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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보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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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작품등록일 :
2022.12.19 10:42
최근연재일 :
2023.01.27 23:20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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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07,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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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1.20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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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제 35편

DUMMY

제 35편






“더 서둘러라.”


여기서 반 나절은 가야 하는 거리.

이동하는 거리가 겹쳤는지는 모르겠으나, 한 달의 이동을 감안하자면 놀라울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더 빨리!”


하지만 여유 따위는 없었다.


겨우 빠져나와서 구원을 요청해 온 덱스터 부하의 말에 따르자면 이미 빠져나오는 시점부터 적들에게 포위된 상황.


[······ 현세에서 사자(死者)에게 포위되었다니. 정말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로고.]


“······ 먼저 갈래?”


[불가능하다. 벌써 몇 번 시도는 해보았지만 네놈이 말하는 거리를 기준으로, 네놈에게서 3km 반경 너머로는 벗어날 수가 없었다.]


“젠장.”


이유 따위는 묻지 않았다.

그저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했을 뿐.



-두두두두두두두두


슬쩍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니 미친듯이 내달리는 노르트 왕국 병사들과 기수들이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선두에서 달리는 백색기사단의 번쩍이는 뒷모습.


그런데 기사단 중에서 한 명이 내가 타고있는 마차쪽으로 되돌아왔다.


“전하! 급히 보고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뭔데? 더 빨리 갈 수는 없다고?”


“맞습니다. 지금보다 더 빠르게 이동했다가는 병사들과 짐마차들이 뒤처질 것입니다. 만약 이대로 포위된 장소에 다가가더라도 즉시 전투가 불가능합니다.”


“······제길. 알았다.”


당연한 얘기였지만 이미 거리가 꽤 벌어져버린 병사들과 기사들과의 거리.

어디까지나 일행을 이끄는 것은 데칼리온 후작이었기에 나는 내 의견을 전달했다.



“일행을 두 부대로 나눈다!”


다행히도 내 의견이 받아들여졌는지, 병사들을 통솔하기 위한 몇몇 기사들이 뒤로 내달렸다.

지쳐있는 병사들과 헬리나 일행들이 되돌아온 기사들을 반기는 모습이 언뜻 눈에 들어왔다.



“마차는?”


“더 빠른 속도를 위해서는 버리셔야 합니다.”


“···근데 난 말을 탈 줄 모르는데?”


말을 타본 기억이라고는 동네 공터에 한번씩 방문하시던 리어카 아저씨의 스프링 목마.

찢어지게 가난했던 가정형편 때문에 스프링 목마도 겨우 한 번 타본 내가, 진짜 말을 탄 경험이 있을리가 만무했다.


“제 뒤에 타시면 됩니다.”


그러자 선뜻 자기가 탄 말의 뒤를 가리키는 에이든.


그리고 나는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마차문을 닫아버렸다.

기사의 뒤에 다소곳이 앉아서 말을 타고가는 왕자의 그림.


생각만해도 끔찍했다.



“그러고보니··· 파랑이를 알게 된 건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내가 왜 만난지 얼마되지도··· 컥!”


[······]


“아, 농담이지 농담. 아무튼 이렇게 최대한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그렇게 누구 죽일 것처럼 쳐다보지 말고···”


장군신이 칼춤추는 망나니신같은 표정을 하고있으니 도저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울며겨자먹기로 마차를 포기했다.






*****






-두두두두


“거의 다 도착한 것 같습니다. 전하! 좀 어떠십니까?”


“닥쳐.”


에이든 놈의 말을 같이 타고 한참을 달린 끝에 도착한 곳은 제국 북서쪽에 위치한 어느 구릉지였다.


주변의 산으로 인해서 낮은 지형인 구릉지의 특성상 외부 시야에 가려진다는 것이 이 지형의 특징이었다.


그리고 구릉지의 반대편.

어느 동네의 뒷산처럼 완만하게 솟아있는 작은 언덕위에는 보기에도 낡고 작은 고성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백명도 채 들어가기 힘들 것 같은 작은 성.

마치 어느 돈많은 귀족이 별장으로 만들었다가 버린것 같은 이 낡은 성벽에는 시커먼 무언가가 잔뜩 달라붙어 있었다.



“대체 저게 뭐야?”


“······잘 모르겠습니다 전하.”


내 물음에 긴장한 목소리로 고개를 흔드는 에이든.

후작의 구령에 맞추어 말에서 내린 기사들이 내 주변으로 밀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건장하고 험상궂게 생긴 아서 데칼리온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오 왕자? 보다시피 저쪽은 수백에 우리는 20명이 채 되지 않소.”


“대체 저것들이 뭐요?”


“죽은 자들. 제국 수도를 떠나기전에 들었던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오. 농담으로 여겼건만.”


“저런게 대낮에 버젓이 돌아다녀도 되는거요? 제국은 대체 뭘 하길래?”


“낸들 알겠소? 황제가 병상에 있다더니 망조가 끼였나 보오. 아무리 변방에 가깝다고는 하나, 저런 언데드들이 설치다니.”


“그래서. 후작은 어떻게 할 생각이오?”


나는 당연한 말이지만 군사지휘관인 후작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예상했다는 듯이 한숨을 푹 하고 내쉰 후작이 입을 열었다.


“대체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면 병력을 나누자고 한 이유가 무엇이오? 하··· 아무튼 별 수 없지. 뒤따라오는 병력을 기다렸다가 한번에 몰아쳐야 할 것 같소.”


“···그러기엔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데?”


나는 손을 들어 낡은 고성을 가리켰다.

원래 떠났던 40여 명의 인원들 중, 열 명도 채 남지 않아 보이는 이스틴 왕국의 사람들.


심지어 그들 중에서는 성벽위까지 기어올라온 죽은자를 걷어차던 어떤이가 발목을 붙잡히는 모습이 때마침 눈에 들어왔다.


붙들리자마자 수십의 시커먼 형채들에 의해서 아래로 끌어내려지는 병사.


“끄아아아아악 살려줘어어어”


“끄아아악. 읍. 으으읍!!”


“······”


생살이 씹히는 고통을 견디다못한 병사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입술과 혀를 뜯어먹혔는지 사그라드는 신음소리를 내다가 조용해졌다.



-딱딱딱딱


그리고 들려오는 성벽쪽의 이빨 맞부딪히는 소리.

풍전등화의 고성에서 고군분투하는 일행중에서는 빛나는 검을 연신 휘두르는 파랑이도 보였다.


하지만 위태롭게도 깜박이는 오러.

끝이 보이는 싸움이었다.

지금 돕지 않는다면 마주하는 것은 이빨자국만 남은 뼛조각일 터.


고성을 살피던 나는 문득 눈에 들어오는 고성 뒤쪽의 절벽을 가리켰다.


“저긴 어떻소?”


“하··· 놈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저길 말이오? 이 중갑을 입고 오르다가는 저 절벽을 반도 오르지 못해서 낙사할 것이오.”


“···음?”


“왜 그러시오?”


“후작은 그 갑옷에 접착제라도 발라둔거요? 벗고 올라가면 되잖아?”


“······”


처음에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짓던 데칼리온 후작.

그런데 잠깐 고민하던 그가 제임스와 어떤 의견을 주고받더니 돌아와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실적으로 그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소. 대신 제임스는 이곳에 남아서 나중에 도착할 우리 병력들을 지휘해야 할 것 같소.”


“당연한 말씀.”


아들을 걱정하는 후작의 마음이 뻔히 보였지만 나는 반대하지 않았다.

당장 나조차도 이 짓무른 손으로 절벽을 오르는 것이 걱정이었기 때문이었기에.


그렇게 결정을 내린 백색기사단과 나는 고성을 포위하고 있는 시커먼 놈들의 눈을 피해서 협곡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착한 절벽 아래.


“와···왕자님, 저는?”


다른 기사의 뒤에서.

역시나 다소곳이 앉은채로 뒤따라온 가벨이 손톱을 물어뜯으면서 질문했다.

아무래도 절벽을 올라갈 자신이 없는 모양.


“너, 마법사잖아? 못 날아?”


“프.플라이 마법은 4서클은 되어야 하는 마법으로···”


“뭐야. 진짜로 날 수도 있다고?”


“네. 3서클에 불과한 제가 시전할 수는 없는 마법이기는 하지만···”


“알았으니까 됐고··· 넌 저 힘 좋은 기사한테 업혀라.”


내 말에 불만어린 표정을 짓는 알통.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후작의 지시에 울상을 지으면서 가벨을 들쳐업었다.


그렇게 시작된 암벽등반.


검을 뒤로 비껴맨 나는 튀어나온 돌부리를 강하게 붙잡으면서 위로 몸을 끌어당겼다.


물집가득한 손으로 절벽을 타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나름 생각해 둔 수가 있었다.


“다음은 어디를 잡아?”


[좀 더 위쪽. 아니, 거기말고! 대각선 위쪽으로 더. 더. 그렇지.]


-우우웅.


손가락에 마나를 집중시키자 무른 바위의 틈을 손쉽게 파고드는 손가락.


나는 할만했다.



“모···목을 잡지 마시오! 숨을 못 쉬겠잖아!!”


“조···조용히!”


뒤따라 절벽을 오르는 알통놈은 꽤나 힘들어 보였지만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








“어···어떻게?”


피곤에 찌든 얼굴과 떡진 파란머리.


몇 날 몇 일을 싸웠는지는 모르겠으나, 상태가 이만저만이 아닌 파랑이의 눈이 찢어지듯이 커졌다.



“어. 나도 오랜만이야.”


나는 그 눈을 마주보며 씩 하고 웃어주었다. 절벽을 오르느라 꽤나 힘들었지만 말이었다.


항상 무표정했던 파랑이의 얼굴에 조금의 표정변화가 느껴진 것은 착각일까?


하지만 그녀의 얼굴을 찬찬히 살필 여유같은건 없었다.



“성문! 성문쪽이 뚫리려고 한다!!”


누군가의 다급한 외침.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얼기설기 막아놓은 성벽틈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죽은자들이 보였다.


반쯤 썩어들어 있는 몸에 표정없는 얼굴.

창백할 정도로 새하얀 얼굴을 보고있자니 식인귀가 떠올랐다.


육신의 따뜻함을 그리워해 사람을 잡아먹는 추잡한 악귀.


“그래도 조금은 다르군.”


식인귀와 다른점이 있다면, 지금 눈앞에 보이는 저것들은 자의에 의해서 인간의 고기를 탐하고 있지 않았다.


[저놈들··· 조종당하고 있다. 뒷목쪽을 자세히 살펴봐라.]


“······?!”


그러고보니 놈들의 뒷목에서 가느다란 붉은 실 같은 것이 보였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선들이 이어진 곳은 구릉지 너머에 있는 어두운 숲쪽 방향이었다.


[내가 한 번 가보겠다.]


직선상 거리로 따지자면 3km 범위에 아슬아슬하게 닿을 거리.


나는 척준경에게 고개를 끄덕여주고는 성문쪽으로 달려내려갔다.


뒤늦게 달려내려가자 이미 성문쪽의 죽은 자들을 후려치고 있는 백색기사단의 모습.


그랬다. 말 그대로 후려치고 있었다.


-까앙. 까아앙.



“이···이것들 베이지가 않습니다!!”


“뭐라?! 그게 말이 되느냐?!!”


어이없어하는 외침과 함께 다가오는 죽은자를 검으로 베는 고참기사.

하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방어구 하나 걸치지 않은 죽은자의 몸에 닿자 쇳소리를 내면서 튕겨져 나가는 기사들의 검.


당황하는 기사들 틈으로 단호한 외침소리가 들려왔다.


“오러! 오러를 사용해야 해!!”


날카롭게 울려퍼진 아이리스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기사들이 검에 오러를 피어올렸다.


-서걱.


그러자 겨우 잘려나가기 시작하는 죽은자의 몸뚱아리.

하지만 오러의 소모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 또한 성문의 틈을 뚫고 달려드는 죽은자를 오러를 입힌 검으로 베었는데, 마치 해동되지 않은 고깃덩어리를 날이 무딘 검으로 베는 느낌이었다.


“크에에엑”


심지어 허리의 반이 잘려나갔는데도 비틀거리면서 다가오는 언데드.


섬뜩했다.


공포나 죽음의 향기 때문이 아닌, 죽어버린 몸뚱아리 속에서 몸부림치는 사령의 감정이 그대로 느껴졌다.


끝없는 저주와 분노.

그리고 언뜻 보이는 억울함.

이제껏 보아온 어떤 감정보다도 깊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한(恨)이었다.


나는 그 참담한 모습을 직시하지 못하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런데 내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 있었다.


단칼에 죽은자의 목을 날리는 여인.

똑같은 방식으로 첫살인의 트라우마를 극복한 여인이 뒤돌아보면서 손을 내밀었다.




“뭐해? 설마 겁먹었어?”


“그럴리가.”


나는 파랑이의 손을 맞잡으며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목을 잃은 죽은자의 손톱이 파랑이의 뒷목을 노렸다가 허공을 긁고 지나갔다.


때문에 내게 안겨버린 모양새가 되어버린 아이리스.


“······?!”


아이리스의 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방금 빚은 갚았다?”


나는 파랑이를 마주보며 씨익 웃었다.

마침 놈들을 상대할 좋은 방법이 떠오른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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