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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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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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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2
추천수 :
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3.01.1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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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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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 34편

DUMMY

제 34편






“그래서··· 내일 아침에 바로 떠난다고?”


“응.”


“그렇게 갑자기? 제국 국경까지 아직 반도 못 왔는데?”


“응.”


“아오 답답해! 넌 단답형으로밖에 대답 못하냐?!!”


결국 열불이 터진 내가 먼저 소리를 내질렀다.

첫 살인의 추억. 아니, 후유증으로 안좋던 상태가 조금 회복되었나 싶었더니 곧바로 떠난다고 말하는 파랑이.


[아···아니되오. 지금 이렇게 떠나면 언제 다시 볼 수 있다는 말이오?]


[그간 강녕하시길··· 비록 몸은 멀어질 지언정, 먼 거리에서나마 응원하겠습니다.]


[······샤르트!]


이상한 사극 드라마를 찍고 있는 척준경과 샤르트의 대화 또한 어이가 없었다.

그렇게 씩씩거리고 있는데 가만히 옆에 서있던 덱스터가 입을 열었다.



“제국의 수도에있던 저희 측 밀정으로부터 급보가 도착했습니다.”


“그게 뭔데요?”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카르트로 공작가를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누군데요?”


“아직은 확인중에 있으나··· 아마도 지난날 저택을 급습했던 이들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더군요.”


“그럼 그놈들이 다시 우리들을 습격할 수도 있다는 말인가요? 하지만 이쪽은 엄연히 노르트 왕국으로 돌아가는 공식적인 행렬인데··· 게다가 이쪽 전력도 만만치가 않을텐데요?”


기사가 스무명에 병사만 백여명.

수도 외곽쪽에서 대기하던 노르트 인원들까지 합쳐진 일행의 수였다.

거기다가 이스틴 왕국의 일행과 헬리나의 수행원들까지 포함한다면 백 오십에 가까운 대규모 인원.


“정확히는 노르트 왕국사람들을 습격하겠지요.”


“······?”


“지난번 저택을 습격한 놈들의 동선을 확인한 결과. 놈들의 타깃은 공주님이 아닌, 루크 왕자님이었습니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당연한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지금 이 말을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바로 짐작이 갔다.


“저희 이스틴 왕국 일행과 노르트 왕국군과의 동행은 오늘밤까지만으로 하겠습니다. 단, 제이미 황자의 부탁도 있고하니 종종 연락을 취하도록 하지요.”


곧바로 선을 그어버리는 덱스터였다.

따지고보면 일행의 보호자역을 맡고 있는 그로써는 위험을 피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

습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파랑이의 표정 또한 그리 좋아 보이지가 않았다.


“난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마. 어디를 가든간에 잘 지내기를 바란다.”


“···응. 너도 조심해.”


모기만한 목소리로 겨우 대답을 하는 파랑이. 아무래도 이번 결정은 저쪽 일행의 보호자인 덱스터가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인 모양이었다.


덱스터를 보면서 불만어린 표정을 짓는 것이 너무 뻔히 보였다.



“자. 그럼.”


말을 마치며 돌아서는 덱스터.

잠시 주저하던 파랑이 또한 몸을 돌려 이스틴 왕국의 야영지로 돌아가버렸다.


그렇게 성사되어버린 갑작스러운 헤어짐.


알고 있는 일이었지만, 왠지 입맛이 썼다.








*****








다음날.

찌뿌둥한 몸과 욱신거리는 허벅지를 부여잡으며 막사에서 눈을 떴다.


천막 사이를 비집고 나와서 상쾌한 아침공기를 마시다보니 문득 어제의 일이 생각났다.


“···벌써?”


이스틴 왕국사람들이 머물렀던 뒤쪽 방향을 바라보니, 이미 사라져있는 천막과 마차.


인사도 없이 가버린 사람들이었다.


[아···안된다!!]


“미안. 그런데 내가 뭘 어쩔 수 있겠어? 그대로 있었으면 습격 받는다잖아.”


[그래도!!]


“귀한 딸이 다치면 샤르트가 좋아할까? 어쩔 수 없는거야.”


[네놈··· 네놈 때문이다. 네놈이 내 발끝의 때만큼만 싸울줄 알았어도, 그딴 습격자 놈들은 모조리 회쳐버릴텐데!]


급기야 내 탓을 하면서 버럭 화를 내는 척준경.

나는 짜증을 내며 받아칠 수도 있었지만 그냥 가만히 있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척준경을 보고있자니 짧았던 시간이지만 진심이었던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안되겠다. 이제부터 제대로 곡산검을 알려주도록 하겠다.]


“응? 왕국가서 하면 안되냐?”


[멍청한 놈. 무당이라는 것이 천기를 읽지는 못할망정 다가오는 재액(災厄)을 털끝만큼도 읽지 못하는 것이냐?]


“······ 아, 요새 영력이 좀 거시기해서···”


[이제부턴 특훈이다. 내 특별히 내가 수련했던 방식으로 네놈을 단련시켜 주마. 지금까지의 수련은 장난같이 느껴질것이다.]


“해보시든가.”


솔직히 근성과 노력하나만큼은 자신있었기에 나는 코웃음을 날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내 코에서 코피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했다.







*****







“이···이게 말이나 되는 수련이야?!!”


나는 흐르는 코피를 소매로 닦아내며 악다구니를 썼다.


[당연하다. 무예의 정수를 터득하기 위해서 당연히 갈고 닦아야 할 기초중의 기초이지.]


“이···이짓거리가?! 말도 안 돼!”


나는 마차의 앞좌석에 놓인 돌맹이를 찌르다 말고 검을 집어던졌다.


파랑이 일행과 헤어진지 어언 1주일.


샤르트와 이별을 한 것에 대한 복수인지는 모르겠으나, 그 즉시 말도 안되는 수련을 요구하는 척준경이었다.


망가뜨린 수련검만해도 벌써 열개가 넘어버린 상황.


야영을 하거나 이동중이 아닐때는 바위내려치기 만 번.

그리고 이동중인 마차에서는 커다란 돌맹이에 새겨넣은 작은 점을 찌르는 훈련을 만 번.


말이 만 번씩이지 손바닥이 물집으로 가득했다.

이미 굳은살이 제대로 박혀가기 시작하던 손아귀여서 그런지 굳은살 안에서 잡혀버리는 물집.


“어억.”


살짝 터트리자 맑은 피가 섞인 물이 흘러나왔다.

분명 피가섞인 물이 나온다면 내부에 부상을 당했다는 뜻.


“이건 안되겠다. 오늘은 쉬어야겠어.”


[해보라며? 이 근성없는 놈아. 나 때는 말이야··· 손아귀가 찢어져도 3만번씩 휘둘렀다. 네놈 상산(常山) 진정 출신의 창술사를 알고 있느냐?]


“상산? 창술사??”


뜬금없는 물음이었지만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이름이 있었다.


“상산 조자룡 말야?”


[용캐도 알고 있나보군. 그래 이놈아. 하지만 그 조운이 어떻게 수련을해서 창술의 극의 (極意)에 다다랐는지는 모르고 있겠지?]


“······”


[그는 오로지 말을 타고 내지른 창질만으로 바위에서 샘이 솟아나게 했다. 무예를 익히지 않은채로 무려 3년동안이나 말이지. 그것이 무슨 뜻인줄 알고있느냐?]


“근성이 있다는 건가?”


[멍청한 놈. 의지다. 의지. 목표가 생긴다면 그 어떤일에도 흔들리지 않는 확실한 의지만이 무예의 극의에 다다를수 있게 해 준다는 뜻이다. 그런데 네놈은 고작 손바닥의 물집가지고 엄살을 떨고 있느냐? 네놈이 목표한 것이 무엇이냐?]


갑자기 진지한 질문을 던지는 척준경.



“그야 당연히······”


이쪽 세상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고, 대악귀놈에게 복수하고······그러다가 왕도 되고 잘 먹고 잘 살면 좋지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삶과는 다른, 무언가 의미있는 인생을 보내고 싶다는 갈망.


그런데 그게 조금 바뀌었다.

언제부터인가 조금 바뀌어버린 내 욕망의 종착지.


문득 조금전 내팽겨친 수련검이 눈에 들어왔다.



“······”


나는 말 없이 수련검을 주워들었다.

별 볼일없는 평범한 철검이었기에 뚜렷하게 남아있는 내 노력의 흔적.


날은 상할대로 상해있었으며 검끝은 우그러들어있었기에 더이상 검이라는 기능을 상실한 물건이었다.


무언가 정확히 콕 찝어 말할 수 없는 막연한 기분이 들었지만 이것을 휘두르다 보면 알게 될 것만 같았다.



[멍청한 놈.]


말 없이 검을 들고는 바위를 찌르기 시작하는 내 모습을 바라보던 척준경이 한마디 던졌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위에 그려진 작은 하얀 점과 그 주변에 새겨진 검흔들.


손아귀의 아픔은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내찌르고 있자니 한결 누그러진 표정의 척준경이 입을 열었다.


[이 수련의 중점은 누누이 말하던 준,역,교의 비법중에 준(準)에 속한다. 기마술을 할 줄 모르는 네놈에게 이른 수련이기는 하지만 흔들리는 마차안에서 바위의 일 점을 만 번 연속 정확하게 내찌를 수 있다면, 그 어떤 자세에서도 정확한 검을 내지를 수 있다.]


“만 번 연속이라···”


나는 척준경의 말을 되뇌이며 검손잡이를 더욱 강하게 말아쥐었다.








*****







“전하! 대체 얼마나 수련을 하셨으면 손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내버려 두신 겁니까?”


눈에 핏발이 벌겋게 솟아오른 에이든이 내 손을 치료하다가 미간을 구겼다.


물집에서 터져나온 핏물이 너무 심해져서 손잡이가 미끄러울 지경이되자 잠깐 멈추었던 수련.


그런데 눈앞의 에이든을 보고있자니 괜히 보여준 모양이었다.



“이렇게 수련하시다가는 다시는 검을 잡지 못하실 수도 있습니다!”


어디서 붉은색 액체가 들어있는 약병을 구해와서 내 손에 들이붓는 에이든.


게임이나 만화에 나오던 그런 극적인 효과는 없었지만 그래도 상처의 통증이 완화되는 것은 대번에 알 수가 있었다.


힐링포션이라는 약의 효능때문인지 짓무른 물집이 조금 단단해졌다.

어느정도 검을 잡더라도 미끄러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하!”


“왜?”


“설마 그 손으로 검을 다시 쥐려고 하시는 겁니까? 제발 오늘만은 검을 내려놓고 안정을 취하십시오.”


“안정은 무슨 안정이야? 내가 손을 다쳤지 머리를 다친건 아니잖아?”


“하지만!!”


“아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은 살살 할테니까. 정 걱정되면 그 빨간약이나 좀더 구해둬.”


“저.전하!!”


나는 어느샌가 잔소리꾼이 되어가는 에이든을 뒤로 하고는 막사 밖으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눈앞에 들어오는 몇몇 낯익은 얼굴들.


막사 밖에 있을 때부터 나에 대해 수군거리던 저들의 말소리는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는 저들에게 한마디 툭 하고 던졌다.



“왜, 너희도 한 번 같이 해볼래?”


“아···아닙니다 전하.”


알통과 삼두보다 앞에서서 고개를 흔들어대는 스톨크.

저들의 시선이 피가 배어나온 붕대를 두르고있는 내 손에 잠시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딱 봐도 질린 얼굴.


“왜? 생각보다 괜찮아. 바위를 패다보면 이게 생사대적이 아닌가 싶기도하고··· 아무튼 검의 간격도 더욱 명확해지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쓸만한 수련이더군.”


“저흰··· 기사단의 수련 메뉴얼이 따로 있는지라··· 죄송합니다.”


뻔한 변명이 분명했지만 빠져나가기 위해서 둘러대는 스톨크였다.


“뭐. 어쩔수 없지. 그럼.”


기사들은 개인수련시간이 따로 있는 것을 잘 알고있는 나였지만, 굳이 언급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다른 사람 신경쓰기도 벅찬 수련이기도 했고, 스스로도 어떤 성취를 이룰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


단지 시작했기에 끝을 보고 싶은 것 뿐.


바위를 갈라 샘을 보지는 못할지언정, 무예의 정수 노래를 불러대는 척준경 놈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또다시 이어진 몇 주간의 강행군과 자해에 가까운 수련.


파랑이 일행과 헤어진지 딱 30일째 되는 날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막사앞에 걸어나와 생사대적의 바위를 후들겨 패려고 하는데, 다급히 달려오는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허억.허어어억···쿨럭! 루크 왕자님!!”


숨을 몰아쉬다 못해 폐를 다쳤는지 피를 토하면서 달려오는 남자가 있었다.



-두두두두.


야영지에 달려드는 남자를 순식간에 에워싸는 노르트 왕국의 병사들.

시퍼런 창칼이 낯선 사내를 노리고 좁혀들었다.



“너···너는?!”


꽤나 험한 일을 겪은 것인지 넝마처럼 뜯어지고 핏자국이 가득한 옷.

그런데 아는 얼굴이었다.


분명 저택에서도 몇 번 마주쳤었고, 파랑이 일행에서 경호를 담당하던 덱스터의 부하 중 한 명.


지금은 호흡부족으로 인해서 새파란 얼굴이 된 그가, 다 죽어가는 신음소리를 내면서 간신히 입을 열었다.




“아···쿨럭. 아이리스 고···공주님이 위험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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