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AUI

귀신보는 소드마스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0,229
추천수 :
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3.01.23 23:20
조회
111
추천
4
글자
11쪽

제 36편

DUMMY

제 36편





부적을 쓰기 가장 좋은 시간은 바로 자시(子時).


좋은 날을 정해서 목욕재계한 후, 회화나무 열매로 물들인 괴황지(槐黃紙)에 붉은 경면주사로 그리는 것이 부적을 그리는 정석인데, 그 이외에도 분향을 피워야 하는 둥, 해야 할 일이 이것저것 많았다.


물론, 정석으로 할 때 해당되는 말이지, 이렇게 다 뚫려가는 성내에서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슥슥슥.


나는 품속에서 꺼내어든 스크롤.

아니, 새하얀 부적지에 귀신을 쫓는 퇴마력을 담은 축귀부(逐鬼符)를 새겨넣었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습니까?”


“닥치고 똑같이 따라서 그려.”


나는 흥미로워하는 표정이지만 의심도 포기하지 않은 가벨의 뒤통수를 때리며 구박했다.


마찬가지로 긴가민가하는 표정을 지으며 힘겹게 죽은자들을 막고있는 기사들과, 다른 대책을 고민하는 후작의 근심스러운 얼굴은 당연히 무시해주었다.


“지금이라도 절벽을 이용해서 탈출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따악.


“악!”


“너 대체 뭘 들었냐? 밖에서 쫓기다 쫓기다 여기 들어온 것이 최후의 방법이었다는 말 못들었냐.”


“아! 맞다.”


“아. 맞다! 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그려라. 3서클 마법사가 절벽에서 날 수 있는지 나한테 확인당하고 싶지 않으려면.”


“넵!!”


군기가 바짝 들어간 가벨이 부적을 연이어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원수에 맞게 25장의 부적을 완성한 나는 재빠르게 정문쪽 성벽위로 달려올라갔다.


그곳에는 이미 몇 시간째 치열한 전투를 하고있는 기사들이 고군분투중이었다.


“드디어 완성한거요?!”


“자, 얼른 한 명씩 갑옷 안쪽에 이걸 쑤셔넣도록 전달하시오. 효과는··· 아마 괜찮을 거요.”


“정말 이게 효과가 있는게 사실이오?”


부적을 가져가면서도 의심스러운 표정을 짓는 데칼리온 후작.

그냥 다시 뺏어버리고 싶었지만, 나는 꾹 눌러참았다.


부적을 붙이고 맨 앞쪽에서 날뛰어 줄 인간이 필요했거든.


나는 그 일에 가장 적합한 인재인 데칼리온 후작에게 신뢰 가득한 눈빛을 보내면서 호언장담했다.


“후작이 나를 믿어 주었듯, 나 또한 후작을 포함한 모두를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오.”


“······알겠소.”


내 말에 군소리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작.

그의 명령에 기사들이 부적을 가져가서 품에 쑤셔넣기 시작했다.


“구기면 효능이··· 아. 뭐 알아서 하라지.”


그 중 아무렇게나 구겨넣는 놈들이 반 이상이었지만, 그게 놈의 운이었다.

파랑이에게는 부적을 따로 전달해 주면서 경고를 잊지 않았다.


“너는 이거 붙였다가 나중에 꼭 떼야 한다. 꼭이다.”


“왜? 이거 정말 되는게 맞아?”


“저길 봐.”


나는 아이리스가 부적을 손에 쥐자마자 모습이 흐릿해지는 샤르트를 보면서 전방을 가리켰다.


그러자 눈에 들어오는 안톤이라는 기사.

부적을 대충 쑤셔박고 대검을 휘두르던 그의 발목에 죽은자 하나가 달라붙었다.


“큭! 이···이놈이!!”


이에 당황한 알통이 황급히 다리를 떨쳤지만 쉽게 떨어지지 않는 언데드.

결국 언데드가 알통의 다리를 물어뜯기위해 이빨을 들이대는 순간이었다.



“키에에엑!!”


마치 썩은 음식이라도 입에 댄 것처럼 기겁을 하면서 떨어져 나가는 언데드.


“어엉?!”


이에 마찬가지로 당황한 알통이 대검을 휘두르자 언데드의 머리통이 하늘높이 날아올랐다.


“이거 진짠데?!!”


놀랍다는 표정을 지은 알통이 막 성벽에 기어오른 언데드 무리에게 달려들었다.


-서걱.


오러에 의해서만 잘려나가는 것은 동일했지만, 언데드 무리들의 기세가 크게 꺽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나타났다.


마치 더러운 것을 억지로 만지려는 것처럼, 팔을 멀리 내뻗어 할퀴려고만 하는 죽은자들은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우오오오!!”


알통의 활약.

그것을 시발점으로 성벽에 지쳐있던 병력들의 사기가 대번에 올라갔다.

특히나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스틴 왕국의 잔존 병력 5명.

그들의 얼굴빛이 크게 밝아졌다.



[효과가 나쁘지 않군.]


“그러게.”


정찰을 갔다가 되돌아온 척준경.

아무래도 나타난 결과가 마음에 드는 모양.


샤르트가 사라진 허공을 조금은 걱정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척준경이 입을 열었다.


[거리가 조금 아쉽더군. 저쪽 방향에 이 사령들을 조종하고있는 주술사가 있다.]


“역시나 누군가가 있었군?”


[저 것들을 매고있는 실의 방향을 역으로

따라가면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네놈이 감당하기에는 강한 적이니 조심해라.]


“아무렴.”


나는 몸을 풀면서 성벽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때는 아직도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

사령들의 힘이 가장 약한 순간이었으며, 날뛰기 좋은 시간이었다.


“아직도 많네··· 삼백은 넘으려나?”


어디서 저만한 수의 시체를 끌어온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성벽 밑에서 서로의 몸을 밟으면서 기어오르는 죽은자들이 수 백은 넘어보였다.


그리고 육신에 씌워진 사령들에게 이어진 붉은 실의 다발.


실이 어디를 향하는지 정확히 파악한 나는 검에 오러를 피어올렸다.

그러고보니 참으로 오랜만에 사용해보는 오러.


이 힘에 눈을 뜬지 꽤나 시간이 흘렀지만, 친선대련이니 뭐니 하면서 사용해오지 못하고 있다가 실전에서 사용해 보는 것은 밤의 습격이후에는 처음이었다.


“왕자? 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


지친 얼굴로 다가온 덱스터가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서 깊은 감사와 사과를 표하는 남자.


“제가 틀렸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들이 원했던 것은 왕자님쪽이 아닌, 저희 아이리스 공주님이었던것 같군요.”


“아아··· 괜찮아. 괜찮아요. 서로 돕고 사는거지 뭘. 나도 도움을 받았잖아요?”


“아닙니다. 정식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군요. 이후에는 제가···”


“그런 얘기는 다음에 하고···”


“네?”


나는 덱스터의 말을 끊으면서 성벽의 높이를 가늠했다.


대략 판단하기에 5m 정도. 아무래도 이 정도라면 마나로 강화된 신체에는 큰 충격은 없을 것 같은 높이였다.



-부우우웅. 쿠웅.


나는 누가 말릴 사이도 없이 성벽아래로 뛰어내리면서 검을 크게 휘둘렀다.

내 착지와 동시에 우수수 쓰러져나가는 언데드 무리.


일렁이는 오러에 덧씌워진 멸(滅)귀의 힘.

지난번 장님이를 상대할 때보다 더 강한 힘이 부여된 내 검이 찬란한 푸른빛을 내뿜었다.


“와···왕자님께서 홀로 성밖으로 나가셨다!!!”


“저 빛은···?!! 그래듀에이트급?!!”


말도 안되는 오해가 뒤에서 들려왔지만, 나는 그것을 신경쓸 틈이 없었다.


“크워어어어어억!!!”


수 십이 넘는 죽은자들이 나를 에워싸고 달려들기 시작한 것.

만약을 위해서 축귀부를 품속에 3개나 넣어두었지만 원한을 내뿜는 죽은것들에게 둘러쌓여있자니 숨이 턱턱 막혀왔다.


[뭐하고 있냐?]


“···닥쳐.”


그런 내 정신을 일깨워 준 것은 척준경의 한심스러워 하는 한 마디.

나는 그 말 한마디에 화이트 팽의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잡았다.


동시에 놀라울 정도로 차가워지는 정신.


바위에 그려두었던 점과 죽은자들을 조종하는 붉은 실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서걱!


내가 휘두른 검에 우수수 잘려나가는 붉은 실들.


-후두두둑.


끈 떨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쓰러진 적들.

확실히 바위를 이용한 미련한 수련을 하기 전과 비교하자면 놀라울 정도로 정확해진 스피드와 정확도였다.


그간의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나는 달려드는 언데드들을 베어나가기 시작했다.



왼쪽에서 달려드는 놈의 다리를 잘랐다.

그리고는 높이 뛰어올라 우측놈의 손톱을 피하고 날려버린 붉은 실 3개.


착지하는 순간 다시 2개.


시체 다섯구가 바닥에 엎어지더니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우와아아아아!!


“왕자님을 따르라!!!”


뒤에서 들려오는 함성소리.

그리고 구릉지 반대편에서 함성소리에 호응하는 또 다른 함성소리가 있었다.


그것은 뒤늦게 도착한 왕국의 보병들과 제임스를 필두로 한 기사들.



“죽은자에게 안식을!!”


“썩은 고기는 땅속으로!!!”


누구를 위한 싸움이고, 이곳이 어디의 땅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죽은자와 산자의 전투.

나는 묵묵히 선두에서 전진하면서 붉은 실을 착실히 끊어갔다.


그렇게 한참을 나아가자 뒤늦게 따라붙은 누군가의 거친 호흡소리.


“하··· 그렇게 다짜고짜 뛰어내리면 어쩌자는 것이오 왕자?”


그러고보니 선두에서 가장 험하게 굴려먹으려던 인간이 뒤늦게 도착한 상황.

그래도 가장 왕국에서 가장 강한 실력자라는 명성이 가짜는 아니었는지, 아직까지도 가장 빛나는 오러를 휘두르는 후작이었다.


잠시 내가 두른 검의 오러색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후작.


“그래듀에이트의 오러는 아니로군. 그렇지만 정말로 흥미로운 오러는 틀림없소이다. 세상에... 멸악의 힘을 담은 오러가 존재한다니.”


“······”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듯했지만 적의 처리가 우선이었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어두운 숲이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



“저쪽에 이놈들을 부리는 존재가 있소.”


“···그렇군. 더이상 어떻게 알았는지는 묻지 않겠소 왕자.”


“······왜?”


하지만 내 의문어린 표정을 보지도 않고 커다란 소리를 내지르는 후작.



“기사단은 돌격대형으로!!! 우리는 저쪽 방향으로 일점돌파한다. 뒤쳐지는 놈는 나중에 각오하라!!!”


“충!!!”


기마는 없었지만 쐐기대형으로 뭉친 백색기사단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돌격 방향은 내가 가리킨 숲쪽 방향.


돌격의 전방에서 달려들던 죽은자들이 믹서기에 갈린 과일처럼 사지가 썰려나갔다.


실로 놀라운 돌파력.


어디에서 저런 힘이 솟아났는지는 모르겠으나, 데칼리온 후작을 선두로 한 기사단의 힘은 어마무시했다.


“질 수 없지.”


하지만 퇴마를 하는 것에 있어서는 나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자는 이 전장에 없었다.


오로지 내 눈에만 보이는 붉은 실.

그리고 흉한 재액의 기운이 뭉클뭉클 증가하기 시작하는 숲 쪽의 적의 진짜 힘을 볼 수 있는 것도 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재빨리 기사단을 따라붙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뒤따라오는 파랑이와 이스틴 왕국의 일행들이 언뜻 보였지만, 지금은 기사단과 같은 무지성 돌격이 정답이었다.




-우오오오!!


그렇게 거침없이 내달리던 기사단과 호응하기 위해서 달려오던 보병대가 마주했다.


“후작님!!”


“저쪽이다!!”


“알겠습니다!”


데칼리온가의 부자가 재회했지만 단 한 마디로 일축된 대화.


그렇게 한군데 뭉친 노르트 왕국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돌격.



-두두두두두두


그것은 심지어 감정이 죽고없는 죽은자들조차 움찔하며 몸을 떨 정도였다.

순식간에 쓸려나가는 전방의 언데드들.


하지만 그 용맹한 돌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 버러지같은 것들이··· 감히!!!”


숲쪽 어둠에서 일어난 어느 불길한 그림자와, 마치 거인으로 착각될만한 거대한 고깃덩어리 하나가 전방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신보는 소드마스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주기 변경 공지 23.01.20 53 0 -
공지 연재 시간 공지 22.12.19 271 0 -
41 제 40편 - 1부 완 23.01.27 91 4 12쪽
40 제 39편 23.01.26 81 4 12쪽
39 제 38편 23.01.25 97 5 12쪽
38 제 37편 23.01.24 102 4 12쪽
» 제 36편 23.01.23 112 4 11쪽
36 제 35편 +1 23.01.20 130 5 12쪽
35 제 34편 23.01.19 132 4 12쪽
34 제 33편 23.01.18 131 3 11쪽
33 제 32편 23.01.17 133 3 11쪽
32 제 31편 23.01.16 140 4 11쪽
31 제 30편 23.01.15 149 4 12쪽
30 제 29편 23.01.14 154 4 12쪽
29 제 28편 23.01.13 154 4 11쪽
28 제 27편 23.01.12 155 4 12쪽
27 제 26편 23.01.11 177 4 12쪽
26 제 25편 23.01.10 186 4 11쪽
25 제 24편 23.01.09 203 4 11쪽
24 제 23편 23.01.08 204 4 11쪽
23 제 22편 23.01.07 199 4 12쪽
22 제 21편 23.01.06 208 3 11쪽
21 제 20편 23.01.05 230 4 13쪽
20 제 19편 23.01.04 239 5 12쪽
19 제 18편 +1 23.01.03 241 7 11쪽
18 제 17편 23.01.02 253 5 12쪽
17 제 16편 23.01.01 264 6 11쪽
16 제 15편 +1 23.01.01 278 5 12쪽
15 제 14편 +1 22.12.31 286 7 11쪽
14 제 13화 +1 22.12.30 291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