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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I

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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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0,252
추천수 :
232
글자수 :
207,297

작성
23.01.16 23:20
조회
140
추천
4
글자
11쪽

제 31편

DUMMY

제 31편






“드로이트 영지는 제국 북단에 위치한 군사 요충지. 이참에 그쪽 요새의 방어선과 주둔군의 상황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충분히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오.”


“······아니 그런데 말야.”


헬레나가 자기 마차로 돌아가자마자 본론을 꺼내는 데칼리온 후작.

그런데 나는 본론이고 뭐고, 저 턱수염을 쥐어뜯어주고 싶었다.


“언제부터 내 말을 엿듣고 있었던 거데?”


“크크큭. 얼마되지는 않았소. 이 행렬의 방향과 안전을 책임져야하는 나로써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니 양해를 바라오.”


“······하아.”


내 불만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 철면피.

다른 사람의 말을 엿들은 것은 전혀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었다.


때문에 나는 포기하고 다른 일을 꺼냈다.


“그래. 그렇다면 드로이트 영지 까지는 얼마나 걸리는 건데?”


“직선 거리로는 3주이지만 제국의 관문을 합법적으로 통과해야하니, 계획보다 2주는 더 걸릴 것이오.”


“멀군.”


“제국 놈들의 땅이 이렇게 넓소. 원래 우리 왕국 또한 제국만큼은 아니더라도, 꽤나 큰 영토를 가진 나라였었지. 슬프게도 지금은 아니지만 말이오.”


“······”


분명 왕가의 일원에게 대놓고 할 말은 아니었지만 내게 속내를 털어놓는 후작.

그런데 이 과묵한 아저씨가 무슨 노망이라도 났는지, 계속해서 입을 나불거렸다.



“사실 왕자가 제국에서 망나니로 지내며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다면, 내 모든 것을 걸고 그쪽이 왕위를 잇는 것을 막았을 것이오.”


“···그렇군.”


“온순한 성격이기는 하나, 민초를 돌볼 줄은 아는 둘째 왕자를 지지했을 거라는 소리요. 내말은.”


다시금 자신의 생각을 읊어대는 후작.

문득 이 인간이 왜 이런 말을 하고 있는건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후작은 지금와서 왜 내게 이런 말을 말하는 거지?”


“전쟁의 불씨가 사방에서 피어오르고 있소. 왕자.”


“···?”



동문서답 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말을 이어나가는 그였다.



“지금 우리 왕국에 필요한 것은 펜이 아닌, 실질적으로 왕국을 지킬 수 있는 검과 방패라고 생각하는 것이 나, 아서 데칼리온의 생각이오. 그리고······”


잠시 뜸을 들이다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을 이어나가는 데칼리온 후작.


“아무튼 후에 왕위계승 싸움에서 데칼리온 가의 온전한 지지를 얻고 싶다면, 내 기사들의 마음부터 얻어 보시오.”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겠군. 그럼 앞으로 나를 지지하겠다는 말이지?”


내 물음에 데칼리온 후작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것은 명백한 비웃음.



“자고로 현명한 군주는 이해력이 좋아야 하는 법이라오 왕자. 아직 내 뜻을 오해하고 있군.”


“···?”


“내 부하놈들의 마음조차 얻지 못한다면, 데칼리온가의 지지도 없을거라는 말이오.”


후작이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







어두운 어느 숲속.

야영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낡은 오두막이 이름모를 언덕위에 서 있었다.


내리깔린 달빛과 오두막 안에서 새어나오는 어두운 등불의 불빛.


그 오두막의 정 중앙에는 반나체가 된 여인 하나가 눈이 가려진 채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저벅저벅.


의자에 묶여서 신음소리를 내뱉던 여인은 오두막으로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자마자 소리를 내질렀다.



“살려줘! 살려주세요!! 이상한 놈들이 갑자기 납치를······”


“······아직 괜찮아 보이는군.”


“네···네놈들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거야!! 내.내가 누군지 알아?!!”


오두막에 들어온 고저없는 남성의 목소리에 발작하듯이 소리를 질러대는 여인.


“주···죽여버릴 거야! 감히···감히 내가 누구인줄 알아??!!”


“넌 누구지?”


고저없는 남자의 목소리가 질문했다.


“나···난 이 제국의 재상이신 카르트로 공작님의 여자야! 너희들 따위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란 말이다!!”


“카르트로 공작? 그의 부인은 너같은 젊은 것이 아니라 50이 넘는 귀부인으로 알고 있다.”


사실을 말하는 남자의 목소리에 화가 치밀어 오른 듯,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여인.


누군가를 유혹하려는 복장 그대로 납치된 여인이 속박을 벗어나려 애를 쓰면서 악다구니를 써대기 시작했다.



“그···그 폐경 온 여자 따위에게 공작님께서 관심을 가질 것 같아?! 공작님께서 사랑하고 계신건 바로 나야 나라고!!! 공작···공작님께서 이 일을 아시면 너희들 모두 죽은 목숨이야!! 그러니 어서 풀어!”


“네가 공작의 여자가 확실한가?”


“하! 이제야 믿겠다는 거야? 그래. 나와 공작님은 이미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꺅!”


-콰앙!


오두막의 벽을 주먹으로 때리는 소리가 갑작스럽게 울려퍼졌다.

때문에 찔끔 하면서 목을 움추렸던 여인.


“뭐···뭐야 갑자기?!”


“하지만 너는 가을에 결혼하기로 한 남자가 있지 않은가? 알아보니 어릴적부터 잘 알고 지냈던 사이라고 하던데?!”


“뭐야? 언제 내 뒷조사까지 한 거야?!”


“납치할 대상의 신상을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서 대답해라.”


조금씩 조바심을 내기 시작하는 사내의 목소리.

그러자 대화의 기싸움에서 고점을 잡았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여인이 키득거렸다.


“왜? 그 능력없는 남자가 뭔 상관이야?? 어차피 능력은 쥐뿔도 없는 버러지 인간. 내게는 공작님과 가까워질 수단일 뿐이었어. 그러니 다시 한 번 경고하는데, 이거 당장 풀어.”


“······”


“왜? 씨발 이제와서 겁이라도 나나 보지?! 왜? 잘못 걸렸다싶지?”


정말로 당찬 여인이었다.

반나신으로 납치를 당했음에도 납치범을 협박하는 여자라니.


나는 질문하기를 잊기라도 한 듯, 주먹을 피가 날 정도로 말아쥐고 있는 가벨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고통과 분노. 애증과 슬픔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복잡한 표정.

문득 저 표정이 마지막에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렇게 지켜보고있자니 간신히 질문을 이어나가는 가벨.

마법으로 숨겼음에도 목소리에서 묻어나오는 떨림만은 숨길 수가 없었다.


“그··· 그 남자를 사랑하기는 했나?”


“당연히 그딴 남자를 사랑할리가 없잖··· 응? 왜 그런 질문을 하지?”


“······”


갑작스러운 가벨의 질문에 웃어넘기려던 여자. 제인의 얼굴이 의혹으로 시퍼렇게 물들기 시작했다.


“호···혹시? 아아···아냐, 설마?”


“······”


“가.가벨? 당신이야??”


결국 가벨의 이름을 내뱉고만 제인이었다.

그리고 그 말을 듣는 순간 그의 얼굴에는 모든 표정이 지워지며 광기만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비로소 사태를 파악한 모양인지 사시나무떨듯,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여인.


“오···오해야! 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 말한 ··· 그.그래. 거짓말. 거짓말이야! 나··· 나 믿지 가벨? 응??”


“···추잡한 년.”


두려움에 벌벌 떨면서도 연신 두리번거리며 가벨의 정확한 위치를 찾으려 애를 쓰는 제인.


“이···이것 좀 풀어봐. 응? 우리 서로 보면서 얘기하자. 응응? 자기야. 우..우리 가을에 결혼하기로 했잖아? 응? 제.제발 이것 좀 풀고···”


“······주군. 부탁이 있습니다.”


“응?”


제인의 말을 철저히 무시하면서 내게 말을 거는 가벨이었다.


“이 여자의 마지막은 제가 끝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알아서 하도록. 필요하다면 자리를 비켜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주군.”


자리를 비켜준다는 내 제의에 감사를 표하는 가벨.


“무···무슨 말이야 가벨? 마···마지막이라니? 응? 노···농담이지···?!”


분명 등을 베인 흉터가 채 아물지 않았음에도 주먹을 휘두른 그의 등에서, 피가 조금씩 배어나오고 있었다.


-저벅저벅. 쾅.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려 오두막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오두막 밖에서 기다리다가 나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는 덱스터가 보였다.


“후환이 있을까요?”


“목격자는 없습니다. 그리고 한 때의 장난감에 목을 맬 카르트로가 아니지요.”


“···그렇군.”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다.

어쩐지 오랜만에 담배가 생각나는 달빛.



“꺄아아아아악!!!!”


등뒤의 오두막 안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무언가 묵직한 것으로 고기를 내려치는 듯한 섬뜩한 소리.


“······”


그렇게 한참을 침묵속에서 기다리던 나와 덱스터였다.

그리고 마침내 오두막 문이 열렸을 때.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있는 가벨이 슬픈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나는 그 어떤 말보다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야영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얼마 후.


으스름한 달빛이 내려앉았던 이름모를 언덕에는 때 아닌 붉은빛이 칠해지기 시작했다.









*****







야영지에 돌아오니 삼삼오오 모여서 모닥불을 쬐고 있는 후작의 병사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는 완전무장을 하고있는 기사들도 여럿 보였다.


누군가가 신이나서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웃고있는 사람들.


“크하하하. 그래서 말이지, 내가 그때 그 놈의 거시기를 발로 콱! 하고 올려쳤더니

그놈이··· 억!! 이러면서 나자빠지지 뭔가?!! 바로 이 발이 오우거의 후대를 끊어놓은 황금발일세.”


“하하하하하!!!”


듣고보니 사내들답게 자신들의 무용담을 떠들어대면서 놀고 있는 모양이었다.


“얘끼 이사람아. 오우거 낭심을 차려면 자네 머리 높이까지는 발이 올라가야 할텐데 그게 된다고?”


“아무렴!!! 왜, 못믿겠나? 여기 모인 짬밥좀 먹은 병사들 중에 내가 오우거에 사냥에 낀거 못본사람 있어?”


누군가가 웃으면서 지적하자 발끈한 병사는 팔뚝을 걷어부치면서 앞으로 발차기를 했다.


-부웅. 퍼억.


하지만 가슴높이까지도 올라가지 않는 우스꽝스러운 발차기와 더불어 디딤발이 미끄러져 뒤로 벌러덩 나자빠진 병사.



“아하하하하!!!!”


병사 기사 할것없이 모두가 웃음을 터트리는 훈훈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머쓱한 표정으로 바지를 툭툭 털면서 일어난 병사가 뭐라고 변명하려는 순간이었다.



-쉬이잇!


누군가가 소리를 낮추라는 경고음을 했고,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한 곳으로 모여들었다.


내가있는 방향이었다.




“······난 신경쓰지 말고 계속해.”


“충!”


거수경례를 하며 일어선 병사들과 뒤따라 마지못해 일어나며 예를 표하는 기사들.

지난번 일에 앙금이 남아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 똥씹은 듯한 얼굴들을 무시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병사에게 질문했다.



“그래. 그쪽이 오우거의 부랄 두 짝을 걷어찬 병사인가? 큰일을 했군.”


“아···아닙니다. 왕자님. 다 웃고자 한 말입니다.”


“그래도 그 무섭다는 오우거와 맞선것은

사실이지 않은가?”


“전 그냥 멀리서 활만 쏘았을 뿐입니다.”


얼굴이 시뻘게진 병사가 손사레를 쳤다.

이에 나는 괜찮다는 듯한 표정을 하며 계속해서 병사를 격려해주려 했다.




“오우거를 만나면 냅다 도망칠 인간이 아는척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이라니. 역시나 꼴불견이로군.”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 기사놈들의 불평이 청각마저 발달한 내 귀에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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