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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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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0,241
추천수 :
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3.01.11 23:10
조회
177
추천
4
글자
12쪽

제 26편

DUMMY

제 26편









“부르셨습니까 공자님.”


“야 이 새끼야! 부르면 빨리 빨리 못 뛰어와?!!”


“죄송합니다. 경비병들의 몸수색이 길어져서 그만···”


질로트의 방에 들어가자마자 욕받이가 되어버린 사내.

외소한 체격에 안색마저 창백한 삼십대 남자가 두르고 있던 로브를 젖히면서 고개를 숙였다.


“병신새끼. 마법사라는 놈이 그런 놈들 하나 못 따돌려서.”


“죄송합니다. 공자님.”


욕을 먹으면서도 별다른 표정의 변화가 없는 것을 보아하니 이미 욕을 먹는데 익숙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한참동안 사내에게 분풀이를 하던 질로트는 건방진 왕자 놈에게 얻어맞아 멍이든 관자놀이를 조심스럽게 문지르며 질문했다.



“그래. 갔던 일은?”


“잘 처리하고 왔습니다.”


“그쪽 관계자와 아무런 문제는 없었고?”


“네, 공자님. 전달 주신 물건을 경매 상품으로 후에 다시 올리기로 약조를 받아내었습니다. 물론 낙찰받은 대금의 7할은 다시 공자님께 되돌아올 예정이구요.”


“좋아. 그럼 사람은 준비되어 있겠지?”


고개를 끄덕인 질로트의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이에 황급히 말을 덧붙이는 사내.



“네. 공자님. 걱정하시지 않아도 괜찮으실 정도의 해결사를 구해두었습니다.”


“해결사?”


“그쪽 세계에서 꽤나 정평이 나 있는 인물입니다. 듣자하니 그래듀에이트급을 대상으로도 여러번 성공했다고 했습니다.”


“호오··· 그래듀에이트급을 상대로도? 그럼 실력은 분명하겠군. 좋아. 아주 좋아.”



마침내 만족스러운 표정이 된 질로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에 걸터앉았다.

아버지에게서 내려온 불호령과 사교계에서의 추태를 만회시켜줄 판이 제대로 짜이고 있었기 때문.


사실 연회장에서 제대로 망신을 준 다음 이행할 계획이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 메인이 되어버린 계획.



‘나쁘지만은 않아.’


하지만 오히려 더 달콤해질 복수를 생각하며 질로트는 자신의 마음을 달랬다.


그러자 보이기 시작하는 부하 마법사의 초쵀한 얼굴.


그러고보니 지난날 거둔 저 마법사 놈이 더욱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야 하는 동기부여가 필요해 보였다.

그만큼 자신에게는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고보니··· 가벨, 네 결혼식이 언제라고 그랬지? 가을이라고 했던가?”


“네, 공자님. 이제 3달 남았습니다.”


결혼식 얘기가 나오자 표정이 밝아지는 마법사 가벨.


“그래 축하해. 이번 건만 해결하면 섭섭치 않게 챙겨주도록 하지. 마탑 같은 곳에 들어갈 수 있는지도 한번 알아봐 주고.”


비록 3서클에 불과한 용병마법사였기에 마탑이나 마공방 같은 단체에 속할 수는

없는 가벨이었다.

때문에 질로트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 그가 감사 인사를 연발했다.


“감사합니다 공자님!!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온몸이 부서질때까지 성심히 모시겠습니다.”


“소개장일 뿐인데, 뭘 그런걸 가지고. 아무튼 이번 일이나 잘 해결해. 혹시라도 실패하면······ 알지?”


“명심하겠습니다. 공자님.”



운 좋게 누군가의 제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상위 마법서에 접근할 수 없는 그였다.


하지만 이미 누구의 제자가 되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나이.


게다가 실력이 부족하면 가차없이 버려지는 것이 이 바닥의 생태계였다.



과거 인연의 추천으로 알게 된 질로트의 몇몇 일들을 처리해주면서 꽤나 안정적인 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그였지만, 정체되어 있는 마법 실력은 그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나저나 상대가 여기 공작가에서 가정교사를 하는 여인이라고?”


“네 공자님. 제인이라는 여인입니다. 운 좋게도 공작님의 눈에 든 덕에 막내 아가씨의 가정 교사를 맡고 있습니다.”


“······그렇군.”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질로트. 하지만 그 표정을 전혀 보지 못한 가벨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한시라도 빨리 준비를 끝마치기 위해서였다.



“가봐.”


“네, 공자님. 그럼 준비되는대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깊게 허리를 숙이더니 물러가는 가벨.

그 뒷모습을 조소 어린 눈빛으로 한심하게 쳐다보던 질로트가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병신.”








*****










“후우······ 그러니까 이게 더 낫다는 말이지?”


나는 검의 표면에서 일렁이는 오러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면서 질문했다.


[대체 몇 번 말해야 알아 쳐먹겠느냐? 전에도 말했지만 내공이란 흐르는 물과도 같다. 흐르는 물을 억지로 담아두려고 하면 넘치기 마련. 형태를 고정시키려는 시도 자체가 낭비이자 쓸데없는 짓이다.]


“그래도 위력이라던가 절삭력 같은게 더 좋지 않을까?”


[헛소리!!]


나름 이쪽 세계의 지식을 가지고 반문했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확실히 장군신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무예에 관해서라면 한치의 반론도 허용하지 않는 척준경.


[내 장담하건데 검기를 쏘아보낼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르면 보일 것이다.]


“끄응······”


무언가 반론을 하고 싶었지만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실력을 보지 못했으면 몰라도, 익스퍼트 여럿과 그 상위의 실력자를 단칼에 베어버리던 녀석의 검.


때문에 나는 질로트 놈과의 대결이나 복기해보기 시작했다.


패도적인 제국 검술의 완성에 가까웠던 놈의 실력은 나보다 훨씬 윗줄에 놓여있었던 것이 사실.


아직 한참은 더 노력해야 했다.


그렇게 끙끙거리면서 검을 휘두르는데 누군가가 다가왔다.



“꽤나 노력하시는군 왕자.”


“아. 또 무슨 일인데?”


수료식전에는 가르침을 빌미로 구타를 반복하던 후작놈이 팔짱을 낀채로 뒤에 서 있었다.


또다시 방해를 하려는지 허리에는 수련검을 차고 있는 후작.

그런데 그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내게서 검을 배워보지 않겠소이까?”


“···?”


“최근 보아온 왕자라면 더욱 더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것이오. 물론 제대로된 스승만 만난다면 말이지만.”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닌, 당신한테?”


“그렇소.”


가르쳐주기 싫지만, 대의를 위해서 어쩔수 없이 자신을 희생한다는 숭고한 표정.

역겨운 표정을 하고 있는 털보 중년인을 보고 있자니 짜증이 치밀어올랐다.


그런데 짜증이 치밀어오른 것은 나 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감히··· 내 제자한테?]


허공에서 씩씩거리는 장군신이 하나 있었다.


“하아···”


이놈이나 저놈이나 자기 멋대로 지껄이고 있었다.



“누구 맘대로?”


나는 검을 배우겠다고만 했지. 제자가 되겠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제삿상을 차려주는 것으로 검을 배운다는 엄밀한 거래.


나는 은근슬쩍 스승 흉내를 내려는 허당신과 데칼리온 후작에게 눈을 부라려주고는 돌아섰다.



-철컹.


그런데 이상한 반응을 보인 것은 후작도 아닌, 전에 보았던 낯선 기사들이었다.


노골적으로 불쾌한 표정을 짓고있는 노르트 왕국의 기사들.

듣자하니 아서 데칼리온을 따르는 백색 기사단의 단원들이었다.



“······”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주인의 세를 믿고 저리 행동하는 것일까? 그렇게 분노를 토해내려는 순간이었다.


“감히··· 어디 안전이라고 그리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이더냐!!!”


의외로 불호령을 내린 것은 후작이었다.


-철컹.


“용서하여 주십시오. 각하.”


백식 기사단의 부단장으로 보이는 건장한 기사를 대표로 기사들이 무릎을 꿇었다.

새하얗게 빛나는 강철갑옷에서 철그럭거리는 쇠소리가 연무장에 울려퍼졌다.


“앞으로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가는 그대로 기사단에서 쫓겨날 줄 알아라. 알겠느냐?!!!”


“명심하겠습니다!”


“이만 물러가서 근신하라.”


그렇게 후작의 명이 떨어지자 순식간에 물러가버리는 기사들.

정작 불과 얼마전에 눈앞의 왕자를 두들겨 팬 것이 자신들의 단장이라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가 궁금해졌다.


“저기······”


“부하놈들의 무례를 용서해주길 바라오. 왕국의 최전선에서 험한 것들을 상대하던 저들이라 그런지 표현하는 것이 거칠뿐이오.”


아니, 그러니까 무례를 당한것은 난데 왜 니가 용서하고 난리냐고.


속에서 또다시 짜증이 치밀어 올랐지만 나는 그대로 말을 삼켰다.

괜한 시비를 걸었다가 저놈이 가르침이라고 우기면서 또다시 달려들지도 몰랐기 때문.


“아무튼 난 당신에게서 절대로 안 배울 거니까. 그렇게 알아.”


나는 후작놈의 부하들이 무례를 저지른 상황을 이용해서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크흠.”


방금전 부하놈들의 잘못 때문인지 붙잡지는 못하는 데칼리온 후작.


그렇게 이리를 피했는가 싶었는데 저택의 접객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이가 있었다.


파란머리에 날카로운 눈매.

늘 입고있던 가벼운 은빛 갑주와 허리에 찬 검.


그런데 단 하나 달라진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표정.


무언가 홀가분한 표정의 그녀가 나를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서 다가왔다.


“기다리고 있었어?”


“응.”


“무슨 일로?”


“한판 붙자.”


“······”


썩을년.

아무리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흔히 말하는 여배우 뺨 열 두번은 치는 얼굴이었지만, 남자 잡아먹을 관상이 이런 상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동양학의 동물이나 오행론에 기초한 관상만 볼 줄 알았지, 서양인의 점성술에 기초한 관상학을 연구해 볼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이곳에서 르네상시 시대에 있었던 유럽의 면상학에 대한 정보가 있을리는 만무했지만 말이었다.



“오늘은 안돼.”


나는 딱 잘라 거절했다.


“왜?”


“선약이 있어.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야.”


“누구랑?”


이제껏 한번도 묻지 않았던 질문을 던지는 파랑이.

연회장에서의 만남 이후로 분위기가 뭔가 바뀌었지만 솔직히 정확히 꼬집어서 말할 수가 없었다.


“아. 너도 봤지? 헬리나 드로이트라고 했던 제국의 귀족말야. 내가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고 하더라고.”


“······ 그 붉은 웨이브 머리?”


“어. 맞아.”


“그럼 나도 따라가.”


“···왜?”


갑작스럽게 따라나선다고 하는 파랑이의 말에 솔직히 당황했다.

고운 이마에 어울리지 않게 찌푸러진 미간이 제법 앙칼져 보였다.


“그.그건······”


거절을 예상하지 못했는지 당황하는 아이리스. 잠깐 흔들리는 눈빛을 보이던 그녀가 어눌한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거..거리. 제국의 밤거리는 위험하다. 일국의 왕족이 함부로 돌아다닐 장소가 아니야.”


“너도 왕족이잖아?”


“시.시끄러워. 내가 따라가는 것을 막는다면 몰래 빠져나가려고 한다는 것을 후작에게 알리겠다.”


“대체 지금 뭐하자는 건데? 너 혹시 여기 밤거리를 구경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냐?”


내 물음에 눈이 번쩍 커진 아이리스가 서둘러 답했다.



“그렇다! 사실 제국의 밤거리 구경이 하고 싶었다!!”


누가 들어도 급조한 대답이었지만 나는 그냥 넘어가주기로 마음먹었다.


괜히 소란을 피웠다가 후작놈이 따라붙는 날에는 물건을 되찾는데 문제가 생길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나도 여기 거리가 궁금하기는 해.’


나는 본심을 숨기면서 약속된 장소로 가기 위해, 비교적 으슥한곳에 위치한 저택의 담장으로 걸어갔다.


혼자서 뛰어오르기에는 꽤나 높은 담장.


그런데 마침 교대를 위해서 어수선한 병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닿을까?’


그렇게 담장을 뛰어넘기 위해서 높이를 재어보는데, 갑자기 파랑이가 담장을 들이받을 듯이 달려가더니 바닥에 엎드렸다.


그러면서 멍하게 쳐다보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아이리스.



“뭐해? 병사들이 눈치채기 전에 얼른 밟고 뛰어.”



무슨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도 아니고···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너 공주 맞니?”


“응?”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

그래서 나는 그냥 밟고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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