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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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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0,243
추천수 :
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3.01.09 23:05
조회
203
추천
4
글자
11쪽

제 24편

DUMMY

제 24편








“언제 도착했던 거야?”


“아까.”


“그럼 아까 싸우기 전부터 계속 보고 있었다는 말?”


“어.”


“아까는 안온다고 했었잖아?”


“그러게.”


연회장에서 나를 도왔던 모습과는 또다른 모습.

지금 나는 파랑이와 연회장 뒤편의 정원에 나와있었다.


제국 귀족들의 시선이 따갑기도 했고, 제국 소속이 아닌 우리 두 사람이 있기에는 부담스러운 자리였음으로.


아까 질로트놈을 팩트로 두드려 패주던 파랑이에게 정식으로 감사인사를 해야될 것만 같았다.


우기기에는 장사 없다고, 놈의 언변이 또 어떤 상황을 만들었을지 몰랐기 때문.


때문에 정말로 고마웠던 파랑이의 도움이었다.



“아까는 고마웠다.”


“됐어.”


“그런데 그렇게 정체를 막 알려도 되는건가?”


“상관없어. 어차피 널 따라갈 거니까.”


“······대체 왜?”


“그리고 착각하지마.”


나의 물음에 정색을 하며 걸터 앉았던 난간에서 벌떡 일어나는 파랑이.

화가난 얼굴의 그녀가 작은 주먹을 말아쥐었다.


“난 너의 보호가 필요해서 따라가려는게 아니니까.”


“···그럼 왜 따라오겠다는 건데?”


“제국을 벗어날 때까지만 동행할거야. 그러고 나면 나는 우리 일행들과 다른 곳으로 간다.”


“간다니, 어디로?”


“내가 어딜가든 무슨 상관이야.”


“그거야······”


그러고보니 내가 간섭할 일은 아니었다.

자기 발로 가고싶은 곳을 가겠다는데 내가 뭐라고 할 이유가 없었다.



“뭐,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긴 하지. 좋아. 그럼 제국 국경을 넘을 때까지만 동행하도록 하자.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그 정도는 상관없겠지.”


악수하기 위해서 내민 내 손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아이리스.

잠시 주저하던 그녀가 살짝 내 손을 잡음으로써 계약이 시작되었다.


물론 뒤쪽에서 분노한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가 나와 파랑이가 있는 쪽으로 걸어왔다.



“왕자님, 여기 계셨나요?”


붉은 드레스를 입은 제국의 여인 헬리나.

대체 무슨일로 찾아왔나싶어 생각해보니, 아까 질로트놈과 대결이 있기전 나에게 잠깐 시간을 내어 달라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긴히 말씀드리고 싶은···어머나?”


“······”


“다른 분과 좋은 시간을 보내시고 계셨는데 제가 방해했나 봐요. 그럼 전 조금후에······어? 혹시 아이리스 공주님 아니신가요?”


“아니. 난 신경쓰지 말아요. 어차피 가려고 했으니.”


무언가 기분이 언짢은 듯한 아이리스가 나와 맞잡았던 손을 툭툭 옷으로 털더니 금방 연회장쪽으로 사라져버렸다.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지만 사라져버린 파랑이.

파랑이를 대신한 빨강이가 내 안색을 살피다가 물었다.



“혹시 제가 방해가 된건 아닌가요 왕자님?”


“아뇨. 전혀 아닙니다.”


“사실 전부터 왕자님을 뵙고 싶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러다가 왕자님께서 곧 본국으로 돌아가실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렇게 제국의 수도까지 찾아온거구요.”


“···저 때문에 말입니까?”


솔직히 이해가 힘들었다.

비교적 번듯하게 생긴 얼굴에 키도 훤칠한 루크 디트리히였지만, 그 이면에는 망나니, 쓰레기라는 별칭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노르트 왕국과 가까운 지방에서 왔다는 제국의 영토에도 닿았을 소문이었다.


나는 최대한 자신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서 억지 미소를 짓고있는 여인의 진짜 이유가 궁금해졌다.


“대체 무엇 때문입니까? 제가 어떤 사람인지는 소문을 들어 잘 아실텐데요?”


“···소문은 소문일 뿐이죠. 때로는 진실을 얘기할수도, 때로는 거짓을 말할수도 있구요. 그렇지 않나요 왕자님?”


또다시 속내를 감추는 헬리나.

그런데 고개를 푹 숙이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 그녀가 내게 몸을 가까이 밀착시켰다.


당돌해 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이런 일이 익숙해 보이지는 않았다.


“···나중에 따로 한번 뵙는건 어떠신가요 왕자님?”


딴에는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서 애를 쓰는 듯한 모습.

물론 숨이 막힐듯한 외모를 가지고 있는 그녀였지만 내 진짜 정체는 30대 중후반을 바라보는 아저씨였다.


갓 스물은 되어보이는 여인의 유혹이 진짜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반걸음 뒤로 물러난 나는 조금 더 직접적으로 물어보았다.



“제게서 바라는게 뭡니까.”


“······하아.”


내가 물러난 것에 조금은 실망한 듯한 표정이된 헬리나.

예상이 빗나갔다는 당혹감도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그녀의 얼굴이었다.


“솔직히 말해주지 않으신다면 저는 그냥 들어가겠습니다.”


나는 마지막 말을 건네며 망설임 없이 돌아섰다. 그러자 지금까지 은근한 어조로 말을 건네던 그녀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자.잠깐만요 루크 왕자님.”


확실히 여유를 잃은 듯한 헬리나의 표정.

잠깐동안 도톰한 아랫입술을 깨물던 그녀가 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사실··· 왕자님께서 왕국으로 돌아가시는 길에 저희 영지가 있습니다.”


“······그렇군요.”


“지금 저의 아버지 드로이트 자작님은 병환으로 의식이 없으셔요. 그리고······ 아까 보셨던 누군가에 의해서 영지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뒤따라올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보나마나 도와달라는 말일 터.


내 앞가림도 못하는 차에 어떻게 하면 완곡히 거절을 할지 고민하는 찰나, 주저하던 그녀가 단호한 목소리로 먼저 말했다.




“저와 혼약해주세요.”


“······네?!”




난데없는 프러포즈.


전생에서도 없었던 여인의 고백이었다.

신내림을 받은 이후로 한번도 이성과의 교제란 교제를 해보지 못한 나는 이런 상황에는 내성이 없었다.


감정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것과는 또다른 상황.


물론 왕국의 후계자라는 내 지위를 이용해서 외통수인 상황을 타계하려는 것 까지는 이해가 갔지만, 혼약이라니.

본인 또한 얼굴이 벌겋게 물들어 있는 것을 보니, 말도 안되는 억지에 부끄러운 모양.



“만약 안된다면 연인이라고 공표만 해주셔도 좋구요··· 물론 가짜루요...”


“하하하······”



어이가 없다 못해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어떻게든 내 답변을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그녀에게서 보였다.



“난데없는 말이라는건 알아요. 당연히 왕자님께서 따로 정실을 들이실 거라는 것도 알고 있구요.”


“그런데도 말입니까?”


“네, 저희 영지를 노리는 누른 자작. 저 인간앞에서 혼인··· 아니, 최소한 저희가 연인임을 공표만 해 주신다면··· 노르트 왕국과 인접한 영지를 가진 저 인간이 허튼수를 쓰지 못할 거에요.”


결국 그녀의 본심이 나왔다.

아무래도 아까 파티장에서 만났던 누른 자작이라는 인간이 바로 그녀가 있는 드와이트 영지를 괴롭히는 주범이라는 뜻.


하지만 나는 남의 장단에 춤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약 제가 그렇게 한다면······ 제가 얻는게 뭡니까? 아. 물론 혼약은 안합니다.”


“···네?”


“잘 아시겠지만, 제 소문이라는 것이 어차피 나쁠대로 나빠져있기 때문에 제가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셨다면 큰 오산입니다.”


“그건 당연한 말씀이세요.”


“호오···?”


“왕자님께서 세간의 평판을 신경쓰신다는 말은··· 왕국에 복귀하신 후의 일도 걱정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오히려 당돌하게 되물어오는 헬리나.

무언가 거래할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혹시 잊어버리신 중요한 물건이 있으시지 않나요?”


“물건이라뇨?”


“왕가의 검.”


“···?”


“전에 왕자님께서 술 내기에서 진 다음 내기 상품으로 빼앗기셨던 디트리히 왕가의 검.”


헬리나의 입가에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제가 그 행방을 알고 있어요.”









*****







헬리나와 모종의 거래를 마치고 난 후 돌아온 연회장.


질로트와의 대련의 승리자로써 내게 온 관심은 엄청났다.


어느덧 꽁지를 말고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는 질로트 놈의 모습.

들리는 말에 의하면 황태자와 카르트로 백작 또한 다른 급한 용무가 있어 연회에 참석이 불가능 하다는 말이 들려왔다.


때문에 카르트로 공작의 눈치를 보지 않는 제국 북부의 귀족들에게 둘러쌓인 나.


“축하합니다 왕자님.”


“대단한 실력이셨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아카데미를 수료하셨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일 년의 공백기를 가졌던 노르트 왕국의 왕자가 받는 관심치고는 과분한 관심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길쭉한 얼굴과 튀어나온 턱을 가진 누른 자작 또한 같이 있었다.


나와 함께 돌아온 헬레나의 눈치를 연신 살피고 있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불안한 얼굴.



“자작님께서 나중에 놀라실까봐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네?”


“저와 헬리나 양은 오늘부터 한 번 만남을 가져보기로 했답니다.”


“그 사실을 왜 제게···”


“그냥 그렇다구요. 하하하.”



나는 그 불안감에 부채질을 해줌과 동시에, 이 놈이 또 무슨 짓을 저지르는 거지? 하고 노려보는 후작에게 콧방귀를 껴주었다.


그렇게 고심에 빠진 듯한 누른 자작을 보면서 헬리나와의 거래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이, 이 연회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다가왔다.


-짝짝짝.


“아까의 멋진 활약. 잘 보았습니다.”


“···?”


“아, 제 소개를 깜박했나요? 저는 이곳 칼투스 제국의 3황자. 제이미 드 데나헤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노르트 왕국의 루크 왕자.”


“아··· 네, 뭐··· 반갑습니다.”


살갑게 다가오면서 인사하는 제국의 3황자. 분명 수료식때도 단상위에 앉아있던 소년이었다. 많아봤자 열 대여섯 정도로 보이는 어린 나이.


하지만 제국의 황자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이 인간이 무슨 꿍꿍이로 다가왔는지부터 고민하는 사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황자.



“오늘 저희 형님께서는 폐하와의 갑작스러운 면담이 생겨서 불참하신다고 하더군요. 때문에 부족한 제가 이 곳에서 자리를 지키게 되는 바람에··· 하지만 덕분에 뵙고 싶었던 분을 만났군요.”


“저를 말입니까?”


“네. 칼···아니, 루크 왕자님이요.”


은근히 바뀐 내 머리색을 보면서 말을 하는 3황자 제이미.

단상과는 꽤나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결투를 벌였건만, 눈썰미가 좋은 모양이었다.


“혹시 저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아. 아닙니다. 곧 왕국으로 복귀하신다는 소식에 인사라도 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일종의 친분 다지기··· 라고나 할까요?”


“아···네.네.”


대충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제국의 황태자가 아닌 3황자.

그것도 제국에서의 후계 구도는 거의 정해진 것과 다름없었기에, 어떻게든 살아날 방도를 찾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언젠가 왕이 될 지도 모르는 나였기에 혹시나 해서 다가온 것이겠지.



‘누굴 바보로 아나···’


나는 끈 떨어진 3황자에게 예의는 지키는 선에서 대충 맞장구만 쳐주었다.





“아, 그 새끼 더럽게 튕기네···.”


“···?!!!”


뜬금없이 꽤나 걸쭉한 한국말이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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