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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P의 서재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jybero
작품등록일 :
2017.07.28 19:50
최근연재일 :
2017.09.13 17:01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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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추천수 :
8
글자수 :
225,553

작성
17.07.3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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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3장. 사회생활부 부원들의 시원찮은 학교생활 - 08.

DUMMY

“나 경석이야, 들어간다?”

경석은 노크를 하고 김 집사님의 안내를 받아 가희가 쉬고 있는 방에 들어갔다.

“어? 경석이네? 어서 와~”

침대에 앉아 이불을 덮고 있는 가희가 경석을 맞았다. 그곳엔 나영, 미리, 민하와 상현까지 다 한 자리에 모여서 미리가 가져온 것으로 추정되는 카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뭐 하고 있어?”

“아, 가볍게 트럼프 하는 중이었어. 너도 와서 같이 해!”

미리가 경석을 자기 옆에 앉혀 놓고 열심히 규칙 설명을 했다. 카드 게임은 해 본 적이 없는 경석인지라 높은 등수가 잘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다.

“가희야, 몸은 괜찮아?”

한창 게임 중이다가 문득 경석이 가희의 몸 상태를 물어왔다.

“응! 이제 괜찮아! 내일 또 나가 놀고 싶을 정도인걸?”

“다행이네, 침울해 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이 게임이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했어, 헤헤.”

가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 스페이드 에이스로 먼저 끝이야!”

“근데 아까부터 계속 몇 판째 가희 너만 1등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가희가 패를 모두 내려놓으며 게임을 끝내자 상현이 옆에서 조용히 말했다.

“그러게. 아까 바다에서 액운을 다 떼 놓고 왔나 봐, 헤헤.”

가희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다른 일행들은 그냥 가희가 출세 운이 잘 붙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경석이 있나?”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사신이었다.

“네, 네! 무슨 일이세요?”

“잠깐 볼일이 있으니 따라와라.”

사신은 그렇게 말하고 홱 나가버렸다.

“무슨 일이시지?”

나영이 경석에게 물었지만 경석도 알 턱이 없었다.

“글쎄. 일단 갔다 올게.”

경석은 사신을 따라 나갔다.


*


“무슨 일이세요?”

사신이 경석을 부른 곳은 정원 한 구석이었다.

“오늘 일은 잘 해주었다.”

“무슨 일이요?”

“가희를 구한 것 말이다.”

경석은 사신님은 그 자리에 없었는데, 하고 생각했지만 이내 사신님이니까 알 수도 있겠지 하고 넘겼다.

“알고 계셨어요? 그러면 왜 도와주러 안 오시고······”

“왜긴, 살생부에 가희의 죽음이 안 적혀 있었으니까 살 걸 알았기 때문에 굳이 가지 않았다.”

경석은 그래도 도와주러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신이라고 해도 수영은 못하는 축에 속했기 때문에 큰 도움은 안 되었을 수도 있다고 애써 위안했다.

“그래서, 그 말씀을 하시려고 부르셨어요?”

“그보다도, 네 병의 진전에 관해서다. 미리랑 접촉은 해 봤나?”

경석은 마침 잘 됐다는 듯 미리와의 접촉과 상현과의 관계에서 병 증세 호전에 관해 사신에게 이야기했다. 사신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음, 조금은 실마리가 보이는 듯 하군 그래. 확실히 사람과의 친밀감이 그 사람에 대한 병 증상 약화를 일으키는 것 같아.”

“확실히 그렇긴 한데······ 한 가지 걸리는 건 있어요.”

“뭔가?”

사신이 물었다.


“나영이는 처음 본 애인데도 처음부터 병 증상이 안 나타났잖아요.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 안 하세요?”


경석은 평소 생각해왔던 것을 사신에게 말했다. 사신은 잠깐 동안 말이 없었다.

“음, 뭐 나도 정확히 네 병에 대해 모르니 이러니 저러니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겠지만, 나영이는 뭔가 예외적인 존재가 아닐까? 왜, 너희 인간들의 법이나 규칙에도 항상 예외는 있지 않은가.”

“그렇긴 하지만······. 왜 나영이가 예외인지도 잘 모르겠고······.”

경석은 머리를 긁적였다..

“으아, 머리가 터질 것 같아요. 하나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떠오르고.”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지지 않았나.”

“네, 확실히······.”

아무와도 이야기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비교적 많은 사람들과 웃고 떠들 수 있게 되었다. 나영이를 시작으로 가희와 미리, 최 선생님과 민하, 그리고 상현이와 아직까지 경석이 한문을 가르치고 있는 희정이와 그 어머니까지······

“아무튼, 네 병에 관한 건 이제 알겠다. 돌아가도 좋다.”

“네, 알겠어요. 쉬세요.”

경석은 사신을 따라 들어가다 다시 가희네 방으로 향했다.


*


“으으······ 진짜로 할 거야?”

미리가 침울한 표정을 말했다.

“왜, 겁나냐?”

“거, 겁나긴! 누가 이런 걸!”

경석의 능글맞은 말에 미리가 톡 쏘아붙였다.

일행들이 모여서 제비를 뽑고 있었다. 당초 계획했던 합숙 프로그램의 하나인 담력 테스트에 참가할 팀을 짜기 위해서였다. 가희에 의하면, 가희네 고용인들이 귀신의 역할을 맡아 별장 뒤쪽 산 속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일행들은 가희가 확실히 이번 합숙에 기대를 많이 하고, 또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 정말 많은 것을 준비했다고 생각했다.

참가하는 사람은 경석과 나영, 가희, 미리, 상현, 민하까지 모두 6명이므로 2명씩 3팀이 이루어질 것이다. 경석은 엄밀히 말하자면 공포스러운 것에 약한 편은 아니지만 깜짝 놀라게 하는 것에는 약한 편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약점 잡히면 곤란해지는 미리와는 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병 증세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 나영과 팀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사신의 정체를 알고도 태연하게 있을 수 있는 나영은 왠지 이런 담력 테스트에도 강할 것 같았다.

“자 그럼 슬슬 뽑자.”

“좋아. 셋 세면 동시에 뽑는 거다! 하나, 둘, 셋!”

상현의 구령을 따라 모두가 젓가락 제비를 뽑았다.

“음, 2번이네.”

경석이 나지막이 말했다.

“에······?”

옆에서 그 말을 들은 미리가 짧게 내뱉은 한 마디였다.


*


“최악이네, 하필이면 너랑 팀이라니.”

“누가 할 소리를······”

미리와 경석은 산에 들어가기 전부터 팀 워크가 좋지 않았다. 아마도 서로 약점 잡히면 곤란했기에 서로 팀이 되는 것만큼은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자, 그럼 우리 먼저 갔다 올게. 바닥에 길잡이 표시가 있으니까 따라서 올라갔다가 내

려오면 되고, 도착점에 가면 집사장님이 기다리고 계실 거야.”

가희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기합을 단단히 넣고 준비한 듯 보였다.

“응, 조심하고..”

“응!”

경석의 인사에 가희가 기대된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가희는 상현과 한 팀이었다. 가희가 먼저 숙소 뒷문으로 나가자 경석은 상현에게 조용히 다가가 속삭였다.

“야, 너 운이 좋다?”

“그러게, 하하. 다행히 담력 하면 또 나거든. 이번에 확실히 좋은 모습을 보여줘서 좀 어필을 해야겠어. 그럼 갔다 올게!”

상현의 각오도 대단했다. 상현은 문제가 없었다 치더라도 경석은 자기 자신이 문제였다. 자신도 놀라는 것에 약하기 때문에 미리한테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 놀림거리가 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15분 정도가 지난 뒤, 가희가 미리 전달해 준 무전기로 연락이 왔다.

“아, 아. 여기는 1번 팀. 도착지점에 무사히 도착했어. 생각보다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상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행히 난이도가 높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러면 2번 팀 출발해주고, 우리는 여기서 기다릴게.”

“응, 알았어.”

경석이 무전기로 대답했다.

“슬슬 가자. 우리 차례야.”

“어? 아, 으······응······”

미리가 어물쩍거리며 일어났다.

“손전등, 배터리 충분하고. 지도, 챙겼고. 무전기, 정상 작동······”

“뭐해? 빨리 가자며?”

경석이 지나치게 꼼꼼하게 짐을 체크하자 미리가 쏘아붙였다.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니 점검해둬야지. 손전등 불이 갑자기 나가거나 하면 어떡하려고.”

“남자가 겁은 많아가지고······”

미리는 경석과 다르게 조금 여유로워 보였다. 경석은 위에서 일어날 상황과 그로 인해 미리에게 놀림 받을 걱정이 더 커졌다,

“OK, 다 정상이네. 올라가자.”

경석이 뒷문을 열고 나왔다. 시작 지점부터 바닥에 밝게 빛나는 선 같은 게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걸 따라가면 되는 건가?”

“그런가 보네. 쉽네, 뭐.”

미리가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어, 야! 같이 가!”

경석이 그 뒤를 따랐다. 뒤에서는 나영과 민하가 다음 순서를 기다리며 둘을 배웅해주었다.


*


“좀 으스스하네······.”

“이,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지!”

미리가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 때 갑자기 오른쪽에서 불이 탁 켜지더니 하얀 소복을 입은 긴 머리 여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으히히히히히히히······..”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악! 어, 야! 잠깐만! 놔두고 가냐!”

귀신이 음침한 목소리를 내면서 갑자기 나타나자 미리가 소리 치며 귀를 막고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경석도 깜짝 놀라서 뒤로 나자빠졌다. 그런데 문제는 미리가 손전등을 쥔 채 경석을 내버려두고 달려나가서, 경석이 귀신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도 전에 허겁지겁 미리를 쫓아가야 하는 형태가 되었다.

“야, 잠깐 기다리라니까!”

경석이 귀신을 따돌리고 미리를 쫓아가며 소리쳤다. 그러나 미리는 귀를 막고 있어서 그런지, 정신 없이 달려서 그런지 경석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듯 그의 말을 무시하고 달렸다.

“앗!”

달리던 미리가 나무 뿌리에 걸려 넘어졌다.

“얼씨구, 야, 괜찮아?”

멀리서 경석이 미리를 쫓아오며 말했다.

“오, 오지마! 오지마! 꺄아아아아악!”

미리가 손사래를 치며 앉은 채로 뒤로 점점 물러났다.

“야야, 나라니까, 호들갑은.”

헉헉거리며 미리에게 달려와 숨을 고르며 경석이 미리를 진정시켰다.

“어······.어라? 귀, 귀신은?”

“거기서 300m는 달려왔을 거다. 집에만 계속 있는다면서 달리기는 엄청 빠르네, 거 참.”

경석이 호흡을 고르기 위해 미리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근데 왜 이렇게 어두워? 손전등 좀 빨리 켜 봐. 하나도 안 보이잖아.”

“손전등? 아, 응······”

미리가 경석의 말에 주변을 뒤적거렸다.

“너 설마······.”

“너, 넘어졌을 때 어디로 떨어졌나봐······.”

“최악의 상황이구만.”

경석이 짧게 탄식했다. 심지어 바닥에 깔려 있는 경로를 벗어나서 미리가 달려왔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이곳이 어딘지도 알 수 없었다.

“무전기! 무전기는?”

“아, 그래! 무전기가 있었지!”

무전기는 미리의 품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에 잃어버릴 일은 없었다. 그런데······

“아······.”

미리가 앞으로 넘어지면서 무전기가 박살이 난 듯 보였다.

“······작동 돼?”

“······.안 되네.”

경석이 부서진 무전기를 이리지리 만지다가 결론을 내렸다.

“일단은······ 핸드폰 불빛으로 지도 비춰보면서 찾아가는 수 밖에 없겠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보이는 경석이었다. 경석이 가방을 열어 지도와 핸드폰을 꺼냈다.

“저, 저기······”

“응? 뭐야?”

미리가 우물쭈물 거리며 조용히 말했다.

“미, 미안······.”

“됐어, 이미 잃어버린 거. 얼른 길이나 찾으러 가자고.”

이번에는 경석이 앞장 서고 미리가 뒤에 섰다. 미리는 자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게 미안한지 잔뜩 침울해있었다.


*


“으······ 머리 아프네. 지도는 있는데 나침반이 없으니 뭘 할 수가 있어야지.”

경석이 지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걷고 있었다. 미리가 그 뒤를 천천히 따라 왔다. 예

정된 길이 아니라서 그런지 가희네 고용인들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일은 없었지만 이대로 산 속에 갇혀버린다면 그것은 그것대로 큰일이었다.

“핸드폰도 안 터지네.”

경석은 마지막 희망이 좌절되자 지도를 가방에 도로 넣었다.

“미, 미안해······ 나 때문에······”

미리가 울상이 되었다.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울먹거리는 미리의 모습은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야, 야······ 왜 그래, 괜찮다니까.”

경석이 뒤를 돌아보며 미리를 위로했다.

“지금 밤 9시니까 잠깐 여기 30분 정도 앉아서 달의 움직임을 보고 북쪽으로 가 보자. 지도에 도착점이 북쪽으로 나와 있었으니까 무작정 가다 보면 도착할 수 있을 거야. 30분은 버틸 수 있지?”

“으, 으응······”

미리가 조용하게 대답했다. 자기도 미안했는지, 혹은 어두운 데가 겁이 났는지 평소의 새침하고 까칠한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조용하고 정숙했다.

“그럼, 여기쯤에서 앉았다 갈까? 여기가 달이 잘 보인다.”

경석이 나무들 사이로 달이 보이는 자리를 찾아 나무에 기대어 앉았다.

“······..”

“응? 뭐해, 앉아 있어. 왜 서 있어?”

미리가 경석 앞에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도 돼?”

“어? 뭐라고?”

미리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말했다.

“여······ 옆에 앉아도······. 돼?”

“응? 아, 어······ 으응······”

경석은 조금 옆으로 움직여 미리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 진짜로 미안.”

경석의 옆에 앉은 미리가 다시 한 번 사과했다.

“괜찮다니까 그러네. 좀 쉬고 있어.”

경석은 달을 보는 데 집중했다. 경석은 평소 미리의 모습이 아닌 조용하고 정숙한 미리가 옆에 앉아 있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두근거렸다. 그래서 최대한 애써서 미리 쪽에 신경 쓰지 않고 달의 움직임에만 집중하려 했다.

“저기, 있잖아······”

“응? 뭐야?”

“여기서 있는 건······ 그래도 안전하겠지······?”

“걱정도 많다. 여기는 정해진 길이 아니라서 아마 안 나타날 거야.”

경석이 미리를 안심시켰다.

“그나저나, 별로 안 무서운 척 하더니, 나보다 더 겁이 많은 것 같네?”

“미, 미안하게 됐네요! 흥! 그러는 너도 뭐 겁 안 냈어?”

미리가 경석을 째려보며 말했다.

“음, 저쪽인 것 같아. 움직이자, 슬슬.”

경석이 달 관찰을 끝내고 자리를 털며 일어났다.

“아야!”

미리가 경석을 따라 일어나려다가 갑자기 주저앉았다.

“뭐야, 왜 그래?”

“아야······ 아까 넘어질 때 다친 데가······”

자세히 보니 무릎 쪽에 상처가 깊게 났다.

“이거, 위험한 걸. 걸을 수 있겠어?”

“아까까지 잘만 걸었는걸. 이 정도야······ 아야!”

미리가 걸음을 떼다가 다시 휘청거렸다. 경석이 재빠르게 미리를 팔을 잡아주었다.

“야, 안 괜찮은 것 같은데?”

“정말, 오늘 진짜 왜 이러는 거야!”

미리는 만사가 짜증난다는 듯이 주저앉았다.

“야, 그래도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순 없잖아.”

“······”

미리는 주저앉아 얼굴을 파묻고는 말이 없었다.

“아! 정말!”

경석은 벌떡 일어나더니 미리에게 등을 보이고 앉았다.

“······업혀라.”

“후에?”

미리가 경석의 말에 얼굴을 들었다. 경석이 미리를 업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 내가 왜 너한테 업혀야 하는 건데!”

“그러면 여기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할 거냐? 빨리 가야지! 잔말 말고 빨리 업혀!”

경석은 부끄러운 것을 참으며 앞만 바라보고 소리쳤다,

“······정말 최악이야.”

미리가 마지못해 경석에게 업히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말 그대로다.”

경석이 미리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


경석이 미리를 업은 채 미리가 들고 비추어주는 핸드폰 불빛에 의지해 북쪽으로 길을 찾아가고 있었다. 경석은 병 증상이 약하게 나타나 손이 떨리기는 했지만, 확실히 미리에 대해서 병 증세가 많이 완화되었는지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고 손의 떨림도 크게 눈에 띌 정도는 아니었다.

“······괜찮아?”

“뭐가?”

“그, 그러니까······무겁지 않냐고······”

“아, 완전 ㅁ······”

“무겁다고 하면 때린다.”

“왜 물어본 거냐!”

예상치 못한 심문에 경석이 당황했다.

“네, 네. 가방 맨 것처럼 가볍습니다.

“······ 말투가 왠지 거슬리는데.”

“불만 있으면 내리시던가?”

“정말, 숙녀 상대로 매너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네.”

“숙녀면 매너 있지.”

“너 정말!”

결국 미리가 경석의 등을 퍽퍽 쳤다.

“아! 아! 야, 그만 해! 알았어! 미안해! 미안하다고!”

경석은 아픈 건 아니었지만 균형이 흐트러져 넘어질 것 같아 빠르게 미리에게 사과했다.

“······고마워.”

조금은 진정된 미리가 경석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뭐라고? 작아서 안 들려.”

경석이 킬킬 웃으며 말했다.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아니야, 아니야. 농담이야, 농담.”

잠깐 침묵이 이어지다 미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나 성격 별로지?”

“뭐, 솔직히 말하면 별로지. 갑자기 왜?”

“그래서 친구가 잘 안 생기는 거겠지?”

미리가 한숨을 푹 쉬었다.

“나도 다른 애들이랑 막 친해지고 싶은데······ 나도 모르게 마음에도 없는 말이 막 나와버리곤 해서.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이랑 친해지는 데에 벽을 쌓고 있는 것 같아.”

경석은 그 말을 듣고 병 때문에 다른 사람이랑 친해지는 데에 벽을 쌓았던 자신의 모습과

미리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친구들 많잖아. 가희나, 나영이나, 상현이나, 민하도······”

“확실히 0에서 4는 많이 발전한 거지만, 그래도······”

“저번에도 말했지만 숫자가 많은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나는 생각해. 난 정말 친한 친구라면 1명이라도 상관 없어.”

“그래도 많을수록 좋지 않아?”

“뭐, 정말 친한 사람이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우리의 현실을 봐서는 지금도 만족해.”

“흐~응······”

미리의 반응은 긍정인지 부정인지 모를 애매한 반응이었다.

그렇게 10분쯤 걸었을까, 가다 보니 바닥에 설치된 반짝이는 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이제 저 선을 따라 올라가면 도착점이 나올 거야!”

경석이 멀리 보이는 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으앙······ 근데 그러면 가다가 또 귀신들 막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헉······. 이 상태에서 그러면 진짜로 곤란한데······”

미리와 경석은 길을 찾고도 귀신이 걱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가는 동안 고용인이 나타나서 놀라는 일은 없었다. 도착점에 그들이 다다랐을 때, 가희와 집사님이 둘을 반겼다.

“경석아! 미리야!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가희가 울먹이며 둘에게 달려왔다.

“너희가 너무 안 와서 산 속에서 길 잃어버린 줄 알고 지금 우리 다 산 속을 찾고 있었

단 말이야!”

가희가 둘을 보자 안심했다는 듯이 울먹이며 말했다.

“저희 고용인들이 산 속에 모두 흩어져 두 분을 찾고 있었습니다.”

“아, 그, 죄송합니다······”

그제서야 올라가는 동안 귀신이 안 나타난 것이 이해가 되었다.

“아닙니다. 무사하신 것 만으로 천만 다행이지요.”

집사님은 그러고 나서 무전기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상현과 민하, 나영도 같이 흩어

져서 둘을 찾고 있었는지 도착점에 다같이 달려왔다.

“야! 얼마나 찾았는데! 뭐 한 거야 도대체?”

“둘이 산 속에서 데이트라도 했나 보지 뭐.”

상현이 소리치며 달려오고 나영이 웃으면서 농담조로 말했다.

“선배! 얼마나 걱정한 줄 아세요?”

민하도 둘이 무사한 걸 보고 안심했다는 듯이 울먹이며 달려와 말했다.

“미안, 얘들아. 안쪽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그만, 하하.”

“그렇게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닐 텐데? 진짜 얼마나 걱정했는데!”

경석이 사과하자 나영이 화를 냈다.

“미안해, 얘들아. 내가 손전등을 잃어버려서 그만······”

업혀 있던 미리가 작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환하게 바닥에 길이 다 표시가 되어 있는데 어떻게 길을 잃어버릴 수가 있지?”

가희가 자신의 계획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아, 그건 말이야······”

경석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거야.”

“음······ 겁 많은 사람 둘이서 팀을 짜면 안 됐었네.”

나영이 내린 조금 이상한 방향의 결론이었다.

“아무튼, 미리는 얼른 이쪽으로 와서 다친 데 치료하자.”

가희가 미리가 걱정되어 말했다.

“모두들 미안해. 나 때문에 또 분위기가 깨졌네······”

“신경 쓰지 마.”

“그래, 아무도 네 탓 안 해.”

미리가 글썽거리자 상현과 나영이 위로해주었다.

“그래요, 선배님! 무사하신 게 천만다행이에요!”

민하도 미리의 무사함을 강조했다.

“고마워, 다들······”

미리가 가희네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치료를 받으러 가면서도 감사함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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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3장. 사회생활부 부원들의 시원찮은 학교생활 - 04. 17.07.30 39 0 14쪽
25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3장. 사회생활부 부원들의 시원찮은 학교생활 - 03. 17.07.29 63 0 16쪽
24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3장. 사회생활부 부원들의 시원찮은 학교생활 - 02. 17.07.29 64 0 19쪽
23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3장. 사회생활부 부원들의 시원찮은 학교생활 - 01. 17.07.29 63 0 13쪽
22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2장. 사회생활부, 활동 시작합니다! 07. 17.07.29 54 0 17쪽
21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2장. 사회생활부, 활동 시작합니다! 06. 17.07.29 46 0 16쪽
20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2장. 사회생활부, 활동 시작합니다! 05. 17.07.29 50 0 14쪽
19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2장. 사회생활부, 활동 시작합니다! 04. 17.07.29 42 0 20쪽
18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2장. 사회생활부, 활동 시작합니다! 03. 17.07.29 43 0 19쪽
17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2장. 사회생활부, 활동 시작합니다! 02. 17.07.29 41 0 19쪽
16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2장. 사회생활부, 활동 시작합니다! 01. 17.07.29 79 0 15쪽
15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13. 17.07.29 42 0 13쪽
14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12. 17.07.29 44 0 14쪽
13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11. 17.07.29 64 0 14쪽
12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10. 17.07.29 44 0 12쪽
11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9. 17.07.29 50 0 17쪽
10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8. 17.07.29 45 0 19쪽
9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7. 17.07.29 50 0 17쪽
8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6. 17.07.29 54 0 15쪽
7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5. 17.07.29 51 0 13쪽
6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4. 17.07.29 73 0 13쪽
5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3. 17.07.29 65 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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