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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웹소설 > 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로맨스

jybero
작품등록일 :
2017.07.28 19:50
최근연재일 :
2017.09.13 17:01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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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수 :
225,553

작성
17.07.29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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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희귀병과 면역인자, 그리고 사신님] - 제1장. 여름, 시작, 성공적? 07.

DUMMY

“죄송합니다, 선생님.”

경석이 벌떡 일어났다. 매우 화난 표정이었다.

“더 이상 못 듣고 있겠습니다. 이런 곳까지 저희를 데려오셔서 하신다는 말씀이, 그런 거였습니까? 잠시나마 제 병을 고칠 조력자를 구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진 제가 어리석었군요.”

경석은 나영을 보며 말했다.

“뭐해? 일어나.”

그리고는 다시 선생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더 듣고 있을 이유가 없을 것 같네요. 제 병에 관해서 흥미를 느끼고 말씀을 듣고자 했는데, 하시는 말씀이 자신이 사신이라니······.소설 쓰십니까?”

선생님은 잠자코 앉아서 경석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표정은 의외로 화난 표정은 아니고, 네가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진작에 알고 있었다······라는 표정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이만 가보겠습니다.”

경석은 나영에게 나오라고 손짓을 하며 문을 열고 나가려고 했다.

“응?”

문 손잡이가 말을 듣지 않았다. 아무리 손잡이를 돌려 봐도 손잡이가 돌아가지 않았다. 안에서 잠그는 방식이었기에 밖에서 닫혀있을 리는 만무했다.

“뭐하나? 나간다고 하지 않았어?”

이정희 선생님께서 웃으며 경석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경석은 더 약이 올라서 양 손으로 문을 열려고 하다가, 결국 뜻대로 되지 않자 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저기요! 거기 누구 없어요? 문 좀 열어주세요! 문이 고장 났어요!”

“소용 없다.”

선생님이 천천히 일어나 경석 쪽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나가고 싶다면 내가 직접 문을 열어주도록 하지”

선생님이 문 앞에 섰다. 그녀가 문고리를 잡고 돌리자 바로 열렸다. 경석은 이제 됐다 하며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이······이건 대체······”

경석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사람들이 앉아 있고 커피를 마시는 동네 카페의 광경······이었어야 했다. 그러나 실제 경석의 눈에 보인 것은 그게 아니었다. 그의 눈 앞에는 암흑,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과 기이하고 괴이한 공간뿐이었다. 사람이라면 본능적으로 공포감에 움츠러들고 눈을 감아 회피하게 되는 그런 느낌의 특이 공간이었다. 경석의 등에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자, 이 밖으로 어디 나가보라고.”

선생님이 경석의 눈 앞에 얼굴을 들이밀고 문 밖의 혼돈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이게 대체······어떻게 된······.일이죠······? 서······선생님······?”

경석이 선생님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 이상 선생님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아닌, 공포심으로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선생님, 아니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심으로 주변을 가득 메운 경석의 눈이 바라보는 그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어떤 존재인지, 설명하는 것 보다는 직접 체험해보는 게 빠르고 확실할 거다.”

그 말을 끝으로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

경석이 열린 문 밖으로 나와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선생님이 경석을 문 밖으로 밀었던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어라?”

경석은 분명히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래로 향하고는 있었으나 자신을 잡아당기는 중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공중에 뜬 채, 그저 자신이 눈으로 보았던 혼돈의 시공간을 표류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경석은 신비감과 공포감이 뒤섞인 채로 눈에 들어오는 혼돈의 시공간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처음 보아 알 수 없는 형태로 이상하게 배열되어 있는 문자로 추정되는 것들, 마치 어린 아이가 아무렇게나 채색해놓은 듯, 물감인지 크레파스인지 알 수 없는 색깔들이 이곳저곳 낙서되어 있는 듯한 풍경들. 인간의 오감이 마비가 된 듯,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무얼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만드는 기이한 공간이었다.

“이······.이건 대체······.”

알 수 없는 공간에서 그는 표류하고 있었다. 그 때, 어딘가에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있는 공간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표류하는 자들이 거쳐가는 곳이다. 산 자와 살고자 하는 자에게는 혼돈의 공간으로, 죽은 자와 죽고자 하는 자에게는 정상적인 저승의 모습으로 보이는 곳이지. 산 자에게 죽음이란 네 눈에 보이는 것처럼 혼돈이자 알 수 없는 존재 그 자체인 것처럼.”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선생님이었다. 경석은 표류하고 있는 공간 속에서 헤엄을 치며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으려 애썼다.

“보아하니······넌 아직 죽을 운명이 아니군.”

그 말이 끝나자 표류하던 경석이 어딘가 딱딱한 바닥에 툭 하고 가볍게 떨어졌다. 경석은 여전히 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파악을 못한 채 주변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때, 주변에 있던 그 혼돈의 공간이 커튼 걷히듯 사라지며 원래의 카페 스터디룸으로 서서히 경석의 시야가 바뀌어갔다. 경석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경석은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에는 별 거 없었다. 불과 몇 분 전까지 보고 있었던 스터디룸의 풍경. 자신을 걱정하는 듯이 쳐다보고 있는 나영의 모습. 가지런히 정리된 칠판과 책상과 의자.


그리고, 팔짱을 낀 채 의자에 앉아 자신을 위에서부터 내려다보고 있는 선생님이 있었다.


아니, 선생님이 아니었다. 이정희 선생님이라고 자신을 금일 아침에 소개했던 그녀는 더 이상 학교에서 보이던 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등에는 검은 날개가, 머리에는 3개의 뿔이, 손에는 긴 삼지창을 들고 괴생물체의 모습이었다. 다만, 얼굴과 몸은 학교에서 보이던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경석은 그것이 선생님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보았다.

“서······.선생님······?”

“다시 한 번 내 소개를 하지.”

의자에서 일어난 선생님은 하늘을 날았다. 하늘을 날아 경석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경석은 아직도 사태 파악이 되지 않아 혼이 빠져나간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사신이다. 너희들 인간은 물론 모든 생명의 삶과 죽음을 관리하는 사신이지.”

“사······.신······?”

경석은 말문이 막힌 채 머릿속으로 사태 파악을 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사고 회로가 정지한 듯 상식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지금의 사태가 파악이 되지 않았다. 다만 알 수 있는 사실 하나는, 경석의 눈 앞에 있는 선생님이라고 하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 사신. 원래는 지하 세계에서 너희들의 삶과 죽음에 관여하지만, 사정이 있어서 너희 인간들이 살고 있는 지상세계에 올라오게 되었다.”

경석은 반문을 포기하고 조용히 자신을 사신이라고 소개한 괴생물체의 말을 묵묵히 듣고만 있기로 했다. 그 생물체의 말을 조용히 들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무슨 사정인지는 자세히 알려줄 수 없다. 다만 널 부른 것은 내가 이곳으로 올라온 사정에 네가 관련이 되어 있어서,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따로 불렀다.”

경석이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자, 사신도 경석이 진정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는지 일어나 나영에게 말했다.

“나영아, 일단 얘 좀 앉혀봐. 나는 너희가 진정할 수 있게 커피 좀 사올게.”

“네, 사신님.”

나영이 경석을 부축하려고 일어났다. 사신님이라고 불린 생물체는 조금 지나 몇 분 전까지 보이던 선생님의 모습으로 돌아오더니 자연스럽게 안 열리던 문을 열고 커피를 주문하러 나갔다. 얼핏 스쳐 지나가며 보인 문 밖의 모습은 조금 전과는 달리 경석이 알고 있었던 평범한 카페의 풍경이었다.


*


“갑작스러운 자기 소개에 매우 놀랐겠지만······.”

커피를 홀짝 마시고 나서 사신이 먼저 운을 띄웠다. 경석도 자리에 앉아 쓰디쓴 블랙커피를 몇 모금 마시고 나니 조금 진정이 되고 사태 파악이 천천히 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질문을 하나씩 받도록 하지. 질문이 끝난 다음에 내 할말을 하겠다.”

커피를 내려놓고 사신이 말했다. 경석은 수많은 질문을 하고 싶었기에 머릿속으로 잠시 정리할 시간을 가진 다음 차근차근 하나씩 물어보기로 했다.

“저······그럼 질문 해도 되나요?”

“어. 뭐든지 물어보도록.”

사신은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질문 공세를 받을 준비를 마쳤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경석을 바라보았다.

“······.정말 사신인가요?”

사신은 한참을 고심해서 물어본다는 게 그딴 질문이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 공간을 보고도 아직도 못 믿겠다면, 하나 알려주지.”

사신은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지금부터 3분 뒤에 이 문 밖에 앉아 있는 한 여자가 갑자기 쓰러질 것이다. 그 때 내가 사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해 주도록 하지.”

3분이 지나자, 밖에서 찻잔 깨지는 소리와 함께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밖이 시끄러워졌다. 경석은 문을 열어 바깥 상황을 확인했다. 사신의 말대로 정말 한 여자가 쓰러져 있고 그 주변을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119에 이미 신고한 듯 했지만 쓰러진 여성의 상태는 위험해 보였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평소 혈압이 좋지 않아 단 걸 안 먹던 자가 갑자기 매우 단 커피를 마셔서 급성 고혈압이 와 쓰러진 것뿐이야. 아직 저 여자는 죽을 운명이 아니다.”

경석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사건이 일어난 쪽을 바라보자 사신은 이렇게 말하고는 조용히 공중에 떠서 쓰러진 여성 쪽으로 이동했다. 주변에 사람이 있었으나 사신의 몸은 마치 홀로그램처럼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통과하여 지나갔다. 보이지 않는 건지, 아무도 사신의 존재에 눈치를 채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사신이 눈에 보이는 건 경석과 나영뿐인 것 같았다.

“일할 시간이군.”

사신이 조용히 말하더니 쓰러진 여성의 몸에 한 손을 살포시 얹었다. 잠시 후 사신은 노트 같은 것을 꺼내 무언가를 이것저것 적더니 다시 주변 사람들을 통과하여 스터디룸 안으로 날아왔다.

“좀 있으면 119가 와서 데려갈 거야. 그러면 저 여자는 3시간 뒤 병원에서 깨어나게 될 것이야. 너무 걱정하지 말래도.”

다시 멍한 표정으로 사신을 바라보는 경석을 향해 그녀는 툭 하고 쏘아붙였다.

“그······.들고 계시던 노트는 무엇인가요?”

“아, 이거?”

사신은 노트를 꺼냈다. 노트 표지에는 알 수 없는 문자가 적혀있었다.

“이건 살생부라고 하는 거다. 누가 언제 태어나고 언제 죽을 운명인가, 운명이 바뀐다면 어떻게 왜 바뀌는가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기록해놓는 것이지.”

사신은 내용을 보여주지 않고 다시 노트를 집어넣었지만 경석은 이미 눈 앞에 보이는 상황을 직시할 수 밖에 없었다.

“그······.그렇다면 정말로······.”

“그래, 너희들의 삶과 죽음에 관여하는 사신이다. 이제 믿겠나?”

사신은 문을 닫더니 다시 자리에 앉아 말했다.

“저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눈 앞에 보이는 것을 보고 판단하도록.”

사신은 주문한 쉬폰 케이크를 한 입 베어먹으며 말했다.

“다른 질문이 있으면 또 해봐. 궁금한 게 많을 텐데?”

경석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원래는 지하에 계신다고 하셨죠?”

“그렇다.”

“그러면 이곳 지상에는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음, 아까도 얘기했지만 내가 왜 올라왔는지는 자세히 얘기해줄 수 없다. 그러면 내 사정이 너랑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야기를 먼저 해 주도록 하지..”

사신은 자세를 고쳐 잡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원래 지하에 있지만 죽은 자의 영혼을 거두어가기 때문에 지상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 약 한두 달 전쯤, 한 인간의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관계로 그 녀석의 영혼을 거두어가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근처에 있던 다른 한 인간에 의해 그 녀석의 운명이 바뀌어버렸다. 죽을 운명이었던 녀석이 죽지 않았던 것이지.”

사신은 경석을 바라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경석이 제대로 말을 이해하고 따라오고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이리라.

“편의상 원래 죽을 운명이었던 녀석을 A라고 하겠다. A의 죽는다는 운명은 다른 인간 B에 의해 죽지 않는 것으로 바뀌어버렸지. 이것까지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원래 죽을 운명이었던 사실이 다른 외력에 의해 바뀌게 되더라도 어떻게, 왜 바뀌는지 까지 전부 다 살생부에 적혀 있거든.”

사신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A의 운명이 그렇게 바뀐다는 대목이 살생부의 어느 곳에도 적혀 있지 않았다.”

사신이 경석을 노려보며 말했다. 마치 경석이 그 A라도 되는 듯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그렇게 말씀하셔도 그게 왜 문제가 되는 거죠?”

“사실 이 부분은 문제라기보다는 워낙 이례적인 사건이라 내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에 원인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뒤야.”

사신은 다시 말을 이었다.

“A의 운명은 바뀌어서 죽을 운명이 죽지 않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그 A의 운명을 바꾸어버린 B의 운명도 정반대로 바뀌었어. 죽지 않을 운명이었던 B가 반대로 죽어버린 것이지. A만으로도 이례적인 대사건인데 B의 운명까지 뒤바뀌어버린 거야. 그로 인해 속 썩을 일이 일어나버리고 말았다.”

사신은 화가 나는지 남은 커피를 전부 들이키고는 계속 이어갔다.

“원래 인간들이 죽으면 보통 살아있을 때의 원한이나 미련이 남아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 사신들은 인간의 영혼이 육체로부터 분리되고 나면 저승으로 인도하기 전에 자연적으로 성불시키고 있다. 원활하게 영혼이 저승으로 인도될 수 있도록 미련을 씻어주는 작업을 하는 거지. 그리고 살생부에는 모든 죽은 인간들마다 실제 지상세계에 영향을 주지 않고 그들의 영혼을 성불시킬 수 있는 방법이 기재되어 있다. 지상세계에 미련이 남아 있는 보통 인간들은 죽을 때 자신의 개인적 욕구를 채우면 성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살생부에 적혀 있는 대로 그들의 욕구가 이루어지는 환상 세계 속에 며칠 놔 두면 끝나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 없다. 그런데······.”

경석은 묵묵히 듣고 있었다.

“그 B라는 녀석은 원래 죽을 운명이 아니어서 성불에 대한 내용이 살생부에 적혀 있지 않았다. 지상에 떠도는 영혼이 없도록 모두 성불시켜 지하로 인도하는 게 우리 사신들의 역할이니까 B의 영혼이 지상을 떠돌아서는 안 돼. 그래서 나는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B의 미련을 씻어주기 위해서 B에게 지상세계에 남은 미련을 들어보기로 했다. 내 힘이면 살생부에 적혀 있지 않아도 녀석의 욕구가 이루어지는 환상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쯤은 틀만 조금 고민하면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러면 그 B는 성불 한 건가요?”

“성불했으면, 내가 여기 없을 거야. 녀석의 지상에서의 미련은 확실히 개인적인 욕구긴 했다. 그런데 B는 자신의 욕구가 지상 세계에서 실현되기를 강력하게 바랬기에 살생부에 적혀있지 않은, 내가 혼자 고민해서 짜 놓은 환상 세계로는 B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게 불가능했다. 결국 녀석은 성불하지 못하고 지상에 남아있게 되었다. 결국 나는 그 B를 성불시키기 위해 녀석의 욕구가 실제로 지상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도울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되었다. 그런데 죽은 자의 영혼이 산 자들이 살고 있는 지상에 영향을 너무 많이 주면 지상과 지하의 질서가 뒤죽박죽 되어버리겠지? 그래서 난 그 B의 성불을 돕되, 지상에의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관리하는 차원에서 여기 남아서 그 녀석의 행동을 감시하고 관리하고자 여기 남아있게 되었지.”

사신은 말을 마치고 경석을 바라보았다. 경석은 사신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이해가 되었으나, 그게 왜 자신과 관련 있는 일인지는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길래 제게 정체를 밝히고 이런 말씀을 하시는 거죠?”

사신이 경석을 지긋이 보더니 말했다.

“그 B의 지상세계에서 이루어졌으면 하는 욕구 자체가 너랑 관련되어있기 때문이다.”

“······.저와 무슨 관계가······?”

“B의 욕구가 하필······”

사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경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네 녀석의 그 희귀병이 치료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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