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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P의 서재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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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bero
작품등록일 :
2017.07.28 19:50
최근연재일 :
2017.09.13 17:01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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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
추천수 :
8
글자수 :
225,553

작성
17.09.0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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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3장. 사회생활부 부원들의 시원찮은 학교생활 - 10.

DUMMY

‘응? 벌써 아침인가?’

눈을 비비며 일어난 경석은 방 안에 자신 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방 한쪽에 있는 벽시계를 보니 아침 7시 30분이었다. 그때 화장실에서 머리를 닦으며 상현이 나왔다.

“어, 일어났어?”

상현이 샤워를 마치고 상쾌한 듯 아침 인사를 건넸다.

“응. 최 선생님은?”

“먼저 일어나 잠깐 나가셨어. 산책 하고 오신데.”

상현이 수건을 침대 위에 던지고 수납장 구석에서 드라이기를 꺼냈다.

“너도 얼른 씻어. 아침 먹으로 가자.”

“벌써?”

“뭐, 늦게 먹고 싶으면 그래도 상관 없지만, 오늘도 이것 저것 하려면 빨리 먹는 게 좋을걸?”

상현이 드라이기를 켜서 머리를 말리기 시작해 그 소리 때문에 대화가 끊겼다. 경석은 상현과 함께 밥을 먹기로 하고 씻을 준비를 했다. 그러면서 문득 어제 저녁 식사에 관한 것을 떠올렸다.


---- 하루 전, 저녁 식사 시간. 경석의 회상.


“저기.”

해가 떨어지고 있을 무렵, 일행은 바닷가에서 나와 모래사장에서 쉬고 있었다. 최 선생님과 사신님은 가희의 상태를 보러 함께 집으로 들어간 지 꽤 되었다.

“슬슬 배고프지 않아?”

미리가 일행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슬슬 저녁 시간이네. 아까 가희가 7시까지는 들어오라고 했거든. 저녁 준비가 될 때쯤이라고.”

상현이 핸드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대략 6시 40분쯤이었다.

“그럼 슬슬 들어갈까? 씻고 갈아입고 다시 모이면 시간 딱 맞을 것 같은데.”

나영이 제안했다.

“그러죠! 해도 떨어지고 있고. 부잣집의 식사는 어떤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어요!”

가난한 집안에서 살아 온 민하가 기대에 부푼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각자 7시까지 알아서 식당으로 모이자. 식당 위치는 알어?”

경석은 식당의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

“우리는 가희가 방에서 알려줘서 찾아갈 수 있어. 너희는?”

“경석이는 내가 데려갈게. 내가 이쪽은 잘 아니까.”

나영의 말에 상현이 대답했다.

“오케이. 그럼 이따 다시 봐.”

“응!”

그 말을 끝으로 각자 해산했다.


다시 모인 식당의 풍경은 장관이었다. 경석은 상현의 안내에 따라 도착했는데, 입구에서부터 가희네 고용인 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경석은 식당 내를 둘러보았다. 어느 정도 크다고 말할 수 있는 집 한 채 정도 크기의 홀에 30인석 테이블이 길게 한 가운데에 배치가 되어 있고, 빈 공간은 온갖 고급스러운 실내 장식이 꽉 채워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있었다.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물론, 경석은 샹들리에가 무엇인지 몰랐다.)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고, 아직 음식이 나온 건 아니었지만 냄새만으로도 모든 이들에게 굉장한 음식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게 했다. 경석은 그 광경에 잠시 넋을 잃었다.

“여기······ 식당 맞지?”

“응? 당연하지. 무슨 이상한 질문을 하고 그러냐?”

상현이 등을 팍 치며 말했다. 경석은 진심으로 물어본 것이지만, 상현은 가희네 집에 자주 들락거리면서 이 광경이 익숙해진 듯 했다.

“그나저나 좀 일찍 내려오긴 했나 보다. 아무도 없네.”

상현이 큰 홀과 긴 테이블에 경석과 둘만 앉아 있자 어색해하며 말했다. 아직 음식이 나오지 않아서 식사를 시작할 수도 없었다.

“10분 정도만 기다리시면 식사가 준비될 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김 집사님이 테이블에 무료하게 앉아 있는 둘을 보고 다가와 말했다.

“오늘 메뉴는 뭐에요, 집사님?”

상현이 물었다. 허물 없이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을 보고 경석은 확실하게 상현이 가희네 쪽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이쪽 분위기에 물들었음을 느꼈다.

“먼저 식전 수프와 치킨 샐러드가 전채 요리로 준비될 겁니다. 그 후 메인 요리로 해산물과 돼지고기를 베이스로 한 찜 요리를 올릴 겁니다. 그리고 나서 달콤한 디저트와 커피로 마무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닌가요, 우리?”

경석이 농담조로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아가씨와 여러분의 영양 밸런스와 오늘 일정을 소화한 것에 대한 열량 보충량을 정밀하게 계산해서 짜낸 식단이니, 부족하거나 과다하지는 않을 겁니다.”

“식사 하나에 그 정도까지 하실 필요는······”

경석이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집사님은 가희의 일에 관해서라면 철저하시니까.”

상현이 웃으면서 보충했다.

“아닙니다. 아가씨께는 더할 나위 없는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 정도로는 아가씨가 베푸신 은혜의 만 분의 일도 모자랍니다.”

김 집사님의 가희에 대한 충성심은 상당해 보였다. 그런 대화를 주고 받는 사이에 여학생들이 우르르 몰려 왔다.

“음! 좋은 냄새!”

멀리서부터 미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엥? 여기가 정말 식당이에요? 저희 집보다 넓은데요?”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경석과 비슷한 반응을 보인 민하였다.

“원하는 대로 앉아. 집사님, 준비는 다 되었나요?”

“네, 아가씨.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가희의 말이 무섭게 가희네 고용인 분들이 척척 나타나 식기를 배치했다.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

“?”

경석의 자리에 식기를 놓던 여성 고용인 분이 경석에게 존대를 하며 말했다.

“네? 아, 아······.네······. 감샤함······니다······”

경석은 처음 받아보는 최상급의 서비스에 놀란······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고용인 분과의 거리가 가까워져서 자기도 모르게 병의 증상 때문에 말이 헛나왔다. 반대 편에 앉아 있던 나영만이 이를 눈치챈 듯 숨죽여 웃었지만, 다행히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한 듯 했다.

“······그런데 선생님들은?”

“저쪽에서 음주 중.”

나영이 왼편을 가리키며 말했다.

“학생들 앞에서 술을 마실 수는 없으니까 다른 데서 드신다고 하셔서 따로 자리를 마련해드렸어.”

가희가 설명했다. 경석은 중학생 체형의 사신이 술을 마시는 모습을 생각하니 도저히 그림이 안 그려졌다. 이런 대화가 오가는 동안 모두의 앞에 전채 요리가 준비되었다.

“그럼, 식사들 맛있게 하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십시오. 옆의 준비실에 고용인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고마워요, 집사님. 언제나 정말 감사 드려요.”

“아닙니다, 아가씨. 자, 어서 드시지요.”

김 집사님과 고용인 분들이 나가고 식사 시간이 시작되었다. 비록 수프와 샐러드긴 했어도 맛은 일품이었다. 나름 요리에 자신이 있던 경석도 속으로 자신이 다다를 수 없는 맛의 경지라고 생각했다. 가희의 말에 의하면 오늘과 내일의 식사를 위해 일류 요리사를 직접 초빙했다고 한다. 모두가 칭찬 일색으로 식사를 진행했다. 곧이어 나온 메인 요리 또한 하나같이 엄청난 것들 뿐이었다.

“가희 너는 맨날 이렇게 맛있는 것들을 먹는 거야? 부럽다, 정말!”

미리가 분한 듯이 말했다.

“매일 이렇게 먹는 건 아니고,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가희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궁금해진 건데,”

경석이 가희를 보며 말을 꺼냈다.

“가희 너네 부모님은 왜 안보이셔?”

“아, 지금은 해외에 나가 계셔. 두 분 다 비즈니스로 바쁘셔서 해외에 계실 때가 많거든.”

“비즈······.뭐?”

“우와, 대단하시다. 엄청난 부자시면서 커리어까지 완벽하시네.”

경석이 되물었으나 나영의 말에 묻혔다.

“응. 많이 못 뵈는 게 아쉽긴 해도, 우리 가족을 위해서 일하시는 거니까.”

가희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저는 저희 아버지께서 그렇게 일 좀 하셨으면 좋겠어요!”

민하가 생전 처음으로, 아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먹을 수도 있을 법한 고급 음식을 맛보면서 말했다. 과장을 조금 섞어 감격에 겨워 살짝 눈물을 보일 정도였다.

“가희도 그렇지만, 가희네 부모님도 정말 대단한 분들이셔. 일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일을 열심히 하시는데도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분들이시지.”

상현이 마치 자기네 부모님 자랑을 하듯 가희네 부모님을 치켜세웠다.

그런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식사 시간이 지나갔었다.


---- 회상 끝.


경석은 전날의 식사가 대단했기에 아침 식사도 엄청난 것이 나오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응? 좀 일찍 내려왔나?”

경석과 상현이 식당의 홀에 도착했으나 어제처럼 둘만 먼저 온 듯 했다.

“거봐, 아직 이르다니까.”

경석이 말했다. 그런데 준비 중이기는 한 건지, 맛있는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그럼 그냥 앉아서 기다리고 있지 뭐.”

상현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경석도 맞은 편에 자리를 잡았다.

“일찍 오셨군요. 아가씨께서는 8시 반에 맞춰 준비하라고 말씀하셨는데······”

김 집사님이었다. 지금 시각은 8시경이었다.

“괜찮아요. 수다나 떨면서 느긋하게 기다릴게요. 천천히 내 주세요.”

상현이 집사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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