지 말고.”


“키륵.”


어느새 가까워져서 장님이라고 부르게된 원귀가 두꺼운 팔뚝을 걷어부쳤다.

척준경에게 단련받은 이후로 영적인 힘마저 성장하였는지, 현실세계의 물리력도 행사하게 될 수 있게 된 장님이.


나는 그런 장님이를 응원해주었다.


듣고보니 딱한 사정이 있었던 장님이.

그녀는 고루난 자작가에서 시녀로 일하던 여인이었는데 자작가의 치부를 외부에 발설했다가 살해당한 여인이었다.


보고 들은것 모두를 잊겠다고 했음에도 눈이 파내어지고 우물에 던져진 그녀의 원한은 달랠수가 없을 정도.


“잘갔다와~”


나는 내 어깨에서 풀쩍 뛰어내리더니 고루난 자작의 어깨위로 갈아타는 그녀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졸업생들 속에 숨어들었다.


그렇게 잠시의 소동이 있었지만, 마무리 행사까지 착착 진행되는 수료식.


그 마지막에는 제국의 영광을 위해 힘쓰라는 3황자의 연설아닌 연설이 있었고 모두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꽤나 많은 수의 귀족들이 곧장 나를 찾으려고 졸업생들의 인파에 뛰어들었지만, 나는 이미 모습을 감춘 뒤였다.



그리고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아카데미의 건물 뒤쪽.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는 데칼리온 후작과 마주할 수 있었다.



“왕자는 대체 자신의 자리에 대한 자각이 있기는 한 것이오?”


“다짜고짜 또 왠 잔소리요?”


“제국의 기사 수련생들을 때려눕힌 사람이 노르트 왕국의 왕자라는 것이 발각된다면? 감당할 수 없는 외교적 문제로까지 번질수 있는 상황이었소.”


“······뭐, 참고하겠소.”


“하아······ 그건 그렇다치고, 대체 어떻게 한거요?”


“뭘 말이오?”


“두 번째 상대의 눈 말이오. 정말 암습이라도 쓴 것이오?”


“난 또 무슨소리라고.”


나는 철저히 잡아떼야 된다는 것을 직감으로 눈치챘다.

은근히 기사도라는 것을 고집하는 눈 앞의 털보 아저씨는, 암습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무슨 짓을 할 지 모르는 아저씨인것이 분명했다.


나는 태연함을 가장해서 말했다.


“내가 어떻게 암습같은 수를 썼겠소? 보는 눈이 몇명이었는데? 따지고보면 후작도 보고 있었다는 소린데··· 안 그렇소?”


“······”


“내가 바로 이 자리에서 암습이든 독이든 쓴다고 칩시다. 후작이 눈치채지 못할 것 같소?”


“하아. 알겠소.”


나는 대놓고 의심을 하는 후작의 능력을 걸고 넘어졌다.

분명 자존감이 차고 넘쳐서 일국의 왕자마저 두들겨팰 저 인간이라면, 분명 자신의 능력을 걸고 넘어진다면 의심을 내려놓을 것이 분명했다.


자고로 의심은 의심을 낳기 마련.

그리고 정면에서 의심을 때려 부신다는 내 생각은 적중했다.


“확실히 왕자말을 듣고 보니 그렇군. 제국의 기사들도 보는 자리에서 암습이 성공할 리가 없었겠지··· 그래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로군. 분명 두 번째 상대는 왕자보다 강한 상대였소.”


귀신 얘기가 나왔을 때는 뜨끔했지만, 나는 애써 침묵으로 대응했다.

그러자 잠시 내 눈치를 살피던 후작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쩌실 생각이오?”


“또 뭘 말이오?”


“아까 카스트로 공작이 말했던 연회에 참석할 것이오? 대신, 아까의 그 신분으로 갈 수는 없소. 그리고 그 이상한 머리색도 되돌려야 하오.”


“왜 안되는데?”


나는 푸른색으로 물들인 머리를 쓸어올리면서 되물었다.



“··· 제국의 차기 황제인 황태자가 참석하는 공식적인 자리일 뿐더러··· 이제 왕자께서는 고국으로 돌아갈 시간이오.”


내 물음에 표정을 딱딱하게 굳히는 후작.

이제껏 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던 그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일그러졌다.



“곧 왕국의 또다른 볼모가 이곳으로 오게 되었으니.”











*****










“하······ 쓰벌 개같네 정말.”


나는 후작놈이 내뱉고간 말을 곱씹으며 있는대로 인상을 찌푸렸다.

마치 고구마를 연달아 먹다가 체해버린 것 같은 답답함.


“볼모?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아니, 그보다 옛날인가? 아무튼··· 아오.”


[왜 그렇게 궁상을 떨고 앉아있냐?]


“안 그래도 심난해 죽겠는데 그냥 좀 꺼져줄래?”


[이렇게?]


다시금 땅속으로 꺼지더니 대가리만 내밀고 되물어오는 척준경.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사커킥을 날렸지만 통할리가 없었다.



“귀신을 패려면 어떻게 하면 되지?”


[그야 당연히 상단전을··· 아니, 절대로 안 알려줄거다 이놈아.]


“하아······”


나는 놈과의 대화에서 화만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면서 넙적한 바위위에 걸터앉았다.



[왜, 후작놈이 싸움이 치사하다면서 뭐라고 하던 것이냐?]


“······”


어딜 갔다온 모양인지 후작과 나 사이의 대화를 놓친 것 같았다.

그리고 최근들어 급격히 친한척 하는 놈이 위로한답시고 입을 열어왔다.


[싸움은 어떻게든 이겨야지. 푸른눈에 도깨비 같은 놈들이 겉멋만 잔뜩 들어가지고는······ 자고로 내가 싸운 여진족 놈들은 말이다······]


주절주절 자신의 험난했던 싸움들에 대해서 입을 여는 장군신 척준경.

나는 놈의 자랑질을 한쪽귀로 듣고 한쪽귀로 흘리다가 문득 놈의 대답이 궁금해졌다.


분명 고려시대의 장군이었다고 하는 것을 보니, 볼모라는 것에 대해서 알고 잇는 것이 더 많을 것만 같았기 때문에 생긴 호기심이었다.




[뭐라고?]


자초지종을 대충 설명해주자 어이가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뜨는 척준경.


[그걸 대체 네놈이 걱정하고 있는거냐? 새로 온다는 볼모가 너랑 잘 아는 놈도 아니고?]


“그래도 여동생 이라잖냐, 여동생.”


[그럼 남동생이었으면 다르고?]


“······너한테 물어본 내가 잘못이지.”


나는 바위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했다.

역시나 큰 도움이 안되는 장군신.

사실 놈의 말도 이해가 되기는 했다.


생면부지 만난적 없는 육신의 여동생이 뭐가 상관이란 말인가?

아무래도 육신에 남아있는 기억으로 인해서 감정까지도 흔들렸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카데미 뒤편을 무작정 걷고있는 와중이었다.


“응?”


문득 시선을 들어보니 왕자놈의 기억에도 없는 허름한 건물의 옆길에 들어섰다.


사방에 거미줄이 가득하고 썩은 나무판자들이 얼기설기 쌓여있는 것으로보아, 폐건물처럼 보이는 장소.


그런데 폐건물의 지하로 향하는 길에 왠 꼬마가 서있었다.


“어이 꼬마야, 너 거기서 뭐하니?”


“······”


내 부름에도 불구하고 대답없이 계단 아래쪽만을 쳐다보고 있는 꼬마.

꽤나 부유한 집안 출신인지, 귀금속이 치렁치렁 달려있는 옷을 입고 있었다.


누가보아도 이상한 곳에 서있는 꼬마.


자세히보니, 꼬마의 무릎아래쪽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


영혼이었다.



초승달 끝이 기묘하게 휘어져있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던 꼬마.

꼬마 영혼이 손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폐건물의 지하를 가리키는 것이, 나보고 들어가보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이상하다.]


“뭐가?”


마치 홀린 것처럼 앞으로 걸어가려는데, 잠자코 따라오던 척준경이 딴지를 걸었다.


[저 아이······ 일반적인 혼이 아니다.]


“응? 내 눈에는 평범해 보이는데?”


[아니다. 분명 혼이 찢겨져있는것 같은··· 아무튼 이상하다······ 한번 알아봐야겠다.]


평상시와는 다른 척준경의 반응에 앞으로 나아가기를 멈추고 주변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 주변의 환경.


캐캐묵은 이끼와 낡은 건물의 외관 아래쪽에는 고풍스러운 문양들이 숨겨져 있었다.


분명 어딘가에서 본적이 있는 문양.



“···황궁?”


5년전,

15세였던 루크 디트리히가 제국으로 넘어와서 황제를 알현했을때 본 적 있는 문양이었다.


분명 황궁의 접견실 문에 새겨져있던 몸은 나무인데 머리가 둘 달린 여자의 조각.

그 조각이 낡은 건물 이곳저곳에 새겨져 있었다.


때문에 더욱 더 호기심을 건드리는 이상한 장소.

더이상 참지 못한 내가 꼬마가 서있는 쪽으로 다가가려 할 때였다.



“거기 누구냐!!!”


“···?!”


갑자기 뒤편에서 들려오는 호통소리.

화들짝 놀라서 뒤를 쳐다보니, 제국의 기사 두명이서 나를 수상한 인물 바라보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 증거로 검의 힐트에 손을 올리고 있는 제국의 기사들.

그들이 입고있는 금빛 갑옷때문에 눈이 부셨다.



“정체를 밝혀라!! 여기는 외부인이 출입 가능한 곳이 아니다!”


분명 수료식때 입고 있었던 제복을 그대로 입고 있건만, 아카데미 내부에서 수상한 사람 취급이라니.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문제를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저는 이곳 아카데미의 생도인 칼츠입니다. 수료식이 끝나고 잠시 머리를 식히느라 산책 중이었습니다.”


“칼츠?”


두 손바닥을 내보이며 신분을 밝혔더니 내 가명을 되읊는 기사들.

불행중 다행인지 내 이름을 기억하는 기사가 있었다.


“아까 결투장에 있었던 그 칼츠말인가?”


“그런것 같군. 인상착의도 비슷하고.”


“확실하군.”


나를 앞에두고 서로 대화를 나누던 제국 기사들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아까 전의 결투는 잘 보았다. 용기가 대단하더군.”


“감사합니다.”


“아무튼 출구는 저쪽이다. 이쪽은 황실에서 금지로 지정한 곳. 아무리 아카데미 생도라하여도 함부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물러가거라.”


“네. 감사합니다 기사님들.”


금지라니.

그렇다면 더욱 더 들어가보고 싶은 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비록 당장은 호기심을 풀지 못한채로 돌아서지만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나는 꼬마 영혼에게로 다가가는 척준경을 힐끔 쳐다보았다가 발걸음을 돌렸다.


쉽게 돌아서는 내 모습 때문인지는 몰라도 다시금 경계를 돌기 시작하는 제국의 기사들.


그런데 그들 귀에는 들리지 않고 내게만 들리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크으으윽!!! 뭐, 뭐야 이 꼬맹이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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