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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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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bero
작품등록일 :
2017.07.28 19:50
최근연재일 :
2017.09.13 17:01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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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수 :
22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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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29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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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2장. 사회생활부, 활동 시작합니다! 02.

DUMMY

- 다시 방학식 날, 방학식이 끝난 직후......


말끔히 청소한 부실로 가장 먼저 온 건 경석이었다. 차례차례 한 명씩 들어왔고 들어온 여학생들끼리는 가볍게 수다를 떨었다(여전히 경석은 대화에 끼지 못하였다). 잠시 뒤 사신이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저번에 말했던 대로 봉사활동에 관해 더 자세히 말해주겠다."

사신이 종이 몇 장을 들고서 말을 시작했다.

"우선, 협력 학교는 우리 학교 근처에 있는 강영고 1학년 학생들이다. 그쪽도 동아리 단위로 참여한다더군. 우리보다 한 학년 아래이긴 해도 친구처럼 잘 지낼 것."

"네에~"

일동이 대답했다. 사신은 종이를 한 장 넘기고 말을 계속했다.

"봉사활동은 우리 학교에서 좀 떨어진 은남구 주민센터에서 진행한다. 봉사 내용은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에서 우리들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교 교육을 제대로 못 받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 지도를 하게 된다."

"교육 지도요? 그러니까, 애들을 가르친다는 거죠? 공부를?"

"그래. 어렵진 않을 것이다. 너희가 공부를 못하지도 않고, 그 시설에 있는 애들 중 너희가 가르칠 애들은 초등학교 저학년의 어린 아이들뿐이라 교육 내용의 난이도도 높지 않아. 본격적인 활동 시작은 다다음주 월요일부터 하게 된다. 그 전에 강영고 학생들과, 그리고 주민센터 관계자 분들과 사전 미팅을 좀 할 필요가 있어서 오늘 내가 연락을 취해 볼 것이다."

사신은 들고 있던 종이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우리 동아리의 첫 정식 활동인 만큼 힘내주길 바란다. 특히 동아리 목적에 맞게 가르치는 아이들이나 협력 학교 학생들과 좋은 친분 관계를 형성하는 데에도 집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사신이 부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냥 부딪히는 것 보다는 좀 알고 부딪히는 게 좋겠지? 첫 모임 때 얘기했던 대로, 사람들과의 친분을 쌓는 방법에 관한 사전 조사를 좀 해서, 좋아 보이는 방법들을 간추린 뒤에 봉사활동에 임하도록 하자. 알겠나?"

일리 있는 말만 하는 사신이었다. 모두가 사신의 행동력에 감탄하며 긍정의 대답을 보냈다.

"마치 선생님께서 부장이신 것 같네요."

미리가 경석 쪽을 보고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나......나도 열심히 할 거다, 뭐!”

경석은 사신의 추진력과 철저한 준비에 양심이 찔렸으나 지지 않았다.

"짧게는 방학 기간 동안만, 그러니까 약 3주 가량에서부터 길게는 2학기 끝날 때까지 하게 될지도 모르는 봉사야. 봉사 자체도, 너희들의 성공적인 친분 쌓기도 다 너희 하기에 달렸다."

사신의 말에 결심을 다시 한 번 다지는 사회생활부 부원들이었다.

"자세한 건 오늘 내가 강영고 동아리 고문 선생님이랑 주민센터 관계자분과 먼저 만나보고 핸드폰으로 연락하겠다. 그때까지는 뭐, 방학을 즐기고 있어. 금방 다시 모이겠지만......."

그렇게 말하곤 사신은 나가면서 말했다.

"난 이만 갈 테니 나머지는 너희끼리 상의해봐라."

사신이 나갔다. 사실 더 상의할 건 없었으나, 언제나처럼 새로 던져진 주제에 대한 수다 타임이 이어졌다.

"애들을 가르친다....... 난 공부 별로 못하는데 어쩌지?"

자신의 성적부터 발등에 불이었던 미리의 걱정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애들이래잖아, 별로 어렵진 않을걸?"

위로해주는 나영이었다.

"너무너무 기대되! 학교 외의 장소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니! 그것도 봉사활동을 하면서!”

보통 봉사 받는 위치에 있는데다가 평소에는 경호원들이 아버지의 명령 때문에 지키고 있어 쉽게 다른 곳으로 외출하기가 어렵다는 가희의 기대에 찬 목소리였다.

"너희들, 기대만 할 게 아니라 제대로 조사해야지, 친분을 쌓는 방법......"

전보다 말 더듬는 건 조금 나아졌지만 이제는 큰 목소리 내기가 힘들어진 경석이 말했다.

"아, 그, 그렇지! 얼른 집에서 조사해봐야겠어!”

가희가 어디론가 전화를 하러 잠시 나갔다.

"음....... 그런 걸 보통 인터넷이나 책으로 찾나, 근데?"

"하긴....... 보통 직접 경험해야 되는 거지만....... 우린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여기 있는 거잖아?"

미리의 질문에 걱정스레 대답하는 나영이었다.

"우선 각자 집에서 좀 조사해보고 내일 다시 모여볼까?"

"좋은 생각이야.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 보단 낫겠지"

경석의 제안에 찬성하는 나영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모두 일어나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 밤, 경석은 인터넷으로 사람과 친해지는 방법에 대해서 이런 저런 것들을 조사했다. 생각보다 방법들이 다양하고 관련 정보가 방대해서 정리하는 데 꽤나 시간이 걸렸다.

"사람 사귀는 게 전 세계 인류에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면 이 정도로 깊숙하게 연구가 되어 있는 거냐......."

경석은 새삼 희귀병이 아니었으면 이런 일을 하고 있지 않고, 정상적이고 평범한 학교 생활을 하고 있을 자신을 그려보았다. 하지만 그러다가 이내 한숨을 쉬며 다시 자료 찾기를 반복했다.


*


다음 날, 4명의 사회생활부 부원들이 아침부터 모였다.

"뭐, 각자 조사해 온 걸 발표하고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해볼까?"

경석이 먼저 운을 띄웠다.

"나부터 시작할게."

경석부터 돌아가면서 발표를 시작했다. 발표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었다. 자기가 조사해 온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소개하고, 이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반대하는 의견 또는 지지하는 의견들에 대해 피력을 한다. 이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남은 방법들을 1차로 거르고, 그 중에서 투표를 해서 직접 사회생활부 부원들이 실행해 볼 방법들을 선정하고 언제 어떤 식으로 선정한 방법들을 써 볼지 토의했다. 우선 일련의 과정을 통해 선발된 타인과 친해지는 방법들은 아래와 같았다.


1. 같이 밥을 먹으며 근황에 대해 수다를 떤다. 이야기할 주제를 미리 생각해놓거나 이야기 할 주제에 대해 미리 조사를 해 놓으면 더 좋다.

2. 공부를 같이 한다. 서로의 취약 과목을 알려줄 수 있는 관계라면 더 좋다.

3. 놀이동산이나 박물관 등의 장소를 같이 간다.

4. 다같이 모여 보드게임 같은 가벼운 오락을 즐긴다.


“....... 생각보다 많지는 않은데?"

미리가 지적했다.

"하지만 걸러낸 방법들도 많았으니까 그만큼 제대로 된,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용적인

방법들만 골라진 거라고 생각해!"

나영이 긍정적으로 얘기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무엇보다, 이걸 다 해보아야 할 거고, 만약에 다 했다면 더 조사해보면 될 일 아니겠어?"

경석도 거들었다.

"그럼 우리가 이 방법들로 직접 사람들이랑 접촉해보는 거야?"

가희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 그래야겠지? 다만, 지금 당장 눈 앞에 있는 건 강영고 학생들, 우리가 가르칠 학생들이랑 친분을 쌓는 것이니......."

"그러면 내 생각엔 1번이 그나마 제일 나은 것 같은데? 협력 학교 학생들도 어차피 같은 고등학생이니까 1살 차이라도 눈높이가 그렇게 다르진 않을 것 같고....... 무엇보다 서로 봉사하는 관계인데 놀이동산이라거나 보드게임이라던가 이런 오락 류는 적절치 않을 테니까. 애들하고는 놀아도 될 지 몰라도......."

미리가 의견을 피력하자 다른 학생들도 모두 동의했다.

"그럼......남은 건,"

경석이 결론을 내며 말했다.

"그쪽 애들과 얘기할 거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거네."

"그렇지."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하자 또 다른 벽이 있는, 산 넘어 산이 있는 느낌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거라던가, 고교생들의 주요 관심사가 뭔지 아는 사람 있어?"

경석이 조심스레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하지 않은 채 침묵이 흘렀다.

"......상당히 심각하구만, 이 동아리!”

경석의 짧은 탄식이 있었다.

"아, 하하......그것도 뭐, 이것저것 알아봐야겠네."

나영이 어색하게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그들은 그것도 조사해서 내일 다시 모이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해산했다.


*


"사전 미팅 날짜가 잡혔다. 우선 강영고 학생들과의 사전 미팅. 날짜는 3일 뒤인 7월 25일 오후 2시 강영고로 직접 간다. 그쪽에서는 봉사 동아리가 있어서 그쪽에서 단체로 참가하는 모양인데, 거기 부실이 꽤 넓어서 쓸만하다는 듯 하다. 그래서 거기로 직접 갈 거야."

사신이 부원들을 집합시켜놓고 미팅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 주민센터 분들과의 미팅은 바로 다음 날인 26일 오후 3시, 주민센터로 직접 찾아간다. 이 때는 부장인 경석이랑 나영이, 그리고 나만 참석한다. 또한 이 때 강영고 대표 2명과 고문도 동행한다. 그러니 강영고 쪽 대표와 미팅 때 미리 친해질 수 있다면 다음 미팅 때 한결 편하겠지?"

사신은 말을 마치고 부원들을 둘러보았다.

"요즘 여러 방법들을 연구하면서 만나고 있는 모양이던데....... 방법들은 잘 찾았는

가?"

"그럼요! 자신 있습니다!”

경석이 자신 있게 외치고 다른 부원들도 눈을 빛내며 사신을 보았다.

"음....... 뭔가 불안하지만, 너희를 믿어보도록 하지."

사신은 굉장히 불안했지만 부원들을 믿기로 했다.


*


며칠 뒤 강영고 학생들과의 미팅을 위해 사신은 부원들을 차에 태우고 강영고로 향했다.

“....... 너, 무슨 걱정이라도 있냐?"

앞 좌석에 타고 있던 경석이 뒤에서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안절부절못하는 미리를 보고는 말했다.

"따......딱히? 걱정 같은 건 없으니까 신경 쓰지 말지?"

여전히 까칠한 미리였다. 경석은 걱정해줘도 뭐라 한다며 투덜거렸다.

어쨌든 그들은 강영고에 도착해 물어 물어 봉사부 동아리실에 찾아갔다.

"아,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장신고 여러분. 강영고 봉사동아리 부장 이민하입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동아리실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일어나 인사한 사람은 자신을 부장이라고 소개한 여학생이었다. 부원으로 보이는 다른 학생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그래, 반갑다. 고문이신 최 선생님은 어디에?"

"아, 네. 오늘 미팅은 참석 못 하실 것 같다고 하셨어요. 미팅은 저희끼리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쪽에 앉으시죠."

굉장히 예의 바른 부장이었다. 사신과 부원들은 부실 가운데에 있는 큰 테이블의 빈 의자에 착석을 했다.

"미팅 시작 전에 자기소개부터 각자 할까요?"

그렇게 말한 강영고 봉사 동아리의 부장 이민하는 일어나 자신부터 소개를 시작했다. 강영고 봉사부 부장은 작은 체구였으나 예의 바르고 기품이 있어 보이며, 단정한 스타일이지만 수수하고 털털한 모습을 한 여학생이었다. 큰 눈, 작은 입술에 코도 오똑하여 전체적으로는 미인상이었으나, 꾸미지 않아서 잘 드러나지 않는 듯 보였다.

마주 앉은 8명의 학생들이 서로 어색하게 자기 소개를 하는 와중에 나영과 가희, 민하만 활기차고 똑 부러지게 자기소개를 마치고 경석과 미리는 더듬고 우물쭈물 거렸다. 강영고의 다른 학생들은, 경석의 개인적인 느낌이기는 했으나, 이쪽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각자의 자기소개가 끝나고 자리에 앉을 때 박수치는 폼이 영 엉성했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다.

"후훗. 중학교 때 알던 분을 여기서 뵙네요."

자기소개 시간이 끝나자 민하가 살짝 웃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미리의 몸이 살짝 들썩였다.

"응? 누구 아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미리 선배는 중학교 때 꽤나 유명했었으니까요."

나영의 말에 민하가 대답하자 미리가 팔을 휘저으며 잔뜩 붉어진 당황한 얼굴을 하며 민하의 말을 저지하려 했다.

"으, 으아아아! 주......중학교 때 얘기는 하지 말자, 후배님!”

경어와 반말을 섞어 쓰며 말리는 미리의 모습은 꽤나 필사적이었다. 이것 때문에 그렇게나 불안해했던 건가. 이 녀석, 중학교 때 분명 흑역사가 있는 거다......라고 생각한 경석이었다.

"후훗, 선배님을 위해 비밀로 부쳐둘게요. 그럼 본격적으로 미팅을 시작해보죠!”

이런 말을 하는 민하의 모습은 결코 사악한 악마는 아니었고, 오히려 미리를 감싸주려는 듯한 모습으로 보였다.

"오늘 미팅은 구체적인 봉사 활동 계획을 짜는 것부터 시작하죠. 다들 시간이 되는 날과 시간대부터 조사해서 일정을 조율해야 하니까요."

"좋은 생각이다. 참고로 말해주자면 봉사활동은 일주일에 월, 수, 금 3번, 우리 학교에서 2명, 강영고에서 2명, 총 4명이 돌아가면서 진행하게 된다."

"저희 쪽은 이미 언제 누가 할 지 다 계획해 놓았어요."

사신의 말에 민하가 대답했다. 경석은 그런 걸 알고 있었으면 미리 좀 알려주어야 자신들도 일정을 짰을 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쪽은......어......그....... 아직 조율 중이니까....... 금방 할 수....... 있을 거야, 그래도......."

"네! 어차피 그쪽 스케줄은 저희 소관이 아니니까요."

준비가 철저히 된 민하에 비해 처음부터 준비가 덜 된 티를 내는 경석의 사회생활부였다.

"봉사활동 내용은 알고 계시죠? 활동 일에 센터에 가시면 하루에 3시간씩 봉사하게 되세요. 1시간 20분씩 한 학생을 맡게 되니 한 사람당 하루에 2명의 학생을 맡게 되죠. 하루에 4명의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4명의 아이들에게 일주일 동안 교육 봉사를 해 줄 수 있어요!”

민하의 말투나 어조가 봉사하는 걸 진심으로 좋아서 하는 듯 했다.

"이왕이면 길게 하고 싶은 봉사활동이라....... 여러분들께 협조를 부탁 드려요.”

"그건 너무 걱정하지 마! 우리도 최선을 다 할테니까!”

민하의 부탁에 나영이 기운차게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나영의 동조에 민하도 기운차게 대답했다.

"다음은......과목이네요. 이 부분은 저희와 조율이 필요합니다. 각자 원하는 과목이 있으시겠지만, 센터에서 부탁한 과목들이 아이들 별로 다르니 어떤 아이를 맡느냐에 따라 과목은 강제적으로 정해지게 됩니다."

"그 부분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아? 어차피 초등학교 저학년들 가르치는 거면 전문성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잖아?"

미리가 반문했다. 그러나 민하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했다.

"그렇지 않아요, 선배님! 아무리 봉사활동이고 어린 애들이지만 가르치는 건 제대로 해야죠!”

그 말을 할 때 경석은 보았다. 강영고의 다른 부원들이 귀찮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경석은 본능적으로 쉽지 않은 활동이 될 것임을 예감하였다.

"그래서, 혹시나 자기가 맡은 과목이 자신이 없다면 일정을 조정하거나 그 과목을 잘 하는 사람에게 배우고 나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부장, 그건 좀 아니지 않아?"

귀찮은 표정을 하고 있던 강영고의 부원들 3명 중 한 남학생이 손을 들고 반문했다.

"알바를 하는 것도 아니고, 봉사활동을 해 주면 받는 쪽이 감사하게 여겨야지 우리가 꼭 그렇게까지 해야 되나?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이면 대충 봐도 우리 정도면 다 알잖아?"

"아냐, 네가 아는 거랑 가르치는 건 천지차이라고!”

민하도 지지 않았다. 꽤나 봉사활동에 열성적인 부장이었다.

"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정말로 자신 없을 때는 그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미리가 이번엔 민하의 편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우리 공부하기도 바쁜 와중에 애들 가르치는 공부를 하라니, 저희 입장도 좀 생각해주셔야죠."

이번엔 강영고 부원들 중 한 여학생이 말했다.

"그런 걸 따질 거면......"

이번엔 경석이 천천히 말을 꺼냈다.

"......애초부터 봉사활동을....... 하지 말았어야 하지......않을까........."

경석의 말에 강영고 부원들은 할 말이 없어진 듯 조용히 있었고, 암묵적으로 좀 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신경을 쓰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이는 듯 했다.

그렇게 미팅 회의가 무르익자 민하가 정리에 나섰다.

"그러면 활동 시 지켜야 할 점들을 정리해볼게요!”

민하가 일어나 자신이 이것저것 적은 종이를 보며 말했다.

"첫째, 봉사활동의 본질을 지킬 것. 대가 없이 순수하게 남을 돕는다는 마음으로 임할 것. 둘째, 최선을 다할 것. 초등 저학년이고 단기간이라는 등의 이유로 대충 하는 건 안 하느니만 못하다! 셋째, 정직하게 가르칠 것. 자기가 자신 없거나 잘 모르는 부분을 가르치게 될 경우 미리 파악해서 철저하게 교육을 준비할 것. 넷째, 위 사항들을 철저히 지킬 것."

정리를 끝낸 민하는 다시 자리에 앉아 회의를 계속 중재했다.

"어느 정도 많이 진행된 것 같고 더 이상 논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여기서 이만 끝낼까요?"

"그러지. 수고 많았다. 다들 일어나자."

사신이 마무리를 지었다. 다들 일어나 짐을 챙겼다.

"내가 쏘는 뒤풀이 자리를 마련할 테니 오고 싶은 사람은 오도록. 사회생활부는 무조건 전원 참석이다. 이의는 안 받는다. 알았나?"

이 뒤풀이 자리는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 이 뒤풀이 자리에서 경석네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강영고 학생들과 친해지기 위한 플랜을 세워두었던 것이다. 경석은 다른 부원들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모두들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경석과 친구들은 미리 조사한 이야깃거리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뒤풀이 자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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