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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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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bero
작품등록일 :
2017.07.28 19:50
최근연재일 :
2017.09.13 17:01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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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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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3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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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3장. 사회생활부 부원들의 시원찮은 학교생활 - 05.

DUMMY

“이, 이렇게······?”

“어, 옳지. 잘 하네? 예전에 정말로 해 봤던 거야?”

“까, 까먹은 것뿐이라니까!”

“정말인가 보네, 나는 못 하는데 변명하는 거라고 생각했지.”

“날 뭘로 보는 거야?”

경석이 바닷가 한쪽에서 미리에게 수영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우선은 기본적인 몸 자세부터였다. 조금 깊이가 있는 곳에 튀어 나와 있는 바위를 잡고 수면과 몸을 평행하게 유지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었다.

“그러면 이제 서서히 바위를 놓고 쭉 뻗은 채로 발만 움직여 볼까?”

“어? 어어? 이걸 놓으라고?”

“응. 괜찮아, 위험하면 잡아줄 테니까.”

“에? 에에? 안 돼, 안 돼. 잠깐만!”

미리가 헤엄치다 말고 똑바로 섰다.

“뭐야, 왜 갑자기 헤엄치다 말고 서고 그래? 빨리 다시 자세 잡아봐.”

“아니, 그······ 그러니까 말이야······”

“?”

경석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쳐다보자 미리가 마지못해 말했다,

“아, 알았다고. 하면 되잖아, 하면!”

경석은 가르쳐주겠다는 데도 투정을 부리는 미리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 알려줬나?

“자, 다시 자세 잡고······ 옳지. 천천히 손을 바위에서 놓아봐.”

미리가 천천히 바위를 잡고 있던 손을 폈다. 그 때, 바위에 끼어 있던 이끼가 미끄러웠는지 갑자기 손을 확 놓쳤다.

“앗!”

미리가 중심을 잃고 허우적댔다. 경석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어?”

미리는 서서히 중심이 잡히자 위화감을 느껴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양 손을 경석이 잡고 서서히 해안선 쪽으로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뭐해? 계속 발을 움직여!”

“어? 어어어?”

미리는 당황해서 경석의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발로 헤엄을 쳐야지! 가만히 있으면 어떡해!”

“어? 아, 으응! 미안!”

미리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서서히 발을 움직였다. 경석은 미리가 중심을 잃고 허우적대느라 힘이 빠져서 잠깐 자기 말을 못 들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옳지, 잘 하네. 그럼 이제 나도 슬슬 손을 놓을 테니까, 손의 평행 감각을 유지하면서 그대로 헤엄쳐 가봐!”

“응? 아, 어, 으응······”

미리가 대답하자 경석은 서서히 손을 놓았다. 이전에 확실히 해 본 경험과 감각이 있어서인지, 자세만 잡아주었을 뿐인데도 금방 잘 헤엄쳐갔다.

“오케이, 이 정도면 된 것 같네. 더 안 알려줘도 되지?”

“어? 아, 그······. 응······.”

미리는 대답하더니 스르륵 물 속으로 잠수해버렸다.

“나, 그럼 다시 간다!”

경석은 미리가 물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물을 향해 소리친 후 다시 뭍으로 올라갔

다.

“조금만 더 가르쳐 줘도 되는데······”

미리는 물 속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


하지만 경석에게는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확실히 효과가 있어, 있다고!”

그가 미리의 손을 잡았을 때는, 의도했다기보다도 미리가 손이 미끄러져서 중심을 잃고 허우적댔던 탓에 갑작스럽게 잡았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석의 손 떨림이나 거부 반응은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이로서 미리도 이제 자기 병의 증상이 덜한 나영 정도의 면역인자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면 그 요인은 정말로 친밀감인가?’

아직 풀리지 않은 숙제는, 미리에게 나타난 병 증세의 변화가 정말 친밀감 때문인가, 하는 문제였다. 사실 당장 상현의 경우랑만 비교해 봐도 미리와는 나름 자주 보고 사이도 어느 정도 진전되었지만 상현이 유령 회원인 탓에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하거나 같이 뭔가를 할 일이 적었던 것은 사실이기에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다. 친밀감이 그의 병 증세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가설에 힘이 실리는 순간이었다.

경석은 사신에게 이 일을 보고하려다가, 우선은 바다에 온 만큼 이 시간을 즐겼다가 나중에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는 모래에 앉아 조금 쉬기로 하고 파라솔과 돗자리가 깔려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가니 최 선생님께서 한 쪽에서 선텐을 받고 있으셨다. 그리고 상현이 돗자리에 앉아 파라솔 밑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너도······ 나와 있었어?”

“응? 아, 쉬려고 나왔어? 나도 좀 쉬려고.”

상현은 자세를 고쳐 앉아 경석에게 자리를 내 주었다. 경석은 이번 기회에 상현과도 친해져서 병 증세를 친밀감으로 약화시킬 수 있는지 확실하게 확인하고자 했다.

“아까까지는······ 그래도 물에서 잘 노는 것······ 같던데?”

“응, 뭐. 헤엄칠 정도만 못 되고 들어가서 돌아다니는 정도는 괜찮아.”

상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다가 아직도 물 속에서 놀고 있는 여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너는 말이야,”

문득 상현이 경석에게 말을 걸었다.

“가희랑 무슨 관계야?”

“······.무슨 관계······라니?”

“아니, 뭐. 남자끼리의 이야기니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상현은 가희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난, 어렸을 때부터 가희를 좋아했거든.”

경석은 깜짝 놀랐다. 단순한 친구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상현이 가희에게 관심이 있었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그, 그래? 나는 딱히 가희를······ 좋아하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너무 신경 쓰지마.”

경석은 당황해서인지 병 증세 때문인지 여전히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그래? 다행이네, 라이벌이 안 생겨서.”

상현이 웃으며 말했지만 경석은 속으로 어차피 자신의 외모나 인망으로는 상현에게 비비지도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마음에 드는 여자애는 없어? 저 중에서.”

“그, 글쎄······? 난 지금 연애라던가 그런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서······.”

갑자기 남자들의 대화로 훅 치고 들어오는 상현의 태도에 경석은 당황했다.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상현은 굉장히 친근하게 접근해왔기 때문이다.

“그래? 한창 때인 것 같은데, 여자 애들 말고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다고? 뭔데?”

이처럼 상현이 집요하게 물었지만 경석은 애써 개인 사정이라고 얼버무렸다. 경석이 말하는 건 자신의 병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미리 때와 마찬가지로 남들에게 신경 쓰이는 일을 늘리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비밀로 하기로 했던 그 때의 마음이 아직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그러면 깊게 파고들지는 않을게. 그런데, 말 더듬는 건 여전하네.”

“아? 아, 그······ 그냥 버릇······이야······”

경석은 그래도 상현, 기현과 처음 체육 시간에 조우했을 때처럼 손의 떨림 때문에 그를 신경 쓰이게는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안도했다. 호기심이 많아 보이는 성격의 상현 앞에서 저번처럼 또 당황하고 손을 떨거나 하면 더 깊게 파고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가희를 좋아한다고······ 했는데, 무슨······ 계기로?”

경석은 화제를 돌리려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조금은 관심이 가는 화두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상현이 가희를 좋아했기에 그녀가 있는 사회생활부에 유령 회원으로나마 남아서 활동하거나, 이따금씩 동아리 활동에 도움을 주던 등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었다.

“나랑 가희네 부모님은 고등학교 동창이라서 서로 친하셔. 그런데 가희네 집에 비하면 우리 집은 터무니없이 가난했지. 지금은 어느 정도 먹고 살 만 하지만, 가희네 집안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야.”

“그럼 단순히······ 집안 일로 은혜를 입어서······?”

“아니, 그런 단순한 이유로 좋아하게 되기는 힘들지. 이야기하자면 좀 긴데······”

상현은 읽고 있던 책을 접어 내려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도 같이 지내봐서 알겠지만 가희는 굉장히 착한 애야.”

“응, 그건······ 나도 동의해.”

경석이 조용히 동조했다.

“그런데 옛날부터 그런 착한 점 때문에 주변에서 이용을 많이 당했어. 부자라는 점도 작용을 했는지, 어려서부터 친해지려고 하는 애들은 많았지만 진짜 친구가 되려고 접근한 애는 얼마 없었······. 아니야, 내 생각엔 한 명도 없었던 것 같아.”

경석은 사회생활부에 들어오기 직전까지도 가희의 상황이 비슷했다는 걸 떠올리며 옛날부터 그래왔었다는 점에 놀랐다.

“그리고, 정말 최악이고 쓰레기 같지만······ 나도 그런 인간들 중에 한 명이었어.”

“뭐······라고?”

경석이 벌떡 일어났다.

“아, 걱정하지마. 물론 지금은 그렇지 않으니까. 어디까지나 과거의 이야기라니까.”

상현이 애써 경석을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계속했다.

“옛날에, 한 초등학교 5~6학년때쯤 일까? 우리 집에 사정이 생겨서 3개월 정도 가희네 별장에서 신세를 진 적이 있었어. 나는 훨씬 전부터 가희랑 얼굴은 본 적이 있었지만 그 때까지는 친한 사이는 아니었고, 그냥 부모님끼리 친해서 얼굴만 몇 번 본 사이 정도였지. 그런데 내가 그쪽에서 오래 살게 되면서 가희랑 같이 놀 일이 많아졌고, 그 때부터 많이 친해졌어.”

상현이 옛 기억에 심취하듯 편안한 자세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가희랑 친하게 지내는 동안, 가희 근처로 접근했던 다른 몇몇 아이들과도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때 녀석들의 실체를 알았어. 나는 처음에는 그런 애들로부터 가희를 보호하려고 했지. 그런데 가희가 너무 착하고 순진해서 내가 아무리 말하고 설득해도 못 알아듣더라고. 다 자기의 소중한 친구들이라면서 말이야······”

“뭐, 지금 가희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해.”

경석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중에 우리 집의 사정이 더 안 좋아졌어. 그렇지만 언제까지고 가희네 집에서 신세 지기도 좀 그렇고 해서, 우리 가족은 고민했지. 그러던 중에 내 안에 나쁜 생각이 들었던 거야. 가희랑 친해져서 여기서 더 신세 질 수 있게 되면 좋지 않을까, 하고 말이야.”

“확실히 그때의······ 너는 나빴네······.”

“오히려 그렇게 확실하게 말해주니까 고마운 걸.”

상현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 이후부터는 단순히 가희랑 놀면서 재미있게 지낸다기보다, 재력을 목적으로 가희한테 접근했던 것 같아. 어느 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가희랑 많이 친해져 있었지만, 나는 인간 쓰레기가 되어 있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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