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AUI

귀신보는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0,235
추천수 :
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3.01.26 23:20
조회
81
추천
4
글자
12쪽

제 39편

DUMMY

제 39편










왕국 병사들의 유해를 회수하기 위해서 근처 제국의 영지에 도움을 요청하고, 용병을 구하는 시간동안 머물기로 한 고성.


비록 낡기는 했지만, 고성의 가장 높은 곳에는 쓸만한 방이 남아있었다.


그곳에서 왕국의 시종들이 해주는 발마사지를 편안하게 받고있던 나.


나를 대하는 대우가 180도 달라졌다.


“전하, 이쪽은 어떠시옵니까?”


“아~ 그쪽 좀더 세게 눌러줘. 오오 그렇지 그렇지.”


“왕자 전하. 춥지는 않으신지요? 따뜻한 술이라도 준비할까요?”


“오오~!! 좋지. 좋지. 가져와!”



때늦은 호의호식.

그러고보니 왕자의 신분이건만, 이런 호사한번 누리지 못했던 것이 손해 본 느낌이었다.


“크흠흠흠.”


도끼눈을 뜨고 나를 노려보고 있는 후작의 표정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었다.



“···이제 몸이 괜찮아지실 때가 되지 않으셨습니까?”


무언가 일생일대의 실수를 했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후작을 보아하니, 오래 누워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직감이 들었다.


그대로 누워있었다가는 평생 누워있어야 할 것 같은 예감.


“아··· 이제 좀 괜찮아 진 것 같군. 술은 안가져 와도 된다. 너희는 물러가 있어.”


전투의 후유증이라는 핑계로 3일을 뒹굴거렸더니, 몸이 쑤셔오기 시작했다.

시녀들이 나가고나자 본론을 말하기 시작하는 후작.


“다행이지만, 인근 영지에서 용병들을 생각보다 빠르게 구할 수가 있었습니다. 유해 회수 작전은 늦어도 사흘이면 끝날것 같습니다.”


“오. 그렇게나 빨리?”


“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큰 문제가 아니면 후작이 해결하면 되잖아? 후작도 알다시피 아직 후유증으로 조금 뻐근해서···”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직감.

나는 어깨를 돌리면서 최대한 표정을 찡그렸다.


“그 정체모를 노인네를 벨때 반탄력이 장난이 아니었거든···”


“사실 바로 그 일 때문입니다.”


“응?”


하지만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 후작이 곧바로 대꾸했다.


“언데드 군단이라는 말을 들은 제국의 사람들과, 신성교단의 사제들이 방문했습니다. 전하를 뵙겠다고 하는군요.”


“···신성교단? 제국의 국교??”


“네.”


“걔네들이 무슨 일로?”


신성. 사제.

교회와 목사. 성당과 신부.

왠지 나와는 상극인 느낌이 들었다.


“왜, 안 믿으면 지옥간데?”


“아닙니다. 이곳에서 있었던 사건의 조사와, 주범의 팔을 회수해 간다고 합니다.”


“누구 맘대로? 그거 내가 자른 전리품인데?”


“그럼 뼈만 앙상한 그 팔을 왕국까지 가지고 가시겠습니까?”


“아니.”


-으득.


내 대답에 이를 갈면서 이마의 핏줄이 꿈틀하는 후작.

나는 후작 놀리기를 그만두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들어오라고 그래. 아, 당연히 후작도 여기 남아있고.”


그렇게 지시를 내리자마자 얼마 지나지도 않아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낯선 이들.


깐깐하게 생긴 사무관 같은 중년인 두 명과, 새하얀 옷을 입은 세 명.

총 5명이 내가 머물던 방으로 들어왔다.


“루크 왕자님을 뵙습니다. 사건 조사의 책임자인 가르티엔 남작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신성 교단의 주교이신······”


“신의 은총이 머무는 자리가 되길. 처음 뵙겠습니다. 노르트 왕국의 루크 왕자님. 신성교단의 시몬스 주교라고 합니다.”


가르티엔 남작의 말을 끊고 앞으로 나선 것은 새하얀 옷을 입은 인물들 중, 꽤나 큰 덩치를 가진 남자였다.


큼지막한 붉은 보석이 박힌 반지를 끼고 있는 것이 조금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아, 예. 반갑네요. 근데 무슨 볼일이 있으셔서 여기까지 오셨을까···?”


“허허허. 물론 교단의 신성한 임무 때문이지요. 회복하시는데 괜한 방해를 하게되어 죄송합니다.”



일부러 퉁명스럽게 대답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쉽게 받아 넘기는 시몬스 주교의 모습. 왠지 정치를 잘 알것 같은 인물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인지, 미간을 찌푸린 후작이 끼어들었다.



“사건의 경위는 이미 제국측에 다 설명 드린 걸로 아는데··· 굳이 우리 왕자님을 뵙겠다고 한 이유가 무엇이오?”


“호오··· 그쪽은 북쪽에서 유명한 기사이신 데칼리온 공 아니십니까? 이거 영광입니다.”


“······”


“북부의 설호라고 불리신다고··· 이거 오늘 저희 모두가 여기서 물리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미묘하게 사람을 기분나쁘게 하는 어조.

오해일지는 모르겠으나, 후작을 동물에 빗대어 말하는 것이 듣기 좋은 말이 아니었다.


“지금 뭐하자는 것이오?”


“아··· 오해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신의 사자로써 해야할 일이 우선인데······ 기분이 나쁘셨다면 사죄드리지요.”


“······됐소.”


초승달처럼 휘어지는 시몬스 주교이 눈매.

하지만 웃는 얼굴에 침을 뱉기가 어려웠기도 어려운 것이거니와, 상대는 제국에서 황궁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신성교단 소속 주교였다.


“그보다··· 그 사령술사의 팔을 한 번 확인해 보아도 되겠습니까?”


“잠시 기다리시오.”


주교의 요청에 수하들을 시켜서 사령술사의 팔을 가져온 후작.

가벨의 냉기 마법이 걸린 사령술사의 두 팔이 담겨있는 상자가 가까워지자 주교의 얼굴이 눈에 띄기 굳기 시작했다.


마침내 팔을 자세히 뜯어보기 시작하는 시몬스 주교.

고개를 들어올린 주교의 얼굴에서 묘한 환희가 엿보였다.


뭐지?

성과에 대한 기쁨인가?


그런 생각을 하는 찰나, 시몬스 주교가 상자를 들어 올리면서 입을 열었다.



“이···이건 분명 악의 기운이 아직도 흘러 넘쳐나고있는 팔이로군요. 지독하게 오염된 팔입니다. 혹시 함부로 만진 분은 안계십니까?”


“내가 들고올 때 만지긴 했는데?”


내 대답에 의외라는 듯 나를 쳐다보는 주교. 굳이 그 표정을 해석하자면··· 너 주제에? 라는 얼굴이었다.


“허허허. 왕자님께서 농담이 심하시군요. 보통 사람이 만졌다가는 저주를 받을 수도 있는 사령술사의 팔입니다. 뭐··· 굳이 말씀하고 싶지 않으시다면 괜찮습니다.”


혼자 넘겨짚으면서 후작을 힐끗 쳐다보는 것이, 사령술사의 팔을 자른 것이 후작이라고 확신하는 얼굴이었다.


“내가 잘랐는데······”


“허허허. 왕자님께서도 참··· 재밌으시군요. 허허허허”


“뭐··· 제가 재밌다는 말을 많이 듣기는 하죠? 아하하하하하”


“어허허허허허.”


결국 자기가 믿는 것만 믿는 주교.

교단의 주교라는 높은 위치에 오른 것이 이해가 가는, 독선적인 모습이었다.


-반짝.


‘응?’


주교가 끼고있던 붉은 반지가 잠깐이지만 반짝였다가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웃다가 잘못하면 보지 못하고 놓칠뻔한 작은 변화.


주변을 둘러보니 눈치챈 것은 나 뿐인 모양이었다.

완숙한 그래듀에이트 급인 후작 또한 못 보고 놓친 것 같았다.


[팔에 남아있던 금제가 사라졌다.]


‘응? 미약하게 남아있던 그 기운?’


[그렇다. 방금 저 반지로 빨려 들어가 버리더군.]


‘······’


조금은 경계를 올리고 주교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주교.

별것 아닌 대화로 시간을 끌던 주교가 옆에서 허수아비처럼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서있던 남작에게 말했다.


“이거··· 우리가 바쁜 분들을 괴롭히고 있었군요. 신께서는 사랑이 넘치셔서 이 시간을 축복해 주고 계시지만, 제게 허락된 시간은 여기까지 인 것 같습니다.”


“하···하지만 아직 조사는 시작도 못했습니다만···?”


“아. 여기 듬직한 후작님과 왕자님이 계시는데 조사할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악을 물리쳐주신 용사님들께 모두를 대신해서 감사를 표해야지요.”


“그···그렇지만.”


“어험험··· 가르티엔 남작께서는 본 주교의 말이 우스운 모양입니다. 허허허.”


“아! 절대 아닙니다.”


“그럼 돌아갑시다. 사령술사의 팔인 것을 확인하였으니, 신께서 명하신 교단의 임무 또한 여기서 끝입니다.”


“······알겠습니다.”


조사는 커녕, 사령술사의 팔만 확인하고 돌아서는 신성교단의 주교.

이거 냄새가 구려도 너무 구렸다.


나는 인사를 건네며 그대로 돌아서는 주교의 뒤에다 대고 질문을 던졌다.


“가져가시는 그 팔의 뒤처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주받은 악의 잔해이니 제대로 정화해야겠지요··· 교단 본부로 가져가서 정화의 기도를 올릴 예정입니다. 허허허”


“······그 기도에 효과가 있기를.”


“네?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하하. 아무것도 아닙니다. 날도 어두워지는데 잘 살펴가십시오.”


“··· 왕자님께도 이미 신의 축복이 함께하시는 것 같군요. 그럼. 평안하시길.”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 주교가 방을 나섰다. 그러자 꿔다놓은 보릿자루같던 남작이 부리나케 따라나서더니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야말로 갑자기 진행된 만남과 순식간에 끝나버린 대화.



“이거··· 뭐가 왔다 갔는지도 모르겠군. 이럴거면 후작이 그냥 처리하지 그랬어. 대체 왜 나를 보자고 한거지?”


“······ 혹시 보셨습니까?”


벽에 기대어서서 무표정으로 서있던 후작이 눈을 빛내며 질문을 던졌다.



“뭘?”


나는 역시 후작이다라고 생각하며 되물었다. 아까 문득 보았던 붉은 반지의 변화.


하긴, 익스퍼트 수준에서 허덕이고있는 나보다 고수인 후작이 놓칠만한 장면은 아니었다.


입가에 미소를 함박 머금은 후작이 입을 열었다.



“신성교단의 주교 또한 전하께서 멸악의 힘을 가졌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군요. 후후후.”


“······?”


“게다가 데칼리온가의 충성을 받아들이신 전하이시니, 신의 축복이 함께 한 것으로 보여버린 모양입니다. 후후후. 이거 벌써부터 우리의 움직임이 외세에 알려져 버리면 곤란한데?”


“······”


후작이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더러운 성깔에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

이제껏 보아왔던 후작과 동일인물인지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잠깐 어안이 벙벙해져 있던 나는 결국 붉은 반지의 변화에 대해서 먼저 말을 꺼내어들었다.



“···그런일이?!!”


그러자 눈이 왕방울 만큼이나 커진 후작이 미간을 좁혔다.


“듣고보니 매우 이상한 일이로군요. 분명 가벨이 확인했을 때는 별다른 마법이 걸려있지 않은 사령술사의 팔이었는데··· 그 반지는 혹시 교단의 숨겨진 아티팩트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저주받은 물건에 닿았을 시 반응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물건을 확인하자마자 허둥지둥 사라지는게 좀 이상하지 않았어? 조사를 핑계로 온 것은 둘 째 치더라도, 제국 땅에서 나타난 언데드인데 저렇게 가버린다고?”


내 말을 들으면서 점점 더 심각하게 변하기 시작하는 후작의 표정.

나는 이상하게 여겼던 것에 대해서 계속해서 말을 꺼냈다.



“이상하지 않아?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보자. 만약 우리집 앞마당에서 누가 시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 나쁜놈이 팔만 남기고 도망갔다. 그럼. 추적은? 왜 그 사령술사놈이 사라진 위치에 대해서도 물어보지 않은 거지?”


“전하의 말씀을 듣고보니 확실히 이상하군요.”


“그렇지?”


“···아무리 사전에 설명을 했다고는 하지만, 처음 언데드의 공격을 받았던 이스틴 왕국의 사람과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은 것도 이상합니다. 확실히 구린내가 나는군요.”


구린내도 보통 구린내가 아니었다.

나는 서부 왕국이 관련되었다던 사령술사의 마지막 말과, 끝끝내 숨은 배후를 밝히지 않은 사실을 후작에게 말했다.


“아쉽군요. 물증을 넘겨버렸으니··· 이럴 줄 알았다면 조사를 위해서 팔 한쪽이라도 남겨둘 걸 그랬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


“네?”


나는 품안에서 잘 간직하고 있던 또 다른 붉은색 반지를 꺼내었다.

내 품에서 나온 반지를 보면서 기가막힌 표정을 짓고 있는 후작.


“팔 잘린 놈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거야. 아무리 봐도 아까 그 주교가 끼고 있던 반지랑 똑같이 생기지 않았어?”



“······”



잠자코 생각을 거듭하던 후작이 매우 낮은. 우리 둘 만이 들을 수 있는 작은 어조로 대답했다.





“···이제부터 제국을 조사해 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보는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변경 공지 23.01.20 53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 22.12.19 271 0 -
41 제 40편 - 1부 완 23.01.27 92 4 12쪽
» 제 39편 23.01.26 82 4 12쪽
39 제 38편 23.01.25 97 5 12쪽
38 제 37편 23.01.24 102 4 12쪽
37 제 36편 23.01.23 112 4 11쪽
36 제 35편 +1 23.01.20 130 5 12쪽
35 제 34편 23.01.19 132 4 12쪽
34 제 33편 23.01.18 131 3 11쪽
33 제 32편 23.01.17 133 3 11쪽
32 제 31편 23.01.16 140 4 11쪽
31 제 30편 23.01.15 150 4 12쪽
30 제 29편 23.01.14 155 4 12쪽
29 제 28편 23.01.13 154 4 11쪽
28 제 27편 23.01.12 155 4 12쪽
27 제 26편 23.01.11 177 4 12쪽
26 제 25편 23.01.10 186 4 11쪽
25 제 24편 23.01.09 203 4 11쪽
24 제 23편 23.01.08 205 4 11쪽
23 제 22편 23.01.07 199 4 12쪽
22 제 21편 23.01.06 208 3 11쪽
21 제 20편 23.01.05 231 4 13쪽
20 제 19편 23.01.04 239 5 12쪽
19 제 18편 +1 23.01.03 241 7 11쪽
18 제 17편 23.01.02 253 5 12쪽
17 제 16편 23.01.01 264 6 11쪽
16 제 15편 +1 23.01.01 278 5 12쪽
15 제 14편 +1 22.12.31 286 7 11쪽
14 제 13화 +1 22.12.30 291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