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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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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0,255
추천수 :
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3.01.10 23:05
조회
186
추천
4
글자
11쪽

제 25편

DUMMY

제 25편






“혀어엉니이이임. 으허어어엉.”


“······”


본명 고하빈. 23세에 군대를 전역하자마자 교통사고로 사망.


그리고 눈을 떠보니 피튀기는 제국의 황실에서 빽도 없는 3황자로 환생한 비운의 사나이.



-툭툭.


나는 내 어깨에 얼굴을 파묻고 콧물을 묻히고 있는 제이미를 겨우 떼어내었다.


다행히도 황족의 권한으로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방에서 오고가는 대화라 문제는 없었다.


물론 우리나라 말을 알아들을 인간도 없었지만 말이었다.



“대체 형님은 언제 여기에 오신 겁니까? 벌써 스물은 되어 보이시는 걸 보니··· 그럼 20년 전에? 흐윽.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냐. 난 3달 정도···”


“네···?! 3달이요??? 그럼 여기서 태어난게 아니란 말씀이신가요?!!”


의외의 대답이라는 듯, 눈이 휘둥그레 커지는 제이미.



“그래.”


“그래도 얼마나 힘드셨을까아아아···흐으으윽.”


무슨 말을 해도 터진 봇물처럼 눈물을 흘려대는 녀석.

꽤나 힘든 삶을 살아온 모양이었다.


연회장에서 한국말로 말을 걸자 보였던 그 충격받은 얼굴은, 말로 표현할 수도 없는 반가움과 서러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타지에서 만난 동포가 이런 느낌인가?

나 또한 이 만남이 정말로 반가웠지만,

이러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았기에 결국 먼저 말을 꺼냈다.


“········· 내가 살아온 얘기는 대충 이렇고, 알고 있겠지만 곧 제국을 떠나게 될거야.”


“형님께서 안가시면 안되는 건가요?”


“그게 내 맘대로 되겠니.”


“···그건 그렇죠?”


의외로 쉽게 수긍하는 녀석.

이곳 제국의 황실에서 치일대로 치인 모양인지 받아들이는 것 또한 빨랐다.

그리고 계속해서 존댓말로 말을 하는 제이미.


그의 머릿속에서 나이라는 개념은, 한국에서 사망했던 23살에서 멈춘 모양이었다.

때문에 30대 중후반이었던 내게 형님이라며 깍듯이 말을 높히는 녀석.


녀석은 꽤나 오랫동안 기구했던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다시금 읊어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의 23년. 이쪽 세계에서의 15년.


듣고보니 살아온 세월은 별 차이가 없는듯 했지만, 형님 대우를 받는 것이 나쁠 것 없다는 판단에 나는 그대로 쐐기를 박아버렸다.


“그래. 우리 하빈... 아니, 여기서는 제이미인가? 우리 동생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생각이야? 듣자하니 황태자 쪽으로 판이 완전히 기울어진 모양이던데?”


“사실 그래서 형님을 찾았던 겁니다.”


“음···”


당연한 말이었지만 일면식도 없었던 제국의 3황자를 도울 이유도 힘도 없었던 나였다.


하지만 눈앞의 환생자는 같은 대한민국 출신.


고사리 손이나마 돕고 싶다는 생각이 든 나는, 후에 일신이 위험해 질 것 같다면 내게 기대라고 큰소리를 떵떵 쳐버렸다.

정작 쥐뿔도 없는 나였지만 말이었다.


그래도 몹시 감동한 고하빈. 아니, 제이미가 또다시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삼켰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럼 대체 어떻게 연락을 주고 받아야 하지? 듣자하니 노르트 왕국은 말을 타고도 두 달은 가야 하는 거리라고 들었는데···”


“아!! 잠깐만요.”


내 걱정스러운 말투에 무언가를 생각해 낸 듯, 당황한 얼굴을 하던 녀석은, 잠시 자신의 누군가를 데려 오겠다고 내게 양해를 구하면서 달려나갔다.


덕분에 조용해진 텅 빈 실내.

나는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다.




“어떻게 생각해?”


[무엇을 말이냐?]


내 물음에 구석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겨있던 장군신이 대답했다.


“환생. 환생자라는 것이 흔한 일인가? 어떻게 두 사람이라는 영혼이 기억을 가지고 다른 세계로 넘어올 수가 있는 거지?”


[우주의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천신님과 일신, 월신, 성신님의 뜻을 내가 모두 알 수는 없는 노릇이나···무릇 죽은 사람의 몸에서 나온 사령은 저승으로 가는 것이 우주의 법칙이다. 하지만···]


잠시 말끝을 흐리던 척준경이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살아있는 사람의 영혼. 즉, 생령이 외부의 충격으로 인해서 강제로 뽑혀져 나가는 경우가 간혹 있다. 그럴 때는 일신의 기억과 경험을 그대로 간직한 채로 지상을 떠돌게 되지. 유체이탈이라고 알고 있지? 그런데 만약, 생령이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끌려들어간다면?]


스스로도 대답을 찾고 있는 듯한 모습.

나는 한 마디도 거들 수가 없었다.

비로소 진짜 장군신의 면모를 보는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마주쳤던 대악귀 놈은··· 어쩌면 수십 년 전부터 우리쪽 세상을 넘보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아까 그 놈의 경우도 마찬가지겠지.]


“··· 그놈은 대체 뭐지?”


[모른다. 다만······]


“다만?”


[다른 쪽 우주를 넘볼 만큼 숨겨진 수가 있는 놈이라는 것과··· 우리쪽 우주로 넘어와서 약화될 대로 약해진 놈이 나와 동수를 이루었다는 점. 그래서 어쩌면 놈은 이곳에서는 감히 범접하기 힘든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듣고 보니 신빙성 있게 들리는 최악의 가설이었다.



“하! 그것 참 힘이 되는 소식이로군.”


[···?]


“반어법이다. 우리 가방끈 짧은 척장군.”


[미친놈.]


“뭐 아무튼 별 수 있겠어? 하나씩 차근차근 해나갈 수 밖에 없잖아. 마침 든든한 고향 동생도 생겼겠다. 어떻게든 해봐야지.”


나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그런 나를 미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척준경이었지만 별로 신경쓰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말을 돌리면서 다른 이야기를 꺼내는 척준경.


[네놈··· 아이린. 아니, 아이리스를 그런 식으로 방치했다가는 국물도 없다.]


“아 예.”


아이리스와 제국령 밖에서 헤어지기로 한 말 때문인지 불만이 가득한 고귀한 장군신 이었다.


이에 나는 건성으로 대답해 주고는 헐레벌떡 바삐 돌아온 제이미를 맞아 주었다.


급히 다녀왔는지 저녁시간임에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제이미.



“천천히 오지.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찾았습니다. 형님.”


고향동생 녀석이 누군가와 함께 걸어들어왔다.


그런데 분명 파랑이의 곁에서 자주 보던 인물이었다.








*****









-와장창!!


질로트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온 주먹만한 청동 장식품이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가며 뒤쪽 장식장을 박살냈다.


“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놈. 자리를 만들어 주어도 그딴 식으로 밖에 못해?!!!”


“아버지···”


“네깟 놈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서 연회와 황태자에게 들어간 돈이 얼마인 줄은 아느냐?!!!”


“죄.죄송합니···”


“당분간 내 눈앞에 나타났다가는 그 쓸모없는 눈깔이 반평생 사막만 바라보고 살게 해주겠다. 당장 나가!!!”


“네···넵!”


카르트로 공작의 불호령에 허둥지둥 집무실을 빠져나가는 질로트.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를 갈던 공작의 서슬퍼런 시선이 구석에서 긴장 가득한 얼굴로 서있던 고루난 자작에게로 향했다.



“일을 어떻게 준비했길래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설명해 보겠나?”


“요.용서해 주십시오 공작님. 그것이 갑자기 끼어든 인물 때문에···”


땀을 뻘뻘 흘리며 변명을 하려는 고루난 자작. 잔뜩 부어오른 눈에서 눈물 섞인 땀이 흘러나오는 모습은 눈뜨고 봐주기도 힘들었다.


이에 크게 한숨을 내쉰 공작이 혀를 차면서 뒤돌아섰다.


그나마 유능한 편이었기에 수족으로 부리고 있는 자작을 너무 몰아세우는 것은 얻을 것이 없었다.


그것도 하나뿐인 아들놈의 사소한 문제.

.

잠깐 침묵하던 공작이 고루난 자작의 구차한 변명을 끊으며 질문했다.



“그래. 서쪽 놈들은 이제 어떻게 한다고 그랬지?”


“아! 그렇지 않아도 보고드리려고 했습니다. 지난번 실패의 이유는 생각지도 못한 강자가 섞여있었기 때문인데, 다음 번에는 좀 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시도를 하겠다고······”


“들을 것도 없군. 잘 속아 넘어가길래 순진한 줄 알았건만, 감히 본 공작의 말을 허투루 듣고 제국의 수도에서 일을 벌이다니··· 앞으로 제국의 국경 내에서 함부로 일을 벌였다가는 서부 연합 왕국이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전해라.”


“네. 공작님.”


“그나저나···”


눈매를 좁히면서 턱수염을 쓰다듬는 공작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북쪽 말론놈의 말을 듣고 허수아비로 내세우려고 했던 놈이 감히 주제를 모르고 발톱을 휘두르는데··· 자네 생각에는 어떻게 하면 좋겠나?”


넌지시 질문을 던지는 카르트로 공작.


하지만 그 질문의 의중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고루난 자작이 부어오른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답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제대로 된 판을 짜 보겠습니다.”


“이용할 놈들은 다 이용해도 좋다. 특히나 이번에 제멋대로 움직인 서쪽 놈들··· 무슨 말인지 알겠나?”


“네. 공작님.”


“멍청한 두 집단의 싸움을 구경하는 것보다 재밌는 것은 또 없지.”


“··· 알겠습니다.”


“명심해라. 모든 것은 제국을 위해서다.”


“넵!!!”


황제를 대할 때보다도 더 허리를 숙여 예를 표한 고루난 자작이 물러갔다.



그렇게 조용해진 공작의 집무실.



“늦었군.”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그는 집무실 뒤쪽에 마련된 좁은 서재로 틈의 공간으로 들어가더니, 벽에서 튀어나온 촛대를 스윽 문질렀다.



-드르릉.


그러자 낮게 울리는 진동과 함께 옆으로 움직이는 비밀의 문.

그리고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과 더불어 꽤나 널찍하고 아늑한 공간이 나타났다.


커다란 침대와 야릇한 향기.


달콤한 향기를 콧속 깊이 흡입한 공작의 미간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흐으응. 너무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드신 것 아니옵니까?“


“요망한 년···”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외투를 벗는 공작.

그런 그를 바라보는 침대 위의 아름다운 여인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졌다.



“얼른 오셔서 몸을 덥히시지요.”


“역시 나를 생각해 주는건 너밖에 없구나.”


“당연한 말씀을?”


여인의 부드러운 손길이 옆에 누운 공작의 옷가지 속으로 뱀처럼 파고들었다.



“그런데 네년이 올 가을에 결혼을 해버리면 나는 어떡하면 좋으냐?”


문득 여인의 손목을 붙잡은 그가 능글맞은 표정으로 질문했다.


“흐응··· 무슨 걱정을 그렇게나 하실까? 그럼 그냥 빼앗아 버리시던지요.”


“크흐흐. 그럴수는 없지. 어디 공작가에 들어오는 것이 그리 쉬운 줄 알았더냐. 네 서방이 될 그 비루먹은 놈이나 잘 구워삶아서 살려무나. 그놈이 그래도 나름 마법사가 아니더냐?”


“흐으응··· 괜찮으시겠어요?”


“이런 요망한···”



연신 콧소리를 내는 여인의 단내나는 호흡과 사내의 거친 숨결이 조금씩 섞여들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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